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法王) - 3부 15장
제가 할 말은.. 베이오드 이야기를 쓸때 저도 재미가 없었다는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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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소리가 래딕 산을 울렸다.
"아앗!! 그때 그 악적!!!"
미처 하비는 생각도 못하고 있던 베이오드가 깜짝 놀라 하비를 돌아봤다.
유진도 그제서야 한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헉!"
그러고 보니, 자신의 열렬한 신도인 하비가 "신성한 자신의 석상 위에 앉아있었던 자신"을 용서해줄리가 없었다. 말을 하니까 이상하게 되는데, 어쨋든 하비의 성격이 법궁 자체조사로 넘겨받은 보고서에 올라와 있는 대로라면..
캐스팅을 하며 하비가 품 속에서 그 완드를 꺼내들었다.
"매직 애로우!!"
원래 유진이 베이오드 앞에 나타난 이유가 되는 물건이였다.
그 "매직 애로우"는 활활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완드의 영향이였다. 보통 매직애로우보다 몇배는 강력할게 확실한 그 매직애로우가 그대로 유진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다행히 유진 또한 대비가 되어 있었다.
"실드!"
-파르르륵!!!
실드에 맞은 불덩어리가 실드의 구성성분을 이루는 대량의 공기에 의해 순간적으로 화려하게 퍼지면서 타오르더니 한순간에 사라졌다.
유진은 멀쩡한 얼굴로 실드를 풀었다.
"위험하잖습니까."
입은 가볍게 웃고 있었지만 로브의 모자에 가려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비는 그가 결코 그녀에 비해 낮은 수준의 마법사가 아니라는걸 확실히 알수 있었다. 실드는 그녀가 아직 쓸수 없는 2서클 후반의 마법이였다.
"법왕을 모욕하겠다는 생각으로 석상 위에 앉은건 아닙니다."
자기가 자기를 모욕해? 가끔 그런 자폐증 증상의 자학하는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 그런 취미는 유진에게 없었다.
"..생각이 없이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불경한 일이닷!"
하비가 날카롭게 소리질렀다. 어느새 대화권은 베이오드에게서 하비에게로 넘어가 있었다. 유진이 인상을 굳혔다.
"하! 그럼 당신은, 그따위 석상을 법왕이라고 생각하기라도 하시는겁니까?"
애초에 그 석상 따윈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여의도 공원에 있던 세종대왕상처럼 진짜 얼굴이라도 조각해주면 모를까, 그따위 십자가가 자신이라니.
"그런건 제대로 된 신앙이 아니라, 단지 돌조각을 숭배하는 미신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지구에서 그 유명한 기독교적 상식이지만, 뭐 어차피 상대가 그걸 모르는 한 상당히 일리있고 진리적인 말이기도 하다.
"..!"
하비는 충격받은 얼굴이였다.
아직 이 세계에 그런 사상까지는 퍼지지 않은 모양이였다.
"신학적인 이야기는 이쯤 하죠. 법왕을 직접 본 사람이 없는 이상, 진짜 법왕이 그 돌조각처럼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보다,"
유진은 십자가 모양인 자신을 생각하며 피식 웃고 말을 이었다.
"그 완드, 상당히 쓸만한걸 얻으셨군요."
유진이 라이트닝 스태프의 끝으로 하비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완드를 가리켰다.
"이게 뭔지 아는건가?"
말을 않는 하비 대신 베이오드가 물었다.
"마법보조기죠."
"마법보조기?"
마법보조기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스태프나 완드 같은, 마나 소모량을 줄여주고 마나가 원활하게 소통되는걸 도와주는 - 궁극적으로 마법의 위력을 강화시켜주는 이 물건을 거의 쓰지 않았다. 보통은 하비처럼 빈손으로 다니는 것이다. 아니면 마법사라는 사실을 위장하기 위해서 가벼운 검을 들고 다니거나.
그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마법보조기라는게 너무 드물다는 이유였다.
너무 드물다 보니 사려고 해도 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가격도 장난이 아니였고. 또, 마법사의 숫자가 많지 않은 관계로 팔 사람이 있어도 살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마법 보조기보다 더 드문건 마법무기였다.
마법이 걸린 무기를 말함이다. 대표적으로는 지금 베이오드가 들고 있는 블루드래곤 같은 것. 블루드래곤의 경우는 마법보다 축복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였지만, 축복도 마법의 한 계열이다. 마법무기는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공급이 마법보조기보다 훨씬 적었다.
물론 이게 마법보조기의 역할을 한다는걸 하비는 알고 있었다.
그랬기때문에 이 순간 완드를 꺼내들고 캐스팅을 한 것이고.
"뭐, 좋습니다. 전력 강화 측면에서 유용하겠군요. 그건 하비님이 쓰시면 적당하겠습니다."
"하비 씨가?"
"네."
아무래도 이 래딕산 참변의 원인이 되었던 물건이라서인지 베이오드로서는 걱정되지 않을수 없었다.
"괜찮은건가?"
유진도 베이오드가 걱정하는 부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괜찮았다. 애초에 완드는 유진의 명령에 의해 가져다 놓아진 물건이였고, 추가로 약간의 작업을 통해 불의 정령이 모여들게 꼼수를 써 놓으라고 지시한것도 유진이였다. 완드 자체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부턴 입담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저희 또한 베이오드님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인정?"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베이오드가 되물었다.
하비도 유진의 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간단합니다. 마왕을 물리칠 용사로서 당신을 인정하기로 했다는 거죠."
그의 말에 베이오드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마왕이 강림할 겁니다. 어느 음흉한 흑마법사의 손에 의해서 이미 80프로 이상 마왕 소환 흑마법의 준비가 끝난 상태죠. 저와 제 동료들이 최선을 다해서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환 시기를 늦추고 있는게 한계입니다."
마족이 마왕으로 승격했고, 없던 동료가 생겼고, 안하던 노력이 더해졌지만, 어쨋든 비슷하게는 맞는 소리였다.
"이미 대신전에서는 신탁 해석이 끝났을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왕이 강림한다는 사실이 세간에 밝혀지면 대규모의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 일단 사실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그, 그럴수가.."
하비가 당혹스런 신음성을 내뱉었다.
마왕이라니. 심지어는 믿어지지조차 않았다.
"대신전에서 마왕강림에 대한 신탁을 은폐하는건 현명한 선택이였습니다. 이미 흑마법사의 세력은 동대륙의 권력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을 밝혀서는 곤란하거든요."
"..곤란하다니?"
베이오드가 반문했다.
"간단하죠. 우선은 마왕 소환 마법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마왕을 소환하기 위해선 제물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피가 필요하죠. 흑마법사 무리들은 이미 8년 전부터 마왕 소환을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이 땅의 일정한 어떤 지역들을 피와 시신으로 물들임으로서 거대한 소환진을 완성하는 작업이였죠. 그들은 천천히, 꾸준하게 일을 진행시켜서 마계의 힘을 일부나마 이 땅에 소환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기반으로 두 제국의 권력 깊숙히 마수를 뻗는 작업도 병행해 왔습니다. 현재 동대륙에 있는 두개의 제국은 이미 골수까지 흑마법사 무리의 세력이 뻗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신전에서 "난 너희들이 하는 짓거리를 다 알고 있다!" 라고 천명(天名)하면 어떻게 될까요?"
유진이 씨익 웃었다. 그 불길한 웃음에 베이오드가 어색하게 미소를 맞받아쳤다. 그도 유진이 하는 말을 이해할수 있었던 것이다.
"대놓고... 일을 진행시킨다는 건가?"
"그렇죠. 지금까진 물밑에서 들키지 않게 천천히 진행시켜 오던 소환작업을 이제 드러내놓고 그냥 밀어붙일겁니다. 자신들이 획득한 권력을 통해서요."
유진이 말을 이었다.
"따라서, 아직 녀석들이 조심하면서 천천히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이상 굳이 지금부터 자극할 필요는 "없다" 이겁니다."
이건 사실이였다. 마족을 소환하는 흑마법사들은 이미 상당한 세력을 이루고 있었고, 마족 소환의 기반이 되는 마계와 동일한 환경의 공간을 천천히 만들어 가면서 얻은 힘으로 정치쪽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때문에 신전에서 혹시라도 무턱대고 흑마법사들의 마왕소환 시도 사실을 공포할까봐 신탁에 친절하게 공포하지 말라는 내용까지 추가시켜 두었었다.
"란켈식 대검술은 어디까지 익히셨죠?"
"..당신이 준 책은 거의 다 숙지하고 있어."
베이오드의 대답에 유진이 빙긋 웃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였다.
그가 준 책에는 란켈식 대검술에 처음부터 있던 중반부분까지 기술되어 있었다. 원래 란켈검술이 미완이였기 때문에 후반부분은 아카디아가 - 혹은 아카디아가 누군가에게 시켜서 - 보강해 놓았었다. 확실한건, 란켈검술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월등하게 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다.
"테스트가 필요하겠군요."
유진이 스태프로 베이오드를 가리켰다.
"카렌!"
카렌이 나무 위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채앵!
카렌과 베이오드가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유진은 하비의 주의를 자신에게로 돌렸다. 그녀에게도 볼일이 있었다.
"하비 님?"
하비가 그를 바라보았다. 이전만큼의 적대심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유진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것 같았다. 완드를 손에서 놓지 않고 꽉 쥐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건 쉽게 알수 있었다.
"마법 실력이 어느정도 되시죠?"
"그건 왜 물어보는거지?"
"네 정도면 다 알텐데"라는 말은 하비의 입에서 생략되었다.
원래 마법사는 자신보다 낮은 서클의 마법사의 실력을 손쉽게 알아볼수 있었다. 1서클 수준의 마법인 "매직 스캔(Magic Scan)"을 통해서 자신보다 낮은 수준의 마법사가 가진 마나량을 확인할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실대로 밝히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유진은 마법사가 맞는가?
정답은 "아니다"다.
비록 유진의 몸에 마나가 고밀도로 가득 차서 넘쳐 흐를 지경이긴 했지만, 복잡한 수식과 연산과정을 암기하고 계산해내야만 하는 마법은 단기간에 속성으로 익힐 만한 학문(學文)이 아니였다.
다행히 마나량을 따지자면 서클의 구분이 무의미할정도로 마나량은 충분했기 때문에 수식과 연산법만 암기하고, 계산 가능하면 언제든지 곧바로 마법은 쓸수 있었지만, 그게 쉬울리가 없다.
문제는, 유진이 문과(文科)였다는 사실이다.
마법상의 수식이나 연산과정들은 문과수준의 수학으로 풀이하기엔 지나치게 난해했고 복잡했다. 이과 수학도 대충 훑어본적은 있었지만, 2서클이 넘어가면 이과수학으로도 고등학교 수준으론 해결되지 않는 마법들이 수두룩한게 현 재 마법의 현실이였다.
하는수 없이 유진은 마법 수준에 비해 "수식이 굉장히 간단하고, 심지어 언제 어느때나 같은 모양으로 만든다면 따로 수식을 만들어 계산할 필요도 없고, 라이트닝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캐스팅을 단축시킬수도 있는" 실드"만" 속성으로 배워서 유희에 나온 상태였다.
그러니, 1서클에서도 수식 수준이 굉장히 어렵기로 악명높은 "매직스캔 마법"을 유진이 익히고 있을리가 없었다. 매직 애로우도 못쓰는데 매직스캔을 바란다는건 사치다.
"..."
매직 스캔이란 마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유진이였지만, 하비의 말투와 지구에서 살아온 판타지,무협지의 지식으로 하비의 말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대충 알수 있었다.
거 왜, 무협지에서도 고수는 딱 보면 요놈 실력이 어떻다고 알아채지 않던가.
"하핫, 그냥 한번 물어본건데 너무 딱딱하시네요."
하비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솔찍히 그냥 한번 물어본건 맞았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유진이 넘겨받은 하비에 대한 자료 보고서에는 하비의 마법수준이 2서클 초입인것뿐 아니라, 그녀가 익히고 있는 마법 목록까지 적혀 있었다. 그러니 굳이 물어볼 일은 아니였다.
"저는 베이오드님을 도울 조력자로 하비님을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유진이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분위기의 변화는 하비에게도 확실하게 전해졌다.
"..나를?"
"그렇습니다. 아무리 용사라고 해도, 혼자서만으론 한계가 있지요. 용사와 함께 마왕소환을 막을 동료가 필요합니다."
유진이 하는 당연하고 옳은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복잡미묘했다.
"물론, 용사와 용사의 동료는 단 둘이서 "함께 여행"하면서 흑마법사들이 만들고 있는 마법진을 파괴해야겠지요."
"함께 여행하면서..?"
하비의 표정이 이제 혼돈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걸 보니 유진은 왠지 가슴이 아팠다. 사실 단 둘이는 안될거다.
유진의 계획에 따르면.
관찰자의 입장에서 유진은 나오려는 웃음을 가슴 깊이 묻어둔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용사의 동료가 될 자격이 있는지 시험을 해봐야겠습니다."
유진이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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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작해놓은걸 도중에 자르고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할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직행하는겁니다.
음..
예정을 드리자면... 유진이 본격적으로 베이오드와 함께 출연하는건 한 3부 25장쯤? 그쯤 될것 같군요.
재미없는 분은 그냥 넘기세요 ㅋㅋ
나중에 요청하시는분 있으면 간단하게 내용정리해서 올릴지도...(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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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소리가 래딕 산을 울렸다.
"아앗!! 그때 그 악적!!!"
미처 하비는 생각도 못하고 있던 베이오드가 깜짝 놀라 하비를 돌아봤다.
유진도 그제서야 한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헉!"
그러고 보니, 자신의 열렬한 신도인 하비가 "신성한 자신의 석상 위에 앉아있었던 자신"을 용서해줄리가 없었다. 말을 하니까 이상하게 되는데, 어쨋든 하비의 성격이 법궁 자체조사로 넘겨받은 보고서에 올라와 있는 대로라면..
캐스팅을 하며 하비가 품 속에서 그 완드를 꺼내들었다.
"매직 애로우!!"
원래 유진이 베이오드 앞에 나타난 이유가 되는 물건이였다.
그 "매직 애로우"는 활활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완드의 영향이였다. 보통 매직애로우보다 몇배는 강력할게 확실한 그 매직애로우가 그대로 유진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다행히 유진 또한 대비가 되어 있었다.
"실드!"
-파르르륵!!!
실드에 맞은 불덩어리가 실드의 구성성분을 이루는 대량의 공기에 의해 순간적으로 화려하게 퍼지면서 타오르더니 한순간에 사라졌다.
유진은 멀쩡한 얼굴로 실드를 풀었다.
"위험하잖습니까."
입은 가볍게 웃고 있었지만 로브의 모자에 가려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비는 그가 결코 그녀에 비해 낮은 수준의 마법사가 아니라는걸 확실히 알수 있었다. 실드는 그녀가 아직 쓸수 없는 2서클 후반의 마법이였다.
"법왕을 모욕하겠다는 생각으로 석상 위에 앉은건 아닙니다."
자기가 자기를 모욕해? 가끔 그런 자폐증 증상의 자학하는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 그런 취미는 유진에게 없었다.
"..생각이 없이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불경한 일이닷!"
하비가 날카롭게 소리질렀다. 어느새 대화권은 베이오드에게서 하비에게로 넘어가 있었다. 유진이 인상을 굳혔다.
"하! 그럼 당신은, 그따위 석상을 법왕이라고 생각하기라도 하시는겁니까?"
애초에 그 석상 따윈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여의도 공원에 있던 세종대왕상처럼 진짜 얼굴이라도 조각해주면 모를까, 그따위 십자가가 자신이라니.
"그런건 제대로 된 신앙이 아니라, 단지 돌조각을 숭배하는 미신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지구에서 그 유명한 기독교적 상식이지만, 뭐 어차피 상대가 그걸 모르는 한 상당히 일리있고 진리적인 말이기도 하다.
"..!"
하비는 충격받은 얼굴이였다.
아직 이 세계에 그런 사상까지는 퍼지지 않은 모양이였다.
"신학적인 이야기는 이쯤 하죠. 법왕을 직접 본 사람이 없는 이상, 진짜 법왕이 그 돌조각처럼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보다,"
유진은 십자가 모양인 자신을 생각하며 피식 웃고 말을 이었다.
"그 완드, 상당히 쓸만한걸 얻으셨군요."
유진이 라이트닝 스태프의 끝으로 하비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완드를 가리켰다.
"이게 뭔지 아는건가?"
말을 않는 하비 대신 베이오드가 물었다.
"마법보조기죠."
"마법보조기?"
마법보조기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스태프나 완드 같은, 마나 소모량을 줄여주고 마나가 원활하게 소통되는걸 도와주는 - 궁극적으로 마법의 위력을 강화시켜주는 이 물건을 거의 쓰지 않았다. 보통은 하비처럼 빈손으로 다니는 것이다. 아니면 마법사라는 사실을 위장하기 위해서 가벼운 검을 들고 다니거나.
그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마법보조기라는게 너무 드물다는 이유였다.
너무 드물다 보니 사려고 해도 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가격도 장난이 아니였고. 또, 마법사의 숫자가 많지 않은 관계로 팔 사람이 있어도 살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마법 보조기보다 더 드문건 마법무기였다.
마법이 걸린 무기를 말함이다. 대표적으로는 지금 베이오드가 들고 있는 블루드래곤 같은 것. 블루드래곤의 경우는 마법보다 축복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였지만, 축복도 마법의 한 계열이다. 마법무기는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공급이 마법보조기보다 훨씬 적었다.
물론 이게 마법보조기의 역할을 한다는걸 하비는 알고 있었다.
그랬기때문에 이 순간 완드를 꺼내들고 캐스팅을 한 것이고.
"뭐, 좋습니다. 전력 강화 측면에서 유용하겠군요. 그건 하비님이 쓰시면 적당하겠습니다."
"하비 씨가?"
"네."
아무래도 이 래딕산 참변의 원인이 되었던 물건이라서인지 베이오드로서는 걱정되지 않을수 없었다.
"괜찮은건가?"
유진도 베이오드가 걱정하는 부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괜찮았다. 애초에 완드는 유진의 명령에 의해 가져다 놓아진 물건이였고, 추가로 약간의 작업을 통해 불의 정령이 모여들게 꼼수를 써 놓으라고 지시한것도 유진이였다. 완드 자체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부턴 입담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저희 또한 베이오드님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인정?"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베이오드가 되물었다.
하비도 유진의 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간단합니다. 마왕을 물리칠 용사로서 당신을 인정하기로 했다는 거죠."
그의 말에 베이오드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마왕이 강림할 겁니다. 어느 음흉한 흑마법사의 손에 의해서 이미 80프로 이상 마왕 소환 흑마법의 준비가 끝난 상태죠. 저와 제 동료들이 최선을 다해서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환 시기를 늦추고 있는게 한계입니다."
마족이 마왕으로 승격했고, 없던 동료가 생겼고, 안하던 노력이 더해졌지만, 어쨋든 비슷하게는 맞는 소리였다.
"이미 대신전에서는 신탁 해석이 끝났을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왕이 강림한다는 사실이 세간에 밝혀지면 대규모의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 일단 사실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그, 그럴수가.."
하비가 당혹스런 신음성을 내뱉었다.
마왕이라니. 심지어는 믿어지지조차 않았다.
"대신전에서 마왕강림에 대한 신탁을 은폐하는건 현명한 선택이였습니다. 이미 흑마법사의 세력은 동대륙의 권력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을 밝혀서는 곤란하거든요."
"..곤란하다니?"
베이오드가 반문했다.
"간단하죠. 우선은 마왕 소환 마법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마왕을 소환하기 위해선 제물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피가 필요하죠. 흑마법사 무리들은 이미 8년 전부터 마왕 소환을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이 땅의 일정한 어떤 지역들을 피와 시신으로 물들임으로서 거대한 소환진을 완성하는 작업이였죠. 그들은 천천히, 꾸준하게 일을 진행시켜서 마계의 힘을 일부나마 이 땅에 소환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기반으로 두 제국의 권력 깊숙히 마수를 뻗는 작업도 병행해 왔습니다. 현재 동대륙에 있는 두개의 제국은 이미 골수까지 흑마법사 무리의 세력이 뻗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신전에서 "난 너희들이 하는 짓거리를 다 알고 있다!" 라고 천명(天名)하면 어떻게 될까요?"
유진이 씨익 웃었다. 그 불길한 웃음에 베이오드가 어색하게 미소를 맞받아쳤다. 그도 유진이 하는 말을 이해할수 있었던 것이다.
"대놓고... 일을 진행시킨다는 건가?"
"그렇죠. 지금까진 물밑에서 들키지 않게 천천히 진행시켜 오던 소환작업을 이제 드러내놓고 그냥 밀어붙일겁니다. 자신들이 획득한 권력을 통해서요."
유진이 말을 이었다.
"따라서, 아직 녀석들이 조심하면서 천천히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이상 굳이 지금부터 자극할 필요는 "없다" 이겁니다."
이건 사실이였다. 마족을 소환하는 흑마법사들은 이미 상당한 세력을 이루고 있었고, 마족 소환의 기반이 되는 마계와 동일한 환경의 공간을 천천히 만들어 가면서 얻은 힘으로 정치쪽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때문에 신전에서 혹시라도 무턱대고 흑마법사들의 마왕소환 시도 사실을 공포할까봐 신탁에 친절하게 공포하지 말라는 내용까지 추가시켜 두었었다.
"란켈식 대검술은 어디까지 익히셨죠?"
"..당신이 준 책은 거의 다 숙지하고 있어."
베이오드의 대답에 유진이 빙긋 웃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였다.
그가 준 책에는 란켈식 대검술에 처음부터 있던 중반부분까지 기술되어 있었다. 원래 란켈검술이 미완이였기 때문에 후반부분은 아카디아가 - 혹은 아카디아가 누군가에게 시켜서 - 보강해 놓았었다. 확실한건, 란켈검술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월등하게 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다.
"테스트가 필요하겠군요."
유진이 스태프로 베이오드를 가리켰다.
"카렌!"
카렌이 나무 위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채앵!
카렌과 베이오드가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유진은 하비의 주의를 자신에게로 돌렸다. 그녀에게도 볼일이 있었다.
"하비 님?"
하비가 그를 바라보았다. 이전만큼의 적대심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유진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것 같았다. 완드를 손에서 놓지 않고 꽉 쥐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건 쉽게 알수 있었다.
"마법 실력이 어느정도 되시죠?"
"그건 왜 물어보는거지?"
"네 정도면 다 알텐데"라는 말은 하비의 입에서 생략되었다.
원래 마법사는 자신보다 낮은 서클의 마법사의 실력을 손쉽게 알아볼수 있었다. 1서클 수준의 마법인 "매직 스캔(Magic Scan)"을 통해서 자신보다 낮은 수준의 마법사가 가진 마나량을 확인할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실대로 밝히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유진은 마법사가 맞는가?
정답은 "아니다"다.
비록 유진의 몸에 마나가 고밀도로 가득 차서 넘쳐 흐를 지경이긴 했지만, 복잡한 수식과 연산과정을 암기하고 계산해내야만 하는 마법은 단기간에 속성으로 익힐 만한 학문(學文)이 아니였다.
다행히 마나량을 따지자면 서클의 구분이 무의미할정도로 마나량은 충분했기 때문에 수식과 연산법만 암기하고, 계산 가능하면 언제든지 곧바로 마법은 쓸수 있었지만, 그게 쉬울리가 없다.
문제는, 유진이 문과(文科)였다는 사실이다.
마법상의 수식이나 연산과정들은 문과수준의 수학으로 풀이하기엔 지나치게 난해했고 복잡했다. 이과 수학도 대충 훑어본적은 있었지만, 2서클이 넘어가면 이과수학으로도 고등학교 수준으론 해결되지 않는 마법들이 수두룩한게 현 재 마법의 현실이였다.
하는수 없이 유진은 마법 수준에 비해 "수식이 굉장히 간단하고, 심지어 언제 어느때나 같은 모양으로 만든다면 따로 수식을 만들어 계산할 필요도 없고, 라이트닝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캐스팅을 단축시킬수도 있는" 실드"만" 속성으로 배워서 유희에 나온 상태였다.
그러니, 1서클에서도 수식 수준이 굉장히 어렵기로 악명높은 "매직스캔 마법"을 유진이 익히고 있을리가 없었다. 매직 애로우도 못쓰는데 매직스캔을 바란다는건 사치다.
"..."
매직 스캔이란 마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유진이였지만, 하비의 말투와 지구에서 살아온 판타지,무협지의 지식으로 하비의 말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대충 알수 있었다.
거 왜, 무협지에서도 고수는 딱 보면 요놈 실력이 어떻다고 알아채지 않던가.
"하핫, 그냥 한번 물어본건데 너무 딱딱하시네요."
하비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솔찍히 그냥 한번 물어본건 맞았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유진이 넘겨받은 하비에 대한 자료 보고서에는 하비의 마법수준이 2서클 초입인것뿐 아니라, 그녀가 익히고 있는 마법 목록까지 적혀 있었다. 그러니 굳이 물어볼 일은 아니였다.
"저는 베이오드님을 도울 조력자로 하비님을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유진이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분위기의 변화는 하비에게도 확실하게 전해졌다.
"..나를?"
"그렇습니다. 아무리 용사라고 해도, 혼자서만으론 한계가 있지요. 용사와 함께 마왕소환을 막을 동료가 필요합니다."
유진이 하는 당연하고 옳은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복잡미묘했다.
"물론, 용사와 용사의 동료는 단 둘이서 "함께 여행"하면서 흑마법사들이 만들고 있는 마법진을 파괴해야겠지요."
"함께 여행하면서..?"
하비의 표정이 이제 혼돈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걸 보니 유진은 왠지 가슴이 아팠다. 사실 단 둘이는 안될거다.
유진의 계획에 따르면.
관찰자의 입장에서 유진은 나오려는 웃음을 가슴 깊이 묻어둔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용사의 동료가 될 자격이 있는지 시험을 해봐야겠습니다."
유진이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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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작해놓은걸 도중에 자르고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할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직행하는겁니다.
음..
예정을 드리자면... 유진이 본격적으로 베이오드와 함께 출연하는건 한 3부 25장쯤? 그쯤 될것 같군요.
재미없는 분은 그냥 넘기세요 ㅋㅋ
나중에 요청하시는분 있으면 간단하게 내용정리해서 올릴지도...(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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