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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인형 제조 회사 -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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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결말........ 그리고


"우와앗!"

남자의 목소리가 절규했다.

"하악!"
"키츠네님!"

그 갑작스런 사건에 크라운은 깜짝 놀라 기겁했고, 요우코는 키츠네군의 앞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키츠네군은...... 눈앞에서 유사쿠의 손바닥을 관통하고 있는 일본도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오차도 없이 자신의 배를 목표로 찔러오던 일본도를, 옆에서 끼어들어온 손바닥이 억지로 받아내고, 스스로의 손바닥을 관통시켜 코스를 바꾸었던 것이였다.

"네, 네 놈! 방해다, 비켜! 방해다!"

하타노는 부활한 대마신같은 모습으로 유사쿠를 노려보더니, 가차없이 걷어차며 일본칼을 손바닥에서 뽑았다.

"아아아아아!"

유사쿠는 찔렸을 때보다 배는 더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잔다위를 굴렀다.
그러나 하타노는 그런 유사쿠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눈 앞의 키츠네군에게만 저주를 담은 시선을 보냈다.

"키츠네-! 네 놈만은 죽인다! 나의, 나의 요우코를 빼앗고!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고! 나와라! 여자의 뒤에 숨어있지 말고 여기로 나와! 무릎을 꿇고 빌어봐라!"

피로 물든 일본도를 요우코와 그 등뒤의 키츠네군에게 향하면서, 하타노는 처철한 미소를 떠올렸다.

"헤헤헤, 어떻게 된거지? 조금 전처럼 중지 워드를 말해보면 어때? 뭐, 끝까지 말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하타노는 턱으로 옆을 가리켰다.
그 쪽을 본 요우코와 키츠네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거기에는 가슴에서 권총을 꺼내, 2명을 노리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카오리의 모습이 있었다.

"하! 형세 역전... 이라는 거다, 키츠네. 어때? 인형이 된 남자에게 복수당하는 기분은?"

하타노는 도망치던 이후, 처음으로 충실감을 마음껏 맛보고 있었다.

그러나.........

"적당히 해둬요. 키츠네님에게 실례예요. 실력으로 상대가 안되니까 질투하고 있는 거군요. 보기 흉하네요."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하타노의 고양감을 단번에 박살냈다.

"뭐! 무, 무, 무슨 소릴. 네, 네 년, 인형 주제. 너, 이 녀석이 팔아넘겼다고! 이 키츠네가 너를 팔아넘긴거라고! 알고 있는 거냐!"

하타노는 얼굴을 붉히며 요우코에게 고함쳤지만, 그런 것에 동요할 요우코가 아니었다.
바보취급하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당연한 소리를 하는 군요. 저는 키츠네님의 인형인걸요. 키츠네님의 뜻대로 움직이는. 아, 물론, 렌도 그 점은 같아요. 그 사람의 유일한 주인은 키츠네님인걸요. 어딘가의 비겁자가 판 함정에서부터 결사적으로 주인님을 구했어요."

요우코의 입에서부터 렌의 이름이 나온 순간, 하타노는 격앙했다.

"네, 네 놈이! 부셔버리고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 인형 주제에! 거짓 감정을 심어진 일도 모르는 거냐!"

하타노가 말한 그 말에 요우코는 한순간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지만, 이윽고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푹- 하고 웃었다.

"싫다, 이 사람. 정말로 키츠네님과 같은 마인드 서커스의 사람이었습니까?"

요우코가 뒤에 있는 키츠네군을 보면서 물었다.
그런 요우코에게 키츠네군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 결국 이 정도의 사람이니까."

키츠네군의 이 아무렇지도 않은 한 마디가 하타노에게서 인내심을 빼앗았다.
마인드 서커스 일때 안고 있던 열등감이 단번에 폭발했던 것이였다.
머리카락으로 피가 뿜어져 나올 것처럼, 얼굴을 붉히고, 그 충혈된 눈으로 키츠네군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죽여버리겠어....... 너를...... 죽여버리겠어...... 렌에게 잘게 자른 너의 머리를 보내주겠다!"

하타노는 모든 것을 잊은 듯이 일본도를 치켜들었다. 요우코와 그 뒤에 숨어있는 키츠네군을 베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권총을 손에 든 카오리도 지금은 아마추어라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서, 2명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2명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수 없는 것인지,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조용한 시선으로 하타노의 광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깜짝 놀라 기급하던 크라운이 무심코 눈을 동그랗게 뜬 순간,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

"죽인다! 너를, 너를, 너를! 죽여버리겠어-!"

마치 그 외침을 기다린 것처럼 카오리의 팔에 누군가의 팔이 달라붙었다.

"무슨!"

카오리가 무슨 일이 생겼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강렬한 통증이 팔꿈치에 작렬해, 일순간 손의 감각이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잔디위에 쓰러졌다.
그러나, 계속해서 덮쳐오는 아픔은, 지금까지와 비교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으아아아악!"

카오리의 팔을 꺽고 있는 것은 유사쿠였다.
오른 손의 상처를 아랑곳하지 않고, 권총을 가진 오른 손에 달려들어, 그것을 떨궈내고, 그대로 팔을 꺽으며 십자굳히기에 들어갔던 것이였다.

그리고 유사쿠의 움직임을 시야에 넣고 있으면서, 마치 싱크로 하듯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요우코였다.
하타노의 빈틈을 발견하자, 완만하게 춤추는 듯한 발걸음으로 움직였던 것이였다.
그러나 요우코에게 하타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일본도를 휘둘렀다.

피할 수 없는 거리, 그리고 타이밍......

그러나 하타노는 그 순간, 기묘한 감각을 맛보았다.
휘두르는 칼, 그러나 눈 앞에 있어야할 요우코의 머리에 그 칼날이 닿지 않았던 것이였다.
완만하게 자세를 바꾸며 피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움직임을 자신의 칼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

하타노는 시야안에서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요우코를 목표로 혼신의 힘을 다해 칼을 휘둘렀던 것이었다.
붕- 하는 소리를 내며 하타노의 일본도는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그 궤적안에 요우코는 없었다.
그리고 허공을 벤 반응에 몸의 자세가 흐트러진 그 순간, 불타는 것 같은 통증이 칼을 꽉 쥐고 있는 오른손에서 느껴졌다.

"무슨!"

반사적으로 스스로의 손에 시선을 향한 하타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비명을 질렀다.

"히이이이익-! 아파, 아파, 아파아아아아아-!!"

일순간에, 하타노의 손에는 작은 나이프가 꽂혀있었던 것이였다.
하타노는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지면을 굴렀다.
그러나 몸 속에서 불타는 복수심은 아직 쇠약해지지 않았었다.
이윽고 스스로의 왼손으로 오른손목을 잡고서, 발작하듯이 외쳤다.

"카오리! 공격해라, 쏴라! 쏘라고, 쏴서 죽여라-!!"

그러나 그 명령에 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카오리 어째서? 카오리........?"

하타노는 그제서야 간신히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통증으로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떴다.

그러자 그 시야에 나타난 사람은.....

잔디에 쓰러져 팔이 꺽여, 괴로워하고 있는 카오리, 바로 곁에서 그런 하타노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는 요우코, 그리고 키츠네군은 떨어져있는 권총을 줍고 있었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도대체 왜 한순간으로, 이렇게 역전되어 버린 것인가.............

하타노는 믿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키츠네군은 주운 권총을 진기하다는 듯이 살펴보고 있었다.

"우와...... 진짜는 처음 만져봐요. 어쩐지 사용해보고 싶네요. 조금 시험해볼까요?"

그렇게 말하며 오른 손에 쥔 권총을 하타노에게 겨누고 싱긋 웃었던 것이였다.
하타노는 권총의 총구를 보며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그럼에도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힘껏 조롱했다.

"쏴봐, 쏴봐! 쏴보라고! 쏴보라고! 이 겁쟁이! 그것은 너같은 녀석이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냐!"

키츠네군은 하타노의 도발에 빙긋 웃으면서, 팔을 뻗어 손가락 끝에 힘을 모아갔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하타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그 표정을 보고 있던 키츠네군은,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힘을 집중하고 있던 손가락끝에 망설임이 생겼다.
그리고 확실히 그 순간이었다........

"안돼-! 안돼요!"

키츠네군의 뒤에서 절규가 들려온 것이었다.
뒤돌아 볼 필요도 없었다.
자신의 인형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절규의 의미 또한 키츠네군에게 있어서는 확실했다.

"과연...... 그런 것인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가, 그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살짝 뒤를 돌아봐, 입구에 서있는 미키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다시 하타노에게 시선을 향했을 때, 지금까지의 태도가 연기였던 것처럼 키츠네군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나쳤군요. 당신이 있을 곳은 분명히 있었는데...... 그렇지만, 이만 끝내죠. 제가 막을 내립니다."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고 하타노를 향해서 들고 있던 팔을 내린 뒤, 가지고 있던 권총을 하타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다.

주위에서 2명의 대결을 보고 있던 사람은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권총의 궤적을 쫓고 있었다.



*



"그렇지만, 이만 끝내죠. 제가 막을 내립니다."

리무진의 스피커에서 키츠네군의 목소리가 선명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오코는 눈을 빛냈다.

"자-, 이제 클라이막스다. 타시로, 마이크. 카가, 출발이예요. 준비하세요."

나오코는 리무진 시트에 여유있게 앉아, 키츠네군들의 이야기에 귀를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였다.
처음으로 알게 된 마인드 서커스의 실태에 흥미진진한 나오코였지만, 혼란이 정리되자 어부지리를 얻기 위해 움직이리겨 하는 것이었다.

"나오코님, 마이크는 이것입니까?"

변함없이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보디가드 스타일의 타시로라고 불린 남자는, 조수석에서 확성기를 들어보이며 물었다.
나오코는 망설임없이 들고 있던 잡지로 타시로의 얼굴을 쳤다.

"바보냐! 군고구마 팔러 다니는 줄 알아!"

나오코는 뺨을 부풀리며 조수석의 타시로를 노려보았다.

"아, 네, 저,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이것 밖에는......."

"거기 있잖아요! 거기 콘솔에 있는게 마이크잖아요!"

타시로는 당당한 체격을 움츠리며 사과하다가, 나오코의 그 지적에 놀란 것처러 눈을 크게 떴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아직 조정을 해놓지 않아서............"

"무슨 소리예요! 들은 적 없어요! 조정은 괜찮아요. 고작 마이크잖아요. 줘봐요."

그렇게 말하며 나오코는 억지로 마이크를 뺐았다.
그리고 마이크 옆의 스윗치를 올렸다.
그러자 리무진의 트렁크가 좌우로 열리면서 거대한 스피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오코는 뒤를 돌아보고 만족한 미소를 떠올리며, 손안에 들고 있는 리모콘으로 볼륨을 올렸다.

"잠깐만요, 나오코님! 볼륨의 컨트롤이 되어있지 않아요! 그대로면........."

당황해서 외친 타시로였지만, 진지한 표정이 된 나오코에게 눈으로 제지당해, 입을 다물었다.
나오코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의 대화는 중단되어 지금은 자갈을 밟는 발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태가 정리된 것 같았다.

"끝났나. 타시로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놓쳤네. 정말! 이제 어떻게 되든 할 수 밖에 없잖아."

나오코는 그렇게 말하고 마이크의 스윗치를 눌렀다.
그리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외쳤다.

"그러니까....... 프리--즈 마인드!!!!"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리무진의 모든 창문이 찌르르하고 떨리며, 망연해진 나오코의 손이 마이크를 떨어트릴 때까지 음향적 재생작용까지 작용해 일대를 완전히 제압했다.



*


"..........너, 바보냐?"

하타노는 불타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반사적으로 왼손에 든 권총은, 하타노의 손에 묵직한 중량감을 느끼게 했다.

"아무쪼록...... 마음대로 사용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왼손으로는 쏠 수 없는 겁니까?"

키츠네군은 변함없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을 들은 하타노는 어금니를 깨물고, 권총을 겨드랑이에 끼운 뒤, 손등에 박힌 소형 나이프를 왼손으로 단번에 뽑았다.

"크앗! 크으으으으!!"

신음소리와 함께 피가 뿜어져나왔지만, 하타노는 오른 손목을 눌러 필사적으로 지혈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피의 양이 적어지자, 왼손에 들고 있는 나이프로 오른손을 감싸쥐고 있던 테이프를 잘라냈다.
무거운 소리를 내며, 일본도가 자갈길에 떨어졌다.

"이, 이것으로 준비되었다고, 키츠네. 무슨 착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가 네 무덤이다."

하타노는 그 말과 함께 권총을 양손으로 쥐고 키츠네군에게 총구를 향했다.
그런 하타노의 행동에 요우코가 당황해서 그 앞을 막아서려고 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그것을 손으로 제지하고, 하타노에게 양팔을 벌려 보였다.

"언제라도. 그렇지만..........저부터 시작할께요. 들어주세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한 뒤, 잡담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캔슬, MC타임 메모리."

키츠네군의 독특한 어조로 그 프레이즈를 말한 순간, 하타노의 얼굴이 바뀌었다.

".....봉인 워드!"

하타노는 그렇게 말했지만, 다음 순간 격렬한 현기증에 습격당했다.
뇌 내부에 지렁이가 기어들어와 마음대로 파먹고 있는 것 같은 망상에 붙잡혔다.

"네, 그래요. 당신의 시간을 봉인했습니다. 저와 당신 중 어느 쪽이 먼저 마인드 서커스에 들어왔는지....알고 있습니까?"

키츠네군의 그 질문에 하타노는 눈을 깜빡이다가, 다음 순간 놀람으로 눈을 크게 떴다.

(어째서냐! 키츠네는 후배일텐데..... 그런데.... 그런데 모르겠다! 나는 언제부터 마인드 서커스에 있었지? 키츠네는 언제 온거지?)

하타노는 얼굴 가득히 땀을 흘리며, 망연한 시선으로 허공을 보았다.
하타노를 보고 있던 키츠네군은, 조금의 용서도 없었다.

"캔슬. MC 프레이스 메모리."

하타노가 회복되는 것보다 빨리 다음의 봉인 워드를 말했던 것이었다.

"싫어........ 안돼! 그만둬!"

하타노는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
그리고 이제서야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다시 키츠네군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그 이상 말하지마! 한 마디라도 말하면 쏴 죽인다!"

쫓기고 있는 쥐처럼 하타노는 그 눈동자에 광기를 떠올린 채로 외쳤다.

그러나............

"네. 그러니까 아무쪼록 이라고 말한게 아닙니까. 빨리 공격하지 않으면 말을 다 끝내버립니다만?"

키츠네군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하타노를 재촉했다.
하타노의 얼굴은 상기되었다.
그러나, 하타노의 권총은 양손에 감쌓인 채로, 부들부들 떨릴 뿐 발사되지 않았다.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부탁한다...... 공격하지 않을테니까.......... 이제 사라질테니까........ 놓아줘........ 부탁이다...... 제발."

하타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캔슬. MC퍼슨 메모리."

갑자기 배후에서부터 다른 사람이 그 워드를 말했던 것이었다.
말한 것은 크라운이었다.

"히!"

한순간 하타노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것도 그럴 것이었다.

강렬한 현기증에 습격당해 눈을 감았던 하타노는, 눈을 뜬 순간, 눈 앞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있었다.

자신을 내쫓은 남자, 자신을 타락시킨 남자, 인형들, 그리고 유일한 아군..... 그것이 한순간에 알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뭐야........ 적은 누구야........ 나의 아군은 어느 놈이야? 나는 누구에게 이야기하고 있었지.......)

사람들 사이에서 미아가 된 아이같은 불안함이 하타노를 덮쳤다.
분노를 향해야 할 상대도, 마음을 허락한 동료도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하타노의 손에서부터 권총이 떨어지며 자갈 위에서 무거운 소리를 냈다.

(사라진다...... 나의 모든 것이...... 나의 인생이..... 지워져 버린다..... 지워져버린다!)

지금의 하타노에게는 이미 마인드 서커스에서 보낸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지고 없었다.
약간 남아있는 것은, 마치 옛날 이야기처럼, 장소도 시간도 등장인물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뿐이었다.
인형처럼 팔리는 여자들, 거미집을 치듯 짜는 함정, 그리고 아름다운 여형사를 사랑하던 남자의 이야기........
그 이야기의 어느 등장 인물이 자신인지.... 혹은 들었을 뿐인지.......그것조차도 알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런데도, 그정도만으로도 지금의 하타노에게는 중요한 보물이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나머지 한 마디로 그 마지막 보물마저 사라져버린 다는 것이었다.
문득 깨달으니 왼손에는 아직 소형의 나이프를 들고 있었다.

(이제 누가 적인지 알지 못해. 그러니까........ 이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어!)

하타노는 눈을 감고 귀에다 신경을 집중했다.
주위의 발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운명의 소리가 하타노의 귀에 닿은 것은 확실히 그 순간이었다.

"캔슬......."

그런 소리가 들렸을 때 하타노는 순간적으로 눈을 떴다.

(9시의 방향이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빨리 하타노는 왼손에 쥐고 있던 나이프를 쑥 내밀며, 그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그곳에 서있는 것은 키츠네군이었다.
그러나 거리는 아직 충분했다.
그렇기에 키츠네군은 하타노의 행동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의지를 담아 계속 말했다.

"MC 작업 메모리."

워드가 완성되는 것과 하타노가 나이프를 휘두르려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리고 하타노는 그대로 얼어붙은 것처럼 굳었다.

지금 하타노의 머리 속에서는, 맹렬한 기세로 약간 남아있던 마인드 서커스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었다.
알몸의 여자들과 섹스를 하던 장면이 사라지고, 어두운 욕망에 흥분하던 기억이 사라지고..........

그러나 겨우 몇 초로 끝나는 그 프로그램을, 절대로 방해할 수 없을 그 봉인 워드를, 거기에 있던 누구하나 생각지 못 않았던 목소리가, 갑자기 끼어들어 박살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프리-즈!!! 마인드으으으으으으으!!!!"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키츠네군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마치 야외 콘서트같은 큰 소리의 비밀 워드와 귀를 누르고 싶어지는 음향적 재생작용이 들려온 모퉁이를 기가막힌 것처럼 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



"무! 뭐야, 이 소리는!"

나오코는 양손으로 귀를 누른 채, 앞의 2명에게 외쳤다........그럴 생각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귀도 기잉- 하는 귀울림에, 스스로가 외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물며, 앞자리에서 선글라스를 떨어트리고, 좌석에서 넘어진 것 같은 2명에게 그 소리가 닿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오코는 방금전의 잡지를 다시 손에 들고, 가차없이 모서리 부분으로 운적석의 카가의 머리를 마음껏 두드렸다.
반쯤 기절하고 있던 카가는, 나오코의 그 난폭한 자극에 간신히 깨어난 것 같았다.

"아,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선글라스를 다시 끼고, 뒤를 돌아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나오코도 간신히 귀울림이 멎었기 때문에, 카가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괜찮을리 없잖아! 완전히 비상식적인 물건을 만들어놓고!)

나오코는 내심 화가 많이 났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그래봤자 반도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외쳐봤자 헛수고였다.
그렇게 생각한 나오코는 말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고, 냉정하게 명령했다.

"카가! 시간이 없습니다! 곧바로 출발하세요. 돌입합니다!"

나오코의 그 명령이 카가에게 긴장을 불어넣었다.
느슨해져있던 표정이 단단해졌다.
그리고 앞으로 시선을 향한 뒤, 조수석에서 아직 망연해하는 타시로를 바위같은 주먹으로 정신차리게 만들었다.

"나오코님, 그럼 출발합니다. 꽉 잡아주세요. 조금 흔들릴테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카가는 천천헤 엑셀을 밟아갔다.
특별 주문의 대배기량 엔진이 강렬한 힘을 타이어에 전하고, 폭이 넓은 타이어는 그 힘을 확실히 지면에 전했다.
2톤을 가볍게 상회하는 리무진은, 그 거체에서 상상할 수 없는 민첩함으로 재빠르게 가속해갔다.


PS:후훗. 이제 남은 두 편. 오늘은 이만 자고, 나중에 일어나서 편역(?)한
뒤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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