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번역] 세컨드 레이디 1
소파에 앉아있는 그녀의 마음은 조금 놓이기 시작했다.
백악관 접견실 옐로우 품의 줄무늬 소파 한가운데에 긴장한 채 똑바로 앉아 있다.
그녀의 앞에는 줄잡아 스무 명의 백악관 출입 여기자와 네 명의 남자 기자들이 모두 냉담한 표정으로 간이의자에 앉아 있다.
그녀가 퍼스트 레이디가 된 후 기자회견은 네 번 밖에 가지지 않았다.
드디어 그녀에게 질문이 쏟아지고 그녀는 그러한 질문들을 아주 재치 있고 지혜롭게 잘 넘기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기자회견은 끝이 나고 회견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그녀는 기력이 빠진 채 서 있었다.
일은 다 마쳤다.
시련의 하루가 끝난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원기를 회복한 그녀는 홀로 방을 나와 긴 복도를 지난 다음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이윽고 백악관 서편 건물의 각료실로 찾아 들어갔다. 예상했던 대로 다섯 명의 패거리가 방안에 있었다.
패거리 중 몸집이 가장 큰 뚱뚱보로서 KGB 국장인 이반 페트로브 장군이 벌떡 일어섰다.
“아, 베라 바빌로바!” 하고 외치며 그녀에게 다가가 양쪽 뺨에 키스했다.
“정말로 훌륭했어요. 실수없이 잘 해냈소. 축하해요!”
장군의 뒤에는 쥬크 대령과 그녀의 애인 알렉스 레이진이 서서 축하인사를 했다.
장군은 다시 말했다.
“이제 마지막 연습은 끝난 거요.”
장군은 그녀를 훑어보았다. “준비 다 됐소?”
“됐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좋아요. 우리는 지금 크레믈린으로 가서 수상에게 보고할 거요.”
패거리가 각료실을 떠나자 그녀는 뒤따라 나가 그들이 리무진을 타고 가짜 백악관을 출발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선 채, 열려진 문 밖 저 멀리로 크레믈린의 황금색 둥근 지붕과 뾰족탑들, 그리고 모스크바의 빌딩들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베라 바빌로바는 자신을 향해 미소지었다.
그렇다, 정말 그녀는 준비가 완료되었다.
페트로브의 시선은 탁상 시계에 머물렀다. 자정이 지났다.
그는 흥분이 절정에 달했던 오늘 일을 다시 생각했다.
베라 바빌로바의 마지막 리허설은 예상보다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아주 완벽하지는 않았으며 그저 흉내를 낸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향상되고 있었다. 그녀는 실제로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인 브래드포드의 화신이 된 것이다.
이 일이 성취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세계 역사상 가장 대담무쌍하고 기막힌 간첩 행위가 될 것이다.
불행히도 세계 역사는 이 일을 절대로 모를 것이며 이 일은 군사적 정치적으로 역사상 가장 극비 사건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그는 거의 3년 동안 함께 지내온 수상으로 하여금 처음엔 이 일에 대한 관심과 주저로부터 이제는 신뢰와 조심스러운 열성까지 불러일으키게 한 것이 자랑스러웠다.
3일 후에 이제 수상은 숙명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주저하지 않고 무조건 진행시키느냐, 아니면 계획을 포기하느냐다.
그는 쉽사리 3년 전의 일을 회상할 수 있었으며 3년 전 그 생각이 처음 떠오르던 바로 그날 저녁이 기억났다. 과거의 일이 서서히 떠올랐다.
그가 탄 리무진이 레닌 거리를 지나 우크라인카 극장의 회색 건물 앞을 지날 때였다.
문 저쪽 왼편의 유리 진열장 가까이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갔다.
약간 호기심이 나서 그는 차에서 내려 무슨 일인가 보려고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군중 속을 비비고 들어가 결국 사람들이 둘러서서 보고 있는 한가운데 있는 장본인을 보았다.
젊고 아주 아름다우며 약간 북유럽인 같기도 한, 짧고 옅은 금발머리의 여자가 미소를 띠며 자필 사인을 하고 있었다.
한가지를 제외하곤 흔히 있는 장면이었다.
그 젊은 여자의 얼굴이 낯익은 얼굴이란 것이다.
낯익은 얼굴이긴 한데 누군지를 몰라 어리둥절했으며 잘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그는 곧 군중 속을 빠져나와 일행쪽으로 다시 돌아온 뒤 그녀를 잊어버렸다.
그는 일행과 함께 극장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지금 하고 있는 연극을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 나오는 인물 중에 한 명이 바로 극장 옆에서 본 금발 미녀로서 미국인 여행자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미국인이 아니라 소련 여배우인 것이다.
그는 안내인에게 물어 그녀의 이름을 알아내었다.
그녀의 이름은 베라 바빌로바였다.
그는 무대를 다시 쳐다보고 그녀를 찾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이 어렴풋이 낯익은 이유를 알아냈다.
그녀가 미국인처럼 보인 이유는 매일 책상 위에 배달되는 수많은 미국 잡지와 신문에서 본 어떤 미국 여자와 닮았기 때문이었다.
페트로브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운동을 추적하고 있었다.
민주당 후보 앤드류 브래드포드 상원의원은 매혹적인 젊은 부인을 가졌는데 이름은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하찮은 일을 좋아하는 미국 언론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는 여자였다.
그는 다시 한번 무대를 쳐다보았다. 틀림없다.
그래, 베라 바빌로바, 이 배우는 머리 모양을 제외하곤 미국 대통령 후보의 부인을 속 빼놓은 것이야.
그는 놀랐다.
연극이 끝나고 그는 그녀를 만나러 갔다.
베라 바빌로바는 천천히 일어나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는 그녀를 가까이에서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래, 분명하다. 신비하게도 꼭 닮았다.
“축하하오, 연기가 무척 좋았어요.”
그녀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너무나 영광입니다.”
그는 계속 그녀를 응시하였다.
“실례지만 알고 싶은 것이 있는데 혹시 미국에 가보신 적 있어요?”
“미국에요? 아니, 가 본 적 없는데요.”
“그러시군요. 그러면 혹시 영어는 할 줄 아시나요?”
그들은 소련말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정확한 영어로 대답했다.
“ 아, 예, 장군님, 저는 영어와 불어로 말하고 쓸 줄도 알아요. 사실 전 영어를 미국식으로 말해요.”
페트로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요, 매우 좋습니다. “
그는 지금 자신이 왜 즐거운지를 표헌할 수 없었다.
두 시간 뒤,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의 마음속에서는 베라 바빌로바와 빌리 브래드포드 두 여자가 한 사람으로 부각되었다.
착륙을 위해 안전벨트를 잠그면서 그는 무모한 계획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그날 밤 늦게 집에 도착한 그는 침실로 올라가 옷을 벗으면서 지금까지 생각한 모든 것이 두 달 후인 11월 초에 어떤 일이 일어나 주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것임을 알았다.
두 달 후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다. 앤드류 브래드포드 상원의원이 낙선한다면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만일 그가 당선되어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그의 부인은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련 여배우 베라 바빌로바는 귀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페트로브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열심히 추적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자기 자신이 너무 바쁘므로 최고간부회의 KGB 부관인 알렉스 레이진을 불러 도움을 청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거기서 일부 교육을 받은 다음 소련서 훈련받은 미국의 역사와 사회 관습, 정치, 스포츠, 시사 문제에 정통한 인물이다.
매력있는 인품을 지닌 36살의 그는 12년 이상이나 KGB를 위해 충성스럽게 정력적으로 일해왔다.
페트로브는 알렉스 레이진을 불러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의 진전 상황을 자기가 계속 파악할 수 있도록 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선거 전날 마지막 여론 조사는 브래드포드가 앞서고 있다고 발표됬다.
페트로브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선거날 당일은 하루 종일 조바심이 났다.
선거날 저녁 그는 레이진과 함께 위성을 통해 방영되는 선거 결과를 네 시간 동안 시청했다. 그는 공화당 후보가 패배를 자인하고 민주당 경쟁자에게 축하인사를 할 때까지 텔레비전을 지켜 보았다.
그는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엔드류 브래드포드는 월에 백악관으로 옮길 것이다. 그의 부인 빌리는 남편의 곁에서 배우자가 되고 친구가 되고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될 것이다.
한편 소련에서는 오묘한 조화의 장난으로 그녀와 똑 같은 모습의 여자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비로소 그는 그의 대담한 계획인 간첩 행위를 현실로 모두 바꾸어 놓기로 마음먹었다.
만일 적절한 순간에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를 모습이 꼭 닮고 잘 훈련된 그 우크라이나 여배우와 살짝 바꿔칠 수 만 있다면 소련은 미국 대통령의 온갖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완벽한 통로를 갖게 되는 셈이 된다.
그렇게 되면 소련은 정치적인 승리를 얻게 될 것이고 따라서 전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 일의 기본적인 준비작업이 진행되었다.
이것은 그 여배우의 전적인 ㅎ협력을 요구하는 단계다.
페트로브는 베라 바빌로바를 불러오도록 했다.
그것은 명령이었다. 그녀는 즉시 왔다.
그녀가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방안에는 미국 전문가인 알렉스 레이진이 함께 있었다.
페트로브는 그녀가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될 사람과 너무나 닮은 데 또 한번 놀랐고 또 지극히 만족했다.
곁눈질로 보니 알렉스 레이진도 완전히 놀라고 있었다.
레이진은 아마도 현재 소련에서 빌리 브래드포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니 이렇게 두사람을 대면시켜 보는 것도 좋은 테스트가 될 것이다.
그는 레이진의 반응을 보고 재확신을 가졌다.
그는 잠시 그녀를 밖의 응접실에 나가서 기다리게 했다.
그녀가 방을 떠나자 즉시 그는 알렉스에게 자기 의자를 가리켰다.
“자,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여자 말씀이죠? 말씀하신 바와 같이 거의 완벽합니ㅏㄷ.
머리를 좀 더 기르고, 뺨에 있는 조그만 상처를 없애고, 코를 약간 죽이면 영락없이 빌리 브래드포드입니다. “
“음, 좋아. 우린 곧 시작할 거며 자네는 내 밑에서 전책임을 지고 일하는 거요. 그리고 오늘부터 외부 사람에게는 어느 경우에라도 그 여자를 눈에 띄게 해서는 안되오. 늦어도 내일, 나와 다시 만나 얘기합시다. 내일부터 베라 바빌로바는 빌리 브래드포드로 바뀌는 거요.”
그 일은 우선 대체적인 자료를 수집하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페트로브는 레이진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레이진은 워싱턴과 뉴욕에 있는 KGB 요원과 그 연락망을 이용하여 필요한 것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우선 필요한 것은 빌리 브래드포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여주는 사진과 텔레비전 필름인데, 이것으로 그녀의 체격과 걸음걸이, 몸짓, 버릇 등을 배우기 위한 것이다.
오디오 테이프로는 말씨를 배울 수 있었다.
레이진이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동안, 페트로브는 <세컨드 레이디>를 만드는 이 계획 가운데 또 하나의 결정적인 작업을 즉시 진행시켰다.
그 일이란 미국 백악관과 모든 것이 동일한 건물을 짓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안에 있는 가구며, 사무용품 등 모든 것이 동일해야 하는 것이었다.
한편 알렉스 레이진은 미국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열심히 입수했다.
빌리 브래드포드의 체격은 인상적이었다.
키는 5피이트 6인치였다.
가슴 둘레는 34인치, 허리는 23인치, 히프는 34인치, 몸무게는 110파운드였다.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는 부드러운 금발이고 (KGB가 샘플로 몇 가닥을 입수하여 레이진에게 보내왔다. ) 눈은 푸르고, 콧날은 곧았다.
베라 바빌로바의 체격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이다.
격리된 집으로 옮긴 이튿날 레이진은 그녀더러 비키니로 갈아 입으라고 하고는 KGB 의사로 하여금 몸을 재어 보도록 했다.
그녀는 키가 5피트 6인치였고,
가슴은 31인치, 허리는 25인치, 히프는 35인치, 몸무게는 118파운드였다.
그녀의 단발머리는 부드럽고 옅은 금발이고, 눈은 푸르고, 콧날이 곧았다.
페트로브는 레이진을 불러 수치들을 비교해 보았다. 차이는 작았다. 아주 가벼운 차이였다.
베라의 머리는 어깨까지 내려오도록 기르고 약간 색깔을 짙게 해야 한다.
가슴은 3인치 불리고 윗뺨의 작은 흉터는 지워 없애야 한다.
몸무게는 8파운드 줄이고 허리는 2인치 , 히프는 1인치 줄여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까?
모스크바의 미용 연구소 의사들은 이것이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고 단언했다.
베라 바빌로바는 뭐라고 말했을까?
“ 전 몸무게 줄이는 건 상관없어요. 그렇지만 플라스틱 정형수술은 싫은데요.”
페트로브는 긴장한 빛을 띠었다..
백악관 접견실 옐로우 품의 줄무늬 소파 한가운데에 긴장한 채 똑바로 앉아 있다.
그녀의 앞에는 줄잡아 스무 명의 백악관 출입 여기자와 네 명의 남자 기자들이 모두 냉담한 표정으로 간이의자에 앉아 있다.
그녀가 퍼스트 레이디가 된 후 기자회견은 네 번 밖에 가지지 않았다.
드디어 그녀에게 질문이 쏟아지고 그녀는 그러한 질문들을 아주 재치 있고 지혜롭게 잘 넘기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기자회견은 끝이 나고 회견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그녀는 기력이 빠진 채 서 있었다.
일은 다 마쳤다.
시련의 하루가 끝난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원기를 회복한 그녀는 홀로 방을 나와 긴 복도를 지난 다음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이윽고 백악관 서편 건물의 각료실로 찾아 들어갔다. 예상했던 대로 다섯 명의 패거리가 방안에 있었다.
패거리 중 몸집이 가장 큰 뚱뚱보로서 KGB 국장인 이반 페트로브 장군이 벌떡 일어섰다.
“아, 베라 바빌로바!” 하고 외치며 그녀에게 다가가 양쪽 뺨에 키스했다.
“정말로 훌륭했어요. 실수없이 잘 해냈소. 축하해요!”
장군의 뒤에는 쥬크 대령과 그녀의 애인 알렉스 레이진이 서서 축하인사를 했다.
장군은 다시 말했다.
“이제 마지막 연습은 끝난 거요.”
장군은 그녀를 훑어보았다. “준비 다 됐소?”
“됐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좋아요. 우리는 지금 크레믈린으로 가서 수상에게 보고할 거요.”
패거리가 각료실을 떠나자 그녀는 뒤따라 나가 그들이 리무진을 타고 가짜 백악관을 출발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선 채, 열려진 문 밖 저 멀리로 크레믈린의 황금색 둥근 지붕과 뾰족탑들, 그리고 모스크바의 빌딩들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베라 바빌로바는 자신을 향해 미소지었다.
그렇다, 정말 그녀는 준비가 완료되었다.
페트로브의 시선은 탁상 시계에 머물렀다. 자정이 지났다.
그는 흥분이 절정에 달했던 오늘 일을 다시 생각했다.
베라 바빌로바의 마지막 리허설은 예상보다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아주 완벽하지는 않았으며 그저 흉내를 낸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향상되고 있었다. 그녀는 실제로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인 브래드포드의 화신이 된 것이다.
이 일이 성취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세계 역사상 가장 대담무쌍하고 기막힌 간첩 행위가 될 것이다.
불행히도 세계 역사는 이 일을 절대로 모를 것이며 이 일은 군사적 정치적으로 역사상 가장 극비 사건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그는 거의 3년 동안 함께 지내온 수상으로 하여금 처음엔 이 일에 대한 관심과 주저로부터 이제는 신뢰와 조심스러운 열성까지 불러일으키게 한 것이 자랑스러웠다.
3일 후에 이제 수상은 숙명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주저하지 않고 무조건 진행시키느냐, 아니면 계획을 포기하느냐다.
그는 쉽사리 3년 전의 일을 회상할 수 있었으며 3년 전 그 생각이 처음 떠오르던 바로 그날 저녁이 기억났다. 과거의 일이 서서히 떠올랐다.
그가 탄 리무진이 레닌 거리를 지나 우크라인카 극장의 회색 건물 앞을 지날 때였다.
문 저쪽 왼편의 유리 진열장 가까이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갔다.
약간 호기심이 나서 그는 차에서 내려 무슨 일인가 보려고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군중 속을 비비고 들어가 결국 사람들이 둘러서서 보고 있는 한가운데 있는 장본인을 보았다.
젊고 아주 아름다우며 약간 북유럽인 같기도 한, 짧고 옅은 금발머리의 여자가 미소를 띠며 자필 사인을 하고 있었다.
한가지를 제외하곤 흔히 있는 장면이었다.
그 젊은 여자의 얼굴이 낯익은 얼굴이란 것이다.
낯익은 얼굴이긴 한데 누군지를 몰라 어리둥절했으며 잘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그는 곧 군중 속을 빠져나와 일행쪽으로 다시 돌아온 뒤 그녀를 잊어버렸다.
그는 일행과 함께 극장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지금 하고 있는 연극을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 나오는 인물 중에 한 명이 바로 극장 옆에서 본 금발 미녀로서 미국인 여행자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미국인이 아니라 소련 여배우인 것이다.
그는 안내인에게 물어 그녀의 이름을 알아내었다.
그녀의 이름은 베라 바빌로바였다.
그는 무대를 다시 쳐다보고 그녀를 찾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이 어렴풋이 낯익은 이유를 알아냈다.
그녀가 미국인처럼 보인 이유는 매일 책상 위에 배달되는 수많은 미국 잡지와 신문에서 본 어떤 미국 여자와 닮았기 때문이었다.
페트로브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운동을 추적하고 있었다.
민주당 후보 앤드류 브래드포드 상원의원은 매혹적인 젊은 부인을 가졌는데 이름은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하찮은 일을 좋아하는 미국 언론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는 여자였다.
그는 다시 한번 무대를 쳐다보았다. 틀림없다.
그래, 베라 바빌로바, 이 배우는 머리 모양을 제외하곤 미국 대통령 후보의 부인을 속 빼놓은 것이야.
그는 놀랐다.
연극이 끝나고 그는 그녀를 만나러 갔다.
베라 바빌로바는 천천히 일어나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는 그녀를 가까이에서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래, 분명하다. 신비하게도 꼭 닮았다.
“축하하오, 연기가 무척 좋았어요.”
그녀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너무나 영광입니다.”
그는 계속 그녀를 응시하였다.
“실례지만 알고 싶은 것이 있는데 혹시 미국에 가보신 적 있어요?”
“미국에요? 아니, 가 본 적 없는데요.”
“그러시군요. 그러면 혹시 영어는 할 줄 아시나요?”
그들은 소련말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정확한 영어로 대답했다.
“ 아, 예, 장군님, 저는 영어와 불어로 말하고 쓸 줄도 알아요. 사실 전 영어를 미국식으로 말해요.”
페트로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요, 매우 좋습니다. “
그는 지금 자신이 왜 즐거운지를 표헌할 수 없었다.
두 시간 뒤,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의 마음속에서는 베라 바빌로바와 빌리 브래드포드 두 여자가 한 사람으로 부각되었다.
착륙을 위해 안전벨트를 잠그면서 그는 무모한 계획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그날 밤 늦게 집에 도착한 그는 침실로 올라가 옷을 벗으면서 지금까지 생각한 모든 것이 두 달 후인 11월 초에 어떤 일이 일어나 주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것임을 알았다.
두 달 후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다. 앤드류 브래드포드 상원의원이 낙선한다면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만일 그가 당선되어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그의 부인은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련 여배우 베라 바빌로바는 귀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페트로브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열심히 추적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자기 자신이 너무 바쁘므로 최고간부회의 KGB 부관인 알렉스 레이진을 불러 도움을 청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거기서 일부 교육을 받은 다음 소련서 훈련받은 미국의 역사와 사회 관습, 정치, 스포츠, 시사 문제에 정통한 인물이다.
매력있는 인품을 지닌 36살의 그는 12년 이상이나 KGB를 위해 충성스럽게 정력적으로 일해왔다.
페트로브는 알렉스 레이진을 불러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의 진전 상황을 자기가 계속 파악할 수 있도록 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선거 전날 마지막 여론 조사는 브래드포드가 앞서고 있다고 발표됬다.
페트로브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선거날 당일은 하루 종일 조바심이 났다.
선거날 저녁 그는 레이진과 함께 위성을 통해 방영되는 선거 결과를 네 시간 동안 시청했다. 그는 공화당 후보가 패배를 자인하고 민주당 경쟁자에게 축하인사를 할 때까지 텔레비전을 지켜 보았다.
그는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엔드류 브래드포드는 월에 백악관으로 옮길 것이다. 그의 부인 빌리는 남편의 곁에서 배우자가 되고 친구가 되고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될 것이다.
한편 소련에서는 오묘한 조화의 장난으로 그녀와 똑 같은 모습의 여자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비로소 그는 그의 대담한 계획인 간첩 행위를 현실로 모두 바꾸어 놓기로 마음먹었다.
만일 적절한 순간에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를 모습이 꼭 닮고 잘 훈련된 그 우크라이나 여배우와 살짝 바꿔칠 수 만 있다면 소련은 미국 대통령의 온갖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완벽한 통로를 갖게 되는 셈이 된다.
그렇게 되면 소련은 정치적인 승리를 얻게 될 것이고 따라서 전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 일의 기본적인 준비작업이 진행되었다.
이것은 그 여배우의 전적인 ㅎ협력을 요구하는 단계다.
페트로브는 베라 바빌로바를 불러오도록 했다.
그것은 명령이었다. 그녀는 즉시 왔다.
그녀가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방안에는 미국 전문가인 알렉스 레이진이 함께 있었다.
페트로브는 그녀가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될 사람과 너무나 닮은 데 또 한번 놀랐고 또 지극히 만족했다.
곁눈질로 보니 알렉스 레이진도 완전히 놀라고 있었다.
레이진은 아마도 현재 소련에서 빌리 브래드포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니 이렇게 두사람을 대면시켜 보는 것도 좋은 테스트가 될 것이다.
그는 레이진의 반응을 보고 재확신을 가졌다.
그는 잠시 그녀를 밖의 응접실에 나가서 기다리게 했다.
그녀가 방을 떠나자 즉시 그는 알렉스에게 자기 의자를 가리켰다.
“자,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여자 말씀이죠? 말씀하신 바와 같이 거의 완벽합니ㅏㄷ.
머리를 좀 더 기르고, 뺨에 있는 조그만 상처를 없애고, 코를 약간 죽이면 영락없이 빌리 브래드포드입니다. “
“음, 좋아. 우린 곧 시작할 거며 자네는 내 밑에서 전책임을 지고 일하는 거요. 그리고 오늘부터 외부 사람에게는 어느 경우에라도 그 여자를 눈에 띄게 해서는 안되오. 늦어도 내일, 나와 다시 만나 얘기합시다. 내일부터 베라 바빌로바는 빌리 브래드포드로 바뀌는 거요.”
그 일은 우선 대체적인 자료를 수집하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페트로브는 레이진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레이진은 워싱턴과 뉴욕에 있는 KGB 요원과 그 연락망을 이용하여 필요한 것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우선 필요한 것은 빌리 브래드포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여주는 사진과 텔레비전 필름인데, 이것으로 그녀의 체격과 걸음걸이, 몸짓, 버릇 등을 배우기 위한 것이다.
오디오 테이프로는 말씨를 배울 수 있었다.
레이진이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동안, 페트로브는 <세컨드 레이디>를 만드는 이 계획 가운데 또 하나의 결정적인 작업을 즉시 진행시켰다.
그 일이란 미국 백악관과 모든 것이 동일한 건물을 짓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안에 있는 가구며, 사무용품 등 모든 것이 동일해야 하는 것이었다.
한편 알렉스 레이진은 미국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열심히 입수했다.
빌리 브래드포드의 체격은 인상적이었다.
키는 5피이트 6인치였다.
가슴 둘레는 34인치, 허리는 23인치, 히프는 34인치, 몸무게는 110파운드였다.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는 부드러운 금발이고 (KGB가 샘플로 몇 가닥을 입수하여 레이진에게 보내왔다. ) 눈은 푸르고, 콧날은 곧았다.
베라 바빌로바의 체격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이다.
격리된 집으로 옮긴 이튿날 레이진은 그녀더러 비키니로 갈아 입으라고 하고는 KGB 의사로 하여금 몸을 재어 보도록 했다.
그녀는 키가 5피트 6인치였고,
가슴은 31인치, 허리는 25인치, 히프는 35인치, 몸무게는 118파운드였다.
그녀의 단발머리는 부드럽고 옅은 금발이고, 눈은 푸르고, 콧날이 곧았다.
페트로브는 레이진을 불러 수치들을 비교해 보았다. 차이는 작았다. 아주 가벼운 차이였다.
베라의 머리는 어깨까지 내려오도록 기르고 약간 색깔을 짙게 해야 한다.
가슴은 3인치 불리고 윗뺨의 작은 흉터는 지워 없애야 한다.
몸무게는 8파운드 줄이고 허리는 2인치 , 히프는 1인치 줄여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까?
모스크바의 미용 연구소 의사들은 이것이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고 단언했다.
베라 바빌로바는 뭐라고 말했을까?
“ 전 몸무게 줄이는 건 상관없어요. 그렇지만 플라스틱 정형수술은 싫은데요.”
페트로브는 긴장한 빛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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