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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 - 2부

“영순아, 바지는 아빠가 걸테니까 저녁 밥이나 준비해라.”



아빠가 먼저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순간적으로 엄마가 된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아빠, 김치찌개 했는데 어때?”

“응, 쏘주 생각이 나겠는걸.”

“쏘주는 독한 술일텐데 겨우 이걸루 안주돼?”

“소주엔 김치찌개가 젤 어울리거든.”



나는 냉장고에서 평소 아빠가 마시다 남긴 반 병짜리 소주를 꺼내고 찬장에서 소주잔을 챙겨 아빠에게 잔을 권했다.



“남자 친구는 있니?”

“없어요.”

“너처럼 예쁜 아일 쳐다보는 남학생 하나 없다는게 믿어지지 않는구나.”

“바빠요. 공부해야죠. 집에 시간 맞춰와야죠. 언제 연애해요?”

“귀가 시간을 늦춰줄테니 대학생활의 낭만을 구속당하지 말아라.”

“그렇지 않아도 맨날 늦었잖아요. 친구들이랑 재잘대다 보면 하루가 너무 짧거든요.”

“넌 숫기가 없어. 그렇게 대충 살다가 짝맞춰 시집가면 네 놈 인생이 도대체 뭐냐?”

“아빤 내가 연애라도 해서 사고치길 바라는 것 같이 들려요.”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영순이가 남자들한테 헌팅 대상이 아니라니까 은근히 화나잖니.”

“전요, 아빠가 젤 좋아요.”

“어릴 때나 하는 소리구. 너도 남자 친구 생기면 그딴 소린 입도 뻥긋 안하게 될껄?”

“시집 안갈꺼에요. 평생 아빠 옆에서 있을꺼니까요.”

“엄마가 멀쩡하게 있는데 네가 무슨 권한으로 아빠 옆에서 평생 있겠다고 우기는지 모르겠네.”

“우기는게 아니구요. 아빠같은 남자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단 말이에요.”

“시간 많으니까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겠지.”



나는 술 한잔을 비우며 옆에 앉은 영순의 머릿결을 쓰다 듬었다. 싱그러운 머릿결이 손 끝에 붙었다. 자연스럽게 어깨로 기울어지는 영순의 머리를 받았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 길이 점차 어깨 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영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더욱 어깨 위에 머리를 얹어왔다. 흐르던 손 끝이 어깨선을 떠나 영순의 귓불을 어루만졌다. 숨결이 급하게 흘렀다. 영순의 호흡이 가빠지며 달뜬 가슴의 출렁임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었다.



“한 잔 할래?”

“쏘주 못해요. 맥주라면 좀 마시는데...”

“슈퍼 갔다올까?”

“돈 주세요. 피쳐루 한 병 사올께요.”

“아주 쑥맥은 아니구나? 피쳐두 알구.”

“친구들이랑 돈 아낄라구 피쳐 마시거든요.”

“이왕이면 병맥주를 마시지 그랬어?”

“피쳐가 더 싸요. 두 병이면 세명이 마시구 남거든요.”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영순이에게 쥐어줬다. 쪼르르 문 닫지 않은 슈퍼를 찾아 달려갈 것이다. 아파트 앞 슈퍼가 일찍 문 닫으면 건너편 슈퍼까진 십여분이 소요될텐데 홀연 혼자라는 생각에 꼬깃하게 눌려진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불을 붙였다. 피덩이 같기만하던 어린 아이로 밖에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벌써 친구들이랑 맥주잔을 기울이며 인생을 논했을꺼라 생각하니 영순이가 대견스럽다. 연기를 길게 내 뿜으며 아파트 복도를 통해 아랫길을 바라봤다. 바쁜 걸음으로 단지 앞을 오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있어 이 시간은 시작인지 끝인지 알수 없지만 나는 모처럼의 안식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학, 아빠 뛰어다녔더니 숨이 차.”

“시원하게 한 잔 마셔라. 그러면 갈증도 없어지고 더위도 식을테니까.”

“어휴, 그 사이에 담배 폈어요?”

“네가 없으니까 순간적으로 패닉상태가 되더라구. 그래서 한대 피웠지.”

“제가 담배냄새 엄청 싫어하는거 아시죠?”

“복도에서 핀 건데도 냄새가 그렇게 많이 났니?”

“아빠가 담배를 끊었으면 해요.”

“요즘 여대생들 담배가 엄청 늘었다던데 친구들은 안피니?”

“피우지만 걔들은 뻐끔담배라구 멋으로 피는 거에요.”

“너도 멋으로 피우니?”

“기관지가 나쁘잖아요. 담밴 절 두번 죽이는거라는걸 잊지 말아주세요.”

“알았다. 겁나서 끊던지 해야지 원.”



영순이의 잔소리가 길어지기 전에 나는 맥주잔에 거품없이 가득차게 술을 따른 후 동시에 소주잔도 높이 들며 건배를 제의했다. 영순은 너무 심한 잔소리를 했나 싶어 더 이상 담배를 문제삼지 않고 잔을 가볍게 들어 올려 부딪친 후 벌컥 맥주를 목에 넘기고 있다.



"술이란 빠르게 먹는게 아냐."

"늘 이렇게 먹는데..."

"음미하면서 마셔야 해. 술은 어른앞에서 배우라는 말이 있지."

"어차피 배가 워낙 작아서 많이 못마시는데 뭐."



영순은 내 손을 잡아 자신의 아랫배로 이끌며 배가 얼마나 작은지 증명해 보였다. 앉은 자세로 만져지는 뱃살이지만 조금도 쳐지지 않은 것이 홀쪽 들어갔다는 느낌에 마누라가 개미처럼 가는 허리를 자랑하기는 했지만 애 낳은 경험 때문에 완벽하게 뱃살을 원상복귀 시키지 못한 것에 비하면 이런 것이 처녀 특유의 홀쪽함이구나 싶어 숨이 벌컥 넘어간다.



“어휴, 넌 보기와 달리 몸매가 보통이 아닌데?”

“정말요? 사실 제 생각에도 괜찮아보여서 아빠 몰래 모델 오디션이나 볼까 했었는데...”

“안돼. 소질이 있어야 하는 일이잖니.”

“소질은 개발하는거잖아요.”

“천재성이 있어야 모델도 성공하는건데 넌 너무 쑥맥이거든.”

“내숭떨어서 그런거구, 전 발랄하거든요.”

“어휴, 난 우리 공주님에게 어울리는 딱 한명의 왕자만 바랄뿐인데, 모델인가 뭔가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널 선망의 대상으로 삼아 몸살을 알게 될까봐 더 말리고 싶단다.”

“아빠도 인정하는거죠? 제 몸매.”

“거럼, 영순이가 젤이지.”



영순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뭔가 부시럭 거리며 한참 있다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헐렁한 티셔츠 차림의 배꼽티에 긴 다리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핫팬티로 감아 입고 방문을 나서며 마치 모델처럼 몸을 두어바퀴 돌리며 자리에 앉았다.



“안 그래도 예쁜데 정신 사납게 옷까지 갈아입고 그래?”

“아빤 봐야해요. 영순이가 얼마나 예쁜지 눈으로 봐야 한다니까요.”

“알아, 알아. 내 눈엔 너 만큼 예쁜 여자애가 들어오지도 않거든.”

“그건 너무 주관적인 아빠와 딸의 감정이구. 진짜 이런 모습이 예쁘면 예쁘다고 말해줘요.”

“집에선 뭘 입어도 좋다면 밖에 나갈 땐 제발 이런 복장은 해선 안된다.”

“요즘 유행인걸요. 헐렁한 배꼽티에 짧은 핫팬티.”

“학교에서도 그렇게 입은 애들이 많니?”

“많지는 않지만 더러는 있어요.”

“욕심이 많은 애들이구나. 다른 학생들 한눈 팔게 하곤 자기만 공부 많이 하려는게지.”

“애구, 아빤 넘 어거지다. 제발 젊은 트랜드를 이해해 주세요.”

“영순이가 우기면 그게 진리겠지만 아무튼 너무 야사스러워서 난 싫다.”



영순의 잘빠진 몸매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늦은 시각에나 집에 들어오면 간혹 마주칠 때도 있었지만 피곤했었고 출근길에 쫒기며 허겁지겁 아침밥을 먹을 때도 가끔 눈꼽을 부비며 식탁 앞에 걸터앉은 모습 속에선 적어도 이렇게 섹시한 모습으로 자랐을 영순에 대한 아름다움에 도취할 기회는 전혀 없었다.



마주 앉은 상태에서 핫팬티 사이로 하얀 팬티가 보였다. 밝은 불빛이 아닌 탓에 팬티 주변이 약간 어두운 것이 마치 곱슬한 털이 수북히 삐져나온 느낌이다. 얼른 눈을 돌려 천정을 바라봤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계속 벌어진 핫팬티 끝자락에 눈길을 돌리고 싶다. 출렁하며 솟아 오른 젖무덤은 그 끝에 작은 꼭지를 달고 헐렁한 티셔츠에 묻어난 듯 빼족하게 드러나고 그 아래로 흐르는 짤록한 허리선과 아랫배로 이어지는 작지만 움푹패인 배꼽선이 너무나 아름다워 차마 눈길을 둘 수 없었다. 나는 술잔을 내리 세 번 입안에 털어 넣었다. 영순도 잔이 비워지기 무섭게 또 한잔을 따라 벌컥이며 목젖을 적시고 있다.



덮다. 무더위가 시작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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