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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욕의 꽃 4,5장입니다.

언제나 빨리 글을 못올려서 죄송합니다.
이번엔 또 여행을 일주일간 다녀와서 이렇게 되었군요.
이제 휴가도 내일이면 끝이고, 좀 바빠지겠네요.
그럼 재미있게 읽으세요.
이번 글들은 내용이 짧아서 4,5장을 한꺼번에 올립니다.

제4장 계략
제5장 나타난 야수

제4장 계략

마치코와 란코는 차에서 내린 뒤 언덕길을 올라가 시마하라가의 거대한 저택 앞에 섰다. 유키 부인의 사정이 무사히 끝났으므로 마치코도 란코와 동행한 것이다.
"역시, 상당히 호화로운 저택인데!"
마치코가 현월류 꽃꽃이 문패가 걸린 위엄있는 문 앞에 서서 마치코에게 말했다.
"왠지 다리가 후들거리는걸."
란코의 말에 마치코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럴 것 없어. 이 집 여주인이 지금 시부야 맨션에 포로로 잡혀있잖아. 아무것도 겁낼 것 없어."
그러면서 그녀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현관 앞에 선 마치코가 실례합니다. 하고 소리를 냈다.
그러자 안쪽에서 늙은 하녀가 황급히 걸어 나왔다.
"아까 아가씨에게 전화를 한 사람입니다. 부인의 의뢰가 있었을텐데......"
그러자 그 늙은 하녀는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 들어오십시오. 하고 말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아가씨만 보면 됩니다."
그러자 늙은 하녀가 다시 한 번 들어갈 것을 권했다.
"올라오시지오. 아까부터 아가씨아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잠간 실례할까?"
마치코가 란코를 재촉하여 하녀의 뒤를 따라 현관을 지나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이래도 되는 거야? 나 걱정돼."
란코가 마치코에게 귓속말을 했다.
"뭐가 신경쓰여?"
"혹시 사람들을 불러다 놓지 않았을까?"
"그럴 리 없어. 그러고 보니 너, 술 마시지 않았을 때는 아주 소심하구나."
마치코가 쿡쿡 웃으면서 정원에 면한 호화로운 응접실로 들어갔다. 꽃무늬의 파란 주단이 깔린 바닥 위에 물색의 소파가 놓여있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늙은 하녀가 응접실에서 나가자, 주변을 흘깃거리던 란코가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장식물이며 가구며 모두 호화롭구나!"
이렇게 호화로운 저택에 살고 있는 유키 부인이 지금 시부아의 작은 맨션에서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벗겨져 갖은 능욕을 당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너무나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유리코가 들어왔다. 경질 도기 같은 기품있는 유리코의 용모를 본 란코와 마치코는 과연 유키 부인의 동생답게 멋있는 미녀라고 속으로 감탄했다.
"전 유키의 동생인 유리코라고 합니다."
유리코는 또렷한 음성으로 말한 후 의자에 앉더니, 검은 가죽 케이스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언니가 전화로 말했던 서류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언니는 어디에 있는 건가요?"
"그건 아가씨, 지금 가르쳐 줄 수가 없답니다."
"어째서요? 어째서 언니가 있는 곳을 가르쳐 줄 수 없나요?"
유리코의 단정한 얼굴이 조금 창백해지며 마치코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였다.
"이 서류를 부인에게 건네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부인은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동생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셨습니다.
"언니가 그런 말을 했다구요?"
유리코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서류만 전해지면 부인은 금방 이곳으로 돌아오시리라 생각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란코가 마치코와 박자를 맞추며 말했다.
유리코는 두 사람의 말에 점점 불안을 느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금세 일어서는 바람에 유리코는 늙은 하녀 오스기와 함께 그들을 현관까지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어딘지 질이 안 좋아 보이는 두 여자를 보낸 후, 유리코는 갑자기 전신에 힘이 빠진 듯 다다미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언니,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유리코는 언니가 동생인 자신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자신을 함정에 빠트렸던 마사오가 언니에게 뭔가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소름이 끼치며 한기가 등줄기를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런 일이야 있을라고. 언니가 마사오와 깨끗이 해결을 봤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그 뱀 같은 남자가 어떤 나쁜 계략을 썼는지도 모른다.
유리코는 안절부절 못하며 마음을 졸였다. 언니는 매일 아침 여기서 북을 쳤는데, 그 마르고 아름다운 음색을 요 며칠간 들어 본적이 없었다.
분명 언니한테 뭔가 고민이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어째서 그것을 자신에게 털어놓지 않는지 원망스러운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오스기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정말 마님은 대체 어딜 가신 걸까요? 게다가 기쿠오 군도 어젯밤부터 돌아오지 않고. 참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오스기가 유리코 앞에 차를 내밀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가씨, 좀전에 온 두 여자, 느낌이 아주 안 좋던데, 그런 여자들에게 그 중요한 서류를 건네도 괜찮을까요?"
오스기는 현재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영 불안한 모양이었다.
"나도 뭔가 불안하고 찜찜하기는 하지만, 언니가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서 그렇게 말했다구요."
"그렇다고 해도...... 무라카미 씨에게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이라도 전화를 해볼까요?"
"무라카미 씨에게 말해 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요. 우리 자매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 같아요."
무라카미는 시마하라가의 고문 변호사인데, 유키 부인과 유리코는 진작부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언제 기회를 봐서 해고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 무라카미는 술에 취한 채 시마하라가에 와서 느닷없이 유키에게 결혼해 달라고 울부짖은 적도 있었다. 한때 재산관리를 맡을 정도로 아버지의 신임을 받았던 남자였지만, 유키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그래서인지 유리코도 무라카미를 파렴치하게 느끼고 있었다.
"할멈, 이 일은 무라카미 씨에게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밖에서 무슨 소리를 하고 다닐지 모르니까요."
"무라카미라는 사람이 그렇게 신용할 수 없는 사람입니까, 아가씨?"
"신용하고 말고를 떠나서, 언니나 나난 무라카미라는 사람을 벌레보다도 더 싫어해요."
유리코가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제5장 나타난 야수

창밖에 석양이 깔리고 있었다.
시바다 가즈에와 마사오, 그리고 시마하라가의 고문 변호사인 무라카미는 가즈에의 술집 테이블에 앉아 축배를 들고 있었다.
"이 정도의 서류면 충분합니다."
마치코와 란코가 시마하라가에서 가져온 서류를 훑어보던 무라카미가 말했다.
"유키 부인의 인감도 있고, 이제 일사천리로 진행될 겁니다."
무라카미의 방법인즉, 시마하라 유키가 시바다 가즈에에게 막대한 빚을 진 것처럼 서류를 꾸며, 역시 서류상의 담보로 잡은 그 저택을 가즈에에게 양도하는 형식이었다.
"이 일만 성사되면 무라카미 선생에게 충분히 사례를 하지요. 물론 마사오 씨는 이 계획의 일등공신이니까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천천히 의논해 보기로 합시다."
가즈에가 마사오의 잔에 맥주를 따르면서 들뜬 어조로 말했다.
"수속에 대해서는 내게 맡기십시오."
무라카미가 가즈에의 잔에 맥주를 따르며 목소리를 낮췄다.
"사례도 사례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뭐죠, 무라카미 선생?"
"유키 부인과, 요컨대......"
무라카미가 우물거리자 옆에 있던 마치코가 거들었다.
"아아, 유키 부인과 자 보고 싶다는 것이군요?"
"오라, 그러고 보니 무라카미 선생이 오랫동안 시마하라 유키를 짝사랑했었죠. 그러면 오늘밤 그 회포를 마음껏 푸시죠, 뭐."
가즈에가 무라카미에게 받은 잔을 단숨에 들이켜며 말을 이었다.
"혹시 마사오 씨에게 이의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녀는 마사오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나는 그 여자를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습니다. 그 특권의식을 가진 미인을 산산조각나도록 파괴하는 것이 내 목적이니까요."
마사오가 그렇게 말하며 무라카미에게 맥주잔을 권하자, 무라카미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정말로 오늘밤 부인을 안을 수 있게 해줄 겁니까?"
"그렇고 말고요."
가즈에가 머리를 크게 끄덕였다.
"시마하라 유키는 지금 내 노예지요. 어떻게 다루든 내 자유라니까요.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가즈에가 통쾌한 듯이 무라카미에게 말하며 스탠드 쪽으로 걸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아, 란코 유키 부인을 목욕시키고 예쁘게 화장시키도록 해, 오늘 밤에 손님이 있어. 응, 불평 못 하게 단단히 잡아 놔. 기쿠오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냐고 하면 꼼짝 못할 거야."
가즈에는 한동안 란코와 말을 주고받다 전화를 끊고 무라카미를 쳐다보았다.
"지금 침대에 꽃을 꽂아놓으라고 지시를 했어요. 부디 오늘 밤은 느긋이 즐겨 주세요. 무라카미 선생님. 대신, 맡으신 일은 확실히 해야 되요."
"그거야 걱정 마십시오."
무라카미는 들뜬 마음에 목소리까지 떨렸다.
그렇지만 자신을 극도로 싫어하는 유키 부인을 과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즈에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무라카미는 별로 자신이 없었다.
그 말을 하자 가즈에는 괜찮아요, 하고 웃으며 말했다.
"소리를 치든 발광을 하든, 벌거벗긴 채 뒤로 손까지 묶인 상태에서 제가 어쩔 거야."
그러면서 문득 시계를 들여다본 가즈에는 무라카미에게 이제 슬슬 가보라고 했다.
"자, 무라카미 선생. 유키 부인을 마음대로 하고 나서 다시 축배를 듭시다."
그러면서 자신은 마사오 씨와 여기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의논하고 있겠다고 말했다.
무라카미가 마치코의 안내로 허둥지둥 술집을 빠져나가자, 가즈에는 삼페인을 갖다 달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유쾌한 날은 없을 거야. 자, 마사오 씨. 오늘 밤은 실컷 마시자고."
가즈에가 마사오의 어깨에 기대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술집에는 손님이 늘기 시작했고, 대리석의 스탠드는 어느 틈엔가 빽빽이 손님이 들어앉았다.
"지금쯤 유키 부인과 잘 되어가고 있을까?"
잠깐 전화를 걸어 봐야지, 하고 장난스런 미소를 띤 가즈에가 스탠드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녀는 수화기를 귀에 대고 마치코인지 란코인지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사오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현월류 꽃꽃이의 대가인 높은 산의 꽃을 능욕하고 사디즘의 절정에 이르렀던 마사오였지만, 유키 부인이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전락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자신도 이제 철저한 악당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마사오는 생각했다. 이제 유키 부인은 가즈에라는 마녀의 술책에 걸려 가파른 언덕을 굴러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가즈에가 자리로 돌아왔다.
"제법 말썽을 부린 것 같지만, 그래도 무라카미 선생에게 몰을 맡겼다는군."
가즈에가 통쾌한 듯이 말했다.
"무라카미 선생이 나타나니까 유키 부인은 졸도할 만큼 놀라더래. 설마 자신의 고문 변호사가 적인 나와 상통하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겠지."
마치코가 무라카미 변호사와 여기서 정을 통해야 한다고 말했더니, 아예 까무러치듯이 울부짖으며 거부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자신을 배반하고 적군과 내통하여 재산을 몽땅 빼앗으려고 하는 악덕 변호사에게 몸을 내주는 건 죽어도 못할 일이겠지."
무라카미 선생과 성교를 거부한다면 당장 전화를 해서 기쿠오의 남근을 불로 지지라고 하겠다는 협박에 결국 유키 부인이 항복을 했다고 가즈에는 웃으면서 말했다.
"어쨌든 모든 것이 잘 됐어. 당신 덕분이야."
그러나 마사오는 시무룩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마사오 씨, 당신 지금 질투하고 있는 거 아냐? 무라카미 씨에게 유키 부인을 맡긴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그렇지 않아요."
마사오가 단숨에 샴페인을 들이켜며 말했다.
"그 여자가 비참해질수록 나는 참을 수 없이 기뻐요."
유키 부인이 비참하게 망가져 흐느껴 울고 있는 것을 상상만 해도 통쾌하다고 마사오가 말했다.
"그럼 내 취미와 일치한다는 말이군."
가즈에가 마사오에게 술에 단 몸을 비벼대며 말했다.
주인의 재산 모두를 빼앗으려는 악덕 변호사 무라카미와 육체관계를 맺는다...... 이만큼 비참한 얘기는 없을 거야, 하고 가즈에가 큰 소리로 웃었다.
"아직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이제 곧 나의 무서움을 뼈에 새겨지도록 알게 해줄 거야."
그렇게 말하는 가즈에의 눈에는 잔인한 빛이 서려 있었다.
"어쨌든 이것으로 현월류 꽃꽃이는 파멸한 거야. 자, 한 번 더 축배를 듭시다."
가즈에가 잔을 높이 쳐들며 소리치듯 말했다.
가즈에는 계속해서 유키 부인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마사오에게 떠들어댔다. 마사오는 그녀의 잔인한 발상에 그만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유키 부인을 말살하다니요?"
마사오가 머뭇머뭇하며 가즈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녀를 사회에서 말살하는 거야. 평생 노예로서 그녀를 거느리고 사는 거지."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마사오는 가즈에가 조금 머리가 돈 여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후후, 두고 봐. 내 말대로 될 테니까."
가즈에가 그렇게 말하며 소리내여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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