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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게임의 정수 1


 



 



나는 골프를 좋아한다. 골프를 시작한 지 벌써 15년이 넘는다.

내가 처음 골프를 배울 때는 나보다 젊은 사람이 잘 없었다.

그래서 마음만 먹었으면 캐디들하고 분홍빛 사연도 많이 만들 수 있었지만, 웬일인지 그럴 기회가 없었다.



이즈음 나는 골프를 혼자 치러 잘 다닌다.

전에는 친구들이나 거래처 사람들과 잘 갔지만, 갈수록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혼자 이름난 골프장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빠졌다.



친구들과 치면 늘 그 수준이라서 이젠 별 재미가 없다.

그런데 혼자 낯선 골프장에 가면 처음 보는 동반자들과 긴장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가벼운 내기지만, 이기고 지는 플레이에 푹 빠진다.

멋진 스윙과 매너 있는 플레이에 서로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하루가 즐겁다.

한 두 해 이렇게 다니다 보니 어느새 골프장 경기 위원들이 날 알아보고 매너 있다면서 반겨 준다.



골프의 매력은 굳이 여기서 말할 필요가 없다.

주말보다는 주중에 시간이 많이 나는 직업이라서 주로 주중에 많이 나간다.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 없이 골프장에 나가면, 셋이 치는 팀에 조인트를 시켜 준다.



가볍게 인사하고 라운딩하면 서너 홀을 지나면 이내 친근해진다.

그늘 집 정도만 부담하면 하루가 상쾌하다.



가끔은 여자들이 온 조에도 같이 합류했다.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지 부담 없이 대해 준다.

그리고 그렇게 온 여자들은 대부분 초보가 많고, 또 구력이 있다고 하나 핸디캡이 높아서 한두 수씩 레슨 해 주면 엄청나게 좋아한다.

천성적으로 농담을 잘하는 내 성격이라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끝나면 상쾌하게 인사하고 돌아온다. 결코 지분거릴 마음이 없다.



물론 나도 남자니까 다른 여자들에게 눈길이 가고 또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절대 사무실 아가씨나 주위 사람과는 잘 하지 않는다.

자칫하다간 소문이 나기 쉽고, 또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장엘 나가도 요즘은 여자들이 많다.

특히 낮에 골프 연습하러 오는 여자들은 대충 낮에 여유가 있는 여자들이고 또 그런대로 작업을 하기 쉬운 여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여자들 가운데는 꽃뱀도 있어서 만만하게 수작을 걸기 어렵다.

그리고 소문이 나면 그동안 조심해온 내 처지가 곤란하게 된다.

그런 실수를 해서 아주 체면 구기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그래서 언제나 골프는 골프로 끝낸다.



그러던 올 초, 눈이 녹자마자, 골프장으로 달려갔다.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아서 남쪽 지방의 골프장으로 갔다.



부곡 골프장은 온천 지대라서 그런지 별로 춥지도 않고, 잔디도 한겨울에도 잘 얼지 않는다.

그리고 골프장 전체가 안온하게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바람의 영향도 적게 받는다.

철저하게 회원 위주로 운영되지만, 안면이 있어서 가기만 하면 한 시간 이내에 라운딩을 할 수 있다.



옷을 갈아입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하고 있으니까 경기과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아마 조인트가 된 모양이었다.




“사장님. 초보 여자분들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 초보면 좀 레슨 해 드리지 뭐”


“그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아웃코스로 나갔다. 멀리서 보니 바지와 화려한 티 차림의 아주머니 세 사람이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티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같이 라운드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네, 같이 가시면 좀 피곤하실 텐데. 우리는 완전 비기너(초보자)에요.”



나이는 좀 든 것 같은데 목소리는 아주 맑았다.

말씨가 인근 도시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런대로 교양이 있는 여자들 같았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해서 배우는 것이지요. 전, ‘강’이라 합니다.”



고개를 드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여자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그 여자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랐다.

바로 나의 안사돈, 즉 딸의 시어머니였던 것이었다.

나는 얼른 눈짓해서 모르는 체하라고 하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딴 사람에게 다시 인사를 하였다.



안사돈은 대단한 미인이었다.

딸이 시집가기 전에 양가 인사차 처음 만났는데, 처음엔 과거 영화배우이거나 탤런트인 줄 알았다.

얼굴이 김희선이 같이 생겼는데, 눈이 크고 피부도 맑았고 키도 컸다.

첫눈에 대단한 미인이라서 나는 기가 죽었다.

내 딸보다 더 미인이니 어찌 그렇지 않을까.



그리고 마누라도 마찬가지였다.

바깥사돈은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였다.

아주 호방하고 가끔 티브이에도 나왔다.

그런데 얼굴이 미인이다 보니 자연히 좀 도도한 것으로 보였다.

시종 입을 다물고 미소만 지을 뿐 별말이 없었다.

바깥사돈은 나보다 두 살 위였고, 안사돈은 나보다 한 살 아래라고 들었다.



결혼식 날도 친구들과 하객들이 신부 시어머니 될 사람 미인이라고 구경할 정도였다.

나도 맞은편에 앉은 안사돈을 흘끔거리느라고 시선을 감추어야 했을 정도였다.

나중엔 그 이야기를 마누라에게 했다가 부부싸움도 했다.



나중에 시집간 딸이 전해 주는 말을 들으니 역시 집안에서도 별말이 없이 교양 과라고 했다.

너무 잘난 체해서 밥맛이라 투덜거리는 딸의 전화를 몇 번 받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고 싶은 법이라고 안사돈을 처음 본 순간, 저런 여자하고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사돈은 날씨가 쌀쌀한데도 스커트에 진한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은빛 폴라 티에 빨간 카디건을 입고 타이트한 가죽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나이키 캡을 오클리 선글라스를 걸치고 쓰고 있었다.

한 마디로 골프장의 귀부인 스타일이었다.

캐디들도 곁눈으로 보고 또 보고 하였다.

몇 번 본 처지지만 나도 다시금 안사돈의 미모에 빠져서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이젠 우리 차례네요. 사장님이 먼저 치시죠. 우린 레이디 티를 써야 하니까.”



일행 가운데 좀 나이가 든 듯한 여자가 말을 했다.



“네. 그럼”


나는 정신없이 드라이버를 잡고 천천히 스윙했다.



“딱”



공은 경쾌하게 날아갔다. 그동안 구력이 있어서 볼을 맞히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나이 샷”


여자들이 외쳤다. 똑바로 날아가는 공을 보고 감탄했다.



“오늘 많이 배우겠네요. 참 스윙이 부드럽고 좋으시다.”



리더인 듯한 여자가 말을 했다.



“별말씀. 별로 잘 맞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말씀. 저렇게만 칠 수 있담 얼마나 좋아. 자, 우리도 제비 뽑읍시다.”



티업 순서를 정하는 막대기 통을 흔들며 그 여자가 말을 했다.



“신 여사. 이리 와서 먼저 뽑아.”



안사돈 성이 신 씨였다. 그때까지 불안한 자세로 있던 안사돈이 할 수 없이 일행 속으로 섞였다.



“어마, 오너이네. 배우는 사람은 달라, 호호”



안사돈은 맨 첫 번째 순서를 잡았다.



“사장님 잘 봐주세요. 머리 올리고 두 번째예요. 우리 모임 신입 회원인데,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참 좋아요.”

“회장님은 무슨 말씀을.”



안사돈은 당황한 듯이 말을 막았다.



안사돈이 골프를 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더구나 그렇게 새침하니 교양을 떠는 여자가 이렇게 멀리 지방까지 원정 골프를 나선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난 것, 하루 잘 봐주면 딸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모르는 체하고 안심시켜 주기로 했다.

그때까지 마음가짐은 그랬다.




초보자 답게 안사돈의 골프 실력은 바닥이었다.

스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티샷한 공이 오른쪽으로 심한 슬라이스가 났고 그것도 쪼로 비슷했다.



“나중에 하나 더 치시죠.”



다른 두 여자는 제법 잘 쳤다. 장타는 아니지만 곧게 나갔다.

안사돈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쳤다.



“긴장을 푸시고 그저 연습한다 생각하시고 쳐 보세요.”



나는 전혀 모르는 체하고 말을 해 주었다.

그러나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쪼로는 아니었지만, 슬라이스는 여전했다.

필드로 내려갔다.

나는 일부러 공을 찾아 주는체하면서 안사돈을 따라갔다.

맨 처음 공을 찾아서 손에 건네주면서 낮고 빠르게 말했다.



“그냥 모르는 체할 테니, 마음 편하게 하시고 공을 치세요.”

“네.”



안사돈도 그제야 얼굴을 펴고 나를 보았다.

나는 살짝 윙크를 했다.

안사돈도 같이 윙크하며 미소를 보냈다.

그러는 얼굴이 너무 아름다웠다.

결혼식 때보다 많이 성격이 바뀐 것 같았다.



골프는 사람 마음을 참 편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아무리 낯선 사람이라도 두 홀 정도만 같이 돌면 금방 친해진다.

골프장 야담이란 것이 있어서 더욱 즐겁게 한다.



일행 가운데 리더인 듯한 여자는 구력이 꽤 되는지 그런대로 공을 잘 쳤고, 성격도 활달해서 시종 농담을 했다.

나도 맞장구를 치면서 웃기자 그들은 가끔 배를 잡고 웃었다.



“사장님이 너무 웃겨서 이 공이 들어갈지 몰라. 안 들어가면 사장님이 책임지세요.”

“네, 책임지지요. 훤한 대낮에 구멍 넣기가 뭐 어렵습니까.”

“어머, 그런 진한 말씀을 그렇게 연하게 하세요?”



그런 정도로 그녀들은 아주 스스럼이 없었다.

아마 처음 본 사이고, 안사돈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녀들을 꽃뱀으로 보았을 것이다.



3홀을 지나자 그녀들의 골프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뚱뚱한 여자는 구력이 있어서 그런지 그런대로 볼을 맞히고, 키가 작은 여자는 볼은 그대로 맞히는데 자세가 영 아니었다.

안사돈인 신 여사는 비기너 임이 확실했다. 그래서 키가 작은 여자와 안사돈에게 코치를 했다.



주로 필드에서는 코치를 잘 하지 않는 법이다.

골프란 것이 금방 좋아지는 것도 아니어서 괜히 주눅만 들게 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즐거운 라운딩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장님 실력이 대단하신데요. 저 오늘 90개 깨면 한턱 쓸게요."



나이 많은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아이고 정말입니까?"



"그럼요. 모처럼 원정 골프 와서 그 정도 기분도 못 내면 되겠어요? 안 그래?"



그 여자는 다른 두 사람을 보고 강요하듯이 말했다.

작은 여자는 맞장구를 쳤고, 안사돈은 거북한지 웃고만 있었다.

라운드가 익어지자 안사돈은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그래서 그런지 곧잘 대화에 참여하였다.



"대장님 몇 번 우드입니까?"



5홀은 롱 홀이었다. 리더 격인 여자가 두 번째 샷을 3번 우드로 치려고 하였다.



"3번인데요."

"차라리 5번 우드, 아니면 5번 아이언을 치시지요."


"거리가 많이 남았는데요?"

"네. 그래도 어차피 투온이 어렵고, 그리고 지금 라이도 좋지 않고요. 또 제대로 맞는다 해도 저기 그린 근처 벙커에 빠지기 쉬워요.

차라리 5번 아이언으로 치고, 세 번째 샷을 7번 아이언으로 해보세요."



그 여자에게 인심을 얻어야 안심하고 안사돈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정 여사(대장)는 내 말대로 5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다.

그리고는 7번으로 온 그린 시켰다.



"어머 정말이네. 사장님 정말 레슨 잘하신다."



정 여사가 아기같이 좋아했다. 골프란 그런 마력이 있다. 한 홀의 즐거움으로 하루가 즐겁다.



"신 여사님은 그저 제일 자신 있는 아이언만 치세요."



안사돈 옆으로 가면서 조언해 주었다.



"7번이 제일 잘 맞는데."

"그럼 7번으로만 치세요."



꽤 간결한 스윙이었다. 몸매처럼 스윙도 우아했다.



"잘 치시겠는데, 왜 바깥사돈하고 같이 오시지요."

"그 사람, 일이 바빠서 저하고 같이 다닐 시간이 있나요."



말이 빨랐다. 직감적으로 사돈 부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구나 싶었다.



"몸매가 아주 골프에 어울립니다."

"호호, 사돈님 농담하지 마세요."


"쉿. 사돈이라 하지 마세요."

"어머, 참. 그럼 뭐라고 해요?"


"그냥 저 사람들처럼 부르세요."




걸어가면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사돈 간이라지만 너무 미인이라서 마음이 설레었다.

그리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던 사돈이 아닌 싹싹하고 부드러운 태도라서 더욱 기분이 야릇했다.

비교적 여자의 외모를 따지지 않는 편이지만, 안사돈은 그런 경지를 넘어섰다.



“언제부터 골프를 시작했습니까?”

“몇 달 안 됐어요. 집에 있기 무료해서, 그리고 새아기가 살림을 맡아서 잘해 주어서.”


“그놈이 살림은 제대로 할 줄 압디까?”

“그럼요. 아주 딸을 잘 키웠던데요.”


“사장님, 미인만 너무 챙기지 마세요.”



어느새 앞서가던 정 여사가 뒤를 보고 은근한 무안을 주었다.



“초보는 람보 아닙니까? 초보를 잘 가르쳐야 두고두고 후환이 없는 법입니다.”

“그럼 나도 초보라 할걸”



그네들은 깔깔거리면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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