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名氏들의 쾌락게임 - 1부
"형님. 여깁니다."
일본식 선술집의 어두운 느낌의 조명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
은색의 차가운 느낌의 안경, 이마를 가리지 않는 단정하면서도 약간의 엄격함을 지닌 헤어 스타일, 슬림한 투 버튼의 감색 정장.
외형적으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 및 교육적 수준을 풍기는 그는, 역시 남들과는 차이를 두는 큰 키와 스스로 세련미와 절제미를 과시하는 듯한 검은색 계통의 정장을 입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남자에게 손짓했다.
큰 키의 남자는 은색 안경 남자의 손짓으로 위치를 확인하고는, 은근한 미소로 반가움과 찾았다는 안도감을 동시에 표현하면서, 천천히 그의 자리로 다가왔다.
"오랜만이군. 닥터 장."
"형님도 별고 없으시죠? 오랜만에 뵙습니다."
큰 키의 남자가 반대편 자리에 앉자, 은색 안경의 남자는 어정쩡한 자세로 일어나서는 고개를 꾸벅였다.
"나야 머. 항상 똑같지. 자네 병원은 잘 되고?"
"예. 그럭저럭 잘 되고 있습니다."
입으로는 괜찮다는 식의 표현을 하고 있지만,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일의 어려움 때문인지,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꼭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불만인지는 지금, 이 순간에 알 수는 없었다.
큰 키의 남자는 그 짧은 순간의 표정을 놓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는다.
"그래. 잘 되면 다행이고. 어쨌든 일단 술 한잔하자고. 하하"
"예! 먼저 한잔 받으시죠."
더 이상 캐물어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듯, 은색 안경의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대답하고는, 술병을 기울여 잔을 채웠다.
그 후 두 남자는 학창 시절 이야기, 얼마 전 있었던 업무 중의 해프닝, 양쪽 모두에게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 등으로 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소주병은 두 병을 넘어서 삼 분의 일 정도 남은 세 병째가 테이블 위에 서 있었고, 약간의 취기와 함께 서로 대화의 주제가 바닥을 드러냈는지, 순간적인 대화의 공백이 생겼다.
키 큰 남자는 그제야 정장의 윗도리를 벗고 넥타이를 풀고는 조심히 접어서 구김을 신경 쓰는 듯, 옆자리에 가만히 올려놓았다.
"자~ 무언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술도 어느 정도 먹었고, 취하기 전에 들어보기로 할까?"
"아니. 꼭 무슨 할 말이 있다기보다는."
마치 속 마음을 들킨 듯, 은색 안경의 남자는 말을 더듬거리면서, 건너편 자리 남자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
"별다른 일이 없는데, 자네가 나를 찾을 리는 없지 않겠어? 괜찮으니까, 천천히 꺼내 봐."
"............."
은색 안경의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는 미안한 듯 말이 없다.
"너에게 섭섭하다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야. 어떤 계기가 되었든, 이렇게 네 얼굴 보니까 나는 기분이 좋아. 하지만 만남의 목적이 있다면 당연히 해결해야 다음 대화로 진행되지 않겠어?"
"예."
평소에 좀 더 자주 연락드리고 만났으면, 훨씬 편안하게 말을 꺼냈을 텐데....하고 후회가 일순 들었지만, 이미 어찌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형님이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까, 제가 더 죄송한 것 같습니다. 나름 병원 일에 신경 쓰느라고 그랬습니다. 이해해 주사기를 바랍니다."
"괜찮다니까. 연락 자주 못하기는 내 쪽도 다를 바 없는데 뭘."
은색 안경의 남자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소주잔을 들어서 말끔히 비우고는 말을 이어갔다.
"저 사실. 집사람이랑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의미지?"
"모르겠습니다. 딱히 싫다 좋다는 감정은 아닌데. 그냥 부부생활이 재미가 없습니다."
"너. 여자 생겼니?"
"아닙니다. 제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일 벌일 사람은 아니잖습니까?"
"음. 그건 그렇지. 그럼 제수씨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집사람이 부정을 저질렀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아니, 차라리 그런 무슨 사건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냥 2년째 매일 얼굴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지겹고, 하루하루 똑같은 날의 반복도 그렇고. 집, 병원, 집, 병원의 일상도 그렇고.
무어라 딱 집어서 얘기하기는 어려운데. 그냥 지겹다는 생각만이 듭니다."
"어떤 사건이나 안 좋은 일은 전혀 없는데, 그렇다 이거지?"
"예."
키 큰 남자는 팔짱을 끼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제수씨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건가? 아니면 너만의 생각이야?"
"집사람의 속 마음까지야 제가 알 수는 없고, 원래 외향적 성격은 아니라서 유난스럽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집에 들어가면 느낌이 영하 10도의 북극에 와있는 듯합니다. 그러면 그런 감정이 저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렇겠군."
"총각 때 자취하면서 혼자 살 때도 이렇게 냉랭함을 느낀 적이 없는데. 답답합니다."
"부부생활의 문제는 없고?"
"형님한테 무엇을 숨기겠습니까? 부부관계 한지가 기억에도 없습니다. 서로 요구하지도 않으니까요."
서로 요구하지 않는다? 이제는 두 사람이 서로를 집안의 부속물 정도로 인식한다는 것인가?
일에 얽매여서 별다른 생각도, 행동도 할 수 없고, 제수씨는 그런 남편을 단지 때 되면 나가고, 때 되면 들어오고, 때 되면 돈 가져다주고 하는 도구로 인식하는 것인가?
키 큰 남자의 마음속에는 이렇게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머릿속에서 그리면서, 서로 무표정하게 굳모닝과 굳나잇을 인사하는 두 명의 남녀가 연상되었다.
"어찌 보면 그런 일상적 무관심이, 서로 악다구니를 쓰면서 싸우는 부부보다 위험할 수가 있지."
"예. 형님 말씀대로 입니다. 차라리 소리 지르면서 싸우면 잠시나마 마음이라도 풀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일도 없고.
오히려 서로를 싸울 가치도 이유도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음. 그렇다면 너의 의중은 제수씨와 헤어지고 싶다는 건가?"
"그런데. 또 알 수 없는 것이 그런 마음은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얼마나 집사람을 사랑하고, 처가를 존중하는지요.
차라리 미우면 깔끔하게 헤어지자고 나 할 텐데, 그런 감정도 아니고. 휴~"
"서로 갈라서거나 하는 것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고, 무엇인가에 의한 돌파구나 모티브를 통해서 예전의 감정을 되찾고 싶다? 이런 뜻으로 이해하면 되지?"
"예. 저도 제 마음을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형님의 말씀대로가 그나마 정확한 것 같습니다.
하여튼 이 답답한 감정이 해소된다면 나쁜 결과라도 감수해야겠죠."
"나쁜 결과가 나온다면, 그 답답함이 오히려 더욱 심화할 수도 있어. 너의 표현은 단지 네가 너무 답답하니까 현실을 어떻게든 타파해보고자 하는 뜻으로 이해할게."
"예 형님. 제 표현이 조금 극단적으로 나온다 해도 단지 제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해 주십시오."
은색 안경의 남자는 이런 남모를 이야기를 털어놓으니까 그나마 속이 시원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해결이 잘되고 못되고는 잠시 뒤에 고민하더라도 약간의 카타르시스는 충분히 느낀 듯했다.
키 큰 남자는 팔짱을 다시 끼고 고개를 약간 떨군 자세로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자본주의 현대사회에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가정사이지만, 그에 대한 답은 실로 어려운 수학 공식만큼 복잡하다.
인간의 마음에 관한 문제를 누가 그리 쉽게 해결해 주겠는가.
"부부간의 애정에 어떠한 문제가 있을 때, 가장 좋은 해결법은 서로 간의 애정을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겨서, 서로에게 욕정을 느끼면서 갈구하게 되면 그 해결이 가장 쉽게 되지."
"혹시. 섹스에 관한 문제로 접근하시는 겁니까?"
조금은 당혹스러울 수도 있는 접근방법이었다. 이불 속 문제는 그 중요성에 비해서, 한국 사회에서 지나치게 터부시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섹스라는 것도 결국에는 서로에게 애정을 느껴서 소유욕을 느끼다가, 종국적으로 일체화하게 되는 삽입행위야.
즉 섹스라는 귀착점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유혹하고, 치장하다가 일체화되어야 하므로, 무관심을 관심으로, 애정으로, 욕정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행위이지."
"형님 말씀에는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섹스 몇 번 한다고 지금 상황이 해결될까요?"
"섹스 몇 번 한다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진짜 서로가 원하는 섹스를 하기 위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자는 얘기지.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나 진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키자는 거지."
"음. 형님 말씀은 무엇인가 침실에서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통해서 애정을 다시금 느껴보라는 뜻이시죠?"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키 큰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곧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응. 나야. 아직 안 자지? 지금 닥터 장하고 집으로 갈 테니까 간단하게 술상 좀 보아줘. 응, 응."
형수하고의 통화인 듯했다.
"아이고, 이 늦은 시간에 형수님께 그런 일을 시키시다니요."
"이야기의 진전을 위해서, 우리 집으로 가서 마저 이야기하자고."
키 큰 남자는 별다른 이견을 말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옷을 챙겼다.
얼떨결에 은색 안경의 남자도 자리를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집에 사람을 들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키 큰 남자의 갑작스러운 제의에 당황스러우면서, 무슨 뜻이 있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만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문제에 언제나 시원스러운 답과 인간적, 심리적 조언을 항상 잘 받아왔기에 이번에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택시 안에서도 사실 여러 가지를 묻고는 싶었지만, 자신을 위해서 해결책을 수고스럽게 제시해준다는데 굳이 귀찮게 캐묻는 것도 경우가 아닌 듯싶었다.
그냥 복잡할 뿐이었다.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에 뵙네요."
아파트의 현관문이 열리자, 형수가 반가움을 담은 듯한 미소와 함께 두 남자를 맞아주고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자주 인사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녀요. 병원 일도 바쁘실 텐데. 어서 들어오세요."
얇은 흰색 레깅스 하의와 흰색의 티셔츠, 그리고 손님에 대한 예의를 표현한 듯, 연한 회색의 긴 카디건으로 앞섬을 여미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그 긴 머리를 위로 틀어올려서 활동성과 편안함도 강조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는 이내 키 큰 남자의 옆에 약간 몸을 숨기듯 붙어서는 남자에 대한 친밀감과 자신의 내성적 성격을 은근히 말하고 있었다.
"먼저 닥터 장과 업무 이야기 좀 서재에서 할 테니까, 잠시만 기다리도록 해."
"그러세요. 그동안 술상 준비를 마저 끝낼게요. 천천히들 말씀 나누세요. 그리고 너무 기다리게는 하지 마시고요."
무표정한 얼굴일 때 느껴지는 차가움은 사라지고, 애정과 애교가 가득 담긴 표정과 눈빛으로 그녀는 키 큰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은색 안경의 남자는 순간적으로 형수이기를 떠나서, 여자로서 귀여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그런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비해서 약간의 부러움과 질투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었다.
키 큰 남자의 서재, 나름 친하다는 은색 안경의 남자도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공간이었다.
방의 사방을 덮은 책장과 창가 쪽을 점령하고 있는 커다란 책상, 유일하게 책장이 비어있는 공간에는 커다란 LCD TV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TV의 편안한 감상을 돕는 듯, 안락해 보이는 소파가 놓여 있었다.
키 큰 남자는 말 없이 창가 쪽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있었다. 은색 안경의 남자는 천천히 책장을 둘러보았다.
과거 학창 시절 읽었음 직한 각종 전공 서적과 관련 책자, 논문집 등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키 큰 남자가 평소 관심이 있어 하는 정치, 시사, 심리학 계통의 여러 책자도 눈에 띄었다. 그의 취미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수많은 CD와 카메라, 렌즈 등도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형님, 요새도 사진 찍으러 많이 다니시나 봐요?"
"나의 몇 안 되는 취미니까. 소파에 편하게 앉아. 담배도 피워도 되고."
"예. 그럼 담배 한 대 피우겠습니다."
은색 안경의 남자는 소파에 최대한 편하게 자리를 잡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와 동시에 키 큰 남자는 벽에 걸린 TV의 화면을 켰다.
화면이 켜지자, 컴퓨터의 바탕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멀티 모니터로 연결해서 영화 감상 등을 하는 모양이었다.
"내 취미 생활의 결과물을 보여줄게."
키 큰 남자가 말을 마친 후에 곧바로 TV 가득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키 큰 남자의 아내였다.
바람에 약간 휘날리는 머리 모양, 슬림한 치마 정장에 깔끔한 색깔의 스타킹에 하이힐을 신은 세련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형수님 사진이네요. 멋진데요. 사진 잘 찍으셨네요."
은색 안경의 남자는 형수가 참 날씬하고 스타일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렇게 즐겁고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저 부부가 내심 부러웠다.
여러 장소와 여러 가지 포즈로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지나가고, 편안하게 감상하던 중, 놀라운 사진으로 넘어왔다.
여자의 표정은 약간은 당황한 듯하면서도 부끄러움으로 주변을 살피는 듯했고, 서 있는 채로 그녀의 손은 타이트한 정장 치마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허벅지 위쪽까지 끌어올려 있어서, 옷에 가려져 있던 신비로운 속이 드러나는데, 평범한 스타킹인 줄 알았던 것이, 화려한 레이스로 끝부분을 장식한 밴드 스타킹이었으며, 끝부분을 흰색의 가터벨트가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으며, 백색의 팬티의 끝부분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정장 상의는 풀어져 있었으며, 그 안으로 자리 잡은 얇은 실크 재질의 민소매 상의는 여자의 유두 외형을 비교적 자세하게 표현해 주고 있었다.
은색 안경의 남자는 피던 담배를 떨어뜨릴 뻔했다. 사진 속의 여자가 형수가 아니라면 그냥 음란 사진 정도로 치부하겠지만, 이것은 느낌이 틀렸다. 방금 전까지 인사를 나누었던 여자이고, 바로 앞에 앉아있는 남자의 아내이자 그에게는 형수 아닌가?
기억 속에, 내성적이면서 도도했으며, 큰 키에 하이힐을 즐겨 신어서 웬만한 키의 남자들은 눈을 내리깔면서 시선을 주었고, 지적이면서도 차가운 표정과 스타일은, 저 여자를 어찌해 봐야겠다는 감정보다는 주눅이 드는 감정을 유발하는 그녀였었다.
본인도 모르게 책상 위에 앉아서 사진을 컨트롤하고 있는 키 큰 남자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약간은 당황스러운 표정과 함께.
"형님....이 사진은...."
"아까 말했듯이 내 취미 생활의 결과물일 뿐이야."
키 큰 남자는 마치 남의 말 하듯이 했다. 은색 안경 남자의 느낌에는 "이게 어때서?"라고 오히려 반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별다른 부연이나 대화 없이 곧바로 다음 사진으로 넘어갔다.
다음 사진에는 정장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채로 민소매 상의만을 입고 있었다.
뒤에 멀리 몇몇 사람들이 찍히기도 했지만, 정면에서 누가 보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팽팽하게 민소매 상의를 당기고 있는 가슴은 유두의 윤곽을 오히려 벗은 것보다 더욱 적나라하게 들어냈으며, 흡사 솟아올라 있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스커트는 골반 바로 밑에까지 두 손에 의해서 들어 올려져 있었다.
타이트함 때문인지 힘겹게 들어 올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가터벨트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백색 팬티는 얇은 레이스에 삼각형의 모양이었는데, 그 크기가 작으므로 무성한 음모를 다 가리기도 벅차 보였다.
아니 굳이 가릴 필요도 없어 보였다. 얇음으로 인해서 음모가 거의 다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다 벗은 것보다 더 음란하고 신비로워 보였다.
양옆이 가느다란 끈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아서는 티팬티인 듯싶었다.
자신이 아는 여자가 가터벨트에 의존한 밴드 스타킹에 저런 팬티를 입고 야외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아니 설사 부부만의 침실 안에서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누가 볼까 두렵지도 않았을까? 온갖 생각이 은색 안경의 남자에게 들었다.
아니 혼란스러움이었다. 무어라고 말해야 하고, 어떤 표정으로 키 큰 남자를 대해야 하는지도 혼란스러웠고, 이런 지극히 은밀한 사진을 보여주는 저의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웠다.
그런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표정이었다.
사진 속의 형수라는 여자는 부끄러운 듯 살짝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홍조를 띤 얼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쾌감이었다.
살짝 치켜뜬 눈과 본인도 모르게 약간 벌어진 입은 분명 쾌락에 빠져있어질 때나 봄 직한 표정이었다.
마치 신음을 뱉어내고 있는 듯한 상상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있었다.
자기 아내에게 삽입한 후 절정을 느끼게 할 때나 나왔던 바로 그 표정이었다.
노출된 하체에서 간신히 버텨냈던 자기 성기가 형수라는 지위와 바로 문밖에 있는 여자임을 증명해 주는 얼굴, 쾌락을 표현해 주고 있는 표정에서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바지 속에서 팽팽하게 발기되었다.
침대 위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다리를 벌려서 음부를 적나라하게 벌리고 있는 그런 사진과는 차원이 달랐다.
섹스를 표현한 동영상이나 사진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이 사진에서는 마치 건드리지 않고도 사정할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자극이 들었다.
상상 속에 외에는 관계를 허용치 않는 사회적 관계의 여자가 음란함을 야외에서 뽐내고 흥분하고 있으며, 그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람은 그런 치부를 무덤덤하게 공개하고 있다니.
"나의, 아니 우리의 취미 생활이 마음에 드나?"
여러 가지 환상과 망상과 상상의 나래 속에 순간적이나마 빠져 있던, 은색 안경의 남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현실의 세계로 돌아왔다.
"아니. 저.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될지."
"나는 너에게 어떻게 해서 어떻게 해결하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내 생활을 보여주면서, 이런 해결 방식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어.
물론 수많은 방법 중에 단지 하나의 예를 들어준 것뿐이야. 너에게 이런 것을 따라 하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자신의 예를 통해서 나, 아니 우리의 관계를 다시금 펼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뜻인가.
"부부든지 커플이든지 남녀 둘이 즐기는 방법은 아마도 남녀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게 존재할 거야. 우리는 그중 하나를 즐기고 있는 것뿐이고.
너희 부부도 그런 쾌락의 일치점을 찾는다면 아마도 서로를 더욱 갈망하게 될 거야."
은색 안경의 남자는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별로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부부 관계의 즐거움 및 쾌락에 관해서 새로운 느낌을 받은 것이 나름대로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표현이나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금 당장 형수의 사진을 보자마자 이 발기된 성기를 여자, 그중에서 자기 아내에게 마구 발산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이런 흥분과 성욕을 느껴본 지가 얼마 만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외모라면 아직 뒤처질 것이 없는 자기 아내도 형수처럼 입히고 야외에서 저렇게 행동을 취하게 한다면, 자신도 참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형님의 의도가 무엇인지, 또한 해결점을 찾는 방법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짐작은 갑니다."
"그거면 되지. 지금 당장 어떻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그만큼 남녀관계, 특히 부부관계는 가깝고도 어려운 문제야."
갑자기 형수라는 여자는 잠자리에서 어떤 교성과 표정과 행동을 할지 무척 궁금해졌다.
또한 저런 노출을 할 때의 느낌이 어떨지 저 조그마한 입으로 직접 듣고도 싶어졌다.
"똑똑"
"오빠, 아직 대화 중이세요? 준비 다 했는데."
갑자기 서재 문을 두드리는 형수의 목소리를 듣자 마치 어릴 때 자위행위를 할 때 부모님께 들켰던 상황처럼 몸과 마음이 모두 화들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