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축제> 제17화 죽음의 섹스 <완결>…
<위험한 축제> 제17화
죽음의 섹스 <완결>
남자의 욕지거리가 멈추지 않는 만큼, 내 몸도 그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미끄러진 것 같다.
"하아….하아…."
화면 안에서 여전히 수희가, 그렇게 낯선 모습으로 앉아
있다. 그 낯선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 무릎…내 무릎이…이 개새끼가…."
남자의 다리는 반대쪽으로 꺾인 체 너덜거린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가, 눈알만을 굴리며 지껄이고 있
다.
그 부셔진 무릎을 한번 더 내리찍자. 짐승과 같은 비명이
방안을 울린다.
아직, 한가지가 남아 있다.
"당신….이 시간에, 아니, 여기를 어떻게 알고….아악!"
잠옷 차림의 혜연이 쓰러진다.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렸
을 때에는, 얼굴은 처음의 가격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악! 아악!"
기절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갑작스런 폭력에 기가 질린
모습이다. 하지만 그녀를 팔을 벽의 어딘가 묶으려 할 때에
는 거칠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팔목을 묶은 줄을 연결하
고서, 몇 번 더 후려쳐야 했다.
"하악…아. 하악….당신 왜…그 그건."
혜연이 입을 벌리자 이빨 몇 개가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
녀의 얼굴은 이제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네가 말한 거지. 그 약이야."
"…어디서 났어?"
"네 주인한테서 좀 얻었지."
혜연의 표정이 변한다. 피범벅이 된 얼굴로도, 그녀는 여
전히 오만할 수 있는 것이다.
"…무슨 소리야?….그 사람한테 갔었어?"
태상은 그냥 집을 나간 게 아니다. 수희가 그렇게 알고
있다고 해도, 그건 수희의 생각이 그렇다는 뜻이지 사실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저 가출했을 뿐인 태상
에 대해 혜연이, 자신을 사랑했었다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
무언가가 더 있을 것이다. 그건 분명히 여기 있을 거다. 내
가 찾는 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에 있다.
"CD를 몇 장 가지고 있다고 그랬지. 그것들 어디 있어."
혜연은, 예전의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너에게 이 약이 효과 있을 리 없다는 것, 나도 잘 알
고 있어….네년은 이미 더한 걸 많이 했을 테니까. 하지만,
이 정도가 정량이었지…CD안에서는."
"미쳤어? 그렇게 많이….죽을 지도 몰라!"
"알 바 아니야."
약을 놓고 돌아섰을 때에 눈에 띈 것은, 방 한구석에 가지
런히 정리되어 있는 CD들이었다. 그렇게 많은 양의 CD가,
그것도 음악이 아닌 것으로 여자의 방에 있다는 것은.
"저거겠군. 그렇지."
"…건드리지 마…"
"이니셜을 적어 놓았겠지. 역시."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이 새끼…."
"약 기운이 좀 도나 보군….이제 물어보겠어. 태상은 어
떻게 된 거지?"
"…웃기지 마…이 정도로…."
"널 사랑했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는 이제 집어치워. 너 같
은 계집에게 빠질 정도는 아니야."
그 두 번째의 CD에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스
와핑의 그 기록에…이건.
"이건 뭐지."
"…."
CD에 적혀진 이니셜은 T.S 이었다. 그리고 적혀진 것은.
"이게 뭐냐고."
"…넌 정말 웃겨. 그렇게 궁금하면 보면 되지 않아? 이
개자식아…."
컴퓨터의 화면이 밝아 온다. 그리고 시디롬이 돌아가는
소리가 났을 때에 혜연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사랑하지 않았다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너조
차 날 사랑하면서…"
화면에 등장한 것은 태상이었다. 옷을 벗고 있다. 옆에
는 의사가 앉아있다. 그리고. 그리고, 태상에게 키스를 한
다.
"이 개 같은 년아. 이게 뭐냐고!"
"…하…."
돌아다본 곳에 뭉개져 있는 혜연은, 피범벅인 된 입을 벌
리며 웃고 있다. 부러진 이빨 사이로 혓바닥이 꿈틀거린다.
"…그 사람을 만났다면서? 그럼 알텐데….너도 저 자식처
럼, 그 커다란 물건으로 네 항문을 닦고 오는 길 아니
야….?"
"…이게 목적이었나?"
"뭐?"
"태상이도 나도, 전부 이렇게 하려고…."
"…역시 넌 내 말을 하나도 제대로 들은 게 없어. 내가
뭐 하는 여자라고 했지? 난, 난 그 남자에게 상대를 제공하
는 여자야…아….내가 그때, 여자를 공급한다고 했었나….그
것도 맞는 말이지. 여자도 공급해…"
"이…이…"
혜연에게 다가가던 내 발걸음이 멈춘 것은, 뒤쪽의 모니터
에서 흘러나온 작은 비명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태상을 뒤
쪽에서 껴안은 체 꿈틀대고 있는 남자와, 태상의 목을 조르
고 있는 혜연이 있었다. 일그러진 건 태상의 얼굴뿐이었다.
잠시 후에, 태상이 무너지듯 쓰러졌고, 두 남녀는 태상이
사리진 화면의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CD에 적힌 또 다른 말은, Death 였다.
"왜지?"
"…"
"왜 죽였어."
"…그 사람이 원했어…"
"뭐."
"…나는 알았거든. 분명히 그때, 저 사람은 죽여달라고
하고 있었어."
"네 년이 알았다고?"
"스와핑을…그만 두자고 하더니 몇 달 후에 찾아 와서는,
반쯤 미쳐서…약을 엄청나게 맞았지…."
"네 년이 뭘 알았다고?"
"…처음부터, 큰 제목은 아니었어. 난 사실 여자가 더 탐
이 났거든. 우리가 본…그 CD가 증거야….내 자리를 물려줄
만한 소질이 있어…그 년은…그리고 난 자유지……"
"이봐…"
잠옷을 부여잡고 당겨 올리자 어딘가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뭘 알았다고 그랬지?"
말을 멈추고는 혜연은, 다시 한번 웃는다. 뱀처럼.
"…당신은 안 죽일게."
묶여 있던 실이 풀린 것처럼, 내 몸이 움직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움직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혜연은 이제 다만 가끔씩 경련을 일으키며 매달려
있다.
"…그래 봐야…소용…없어…"
태상의 CD를 꺼낼 때였다. 그건, 단순히 발음 남은 소리
였다.
"…넌, 절대….신고 못해…"
한 마디를 뱉을 때마다, 혜연이라 불리던 그 여자의 입에
선 피가 새어 나온다.
"뭐?"
"끔찍이 아끼…잖아. 당신 친구의 아내…"
"…웃기지 마."
"그…년이, 이런걸 감당할 수 있을 것…같아? 저게 다…
공개 될 텐데…?"
"웃기지 말라고 했어."
"당신…날 사랑하잖아? …안 그래? 정희씨…"
"…이…"
"…난 정말, 수희라는 그 년을 내 다음으로 하고….자유가
되면…당신과 살려고 했어…내말 못 믿겠어?….정희씨도 그
렇잖아…."
무슨. 혜연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아니라고 해봐…나랑 살고 싶은 생각…조금도 없었어…?"
저 입을 멈춰 버릴 방법이 이제는 있다. 그러나 나는 움직
이지 않는다.
"…아니라고 해봐."
"…경찰 맞을 준비나 해…"
문을 나서는 내 뒤에서, 혜연의 목소리가 예전처럼 울렸
다.
"사랑해…."
"누구세요?"
"정희….문열어."
"아…웬일로….이거, 피예요?"
"괜찮아. 내 피가 아니야…."
수희의 눈은 예전처럼 돌아와 있었다. 잠깐 사이에 눈물
이 고이는 그 눈이 내 앞에 돌아왔다.
"아니…아…이게 뭐 에요…."
"…괜찮다니까…"
그리고 그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나는 그것을 거부할 수가
없다.
…부축을 하려는 수희의 옷깃 사이로, 마치 전기 줄이 파
고 들어간 것 같은, 붉고 긴 상처가 지나가고 있었다.
♣♣ THE END ♣♣
죽음의 섹스 <완결>
남자의 욕지거리가 멈추지 않는 만큼, 내 몸도 그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미끄러진 것 같다.
"하아….하아…."
화면 안에서 여전히 수희가, 그렇게 낯선 모습으로 앉아
있다. 그 낯선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 무릎…내 무릎이…이 개새끼가…."
남자의 다리는 반대쪽으로 꺾인 체 너덜거린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가, 눈알만을 굴리며 지껄이고 있
다.
그 부셔진 무릎을 한번 더 내리찍자. 짐승과 같은 비명이
방안을 울린다.
아직, 한가지가 남아 있다.
"당신….이 시간에, 아니, 여기를 어떻게 알고….아악!"
잠옷 차림의 혜연이 쓰러진다.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렸
을 때에는, 얼굴은 처음의 가격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악! 아악!"
기절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갑작스런 폭력에 기가 질린
모습이다. 하지만 그녀를 팔을 벽의 어딘가 묶으려 할 때에
는 거칠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팔목을 묶은 줄을 연결하
고서, 몇 번 더 후려쳐야 했다.
"하악…아. 하악….당신 왜…그 그건."
혜연이 입을 벌리자 이빨 몇 개가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
녀의 얼굴은 이제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네가 말한 거지. 그 약이야."
"…어디서 났어?"
"네 주인한테서 좀 얻었지."
혜연의 표정이 변한다. 피범벅이 된 얼굴로도, 그녀는 여
전히 오만할 수 있는 것이다.
"…무슨 소리야?….그 사람한테 갔었어?"
태상은 그냥 집을 나간 게 아니다. 수희가 그렇게 알고
있다고 해도, 그건 수희의 생각이 그렇다는 뜻이지 사실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저 가출했을 뿐인 태상
에 대해 혜연이, 자신을 사랑했었다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
무언가가 더 있을 것이다. 그건 분명히 여기 있을 거다. 내
가 찾는 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에 있다.
"CD를 몇 장 가지고 있다고 그랬지. 그것들 어디 있어."
혜연은, 예전의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너에게 이 약이 효과 있을 리 없다는 것, 나도 잘 알
고 있어….네년은 이미 더한 걸 많이 했을 테니까. 하지만,
이 정도가 정량이었지…CD안에서는."
"미쳤어? 그렇게 많이….죽을 지도 몰라!"
"알 바 아니야."
약을 놓고 돌아섰을 때에 눈에 띈 것은, 방 한구석에 가지
런히 정리되어 있는 CD들이었다. 그렇게 많은 양의 CD가,
그것도 음악이 아닌 것으로 여자의 방에 있다는 것은.
"저거겠군. 그렇지."
"…건드리지 마…"
"이니셜을 적어 놓았겠지. 역시."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이 새끼…."
"약 기운이 좀 도나 보군….이제 물어보겠어. 태상은 어
떻게 된 거지?"
"…웃기지 마…이 정도로…."
"널 사랑했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는 이제 집어치워. 너 같
은 계집에게 빠질 정도는 아니야."
그 두 번째의 CD에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스
와핑의 그 기록에…이건.
"이건 뭐지."
"…."
CD에 적혀진 이니셜은 T.S 이었다. 그리고 적혀진 것은.
"이게 뭐냐고."
"…넌 정말 웃겨. 그렇게 궁금하면 보면 되지 않아? 이
개자식아…."
컴퓨터의 화면이 밝아 온다. 그리고 시디롬이 돌아가는
소리가 났을 때에 혜연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사랑하지 않았다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너조
차 날 사랑하면서…"
화면에 등장한 것은 태상이었다. 옷을 벗고 있다. 옆에
는 의사가 앉아있다. 그리고. 그리고, 태상에게 키스를 한
다.
"이 개 같은 년아. 이게 뭐냐고!"
"…하…."
돌아다본 곳에 뭉개져 있는 혜연은, 피범벅인 된 입을 벌
리며 웃고 있다. 부러진 이빨 사이로 혓바닥이 꿈틀거린다.
"…그 사람을 만났다면서? 그럼 알텐데….너도 저 자식처
럼, 그 커다란 물건으로 네 항문을 닦고 오는 길 아니
야….?"
"…이게 목적이었나?"
"뭐?"
"태상이도 나도, 전부 이렇게 하려고…."
"…역시 넌 내 말을 하나도 제대로 들은 게 없어. 내가
뭐 하는 여자라고 했지? 난, 난 그 남자에게 상대를 제공하
는 여자야…아….내가 그때, 여자를 공급한다고 했었나….그
것도 맞는 말이지. 여자도 공급해…"
"이…이…"
혜연에게 다가가던 내 발걸음이 멈춘 것은, 뒤쪽의 모니터
에서 흘러나온 작은 비명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태상을 뒤
쪽에서 껴안은 체 꿈틀대고 있는 남자와, 태상의 목을 조르
고 있는 혜연이 있었다. 일그러진 건 태상의 얼굴뿐이었다.
잠시 후에, 태상이 무너지듯 쓰러졌고, 두 남녀는 태상이
사리진 화면의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CD에 적힌 또 다른 말은, Death 였다.
"왜지?"
"…"
"왜 죽였어."
"…그 사람이 원했어…"
"뭐."
"…나는 알았거든. 분명히 그때, 저 사람은 죽여달라고
하고 있었어."
"네 년이 알았다고?"
"스와핑을…그만 두자고 하더니 몇 달 후에 찾아 와서는,
반쯤 미쳐서…약을 엄청나게 맞았지…."
"네 년이 뭘 알았다고?"
"…처음부터, 큰 제목은 아니었어. 난 사실 여자가 더 탐
이 났거든. 우리가 본…그 CD가 증거야….내 자리를 물려줄
만한 소질이 있어…그 년은…그리고 난 자유지……"
"이봐…"
잠옷을 부여잡고 당겨 올리자 어딘가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뭘 알았다고 그랬지?"
말을 멈추고는 혜연은, 다시 한번 웃는다. 뱀처럼.
"…당신은 안 죽일게."
묶여 있던 실이 풀린 것처럼, 내 몸이 움직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움직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혜연은 이제 다만 가끔씩 경련을 일으키며 매달려
있다.
"…그래 봐야…소용…없어…"
태상의 CD를 꺼낼 때였다. 그건, 단순히 발음 남은 소리
였다.
"…넌, 절대….신고 못해…"
한 마디를 뱉을 때마다, 혜연이라 불리던 그 여자의 입에
선 피가 새어 나온다.
"뭐?"
"끔찍이 아끼…잖아. 당신 친구의 아내…"
"…웃기지 마."
"그…년이, 이런걸 감당할 수 있을 것…같아? 저게 다…
공개 될 텐데…?"
"웃기지 말라고 했어."
"당신…날 사랑하잖아? …안 그래? 정희씨…"
"…이…"
"…난 정말, 수희라는 그 년을 내 다음으로 하고….자유가
되면…당신과 살려고 했어…내말 못 믿겠어?….정희씨도 그
렇잖아…."
무슨. 혜연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아니라고 해봐…나랑 살고 싶은 생각…조금도 없었어…?"
저 입을 멈춰 버릴 방법이 이제는 있다. 그러나 나는 움직
이지 않는다.
"…아니라고 해봐."
"…경찰 맞을 준비나 해…"
문을 나서는 내 뒤에서, 혜연의 목소리가 예전처럼 울렸
다.
"사랑해…."
"누구세요?"
"정희….문열어."
"아…웬일로….이거, 피예요?"
"괜찮아. 내 피가 아니야…."
수희의 눈은 예전처럼 돌아와 있었다. 잠깐 사이에 눈물
이 고이는 그 눈이 내 앞에 돌아왔다.
"아니…아…이게 뭐 에요…."
"…괜찮다니까…"
그리고 그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나는 그것을 거부할 수가
없다.
…부축을 하려는 수희의 옷깃 사이로, 마치 전기 줄이 파
고 들어간 것 같은, 붉고 긴 상처가 지나가고 있었다.
♣♣ THE END ♣♣
추천53 비추천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