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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수라기(獸羅記) 44번째 올림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의 짧은 생각에 의한 경솔한 행동으로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신 듯 합니다. 다들 수라기를 어여삐 봐주셔서 따뜻한 애정을 보내주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금 드리고 보다 수라기의 구성에 힘쓰겠습니다.

(5)

“흐으음..”
들릴 듯 말 듯한 아주 조그마한 신음성이 적막을 헤치며 객실 안을 조용히 울렸다. 캄캄한 어두움이 점령하고 있어 사물의 윤곽 조차 구별하기 어려운 공간 안에서 여인의 것이라 추정되는 신음성이 울려 퍼졌다.
번쩍!
순간적으로 암흑을 걷어내는 두개의 강렬한 빛. 나란히 붙어 있는 두 빛이 순간적으로 객실을 밝혔다가 이내 스러졌다. 그 공간의 안, 네 사람이 보였다. 한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 남자 하나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세 여자는 모두 침상에 누워 있었다. 신음성은 그 침상위에 누워있는 여자 중의 하나로부터 새어나왔고 강렬한 신광은 사내에게서 뻗어 나왔다.
아환은 귓가에 신음성이 들리자 마침 내기의 전신 소주천을 마치고 눈을 떴다. 화경에 올라 있는 절정의 내력을 가지고 있는 고수답게 두 눈에서 뻗쳐나가는 안광도 예사롭지 않았다. 신광은 방안을 일시적으로 비추며 세 여인의 모습을 잠시나마 보여 주었다.
말그대로 하나의 옷가지도 걸치지 않고 교접의 흔적이 적나라한 채 널부러져 있는 유가형. 두 다리사이의 비처는 피에 범벅이 된채 침상보를 더럽히고 있었고 이제 출혈은 더 이상 없는 듯 피가 음모와 비처 여기저기에 엉겨붙어 다소 처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에 반해 다른 두 여자는 의복을 갖추어 입은 채 누워 있어 상대적으로 단아한 그녀들의 아름다움을 색다르게 뽐내고 있었다.
아환은 두 여자를 데리고 와서 침상에 눕혀 놓고는 진기를 이용하여 유가형의 상세를 어느 정도 어루만져 주었다. 아환이 익힌 무상심결 자체가 무공의 원리의 극에 다다른지라 다른 무공과 융화하는데 무리가 없어 아환은 유가형의 체내에 진기를 불어 넣어 내상의 치유를 도왔다.
당철의의 목을 베고 세 여자를 데리고 온지도 두시진 가량의 시간이 흘러 얼마 있지 않으면 동이 틀 시각이 다가왔다. 해가 뜨고 아침이 찾아 오면 필히 이 곳도 사람들이 찾아 올터 아환은 서둘러 일의 마무리를 져야 했다. 그러던 중에 유가형이 깨어날려고 하는 것이다.
아환은 호롱불의 불을 켰다. 그러자 희미한 불빛이 은은히 퍼져 객실 안의 구석 구석까지 미약하나마 윤곽을 보여 주게 하였다.
아환은 유가형쪽을 바라 보았다.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화사람은 악서령보다 덜하고 도발적인 매력은 석영에 못미치지만 계속 접할수록 그 아름다움이 배가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내미지상의 특성이리라. 성녀(聖女)라는 호칭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유가형의 평소 풍겨나오는 분위기 보다는 유가형이 강호를 행보하면서 수많은 환자들의 병을 치료하고 없는 자들에게 동정을 베풀어 얻은 별호이니 만큼 유가형의 얼굴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다른 두 여자에 비해 특이한 미모는 없었다. 단지 익숙한 아름다움이 전신에 배어 있다고 할까?
눈주위가 파르르 살며시 떨림을 보였다. 그러더니 느릿하게 위로 올라가는 눈꺼풀. 그 안에 보이는 까만 눈동자와 조화를 이루는 하얀 자위가 살짝 드러났다. 얼굴이 천장을 향해 있는지라 눈을 뜬 유가형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낯설은 객점의 천장이었다. 얼른 상황이 인식되지 않은 유가형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움직여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러자 한쪽은 벽, 다른 한쪽에는 누군가가 누워 있는 것이 느껴지고 순간 어제 저녁의 일이 생각이 떠올랐다.
유가형은 얼굴색이 획 변한 채로 튕기듯이 몸을 일으켰다.
“아윽!”
찢어지는 날카로운 비명이 짧게 터져 나왔다. 아예 아래가 헤집어 발겨진 극렬한 아픔이 밑에서부터 올라와 전신을 휘감았다. 몸이 웅크려지고 갸녀린 두 손이 비소를 가리며 머리가 크게 도리질 쳐졌다.
“아악..아..아흑..하아하아..”
몸이 움직이면서 욱씬거리는 작열감이 증폭되었고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새로는 가쁜 숨과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이 배어나왔다. 그러면서 고개를 숙인 유가형의 두 눈에 자신의 유방이 보였다. 맨살의 젖가슴. 여기저기 붉고 푸른 자국이 남아 있는 속살과 그 끝에 매달려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유실이 보였다. 그 주위에 남아 있는 치흔..
재녀로 손꼽히는 유가형이 아닌 일반 여염집 여자라 할지라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으리라. 유가형의 아래에 엉켜 붙은 핏자국과 비처에서 울려퍼지는 아픔, 전신의 자국 등은 유가형에게 자신이 순결을 상실하였음을 증명하여 주었다.
또르르르..
고운 봉목에 물방울이 맺힌다 싶더니 이내 눈가를 타고 주르르 흘러 내렸다. 상실의 슬픔일까? 아련한 슬픔이 동공에 맺혀 있다. 그러한 그녀에게 느껴지는 낯설은 느낌. 다른 사람이 기척이, 기도가 느껴졌다. 희미한 불빛과 그렁그렁한 눈물로 춧점이 잡히지 않은 그녀의 눈으로 정확한 사물의 윤곽을 구별할 수 없지만 유가형은 그 존재가 당철의라 생각하는 지 당철의의 이름을 불렀다.
“당..당철의..당소협인가요?”
“…”
그 사람에게서 대답이 없었다.
“이제..이제는 만족한 가요? 그렇게 해서 나를, 우리를 취하여서 만족한가요?”
유가형의 음성이 고조되어 갔다. 절절한 슬픔과 분노가 배어 있는 음색이 현 유가형의 심정을 말해 주었다.
“정말..정말..흐흑..”
더 이상의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유가형. 그런 그녀의 귓속으로 들려오는 별다른 감정이 실려 있지 않는 무심한 목소리..
“당철의는 죽었소.”
화들짝!
유가형이 눈물이 맺혀 있는 눈을 급히 들어 목소리가 들려온 대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손을 들어 눈주위에 달려 있는 물방울을 닦아 내고는 다시금 그 쪽, 말을 한 사람을 쳐다 보았다. 이불을 뒤짚어쓰듯 발가벗겨진 여체를 가렸다.
“당신은..그..”
갑작스러운 여러 사건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아환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더듬거리는 유가형의 귓가에 아환의 말이 들려 왔다.
“주환입니다. 상태는 좀 어떠하신지요?”
“주환..주소협이셨군요. 당철의는..”
“죽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도 비열한 행동을 하는 지라 제가 베었습니다.”
“주소협께서요? 그럼..”
“예. 제가 했습니다.”
“그러면..그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누가 자신을 취하였는지, 누가 삼화를 여기에 데려온 것인지 물어 보고 싶지만 어찌 자신의 입으로 그것을 말할 수 있으랴? 유가형은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안색을 붉힌 채로 말끝을 흐렸다.
아환은 눈치가 없는지 그러한 유가형의 의도를 모르는 듯 반문을 하였다.
“예?”
“저..그것이..누가 우리를..”
“아!”
그제서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다는 듯 아환은 탄성을 터뜨리면 말을 덧붙였다.
“제가 여러 여협들을 이 곳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그리고 또..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이..”
“그..그럼 주 소협이신가요?”
아환이 눈을 들어 유가형의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한다.
“예. 상태가 너무 급박한 듯 해서..”
“아아..”
유가형이 탄식을 터뜨렸다. 살며시 감겨지는 두 눈. 당철의가 아님에 안도의 뜻일까? 아니면 다른 사내와 정혼을 한 입장에서 순결을 잃게 되어 비애에 젖어 흘리는 탄성일까? 그러한 유가형의 심정을 모르는 지 아환의 말이 그녀의 속마음을 긁었다.
“강호의 여협들은 세속의 예에 구속을 받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어 벌어진 일입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제 입은 무겁습니다.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유가형의 아름다운 눈이 반짝 뜨여졌다. 그 속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답답함과 분노, 그리고 복잡한 여려 감정이 섞여 있어 혼란스러운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그렇다고 진실이 묻혀질까요?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그렇다고..흐흑..”
따지는 듯한 어투로 아환을 향해 말을 쏘아대던 유가형이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답답하리라. 현실이 현실같지 않고 꿈이기만을 바랄 것이리라. 아니, 어제의 시간이라는 것이 유가형의 삶에서 사라지기를 바랄 것이리라. 유가형의 울음이 점점 그 강도를 더해 갔다. 서러운 마음이 그 울음에 녹아서 흘렀다.
오히려 머쓱해진 것은 아환이었다. 아환은 처음부터 유가형이 말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유가형의 내심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칫하여 얽매이거나 주(主)를 유가형이 쥐는 것은 아환 자신에게 있어 차후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환은 담담히 이 상황을 넘어가는 척을 했을 뿐이었다.
“유소저. 소생은..소생은..”
“흑흑…흐으윽..”
아환은 입을 다물고 유가형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침잠된 두 눈은 그러면서도 유가형의 몸짓하나, 자그마한 움직임 하나를 세세하게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무언가 노리는 게 있는지 눈이 반짝이는 아환.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르고 유가형의 울음이 잦아졌다.
“유소저.”
“..”
슬며시 고개를 들어 올리며 아환을 쳐다보는 유가형. 슬픔과 또다른 무엇이 혼재된 눈빛이 아환의 눈에 아로 맺혔다.
“소생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소생은 어떻게 해야 할지..감히 제가..”
아환을 말을 맺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유가형을 바라보는 것마저도 송구스러운 듯이 유가형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머리를 내려 눈을 아래로 깔았다. 그러한 모습을 보는 유가형의 심정은 혼란스럽게 변하였다. 어쩔 것인가? 이 사람을 탓할 것도 아니었다. 이 사람이 무슨 죄를 지었나? 모든 것이 당철의가 행한 비열한 짓으로 인하여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지만..그렇지만..
“주소협.”
“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대답을 하는 아환의 모습이 유가형의 동공에 맺혔다. 유가형에게 그러한 아환의 모습은 참 순수하게 다가왔다. 진실되게도 느껴졌다. 이미 엎질러진 물, 유가형에게 아환의 그러한 모습이 더없이 살갑게 여겨질 수 없었다. 게다가 유가형의 평소 모습으로는 이런 몸으로 남궁비의 정혼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유가형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아환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령매하고는 어떠한 관계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과연 재녀는 재녀. 이러한 상황에서 전후상황을 고려하여 말을 이어가려는 모습이 하나하나 묻어 나왔다.
“악소저 말입니까?”
“예. 악서령, 령매 말이예요.”
“저와 악소저는 이미 깊은 사이입니다.”
말은 맞다. 시비와 주인사이지만 성(性)의 노리개로서, 이후의 미래에 있어서 자신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대상으로서 악서령은 아환에게 매우 필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 대답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아환에게서 그 대답을 듣게 된 유가형의 심장은 크나큰 돌이 떨어지는 것처럼 내려 앉았다. 하얀 얼굴이 희미한 불빛 아래서 더더욱 창백하게 변하였다. 온 몸이 부르르 떨리고 전신에 오한이 찾아왔다.
“그러면..그러면..흑..”
여심은 정녕 알기 힘든 것일까? 얼마 전까지 유가형은 사내라고는 오직 하나, 자신의 정혼자인 남궁비외에 다른 남정네는 생각지도 못하였었다. 다른 사람과 어떠한 관계를 맺으리라고도 생각지 못하였고, 아니 그러한 가능성이라고는 꿈에서조차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여기었었다. 허나 어쩌겠는가? 이미 일은 벌어진 것을..순종하는 여인의 미덕을 최우선으로 교육받은 유가형에게 있어서 자신의 몸을 가져간 사내는 절대적인 의미 였다. 그런 남자가 다른 여자가 있다고 한다. 자신이 아닌, 그것도 세인이 평하는 자신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고 하였다 그것을 바란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아환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자신이 거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는 결국 꺾여진 꽃으로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접어들게 하였다.
“나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소. 어찌해야 좋을지...”
아환의 탄식이 새어나왔다. 유가형은 갑자기 이 사내가 새록새록 다가옴을 느꼈다. 순수한 사내같았다. 정말 악서령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것 같아 악서령이 부러웠다. 그러나 자신이 의매로 여기는 사람의 정인을 뱃을 수는 없는 일. 유가형의 눈에 맺힌 눈물이 그 크기를 더해가고 어깨의 들썩임이 커졌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아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숱한 생각을 했지만 아환은 태연한척 그러면서도 유가형의 눈빛에 부담스러운척 눈길을 외면하면서 방을 나섰다. 그런 아환의 등뒤로 발가벗은 몸을 가린채 다리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흐느끼는 유가형을 뒤로 하고는 아환은 후원의 마당쪽 정원으로 나갔다.
유가형은 얼마간 울다가 그치고는 찬찬히 주위를 살펴 보았다. 그리 크지 않은 객실안의 익숙지 않은 정경이 눈에 들어 왔다. 악서령의 모습이 보이고 석영이 보였다. 그제서야 석영이 쇄심절독에 중독되었고 악서령이 미혼약을 들이킨 어제의 정황이 기억속에 되살아 났다. 유가형은 급히 손을 뻗어 석영의 맥을 짚었다. 눈을 지긋이 감고 맥을 짚은 두 손가락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발가 벗은 나체를 가린 천을 움켜 잡은 손을 그대로 두고 다른 손으로 석영을 진맥하던 유가형의 아미가 가운데로 모이는듯 살폿 일그러지더니 이내 눈을 반짝뜨고는 석영의 감긴 눈을 열고 그 눈자위를 들여다 보았다.
“어떻게..어떻게..독기운이 체내에서 감지되지가 않는 단 말인가? 그리고 이 체내를 휘감아 돌고 있는 이 기이한 음양의 기운은 무엇일까? 영매는 음양계열의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혹시..?”
자신이 기억을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독기운이 뇌호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혼절을 했다고 하지만 그 시각은 불과 두세시진 남짓한 시간,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각임을 볼 때 누군가가 석영의 상세를 치유하였음을 알아채었다.
“누굴까? 누가 강호의 일절인 당가의 독을 이다지도 깨끗하게 해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주 소협? 그가 했을까? 그가 영매에게 영악을 복용시켰다면 왜 그는 자신과 연분이 있는 악서령을 먼저 치유하지 않은 것일까?”
유가형은 아환이 나간 방문쪽을 쳐다 보며 상념에 잠겼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내, 단지 악서령과 어떤 관계가 있을 거라 추측하고 있었지만 그 사내와 관계를 갖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었다. 그와 몇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었는데..
유가형은 아직 자신이 발가 벗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옷가지를 챙겨입으려 몸을 일으켰다.
“아흑..”
그순간 수없이 많은 바늘로 하체를 찔러대는 작열감에 비명을 흘리며 손으로 아래를 감싸쥐었다. 조심조심 손을 떼고 비처를 살펴 보았다. 처참하였다. 핏덩이가 살갖과 음모에 엉겨붙어 있었고 거기에 사내의 체액으로 보이는 희끄무레한 것들이 말라서 누르스름한 자국을 만들었다. 의예에 있어 강호의 일절로 손꼽히는 그녀인지라 그 것이 단순히 처녀혈이 아닌 파열상을 입은 결과임을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상세를 치유해야겠지만 일단 자신의 몸을 씻는 것이 더 급했다. 온몸에 남아 있는 욕망의 흔적을 지우고 싶었다. 그렇다고 지난 밤의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만 될 것 같았다. 일어서지 못하고 거의 기다시피하여 유가형은 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갔다. 한걸음 한걸음 떼어내는 것이 어찌 이리 힘든지..다리가 교차할때마다 비소가 마찰되어 극심한 아픔이 찾아 오자 할 수 없이 다리를 벌려 엉기적 거리는 걸음으로 유가형은 욕실에 들어갔다.
간신히 욕실의 한구석에 주저 앉은 유가형은 이미 물이 식어 차디찬 물 밖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힘겹게 물을 세분(洗盆)에 받아 몸을 닦아내기 시작하였다. 얼굴을 씻고 몸을 씻고 팔 다리를 씻어 내렸다. 갸녀린 손으로 처음에는 살며시 피부의 오물을 제거하고 몸에 말라붙어 있는 각종 피와 체액을 닦아내었다. 비처에 차가운 물기가 닿자 쓰라린 아픔이 다시금 전해져 왔다. 눈물이 덩그러히 맺힐 정도로 아팠다. 어렵게 어렵게 씻은 다음 음부를 자세히 살폈다. 아랫부위의 입술가가 위 아래로 얼마간 찢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온통 멍이 들었는지 원래의 음순의 색보다 진한 붉은 반점이 여기 저기 새겨진 것을 보았다.
급기야 유가형의 눈물에서 눈물이 한방울 똑 떨어지더니 이내 줄기를 만들어 뺨위를 타고 턱에 고였다. 유가형의 아름다운 육체를 닦던 교수에 힘이 들어갔다. 피부를 벗겨낼 듯이 거세게 몸을 닦았다. 발간 손자국을 온몸 곳곳에 남기며 유가형은 초점잃은 눈을 욕실의 한쪽 벽에 고정시키며 그 고혹적인 몸을 세차게 문질러 대었다. 턱에서 한방울 한방울의 물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환은 객실을 나와서 후원의 마당을 거닐다 이제 푸르스름한 대기의 빛깔을 보고는 머지않아 아침이 올것임에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 하나 있음을 깨닫고 급히 발을 객점 안으로 옮겼다. 동이 트고 아침이 찾아오면 곧 이 객잔은 여러 사람으로 분주해 지리라. 그렇다면 이층에 남아 있는 당철의의 시신과 핏자국 등으로 인하여 불편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에 아환은 서둘러 그 것을 정리하려 객점으로 들어갔다.
객점에 올라가 이층에 올라간 아환은 흠칫 놀라며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한 자리, 이층의 중앙의 한 자리에 한 사람이 계단 쪽에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 머리의 모양, 그리고 머리에 장식한 장신구와 체격으로 보아 젊은 여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마시는 지 손이 주기적으로 얼굴 부근에 다가가곤 다시 내려갔다.
아환은 일순 다음 행동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자리에 서서 그 여자를 쳐다 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객실의 전경이 차츰 들어 왔다.
깨끗했다.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처럼 어제 저녁의 혁사락이 나타나기 전의 객실 그대로 였다. 바닥에 홍건했던 핏자국은 흔적조차 없었으며 당철의의 수급과 그의 주검은 종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잘 정돈되어 있는 객점의 탁자와 의자와 각종 집기들이 오히려 아환에게 있어 이질감을 자아내었다.
그때 그 여자가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짧은 순간이지만 꽤 오래의 시간이 지난 듯이 느껴지는 여인의 작은 동작.
“안녕하세요. 전 제갈수란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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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미국전을 보았습니다. 비겨서 아쉽지만 우리 전사들 훌륭하게 잘 해주었습니다.
14일 인천대첩을 기대합니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 주의 연재는 아마 어려울 듯…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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