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된 감정 - 4부
평소와 다름없이 해는 떠오르고 아침이 찾아왔다. 아직 눈도 채 떠지지 않은 상태에서 커텐을 젖히니, 눈부신 햇살
이 여과없이 내 눈을 향해 들어왔다.
"으윽. 너무 눈부셔."
그 정도가 심해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다가 뒤에 놓여져 있던 무언가에 걸려 난 결국 꼴 사납게 넘어지고 말았다.
아우, 뒤통수가 깨질 것 같네. 아무도 안봤겠지?
"너 지금 무슨 원맨쇼하는 거야? 일어났으면 얼른 1층으로 내려오라구.밥 다됐어."
"아....은미... 봤냐?"
"뭘? 잘 모르겠는 걸~~?"
크읍. 그러면서 입꼬리를 올리지 말란 말야. 말과 표정이 따로 놀고 있다구. 이 마녀야.
"자..그럼 난 어서 내려가서 지우가 혼자서 넘어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은지에게 알려줘야지."
뭣이~! 이 마녀가 누구 죽는 걸 보고 싶어서 이러나. 난 냉큼 일어나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급한 마
음에 그녀를 넘어 트리고 말았고 나 역시 그만 발을 헛디뎌 그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윽....."
워낙 순식간이었어서 난 지금 우리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
니, 내 아래엔 은미가 두 눈을 꼭 감은채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같았으면 내가
일어서야겠지만, 지금 내 눈에 비치는 은미의 모습에서 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연약한 꽃 한
송이 처럼 절세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내가 이 여자를 차지하고 싶다는 욕망에 내 이성따위는 이미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비...비켜..."
겨우 짜내느 그녀의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얼굴이 빨개진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힘 없는
반항은 나의 본능을 불태우고 있었다. 본능이라고 해도 난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저 이런
은미의 모습이 처음이라 좀 더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고, 난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야...너...너 뭐 하는거야? 얼굴 치워..."
".....싫은거야? 키스같은 거?"
"누, 누가 너 따위하고...."
그 말이 내 행동을 더 가속화 시켰다. 너 따위라.. 그 말 당장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나는 서서히 고개를 은미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하게 했다. 처음
에는 조금 반항한다 싶더니 조금씩 힘을 풀며 내 손길을 따라왔고, 내 입술과 구녀의 입술이 포개졌
다. 처음에는 단순한 입맞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은미의 부드러운 입술에 사실 난 놀랬다. 그리고
난 더 깊은 것은 원했고 용기를 내어 내 혀를 그녀의 닫혀진 입술을 향해 나아갔다.
처음에는 윗 입술을 살며지 핧았고, 아랫입술로 이동해서 지그시 누르는 행동을 반복하자 드디어 은
미의 닫혀진 문이 열렸다. 내 혀가 둘 사이의 경계선을 넘어 그녀에게로 전진하던 중, 그녀의 혀와
처음으로 대면식을 가졌다. 부끄러운 듯이 움추러든 혀를 적극적으로 공세하자, 이윽고 그것마저도
풀리고 말았다. 이리저리 얽히며 서로의 타액을 조금씩 나눠갖자 그녀의 입안에 있던 단내가 내게로
조금씩 스며들었고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쾌감이었다.
"으...으응. 하~하아~"
은미의 누은 이미 반 쯤 풀려서 몽롱해져 있는 상태였고, 아마 나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욕망을 탐닉하는 야릇한 소리가 내 방 곳곳이 울려 퍼졌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된 상
태. 그리고 나는 순간, 망설였다. 여기서 더 진행해도 되는걸까. 그러고보면 나는 은지하고도 키스를
나눴었다. 바로 어제. 그리고는 오늘은 그 언니하고....나..인간 말종인걸까. 내가 고지식한 것일지는
몰라도 조금 더 진행하기 위해서는 아직 우리의 상태가 난해했다. 연인 관계도 아니면서 그저 지금
의 욕망같은 걸로 은미를 안아도 되는걸까. 만약 내가 이 이사의 선을 넘는다면 지금의 우리 사이가
깨질 것이 두려워서 나는 용기를 낼 수 없었다. 내 행동이 멈추자 의아하게 바라보던 은미도 내게서
입술을 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방석이란 게 이런걸까. 서로 얼굴도 마주하지 못한 채, 굳어져 버렸다.
"음, 지우. 이제보니 키스도 별거 아니네. 서툴러."
"뭐...뭐야! 흥. 그 서툰 키스에 끌려온 사람이 누구더라~?"
"호호. 너 무슨 착각한 모양인데, 내가 너에게 어른의 키스라는 걸 가르켜 준거야. 알았니, 꼬맹아?"
으...말에서는 단 한 번도 지지 않는 저 무적의 마녀. 순간적으로 진짜 그런건가 하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강타하고 있었다. 아냐. 그럴리 없어. 아까는 분명....
"얼른 내려와. 밥 식겠다."
"으...응."
1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어제 말 했던 대로 바다로 출발했다. 그래..바다라...
"근데...왜 내가...윽...이 짐을 다 옮겨야 하는거야...."
그래...내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이거였다. 무식하게 큰 가방이 나를 기다렸던 것이다. 겉으로 보기
에도 묵직해 보였고 그것을 등으로 짊어지니, 무게는 이미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대체 멀 담았길
래....
"어머. 그럼 이 것을 연약한 우리 자매가 들어야 한다는 소리? 너무 냉정하네."
저 마녀. 언젠가 복수해 주겠어. 그렇게 이를 갈던 내 옆으로 다가온 은지는 낑낑 대는 모습이 안돼
보였는지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도와준다고? 그래 그것은 고맙지. 근데...왜 이렇게 불안하냐.
"그럼 지우씨. 제가 가방 밑부분을 들게요. 그럼 한 결 나으실 거에요."
그리고는 쪼르르 내 뒤로 가서는 가방의 밑을 들려고 애쓰는 은지. 크~ 넌 언니 안닮아서 다행이야.
"어...왜 안들어지지...끄~응차. 하아하아...에잇~!"
"어....얼레?"
은지가 힘을 주자 가방이 들어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가방이 내 목을 넘어서 내 앞으로 쏠리고
있었다. 그 무게를 못 이긴 나는 앞으로 보기 흉하게 쓰러졌고, 그 모습을 은미는 기분좋은 듯 깔깔대
며 웃어 넘겼다. 방금 목에서 이상한 소리 났는데...아우...목 돌아간 거 아냐?
"지우씨. 괜찮으세요? 많이 아파요?"
당황해하는 은지의 얼굴에서 미안함이 보이자 화를 낼 수도 없고...이거참 곤란한 자매들이다.
"아니..괜찮아.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이제부터는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해 볼게."
그래, 어차피 혼자 왔다 가는 세상. 나 하지우. 이리 쉽게 죽지 않는다. 괜시리 비장함마저 드는 나였
다. 이윽고 바다에 도착했다. 넓은 백사장과 시원한 파도소리가 내 가슴을 진정시켜 주었고 난 한순
간이나마 이 자연의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은미와 은지는 수영복으로 갈아 입는다며 어디론
가 사라졌고, 난 홀로 남겨진채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지우씨~~"
은지의 소리에 돌아보니 그녀들의 수영복에 난 다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은지는 핑크색 홀터 2피
스였는데, 늘씬하게 빠진 몸매와 그녀 특유의 느낌과 잘 맞아 떨어져 아름답게 비쳐지고 있었다.
"어머, 지우씨. 그렇게 빤히 보면 부끄럽잖아요."
"응? 아..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정말요? 후후."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한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바다에 오길 잘 한 것 같아.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거야. 얼른 짐이나 풀라구."
"내가 네 짐꾼....응?"
은미의 수영복은 한층 더 했다. 끈없는 브라에 티팬티형식으로 되 있었는데 위아래로 하얀색으로
디자인 되어있었다. 저런 과괌한 노출이라니. 나는 안볼려고 했지만 내 눈이 자꾸 그리고 쏠리는 것
을 나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포니테일로 묶던 머리를 풀어서 등까지 내려오는 롱헤어에 잘
록한 허리라인을 타고 내려와 살이 적당히 붙어있는 허벅지는 정말 색기가 넘쳐 흘렀다.
아니...더 심한 것은 가슴. 이렇게 보니..내가 지나번에 숨막혀 죽을 뻔한 것이 당연하다는 느낌이었
다. 저런 몸매로 저런 수영복을 입다니. 나를 죽이려는 속셈인가.
"언니. 나 수영 좀 하고 올게. 언니도 같이 갈래?"
"아니, 나는 됐어. 이 녀석에게 짐 정리를 혼자 맡겼다가는 시간 꽤 걸릴것 같아서. 난 여기 있을게."
못내 아쉬워하던 은지는 바다로 뛰어가더니 바다에 몸을 던졌다. 튀어오르는 물방울이 햇빛에 반사
되며 유난히도 빛나는 모습은 마치 인어같다고나 할까.
이윽고 가방에 담겨져 있던 모든 짐을 꺼내고 식사준비까지 마치자 은지를 불러 점심을 먹었다.
바다 바람이 내 머릿결을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이 마치 피서라도 온 듯한 기분이었다.
시간이 흘러서 해가 수평선넘어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바다와 함께 기온이 내려가 조금은
쌀쌀했다. 은지는 아직도 신이 났는지 바다에서 나올줄을 몰랐는데, 은미가 자리에서 안보이자,
의아해진 나는 그녀를 찾기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를 찾을수 있
었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네 동생은 저렇게 신나게 놀고 있는데."
"그래? 잘 됐네...은지는 항상 밝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착각이었을까. 은미는 기분이 꽤 안좋아보였다. 평소처럼의 활기찬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다
른 사람과 얘기하는 듯한 느낌.
"어제 말했었지?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오늘이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날이거든. 그래, 바로 오늘..
이 바다에서."
"흐음..."
그랬던건가. 은미가 풀이 죽은 것도 조금은 알만했다.
"하아. 난 말이지. 이 곳이 정말 싫어. 은지가 좋아하는 곳이니까 나도 좋아하기는 했는데...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보는 것 조차도 싫어져 버렸어. 사실 나 누구를 순수하게 좋아해 본적이 없
어. 그만큼, 증오도 쌓이고 말거든. 이상하지? 단 예외가 있다면 은지 뿐이겠지."
애증이 심하다는 걸까. 은미를 이해한다고는 말 못하겠지만...어느정도 수긍은 갔다. 나도 평범하지
는 않으니까.
"근데 말이지. 널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너라면...웬지 나의 그런 모습을 바꿔줄 수 있을것 같거든."
"응?"
"너말야 너. 하지우. 너라면 그냥...순수하게 널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우습지? 온지 3일밖에 안된
남자에게 이런 감정 느끼는거."
어이...지금 너 무슨 말 하는거야. 나는 순식간에 핑크빛으로 돌변해버린 분위기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누가 제발 이 사태 좀 설명 좀 해달라구.
"지우. 있잖아. 오늘 밤에...내 방에 와주지 않겠어? 나...위로 받고 싶거든."
난 망치로 내 머리를 엊어맞은 듯한 충격에 굳어져 버렸다. 방으로 와달라니...그것도 밤에.
은미는 석양이 지는 바다를 등지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엔 눈에 뛸 정도로 당황해하는 내
보습이 담겨 있었고,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나 지금...잘 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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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만에 글 올리네요. 그동안 공부하느라 바쁜 나머지 이거 올릴 여유가 없어서 신경 못 쓰고 있었습니다.
계속가다가는 글 한 편 올리는데 시간이 꽤 걸릴것 같아서 나름대로 고민중이에요.
원래는 10부 이상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간도 없고, 다른 글도 올리고 싶어서 대충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계속 올리고 싶네요. 다른 글까지 올리면 아무래도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을까해서 말이죠.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고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이 여과없이 내 눈을 향해 들어왔다.
"으윽. 너무 눈부셔."
그 정도가 심해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다가 뒤에 놓여져 있던 무언가에 걸려 난 결국 꼴 사납게 넘어지고 말았다.
아우, 뒤통수가 깨질 것 같네. 아무도 안봤겠지?
"너 지금 무슨 원맨쇼하는 거야? 일어났으면 얼른 1층으로 내려오라구.밥 다됐어."
"아....은미... 봤냐?"
"뭘? 잘 모르겠는 걸~~?"
크읍. 그러면서 입꼬리를 올리지 말란 말야. 말과 표정이 따로 놀고 있다구. 이 마녀야.
"자..그럼 난 어서 내려가서 지우가 혼자서 넘어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은지에게 알려줘야지."
뭣이~! 이 마녀가 누구 죽는 걸 보고 싶어서 이러나. 난 냉큼 일어나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급한 마
음에 그녀를 넘어 트리고 말았고 나 역시 그만 발을 헛디뎌 그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윽....."
워낙 순식간이었어서 난 지금 우리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
니, 내 아래엔 은미가 두 눈을 꼭 감은채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같았으면 내가
일어서야겠지만, 지금 내 눈에 비치는 은미의 모습에서 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연약한 꽃 한
송이 처럼 절세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내가 이 여자를 차지하고 싶다는 욕망에 내 이성따위는 이미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비...비켜..."
겨우 짜내느 그녀의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얼굴이 빨개진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힘 없는
반항은 나의 본능을 불태우고 있었다. 본능이라고 해도 난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저 이런
은미의 모습이 처음이라 좀 더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고, 난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야...너...너 뭐 하는거야? 얼굴 치워..."
".....싫은거야? 키스같은 거?"
"누, 누가 너 따위하고...."
그 말이 내 행동을 더 가속화 시켰다. 너 따위라.. 그 말 당장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나는 서서히 고개를 은미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하게 했다. 처음
에는 조금 반항한다 싶더니 조금씩 힘을 풀며 내 손길을 따라왔고, 내 입술과 구녀의 입술이 포개졌
다. 처음에는 단순한 입맞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은미의 부드러운 입술에 사실 난 놀랬다. 그리고
난 더 깊은 것은 원했고 용기를 내어 내 혀를 그녀의 닫혀진 입술을 향해 나아갔다.
처음에는 윗 입술을 살며지 핧았고, 아랫입술로 이동해서 지그시 누르는 행동을 반복하자 드디어 은
미의 닫혀진 문이 열렸다. 내 혀가 둘 사이의 경계선을 넘어 그녀에게로 전진하던 중, 그녀의 혀와
처음으로 대면식을 가졌다. 부끄러운 듯이 움추러든 혀를 적극적으로 공세하자, 이윽고 그것마저도
풀리고 말았다. 이리저리 얽히며 서로의 타액을 조금씩 나눠갖자 그녀의 입안에 있던 단내가 내게로
조금씩 스며들었고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쾌감이었다.
"으...으응. 하~하아~"
은미의 누은 이미 반 쯤 풀려서 몽롱해져 있는 상태였고, 아마 나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욕망을 탐닉하는 야릇한 소리가 내 방 곳곳이 울려 퍼졌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된 상
태. 그리고 나는 순간, 망설였다. 여기서 더 진행해도 되는걸까. 그러고보면 나는 은지하고도 키스를
나눴었다. 바로 어제. 그리고는 오늘은 그 언니하고....나..인간 말종인걸까. 내가 고지식한 것일지는
몰라도 조금 더 진행하기 위해서는 아직 우리의 상태가 난해했다. 연인 관계도 아니면서 그저 지금
의 욕망같은 걸로 은미를 안아도 되는걸까. 만약 내가 이 이사의 선을 넘는다면 지금의 우리 사이가
깨질 것이 두려워서 나는 용기를 낼 수 없었다. 내 행동이 멈추자 의아하게 바라보던 은미도 내게서
입술을 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방석이란 게 이런걸까. 서로 얼굴도 마주하지 못한 채, 굳어져 버렸다.
"음, 지우. 이제보니 키스도 별거 아니네. 서툴러."
"뭐...뭐야! 흥. 그 서툰 키스에 끌려온 사람이 누구더라~?"
"호호. 너 무슨 착각한 모양인데, 내가 너에게 어른의 키스라는 걸 가르켜 준거야. 알았니, 꼬맹아?"
으...말에서는 단 한 번도 지지 않는 저 무적의 마녀. 순간적으로 진짜 그런건가 하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강타하고 있었다. 아냐. 그럴리 없어. 아까는 분명....
"얼른 내려와. 밥 식겠다."
"으...응."
1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어제 말 했던 대로 바다로 출발했다. 그래..바다라...
"근데...왜 내가...윽...이 짐을 다 옮겨야 하는거야...."
그래...내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이거였다. 무식하게 큰 가방이 나를 기다렸던 것이다. 겉으로 보기
에도 묵직해 보였고 그것을 등으로 짊어지니, 무게는 이미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대체 멀 담았길
래....
"어머. 그럼 이 것을 연약한 우리 자매가 들어야 한다는 소리? 너무 냉정하네."
저 마녀. 언젠가 복수해 주겠어. 그렇게 이를 갈던 내 옆으로 다가온 은지는 낑낑 대는 모습이 안돼
보였는지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도와준다고? 그래 그것은 고맙지. 근데...왜 이렇게 불안하냐.
"그럼 지우씨. 제가 가방 밑부분을 들게요. 그럼 한 결 나으실 거에요."
그리고는 쪼르르 내 뒤로 가서는 가방의 밑을 들려고 애쓰는 은지. 크~ 넌 언니 안닮아서 다행이야.
"어...왜 안들어지지...끄~응차. 하아하아...에잇~!"
"어....얼레?"
은지가 힘을 주자 가방이 들어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가방이 내 목을 넘어서 내 앞으로 쏠리고
있었다. 그 무게를 못 이긴 나는 앞으로 보기 흉하게 쓰러졌고, 그 모습을 은미는 기분좋은 듯 깔깔대
며 웃어 넘겼다. 방금 목에서 이상한 소리 났는데...아우...목 돌아간 거 아냐?
"지우씨. 괜찮으세요? 많이 아파요?"
당황해하는 은지의 얼굴에서 미안함이 보이자 화를 낼 수도 없고...이거참 곤란한 자매들이다.
"아니..괜찮아.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이제부터는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해 볼게."
그래, 어차피 혼자 왔다 가는 세상. 나 하지우. 이리 쉽게 죽지 않는다. 괜시리 비장함마저 드는 나였
다. 이윽고 바다에 도착했다. 넓은 백사장과 시원한 파도소리가 내 가슴을 진정시켜 주었고 난 한순
간이나마 이 자연의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은미와 은지는 수영복으로 갈아 입는다며 어디론
가 사라졌고, 난 홀로 남겨진채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지우씨~~"
은지의 소리에 돌아보니 그녀들의 수영복에 난 다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은지는 핑크색 홀터 2피
스였는데, 늘씬하게 빠진 몸매와 그녀 특유의 느낌과 잘 맞아 떨어져 아름답게 비쳐지고 있었다.
"어머, 지우씨. 그렇게 빤히 보면 부끄럽잖아요."
"응? 아..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정말요? 후후."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한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바다에 오길 잘 한 것 같아.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거야. 얼른 짐이나 풀라구."
"내가 네 짐꾼....응?"
은미의 수영복은 한층 더 했다. 끈없는 브라에 티팬티형식으로 되 있었는데 위아래로 하얀색으로
디자인 되어있었다. 저런 과괌한 노출이라니. 나는 안볼려고 했지만 내 눈이 자꾸 그리고 쏠리는 것
을 나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포니테일로 묶던 머리를 풀어서 등까지 내려오는 롱헤어에 잘
록한 허리라인을 타고 내려와 살이 적당히 붙어있는 허벅지는 정말 색기가 넘쳐 흘렀다.
아니...더 심한 것은 가슴. 이렇게 보니..내가 지나번에 숨막혀 죽을 뻔한 것이 당연하다는 느낌이었
다. 저런 몸매로 저런 수영복을 입다니. 나를 죽이려는 속셈인가.
"언니. 나 수영 좀 하고 올게. 언니도 같이 갈래?"
"아니, 나는 됐어. 이 녀석에게 짐 정리를 혼자 맡겼다가는 시간 꽤 걸릴것 같아서. 난 여기 있을게."
못내 아쉬워하던 은지는 바다로 뛰어가더니 바다에 몸을 던졌다. 튀어오르는 물방울이 햇빛에 반사
되며 유난히도 빛나는 모습은 마치 인어같다고나 할까.
이윽고 가방에 담겨져 있던 모든 짐을 꺼내고 식사준비까지 마치자 은지를 불러 점심을 먹었다.
바다 바람이 내 머릿결을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이 마치 피서라도 온 듯한 기분이었다.
시간이 흘러서 해가 수평선넘어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바다와 함께 기온이 내려가 조금은
쌀쌀했다. 은지는 아직도 신이 났는지 바다에서 나올줄을 몰랐는데, 은미가 자리에서 안보이자,
의아해진 나는 그녀를 찾기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를 찾을수 있
었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네 동생은 저렇게 신나게 놀고 있는데."
"그래? 잘 됐네...은지는 항상 밝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착각이었을까. 은미는 기분이 꽤 안좋아보였다. 평소처럼의 활기찬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다
른 사람과 얘기하는 듯한 느낌.
"어제 말했었지?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오늘이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날이거든. 그래, 바로 오늘..
이 바다에서."
"흐음..."
그랬던건가. 은미가 풀이 죽은 것도 조금은 알만했다.
"하아. 난 말이지. 이 곳이 정말 싫어. 은지가 좋아하는 곳이니까 나도 좋아하기는 했는데...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보는 것 조차도 싫어져 버렸어. 사실 나 누구를 순수하게 좋아해 본적이 없
어. 그만큼, 증오도 쌓이고 말거든. 이상하지? 단 예외가 있다면 은지 뿐이겠지."
애증이 심하다는 걸까. 은미를 이해한다고는 말 못하겠지만...어느정도 수긍은 갔다. 나도 평범하지
는 않으니까.
"근데 말이지. 널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너라면...웬지 나의 그런 모습을 바꿔줄 수 있을것 같거든."
"응?"
"너말야 너. 하지우. 너라면 그냥...순수하게 널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우습지? 온지 3일밖에 안된
남자에게 이런 감정 느끼는거."
어이...지금 너 무슨 말 하는거야. 나는 순식간에 핑크빛으로 돌변해버린 분위기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누가 제발 이 사태 좀 설명 좀 해달라구.
"지우. 있잖아. 오늘 밤에...내 방에 와주지 않겠어? 나...위로 받고 싶거든."
난 망치로 내 머리를 엊어맞은 듯한 충격에 굳어져 버렸다. 방으로 와달라니...그것도 밤에.
은미는 석양이 지는 바다를 등지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엔 눈에 뛸 정도로 당황해하는 내
보습이 담겨 있었고,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나 지금...잘 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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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만에 글 올리네요. 그동안 공부하느라 바쁜 나머지 이거 올릴 여유가 없어서 신경 못 쓰고 있었습니다.
계속가다가는 글 한 편 올리는데 시간이 꽤 걸릴것 같아서 나름대로 고민중이에요.
원래는 10부 이상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간도 없고, 다른 글도 올리고 싶어서 대충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계속 올리고 싶네요. 다른 글까지 올리면 아무래도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을까해서 말이죠.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고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추천92 비추천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