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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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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보내주신 muherga님께 감사합니다.
아울러 다른 독자들분께도 읽어 주신데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시간 틈틈이 열심히 쳐서 올리겠습니다.

제 5 장 무너지는 육신 - #1 요부 비란


미앙생이 절에서 만났던 여자는 비란으로 자매 가운데 동생이었으며 이들 자매의 집안은 모두 색을 지나치게 밝혔다. 따라서 부모는 물론 자매까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색을 즐겼던 것이다. 이들 자매는 연못가의 정자에서도 가끔씩 즐기는 것은 물론 그 외에도 갖가지 희한한 방법들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 집안의 내력이 또 한 번 증명되는 사건이 있었다.

비란의 아버지가 벼슬길에 올라 서울로 떠날 때였다.

"부인, 서울에서 벼슬을 하게 됐으니 1년 반 동안은 돌아오지 못하게 될 거요."

남편은 자못 애석해 하며 작별의 인사를 했다. 그의 마누라는 남편의 출세길이 마음에 들면서도 객지로 홀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나라를 위한 길이니 할 수 없겠지요."

"할 수 없다니, 당신 무슨 말을 그렇게 하오?"

"걱정이 돼서 그래요."

"뭐가?"

비란 자매는 한쪽에서 무엇인가를 속닥거리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이들 자매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음탕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들 자매에 의해 가문의 영예에 먹칠할 위기가 수없이 많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요조숙녀처럼 행세했지만, 자매는 몸과 마음에 똑같이 음탕한 생각과 욕구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바람을 피울까 봐서 그래요."

유난히 색을 찾는 남편을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난 그런 사람이 아냐."

남편은 짐짓 위엄을 차렸지만 마누라는 오히려 눈빛이 샐쭉해 졌다.

"그런 소리 말아요."

"뭐요?"

"지난 번에 어땠죠? 그러고도 큰소리를 쳐요?"

"그거야 실수로 한 번 그랬을 뿐이질 않소."

"한번의 실수로 그런 몹쓸병이 걸리나요? 그래놓고 뭐라고 했죠, 방광염이라구요? 이제껏 날 속이고도 그렇게 그래요?"

마누라는 남편의 행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어차피 서울에 가서 혼자 있으면 바람을 피울 것이 분명하다고 믿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비상대책를 세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거 받아요."

"그게 뭐지?"

제법 굵으면서 길고 중간이 약간 굽은 고무주머니 같은 것을 내밀었다.

"돼지의 대장으로 만든 거예요."

"이걸 사용하란 말야?"

"창녀한테 갈 때는 그걸 꼭 사용해요. 한 번 더 병에 걸리면 혼 날 거예요."

마누라가 객지로 홀로 떠나는 남편을 위해 정성들여 마련한 것은 돼지의 대장을 이용하여 만든 지금으로 따지면 콘돔인 셈이었다. 창녀와 관계하더라도 몹쓸 병을 얻어오지 않게 하려는 골육지책인 것이다.

"너무 작은 것 같은데?"

"걱정 마세요. 안성맞춤보다 더 정확할 거니까."

"그걸 어떻게 알지?"

"내가 당신 물건을 재보고 거기에 맞춘 거니까 잘 맞을 거예요."

"언제 그걸 재어 봤지? 나도 몰랐는데……."

"당신은 모르고 있지만 난 잘 알아요. 당신 물건은 이것만 해요."

마누라는 손으로 길이를 나타내 보였다. 그것은 정확했다. 그들이 관계를 가질 때마다 마누라는 남편의 남근을 재어보는 습관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음문의 크기를 알아보고 싶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중간이 굽었지?"

남편은 콘돔의 중간이 너무 휘어졌다고 생각했다.

"당신 것도 그렇잖아요. 거기에 맞춘 거예요."

그녀 남편의 남근은 꼿꼿하지 않고 항상 중간이 휘어진 듯했다. 마누라는 그것 때문에 자신이 더 쾌감을 느낀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그 생김새가 특별했다.

이어서 남편은 마누라와 비란 자매의 전송을 받으며 가마에 올라 길을 떠나게 되었다. 집안의 가장이 그렇게 떠나자 비란 자매의 마음은 벌써부터 해이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처녀인 두 자매는 음욕을 즐기는 데에 기막힌 소질들을 타고났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특별한 장치까지 준비해 놓고 있었다. 물질적으로 풍부한 가문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갖출 수 있었다.

"언니."

비란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나 바람 좀 쏘이고 갈 테니 먼저 집에 가."

"어딜 가려구?"

"그냥."

비란이 이러는 것에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조금 전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서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귀공자를 계속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잘 차려입고 준수한 얼굴에 시종을 데리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훌륭한 가문의 공자임이 확실했다.

모든 남자들을 상대로 가장 먼저 음욕을 떠올리는 비란이었지만 이번에는 더욱 특별히 마음이 끌렸다.

언니를 그렇게 따돌린 비란은 짐짓 딴전을 피우며 주변을 여유 있게 산책하는 척 했다.

"공연히 딴짓 하면 안돼, 알았지?"

"내 걱정은 하지 마."

"걱정하는 게 아냐."

"그럼?"

"너 혼자 재미를 볼까 봐 샘이 나서 그렇지."

언니는 노골적으로 말했다.

"걱정 마. 나누어 줄 테니."

"잘해 봐라."

언니를 그렇게 따돌린 비란은 짐짓 딴전을 피우면서 주변을 여유 있게 산책하는 척하며 귀공자가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곳으로 넌지시 다가갔다.

이들의 만남은 우연만은 아니었다. 비란의 눈에 들어온 귀공자는 바로 미앙생이었는데 그 역시 벌써부터 비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기회를 엿보는 중이었다. 그와 비란은 그런 점에서 이미 연분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앙생은 나름대로 다가오는 비란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동했다.

포목점 마누라에 비하면 흴씬 더 젊은 처녀였고, 멀리서 보기에도 요염한 자태에 한 번 관계를 갖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는 것이었다.

"도련님."

눈치 빠른 시종이 벌써 눈치채고는 재빨리 말했다.

"저기 낭자가 와요."

"나도 알고 있다."

"어떡하실 거예요?"

"두고 봐야지."

그때 비란은 짐짓 꼬리를 사린 암캐처럼 약간 떨어진 곳에서 산책하는 척하고 딴전을 피우며 곁눈질을 하는 것이다.

"내가 나서 볼까요?"

"네가?"

시종의 말에 미앙생은 잠깐 어리둥절했다.

"두고만 보세요."

시종은 눈을 찡긋해 보인 다음 비란을 향해 큰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를 지켜보는 미앙생은 어이없어 하며 고개를 저었다. 공연히 망신만 당하는 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시종의 수완은 탁월했는데 어떻게 말했는지 비란을 미앙생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왔다. 그쯤 되자, 미앙생도 시종을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모셔왔습니다."

미앙생 역시 눈치라면 빠질 사람이 아니었다.

"알았다. 내 잠시 낭자와 이야기를 할 테니 비켜 있거라."

"예, 도련님."

그녀는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렇게 무례를 범해서 죄송하군요, 낭자 혹시 혼자 산책을 하시던 중인가요?"

"네."

비로소 고개를 들고 눈이 마주쳤을 때 두 사람은 동시에 놀라워하며 가벼운 탄성을 내질렀다.

"아니!"

"어머!"

그들은 초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난 번 절에서 불공을 드렸던 부인……."

"그러시는 당신은 나한테 엉뚱한 그림책을 떨어뜨렸다면서 보여 주었던 엉큼한……."

이어 두 남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볍게 소리내어 웃었다. 묘한 인연 때문에 두 사람은 금방 가까운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겠어요."

미앙생은 어느 때보다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실은 아까부터 여기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낭자."

"저를요? ……아니, 왜요?"

"왠지 마음이 끌리더군요. 한번 얘기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정말이세요?"

"사내대장부가 어찌 거짓말을 입에 담겠습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이제 어쩌실 거죠?"

비란의 말에는 노골적인 유혹이 직선적으로 담겨 있었다. 그러니 바람둥이인 미앙생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비란에게는 포목점 마누라와는 다른 단도직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곧 날도 저물 텐데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를 나누었으면 좋겠군요."

"집에 돌아가셔야 하지 않으세요?"

"그 점은 걱정말아요. 여긴 내 고향이 아니니까요."

"그럼 어디서 오셨어요?"

"시종을 데리고 잠시 여행을 즐기는 중입니다."

"네에."

비란의 눈빛에 기쁨이 나타났다. 상대가 여행자라면 소문을 걱정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판단이 서게 된 것이다.

"우리집으로 가시겠어요?"

비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혹시 다른 식구들이 있지는 않은가요?"

"그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설마 있다고는 하더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기나 하겠어요?"

두 남녀의 마음은 이미 상통하고 있었다. 지난번 미앙생이 비란에게 춘궁도를 고의적으로 보여 준 것만으로도 의사전달은 충분했으며, 비란 역시 원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래도 상관없다면 가죠."

결국 처음 만난 남녀는 그 길로 비란의 집을 향해 떠났다 비란의 집은 드넓었기 때문에 비밀은 얼마든지 지킬 수 있을 것 같았고, 마침 집에는 그녀의 언니가 집을 비웠기 때문에 정말 아무도 모르게 마음껏 쾌락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란은 시녀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당부한 다음 미앙생을 데리고 재빨리 자기의 침실로 들어갔다. 부잣집 딸의 방에는 그 방에 어울리는 사치스러운 물건들이 안에 즐비해 있었다.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저녁무렵이었기 때문에 방안에는 이미 촛불이 밝혀져 있었다. 방에 들어가자 마자 비란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는 촛불부터 입으로 훅 불어서 껐다.

"촛불을 끄면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죠?"

"얘기 같은 건 필요없으니 사랑이나 해 주세요."

비란은 한 시가 바쁘다는 듯이 미앙생에게 몸을 던졌다.

"참으로 활달하시군요."

미앙생은 애써 자신의 마음을 점잖게 표현하려 했다.

그는 안겨드는 비란의 젖가슴에 손을 대었는데, 처녀이긴 했지만 포목점 마누라에 비해서 굉장히 탄력있고 큼직했다.

"옷은 왜 안 벗으시죠?"

미앙생은 비란이 옷을 벗지 않는 것이 의아스럽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비란의 입에서는 전혀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부끄러워요. 그보다 사람들이 오면 큰일이니까요. 자 그럼 어서요, 네?"

그녀의 재촉은 성화 같았다. 그녀가 염려하는 사람들이란 사실상 언니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왠지 이번만큼은 언니도 감쪽같이 속인 채 미앙생과 즐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비란은 겉으로는 가문이 좋은 부잣집의 규수였지만 사실은 음탕하기 짝이 없었다. 기회만 주어지고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서둘러 정사를 벌이는 타입의 여자였다.

"좋아요. 그럼 준비하죠."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는 동안 미앙생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어서요."

"난 좀 특별한 방법을 원하죠."

"네……."

방안을 둘러본 미앙생은 적당한 장소를 발견했다. 그곳은 창문 옆의 선반이었는데, 비란을 번쩍 들어 적당한 높이의 선반 위에 둔부를 걸친 채 앉도록 했다.

"언제나 이렇게 하나요?"

"가끔요."

"그럼 어서 시작하세요."

그는 비란의 무릎을 벌리며 그 안에 들어섰다. 선반 위에 걸터 앉혀진 비란은 기대에 부풀어 두 팔로 미앙생의 목을 끌어안으며 기다렸다.

"당신 안으로 들어갈 테니 조심하세요."

미앙생은 그렇게 예고하며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란은 벌써 놀라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하는 거예요?"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상상도 못한 일이었고 마치 몸 안에 엄청나게 거대한 물건이 들어오는 것 같아 터질 것만 같았던 것이다. 비란은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어머, 나 죽네!"

미앙생이 한 차례 몸을 추스르자 비란도 따라서 크게 들썩거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숨도 못 쉬겠어!"

그녀는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나 죽네. 살려 줘!"

하지만 그럴수록 미앙생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의 율동적인 동작에 따라 비란의 몸뚱이는 송두리째 흔들리며 따라 움직였는데, 비란은 지금까지 많은 사내들과 관계해 보기는 했지만 이번 같은 대물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때마침 그녀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는데 현재의 상태로는 미앙생과 정상적인 관계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탓일 것이다.

"잠깐 기다려요."

그녀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왜죠?"

"글쎄 좀 기다리세요."

서둘러 미앙생에게서 몸을 빼낸 비란은 방의 구석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상자를 집어들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미앙생은 상상할 수 없었다.

비란이 상자에서 꺼낸 것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채찍이었는데 지금껏 경험한 적이 없는 미앙생은 채찍을 보자마자 크게 당황했다.

"날 때려요."

그녀의 요구에 미앙생은 더욱 크게 놀랐다.

"때리라뇨?"

비란은 시범을 보였다 먼저 길다란 채찍으로 그를 한 차례 후려친 것이다.

"이렇게 말예요."

"그렇지만……."

"당신이 때리지 않으면 대신 내가 당신을 때리겠어요."

"알았어요."

미앙생은 겁에 질리기도 했지만 일단 호기심이 생겼으므로 발가벗은 채 침상에 올라가 무릎 꿇고 엎드린 비란의 몸뚱이를 잠깐 살폈다. 비란처럼 아름다운 처녀에게 이런 버릇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한껏 용기를 내어 채찍을 휘둘렀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채찍은 단번에 비란의 살갗으로 파고들었다. 허리며 어깨, 엉덩이에 채찍이 휘감길 때마다 비란은 쾌감에 사로잡히며 커다란 신음소리를 냈다.

미앙생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같은 가혹행위에 빠져들었다. 한동안 채찍을 맞으며 만반의 준비를 갖춘 비란은 드디어 미앙생을 향해 과감하게 달려들었다.

한 차례의 사나운 폭풍이 두 사람을 휩쓸고 지나갔다.



제 5 장 무너지는 육신 - #2 운명적인 정욕

요부인 비란과 미앙생은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미앙생은 비란의 신분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동성연애를 함께 즐기는 언니는 사촌인 서주였고 비란 역시 한 번 결혼한 적이 있는 여자였다. 그녀의 지나친 음욕 때문에 그녀의 결혼은 결국 1년도 안되서 파경을 맞았다.

사촌언니인 서주 역시 남편을 여의고 지난 2년 동안 수절해 온 과부였다.

비란이 동성연애를 즐기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사촌 언니인 서주 때문이었다.

가문의 체통 때문에 수절해야 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고통이 아니었는데 무슨 인연에서인지 그녀 역시 요부여서 견디기가 무척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남의 눈을 피할 수 있고 의심받지 않는 방법으로 생각해 낸 것이 같은 여자이면서 사촌 동생인 비란과의 동성연애였다. 처음에는 서먹하긴 했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그것에도 익숙해졌고 이제는 남자가 곁에 없어도 견딜 만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남자에 대한 그리움은 끝내 체념하지 못했다.

기회만 있으면 집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는데 비란이 서주 모르게 미앙생과 즐기려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서주가 알게 되면 결과적으로 한 개의 떡을 나누어서 먹는 꼴이 되기 때문이었다.

비란은 서주에게 들키지 않고 미앙생과 몇 차례 어울리기는 했지만, 그 비밀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었다.

서주는 사냥개보다 민감했다 날카롭게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어느 틈에 그녀는 애욕의 미세한 냄새까지도 감지할 수가 있었다.

남녀가 가령 관계를 가졌다면 몇 시간이 지난 후에 그 방에 들어가더라도 정확히 남자의 냄새를 맡아낼 수가 있었다. 발정한 암캐의 냄새를 숫놈이 멀리서도 맡아내는 이치와 같은 것이었다.

미앙생은 포목점 마누라에 이어서 비란을 만났고, 비란과 만나면서도 또 다른 여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의 나날들은 색정으로 가득찼고, 먹고 자는 것은 마치 여자와 색욕을 즐기기 위한 준비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에게 닥쳐올 운명을 눈에 먼 색욕 때문에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란을 만나게 된 것이 그 직접적인 원인으로,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었다. 바로 비란에게는 사촌언니인 서주가 있기 때문이었다.

비란은 큼직한 빵에 미앙생의 정수를 적셔 먹기를 즐겼다. 이날도 한 차례의 격렬한 관계를 가진 후였는데 미처 쉴 시간도 없어 느닷없이 하녀가 들이닥치며 서둘러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씨!"

"무슨 일이야?"

비란과 미앙생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님이 오셨어요."

"뭐라구!"

비란은 사촌언니 서주가 왔다는 사실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두렵다기 보다는 지금껏 비밀에 부쳐두었던 사실이 서주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들어오시지 말래도 막무가내로 들어오신다고 하시는 거예요."

소식을 알려 준 하녀는 재빨리 나가버렸다. 비란에게 사실을 알려준 것이 서주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성하게 남아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빨리 숨어야 해요!"

비란 보다 미앙생이 더욱 당황해 하며 겁에 질렸다.

"어디에 숨죠?"

"이쪽으로!"

엉겁결에 비란은 옷가지가 들어 있는 상자를 생각해 냈다. 달리 적당한 장소가 없었으므로 옷을 모두 꺼낸 다음 그 안에 미앙생이 들어가도록 하고서는 다시 자물쇠로 잠궜다.

"어서 들어가세요."

하녀가 서주를 안내할 때 비란은 태연하게 앉아 책을 펴놓고 있었다.

"오래간만이야, 비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그보다 여기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안 그래?"

서주는 이미 어떤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는데 방안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침상에도 슬쩍 눈길을 주었다. 그리고는 마치 사냥개처럼 구석진 곳을 차례로 살피고 다녔다.

"언니는 누가 있다고 그래?"

"아냐, 분명히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없어."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사촌자매의 신경전은 시작되었고 비란이 딱 잡아떼자 서주는 더욱더 약이 올랐다. 감쪽같이 자신도 모르게 남자를 숨겼다는 생각과 함께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시 집안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그녀는 결국 한 가지 증거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건 또 뭐지?"

비란은 그만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바로 미앙생의 정수로 아직 절어 있던 빵이 있었기 때문이다.

"흐음, 그래. 바로 이거였군! 이 냄새……."

서주는 빵의 젖은 부분을 떼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이런데도 시치밀 뗄 거야?"

"아냐, 언니. 그냥 대장경을 필사하던 중이었어."

"거짓말!"

"정말이야."

"그럼 이 빵은?"

"그건……."

결정적인 증거 때문에 비란은 완전히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 어디에 남잘 숨겨왔지?"

"없다니까."

서주는 예리한 눈빛으로 사방을 살폈다. 드디어 그녀의 눈에 또다른 증거품이 발견되었다.

"이걸 왜 꺼내왔지?"

그녀는 상자에서 꺼내놓은 옷가지를 가리켰다.

"응, 그, 그건…… 그래. 습기가 차서 말리려고 그랬어."

"그래?"

서주가 불쑥 차고 다니던 은장도를 꺼냈을 때 비란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렇다면 이 안에는 아무 것도 없겠네?"

서주는 짐짓 나무로 만들어진 상자의 틈사이로 은장도를 쿡 찌르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것으로 영리한 서주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 안에 남자가 숨어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란."

이윽고 서주는 태도를 부드럽게 고치며 넌지시 말했다.

"우린 똑같은 처지야. 안 그래?"

비란은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댈 뿐이었다. 하지만 똑같은 처지인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언니에게 비밀을 만들어 놓은 셈이 되고 만 것이 미안할 뿐이었다.

"좋은 건 우리끼리 사이좋게 나누어 가져야 되잖아?"

"물론이지."

그 말에는 비란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비란, 대물을 가진 남자와 사귄다고 하던데?"

비란은 흠칫하기는 했지만 재빨리 안색을 바꾸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지 마. 다 알고 있어."

비란은 전에 없는 욕심이 생겼는데 가급적이면 미앙생을 독점하고 싶었던 것이다.

"언니가 한 발 늦었어."

"그래?"

"이미 떠났어."

"그렇다면 이건 뭐지?"

서주는 조금 전에 한 점 떼어서 먹었던 빵을 가리켰다.

"언제 떠났는데 이게 아직 따끈따끈하지?"

비란은 할 말이 없었다.

"비란, 이게 빈 상자라면 내가 가져가도 되겠지?"

그 문제에 대해서라면 비란은 얼른 대답할 말이 없었다. 결국 미앙생을 서주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할 뿐이었다.

사실상 미앙생한테는 자유로운 시간의 막이 내려진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숨어있는 상자가 서주에 의해 비란의 방에서 들려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시작이었다.

서주는 하인들을 시켜 그 상자를 둘러메고 다른 장소로 옮겨가도록 했다. 미앙생이 실려진 장소야말로 인간의 정욕을 광적으로 부추기고 끝내는 파멸시키고야 마는 그런 곳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육체적인 욕망이 마지막에 도달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격렬하고 황홀하게 즐긴 다음 탈진한 나머지 다시는 기력을 회복할 수 없게 될 때까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상자에 넣어진 채 들려간 미앙생은 전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장소에 도착했다. 전혀 다른 세상 같았다. 마치 환상 속의 세계 같기도 했으며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환경과 함께 수많은 젊은 미녀들이 즐비해 있는 곳이었다.

황홀한 궁전 같은 문간에 이르렀을 때에야 그는 밖으로 나올 수 가 있었다.

그가 나왔을 때 시녀로 보이는 젊은 처녀 두 명이 미리 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와 둘러보던 미앙생의 눈 앞에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앞쪽 약간 떨어진 곳에 벌거벗은 여자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서주도 끼어 있었다. 그녀는 굵은 쇠줄을 손에 잡고 무엇인가를 끌고 가는 중이었다.

"나 좀 보내줘요!"

애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미앙생의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의아해 하며 그곳을 바라보던 미앙생은 크게 놀랐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가 데리고 다니던 시종이었기 때문이다 시종은 발가벗겨진 채 나무판 위에 엎드려져 여자들에게 끌려가는 중이었다.

"도련님, 살려 주세요!"

미앙생을 발견한 시종이 애원했지만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벌거벗은 여자들에 의해 끌려가던 시종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미앙생은 새삼 놀라며 지켜선 두 명의 아가씨를 살폈다. 아직 나이가 어려 보이는 앳된 처녀였다.

"여기가 어디지?"

"서주 아씨 옆집이에요."

한 명의 처녀가 공손하게 대답해 주었다. 역시 그 옆에 있던 처녀도 미앙생이 묻기도 전에 그 집에 관련된 비밀을 서둘러 말해 주었다.

"그런데 서주 아씨가 누구지?"

"공자님을 이리로 데려온 분 말씀이에요."

"그래?"

"저희 아씨는 비란 아가씨의 사촌 언니예요."

"서주 아씨께서는 남편을 여의고 지난 2년 동안 수절하고 계시죠."

또 다른 처녀가 거들었다.

"나으리께서 색을 너무 바쳐서 돌아가셨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

이윽고 미앙생은 미로와도 같은 신비한 궁전 안으로 두 처녀에 의해 안내되었다.


*
한편.

미앙생이 떠난 후 홀로 남게 된 옥향은 외로움 때문에 견디기 어려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에 의해 음양의 이치를 깨닫긴 했지만 그걸 즐길 남편은 그녀의 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녀는 긴 시간들을 주체하지 못한 채 외로움만 깊어가고 있었다.

그럴 즈음 옥향의 집에는 새로운 하인이 들어오게 되었다.

가문의 엄격한 규칙 때문에 춘궁도를 보며 음탕한 글씨를 쓰는 딸 옥향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던 철비였다. 집안에 하인을 들이는 것이 왠지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인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으리."

하녀가 밖에서 늦게 돌아오자 철비는 화를 냈다.

"어디 갔다 이제야 오느냐?"

"왕칠을 데리러 갔었어요."

"그래?"

하녀가 데려온 왕칠은 기골이 장대하고 눈매가 사납게 생긴 사내였다.

세상은 넓으면서도 좁다고 하는 것이 하녀가 새 하인으로 데려온 왕칠이란 사내는 다름아닌 바로 포목점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마누라를 미앙생한테 백 냥에 팔아넘기고 고향을 떠난 그였다.

그 돈으로 떠돌아다니며 여색질을 하다 보니 금방 탕진하고 말았는데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호구지책으로 철비의 집에 들어와 하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이유도 한 가지 있었는데, 소문을 통해 젊고 예쁜 여인이 남편 없이 지낸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미앙생 못지 않게 그 역시 늘 색욕믈 탐했으며 일이 잘만 되면 임도 보고 뽕도 따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으리."

왕칠은 공손히 철비한테 인사하며 재빨리 한쪽에 서 있는 옥향의 모습을 훔쳐 보았다.

"아씨께 인사드려라."

"아씨."

왕칠은 굽신 하면서도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여자를 보는 나름대로의 안목에 따라 첫눈에 옥향이 색정에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생긴 용모와 자태 또한 뛰어나서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얘야."

철비는 왕칠을 옥향에게도 소개시켜 주었다.

"우리집에서 새로 일하게 된 왕칠이다."

옥향은 쌀쌀맞은 눈빛으로 흘깃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왕칠이 너."

"네."

"앞으로 내 허락없이 내실에 들어가서는 절대로 안된다."

철비는 위엄있게 경고했다.

"알겠습니다. 나으리."

"그럼, 어서 가서 일해!"

"네, 나으리."

왕칠은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주인 식구라고는 보아하니 철비와 옥향뿐인 듯했다. 나머지는 하녀들이었다.

옥향을 뜻대로 하지 못할 경우 하녀를 상대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
철비가 염려했던 문제는 오래 가지 않아 발생하고 말았다.

상대가 왕칠이고 독수공방을 못 견뎌하는 옥향이고 보니 마치 쇠붙이와 자석이 같은 장소에 함께 있게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옥향의 경우, 남편이 떠난 후 처음으로 젊고 건장한 사내가 집에 들어오게 됐으니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남자의 강한 체취를 느낄 수가 있었다. 미앙생처럼 귀공자는 아니었지만 거칠고 야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루이틀이 지나면서 옥향의 마음은 더욱 산란해졌다. 상대가 신분이 천한 하인이었기 때문에 추파를 던질 수도 없었다. 그녀에게는 양반집 규수로서의 자존심과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따라 옥향은 몸과 마음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달아올랐다.

그대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였는데, 이날 왕칠은 한밤중에도 밖에서 도끼로 장작을 열심히 패고 있었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근육질의 팔뚝이 달빛을 통해 유난히 빛나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딜 수 없게 된 옥향은 욕조에 차가운 물을 가득 채웠다. 그대로는 견디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욕조로 향하는 그녀의 손에는 굵은 붓이 쥐어져 있었다. 그녀에게서 목욕은 구실일 뿐 물 속에 들어가 붓을 이용해 쾌감을 맛볼 작정이었다.

이윽고 물 속에 알몸을 깊숙히 집어넣은 옥향은 깊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 온몸의 구석구석까지 닿는 물의 감각조차 그녀를 몹시 괴롭히는 것 같았다. 어느덧 물의 촉감이 남자의 손끝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남편이 떠난지 이미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 긴 세월 동안 금욕을 하다 보니 굶주린 색욕을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목까지 물 속에 담그고 있는 동안 전신의 뼈마디가 하나씩 둘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무엇인가 하지 않고는 도저히 이성을 지탱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벌써 그녀의 입에서는 가벼운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아!"

밖에서는 건장한 사내 왕칠이 계속 장작을 패고 있었다. 그와 욕조 속의 옥향 사이에는 문 하나를 중간에 두고 있을 뿐이었다.

바야흐로 때는 한밤중이고 옥향이 원하기만 한다면 금방 왕칠을 곁에 부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죽는다 해도 하인을 자신이 있는 곳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옥향은 마침 손에 들고 있는 큼직한 붓을 살폈다. 그것을 가지고 음문을 쓸 듯이 살살 문지르며 몸부림쳤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 속에서의 붓의 움직임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었다. 몸과 마음이 조급해진 옥향은 곧장 큼직한 붓을 음문으로 가져갔고 몸이 자연스럽게 물위에 뜰 수 있도록 그녀에게 남아 있는 힘이 천천히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위에서 보면 네 활개를 편 채 물 위에 엎드려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 자세에서 붓을 앞뒤로 문지르며 붓의 움직임에 따라 둔부를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의 모든 감각은 한 곳에 집중되었고 점점 더 강렬한 자극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이 되었다. 어느 틈에 그녀는 미친 듯이 물속을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더욱 활기를 띠었으며 붓의 놀림도 더욱 세차게 진행되고 있었다. 마치 붓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마치 부채질을 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같은 동작치 계속됨에 따라 옥향에겐 더욱 강한 자극이 필요해졌다.

그녀는 붓자루를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신음소리를 냈다.

그때 마침 마당에서 장작을 패던 왕칠은 이미 어떤 낌새를 눈치 채고 있었는데 옥향이 내뿜는 정욕의 냄새가 그의 코에까지 느껴졌던 것이다. 짐작으로 옥향의 상태를 알아차린 왕칠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고 참을 수도 없었다.

붓자루를 움켜쥔 채 몸을 뒤척이던 옥향이 기절할 듯이 놀란 것은 순간이었다.

"아니……"

피하거나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물 속으로 뛰어든 왕칠에 의 해와락 껴안긴 옥향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다.

"안돼……!"

느닷없는 왕칠의 행동은 옥향을 당황하게 했고 별안간 물 속에 잠입한 그는 옥향의 손에 쥐어져 있는 붓을 뺏은 다음 여지없이 자신의 대물을 붓대신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민첩하게 움직였고 옥향이 분명히 살려달라고 소리칠 것을 막기 위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옥향의 손에 들려 있던 붓자루를 옥향의 입에 물렸다.

옥향은 비명소리도 내지 못했고 왕칠의 애무와 격렬한 움직임에 죽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원래 난폭한 왕칠이었다.

포목점을 할 때부터 거칠게 마누라를 다루어온 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옥향이 난데없이 하인이 된 그에게 난폭한 짓을 당하게 되고 말았다.

엄청난 기운과 정력, 무엇보다 믿을 수 없는 대물을 가지고 무섭게 공격해 오는 왕칠의 기세에 옥향은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 남편이 떠난 후 그토록 그리워했던 폭풍을 만난 셈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시간도 굉장히 길었는데, 미앙생과 난생 처음 정원의 그네까지 옮겨가면서 만끽했던 희열은 비할 바도 아니었다.

그녀는 폭풍이 부는 들판의 갈대처럼 무섭게 흔들리고 휩쓸렸으며 , 그녀가 내지르는 비명소리는 입을 틀어막은 붓자루 때문에 되삼켜야만 했다.

그것은 옥향과 왕칠의 운명이기도 했고 인과응보에 해당되는 것이기도 했으며 고기가 미끼를 물듯이 옥향은 결국 왕칠의 육욕에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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