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장편]도쿄 러브 스토리3
플롯상으로 수 개월이 소요될 장편인데다가 에피소드식 구성이 아니라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개라 도입부가 상당히 지루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나는 여자마다 그날에 관계를 맺어버리는 식의 에피소드식 구성은 내키지가 않네요.
격려 메일 주신 분 감사합니다.
택시 승강장으로 가면서 스낵바에 전화하려고 핸드폰을 꺼낸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다.
잠시 생각해 보니 시부야의 그 술집에 깜박 놓고 온 모양이다.
눈에 띄는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간다.
"여보세요."
아르바이트 여대생인 나오코가 받는다.
"안녕하세요. 전 후시오입니다."
"어머, 후시오 씨."
"하나에 씨 좀 바꿔 주시겠어요?"
조금은 당황하는 듯한 목소리이다.
"저... 마미는 일이 있어 좀전에 먼저 퇴근하셨어요."
"그 사람이 왔었나요?"
"예."
"지금 손님 있어요?"
"예."
"가게는 언제 닫을 생각이세요?"
손으로 수화기를 가리고 조용히 대답한다.
"손님들이 곧 나가실 것 같아요. 그럼 퇴근할 거에요."
"지금 가도 될까요? 술 조금만 마시면 되는데."
이 시간에 유혹할 만한 새로운 여자를 찾는 건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언니와 함께 사는 분코를 불러내는 것도 곤란하다.
지금 상황에선 어느 정도 친숙한 나오코가 적당한 상대라고 할 수 있다.
30대 초반의 이혼녀 하나에에겐 애인이 있다.
우리의 관계는 단순한 엔조이일 뿐이며 각자 자유롭게 다른 사람과도 즐긴다.
내가 나오코를 유혹하더라도 하나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한편 승낙하면 나오코의 내심에는 상황을 보아 유혹에 넘어와 줄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거절당하더라도 단지 술을 마실려고 했던 것이 되므로 다음에 서로 어색하지 않게 대할 수 있다.
나오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저... 내일 오전에 중요한 수업이 있거든요."
"술김에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렸군요. 죄송합니다."
"아네요, 제가 오히려 사과드려야죠."
"그러니 제가 더 미안해지는군요. 지금부터 술마실 만한 곳을 찾아 봐야겠어요."
"오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지금도 좀 마신 것 같은데."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는 건 나오코도 안다.
대답없이 전화를 끊는다.
착한 구석이 많은 나오코는 미안함을 느끼며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
그러는 편이 다음 기회를 위해서 좋다.
오늘밤은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한다.
아파트 현관에 들어선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러주신 3층짜리 아파트인데 각층마다 8호씩-1층은 7호실까지만 있다 -, 총 23호가 있다.
원래 독신여성전용이었으나 어머니에게서 독립해 여기로 이사오면서 친구 두 명도 데리고 왔다.
그럼에도 깨끗한 새아파트인데가 욕실 겸 화장실이 방마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료도 그다지 비싸지 않아 감히 불평하는 여자는 없었다.
같은 과 동기인 히로시는 205호실, 고교 동창이고 백화점에 다니는 요타는 302호실을 사용하고 있다.
내가 있는 104호실은 특별히 다른 방 두개를 합친 크기인데 완공 후부터 몇 년이나 줄곧 여기서 살았던 마사코는 아버지의 정부였다.
물론 그동안 한번도 방세를 내지 않았다.
난 그녀를 비워있는 108호실로 옮기게 했지만 방세는 여전히 받지 않고 있다.
아버지의 부탁때문이다.
우선 샤워를 하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막 컴퓨터의 파워 스위치를 누르려는데 노크 소리가 난다.
문을 열어보니 301호실의 미치코가 다소 짜증스런 얼굴을 하고 있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무슨 일인가요?"
"미야자키 씨 친구분이 사시는 302호실이 너무 시끄럽지 않나 해서."
"요타 말이군요. 근데 뭘 하느냐고 시끄러운지는 아세요?"
"여자들과 술을 마시는 것 같더군요."
이 아파트는 옆방에서 소근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싸구려 목조 건물이 아니다.
맨션 만큼은 아니더라도 왠만한 소리는 벽 너머로 들리지 않는다.
"제가 올라가보죠."
"번거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3층으로 올라가 요타의 방을 노크한다.
벌겋게 달아오른 요타가 얼굴을 내민다.
술냄새를 풍기며 잔뜩 들뜬 목소리로 나를 맞는다.
"어디 있다 지금 오는 거야? 그동안 전화 여러 번 했었는데"
"언제쯤에?"
"12시쯤에 계속 했어."
"핸드폰을 술집에 놓고 나와 버렸어."
"어쨋든 들어 와. 내가 멋진 숙녀분들을 소개시켜 줄께."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
요타가 두 명의 여자와 서로 인사를 시킨다.
백화점 동료로 늘씬한 몸매를 가진 여자는 요타의 동기인 란코이고 귀엽게 통통한 여자는 신입사원인 도모코라고 한다.
셋이서 술을 마시다 보니 여사원 기숙사 폐관 시간에 늦었는데 란코가 시티호텔로 가는 걸 꺼리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여기로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요타가 방을 비워 주는 조건으로.
요타의 눈치를 보아하니 도모코를 유혹하려다가 미쳐 란코를 떼어내지 못한 모양이다.
그리고 나에게 전화한 것도 란코를 맡기려는 이유였을 것이다.
란코가 미인은 아니지만 귀여운 맛은 있기에 지금의 나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다.
요타에게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고는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다들 상당히 취해 있어 그냥 과일 안주만 집어 먹는다.
요타와 도모코가 조용한 가운데서도 열성적으로 상사욕을 하면 나와 란코는 맞짱구를 쳐준다.
갓 고교를 졸업한 도모코가 무척 예쁘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요즘 고3 여학생의 순결율이 50% 정도인데 도모코는 버진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사회생활 시작한 지 6개월 이내에서 첫경험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얼마 되지 않아 처녀성을 버릴 것 같은, 왠지 묘한 느낌도 든다.
특별히 색기가 흐른다거나 호색적인 면이 있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영원히 순결한 소녀로 남아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의도와는 에로틱 모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대화가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요타가 살짝 눈짓을 주고는 담배피우고 오겠다면서 나간다.
나도 뛰따라 나간다.
복도 구석에서 담배불을 붙인다.
요타가 쓴 웃음을 짓는다.
"잘 안 되고 있는 건 분명하지?"
내가 섣불리 나서면 경계심만 자극하므로 분위기 주도를 요타가 맡아야 한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가 영 못미덥다.
"일단 한명부터 집중공략해야지. 도모코는 버진일 것 같으니 란코부터 시작하자구."
"후시오, 도모코는 내 꺼라는 건 알지? 근데 란코를 어떻게 할 꺼야?"
"남자 관계는 어때? 백화점에서 같이 근무하다 보면 대충은 알잖아."
"글쎄, 특별한 남자는 없는 것 같던데. 그래도 완전 쑥맥은 아냐."
"그럼 이렇게 하자구. 일단 두 여자를 떨어져 있게 하는 게 최우선이야..."
내가 제시한 의견으로 일치를 보고 방으로 돌아온다.
"담배피우면서 옆방 아가씨랑 마주쳤는데 아주 못마땅한 표정이더라구요."
"왜요?"
"항의가 올라와서 제가 여기 온 건데 오히려 함께 어울려 버렸으니 말에요."
"그 이후론 조용했잖아요."
도모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그래도 좀 시끄러웠나 봐요. 내일 다른 사람들과 얘기해서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하는군요."
"좀 이상하네요. 보통은 입주자가 주인 눈치 봐야 하는 거 아네요?"
"여긴 민주적인 분위기거든요. 아버지가 관리하실 때부터 그러셨기 때문에 이제와선 어쩔 수가 없더군요."
사실은 아버지는 민주적인 것하고는 거리가 먼 분이셨다.
"그럼 미와자키 씨와 요타 씨가 곤란해 지는 거 아녜요?"
"그래서 말인데요. 두 분이 제 방에 가서 주무시면 안 되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돌려 보냈다고 하면 그렇게까지 따지고 들진 않을 거에요. 그리고 내일 아침에 나가실 때 혹시 마주칠지 모르니까 제 방에 가 주무시면... 현관 바로 앞이니 마주칠 일이 없죠. 방도 여기 두 배로 넓어서 편하실 겁니다."
도모코의 언성이 높아진다.
"란코 선배 차라리 호텔로 가요. 더 이상 폐를 끼칠 순 없잖아요."
"그럼 저희가 죄송해지죠. 또 이 시간에 그러기엔 곤란하니 제 말대로 하세요."
호텔로 란코를 끌고 가려는 도모코를 겨우 말리고는 두 여자를 1층으로 데리고 내려 간다.
계획대로 요타는 도중에 은밀하게 할 얘기가 있다면서 도모코와 뒤쳐지기 시작한다.
거기에 맞추어 나는 계속 란코에게 말을 시키면서 주의를 뺏는다.
요타는 복도에 잠시 있다가 슬그머니 도모코를 원래의 방으로 다시 데리고 들어갈 것이다.
일단 각자 방까지만 들어가면 어떻게든 그 다음 순서로 나아갈 수 있다.
란코는 내 방에 들어와서야 비로서 두 사람이 없는 사실을 발견한다.
"어머! 어디 갔어요?"
"도모코 씨가 요타에게 잠시 할 얘기가 있다는 것 같던데요. 못들으셨어요?"
"예."
그녀의 얼굴에 별다른 의심의 빛은 떠오르지 않아서 다행이다.
만나는 여자마다 그날에 관계를 맺어버리는 식의 에피소드식 구성은 내키지가 않네요.
격려 메일 주신 분 감사합니다.
택시 승강장으로 가면서 스낵바에 전화하려고 핸드폰을 꺼낸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다.
잠시 생각해 보니 시부야의 그 술집에 깜박 놓고 온 모양이다.
눈에 띄는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간다.
"여보세요."
아르바이트 여대생인 나오코가 받는다.
"안녕하세요. 전 후시오입니다."
"어머, 후시오 씨."
"하나에 씨 좀 바꿔 주시겠어요?"
조금은 당황하는 듯한 목소리이다.
"저... 마미는 일이 있어 좀전에 먼저 퇴근하셨어요."
"그 사람이 왔었나요?"
"예."
"지금 손님 있어요?"
"예."
"가게는 언제 닫을 생각이세요?"
손으로 수화기를 가리고 조용히 대답한다.
"손님들이 곧 나가실 것 같아요. 그럼 퇴근할 거에요."
"지금 가도 될까요? 술 조금만 마시면 되는데."
이 시간에 유혹할 만한 새로운 여자를 찾는 건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언니와 함께 사는 분코를 불러내는 것도 곤란하다.
지금 상황에선 어느 정도 친숙한 나오코가 적당한 상대라고 할 수 있다.
30대 초반의 이혼녀 하나에에겐 애인이 있다.
우리의 관계는 단순한 엔조이일 뿐이며 각자 자유롭게 다른 사람과도 즐긴다.
내가 나오코를 유혹하더라도 하나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한편 승낙하면 나오코의 내심에는 상황을 보아 유혹에 넘어와 줄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거절당하더라도 단지 술을 마실려고 했던 것이 되므로 다음에 서로 어색하지 않게 대할 수 있다.
나오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저... 내일 오전에 중요한 수업이 있거든요."
"술김에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렸군요. 죄송합니다."
"아네요, 제가 오히려 사과드려야죠."
"그러니 제가 더 미안해지는군요. 지금부터 술마실 만한 곳을 찾아 봐야겠어요."
"오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지금도 좀 마신 것 같은데."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는 건 나오코도 안다.
대답없이 전화를 끊는다.
착한 구석이 많은 나오코는 미안함을 느끼며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
그러는 편이 다음 기회를 위해서 좋다.
오늘밤은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한다.
아파트 현관에 들어선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러주신 3층짜리 아파트인데 각층마다 8호씩-1층은 7호실까지만 있다 -, 총 23호가 있다.
원래 독신여성전용이었으나 어머니에게서 독립해 여기로 이사오면서 친구 두 명도 데리고 왔다.
그럼에도 깨끗한 새아파트인데가 욕실 겸 화장실이 방마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료도 그다지 비싸지 않아 감히 불평하는 여자는 없었다.
같은 과 동기인 히로시는 205호실, 고교 동창이고 백화점에 다니는 요타는 302호실을 사용하고 있다.
내가 있는 104호실은 특별히 다른 방 두개를 합친 크기인데 완공 후부터 몇 년이나 줄곧 여기서 살았던 마사코는 아버지의 정부였다.
물론 그동안 한번도 방세를 내지 않았다.
난 그녀를 비워있는 108호실로 옮기게 했지만 방세는 여전히 받지 않고 있다.
아버지의 부탁때문이다.
우선 샤워를 하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막 컴퓨터의 파워 스위치를 누르려는데 노크 소리가 난다.
문을 열어보니 301호실의 미치코가 다소 짜증스런 얼굴을 하고 있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무슨 일인가요?"
"미야자키 씨 친구분이 사시는 302호실이 너무 시끄럽지 않나 해서."
"요타 말이군요. 근데 뭘 하느냐고 시끄러운지는 아세요?"
"여자들과 술을 마시는 것 같더군요."
이 아파트는 옆방에서 소근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싸구려 목조 건물이 아니다.
맨션 만큼은 아니더라도 왠만한 소리는 벽 너머로 들리지 않는다.
"제가 올라가보죠."
"번거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3층으로 올라가 요타의 방을 노크한다.
벌겋게 달아오른 요타가 얼굴을 내민다.
술냄새를 풍기며 잔뜩 들뜬 목소리로 나를 맞는다.
"어디 있다 지금 오는 거야? 그동안 전화 여러 번 했었는데"
"언제쯤에?"
"12시쯤에 계속 했어."
"핸드폰을 술집에 놓고 나와 버렸어."
"어쨋든 들어 와. 내가 멋진 숙녀분들을 소개시켜 줄께."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
요타가 두 명의 여자와 서로 인사를 시킨다.
백화점 동료로 늘씬한 몸매를 가진 여자는 요타의 동기인 란코이고 귀엽게 통통한 여자는 신입사원인 도모코라고 한다.
셋이서 술을 마시다 보니 여사원 기숙사 폐관 시간에 늦었는데 란코가 시티호텔로 가는 걸 꺼리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여기로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요타가 방을 비워 주는 조건으로.
요타의 눈치를 보아하니 도모코를 유혹하려다가 미쳐 란코를 떼어내지 못한 모양이다.
그리고 나에게 전화한 것도 란코를 맡기려는 이유였을 것이다.
란코가 미인은 아니지만 귀여운 맛은 있기에 지금의 나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다.
요타에게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고는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다들 상당히 취해 있어 그냥 과일 안주만 집어 먹는다.
요타와 도모코가 조용한 가운데서도 열성적으로 상사욕을 하면 나와 란코는 맞짱구를 쳐준다.
갓 고교를 졸업한 도모코가 무척 예쁘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요즘 고3 여학생의 순결율이 50% 정도인데 도모코는 버진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사회생활 시작한 지 6개월 이내에서 첫경험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얼마 되지 않아 처녀성을 버릴 것 같은, 왠지 묘한 느낌도 든다.
특별히 색기가 흐른다거나 호색적인 면이 있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영원히 순결한 소녀로 남아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의도와는 에로틱 모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대화가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요타가 살짝 눈짓을 주고는 담배피우고 오겠다면서 나간다.
나도 뛰따라 나간다.
복도 구석에서 담배불을 붙인다.
요타가 쓴 웃음을 짓는다.
"잘 안 되고 있는 건 분명하지?"
내가 섣불리 나서면 경계심만 자극하므로 분위기 주도를 요타가 맡아야 한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가 영 못미덥다.
"일단 한명부터 집중공략해야지. 도모코는 버진일 것 같으니 란코부터 시작하자구."
"후시오, 도모코는 내 꺼라는 건 알지? 근데 란코를 어떻게 할 꺼야?"
"남자 관계는 어때? 백화점에서 같이 근무하다 보면 대충은 알잖아."
"글쎄, 특별한 남자는 없는 것 같던데. 그래도 완전 쑥맥은 아냐."
"그럼 이렇게 하자구. 일단 두 여자를 떨어져 있게 하는 게 최우선이야..."
내가 제시한 의견으로 일치를 보고 방으로 돌아온다.
"담배피우면서 옆방 아가씨랑 마주쳤는데 아주 못마땅한 표정이더라구요."
"왜요?"
"항의가 올라와서 제가 여기 온 건데 오히려 함께 어울려 버렸으니 말에요."
"그 이후론 조용했잖아요."
도모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그래도 좀 시끄러웠나 봐요. 내일 다른 사람들과 얘기해서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하는군요."
"좀 이상하네요. 보통은 입주자가 주인 눈치 봐야 하는 거 아네요?"
"여긴 민주적인 분위기거든요. 아버지가 관리하실 때부터 그러셨기 때문에 이제와선 어쩔 수가 없더군요."
사실은 아버지는 민주적인 것하고는 거리가 먼 분이셨다.
"그럼 미와자키 씨와 요타 씨가 곤란해 지는 거 아녜요?"
"그래서 말인데요. 두 분이 제 방에 가서 주무시면 안 되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돌려 보냈다고 하면 그렇게까지 따지고 들진 않을 거에요. 그리고 내일 아침에 나가실 때 혹시 마주칠지 모르니까 제 방에 가 주무시면... 현관 바로 앞이니 마주칠 일이 없죠. 방도 여기 두 배로 넓어서 편하실 겁니다."
도모코의 언성이 높아진다.
"란코 선배 차라리 호텔로 가요. 더 이상 폐를 끼칠 순 없잖아요."
"그럼 저희가 죄송해지죠. 또 이 시간에 그러기엔 곤란하니 제 말대로 하세요."
호텔로 란코를 끌고 가려는 도모코를 겨우 말리고는 두 여자를 1층으로 데리고 내려 간다.
계획대로 요타는 도중에 은밀하게 할 얘기가 있다면서 도모코와 뒤쳐지기 시작한다.
거기에 맞추어 나는 계속 란코에게 말을 시키면서 주의를 뺏는다.
요타는 복도에 잠시 있다가 슬그머니 도모코를 원래의 방으로 다시 데리고 들어갈 것이다.
일단 각자 방까지만 들어가면 어떻게든 그 다음 순서로 나아갈 수 있다.
란코는 내 방에 들어와서야 비로서 두 사람이 없는 사실을 발견한다.
"어머! 어디 갔어요?"
"도모코 씨가 요타에게 잠시 할 얘기가 있다는 것 같던데요. 못들으셨어요?"
"예."
그녀의 얼굴에 별다른 의심의 빛은 떠오르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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