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동(5)
그것은 엑스터시라고 하는 것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한 방편이었을 뿐 난영의 뜨거운 몸이 그 원인 이었을 것이다.마약류로금지되어온 알갱이에 의존해 레즈로라도 뜨거움을 삭이어야 했던 그 뜨거운 몸이 원인이라고해야 옳을 것이다.남자의 손길이 떠나버린 여체,그것도 근 10여년간 남자의 손길을 떠나 있기에는
그 녀의 몸은 너무 뜨겁고 젊었다.
난영의 남편인 송시영회장은 남들이 보기만큼 그리 건강이 좋지않았다.그에게는 젊어서부터의고질적인 병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고혈압이었다.그의 혈압은 상당히 악화되어 있었는데 그것은안정을 취하며 요양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그러나 그의 성격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질못했다.아니 어쩜 그는 인생을 돈을 버는 낙으로 사는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름대로 병의 호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그것은 이미 만성이 되어 고질적인 것이 되어 있었다.게다가 그 외의 병들이 10여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당뇨 등의 합병증이었다.그의 정신력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어서 아마 보통의 다른 사람들 같으면 벌써 병원의 침대 신세를 지고 있었을 것이다.따지고보면 그것이 더욱 병세를 악화 시켰을 것이다.
난영은 언제부터인가 약물에 의존하고 있었다.
상대는 고등학교 동창인 오연희였다.연희 또한 난영 못지않은 뜨거움을 가진 여자였고 그녀의남편은 연희의 뜨거움을 식혀주기엔 역시 사정이 여의치 못했다.
난영과 연희는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약물에 의존하곤 하였다.처음엔 호스트바 등을 기웃거려도보았으나 주위의 시선이 너무 두려워지기 시작했고,둘만의 은밀함으로 변형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 개월 전의 그 날은 난영과 연희가 만나기에 아주 적절한 날이었다.
난영의 남편인 송회장이 이틀의 일정으로 일본에 가면서 그의 딸인 민주를 데리고 간 것이다.
어려서부터 국제감각을 익혀야 한다며 가끔씩 하는 행보였다.어쩌면 난영을 혼자 두기위한 배려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송만석이도 주말에 집에 있을 위인이 아니다.그는 산행 한다며 금요일 저녁에 이미 떠났었다.월요일이나 돼야 학교로 직접 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대기 또한 학교에서 곧장 고향 집으로 갔다가 월요일엔 고향에서 학교로 직행 할 것이다.
게다가 연희의 남편은 주말엔 낚시를 떠난다.
그 날은 이렇게 좋은 날이었다. 난영과 연희가 만나 그 뜨거움을 풀어버리기에는.
연희는 줄곧 희한한 것들을 가지고 오곤하였는데 그 날도 희한한 호르몬제를 가져왔고 둘은 술과 약물로 뒹굴고 있었다.
다만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였는데….그것은 술과 약물의 어지러운 쾌락에 몸을 맡기고 흐느적거리던 난영과 연희에게도 문제가 인식 될 정도의 문제 말이다.
둘만의 은밀한 정사-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되고 알리고 싶지않은 이정사에 한 사내의 눈길이머물고 있었으니..
대기는 그 날 점심 경에 고향 집에 도착하였다.그 곳에서 어머니인 허영심이 차려준 점심을 먹었고 저녁엔 아버지와 어머니,누나인 조준혜,조상미 등 일가족이 모두 외식하기로 하였었다.
그런데 아버지인 조금만과 허영심의 말다툼이 있었고,조금만이 화를 벌컥 내며 어디론가 나가버렸다.그리고 잠시 후 어머니인 허영심도 전화를 받고는 나가버렸고,남아있는 오누이들은 외식하고 뭐 할 기분들이 아니게 되었다.
-저 분들 요즘은 툭하면 저러시네…왜일까?
대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밖에는 집에 가지 않는 대기가 느낄 정도로 악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사업이 잘 안되는 것을 자기한테 화풀이 하는 것 같다는 어머니의 불평도 있었지만 아버지에게는 아마 또 다른 불만이 많이도 쌓여 있는 것을 대기는 감지 할 수 있었다.
대기가 아는 아버지 조금만은 사업 때문에 집에 와서 화풀이 할 사람이 아니었다.
-제기랄…어디로 갈까?
밖에 나와 잠시 서성이던 조대기가 향한 곳이 바로 이 곳,난영과연희의 은밀함이 이루어지던 곳이었던 것이다.
대기는 처음에 초인종을 누를까도 생각하다가 밤도 늦은 시간이었고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던열쇠를 이용하여 들어갔고,현관 거실을 통과하여 이층으로 올라가다 이 우연치않은 광경을 보고말았던 것이다.
열려진 안방엔 대낮처럼 불이 켜져 있었고,그 아래 불 빛보다 더 하얀 두 나신이 엉켜있었다.
난영이 가지랑이를 벌리고 밑에 누워있었고 연희가 식스나인 자세로 위에 올라가 있었다.
열린 문가에서 무척 당황스런 자세로,그러나 발을 떼어 그자리를 벗어나지도 못한체 서있는대기를 발견한 것은 문쪽을 향해있던 연희였고 그녀의풀린 눈동자가 시선을 대기에게서 거두며
앉을 때까지도 난영은 교성을 지르고 있었다.그 때서야 대기의 두 발이 움직였고 이층의 자기방으로 올 수 있었다.
담배를 피워문 대기의 호흡이 아직도 일정치 못했다.
대기가 여자의 경험이 없거나,여자의 알몸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으나,이것은 그에게 뒤통수를 헤머로 두들겨 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휴우---
길게 담배연기를 내어 뿜는 연기에 슬라이드의 화면인양 난영의 허연 허벅지가 반사되었다.
그리고 벌어진 두 다리 사이로 여인의 은밀함이 비추어졌다.아까 실물보다 그것은 더욱 선명한듯했다.
대기가 담 배 두 개피 째를 거의 다 태웠을 때 노크 소리가 있었고,서둘러 홈드레스를 입은 난영이 얼굴을 내밀었다.서둘러 치장 했슴인지 아직은 많이 흐트러진 모습이었다.그럴 경황도 없었을 테지만.
대기는 어떤 말을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몰라 엉거주춤한 자세로 침대 모서리에 앉아있었고잠시 주춤이던 난영이 대기의 앞에 풀썩 주저앉더니 오열하기 시작했다.
-용서해줘…대기학생
한참을 눈물짖던 난영이 눈물에 범벅이 된 얼굴을 들여 대기에게 말한다.
용서라,…용서..그것이 대기가 할 수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내가 무얼 용서하고 말고 할 사항이란 말인가..오히려 사적으로 이루어진 은밀함을 보아버린 자신이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대기는 어떤 말도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는 채로 그저 처음의 자세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네 대 째의 담배가 다 탔을 무렵에 오열하던 난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대기 학생…미안해…한 번만…용서해줘…그러면 다시…다시는 이런 일…절대로…
-맹세할께..그러니까 이 번 한 번만…염치 없지…그래도 한 번만…
대기는 그저 말하며 우는,그러다가는 다시 고개를 떨구는 여인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민주 아빠가 알면….난.난..그러니까 한 번만..
그랬다.그 녀가 대기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기에게 침묵을 구하는 것이었다.
본 것을 아무에게도,아니 최소한 이 집의 구성원들에게는 비밀로 해달라는 것을 용서라는 말로표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일어나셔요
한 참의 침묵을 열며 대기가 난영의 흐트러진 몸을 일으켜 세웠다.그러나 아직 대기의 마음이이 상황을 정리하고 있지는 못했다.다만 이 흐트러진 중년의 아름다운 여인의 눈물이 안스럽다는정도였다.
뭔가 위로의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왜 였는지는 모를 일이다.다만 그래야 한다는 생각 뿐 이었다.그만큼 난영은 안타깝고도 간절한 모습이었다.
-술이라도 한 잔 하고싶다.
독백처럼 대기의 입에서 나지막이 흘러나온 말.그 순간에 대기가 왜 술생각을 하였는지 대기 자신도 몰랐다.다만 난영의 몸을 일으켜 세우며 갈증같은 것을 느꼈고 그것은 술이라는 단어로표현되었을 것이다.
-…술?..밑으로 내려 올꺼야?
여인과 시선이 마주치자 난영이 다시 시선을 내리깔며 끊어져 가는 소리로 말했다.
대기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난영은 조금은 비틀거리며 일 층으로 내려갔다.
다시 담배를 두 대나 피운 뒤에 대기는 천천히 일 층의 거실로 내려갔다.
쇼파엔 연희가 아직도 약기운이 풀리지안은듯 뒤로 기대어 누워있고 난영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대기는 음료수를 한잔 들이킨 뒤 연거푸 양주를 세 잔을 들이켰다.그리고 계속되는 침묵.
-저..한 잔 드실래요?
-으응?…난 머리가 아파서…
침묵의 시위를 잡아당기듯 대기가 술을 한 잔 따라서 난영에게 내밀자 짐짓 놀라는 표정의 여인.
대기는 강요하듯 난영의 손에 술잔을 쥐어주며 마시기를 청했고 여인은 힘없이 이에 따른다.마지못해 마시는 모양을 표정없이 바라보던 대기는 다시 한 잔을 따라서 연희에게도 권했다.
이러기를 서너차례 하였건만 분위기는 어색함과 침묵만이 흐를 뿐이었다.
대기는 이 난처한 상황을 벗어날 방안이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다 이해해요..그러니까 저는 이런 상황..전부 또 이해하니까 그것에 대하여는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리고 그런 것이 부담이 된다면 제가 이 집을 나가도 되니까.
-그동안 저한테 너무도 잘해 주셨고…그러니까 제 말씀은 저도 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몇 차레의 어색함을 무릅쓰고 그 녀들을 안심시키기위한 대기의 노력도 그다지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참 머리 아프시다고 했죠? 제가 두통엔 특효약이 있는데 가져 올께요.
언뜻 대기에게 떠오른 이상한 생각,그것은 엑스터시였다.송만석과 유흥가를 나다닐 때 만석이 대기에게 복용을 권하던 알약들.대기는 그것을 한 번도 복용한 적이 없었다.그의 서랍에 차곡이쌓여있었다.
이열치열이라던가.동병상련이런가.아님 차라리 공범이 되어야만 그 녀들이 믿어 줄거라는 생각 이었을까.
그것이 조대기와 허난영,오연희의 새로운 만남의 출발점이었다.남자와 여자로서의 만남.숫컷과 발정기를 맞은 암컷들의 만남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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