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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행운초인성3

3. 이상한 노인
차가 멈춰선 곳은 어느 호텔이였다. 서울 지리에 대해 그렇게 잘 안다고 할 수도 없으니 처음보는 호텔이 있다고 이상한 건 아닐것이다. 더구나 내 주제에 이런 호텔근처에 올 일이나 있었겠는가.
정숙이와 만날때도 잘해봐야 모텔이 다였다. 하긴 그래서 더욱 그놈하고 비교가 됐는지도 모르지.
“어이! 빨리 따라와라.”
내가 쓸데없는 상념에 빠진 사이에 덩치는 차를 아무렇게나 주차시키고는 출입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다시 덩치가 돌아보기 전에 허겁지겁 뒤를 따라갔다.
‘왜 내가 이렇게 따라가야하는거야?’
당연히 떠오르는 의문이었지만 앞의 덩치의 뒷모습을 보자 그 질문을 던질수가 없었다.
‘정말 몸 좋구만!’
깍두기들은 덩치가 좋다기 보다는 그냥 무식하게 몸만 불린다고 하는게 맞을텐데 앞의 덩치는 몸이 균형이 잡혀있었다. 걸음걸이도 경쾌한 것이 막주먹인 내가 느끼기에도 한가닥하는 놈같았다.

“띵! 1층입니다.”
역시 호텔은 호텔이다. 싸구려 모텔하고는 비교자체를 거부하는 내부 인테리어에 엘리베이터는 무슨 황금상자같았다. 사방이 번쩍번쩍거리는게 눈이 부셨다. 이리저리 엘리베이터안을 신기한듯이 둘러보다 덩치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이름이 뭡니까?” 그냥 있기가 머쓱해서 이름을 물어보았다.
“박동팔!”
“전 이무호라고 합니다. 저기..아까 전부터 묻고 싶었던 건데 여기는 무슨 일로 온거죠?”“...”
덩치는 어이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이상한 질문을 한건가?
“나도 몰라?”
“...”
‘헉! 설마 이 인간이 나를 놀리는거야 아니면 진짜 모르는거야.’
더 이상 할 말도 없어서 그냥 벽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삐까번쩍하구만!

‘띵! 19층입니다.’
문이 열리고 덩치가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갔다. 드디어 목적지에 가까이 온듯했다. 19층에는 문이 두개 밖에 없었다. 아마 호텔에서 가장 비싼 방인것 같았다.
지잉!
덩치는 192호라고 쓰인 곳의 벨을 눌렀다.
“누구야?”
스피커에서 늙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만으로 생각하기에는 무척 차가운 느낌의 사람일거 같았다. 웬지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같기도 했다.
“동팔입니다. 회장님!”
“들어와.”
덩치가 문을 여는 순간 마치 별천지가 펼쳐진 것 같았다. tv에서 가끔 이런 곳을 소개시켜주는 것을 보긴했지만 실제로 보니 느낌이 달랐다.
‘헉! 어디 궁전에 온것 같네.’
덩치를 따라 들어가며 촌놈처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바닥에 깔린 카펫은 구름위를 걷는 것처럼 부드러웠고 벽지는 중간중간 금색의 기하학적 무닉들이 옅게 들어가 있었는데 벽지는 천처럼 보였다. 무슨 호텔 객실이 이렇게 크다는 말인가. 방크기 자체도 tv에서 볼때는 크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별 감흥이 없었던 것과는 달리 축구장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덜컹!
“어서오게!”
안쪽의 문이 열리며 들려온 소리에 돌아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에는 어제 나에게 딱지를 팔아먹은 노인이 있었다. 어쩐지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 노인이었다. 어제의 꾀죄죄한 옷은 어디가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가운을 입고 있었다. 어제도 느낀 것이지만 노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멋지게 늙은 모습이었다. 늙어서도 멋진 남자가 진짜 멋진 남자라는 생각을 평소에도 했었는데 그것의 표본이 되는 노인이었다. 거기다 이렇게 비싼 객실을 빌린 걸 보면 당연히 엄청난 부자겠고.
“갑자기 이렇게 불러서 놀랐나?”
“ㅇ...예. 조금”
“우선 거기 좀 앉게.”
하도 당황스러워서 자리에 앉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거기다 말도 어눌하게 해버렸으니 좀 부끄러웠다.
자리에 앉아서 노인의 눈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마치 나의 뇌를 헤집는 듯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름이 이무호 맞나?”
“예.”
“xx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xx소프트 입사 후 퇴사하고 여러 회사를 전전했구만”
“그걸 어떻게...”
노인은 손에 든 종이를 보며 이야기 했는데 아마도 그것이 나에 대한 조사기록 같았다. 어떻게 하루 사이에 그런걸 다 알았을까?
“많은 의문이 있을 줄 아네?”
“무엇때문에 저에 대해 조사를 하셨습니까?”
여기까지 끌려온 상황이긴 하지만 나에 대한 뒷조사를 했다는데에 대한 불쾌감으로 처음으로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었다.“먼저 얘기를 하기 전에 뭘 좀 마시지 않겠나? 아마도 긴 얘기가 될 거 같으니...”
“그러시죠.”
노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덩치가 마실 것을 준비해왔다. 마치 한 편의 잘짜여진 연극을 보는 기분이었다.
“자 한잔하게”
“예”
노인이 따라 주는 술을 공손히 두 손으로 받아마셨다.
‘오!! 술맛 끝내주는구만.’
무슨 술인지는 모르겟지만 입맛에 쫙 달라붙는 술맛이 일품이었다. 평소에 그냥 막술을 고집하던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냥 아무 술이나 마시면 취하는 건 같다고 생각햇는데...
“흠...무엇부터 얘기해야할까....”
“...”
“그렇군. 먼저 조건부터 얘기하지.”
“조건이라뇨...?”“자네가 보기에 이 호텔이 어떤가? 마음에 드나?”“예. 제 생전 처음보는 화려한 호텔입니다.”
“하하! 그것 참 다행한 일이군. 그럼 이 호텔을 조건으로 걸지.”
“...”
“만약 자네가 내가 제시한 임무를 완수하면 자네에게 이 호텔을 상으로 주지. 물론 그 임무란 위험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네에게 그렇게 해로운 것은 아닐것이네.”
“위험하다면....”
위험이라는 말에 왠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파격적인 조건이라면 분명 단순히 몸이 다치는 정도로 끝나는 것은 아닐 것같았다.
“흠...! 뭐 이런 얘기는 숨길 수 있겠지만 서로의 신뢰를 위해 사실대로 말해주지. 자네가 3번째네. 하지만 자신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의지력이 있다면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을 것이네.”
“3번째라시면 앞의 도전자들은...?”
“죽었네. 뭐 다 자업자득이지.”
사람이 죽었다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밥먹었냐는 식으로 말하는 노인을 보니 등으로 쏴한 느낌이 지나갔다.
“자 한잔 더 들게나.”
다시 노인은 술을 권했다. 이미 술 생각은 저멀리 날아가버렸지만 권하는 술을 거부할 순 없었다.
“아까전에도 말했지만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즐거운 경험이 될것이네. 전혀 해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네.”
“그런데 왜 굳이 저같은 사람을 선택하셨는지요?”
“사실 앞의 두 명의 선발자들은 정말 고르고 고른 사람들이라 할 수 있지. 머리, 체력 양면에서 뛰어난 수재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지. 그들도 자신을 컨트롤 하기에는 모자랐다네. 그래서 어차피 수재에서 골라봐야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리로 나갈 생각을 했고 그 첫번째 선택자가 자네네.”
이리저리 말을 돌려서 했지만 결국은 그냥 뽑기에 뽑혔다는 얘기였다. 왠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그 위험한 임무라는 건 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사람이 두 명씩이나 죽었는지 궁금했다.
“별일 아니네. 그냥 내 저택에서 살기만 하면 되네.”
“...”
황당한 생각이 들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살기만 하면 된다니...
“그렇게 단순한 일이라는 말입니까? 혹시 그 집에서 귀신이 나오거나 그런겁니까?”
“하하하!”
나의 얘기가 우스웠는지 노인은 갑자기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전혀! 좀 오래된 집이긴 하지만 귀신이랑은 전혀 상관없네. 오히려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차 있지.”
“그렇다면 위험하다는 건 뭡니까?”“그 얘기를 하자면 먼저 내 몸 상태부터 얘기해야겠군.”
“...”
“자네가 보기에 내가 어떻게 보이나?”
“굉장히 돈이 많아 보이고 젊었을 적에 엄청난 미남이셨겠는데요.”
“하하하! 칭찬 고맙구만. 커흠...내 부친께서는 노비셨네. 당연히 나도 노비의 아들이었으니 노비였지. 일제 강점기였으니 이런 저런 일이 있었고 노비에서 해방되신 아버지는 이재에 밣으셔서 돈을 많이 버셨네. 그걸 밑천으로 나는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며 돈을 벌어왔지. 내 자신의 태생적 한계때문에 어두운 곳을 전전했기때문에 세상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자금으로 따지자면 한국에서 나보다 돈이 많은 인간은 없다고 자부하네.”
노인의 얼굴에서는 굉장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보였다.
“한때는 세상의 모든 것이 내 손아귀에 있는 줄 알았지. 하지만 역시 신은 공평하셨지.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만은 가지지 못했지.”
“...”
“그게 뭔지 알겠나?”
“모르겠습니다.”
언뜻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지만 설마 그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모른다고 대답해버렸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거지.”
노인은 아까전의 자신감에 찬 표정은 간데없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나 그것이었다.
“30살이전까지 나는 여러 여자들과 관계를 가졌지. 돈과 힘이 있으니 여자들이란 마치 공기처럼 원하기만 하면 가질수 있었지. 그런데 30살이 넘어가면서 이상하게 발기가 되지를 않았네. 용하다는 의원은 다 만나봤고 몸에 좋다는 물건은 다 먹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네. 그래서 한때는 술에 찌들어 살았었지만 더욱 재물에 집착을 하게 됐지.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여자들에 대한 수집욕이 다시 생기더군. 그래서 이리저리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불러들였지. 그리고 내몸이 이렇지만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더군. 그리고 집을 관리할 관리인도 필요했고.”
“그렇다면...”
“그렇네. 관리인으로 뽑힌 2명이 성욕을 주체못하고 복상사하고 만거지. 두 번째 관리인에게는 엄중히 경고를 했음에도 소용이 없었지.”
“휴우~~~. 그러면 관리인 겸...”
“이제 감이 잡히나보군.”
‘감이야 아까 전에 왔다. 이 노인네야!’
역시 어제의 예감이 맞았다. 이 노인은 변태였다. 진짜 변태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네.”
‘컥!’
노인의 눈은 다시 내 머리를 꿰뚫을 듯이 예리한 빛을 띠었다. 그리고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 자네가 내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그냥 도나 닦으러 들어가겠나?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란 자른다고 잘라지는게 아니네. 나도 왜 갑자기 이 나이에 성욕이 끊어오르는지 모르겠네. 어쩌면 요즘 너무 한가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자네에게는 이게 엄청난 기회가 될것이네.”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조건이 엄청났지만 두 명이나 죽었다는걸 생각하니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일생동안 없던 운이 갑자기 생겨난 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서 더 두려웠다.
‘흠...여자들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였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여자들의 몸에 그렇게 집착하지는 않았든듯하다. 정숙이와도 관계를 가지긴 했지만 그건 정숙이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
30분 동안 생각을 해보고 결국은 내 자신에게 배팅을 하기로 했다. 언뜻 잠시 쳐다보니 내가 생각을 하는 동안 노인은 술을 마시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이 자신의 예정대로 될 것을 아는 것처럼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수락하겠습니다. 언제부터 시작하면 되죠.”
“잘 생각했네. 주변을 정리하고 준비할 시간도 있어야 하니 일주일의 시간을 주지. 하지만 계약의 번복은 없었으면 하네. 동팔아! 계약서 가져와라.”
언제 준비했는지 동팔은 계약서를 가지고 노인의 뒤에 서 있다가 나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에는 이제까지 노인이 말한 사항들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계약조건은 이 호텔의 소유권이었다. 몇 장의 서류에 서명을 하고서야 계약은 끝이났다.
“자 마지막으로 자네와의 계약을 축하하며 한잔하지.”
“예.”
“우리의 계약과 자네의 무사를 빌며.”
쨍!
노인은 재수없는 소리를 하며 건배를 했다. ‘무사를 빌며’라니 무슨 죽을 곳에 가는 것 같잖은가.
“그리고 이건 일주일간 준비할 것이 있을테니 선수금으로 주겠네.”
노인은 동팔에게서 봉투를 받아서 건네줬다. 얼마의 돈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두툼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그럼 일주일 후에 보지.”
이렇게 계약을 마무리하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글이 좀 늦었네요. 다음 편부터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됩니다. 이 노인은 굉장히 많은 비밀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차차 비밀이 밣혀 지겠죠. 그런데 다음편부터 야한 장면을 쓰야하는데 ㅜ ㅜ...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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