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2화. [언밸런스한 키스를 하고 싶어] 7장
7 귀로
「배 위에서, 밥 먹고 싶었어」
수학 여행 3일째의 일정 중에서, 메인은 역시 이거였다. 여객선
을 타고, 아카시 해협 대교를 보면서 중화 바이킹 요리.
「기념품으로 모자이크 사려고 했는데」
그 배가 닿는 코베 하버랜드의 쇼핑몰.
「중화가-이인관-」
오후부터는, 산노미야에 갈 예정이었다.
「-에 정마알 - 이타미 공항- 비행기 타고 싶었는데―」
3박4일의 마지막 날은, 오사카의 USJ(역주 -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미국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놀이시설의 일본판)에서 3시
까지 자유 행동. 갈 때는 신간선, 귀가는 이타미에서 하네다까지
비행기로 할 예정이었다. 비행기를 탄 적이 없는 카스미는,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링겔을 맞은 덕분인지, 차분히 잘 수 있었던 때문인지. 아마 정
신적으로 안정되었기 때문이겠지만, 이튿날 아침 카스미는 거의 완
쾌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호선생님 시오노는, 신중하게
예정을 중지하고 돌아가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아침, 숙소로 돌
아온 후, 괜찮으니까 가고 싶다고 말한 카스미에게, 반의 여자들도
자기들이 조심하고 무리를 시키지 않고 싶다고 말해 주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오히려 방해가 되어 버리는 게 싫어서, 카스
미는 폐를 끼쳐서 미안해, 내 몫까지 즐기고 와, 하고 가고 싶은
기분을 누르고 생각과는 반대로 말해 버렸다.
틀림없이 시오노가 함께 돌아가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상태 나쁜 아이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말 때문에, 어쩌다 보니 이나
리가 데리고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A반은 학년 주임이 담당하는
것 같다.
면목 없이 버스에 탑승하는 클래스메이트를 전송하고 나니, 남은
두 사람은,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전철을 타고 교토역까지 간 후.
거기서 신간선을 타고 돌아가야만 했다.
「알았으니까, 다음에 같이 가자」
나라에서 교토로 향하는 재래선 안에서도, 교토 역에 도착하고
나서도, 투덜투덜 카스미가 중얼거리는데, 조금 진절머리 난 모습
으로,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지만 쓸데없이 무거운 카스미의 스포
츠 백을 다시 메며, 이나리가 답했다.
「다음이면 언제? 여름 방학?」
「…그 때 밖에 갈 시간이 없잖아」
고개를 숙인 채 쓸쓸히 걷고 있던 카스미가, 상기된 얼굴로 이나
리를 올려본다.
「정말! 나 교토도 다시 한번 돌고 싶어!」
「예 예」
「트럭 열차를 타고, 호즈 강도 내려가고, 인력거도 타고 싶어. 미
소라 히바리 기념관 가보고 싶어. 오르골 박물관도. 고베에선, 콘
체르트와 하버랜드! 하루 종일 USJ!」
「예이 예이」
뭣 보다도 돈이 드는 곳만을 카스미가 말한다. 학급위원을 하고
있는 카스미는, 동시에 수학 여행 위원도 하고 있었기에, 동급생들
이 선택할지도 모르는 동경 - 오사카 - 고베 선의 관광 명소는, 거
의 모두 머릿속에 들어가 있었다. 가고 싶어도 예산과 시간의 관계
상 울면서 각하한 계획은 토해 버릴 만큼 많다. 그 중에 제일 예산
이 비싼 코스만 말한다. 도대체 얼마나 드는 걸까…
무슨 말을 해도 예예 하는 이나리 때문에 기운이 난 카스미가 가
고 싶은 곳을 자꾸자꾸 말했다.
「새롭게 생기는 디즈니 시 !」
「예이 예…어 잠깐만. 그건 전혀 별개 코스잖아」
「자 그건 크리스마스」
「………예 예」
생긋 웃는 모습을 보자, 싫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이나리가 건성
으로 승낙했다.
「京懷石食 먹고 싶어. 유바(역주 - 湯葉 : 간 콩을 끓일때 떠오르
는 거품과 표면에 엉기는 것을 떠서 말린 것. 튀겨먹거나 다른 재
료를 싸서 먹는다)! 탕두부(역주 - 湯豆腐: 교토의 명물 음식)
!」
「여름에 가자고?」
「안돼요?」
「아니. 좋은 데로 가줄 테니까, 계획은 맡겼다」
「응- 탕두부는 그만두고, 카모가와의 요리는요?」
간신히 가게가 열리기 시작한 교토 역 지하상가를 발걸음도 가볍
게 기쁜 듯이 앞을 가는 카스미가 뒤로 돌아보며, 이나리에게 물었
다.
「그러니까 맡긴다니까」
교토라면, 그 유명한 금각사마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는 이
나리는, 불필요한 참견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선생님, 가고 싶지 않아요?」
바로 조금 전까지 빛나면서 빙글빙글 움직이고 있던 눈동자가,
단번에 외로운 빛을 띤다.
「그게 아니라…나는 교토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 그러니까 마음대
로 하면 좋다는 말이야」
탁탁 머리를 어루만지자, 카스미가 놀라는 사이 이나리가 카스미
의 손을 잡았다.
반보 앞을 걷는 이나리를 올려보자, 표정은 안보여도, 귀가 붉게
물든 거 같았다.
「응」
조금 보폭이 넓은 이나리에게 카스미가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이런 식으로 손을 잡는 것은, 처음이다.
그대로 이나리가 쿄토 이세궁 방향으로 갔다.
잠시 말없는 채로 걷다, 이나리가 갑자기 발을 멈추었다.
「와」
멈추지 못하고, 카스미가 이나리에 돌진해, 왜? (와)과 말에 올
려보았다.
「저기, 저거」
윈도우에 장식된, 원피스의 빨강이 눈에 들어온다.
노 슬리브에, 가슴 위가 살짝 파인 조금 어른스러운, 꽤 비싸 보
이는, 브랜드 제 원피스가 있었다.
「보고 있었지. 저 옷」
확실히, 첫 날 카스미는 잠시 이 윈도우 앞에서 멈추어 버렸다.
뇌리에 각인될 정도로 예쁜 빨강. 이 정도 예쁘고 어른스러운 옷을
입으면, 좀 더 이나리의 옆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째서 알아요?」
「보고 있었으니까」
너를, 이라고 뒤이어 말하듯이, 이나리가 카스미를 본다.
「입어 볼래?」
「괜찮아요?」
화악 표정이 밝아진다. 우연히 말을 들은 점원이, 반짝반짝 빛나
는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으므로 이나리가 카스미의 등을 밀었
다.
「입어 봐」
「응」
카스미가 뛰어들듯 가게 안에 들어가니, 점원에 뭔가 이야기하고
있다. 윈도우에 있던 옷을 들고 카스미가 탈의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이나리는 짐을 발밑에 두고 윈도우에 기대었다.
「선생님, 봐요 봐요」
카스미가 탈의실에서 로켓처럼 튀어나와, 이나리의 앞에서 휙 한
바퀴 돌았다. 교복을 입고 조끼를 입으면 숨겨지는 몸의 라인이 날
카롭게 드러나는, 분명하게 옷이 입는 인간을 선택하는 타입의 그
옷은, 주문한 것처럼 딱 맞았다 .
「어울린다 어울려. 그러고 보니 사복 스커트 입은 모습 보는 건
처음이군」
「그렇던가?」
어울린다고 듣자 카스미가 기쁜 듯이 웃고 있다.
「사 줄게」
「예?」
「어차피니까 그대로 입고 돌아갈까?」
「괜찮아요?」
「싫다면 나야 좋지만?」
「싫지 않아요!」
달려드는 듯한 기세로, 이나리의 목에 카스미가 매달렸다.
「그러면, 입고 있으시던 정장은 봉투에 넣어 드립니까?」
어느새 있었는지, 근처에 선 점원에 그렇게 말하자, 재차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은 카스미가 이나리로부터 손을 벗겨내
고는 떨어졌다.
교복, 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거기다 평일의 이 시간에 교복
입은 소녀가 남자와 걷고 있는데, 불필요한 잔소리는 하지 않는다.
썩어도 일류 브랜드의 간판을 매달고 있다. 어떤 손님이라도 손님,
이라고 하는 점원의 대응은 차라리 시원해 보였다.
「태그를 잘라내야 되니까, 이쪽으로」
「아, 예」
붉어진 얼굴을 숙이고는, 비슷한 연배의 점원을 뒤따라 걷는 카
스미를, 점원들이 귀여운 것이라도 보듯이 웃고 있다.
「지불, 뭘로 하시겠습니까?」
「예, 카드, 사용할 수 있죠?」
「할부입니까?」
「일괄로」
지불을 끝마치는 이나리의 뒤에서, 다른 점원이 레지의 점원에게
얘기했다.
「놀랐어~ 정말. 그 사이즈, 입을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라고 생
각했는데」
「응?」
이나리가 바보같은 소리를 내자, 두 명의 젊은 점원이 동시에 이
나리를 봤다.
「그 옷은 디스플레이 용으로 허리 사이즈가 잡힌 거예요」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카드를 받은 후, 태그를 뗀 산지 얼마 안된 원피스를 입은 카스
미를 본다. 확실히, 정말 허리가 가는 거 같다.
「………살빠진 거냐?」
「응, 아마」
자신의 허리에 손을 대고 카스미가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교복
의 스커트가 확실히 헐렁헐렁 했다.
「좀 더 살좀 쪄라. 안 그러면 정말 부러져 버리겠다」
교복이 담긴 브랜드의 봉투를 건네 받았다.
「괜찮아요. 근래 세달 동안 좀 살이 쪘으니까, 원래대로 돌아갔을
뿐이에요」
「점심은 고기다, 고기」
「에- 좀 더 시원한 게 좋은데」
어쩐지 터무니없이 부러운 것을 보는 것 같은 눈을 한 점원들에
게, 감사합니다 하는 말을 들으며 가게를 나오자, 이번엔 카스미가
이나리의 팔을 잡았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먹고 싶다면 괜찮아요」
「그러면 「가쯔쿠라」의 돈까스」
「역시 고기……그것보다 , 선생님, 미사에씨가 부탁한 거, 보냈
어?」
「안 보냈다」
어째서 내가, 라고 얼굴에 써 있다.
기본이 자유 수학 여행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대부분 모이는 장
소에 배치된다. 이나리는, 이동이 적기 때문에, 쭉 교토역 부근의
담당을 하고 있었다. 별로 4가 까지라면 이동해도 상관없었지만,
귀찮아서 이세궁과 프랏트 킨테츠 사이를 빈둥거리고 있었던 것이
다.
「조금 전 지난 지하도에, 있었어, 토라야. 모처럼이니까 사서 돌
아가요? 용돈 많이 받았으니, 내가 돈 내면 되니까」
「네가 돈 내느니 내가 사고 만다」
카스미에게 사게 한 일이 발각되면, 절대 미사에에게 살해당한
다.
「뭐 우선, 밥 먹고 나서」
두 사람 모두 아침 식사를 못했다. 역에서 산 커피와 쥬스로 위
를 속이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말하며 이나리는, 엘리베이터로 카스미를 밀어넣었다. 평
일 개점 직후 백화점의 자동 운행 엘리베이터에는 아무도 타고 있
지 않았다.
「선생님 선생님」
「응?」
이름을 불리며, 잡힌 팔을 끌린 이나리가 아무 저항도 없이 움직
이자, 뺨에 가볍게 닿은 것은, 카스미의 입술이었다.
「옷과 여행의 답례」
그렇게 말한 카스미에게, 이나리가 또 쓴웃음을 지었다.
「그거, 비싼 키스군」
이나리가 갑자기 카스미의 목을 감싸고, 턱을 잡았다.
「거스름돈이다」
키스를 한 것과 동시에, 문이 열려, 올라타려고 한 누군가가
「아」하고 소리를 내며 물러섰다. 그대로 아무도 싣지 않은 채 문
이 닫혔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좁은 실내에 카스미의 비명이 울렸다.
2001.11.18=fin.
[여담]
겨우 한 화를 끝냈습니다. 저기 나오는 지명이나 음식이 뭔지 찾는
다고 일본 웹까지 검색하는 지랄을 떨었습니다. 하여간 이렇게 한
화 나마 끝내니 시원합니다.
다음 화를 손댈지 안 손댈지는 모르겠습니다. 충동적으로 하는 거니.
밀크 앤젤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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