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문득 떠올라서 쓰는 94년 아현동 가스폭발 사건 당시 생존 ssul
서울 사는 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거다. 94년 당시 아현동에서 대형 가스폭발 사건 일어났던 거.
난 폭발지점 바로 뒤에 빌라에서 살고 있었다.
당시 폭발장소를 정확하기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대강 저 부분이었다.
애오개역은 한창 공사중이었던 때고...
폭발 당시 난 방에서 자고 있었다.
저 당시 아현동은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슬럼 of 슬럼이었고, 우리 집 역시 마찬가지로 찢어지게 가난해서
부모님 둘 다 맞벌이를 하던 상황이었다.
자다가 존나 큰 소리에 잠에서 깼고, 2차로 집안 장롱이니 화분이니 죄다 풍비박살나는 거 마지막으로 혼절했었다.
정신차려보니 병원이었다.
나는 딱히 다친 곳은 없고 쇼크로 혼절한 거였고, 나중에 아버지 통해서 어머니가 나랑 같이 이송된 걸 알게 됐다.
어머니는 사고 당시 인근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건물 붕괴하면서 낙하한 돌에 깔려서 중태에 빠진 채로 중환자실에 있었다.
다행히 어머니는 금방 의식 되찾았고,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어느 정도 원상태로 돌아오는가싶었다.
그 때가 병원생활 일주일 즈음 넘어가던 시기였는데, 당시 국민학교에 막 입학했었던, 한창 철딱서니 없었던 나는
병원밥이 지겨운 나머지 얼른 집에 가자고 아버지한테 떼를 쓰다 후드러 맞는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결국 너무 지겨워서, 한 번은 간호사 몰래 옷을 갈아입고 내가 살던 집으로 향했었다.
그 때 기억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여기저기 폴리스라인 쳐져있었고, 어딜 가나 초상집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당시 골목골목, 지름길이나 비상통로라고 부르며 동네 들쑤시고 다녔던 나는 어떻게든 길을 돌고 돌아 집 앞까지 갔었다.
내가 살던 빌라는 근방에 럭키 아파트라고(서대문구 사는 게이들은 알거다.)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 뺨치게 노후된 건물이었다.
그때는 뭐라고 표현해야할 지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연평도 포격사건 때 건물들마냥 곳곳이 박살나있고, 벽돌은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내가 살았던 층, 그 위치에 있던 베란다는 흉측하게 녹아내려서 일그러져있었다.
그거 보고 지레 겁먹고는 존나게 울다가 경찰아저씨한테 잡혀서 아버지한테 또 뚜드러 맞았었지...
당시 사망자 중에는 어머니랑 같이 일했었던 식당 아지매도 있었다.
나중에 의식 회복한 어머니가 사망자 명단 보면서 꺼이꺼이 울고 아버지가 달래던 거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좀 복잡하다.
그 때 만약 내가 베란다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당시 상황이 가끔 꿈에 나올 때마다 비명지르면서 잠에서 깬다.
아마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노짱 선배하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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