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자들만의 이야기 - 12부
애인과 남편 사이 1
윤 설 아
♣우리 여자들만의 이야기♣
제 12 부
우리의 모임이 거의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내 곁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녀가 이내 결심을 한 듯
나에게 노트 한 권을 내밀며 말했다.
「저어, 그냥 없애 버리려고 하다가 차마 버리지 못하고
생각 끝에 설아씨에게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가져 왔어요.
내가 없애는 것 보다 설아씨가 한 번 읽어 보고 없애도
괜찮아요....... 」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노트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와 노트를 펼쳐보니 볼펜으로 쓴 작은 글씨로
노트 전체가 채워져 있었다.
노트를 남편 서재의 책장 맨 위에 칸에 얹어 두었다가 오늘에야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글 내용이 두서없이 엉켜 있어서 부족하지만 다시 정리하여
그녀의 이야기를 내어 놓는다.
그녀의 이름은 박춘자!
처음 들을 때에는 약간 촌스러운 이름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이제는 노트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밤늦게야 점포 문을 닫으면 곧 솜처럼 노곤해져 자리부터 찾게 되고
그러면 뒤 따라 오는 남편, 그는 늘 묵묵히 시작한다.
말없는 그 애무에 이내 나도 반응하게 되고..........
“그런데 말이야-”
옛날 옛적에 말이야.......... 하고 옛이야기라도 하듯 우리의 교섭은
남편의 그 한마디로써 시작된다.
시작은 늘 같았다.
오늘 밤은 또 누구 애기가 나올 것인가 하고 마음을 죄며 언제나 나는
기다려야 한다.
이를테면 미스터 박 말이다.
“미스터 박은 어땠지? 어떻게 했지?”
“.................”
“그러니까 처음에 어때? 무슨 말부터 시작하지? 암 말도
없었던가?..............”
지난날 나와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음직한 남자들의 이름을
들추기면서 캐묻는 것이다.
몇 번이라도 같은 말을 되묻고 그럴 때마다 나는 또 같은
대답을 되풀이 하지만 그 대답을 들으면 그는 만족한 상태로
흥분하고 나도 그 흥분에 말려들고 그 다음에 오는 것은
그일- 그런 순서가 시작 되려는 것이다.
내가 남편과 결혼 한 것은 지금부터 다섯 해 전,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회사에서 그는 나의 상사였다.
말 수가 적은 성미와 자상한 마음씨가 처음 입사하는 첫 날
조그만 친절을 베풀어 준데서 부터 내 마음이 끌렸다.
남모르게 마음을 태우며 짝사랑 비슷한 것을 느낀 상대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연애라는 것을 경험한 일은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없었다.
애인이 없었던 것은 극단적일 만큼 수줍은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가끔 다른 남자들로부터 데이트 제의가 들어와도 제대로
대답조차도 못한 나였다.
그는 나보다 여덟 살이나 위였다.
그리하여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직장의 윗사람으로 그를 따라
다방 같은데 마주앉는 일에는 아무런 저항을 느끼지 않았다.
물론 아내와 아이들까지 이미 있을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미스 김처럼 착하고 예쁜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면........”
우스개 반으로 그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나는 그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분명히 알게 되었고,
이런 남자와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나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한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의 이성의 교제는 시작되었다.
두 사람의 생각이 그 정도였기 때문일까,
우리의 사이는 급속히 가까워 졌다.
그리하여 이 첫 사랑에 서로 뜨겁게 올라 이렇다 할 사고 없이
반년 뒤에는 결혼을 했다.
처녀로 맞는 첫날 밤.
인생의 스타트
앞길은 새파랗게 열리는 것 같았다.
새로운 인생은 멋진 것이었다.
수줍던 성격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쾌활하게 남성을 이해하는
새 여자가 태어났다.
남편이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장도 그만두지 않고
우리는 행복한 맞벌이 신혼부부가 되었다.
우리의 직장은 남자 직원 다섯에 여자직원 열 명,
바쁠 때에는 한 눈도 팔 수 없는 엄격한 분위기요
짜임새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결혼 몇 달이 지나면서부터 나는 자신의 눈에 이상한
변화가 온 것을 발견했다.
여자란 이상한 것이었다.
결혼하기 전과 결혼한 뒤의 남성관이 딴 판으로 달라졌다.
처녀 때에는 알지 못하던 새로운 매력을 동료 남자 직원에게서
발견하기에 이른 것 이다.
이 심상치 않은 변화가 끝내 문제를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결혼 일 년이 되는 초여름,
직장의 남녀 동료 몇 명이 1박 2일의 낚시여행을 계획했다.
남편과 그의 부하인 미스터 박이 주동이 되어 Y호수에서 낚싯대를
담그는 주말을 즐기자는 것이었다.
그 중에 미스터 박이 제일 열성이었다.
오랜만에 즐기자는 단체여행이었던 만큼, 남편과 나도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출발 전날 돌발사가 일어났다.
사장실에 불려갔다 온 남편이
“갑자기 출장 명령이야, 난 아무래도 빠져야 하겠어, 그러니
당신이나 다녀 오구려”
그날 밤 그는 그런 말을 했다.
혼자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생각하면 미리 내놓은 돈이 아까 왔다.
남편은 없었지만 여행은 즐거웠다.
미리 교섭해 놓은 숙소에 들자 어느 새 남녀 동료들 사이에
연인 비슷한 커플이 생기게 되었고 나는 미스터 박과 짝이 되어
버렸다.
미스터 박은 남편의 대학 후배였고 직장에서는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 있었다.
그들은 각별히 친한 사이였다.
그것은 남편이 가끔가다가 술을 마시게 되면 반드시 미스터 박과
자리를 같이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다음 미스터 박이 권하는 대로 호수가로 산책을
나갔다.
반딧불이 한가롭게 날고 물기 찬 밤바람은 시원하고-
나는 이 분위기에 젖은 로맨틱한 기분과 장난기도 다소 작용하여
그의 팔을 끼었다.
그것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낀 팔이었다.
그런데,
“아주머니, 내 기분 어떤지를 잘 아실 텐데, 일부러 이러시는 겁니까?
놀리시려구요?”
미스터 박은 낀 팔을 뿌리치려고도 않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박 선생님 기분 알다니요?”
괴로운 듯이 나지막이 속삭인 그에게서 나는 깜짝 놀라 낀 팔을
빼면서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 날 밤 그런 소리를 일부러 나 더러 들으라고 한 것이죠?”
“그런 소리라니요?”
“시치미 떼지 마십쇼..... 내가 그 날 밤..........”
윤 설 아
♣우리 여자들만의 이야기♣
제 12 부
우리의 모임이 거의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내 곁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녀가 이내 결심을 한 듯
나에게 노트 한 권을 내밀며 말했다.
「저어, 그냥 없애 버리려고 하다가 차마 버리지 못하고
생각 끝에 설아씨에게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가져 왔어요.
내가 없애는 것 보다 설아씨가 한 번 읽어 보고 없애도
괜찮아요....... 」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노트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와 노트를 펼쳐보니 볼펜으로 쓴 작은 글씨로
노트 전체가 채워져 있었다.
노트를 남편 서재의 책장 맨 위에 칸에 얹어 두었다가 오늘에야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글 내용이 두서없이 엉켜 있어서 부족하지만 다시 정리하여
그녀의 이야기를 내어 놓는다.
그녀의 이름은 박춘자!
처음 들을 때에는 약간 촌스러운 이름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이제는 노트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밤늦게야 점포 문을 닫으면 곧 솜처럼 노곤해져 자리부터 찾게 되고
그러면 뒤 따라 오는 남편, 그는 늘 묵묵히 시작한다.
말없는 그 애무에 이내 나도 반응하게 되고..........
“그런데 말이야-”
옛날 옛적에 말이야.......... 하고 옛이야기라도 하듯 우리의 교섭은
남편의 그 한마디로써 시작된다.
시작은 늘 같았다.
오늘 밤은 또 누구 애기가 나올 것인가 하고 마음을 죄며 언제나 나는
기다려야 한다.
이를테면 미스터 박 말이다.
“미스터 박은 어땠지? 어떻게 했지?”
“.................”
“그러니까 처음에 어때? 무슨 말부터 시작하지? 암 말도
없었던가?..............”
지난날 나와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음직한 남자들의 이름을
들추기면서 캐묻는 것이다.
몇 번이라도 같은 말을 되묻고 그럴 때마다 나는 또 같은
대답을 되풀이 하지만 그 대답을 들으면 그는 만족한 상태로
흥분하고 나도 그 흥분에 말려들고 그 다음에 오는 것은
그일- 그런 순서가 시작 되려는 것이다.
내가 남편과 결혼 한 것은 지금부터 다섯 해 전,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회사에서 그는 나의 상사였다.
말 수가 적은 성미와 자상한 마음씨가 처음 입사하는 첫 날
조그만 친절을 베풀어 준데서 부터 내 마음이 끌렸다.
남모르게 마음을 태우며 짝사랑 비슷한 것을 느낀 상대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연애라는 것을 경험한 일은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없었다.
애인이 없었던 것은 극단적일 만큼 수줍은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가끔 다른 남자들로부터 데이트 제의가 들어와도 제대로
대답조차도 못한 나였다.
그는 나보다 여덟 살이나 위였다.
그리하여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직장의 윗사람으로 그를 따라
다방 같은데 마주앉는 일에는 아무런 저항을 느끼지 않았다.
물론 아내와 아이들까지 이미 있을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미스 김처럼 착하고 예쁜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면........”
우스개 반으로 그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나는 그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분명히 알게 되었고,
이런 남자와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나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한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의 이성의 교제는 시작되었다.
두 사람의 생각이 그 정도였기 때문일까,
우리의 사이는 급속히 가까워 졌다.
그리하여 이 첫 사랑에 서로 뜨겁게 올라 이렇다 할 사고 없이
반년 뒤에는 결혼을 했다.
처녀로 맞는 첫날 밤.
인생의 스타트
앞길은 새파랗게 열리는 것 같았다.
새로운 인생은 멋진 것이었다.
수줍던 성격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쾌활하게 남성을 이해하는
새 여자가 태어났다.
남편이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장도 그만두지 않고
우리는 행복한 맞벌이 신혼부부가 되었다.
우리의 직장은 남자 직원 다섯에 여자직원 열 명,
바쁠 때에는 한 눈도 팔 수 없는 엄격한 분위기요
짜임새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결혼 몇 달이 지나면서부터 나는 자신의 눈에 이상한
변화가 온 것을 발견했다.
여자란 이상한 것이었다.
결혼하기 전과 결혼한 뒤의 남성관이 딴 판으로 달라졌다.
처녀 때에는 알지 못하던 새로운 매력을 동료 남자 직원에게서
발견하기에 이른 것 이다.
이 심상치 않은 변화가 끝내 문제를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결혼 일 년이 되는 초여름,
직장의 남녀 동료 몇 명이 1박 2일의 낚시여행을 계획했다.
남편과 그의 부하인 미스터 박이 주동이 되어 Y호수에서 낚싯대를
담그는 주말을 즐기자는 것이었다.
그 중에 미스터 박이 제일 열성이었다.
오랜만에 즐기자는 단체여행이었던 만큼, 남편과 나도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출발 전날 돌발사가 일어났다.
사장실에 불려갔다 온 남편이
“갑자기 출장 명령이야, 난 아무래도 빠져야 하겠어, 그러니
당신이나 다녀 오구려”
그날 밤 그는 그런 말을 했다.
혼자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생각하면 미리 내놓은 돈이 아까 왔다.
남편은 없었지만 여행은 즐거웠다.
미리 교섭해 놓은 숙소에 들자 어느 새 남녀 동료들 사이에
연인 비슷한 커플이 생기게 되었고 나는 미스터 박과 짝이 되어
버렸다.
미스터 박은 남편의 대학 후배였고 직장에서는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 있었다.
그들은 각별히 친한 사이였다.
그것은 남편이 가끔가다가 술을 마시게 되면 반드시 미스터 박과
자리를 같이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다음 미스터 박이 권하는 대로 호수가로 산책을
나갔다.
반딧불이 한가롭게 날고 물기 찬 밤바람은 시원하고-
나는 이 분위기에 젖은 로맨틱한 기분과 장난기도 다소 작용하여
그의 팔을 끼었다.
그것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낀 팔이었다.
그런데,
“아주머니, 내 기분 어떤지를 잘 아실 텐데, 일부러 이러시는 겁니까?
놀리시려구요?”
미스터 박은 낀 팔을 뿌리치려고도 않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박 선생님 기분 알다니요?”
괴로운 듯이 나지막이 속삭인 그에게서 나는 깜짝 놀라 낀 팔을
빼면서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 날 밤 그런 소리를 일부러 나 더러 들으라고 한 것이죠?”
“그런 소리라니요?”
“시치미 떼지 마십쇼..... 내가 그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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