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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만남(7)

새벽1시....

어느새 주인님은 술을 다 마시시고 노래를 흥얼 거리셨습니다.

어이야 디야 우리 낭군 떠나시고....

어이야 디야 남은건 우리 새끼.....

이놈 저놈 나를 보고

기가 쌔서 서방 죽인년

색이 쌔서 서방 죽인년.....

우리민요인것 같았는데 어떤느낌인지 몰라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어느 옛날 과부의 신세타령같았는데

미국땅에서 듣는 우리노래에 뭔지모를 감동까지 몰려와서 주인님이 더욱 우러러 보였습니다.

"주인님"

"왜 그러나 남자야 후후후"

"저에게 벌을 주십시요 제가 우리나라 남자들을 대표해서 따끔한 벌을 받고 싶습니다"

"너같은 쓰레기가 벌을 받을 자격이나 있나? 뭐 우리나라남자를 대표해? 하하하"

그녀가 마치 제가 한국에서 저지른일을 다 알고있는듯한 말투에 저는 차마 대답을 못했습니다. 주인님은 계속 노래를 그 아픈 노래를

흥얼거리시고 저는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생각이 나서 자격지심에 몹시나 괴로웠습니다.

어린소녀의 학비를 대기위해 몸을 파는 여인을 에셈이라는 이름으로 죽인일은 주인님의 노래와 함께

저의 폐부를 깊숙히 찔러왔습니다.

몹시나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제발 나에게 몽둥이 찜질을 하던가 나를 그 아줌마에게 한것처럼 괴로운 벌을 내려 죽이던가

"아악, 나를 죽여줘!" 라고 머리를 감싸고 외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그녀의 눈주위가 발그래져있었습니다. 곧이어 알지못할 미소가 보였습니다.

저를 비웃는듯한......술기운에 고개를 약간 옆으로 기울이고 저를 쳐다보는 모습도 저에게는 고통이었습니다.

저의 모든것을 압도하는 그녀는 저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고있는 듯했습니다. 계속 고개를 숙이고 무릅을 끓은 채로 과거의 죄로

괴로워하고있을때에 종이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주인님의 눈치를 보면서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무심결에 책상에 손을 올려놓을때에 손에 걸리는 편지한장이 있었던것입니다. 주인님은 그것을 읽고 계셨습니다.

줄리가 떠날때에 놓고간 편지한장......저도 마침 그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었는데,

그것을 읽고 계시는 주인님의 손이 바르르 떨리고 지금까지 먹은 술이 다 깨는지 눈이 커졌습니다.

"너 줄리란 사람하고 어디까지갔어?"

"네?"

"섹스....했어?"

"바른대로 말해 섹스했어 않했어?" 놀란눈으로 눈까지 충혈되서 쳐다보시는 주인님 앞에서 저는 어떻게 말을 제대로 할수없었습니다.

"그건...." 하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콘...콘돔꼈었어?" "빨리 이야기않해?" 자꾸 다그치시니까 말은 제대로 못하겠고 그 편지내용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무엇때문에 그러시지요? 줄리님은 저의 첫주인이자 첫사랑이었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써있는대요?"

"그 사람 에이즈양성반응자야"

마치 그순간은 천리만리 낭떠러지앞에 있는것 처럼 모든것이 어두웠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분명히 그순간은 제가 신한테 저주 받았다는 느낌이 확실했습니다. 시간조차도 멈춰져있는 느낌의 그순간에 주인님도 저도

온몸이 굳었습니다. 저는 그다음 눈을 똑바로 아래로 뜨고 마치 한편의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섹스할때에 줄리가 하던 행동과

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이 죽음보다 위대할까요? 순영씨와 저는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무서웠습니다. 그녀를 보았습니다.

책상에 팔을 올려놓고 머리를 감싸쥐고있었습니다. 그병이 신의 선택된저주라면 그녀는 정말로 억울할것입니다.

"주인님 그병은 한번의 섹스로 않걸릴 확률이 높대요....."

바보.....

어눌한 이말 한마디를 할수 밖에 없는 저자신이 밉기도 하고 앞으로의 다르게 보일 세상모든것이 무섭기만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저는 차라리 잘됐다 싶었습니다. 이 쓰레기같은 인생......저는 이것이 차라리 신이 내게 준 선물같더군요.

책상위의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는듯한 순영씨는 연이어서 몇잔의 독한 술을 들이켰습니다. 그녀의 계속 책상위를 주시하면서

무언가에 빠져있는듯한 그러한 모습은 나에게는 차라리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에셈은 우리성인들이 즐길수있는 소꼽놀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을 신이 우리에게 저주를 주었던것일까요? 중얼거리는듯한 그녀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습니다.

"나 여기서 좀 살께, 나에게는 너무 충격이지만 내가 그병에 걸렸다는 확신도 없고 좀 숨어지내고싶어......"

외로운 나로서는 반가운일이었습니다. 더구나 하룻밤주인님이 아닌 언제끝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동안 저의파트너를

구했다는 것이 그병에 걸리는것보다 더 좋은 저는 순수한 철부지였습니다.

우리의 변태놀이는 이러한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되는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세계가 있습니다. 저는 이순간 우리들의세계에

만약 걸림돌이 되는것이 있다면 앞으로 무슨수를 써서라도 저의힘으로 치워버리겠다고 마음속으로 순영씨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저는 돈이라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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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마약에 깬 썪은 무리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3시쯤

"야 얘들아 우리 코리안타운가서 해장국 먹자"

"그래 속이 쓰려서 죽겠다"

"제기랄 나한테 이가 있나......왜 이렇게 온몸이 간지럽지"

"난 눈이 아직 않풀렸어"

거의 마약 상습복용자들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나는 순영씨 앞에서 절대 마약을 하지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어떤 녀석이 마루에 있는 텔레비젼을 켰습니다. 한인방송이 나오더군요.

"국회의원 최상락씨가 오늘 뇌물수수죄와 선거법위반으로 오늘 구속되었습니다.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알려진 최의원은

또한 아들 최형철씨의 부정입학의혹으로도 의심을 받게 되어 오늘 아침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있습니다"

"어! 오빠 오빠네 아버님이잖아!"

"형철오빠 어떻게 된거야?"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2층으로 올라가버렸습니다. 2층침실에 들어가자 순영씨가 곤히 침실에서 자고있었습니다.

이여자는 저에게는 마지막 안식처였습니다. 옆에서 아무생각없이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많은 고민이 들더군요. 한국으로 다시 가자니 부모님에게 짐만 될거같고 아침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서

서울집에서도 연락이없었습니다. 얼마나 정신이 없는 상황인지 그것으로 짐작할 수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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