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축제> 제 7화 그녀는 여자 공급책
<위험한축제> 제 7화
그녀는 여자 공급책
눈꺼풀이 무겁다. 간신히 눈을 뜨자 익숙한 방의 광경이
들어왔다.
어떻게 집에까지 돌아 왔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생
각해 보면, 특별히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머리가 이토록 무
거울 이유가 없다. 아니, 나는 취했던가.
혜연과의 섹스로 취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섹스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지금 내 머리는 그것으로 지끈
거린다.
혜연의 전화가 걸려온 건 저녁 무렵이었다. 만날 수 있느냐
는 물음에 잠깐 흥분했던 것 같다.
"어제는 잘 잤어요…?"
혜연은 다시 단정해져 있다. 단정하고 적당히 오만한, 어
젯밤 이전에 내가 알던 모습이다. 그녀가 다시 돌아갔기 때
문에, 어젯밤 내 배 위에서 머리채를 흔들며 춤추던 모습이
더욱 희미해진다.
"잘 잤어요."
혜연은 잠시 입술을 오무리고는 눈 끝을 내린다.
"정희씨."
"예?"
"난, 남자가 나한테 존댓말 하는 거에 익숙지 않아요….물
론, 같이 잔 남자의 경우에 말이에요."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웨이터가 다가와 말을 이을 수가 없
었다. 그런데, 나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나.
주문을 받은 웨이터가 멀어지자 혜연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알겠죠?"
이 여자를 알 수가 없다. 어젯밤에는 그토록 더러운 단어
를 입에 담으며 격정에 휩싸이더니, 지금은, 믿을 수 없지만,
잠깐동안 귀엽게 보였다.
"….응. 그렇게 하지."
"어땠어요?"
"…?"
"나 말이에요. 어젯밤에."
"…좋았어."
"나 때문에 좋았던 거에요. 아니면, 그 아이 때문에…?"
혜연은 장난스럽게 웃는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혜연이 안내한 바는, 재즈음악을 틀어주
는 꽤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오늘은…사람이 많네요. 평소에는 한산한데."
굳이 테이블이 아닌 바에 앉겠다고 한 건 혜연이었다. 의
자를 움직여서는, 가슴이 팔에 닿을 만큼 가까이 와서 앉는
다. 부드러운 감촉이 뭉클거린다.
"물어볼게 있어."
"응? 어떤거요…?"
"어제 말하다 말았지만…"
"…태상씨?"
"…."
"…실종 말이에요? 그거라면, 역시 난 아무것도 몰라요."
"그가 어떻게 접근했지?"
왜 이것이 궁금한지 모르겠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모양이
다. 감정을 설명할 수가 없다.
"…그이가 나한테 CD얘기를 하면서 접근했어요. 노골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결국 나랑 하고 싶다는 얘기였죠. 난 그걸
알았구요."
"그래서 했나?"
혜연은 내 한쪽 팔을 껴안고서는, 레몬향기가 풍기는 입술
로 다가서며 빙긋이 웃는다. 귀엽지만, 비웃음 같다.
"…그랬죠."
당신과 한 것처럼. 생략되어 있는 말은 그것이다.
"왜 실종됐지?"
혜연은 뭔가를 알고 있다. 그녀의 표정이 말하고 있다.
굳이 가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왜 그게 알고 싶죠?"
난 잠시 멈칫거린다. 왜라니. 어째서 그런걸 물어보지.
"수희씨, 태상이의 와이프인데, 그녀가…"
"그래서 그녀를 위해서 태상씨를 찾아야 한다구요…? 이상
한 이유네요.
"그는 내 친구야."
"…듣기로는 그렇지만도 않던데요."
"무슨….?"
"수희라는 그 여자. 원래는 당신의 여자였다면서요….그러
던 것이, 결국 태상씨와 결혼하게 됐다고…"
왜 태상은 그 얘기를, 못할 건 없지만.
"태상이가 그러던가."
"달리 누가 있겠어요."
칵테일을 들이키는 혜연의 목 언저리가 꿈틀거린다. 하얀목이.
"태상은 어떻게 된 거지?"
"…"
혜연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CD의 그 남자를 알죠?"
누구를….그 꼬리를 말하는 건가.
"내 옛 애인이에요….옛 애인만은 아니죠. 가끔씩 연락이
오면 만나기도 하니까. 유학시절 얘긴데….태상씨는, 이건 내
짐작이지만, 그를 만나려고 했던 거 같아요."
"만나려고 해? 왜…."
"…"
단어를 고르는 것처럼, 다시 말을 멈춤 체 눈을 굴리고 있다.
"…나를 그 사람한테서 해방시키려고, 그랬을 거에요."
"무슨 말이지?"
"그 CD는, 사실……그 사람은 날 잡아두려고 하거든요. 그
런 식으로. 무슨 얘기인지 알겠어요?"
"협박?"
"협박이라면 협박이고….난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했지만,
그 사람은 당신이 본 그 CD를 비롯해서 내 더러운 모습을 기
록해둔 몇 가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 사람은 그걸로 날….내
가 못 빠져나가게…."
혜연은 말끝을 흐린다. 그녀가 그렇게 말한 것이 놀랍다.
더러운 모습이라고.
어젯밤의 그녀는, 분명히 더러웠지만 그러나 그것을 싫어하
거나 부끄러워하지는 않는 것 같았는데.
"뭘 그만두려고 했다는 거지?"
"…어젯밤의 그 아이 있죠. 은선이."
"…."
"그런 일이에요. 그에게 여자를 공급해 주는 일."
"여자를 공급해?"
"…그는, 대개 6개월 정도에 한번씩 연락을 해요. 그리고
그때마다 난, 그동안 준비해 논 여자를 그에게 데려가죠. 어
젯밤에 했던 대로, 약간의 훈련을 시켜서요. 그러면 또 연락
이 없다가….때가 되면 다시 연락이 오죠. 그러면 난 다시…."
그녀는 여자 공급책
눈꺼풀이 무겁다. 간신히 눈을 뜨자 익숙한 방의 광경이
들어왔다.
어떻게 집에까지 돌아 왔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생
각해 보면, 특별히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머리가 이토록 무
거울 이유가 없다. 아니, 나는 취했던가.
혜연과의 섹스로 취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섹스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지금 내 머리는 그것으로 지끈
거린다.
혜연의 전화가 걸려온 건 저녁 무렵이었다. 만날 수 있느냐
는 물음에 잠깐 흥분했던 것 같다.
"어제는 잘 잤어요…?"
혜연은 다시 단정해져 있다. 단정하고 적당히 오만한, 어
젯밤 이전에 내가 알던 모습이다. 그녀가 다시 돌아갔기 때
문에, 어젯밤 내 배 위에서 머리채를 흔들며 춤추던 모습이
더욱 희미해진다.
"잘 잤어요."
혜연은 잠시 입술을 오무리고는 눈 끝을 내린다.
"정희씨."
"예?"
"난, 남자가 나한테 존댓말 하는 거에 익숙지 않아요….물
론, 같이 잔 남자의 경우에 말이에요."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웨이터가 다가와 말을 이을 수가 없
었다. 그런데, 나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나.
주문을 받은 웨이터가 멀어지자 혜연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알겠죠?"
이 여자를 알 수가 없다. 어젯밤에는 그토록 더러운 단어
를 입에 담으며 격정에 휩싸이더니, 지금은, 믿을 수 없지만,
잠깐동안 귀엽게 보였다.
"….응. 그렇게 하지."
"어땠어요?"
"…?"
"나 말이에요. 어젯밤에."
"…좋았어."
"나 때문에 좋았던 거에요. 아니면, 그 아이 때문에…?"
혜연은 장난스럽게 웃는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혜연이 안내한 바는, 재즈음악을 틀어주
는 꽤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오늘은…사람이 많네요. 평소에는 한산한데."
굳이 테이블이 아닌 바에 앉겠다고 한 건 혜연이었다. 의
자를 움직여서는, 가슴이 팔에 닿을 만큼 가까이 와서 앉는
다. 부드러운 감촉이 뭉클거린다.
"물어볼게 있어."
"응? 어떤거요…?"
"어제 말하다 말았지만…"
"…태상씨?"
"…."
"…실종 말이에요? 그거라면, 역시 난 아무것도 몰라요."
"그가 어떻게 접근했지?"
왜 이것이 궁금한지 모르겠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모양이
다. 감정을 설명할 수가 없다.
"…그이가 나한테 CD얘기를 하면서 접근했어요. 노골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결국 나랑 하고 싶다는 얘기였죠. 난 그걸
알았구요."
"그래서 했나?"
혜연은 내 한쪽 팔을 껴안고서는, 레몬향기가 풍기는 입술
로 다가서며 빙긋이 웃는다. 귀엽지만, 비웃음 같다.
"…그랬죠."
당신과 한 것처럼. 생략되어 있는 말은 그것이다.
"왜 실종됐지?"
혜연은 뭔가를 알고 있다. 그녀의 표정이 말하고 있다.
굳이 가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왜 그게 알고 싶죠?"
난 잠시 멈칫거린다. 왜라니. 어째서 그런걸 물어보지.
"수희씨, 태상이의 와이프인데, 그녀가…"
"그래서 그녀를 위해서 태상씨를 찾아야 한다구요…? 이상
한 이유네요.
"그는 내 친구야."
"…듣기로는 그렇지만도 않던데요."
"무슨….?"
"수희라는 그 여자. 원래는 당신의 여자였다면서요….그러
던 것이, 결국 태상씨와 결혼하게 됐다고…"
왜 태상은 그 얘기를, 못할 건 없지만.
"태상이가 그러던가."
"달리 누가 있겠어요."
칵테일을 들이키는 혜연의 목 언저리가 꿈틀거린다. 하얀목이.
"태상은 어떻게 된 거지?"
"…"
혜연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CD의 그 남자를 알죠?"
누구를….그 꼬리를 말하는 건가.
"내 옛 애인이에요….옛 애인만은 아니죠. 가끔씩 연락이
오면 만나기도 하니까. 유학시절 얘긴데….태상씨는, 이건 내
짐작이지만, 그를 만나려고 했던 거 같아요."
"만나려고 해? 왜…."
"…"
단어를 고르는 것처럼, 다시 말을 멈춤 체 눈을 굴리고 있다.
"…나를 그 사람한테서 해방시키려고, 그랬을 거에요."
"무슨 말이지?"
"그 CD는, 사실……그 사람은 날 잡아두려고 하거든요. 그
런 식으로. 무슨 얘기인지 알겠어요?"
"협박?"
"협박이라면 협박이고….난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했지만,
그 사람은 당신이 본 그 CD를 비롯해서 내 더러운 모습을 기
록해둔 몇 가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 사람은 그걸로 날….내
가 못 빠져나가게…."
혜연은 말끝을 흐린다. 그녀가 그렇게 말한 것이 놀랍다.
더러운 모습이라고.
어젯밤의 그녀는, 분명히 더러웠지만 그러나 그것을 싫어하
거나 부끄러워하지는 않는 것 같았는데.
"뭘 그만두려고 했다는 거지?"
"…어젯밤의 그 아이 있죠. 은선이."
"…."
"그런 일이에요. 그에게 여자를 공급해 주는 일."
"여자를 공급해?"
"…그는, 대개 6개월 정도에 한번씩 연락을 해요. 그리고
그때마다 난, 그동안 준비해 논 여자를 그에게 데려가죠. 어
젯밤에 했던 대로, 약간의 훈련을 시켜서요. 그러면 또 연락
이 없다가….때가 되면 다시 연락이 오죠. 그러면 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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