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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환관 상열지사 4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 법


 




“주상 전하께서 대감을 무척이나 아끼시나 봅니다.”


문이 밖에서 잠겼다.

그런 이유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된 수윤과 여희는 문에 등을 대고 쪼그리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안에 꽉 찼던 수증기는 이제 어느 정도 걷혔다.

수증기는 사라졌지만, 그 덕분에 공기가 어느 정도 선선해졌다.

여희가 수윤을 힐끗 쳐다봤다.


‘머리카락…… 아직 젖어 있네.’


수윤은 갓을 쓰지 않았다.

상투만 틀고 있는데, 몸만 씻고 머리는 감지 않았는지 머리카락 전체가 젖은 것은 아니지만 귀밑머리가 젖어 있는 것이 묘하게 눈길이 간다.

계속 눈길이 간다.

젖은 머리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눈길이 가는 걸까.


‘아직 덜 말랐네. 살갗도.’


가만히 쳐다보니 귀밑 목덜미가 햇볕에 많이 그을렸다.

소매 아래로 나온 손가락이 아주 곱게 뻗은 것이 아니라 울퉁불퉁하다.

긴 손가락의 마디가 제법 굵다.


‘중인 출신일까?’


환관의 출신은 다양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신분 중에서 양반은 거의 없다고 했다.


신체를 절단하는 것은 양반에게 있어서는 수치다.

수염을 자르는 것도 수치스럽다고 말하는 양반이 고환이나 음경을 자르고 환관이 될 리가 없다.

그래서 환관은 대부분 중인이나 양민 출신이 많다고 들었다.

이 사내는 어떨까.


‘언제 환관이 되었을까. 어렸을 때겠지?’


궁금한 것이 아직 너무 많다.

이 사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잘 해 주니 자꾸 궁금한 것이 늘어난다.

이래서 사람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고 하는 것일까.


아니다. 비유가 좀 빗나갔다.

하나를 알면 두 개가 궁금해지고, 두 개를 알면 다섯 개가 궁금해진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어려서부터 주상 전하를 모셨습니까?”

“궐에 들어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소.”


“그러면 남들보다 빨리 출세하신 거네요.”

“따지고 보면 그렇소.”


서른 살이라고 했다. 몇 살에 궐에 들어갔을까.


“몇 살에 들어가셨습니까?”


개가 고환을 물어뜯은 것은 어렸을 때라고 했다. 그러면 어려서 고환을 잃고 나이가 들어서 입궐을 했나?


“지금의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시기 직전이니, 5년 정도 된 것 같소.”

“5년 만에 대전 장번 내시가 되신 겁니까?”


여희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 사내, 생각보다 능력이 엄청난 것일까? 아니면 임금의 총애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일까.


“전하께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으니 나를 가까이 두시는 것뿐이오. 능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러면 전하와는 언제 알게 되신 건가요? 궐에 들어가신 것이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시기 전이라면 궐에 들어가기 전에 전하를 만나셨다는 뜻이잖습니까.”


“전하와는 우연히 만나서.”


수윤이 잠시 쓴웃음을 지었다.

웃을 때 미간이 구겨지며 콧잔등에 주름이 생긴다.

그런데 콧잔등에 생기는 주름까지 잘생겼다.


‘보면 볼수록 잘생겼구나.’


여희는 외간 사내를 많이 보지 못했다.

처녀들이 외간 사내를 많이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단오에 그네를 타는 시간이다.

단오가 되면 그네 터에도, 그리고 그네 터 근처의 씨름 터에도 사내들이 제법 많이 모인다.

주로 건장한 총각들이다.

그래서 단오는 다른 말로 처녀들 눈 호강 하는 날이다.


어디 처녀들만 그럴까.

그날은 총각들도 처녀들을 잔뜩 볼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물론 여희는 단옷날 그네 터에도, 씨름 터에도 가 본 적이 없어서 외간 사내들을 거의 본 적이 없고 집 주위에서 보는 얼굴들이 전부였지만, 그럴지라도 이 사내가 출중한 외모를 가졌다는 것을 안다.

잘생긴 사내는 어린아이도 알아볼 것이다.


“우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오.”

“네?”


“우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오?”

“우연은.”


질문을 했더니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여희는 이런 것이 좋다. 이렇게 이야기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좋다.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성품이, 그 사람의 생각이,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이 묻어나는 것이라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자신은 알지 못하는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을 엿볼 수 있고, 자신은 들어가 보지 못한 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을 여희는 좋아한다.


그리고 상대방도 자신을 그렇게 알아주기를 바란다.

조금씩,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말이다.


“우연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연이 없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그 우연한 일이 일어나기까지 걸어온 길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걸어온 길?”


“어떤 길을 어떻게 걸었느냐에 따라서 우연히 어떤 인연을 만나는지 결정되는 것 같아요. 세상에는 길이 참 많을 텐데 그 많은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다는 것은 인연이 있다는 뜻이고, 그 길을 그때 지나지 않았으면 결코 그 우연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그때 그 길을 걸어가고 있어야만 그 우연도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우연도 결국은 어떤 길을 걷느냐에 대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동감이오.”

“정말이요?”


자신의 말에 동감한다는 수윤을 여희가 빤히 쳐다봤다.


‘아, 눈썹에 흉터가 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보니 수윤의 오른쪽 눈썹 위에 작은 흉터가 보였다.


‘왜 저기에 흉터가 생긴 걸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흉터지만, 왜 저런 곳에 흉터가 생겼을까.

가까이에서 칼을 잡고 드잡이를 하지 않는 이상 저런 곳에 저런 상처가 생기진 않을 것이다.


살짝 시선을 내리자 조금 전에 봤던 손가락이 이번에는 조금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에 볼 때는 손가락의 마디가 굵고 투박하다는 것만 보였는데 지금 다시 보니 손등에, 그리고 손가락에 자잘한 흉터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전하와는 어떻게 만나셨다구요?”


질문이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샜다.


“전하께서 미행을 나오셨는데. 아, 왕세자 시절에 말이오. 미행을 나오셨는데 위험에 처하신 것을 내가 도와드렸소.”

“그러면 전하를 만나기 전에는, 그러니까 전하를 도와드리던 당시에는 뭘 하셨는지 여쭤봐도 되나요?”


궁금하다.

이 사내는 환관이 되기 전에 무엇을 하였을까.

이 사내의 외모로는 딱히 짐작이 가는 것이 없다.


“말하기 좋은 것이 아니라서.”

“양반이 아니라도 저는 괜찮습니다.”


여희의 말에 수윤이 그녀를 쳐다봤다.

사내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내가 뭐 하던 사내 같소?”

“손이 험하니…… 대장장이?”


여희는 제가 알고 있는 손이 험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떠올려 봤다.


“틀렸소.”

“그러면…… 백정?”


백정도 손이 험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칼을 계속 만지니 손에 흉터가 날 수밖에 없고 말이다.


“틀렸소.”

“그러면.”


이렇게 체격이 좋고, 그런데 인물도 좋고, 양반은 아니고, 손이 험하고, 눈썹에도 흉터가 있고, 뭘까?


“포졸?”


일단 무조건 던지고 본다.


“틀렸소.”

“그러면 산적?”


아주 대놓고 막 던지자 수윤이 웃음을 터트렸다.


“산적? 산적이 맞나요?”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도 산적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산적이면 좋겠소?”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산적이 환관이 되다, 그렇게 말이오?”

“제가 맞혔나요?”


“틀렸소.”

“그러면 나무꾼?”


손가락과 손등에 흉터가 날 만한 직업을 죄다 생각해 봤지만 더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


“모르겠어요.”

“알면 실망할까 봐 말해 주지 못하겠소.”


“환관이 되기 전에 지렁이였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지렁이는 아니었고.”


수윤이 제 손을 슬쩍 쳐다봤다. 그리고 그 손을 여희에게로 내밀었다.


“만져 봐도 되오.”


여희가 그 손을 살며시 만졌다.


“단단하네요.”


손이 단단했다. 손바닥과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여 돌처럼 단단했다.


“사람 죽이는 일을 했었소.”


수윤이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에 여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고 무서워해야 정상이지만, 이상하게 사람을 죽이는 일을 했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놀랍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망나니?”


처형장에서 사람 목을 자르는 망나니를 연상하며 묻는 순간 수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배를 잡고 웃는 사내를 보며 여희가 덩달아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수윤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다시 그 깊은 눈으로 여희를 바라봤다.


“양반 서자로 태어나서, 검계에 있으면서 사람이나 잡아 죽였소.”


깊은 눈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여희도 깨달았다.

양반의 서자로 태어나서, 검계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사람을 죽여 봤다는 사내.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들었다면 분명 섬뜩하게 무서웠을 이야기이다.

그런데 시간과 장소가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이 사내에게 호감을 느낀 상태에서 들었기 때문일까.

조금도 무섭지 않고, 조금도 이상하지 않게 들린다.


“그러다가 우연히 미행 나오신 주상 전하를 만나 도운 것이 인연이 되어 그 생활을 접고 궐에 들어가 환관이 되었소.”

“그때가 좋으신가요, 아니면 지금이 좋으신가요?”


“그때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만 받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으니까 당연히 지금이 낫지 않겠소?”

“남들의 시선 말구요. 대감 스스로는 어떠세요? 그때와 지금, 어느 쪽이 더 행복하세요?”


“행복?”


수윤이 뜻밖의 단어에 눈매를 살짝 가늘게 했다.


“그런 걸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는데.”


수윤이 잠시 고민했다.

그때와 지금? 그건 고민할 것도 없다.


“당연히 지금이 더 행복하지 않겠소? 적어도 나를 믿어 주고 나를 필요로 해 주는 분이 한 분 계시니 말이오.”


이 사내가 하는 말들이 왜 조금도 무섭지 않은 건지 여희는 겨우 깨달았다.

검계니 살인이니 그런 말을 해도 그 말들이 조금도 무섭지 않은 이유는 지금 이 사내는 그때의 사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이 더 낫다고 말하고,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고, 그를 믿어 주는 한 사람 때문에 지금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사내는 예전 그 검계의 파락호가 아니다.

그때의 사내와 지금의 사내는 달라서, 그래서 조금도 무섭지 않은 것이다.


이 사람의 과거가 지금의 사내를 무섭게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적어도 여희의 눈에는 그랬다.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물어보겠소. 혼인하기 전과 혼인하고 난 후, 어느 쪽이 더 행복하오?”

“혼인한 지 하루밖에 안 지났습니다.”


이 질문은 너무 무리한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하려면 적어도 일 년은 지난 다음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가?”

“하다못해 한 달은 지나야 대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도와주면 이곳에서 나간 후에 그 대답에 대해 고민해 볼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질문에 대한 대답을 빨리 듣고 싶으니 내가 당신의 고민을 좀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소?”


“네?”

“혼인을 하긴 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혼인을 한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서 지금 혼인을 한 건지 단순히 이 집에 객으로 온 것인지 구분이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적어도 그렇게 보이는데, 내가 틀렸소?”


절반은 맞았다.

수윤의 말이 절반은 맞는다고 여희는 생각했다.


대례복을 입고 족두리를 쓰고 시집을 오긴 왔는데 혼인을 했다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말이 통하는 좋은 친구가 생긴 기분?

하지만 환관에게 시집을 왔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환관에게 시집을 왔는데 무슨 초야를 기대하겠는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말이 잘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쁜 것에 충분히 만족한다.

그런데 수윤은 뭘 도와주겠다는 걸까?

뭘 어떻게 도와주면 혼인한 실감이 난다는 걸까?


“내게 시집을 왔다는 것을 확실하게 자각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데 말이오.”

“어떻게 말입니까?”


“오늘 밤에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마시오. 또 잠들어 버리면 곤란하니까.”

“네?”


여희가 눈을 깜빡거릴 때였다.

수윤의 손이 여희의 저고리 옷고름을 잡아당겼다.

잡아당기는 손에 당할 재간이 없는 옷고름이 사르륵 풀리며 저고리가 옆으로 벌어졌다.


“대, 대감?”


당황한 여희가 수윤을 쳐다봤다.

왜 갑자기 제 옷을 벗기는 것일까?

그것도 이런 대낮에?

방도 아닌 이런 목간장에서?


“양물을 쓰지 못하는 환관이 어떻게 처를 기쁘게 해 주는지 알고 있소?”

“그, 그건 도, 도구를 사용해서.”


“틀렸소. 도구보다는 역시 손이 최고지.”

“네?”


뭘 사용한다고?

손? 손으로 뭘 한단 말인가.


“원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 법이오.”


속삭임과 함께 수윤의 손이 벌어진 여희의 저고리를 그녀의 어깨에서 끌어 내렸다.

처음 입어 본 짙은 초록의 비단 저고리가 바닥에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것을 여희가 눈으로 좇을 새도 없었다.

저고리가 벗겨지며 가슴 앞을 여미고 있던 치마의 매듭도 함께 풀려 버렸기 때문이다.


다홍색 치마가 흘러내려 가며 하얀 속치마가 드러났다.

흰 속저고리를 마저 벗긴 수윤이 속치마를 살짝 끌어 내렸다.

그러자 그 위로 여희의 가슴 봉우리가 드러났다.

대낮인지라 목간장 안은 훤했다.

이럴 때 수증기라도 가득하면 덜 민망할 것인데, 지금은 제 가슴을 가릴 것이 조금도 없다는 사실에 여희의 뺨이 붉어졌다.


“늦었지만 초야라는 것을 치르게 해 주려고 그러는 것이오.”

“그것이, 저어, 그러니까.”


“환관은 초야를 어떻게 치르는지 충분히 느껴 봐도 좋소. 솔직히.”


수윤이 속삭일 때마다 그 숨결이 귓가와 목덜미에 감겨 여희의 손끝이 저릿저릿 떨렸다.


“그게 가장 궁금하지 않았소?”


정곡을 찔렸다. 실은, 그게 가장 궁금했다.

환관은 초야를 어떻게 치를까.

그런데 그걸 여기서 알게 되다니

.

“하윽.”


여희가 작게 신음했다.

등 뒤로 둘러진 수윤의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단단한 손바닥과 미지근한 온기가 젖꼭지를 뒤덮었다.


“아.”

“환관도 입은 있는지라 이 입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소.”


그 말과 함께 수윤이 여희의 젖꼭지에 혀를 밀어붙였다.

미지근하게 젖은 혀가 젖꼭지를 휘감았다가 빨아올리자 여희는 숨이 막혔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따뜻한 입이 그녀의 젖꼭지를 살과 함께 물어 삼켰다.


“으응, 읏.”


이건 남우세스럽다고 소리를 지를 상황도 아니다.

어제 자신은 이 사내의 처가 되었다.

비록 가마를 타고 온 것으로 끝나 버린 혼인이지만, 혼인은 혼인이다.

자신은 이 사내의 처고, 이 사내는 자신의 지아비가 되었다.

지아비가 몸을 탐한다고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는 없다.


“저어, 여기서는, 여기는 좀.”

“문이 잠겨 있잖소.”


그렇긴 했다. 문이 잠겨 있다.

운심이 밖에서 문을 잠갔는데, 아마도 그녀는 이걸 노렸을 것이다.


“아, 읏.”


수윤의 입 안에서 제 젖꼭지가 이리저리 휘둘릴 때마다 여희가 허리를 떨며 신음했다.

수윤은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감싼 채로 그녀를 제 품 안에 앉히고 젖가슴을 탐했다.


사내의 상투가 눈앞에서 어른거렸지만, 여희는 눈에 습기가 차올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열기가 습기로 변한 까닭에 지금 여희는 숨이 턱턱 막히고 입을 벌릴 때마다 더운 숨이 새었다.

제 귀가 얼마나 달아올랐는지 여희는 알지도 못했다.


“단단하게 일어선 것이 보이시오?”


여희의 젖가슴에서 입을 뗀 수윤이 제 타액이 묻어 있는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구슬렸다.

그리고 그 손가락으로 여희의 입술을 꾹 눌렀다

.

“빨아 보오.”

“네?”


“이 손으로 당신의 하지를 애무할 터인데, 손이 젖어 있지 않으면 당신이 힘들 거요.”

“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뭘 어디에 넣어?

동그랗게 변한 여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수윤이 이번에는 상당히 짓궂은 눈으로 다시 말했다.


“이 손가락으로, 당신의 하지를 벌리고, 그 안에 쑤셔 넣을 거라고 말했소.”

“네?”


“음경이 제구실을 못하니 제구실을 하는 손가락이라도 사용해야 하지 않겠소?”

“그, 그건.”


“걱정 마시오. 내 손가락은 음경만큼 실하니 말이오.”

“아니, 그래도.”


“내 손가락은 충분히 길고.”


수윤이 여희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움직여 보였다.


“충분히 굵은 데다가.”


마디가 굵고 울퉁불퉁한 긴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다섯 개나 있소.”


그 손가락을 쫙 펴자 여희가 기겁을 했다.

설마 저걸 다 넣을 생각은 아니겠지?


“빨아 보오.”


제 입술을 벌리는 손가락을 여희가 기겁하면서도 삼켰다.

입 안으로 파고든 손가락이 혓바닥 위를 꾹 누르자 목덜미가 화끈 달아올랐다.

다른 사람의 손가락을 물다니. 개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고.


“으응, 으응.”


수윤의 손가락이 그녀의 혓바닥 위를 긁었다.

그저 긁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의 개수를 두 개로 늘리더니 마치 추삽질을 하듯이 손가락을 입 안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는 사이에 여희의 입술 틈새로 타액이 흘러내렸다.


그 와중에도 수윤의 입술은 그녀의 젖꼭지를 빨았다.

입 안에는 수윤의 손가락이 들어와 있고, 그리고 가슴은 그의 입술이 잠시도 놓아주지 않고 탐하는 탓에 여희의 허리가 저도 모르게 저절로 흔들렸다.


“하읍. 읍, 응, 응.”


몇 번이나 입 안을 들락거리던 손가락이 마침내 빠져나가자, 여희가 참고 있던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하앗?!”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젖은 손가락이 여희의 속치마를 걷어 올리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속곳을 끌어 내린 손이 그녀의 둔덕을 더듬었다.

젖은 손가락 때문에 둔덕의 음모가 젖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음모가 원래 젖어 있었던 것인지 여희도 알지 못했다.


“하읏.”


여희가 고개를 젖히며 신음했다.

수윤의 손이 거추장스러운 그녀의 속곳을 완전히 끌어내어 휙 집어 던졌다.

그러고는 속치마를 완전히 걷어 올리더니 제 품 안에 가둔 그녀의 양쪽 무릎을 휙 벌렸다.

수윤에게 안긴 채로 양쪽 무릎이 휙 벌어지며 은밀한 곳이 훤히 드러나자 여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으응.”


눈을 감은 여희의 귓가가 질척였다.

그녀의 귀를 잘근거리며 물던 수윤이 그녀의 귓바퀴 안으로 혀를 밀어 넣은 탓이다.

젖은 혀가 귓속에서 꿈틀거리자 질척질척 물소리가 머릿속을 정신없이 울렸다.


“벌써부터 이렇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진짜로 시작하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수윤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서 여희는 더 달아올랐다.

바로 지척에서 울리는 사내의 목소리가 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하면 어쩌란 말인가.

이렇게 ‘어쩌란 말인가.’ 식의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 대면 ‘알아서 하시오.’가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둔덕을 만지던 젖은 손가락이 여희의 닫혀 있던 살점을 벌린 것은 그때였다.


“아!”


제 하지가 그의 손에 의해 열리는 것을 느낀 여희가 바짝 긴장했다.


찌걱.


벌어진 하지의 입구를 조금 만졌을 뿐인데 이상하게 젖은 소리가 울렸다.


“젖은 소리가 들리시오?”


여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점점 더 젖을 텐데, 그러면 속치마가 다 젖을 수도 있소.”


무슨 과장이 이리 심하단 말인가. 볼일을 보지 않는 이상 속치마가 젖을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때 수윤의 손가락이 그녀의 벌어진 점막을 꾹 누르며 깊이 들어왔다.


“아!”


본능적으로 오므라지려는 점막을 기어이 벌리고 안으로 침입해 들어온 손가락이 그녀의 안쪽 주름을 더듬었다.


“아, 응, 으응.”


사내의 손가락은 제가 벌린 속살의 입구부터 안쪽으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더듬으며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얕은 곳을 긁고 찌르던 것이 점점 더 깊숙하게 파고들자, 그때마다 흔들리던 여희의 허리가 점점 더 심하게 흔들렸다.


“아, 아읏. 아, 아앙, 앙.”


제가 비음이 섞인 신음을 흘리고 있다는 것도 여희는 알지 못했다.

움찔거리는 음순에서 젖은 것이 주룩주룩 흘러내려도 여희는 알지 못했다.

그런 것을 알기에는 지금 그녀의 머릿속이 뜨거운 것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하읏, 으응, 으응, 흐읏.”

“소리가 듣기 좋소.”


수윤이 속삭임을 멈추지 않고 손을 움직였다.

그의 마디가 굵은 긴 손가락이 제 안에서 춤을 춘다고 여희는 생각했다.

그 끝이 젖은 점막을 긁고 찌를 때마다 여희가 다리를 벌린 채로 허리를 흔들었다.

찌걱찌걱 젖은 소리가 수윤의 숨소리에 섞여 흘러 들어왔다.


엉덩이 아래가 축축했다.

속치마가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그 젖은 것이 전부 제 안에서 흘러나왔다는 사실이 여희의 흥분을 더 부추겼다.


“몸 안에 우물이라도 품고 있는 것이오?”


사내의 속삭임은 점점 더 짓궂어졌다.


“그, 그럴 리가. 하읏.”

“그러면 이 물이 다 어디서 왔겠소.”

“그건, 그건 저도.”


이 물이 다 어디서 왔는지 그걸 자신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아아. 아앗, 아, 아!”


수윤의 팔에 안긴 채로 여희가 정신없이 숨을 헐떡였다.

제 안을 드나드는 손가락을 볼 수는 없지만, 사내의 팔뚝은 보였다.

걷힌 소매 아래로 보이는 사내의 팔뚝은 무척이나 굵었다.


“환관들은 전부 대나무 꼬챙이처럼 낭창거린다며?”


빨래터 아낙네들은 죄다 틀렸다.

환관은 대나무 꼬챙이처럼 낭창거리지 않는다.

오래 묵은 소나무처럼 굵고 단단하다.

그 아낙네들은 환관을 보기나 했을까.


“아아! 하읏! 아! 아아!”


격렬해지는 신음과 함께 여희의 허리가 앞뒤로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을 때 수윤이 그녀의 안에서 손가락을 뽑아냈다.

그리고 흥건하게 젖은 손가락을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보이시오?”


그의 손에 번들거리는 것이 제 안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안 여희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환관의 손맛이 어떠하오?”

“조, 좋아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수윤이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내밀었다.


“안 들리오.”

“조, 좋다구요.”


“환관의 손맛도 이리 좋은데 사내의 양물 맛은 얼마나 좋을지 궁금하지 않소?”

“그건.”


“세우지 못하는 양물을 달고 있는 당신의 지아비가 원망스럽지 않소?”

“아니요. 아니요, 저는.”


“또 모르잖소. 가끔 내시들 가운데서 죽은 음경이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당신이 간절히 바라면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내 죽은 음경도 되살아날지 말이요.”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있나. 어떻게 한번 죽은 음경이 되살아난단 말인가.


“그, 그런 분을 보신 적이 있나요?”

“어떤 이 말이요? 음경이 되살아난 이?”


“네.”

“가끔 봤소.”


정말 죽은 음경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내 음경을 위해서 당신이 백일치성을 올린다면 나는 무척이나 기쁠 것 같은데.”


아니, 무슨 음경을 위해서 백일치성을 올린단 말인가. 하지만 손가락도 이렇게 좋은데, 음경은 얼마나 더 좋을까.


‘정말 백일치성이라도 올릴까?’


문득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여희는 정말 해 버렸다.


“그거 아시오?”

“네?”


“당신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얼굴에 전부 드러난다는 것.”

“네?”


아무래도 ‘네?’밖에 모르는 바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여희가 수윤을 쳐다봤다.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소? 솔직하다는 말? 특히 얼굴이 솔직해.”

“별로.”


감정이나 생각을 숨겨 볼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 감정을 알아 달라고 막 표현하고 다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 사내는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정말 자신의 얼굴에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사내가 제게 관심이 많아서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보는 것일까.


“그런데 얼굴보다 몸이 더 솔직하니, 당신은 참 솔직한 사람이오.”

“몸이 솔직.”


“빼지도 않고 만져 주는 대로 젖어서 물을 흘리니 이보다 정직한 몸이 어디 있겠소.”


아니, 당연한 것 아닌가?

표정은 숨겨도 이렇게 물고 빨고 만지고 쑤셔 오는데 안 그런 척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때 밖에서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잠갔던 걸쇠가 풀리는 소리였다.


“.”

“.”


닫힌 것이 풀렸다는 걸 아는 순간 수윤과 여희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수윤이 여희의 저고리를 잡아 그녀의 어깨에 둘러 줬다.


“방으로 갑시다.”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아는 까닭에 여희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녀의 몸 안에는 열기가 남아 후끈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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