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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의 춘정 - 중편


 




절 뒤의 마당에는 다비식이 한창 중이었다.

마당 한쪽에 있는 매화나무에는 듬성듬성 빨간 매화가 피어 있었고, 가끔 산비둘기들이 가지 위에 앉아 있다가 날아가는 순간 깃털과 함께 흰 눈이 나무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적당히 벌어진 어깨와 등 근육, 그리고 방금 머리를 잘랐는지 귀 뒤로 머릿살이 살짝 보이는 사내가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사내의 볼 밑으로 이슬방울 하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현수였다. 자기에게는 정신적인 아버지와 같은 분을 읽어버린 슬픔은 한 사내의 눈물샘을 터뜨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몇몇 모인 행자들 또한 눈가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어떤 이는 꾹꾹 울음을 참는지 입가에 손을 막고 있었다. 


평평한 마당 위에 다섯 가지 색의 줄이 방위에 따라 세워지고 방석 위에 숯을 깔아 평평하게 만든 후 몇몇 중들이 불이 잘 타오를 수 있도록 그 위에 소나무 가지를 이리저리 깔았다.


마침내 그 위에 결가부좌를 한 유해가 앉혔다. 무연대사였다.

이미 숨을 거두었으나 살아 있는 듯,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는 모습에 그 누구한테도 죽은 사람이라고 보이지는 않았다.

90세. 천수를 다한 노승이었으나, 평생 도를 닦은 수계 승의 모습은 죽어도 죽지 않은 모습이었다.


일제히 중들이 거화송을 외운 뒤에 불을 붙였다.



"대사님요~~ 불 들어 갑니데이~ "


현수는 울먹이며 외쳐댔다.

비록 죽어 혼백이 빠져나간 시신이었으나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올려져 있는 유해의 모습에 지난 시절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타오르는 불길에 굉장한 소리가 나면서 유해가 무너져 앉아버리자, 현수 또한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대사님. 부디.극락왕생하십시오...어~엉~~어~엉~~.."

"극락왕생하십시오. 대사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시신이 타자, 중들이 뼈를 뒤집으며 기골편을 하였지만, 불이 완전히 다 타는 데 한동안 시간이 걸렸다.

한동안 군중들이 법문을 외우면서 "옴 바자나 사다모"를 외치고 마지막으로 연꽃 모양의 보련대에 오르도록 권하며 다비식은 끝나고 있었다.


다비식이 끝난 후 무운 대사의 몸에서는 사리가 80개 이상 나왔다.

인간의 모든 탐욕을 멀리하고 고행으로 얻은 결과물이었다.

특히 부처님의 사리에서도 볼 수 없었던 황금색 사리는 스님의 수행력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현수는 그 사리를 보고 과연 자기 또한 저런 사리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갑자기 현수는 그런 생각이 우스웠던지 가벼운 체념과 함께 입가에 실소가 머금어졌다.

순간 누군가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고개를 돌렸다.

비록 뒷모습이었지만 그게 누구인지 알만했다. 승 애 스님이었다.


어린 핏덩이인 자신을 키워주신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던 그녀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자괴감이 일순간 몰려왔다.

스님들에게는 생명과 같은 율법을 깨뜨린 마군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을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젠~장...그놈의 욕정 따위 때문에."


말을 그렇게 하지만, 며칠간 풀지 못한 그놈의 욕정이 우습게도 지금, 이 순간 자기의 깊은 곳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그것도 함부로 잡다한 불길스러운 맘이 들지 못하게 하는 신성한 산사에서 말이다.


"내일 날이 밝으면 내려가야겠군..."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을 벌일 것 같은 느낌이 들자, 현수는 새벽 일찍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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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의 하루는 여느 산사와 같이 마찬가지로 목탁을 울려 대중을 깨우는 도량석으로 시작된다.

별빛에 반사되는 여인인 듯한 한 인형이 부처님 전에 절을 올리고 경내를 돌며 목탁을 두드린다.

회색빛 승복 바지 위로 조금은 야윈 듯한 엉덩이 때문인지 더욱더 가녀린 허리가, 그리고 좁은 어깨를 지나 야리야리한 허릿살이 보이는 여승이 고요한 산사의 미명을 가르며 울리는 목탁 소리가 산새들을 깨우고 있었다.

밤새 어둠을 덮고 잠들었던 세상의 온갖 미물을 깨우고 도량을 청청하게 만드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번뇌를 떨쳐버려라.)


마치 목탁 소리는 부처의 말처럼 낮은 소리에서 점차 큰 소리를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업보란 말인가. 어찌 탐욕과 춘정이 이리도 피워 난단 말인가. )


"마구니이로다...마구니야..."


세심하게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여승의 넋두리가 들렸다.




"땡~~땡~~땡~~"


새벽에 울리는 범종의 웅장한 소리는 어두운 중생을 앞길을 밝히고 번뇌로 가득 찬 마음의 앙금이 가시기 마련이지만, 여승의 복잡한 내면의 고뇌와 혼돈은 자기가 겪었던 무엇보다도 깊고 캄캄한 어둠 속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마군의 소리와 같았다.


현수는 서울로 바로 올라갈까 했지만, 자기를 길러준 승 애 스님에게 자기가 했던 몹쓸 짓에 대하여 사죄를 받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하여 승 애 스님이 있는 암자로 향했다.


도심의 일상으로 인해 긴장되었던 모든 세포가 산사의 향기가 주는 청명함에 이완되고 있었다.

겨울의 끝자락에 있던 나뭇가지의 설화가 주는 수분 때문인지 각종 침엽수에 힘이 되는 모양이다.


현수는 고개를 들고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셨다.

가슴 끝까지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손으로 만져 짓는 듯한 투명한 느낌이었다.

산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싱그러움이다.


마음이 이완되자, 몸 또한 정직해진 것일까? 그동안 방출되지 않은 정자들이 가득 찬 고환이 현수의 물건에 힘을 주는 듯한 느낌이 들자, 현 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제 너무 왕성한 성욕에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참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승 애 스님의 얼굴을 볼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산에 내려가면 그 욕정을 풀어줄 상대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면서 돌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올라갔다.

승 애 스님은 저녁 공양을 위한 반찬을 만들기 위해 가을에 보관해 두었던 열무를 다듬고 있었다.

가녀린 팔목과 하얀 고무신 위로 드러난 승복 바지 끈을 동여맨 사이로 흰 발목을 드러낸 채 열심히 다듬질하고 있었다.


마당에서 키우는 진돗개 암컷인 진순이 뒤로 수컷인 순호가 암컷의 생식기에 코를 대고 킁킁대고 있었다.

암컷인 진순이의 발정기인 모양이다.

하지만 승애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만물이 서로 종족 보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행위지만, 신성한 사찰안에서 짝짓기하는 것은 보기 민망했다. 


“스……..스…님..”


한동안 시간이 멈춰진다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말할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그렇게 아무 말이 없었다.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승 애 스님이었다. 현수를 알아보며 일어서는 순간 그녀는 현수 앞에서 갑자기 잠깐 당황하고 있었다.


“에구머니나…”


짧은 놀라움과 당황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언제 암컷의 뒤로 붙었는지 수컷인 순호가 다리 사이에 시뻘건 물건을 드러내 놓고 암컷에 올라타려 하고 있었다.


“어찌. 아무리 미물이라고 해도….”

“미물이니깐 그렇겠죠? 인간이 어떻게 자기들끼리 좋아서 하려는 걸 막겠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한데 그냥 서울로 올라갈 것이지, 여긴 어떤 일로.”


잠깐 당황하던 승 애 스님은 재빨리 그런 식으로 체면을 세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승 애 스님은 전에 없이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옛날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마치 친자식처럼 현수를 대했을 것이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은 사찰에서 그렇게 단둘이 만나게 되자 현수가 옛날이 자기가 키우던 애가 아닌, 한 명의 남자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었다.


스스로 허둥대는 자신의 모습을 본 그녀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으며 마저 하고 있던 열무를 다시 다듬었다.


“해원 행자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응…. 이번 정식 수계식을 받기 위해서 총관에 갔다.”

“예.”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승애 스님이 떨고 있다는 모습이 이제 완연히 보이고 있었다.

열무를 다듬는 칼의 움직임 일정치 않았다.

순간 칼질에 손가락 하나를 베어 버렸다.


“피가~~” 


현수는 그 모습을 보고, 승애 스님의 벤 손가락을 자기 입으로 쪽쪽 빨아주며 지혈시키려고 했다.

그냥 순수한 행동에 의한 행위였지만, 당하는 승애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시뻘게졌다.

손에 힘을 주며, 현수의 입속에 있는 손가락을 빼며 묘한 흥분감이 들었다.


“왜 이리 소피가 마렵누…”


해우소 쪽으로 들어가는 승애 스님의 뒷모습을 현수는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가녀린 허리와 엉덩이의 율동은 현기증을 느끼게 했다.


“해우소”


인간이 활동을 위해서 섭취한 음식물들의 찌꺼기들을 몸 안에서 밖으로 보내는 곳이었지만, 불가에서는 모든 번뇌와 근심을 버리는 곳이다.

하지만 승애 스님은 그곳에서 자기가 방금 겪은 춘정의 찌꺼기를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옴 시리예바혜 사바하   옴 시라예바혜 사바하”


더러움을 버리는 진언을 하는 승애.

하지만 입에서는 더러움을 씻어내듯 번뇌도 씻어내고자 진언하고 있었지만, 춘정으로 인해 마음속은 더욱더 혼란스러워지고 이 추악한 더러움이 몸 전체를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어…찌….어…찌…이를…”


이미 자기가 입고 있던 속곳의 은밀한 부분에서 나오는 애액이 타원형의 자국을 남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속세에서 여자아이들이 절대 남에게 드러내서는 안 될 부분에 남은 춘정의 자국이었다.


승애는 오줌 쌓던 자세로 쭈그리고 앉자 가랑이 사이로 보이는 그 은밀한 액체가 묻어있는 속곳을 만져보았다.

미끄럽고 맑은 물기가 느껴졌다.

손가락에 코를 대보며 그 냄새를 맡아보자, 소변의 지린내는 나지 않았다.


불가에 귀의하고 자기의 몸을 씻을 때만 만졌던 그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춘정에 못 이겨 자기의 손가락이 꽃잎에 부드럽게 닿자, 허리 아래가 비틀거리며 조금은 앙상한 엉덩이가 뒤로 당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아~”


얼굴이 불에 댄 것처럼 빨갛게 변했다.

호흡 또한 고르지 못했지만, 승애의 손가락은 본능적으로 위로 올려 댔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짜릿짜릿하고 자동으로 입이 벌어졌다.


“아~흐흥…하아앙…옴~~어어어..바~~으흐흥…바하..사~~바..하항…”


어느 순간 자기의 은밀한 부분의 작은 씨알을 만져대자, 그 쾌감은 더욱 크게 자기의 몸을 덮쳐 온다는 것을 느꼈다.


그곳을 집중적으로 살살 돌려댔다.

그와 함께 자기의 엉덩이와 허리도 같은 방향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댔다.




현수는 다시 욕정의 회오리가 격류를 일으키며 자기의 몸을 덮치는 것을 느끼자, 발이 저절로 승애가 있을 것 같은 장소로 가고 있었다.

가슴속의 심장이 발걸음과는 반대로 엄청나게 뛰고 있었다.


신성한 사찰에서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해우소 안의 승 애 스님은 아랫부분으로부터 올라오는 쾌감에 몸을 떨고 있었다.

마치 하늘 위로 둥둥 떠다니는 뭉게구름처럼 자기의 몸도 새의 깃털처럼 바람에 휘날리며 몸을 맡기고 있었다.


고름에 몸을 맡기며 하늘을 노닐던 그녀는 한순간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런…이런…스님이라는 분이 ….욕정에 못 이겨 자위 행을 하다니. 어쩔 수 없군요.”

“허억….~~” 


갑자기 승애의 눈앞에 성난 구름이 몰려와 천둥·번개를 치면서 그 바람에 동공이 확장된 채 해우소 문 쪽을 쳐다보았다.


천둥소리의 정체는 현수였다. 그 소리에 그녀의 이성이 흔들렸고, 판단력 또한 마비되었다.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부끄러운 행동을 이제까지 저 아이가 봤다는 수치심과 함께……


“그…게….아…니….라…“


우선 나오시죠. 여긴 너무 냄새가 심한데….”

“그…..그….래….여기는…..응?”


여승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당황하고 있었다.

승복 바지 허리춤을 오른손으로 잡은 채, 나머지 한 손을 사내에게 끌리며 해우소에서 끌려 나왔다.


해우소 옆에는 작년 김치를 담그다가 남은 볏짚과 해우소에 안에 뿌리는 낙엽들이 있는 자그마한 창고가 있었다.


“왜 이러느냐. 정신차리거라 현…수야…”


창고 안쪽으로 끌려 들어간 여승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며, 다가오는 사내아이를 뒷걸음질하며 쳐다보았다.


사내아이의 눈은 점점 강한 수컷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겉으로는 여승을 지배하기 위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현수는 그 순간 여승이 자기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지배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육체적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여승의 영혼까지도 지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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