사각지대-20
홍만덕에게서 태성백화점 직원명단및 입점점주들의 신상명세서가 담긴 파일을 받아든 정식과 창민은
우선 홍만덕에게 며칠간의 시간여유와 자신들이 왔다갔다는걸 누구도 알아선 안된다는 단서를 달며
회장실을 나갈때 일부러 이성수와 민수에게 동네양아치들 처럼 건들거리며 아가씨들에게 농짓거리를
하게 만들었고 자신들을 곰보사내와 다른사내들이 회장실에서 끌어내는것처럼 하고는 홍만덕에게
비서들이 들으라는듯 경찰에 신고하라는 소리까지 지르게 한다음 서둘러 도망치듯 영등포 사무실로 돌아왔다.
좀전의 화려했던 회장실과 영등포 사무실을 비교해보니 저절로 한숨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세상사는게 참 가지가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정식은 가만히 앉아서 가지고온 서류를 꼼꼼히 들여다 보는 창민을 쳐다보았다
무언가 집중하면 어릴때도 그랬지만 옆에서 천둥이 쳐도 모르는 친구의 모습에서 정식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벌판에 따뜻한 바람막이가 자기곁을 지켜주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너무 조건이 좋아서 앞뒤생각없이 일단 며칠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는 했지만 정식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남들이 보면 소조직의 두목쯤되는 뒷골목 양아치로 생각할지몰라도 정식은 나름대로 꿈을 가지고있었다
그래서 똥치골목을 관리하면서도 일절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또 그렇게 지금까지
생활을 해왔던것인데 점차 늘어나는 동생들의 생활까지 챙겨야하는 자신에게 항상 부족했던것이 돈이었고
지금 그 돈이 평생 써도 다 못쓸정도의 부피로 자신에게 다가온것이다.
이번일만 해결된다면 그 자금을 바탕으로 정말 보란듯이 사업체를 운영하며 동생들에게도 떳떳한 돈으로
매달 월급과 보너스라는걸 자기 손으로 주고싶었던 정식에게 다시찾아올수 없는 황금같은 기회였지만
무엇부터 시작을 해서 끝을 맺어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 정식은 앉아있는 창민을 물끄럼이 쳐다보았다
몇년만에 나타난 어릴적친구이자 자신이 가장좋아했던 친구 그친구가 오자 이런 행운이 같이 들어온것이다
이게 행운이 될지 불행이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쨌든 기회가 왔다는것 자체만으로도 정식은 창민을
복덩어리로 생각할수밖에 없었다.
"어이?..복덩어리 친구야"
정식이 창민의 어깨를 툭 쳤다.
"응?..무슨덩어리?"
"복덩어리 임마"
"미친눔 난데없이 무슨 복덩어리는"
"니가 찾아오자 마자 이런일이 들어왔으니..복덩어리지 임마"
"그러냐?..인상구기다 웃으니까 보기좋다 임마..좀 웃어라"
"내가 언제 인상을 구겼다고 그래 ?"
"올라오는 차안에서계속 죽상을 하고있더만 "
"흐흐흐..그랬냐?"
"임마 해보다 안되면 마는거지 심각하게 생각하기는"
".............."
"아닌말로 니가 돈이들어가냐 뭐가들어가냐..해봐야 노가다 몸으로 부딪치는일뿐인걸"
창민의 말에 정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의 말대로 이번일을 하다가 중도에 그만둔다고해도 자신들은 그다지 손해볼게 없는것이다
아니 사람이 상하는 그런일은 발생하겠지만 그런것 까지 무서워해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생각이들자
갑자기 힘이나기 시작했다
"정식아?"
창민이 보던 서류더미를 테이블중간에 밀어버렸다
"왜?
"니 밑에 있는 동생들이 총 몇명이냐?"
"현재 나 포함해서 16명이지"
"실력들은?"
"글쎄..운동과 격투기에 미친놈들이라 어디가서 맞아 죽지는 않을거다..왜?"
"여기는 어떻게할래?"
"여기?"
"그래 똥치골목"
"글쎄 어떻게하지?"
정식은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손가락으로 귀부분을 긁어댔다
창민의 말대로 본격적으로 태성백화점일에 달라붙자면 인원이 부족했기때문이다
그래도 정식이 뿌리를 내리고있는곳인데 나몰라라 할수가없기때문이다
한참을 생각하던 정식은 얼마전부터 운동만이라도 할수있게 해달라며 막내철승이 친구들 몇을 데리고와 조르다
자신에게 욕을 얻어먹고 친구들을 그냥 고향으로 내려보낸 생각이 떠올랐기때문이다.
"가만 가만.."
"왜?"
"창민이 니생각도 현재 우리인원가지고는 좀 벅차다는 생각이들지?"
"그거야 그렇지 ..앞으로 어떤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창민의 생각으로도 현재 인원가지고는 용창파 하나만 상대하기에도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인천연안부두에서 터를 잡을 정도로 용창파의 독기는 서울까지 소문이 나있을정도였다
그런 조직이 달라붙은 태성백화점에 지금 정식이 끼어드는 입장이기때문에 결국은 서로 간에 피를볼게 뻔한데
이인원가지고는 힘들다는게 솔직한 창민의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어중이 떠중이 인원만 늘렸다가는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많기때문에 신중할필요가있었다
"우리가 빠져나가도 여기 관리를 맞아줄 애들을 임시방편으로 어떻게 되겠는데"
정식은 일단 전부 태성백화점쪽에 전념하고 여기는 철승의 친구들을 임시로 데려다 놓을 생각을 하며 뭔가생각하는
듯이 인상을약간 찌뿌린 창민을 쳐다보았다.
도와달라는 말은 안했지만 당연히 창민도 자신의 일을 도와줄거라는 생각에서 였다
창민은 정식이 자기를쳐다보는것도 모르고 예전에 이태원에 있기전에 여기저기 떠돌며 알게된 몇몇의 인물들을
떠올리며 다행히 연락처가있다는 생각이들자 김마마집으로 일단 가서 아직까지 그 연락처에 떠올렸던 사람들이
살고있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사람들하고만 연락이 된다면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창민은 정식에게 자신이 부천에서
오면서 생각해두었던걸 하나씩 정식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식아?"
"왜?..말해"
"일단..비서실에근무하는 홍회장 여비서 두명있지?"
"응..근데 왜?"
"일단 그 두 여자 뒷조사를 해야겠다"
"비서들을?"
"그래..원래 가장가까운데서 구멍이 뚫리는법이니까"
"......."
"혹 흥신소쪽에 아는애들있으면 발빠른애들 두어명붙여서 조사하라고해"
"알았어..그리고 또 다른일은?"
정식은 창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소리를 들으며 갱지에 뭔가 적기시작했다
"그리고..왜 태성백화점 경리담당이라는 홍회장처조카 장부장이라는사람도 조사하고"
"..............."
"마지막으로 김인식이라는 사람에대해서 조사하고 ..그건 민수를 시켜라"
"민수를?"
"다른사람들이야 뒷조사를 한다고해도 별일없겠지만 김인식이라는 사내는.."
"왜?"
"용창파와 밀접한 관계가있는것같아..아니면 용창파가 아닌 다른조직이나"
"......"
"민수혼자 보내지말고 몸빠른애들하고 같이..조심하라고이르고"
"다른건?"
갱지에 열심히 이름을 적어가던 정식이 고개를 들었다.
"일단은 그렇게 시작을 해보자 ..그리고 내가 잠깐 갔다올곳이 있다.."
"어디?"
"후후..어디긴 임마 나 월급받던곳이지..사람들도 만나봐야하고.."
"같이갈까?"
"같이?"
"아서라"
"왜?"
"놀래자빠질것다..내가 무슨생활했는지 알면"
"....."
창민은 정식의 등을치며 궁금해하지말라며 나중에 다 알게된다고 말을 하고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홍회장한테는 내가 따로 전화를 할테니까 넌 동생들한테 몸조심들 시키고"
입구쪽에서 뒤를 돌아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정식을 보며 창민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창민이 사무실을 나가자 정식은 창가로가서 도로쪽으로 걸어가는 창민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참 도깨비같은 친구라는 생각이들었다.
일처리 하는게 자신이 보기에는 몇번 이런일을 전문적으로 해봤던 사람처럼 막힘이 없었던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정식은 서둘러 전화기를 들었다
태성백화점에서 내려다 보는 부천시내는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로 온통 흐릿하게 안개끼인것처럼보였다
창가에 서있는 홍만덕은 자신이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는지 자조섞인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식에게 일을 부탁하기전에 홍만덕은 다른곳에 자신의사정을 얘기하며 해결해달라는 말을꺼내보았지만
결과는 용창파가 자신의 백화점을 통채로 먹겠다는 심보와 오십보 백보였던것이다.
일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지는모르지만 여기서 제대로 결말을 못본다면 자신의 남은 인생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자 뒷머리가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홍회장이 처음부터 정식에게 지분을 나누어 줄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어제 영등포에 갔다온 뒤 상황설명을 하며 입에 침을 튀기는 곰보의 말을듣고 어줍짢은 조건을 내걸었다가
정식마져 하기 어렵다고 나오면 그야말로 비벼볼 언덕이 없어진다는생각에 20%정도 지분양도를 생각했던것인데
그만 창민의 얼굴을 보는순간 자기도 모르게 30%라는 소리가 흘러나온것이다
관상을 조금 볼줄아는 홍회장의 눈에 창민이라는 사내만 곁에두면 30%라는 지분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것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에 처음부터 아예 거절할수없도록 조건을 제시했던것이다
홍회장의 생각대로 30%라는 엄청난 지분양도 조건에 정식은 거절할 엄두를 내지못했지만 그렇다고 고맙다며 인사또한
하지않은점이 홍회장 마음에 들었다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정식의 눈에서 탐욕스런 느낌을 받지 않았기에 이런사내라면 일을 믿고 맏길수있겠다고
생각을 했던것이다
아니 정식의 옆에서 빙긋이 미소를 짓고있는 창민의 표정을 보며 더욱 믿음을 갖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루밖에 안됐지만 창민은 이태원으로 돌아오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참 웃으며 떠드는소리가 들릴법한 집안은 조용했고 화장품냄새만이 창민을 반기는듯했다.
자신의 방안 책상꽃이에서 조그만 수첩을 찾아낸 창민은 수첩안에 적힌 전화번호를 하나씩 돌리기 시작했다
우선 홍만덕에게 며칠간의 시간여유와 자신들이 왔다갔다는걸 누구도 알아선 안된다는 단서를 달며
회장실을 나갈때 일부러 이성수와 민수에게 동네양아치들 처럼 건들거리며 아가씨들에게 농짓거리를
하게 만들었고 자신들을 곰보사내와 다른사내들이 회장실에서 끌어내는것처럼 하고는 홍만덕에게
비서들이 들으라는듯 경찰에 신고하라는 소리까지 지르게 한다음 서둘러 도망치듯 영등포 사무실로 돌아왔다.
좀전의 화려했던 회장실과 영등포 사무실을 비교해보니 저절로 한숨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세상사는게 참 가지가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정식은 가만히 앉아서 가지고온 서류를 꼼꼼히 들여다 보는 창민을 쳐다보았다
무언가 집중하면 어릴때도 그랬지만 옆에서 천둥이 쳐도 모르는 친구의 모습에서 정식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벌판에 따뜻한 바람막이가 자기곁을 지켜주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너무 조건이 좋아서 앞뒤생각없이 일단 며칠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는 했지만 정식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남들이 보면 소조직의 두목쯤되는 뒷골목 양아치로 생각할지몰라도 정식은 나름대로 꿈을 가지고있었다
그래서 똥치골목을 관리하면서도 일절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또 그렇게 지금까지
생활을 해왔던것인데 점차 늘어나는 동생들의 생활까지 챙겨야하는 자신에게 항상 부족했던것이 돈이었고
지금 그 돈이 평생 써도 다 못쓸정도의 부피로 자신에게 다가온것이다.
이번일만 해결된다면 그 자금을 바탕으로 정말 보란듯이 사업체를 운영하며 동생들에게도 떳떳한 돈으로
매달 월급과 보너스라는걸 자기 손으로 주고싶었던 정식에게 다시찾아올수 없는 황금같은 기회였지만
무엇부터 시작을 해서 끝을 맺어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 정식은 앉아있는 창민을 물끄럼이 쳐다보았다
몇년만에 나타난 어릴적친구이자 자신이 가장좋아했던 친구 그친구가 오자 이런 행운이 같이 들어온것이다
이게 행운이 될지 불행이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쨌든 기회가 왔다는것 자체만으로도 정식은 창민을
복덩어리로 생각할수밖에 없었다.
"어이?..복덩어리 친구야"
정식이 창민의 어깨를 툭 쳤다.
"응?..무슨덩어리?"
"복덩어리 임마"
"미친눔 난데없이 무슨 복덩어리는"
"니가 찾아오자 마자 이런일이 들어왔으니..복덩어리지 임마"
"그러냐?..인상구기다 웃으니까 보기좋다 임마..좀 웃어라"
"내가 언제 인상을 구겼다고 그래 ?"
"올라오는 차안에서계속 죽상을 하고있더만 "
"흐흐흐..그랬냐?"
"임마 해보다 안되면 마는거지 심각하게 생각하기는"
".............."
"아닌말로 니가 돈이들어가냐 뭐가들어가냐..해봐야 노가다 몸으로 부딪치는일뿐인걸"
창민의 말에 정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의 말대로 이번일을 하다가 중도에 그만둔다고해도 자신들은 그다지 손해볼게 없는것이다
아니 사람이 상하는 그런일은 발생하겠지만 그런것 까지 무서워해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생각이들자
갑자기 힘이나기 시작했다
"정식아?"
창민이 보던 서류더미를 테이블중간에 밀어버렸다
"왜?
"니 밑에 있는 동생들이 총 몇명이냐?"
"현재 나 포함해서 16명이지"
"실력들은?"
"글쎄..운동과 격투기에 미친놈들이라 어디가서 맞아 죽지는 않을거다..왜?"
"여기는 어떻게할래?"
"여기?"
"그래 똥치골목"
"글쎄 어떻게하지?"
정식은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손가락으로 귀부분을 긁어댔다
창민의 말대로 본격적으로 태성백화점일에 달라붙자면 인원이 부족했기때문이다
그래도 정식이 뿌리를 내리고있는곳인데 나몰라라 할수가없기때문이다
한참을 생각하던 정식은 얼마전부터 운동만이라도 할수있게 해달라며 막내철승이 친구들 몇을 데리고와 조르다
자신에게 욕을 얻어먹고 친구들을 그냥 고향으로 내려보낸 생각이 떠올랐기때문이다.
"가만 가만.."
"왜?"
"창민이 니생각도 현재 우리인원가지고는 좀 벅차다는 생각이들지?"
"그거야 그렇지 ..앞으로 어떤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창민의 생각으로도 현재 인원가지고는 용창파 하나만 상대하기에도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인천연안부두에서 터를 잡을 정도로 용창파의 독기는 서울까지 소문이 나있을정도였다
그런 조직이 달라붙은 태성백화점에 지금 정식이 끼어드는 입장이기때문에 결국은 서로 간에 피를볼게 뻔한데
이인원가지고는 힘들다는게 솔직한 창민의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어중이 떠중이 인원만 늘렸다가는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많기때문에 신중할필요가있었다
"우리가 빠져나가도 여기 관리를 맞아줄 애들을 임시방편으로 어떻게 되겠는데"
정식은 일단 전부 태성백화점쪽에 전념하고 여기는 철승의 친구들을 임시로 데려다 놓을 생각을 하며 뭔가생각하는
듯이 인상을약간 찌뿌린 창민을 쳐다보았다.
도와달라는 말은 안했지만 당연히 창민도 자신의 일을 도와줄거라는 생각에서 였다
창민은 정식이 자기를쳐다보는것도 모르고 예전에 이태원에 있기전에 여기저기 떠돌며 알게된 몇몇의 인물들을
떠올리며 다행히 연락처가있다는 생각이들자 김마마집으로 일단 가서 아직까지 그 연락처에 떠올렸던 사람들이
살고있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사람들하고만 연락이 된다면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창민은 정식에게 자신이 부천에서
오면서 생각해두었던걸 하나씩 정식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식아?"
"왜?..말해"
"일단..비서실에근무하는 홍회장 여비서 두명있지?"
"응..근데 왜?"
"일단 그 두 여자 뒷조사를 해야겠다"
"비서들을?"
"그래..원래 가장가까운데서 구멍이 뚫리는법이니까"
"......."
"혹 흥신소쪽에 아는애들있으면 발빠른애들 두어명붙여서 조사하라고해"
"알았어..그리고 또 다른일은?"
정식은 창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소리를 들으며 갱지에 뭔가 적기시작했다
"그리고..왜 태성백화점 경리담당이라는 홍회장처조카 장부장이라는사람도 조사하고"
"..............."
"마지막으로 김인식이라는 사람에대해서 조사하고 ..그건 민수를 시켜라"
"민수를?"
"다른사람들이야 뒷조사를 한다고해도 별일없겠지만 김인식이라는 사내는.."
"왜?"
"용창파와 밀접한 관계가있는것같아..아니면 용창파가 아닌 다른조직이나"
"......"
"민수혼자 보내지말고 몸빠른애들하고 같이..조심하라고이르고"
"다른건?"
갱지에 열심히 이름을 적어가던 정식이 고개를 들었다.
"일단은 그렇게 시작을 해보자 ..그리고 내가 잠깐 갔다올곳이 있다.."
"어디?"
"후후..어디긴 임마 나 월급받던곳이지..사람들도 만나봐야하고.."
"같이갈까?"
"같이?"
"아서라"
"왜?"
"놀래자빠질것다..내가 무슨생활했는지 알면"
"....."
창민은 정식의 등을치며 궁금해하지말라며 나중에 다 알게된다고 말을 하고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홍회장한테는 내가 따로 전화를 할테니까 넌 동생들한테 몸조심들 시키고"
입구쪽에서 뒤를 돌아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정식을 보며 창민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창민이 사무실을 나가자 정식은 창가로가서 도로쪽으로 걸어가는 창민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참 도깨비같은 친구라는 생각이들었다.
일처리 하는게 자신이 보기에는 몇번 이런일을 전문적으로 해봤던 사람처럼 막힘이 없었던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정식은 서둘러 전화기를 들었다
태성백화점에서 내려다 보는 부천시내는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로 온통 흐릿하게 안개끼인것처럼보였다
창가에 서있는 홍만덕은 자신이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는지 자조섞인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식에게 일을 부탁하기전에 홍만덕은 다른곳에 자신의사정을 얘기하며 해결해달라는 말을꺼내보았지만
결과는 용창파가 자신의 백화점을 통채로 먹겠다는 심보와 오십보 백보였던것이다.
일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지는모르지만 여기서 제대로 결말을 못본다면 자신의 남은 인생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자 뒷머리가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홍회장이 처음부터 정식에게 지분을 나누어 줄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어제 영등포에 갔다온 뒤 상황설명을 하며 입에 침을 튀기는 곰보의 말을듣고 어줍짢은 조건을 내걸었다가
정식마져 하기 어렵다고 나오면 그야말로 비벼볼 언덕이 없어진다는생각에 20%정도 지분양도를 생각했던것인데
그만 창민의 얼굴을 보는순간 자기도 모르게 30%라는 소리가 흘러나온것이다
관상을 조금 볼줄아는 홍회장의 눈에 창민이라는 사내만 곁에두면 30%라는 지분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것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에 처음부터 아예 거절할수없도록 조건을 제시했던것이다
홍회장의 생각대로 30%라는 엄청난 지분양도 조건에 정식은 거절할 엄두를 내지못했지만 그렇다고 고맙다며 인사또한
하지않은점이 홍회장 마음에 들었다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정식의 눈에서 탐욕스런 느낌을 받지 않았기에 이런사내라면 일을 믿고 맏길수있겠다고
생각을 했던것이다
아니 정식의 옆에서 빙긋이 미소를 짓고있는 창민의 표정을 보며 더욱 믿음을 갖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루밖에 안됐지만 창민은 이태원으로 돌아오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참 웃으며 떠드는소리가 들릴법한 집안은 조용했고 화장품냄새만이 창민을 반기는듯했다.
자신의 방안 책상꽃이에서 조그만 수첩을 찾아낸 창민은 수첩안에 적힌 전화번호를 하나씩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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