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축제> 제15화 범을 잡기 위해…
<위험한 축제> 제15화
범을 잡기 위해…
"…무슨 일로 그러시죠?"
"…휴우. 정영헌은 마약사범입니다. 김혜연도 관계가 되
어 있는 것 같고…당신, 정말 몰랐습니까?"
"…글쎄요. 난 그런 일은 전혀…."
"마약을 복용하고 김혜연과 관계한 적은 없습니까? 그 여자가
권했다든지 해서…."
"없습니다. 우린…."
그건 진실이었으나, 목소리를 가다듬기가 힘들다.
"이 여자는 모릅니까?"
형사가 내민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그 사진에, 의사와
한 여자가 찍혀 있었다. 그녀는 임신을 하고 있었다.
"…글쎄요."
"…이것 봐요. 이정희씨. 당신은 아직 빠져나올 수 있습
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신은 김혜연과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복용 경험도 몇 번 없을 겁니다. 그리
고 우리에게 협조하기만 하면, 당신은 우리가 잘 봐줄 수도
있어요….다시 한번 물어 보겠습니다. 김혜연을 만나면서
정영헌이나, 아니면 마약 복용을 경험한 적이 정말 없습니
까?"
넷이서 만난 것은 두 번이라고 했다. 첫 번 것은 좀 심심
하다는, 혜연의 얘기도 있었다. 그 두 번째에서 수희는 분
명히.
"이정희씨."
그리고 사진 속에서 수희는, 의사와 그렇게 많이 떨어져서
걷고 있지 않다. 조금쯤 웃고 있는 것도 같다.
"…이정희씨!"
"…예? 아…"
"말씀 해 보세요. 우리에게 협조하면, 당신은 빼내 주겠습니다."
수희에 대해서, 이들이 아는 게 없다면 태상과 혜연이 만
난 일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태상이 나와 친구라는 것도 모
르고 있다. 나는 지금 이들에겐 마약사범 김혜연이 새로 만
나고 있는 남자일 뿐이다.
"…전 정말 아는 게 없습니다. 김혜연과는, 일 때문에 옛
날에 좀 알았던 사이고, 귀국해서 다시 연락이 돼….만나다
가, 그렇게 된 것 일 뿐이구요."
아니면 혹시 알고 있는 것일까. 나한테 자기들이 알고 있
는 걸 말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저 떠보는 것일 수도 있
다. 아니, 아니다. 태상과 혜연이 얽혀있는 관계를 알고 있
다면, 나한테 와서 이럴 필요도 없다.
"그 여자가, 정말 마약을 하고 있는 겁니까? 난 그저…좀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이 되긴 하더군요. 무슨, 그런 거 있
지 않습니까. 항문 성교…그런 걸 좋아하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군요. 하하 이거, 난
그런 것도 모르고…"
형사는 두 번째의 담배를 내려놓는다. 당장 속을 뒤집어
털어 내기라도 하겠다는 듯한, 끈적거리는 눈초리로 나를 훑
으며.
"저기요. 난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김혜연 그
여자하고도 곧 끝낼 참이었어요. 안 만날게요. 그러니까 난
좀 빼주십시요. 예? 형사님."
"…후, 알겠습니다. 그 말 믿기로 하죠. 혹시 무슨 일이
있거든 이 쪽으로 연락하시고…음. 그렇다고….너무 편히 생
각하지는 마시고, 몸조심하십시오. 그럼…."
몸조심하라는 경고와 함께 형사는 사진을 집어넣는다. 그
구석에 찍혀있는 날짜가 스친다. 그 날짜는 지금으로 부
터, 3일 전의 그것이다.
"백소장님."
"아 예. 이정희씨."
"어제 부탁드린 거, 뭐 나온 거 있습니까?"
"음…오늘까지 해달라고 하셔서, 저희 직원들이 좀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하하…."
사람이 좋은 것도 이런 때에는 불편하다. 저 사람 좋은
웃음이 지금은 짜증스럽다.
"아….그래서 나온 게 몇 개 있긴 해요. 이 여자. 남편이
실종 됐더군요. 한 3개월 전쯤에 얘기인데, 아직도 못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임신 8개월 째이고, 배가 불러올 때
쯤 해서 실종 됐군요…그리고, 이 여자 이혼소송 중이에요."
"예?"
"남편이 실종 돼버려서 지금은 보류상태인 모양인데, 소
송을 남편이 냈거든요. 음…뭐 하여튼 이런 패턴은 뻔한 거
죠."
"무슨 말씀이죠?"
"바람난 마누라 때문에 집나간 남편인 거죠. 아마….그
찾는 사람이 애 아버지인 모양이네요…뭐."
"어떻게 오셨죠?"
"…원장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진료 받으시려구요?"
"아니, 개인적으로 만나러 온 겁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성함이?"
"…이정희라고 합니다."
어떻게 얘기할지 모르겠다. 그런 것을 얘기 할 수 있을
지가 의심스럽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모두가,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 이것이
태상을 위해서인지, 또는 날, 수희를 위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더 이상은 안 된다.
"들어오시라는데요."
하지만,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협박이나 위협
이 통할 상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그에
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조차 모르는 것이다.
"나가 봐요."
의사의 말에, 간호사는 방문을 닫고 나간다. 이제, 어떻
게 해야 하나. 무엇부터.
"…어서 와. 이거, 좀 놀랐는걸."
첫 마디를 결정하지도 못했는데, 의사가 대뜸 인사를 건낸
다.그런데, 그 인사가.
"앉으라구. 음….커피 마시겠나?"
의사는 날 알고 있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이건 기록인데. 김혜연 이 계집이….연락도 없이 이런
건 좀 놀랍긴 하지만, 어쨌든 좋아. 잘 왔어. 마침 오늘
저녁은 시간도 있으니까."
무언가가 또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또.
"그런데, 어째서 혼자 왔지? 혜연이는 왜 같이 안 왔어?"
"…좀 바쁘다고 하더군요."
"바쁘다고? 이것 보게….이 자식이 이제 대놓고…."
의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어쨌든 이것은 기회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의사는 날 알고 있고, 호의를 가지고 있
다.
"아…사실은, 나 혼자 가는 게 좋겠다고 그랬습니다."
"왜?"
왜. 왜지 그건.
"…얼마 전에 만난 것 때문에, 몸이 좀 안 좋다고….전화
로 얘기하겠다고 그러던 데, 전화가 안 왔었나 보군요."
"전화? 무슨 전화가…."
의사의 손이 전화기를 향한다. 여기까지인가. 혜연에게
전화를 한 다음에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빌어먹을...
좋다. 어차피….
"오 간호사. 전화 온 거 있었어?"
의사는 바로 혜연에게 전화를 한 건 아니었다. 간호사에
게 확인을 먼저 하는 것 같다.
"…예. 아까 점심때에 김혜연씨에게….죄송합니다. 제가
깜빡…."
"음….그래? 알았어. 됐어."
의사는 턱을 괸 체 전화기를 바라본다. 이제 혜연에게 전
화를 하려고 하는 걸까.
"쯧. 김혜연 이자식도 이제 다 됐군. 3박 4일을 뒹굴러도
꿈쩍 않더니…좋아. 나중에 전화하기로 하고. 저녁 먹었나.
일단 저녁이라도 먹어야겠군."
혜연이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까스로
기회가 이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낼 수 있는
기회가.
식사가 끝날 때까지 그가 하는 얘기들은, 나에 대한 제법
자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것은, 혜연이 알려 준
것일 거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런 것을, 왜 혜연은 이 남자
에게 내 얘기를 그렇게 자세히 한 걸까.
범을 잡기 위해…
"…무슨 일로 그러시죠?"
"…휴우. 정영헌은 마약사범입니다. 김혜연도 관계가 되
어 있는 것 같고…당신, 정말 몰랐습니까?"
"…글쎄요. 난 그런 일은 전혀…."
"마약을 복용하고 김혜연과 관계한 적은 없습니까? 그 여자가
권했다든지 해서…."
"없습니다. 우린…."
그건 진실이었으나, 목소리를 가다듬기가 힘들다.
"이 여자는 모릅니까?"
형사가 내민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그 사진에, 의사와
한 여자가 찍혀 있었다. 그녀는 임신을 하고 있었다.
"…글쎄요."
"…이것 봐요. 이정희씨. 당신은 아직 빠져나올 수 있습
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신은 김혜연과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복용 경험도 몇 번 없을 겁니다. 그리
고 우리에게 협조하기만 하면, 당신은 우리가 잘 봐줄 수도
있어요….다시 한번 물어 보겠습니다. 김혜연을 만나면서
정영헌이나, 아니면 마약 복용을 경험한 적이 정말 없습니
까?"
넷이서 만난 것은 두 번이라고 했다. 첫 번 것은 좀 심심
하다는, 혜연의 얘기도 있었다. 그 두 번째에서 수희는 분
명히.
"이정희씨."
그리고 사진 속에서 수희는, 의사와 그렇게 많이 떨어져서
걷고 있지 않다. 조금쯤 웃고 있는 것도 같다.
"…이정희씨!"
"…예? 아…"
"말씀 해 보세요. 우리에게 협조하면, 당신은 빼내 주겠습니다."
수희에 대해서, 이들이 아는 게 없다면 태상과 혜연이 만
난 일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태상이 나와 친구라는 것도 모
르고 있다. 나는 지금 이들에겐 마약사범 김혜연이 새로 만
나고 있는 남자일 뿐이다.
"…전 정말 아는 게 없습니다. 김혜연과는, 일 때문에 옛
날에 좀 알았던 사이고, 귀국해서 다시 연락이 돼….만나다
가, 그렇게 된 것 일 뿐이구요."
아니면 혹시 알고 있는 것일까. 나한테 자기들이 알고 있
는 걸 말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저 떠보는 것일 수도 있
다. 아니, 아니다. 태상과 혜연이 얽혀있는 관계를 알고 있
다면, 나한테 와서 이럴 필요도 없다.
"그 여자가, 정말 마약을 하고 있는 겁니까? 난 그저…좀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이 되긴 하더군요. 무슨, 그런 거 있
지 않습니까. 항문 성교…그런 걸 좋아하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군요. 하하 이거, 난
그런 것도 모르고…"
형사는 두 번째의 담배를 내려놓는다. 당장 속을 뒤집어
털어 내기라도 하겠다는 듯한, 끈적거리는 눈초리로 나를 훑
으며.
"저기요. 난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김혜연 그
여자하고도 곧 끝낼 참이었어요. 안 만날게요. 그러니까 난
좀 빼주십시요. 예? 형사님."
"…후, 알겠습니다. 그 말 믿기로 하죠. 혹시 무슨 일이
있거든 이 쪽으로 연락하시고…음. 그렇다고….너무 편히 생
각하지는 마시고, 몸조심하십시오. 그럼…."
몸조심하라는 경고와 함께 형사는 사진을 집어넣는다. 그
구석에 찍혀있는 날짜가 스친다. 그 날짜는 지금으로 부
터, 3일 전의 그것이다.
"백소장님."
"아 예. 이정희씨."
"어제 부탁드린 거, 뭐 나온 거 있습니까?"
"음…오늘까지 해달라고 하셔서, 저희 직원들이 좀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하하…."
사람이 좋은 것도 이런 때에는 불편하다. 저 사람 좋은
웃음이 지금은 짜증스럽다.
"아….그래서 나온 게 몇 개 있긴 해요. 이 여자. 남편이
실종 됐더군요. 한 3개월 전쯤에 얘기인데, 아직도 못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임신 8개월 째이고, 배가 불러올 때
쯤 해서 실종 됐군요…그리고, 이 여자 이혼소송 중이에요."
"예?"
"남편이 실종 돼버려서 지금은 보류상태인 모양인데, 소
송을 남편이 냈거든요. 음…뭐 하여튼 이런 패턴은 뻔한 거
죠."
"무슨 말씀이죠?"
"바람난 마누라 때문에 집나간 남편인 거죠. 아마….그
찾는 사람이 애 아버지인 모양이네요…뭐."
"어떻게 오셨죠?"
"…원장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진료 받으시려구요?"
"아니, 개인적으로 만나러 온 겁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성함이?"
"…이정희라고 합니다."
어떻게 얘기할지 모르겠다. 그런 것을 얘기 할 수 있을
지가 의심스럽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모두가,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 이것이
태상을 위해서인지, 또는 날, 수희를 위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더 이상은 안 된다.
"들어오시라는데요."
하지만,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협박이나 위협
이 통할 상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그에
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조차 모르는 것이다.
"나가 봐요."
의사의 말에, 간호사는 방문을 닫고 나간다. 이제, 어떻
게 해야 하나. 무엇부터.
"…어서 와. 이거, 좀 놀랐는걸."
첫 마디를 결정하지도 못했는데, 의사가 대뜸 인사를 건낸
다.그런데, 그 인사가.
"앉으라구. 음….커피 마시겠나?"
의사는 날 알고 있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이건 기록인데. 김혜연 이 계집이….연락도 없이 이런
건 좀 놀랍긴 하지만, 어쨌든 좋아. 잘 왔어. 마침 오늘
저녁은 시간도 있으니까."
무언가가 또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또.
"그런데, 어째서 혼자 왔지? 혜연이는 왜 같이 안 왔어?"
"…좀 바쁘다고 하더군요."
"바쁘다고? 이것 보게….이 자식이 이제 대놓고…."
의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어쨌든 이것은 기회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의사는 날 알고 있고, 호의를 가지고 있
다.
"아…사실은, 나 혼자 가는 게 좋겠다고 그랬습니다."
"왜?"
왜. 왜지 그건.
"…얼마 전에 만난 것 때문에, 몸이 좀 안 좋다고….전화
로 얘기하겠다고 그러던 데, 전화가 안 왔었나 보군요."
"전화? 무슨 전화가…."
의사의 손이 전화기를 향한다. 여기까지인가. 혜연에게
전화를 한 다음에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빌어먹을...
좋다. 어차피….
"오 간호사. 전화 온 거 있었어?"
의사는 바로 혜연에게 전화를 한 건 아니었다. 간호사에
게 확인을 먼저 하는 것 같다.
"…예. 아까 점심때에 김혜연씨에게….죄송합니다. 제가
깜빡…."
"음….그래? 알았어. 됐어."
의사는 턱을 괸 체 전화기를 바라본다. 이제 혜연에게 전
화를 하려고 하는 걸까.
"쯧. 김혜연 이자식도 이제 다 됐군. 3박 4일을 뒹굴러도
꿈쩍 않더니…좋아. 나중에 전화하기로 하고. 저녁 먹었나.
일단 저녁이라도 먹어야겠군."
혜연이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까스로
기회가 이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낼 수 있는
기회가.
식사가 끝날 때까지 그가 하는 얘기들은, 나에 대한 제법
자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것은, 혜연이 알려 준
것일 거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런 것을, 왜 혜연은 이 남자
에게 내 얘기를 그렇게 자세히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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