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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 음학의 함정-제6장 음학에 미치는 여교사 (1) 표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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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음학에 미치는 여교사


 


 


 


1.표변


그 눈동자에는 무서울만큼 냉철한 빛이 떠올라있었다. 미호는 움츠려든 것처럼 몸을 고쳐잡고 그 눈동자의 주인에게 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어머, 못 들었어요? 그럼 한번 더 말할께요.」


대답하는 말 속에는 기분나쁜 그림자……악의가 가득 차 있었다.


「지금 섹스하는 것을 보여달라는 부탁하는거에요.」


입가에 조롱하는 냉소를 띄우면서 유우키는 조용히 말했다.


「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하는데요.」


미호의 말을 도중에 끊고 유우키가 말했다. 미호는 공포심으로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유우키였다. 얇은 핑크색 셔츠에 청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침대에 앉아있다. 하지만 미호가 알고있는 유우키와는 전혀 딴사람같았다.


얼음같이 차가운 고압적 시선. 입술에 붙은 경멸하는듯한  미소.


미호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유우키의 표정이 거기 있었다. 사람은 짧은 시간에 이렇게도 변하는 것일까? 미호는 마음속에서 솟구쳐 오는 공포에 떨렸다.


(왜…왜 이런 일이……)


가벼운 현기증에 휘청하면서 머리 한쪽 구석에서 기억의 실을 끌어당겼다.


료스케와의 일을 유우키에게 보여진 것은 그저께의 일이었다. 쇼크를 받은 유우키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그 자리로부터 달아나버렸다. 미호는 당황해서 료스케를 밀어버리고 쫓아가보았지만 유우키를 찾을 수 없었다. 농구부의 고문을 맡고있는 교사를 찾아가서 물어 보았는데, 그 날은 무단으로 연습에 불참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일 한번도 없었는데 ……」


키가 큰 중년 교사의 말을 미호는 심한 자기혐오와 함께 듣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다음날 , 유우키는 학교를 결석했다. 무리도 아닌게 그런 장면을 목격해 버린 것이다. 정신적으로 충격받는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호는 유우키를 위해 뭘 해야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볼까…? 료스케와의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어떤 말도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을테고…유우키를 이해시킬 수 없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방치해야하나……? 그것도 미호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상처받은 학생을 그냥 방치하는 일은 절대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상처를 입혀놓고 잘도 그런 생각하는구나……)


또 다른 자신이 중얼거렸다. 씁쓸한 생각이 마음 속에 퍼져갔다. 그렇다. 유우키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은 다름아닌 미호 자신인 것이다. 그 엄연한 사실이 미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채 하루를 보내 버렸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 평소 습관처럼 자동응답전화에 녹음된 메세지를 재생하자 거기에는 놀랍게도 유우키의 메시지가 녹음되어 있었다.


「선생님, 부탁이 있는데요. 내일은 토요일이라 학교 쉬시지요? 오후1시에 저희 집에 오실수 있겠어요? 선생님이라면……꼭 와주세요.」


생각보다 씩씩한 음성에 미호는 일단 마음이 놓였다. 말을 들어보니 어둡게 가라앉아 있거나 깊이 상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설마 유우키가 만나고 싶다고 말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미호의 마음은 이미 결정되었다. 아마……아니, 틀림없이 그 일 때문일 것이다. 사실대로 일의 전후를 설명하자. 그런다고 유우키가 납득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법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미호는 지금 유우키의 방에 있다. 바닥에 방석을 깔고앉아 침대에 앉은 유우키와 서로 마주 보고있다. 유우키의 방은 보통 여자아이의 방과는 조금 차이가 났다. 봉제인형이나 소품같은 장식품들은 거의 없었고, 방 자체가 심플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책장에 가득한 책들은 만화가 아니라 미스터리 종류의 책 같았다. 책 표지에는 부분에 「살인」이나 「범죄」라고하는 뒤숭숭한 문자가 줄지어 있었다.


유우키가 앉아있는 침대에는 역시 여자아이같지 않은 얇은 블루 시트와 같은 계열의 이불……만약 벽에 교복이 걸려있지 않았으면 사내아이 방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미호에게는 방을 차분히 관찰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지금은 유우키로부터 섹스하는 것을 보여달라는 상상도 못했던 요구를 들은 것이다.


「그런 일…할 수 없어…」


「으~응, 그래요……학교에서는 남학생과 그러면서…」


유우키의 말에 미호는 당황했다.


「아, 아니 그건……아니야… 그것과는 달라…」


「뭐가 다르다는 거지요?」


정중하지만 무섭고 차가운 어조로 유우키가 되물었다.


「그 때… 그건……료스케가……억지로……」


「아하, 선생님은 그렇군요. 억지로라도 요구하면 그렇게 하시는 것이군요.」


「그, 그것은……」


미호는 말이 막혔다. 재빠르게 유우키가 말했다.


「그렇다면 제 부탁도 들어주셔야지요.」


「아니야, 안 돼… 그건……안 돼…」


「그럼……알았어요」


유우키는 뜻밖에도 시원스럽게 물러났다. 미호는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우키의 눈 앞에서 섹스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안도하는 미호를 향해 유우키는 찬물을 끼얹듯이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선생님과 료스케의 관계를 모두에게 말해야겠네요.」


「응?」


미호는 한순간에 표정이 얼어붙었다.


「범죄인거야… 음란죄는……」


「아……」


비명을 닮은 절망적인 한숨이 입술을 가르며 흘러넘쳤다. 유우키는 침대에서 일어서 방석 위에 정좌하고 있는 미호의 옆에 주저앉아 그 귓전에 얼굴을 대고 속삭였다.


「모두들 뭐라고 할까요? 음행교사…아니면 음란 교사? 어쩌면 제자에게 성의 가르침을 준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칭찬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만……」


미호는 유우키로부터 피하듯이 얼굴을 돌렸다.


「신문사나…방송국에서도 올까요? 학교도 큰 일 나겠네요. 여태까지 명문학교로 불리고 있었는데 전대미문의 불상사가 발생했으니…」


유우키는 미호의 몸에 달라붙어서 더욱 더 끈질기게 귓전에 속삭여왔다.


「제발…부탁이야, 이제…그만…」


미호는 괴로움에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유우키는 공격을 전혀 늦추지않았다.


「온 마을에 큰소란이 나겠군요. 아마 모두 그 이야기를 화제로 삼겠지요?」


「선생님, 뭐라고 변명할거에요? 억지로 학생에게 습격당했다고 말할 생각이에요?」


마치 미호의 귀 안쪽에 화살을 쏘아대듯이 계속 말을 퍼부었다. 끊임없는 유우키의 고문에 미호는 마침내 자포자기하는 말을 해 버렸다.


…말하는 대로…할테니까……부탁이야, 이제 그만 해……」


스러질 것 같은 가냘픈 소리로 고했다.


「그래요…」


유우키는 만족스럽게 끄덕이며 미호로부터 몸을 떼어 일어섰다.


「그래주신다니 기뻐요.」


말 자체는 상냥했지만 거기에는 미호를 업신여기는 뉘앙스가 분명하게 담겨있었다.


(경멸하고 있다……)


미호는 생각했다. 하지만 경멸받아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장면을 들켜 버린 것이다. 유우키는 조금 떨어져서 미호의 몸을 빤히 바라보았다. 미호는 흰 바탕에 검은 체크가 들어간 셔츠 타입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은 청초한 매력에 흘러넘쳐 이 사람이 정말 학생과 음행에 빠진 여교사일까하고 의심될 정도였다. 목덜미에 감도는 슬픔이 순수해보이면서도 희미한 성적 매력을 발하고 있었다.


유우키는 그런 미호의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마음 속에 가학적인 욕망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청초하고 아름다운 여자를 괴롭혀 보고싶다. 마음껏 더럽혀 보고싶다……


그것은 유우키 자신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감정이었다. 그런 욕망이 자기 안에 잠자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지금까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유우키는 문득 생각했다. 그 날 체육관 뒤의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해버린 쇼크로 뭔가 내 안에 스윗치가 켜졌는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분노나 미움같은 감정은 솟아오르지 않았다. 단지 마음 속에 있는 것은 뜨겁게 끓어오르는 검은 욕망뿐…… 유우키는 솟구치는 이상한 감정에 자극받아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자, 선생님. 침대에 앉으세요.」


미호는 유우키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않고 느릿느릿 일어나 침대로 향했다.


(어째서 이런 일에……)


오늘 몇번했는지도 모를 대사를 마음 속에 중얼거리면서 침대에 앉았다. 머릿속은 완전히 패닉상태였다. 이래도 좋은 걸까? 뭔가 다른 길은 없는걸까? 냉정하게 생각하려하지만 유우키에게 상처주었다는 후회, 전혀 예기치 못했던 무서운 요구로 인한 쇼크, 그리고 평상시와 전혀 다른 유우키의 태도가 머리 안을 혼란시키고 있었다. 유우키는 미호의 눈 앞에 서서 의외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자, 그럼 벗을까요, 선생님」


「응? 아…그……」


미호가 주저하며 머뭇거리자 유우키는 마루에 무릎꿇고 앉아 미호의 가슴에 손을 뻗어왔다.


「앗…무슨……」


반사적으로 양 팔을 가슴앞에 교차시키며 방어했다. 하지만 유우키는 막고있는 미호의 팔에 손을 대고 기분나쁠정도로 상냥하게 속삭였다.


「좋아요, 내가 벗겨 드릴께요. 자, 손을 치우세요.」


순진하게 웃는 그 얼굴의 안쪽에는 흉악한 본모습이 들여다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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