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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시로 쥰은 페티시를 사랑한다. - 1부 4장

발냄새란 사실 굉장히 복잡 미묘하다. 만약 맨발이라면 그리 어려울 것 없다. 맨발은 그냥 신발 안에 오래 있으면 발냄새가 나게 되어있다. 굳이 신발 안에 넣어놓지 않아도 하루 정도 일상생활을 한 뒤엔 새끼발가락과 냇째 발가락 사이에 마치 질 좋은 브리 치즈나 집단 속에서 금방 꺼낸 낫토와 같은 독한 냄새가 고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자신이 입고 있는 의복으로 옮길 때 생긴다.

스타킹은 두말할 것 없이 좋다. 거의 맨발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통풍이 안되는 신발이나 발끝으로 땀이 몰리는 부츠 등을 신는다면 하루만 있어도 잘 숙성된 진국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양말의 경우, 신고 있는 신발이 어지간히 안 빨아 신은 물건이 아니라면 하루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제 아무리 땀에 축축하게 젓은 양말이라도, 말리지 않은 상태에선 빨지 않은 걸레 냄새가 날뿐이고 마르고 나면 그저 체취를 조금 농축시켜놓은 정도의 향밖에 나지 않는다.

학생용 구두를 교복에 포함시킨 학교는 축복 받을 지어다. 구두는 운동화에 비해 통풍이 안되는 편이고, 지정 교복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지간히 낡지 않는 이상 잘 바꾸지도 않는다. 이것은 실내화도 마찬가지다. 인조 가죽 제질로 되어 있어 통풍이 안되며 굳이 실내화를 늘 청결한 상태로 유지하는 사람은 없다. 한국의 경우 실내화 가방이라는 게 있어 꼼꼼한 주부의 경우 일주일에 한번은 세탁을 한다는 풍문이 있다. 그나마도 중고등학생들은 돈이 많은지 앞이 뚫린 아디다스 슬리퍼 등을 신는다고 하니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발냄새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은혜다.

어쨌든 양말에 발냄새를 배기게 하려면 늘 구두나 실내화를 신고 있는 학생이라 해도 최소한 3일 정도는 걸린다. 그나마 구두와 실내화가 새것이라면 소재를 처리할 때 쓰인 특유의 화학성분 때문에 인간적인 냄새를 느낄 수조차 없다. 또한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생기려면 적어도 1주일, 극상품을 원한다면 2주일은 참고 기다려야 하는데, 이는 어지간히 귀찮고 눈치 보이는 일이다. 상품 가치가 없다 뿐이지 어쨌든 신발을 벗으면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양말이 스타킹에 비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냄새가 오래 간다는 점이다. 스타킹에 비해 앞도적으로 촘촘하고 두터운데다 땀 흡수까지 잘되는 양말의 소재는 마찬가지로 냄새 또한 오래 잡아둘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양말이 스타킹보다 싼 이유는 아마도 발냄새 이외에 사타구니 냄새 등의 보너스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쥰은 그렇게 생각했다.



“저번 물건은 양말이었는데...”

“그거 솔직히 너무 귀찮다고.”

“그래도... 설마 그 쥰이 이런 어설픈 물건을 들고 올 줄이야.”

“어설프다니, 이래봬도 2주는 신고 다녔어.”

“그래봐야 스타킹에 밴 냄새는 한 달도 못가.”

“그 대신 가운데 부분이 있잖아.”

“그야 그렇긴 하지만... 진짜 매니아들은 발만 찾는다구.”

“진짜 매니아라면 모든 체취를 즐길 줄 알아야지.”

“뭐, 하긴... 양말에 팬티에 교복까지 통째로 사가는 손님들도 가끔 있긴 하지...”

“그놈 참 돈 많구만. 그 정도 돈이면 우리 가계 와서 놀 정도는 될 탠데...”

“뭐, 삽입 그딴 거 필요 없다는 사람도 많으니까.”

“우리 가게 페티시 플레이도 해.”

“그럼 광고 전단이라도 좀 나눠주던가. 하여간 쥰 쨩은 자신감이 강하달지... 마케팅에 너무 무관심 해.”

“뭐 됬어. 어차피 장사 잘 되니까 말이지. 그보다 이번 물건은 얼마나 처 줄 거야?”

“양말보다 2천엔 더.”

“확실히 스타킹이 비싸긴 하구만.”

“그보다 쥰 쨩, 교복은 팔 생각 없어?”

“교복은 나 입어야지. 게다가 비싸서 잘 팔리지도 않잖아. 냄새 빠지면 상품가치도 떨어져, 안돼.”

“장인이구먼. 좋아 뭐. 이제 사진 찍자고.”



브루세라 샵의 제품은 은박 코팅이 된 지퍼백으로 포장되어 그 위에 판매자의 사진이 붙는다. 보통은 명함 사진 정도고 어쩌다 판매자가 발랑 까졌을 경우 미소와 함께 브이 사인이 추가된다. 하지만 쥰은 어설픈 짓 따윈 하지 않는다. 그녀는 언제나 자기 물건의 발 부분의 냄새를 맡으며 사진을 찍는다. 정말로 황홀한 듯 풀어진 표정은 덤.



“좋아, 바로 그 표정이야. 캬, 매니아의 가슴을 울리는구만.”

“하... 언제 맡아봐도 내 발냄새는 정말이지...”

“대부분 판매자들은 그저 용돈벌이나 할 겸 하는 거니까. 자기 냄새까지 즐긴다는 발상은 보통 안하지.”

"그런 건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냐.“

“고객들은 그저 여자의 발이라면 그만일 걸?”



쥰은 불만스러운 듯 혀를 찼다. 마코토는 역시 그런 가게에 처음 와본 듯 이것저것 구영 중이었고 히카루는 묵묵히 거래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히카루 쨩은 뭐 없어?”

“난 그런거 안 팔아.”

“그 스타킹, 한 일주일 되지 않았어?”

“팔려고 만드는 거 아냐.”

“그럼, 누구 주려고?”

“너랑 할 때 쓸거란 말야.”

“에, 그, 그런 거야...?”



이제 비밀이고 뭐고 없다는 태도였지만 쥰은 그 말에 적잖이 감동했는지 눈시울이 약간 붉어지기까지 했다.



“방금 그 대화 녹음 해도 될까?”

“다른 거래처 뚫어버린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쥰은 눈치 없이 끼어든 가게 주인의 말을 일축한 뒤 돈을 받고 거리로 나섰다.



“좋아, 오늘은 히카루 쨩이 새 제자 받은 기념으로 내가 초밥 쏜다!”

“우와! 진짜요?”

“몇 천엔 가지고는 모자라지 않아?”

“내가 저 장사만 하는게 아니잖아.”

“그야 뭐 그렇지만서도...”



===



소녀들이 향한 곳은 전통요리 키타오오지[和料理 北大路]라는 글자를 멋들어진 필체로 나무 간판에 새겨 넣은 고색창연한 가게였다. 아직 저녁시간까진 이른지라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초밥 좀 먹을 줄 아는데? 여길 다 아는걸 보니.”

“일하느라 바빠서 그렇지 가끔 온다구.”

“하긴, 니 일은 보통 상대 쪽이 밥도 사주니까...”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누누이 말했는데도 말이지, 그나저나 우리가 마수걸이 손님인가?”

“저녁시간인데 설마.”

“여기 유명한 곳이에요?”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 애초에 이 거리에 있는 가게가 다 그렇지만.”

“하긴 그렇죠. 무인들이 드나드는 거리인데.”



무인의 거리.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곳은 일본 정부 측에서 제공해 준 또 다른 시공에 속한 장소였다. 인외의 존재들이라고 일상생활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워낙에 인간과는 능력의 격이 틀린지라 한끝발만 잘못 나가도 최소한 재물 손괴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일본 정부 주도로 국가의 음양사와 무인, 요괴 등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거리를 조성한 것이다. 물론 따로 관리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물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노점에서 파는 물건조차 그 질은 일반 세상의 것과 차원을 달리했다. 출입 절차 역시 까다로워 마코토는 쥰과 히카루 두명이 보증을 서고서야 들어올 수 있었다.



“그래도 맛은 끝내준다구. 뭐니뭐니해도 그 로산진 씨가 자기 이름을 걸고 낸 가게니까.”

“에?! 로산진이라면... 그 사람 죽은 거 아니었어요?”

“정확히 하자면, 그분의 령[靈]이시지.”

“에엣?!?!”



키타오오지 로산진이라면 조금만 전통에 관심이 있는 일본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뭐니뭐니해도 해도 일본 최고의 예술가이자 미식가로 불렸으니까. 말년에 민물고기를 잘못 먹고 기생충에 감염되 죽었다지만...



“그 탓에 더욱 절치부심해서 이제는 전 세계 어느 나라 음식을 주문해도 문제없을 경지에 이르렀단다.”

“성격도 좀 유해지셨고 말이죠.”



사진으로 본 것 보다 좀 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요리를 내놓는 로산진과 덕담을 주고 받느며, 쥰은 이번에도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을 깨끝이 비웠다.



“아저씨 음식은 언제나 최고라니까.”

“하하, 그런 칭찬은 생전에도 잔뜩 들었다구? 이젠 배가 부를 지경이야.”

“근데 진짜 도산 선생이라고 제자 없었어요?”

“예끼 이녀석, 그건 <맛의 달인>[일본 만화]의 설정이라니까. 하하”

“카이바라[<맛의 달인>의 최종보스 격 캐릭터. 정발판 명칭은 우미하라 유우잔]가 하도 짜증나게 굴어서 언제 한번 따지려고 했는데...”

“바-보.”



히카루가 음식을 넘기며 한심하다는 듯이 쥰을 흘겼다.



“허헛.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진짜로 따졌었지 아마? 게다가 진짜 있는 인물이라고 해도 내 제자의 제자를 내가 어쩌겠니?”

“그, 그땐 어렸잖아요.”



마코토는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 실례지만... 키타오오지 씨의 가게인데도 사람이 얼마 없네요...?”

“하하. 생전에는 예약까지 따로 받을 정도였지만 이 거리에선 아니란다. 일식은 몰라도 다른 분야에선 나보다 더 대단한 분들도 넘치지. 게다가 오늘 밤에는 홀에서 홋카이도 쪽의 의식이 있거든.”

“아, 설마 시라키 쪽 사람들이 온거에요?”



눈을 반짝이며 물은 것은 쥰이었다. 그녀 역시 홀에서 있을의식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는 듯 했다.



“의식이라니, 뭔가요?”

“아아, 홋카이도의 사냥꾼은 좀 특별한 출산 의식을 하거든.”

“에엣?! 출산이라니...! 그런 걸 남들 앞에서 해요?”

“다 그런건 아니고, 게네는 거의 반신[半神]이거든.”

“그, 그래도...”

“보러 갈래? 이제 아저씨의 코스도 거의 끝나가니까.”

“지금 쯤 가면 자리 없을 걸?”

“아저씨도 참. 저는 VIP라구요.”

“허허, 그랬지.”

“선수기도 하지.”



히카루가 로산진의 말을 받았다.



“지는 마치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거 봐.”

“에... 그럼 마에시로 상이랑 미나미 상도 출...”

“아니거든!”



순간 히카루의 이마에 핏줄이 솟은 듯 보였다. 쥰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 난 언제 한번 해볼 생각은 있는데.”

“아 쫌!”

“뭐 그건 둘째치고. 그 홀이라는 대는 보통 격투장으로 쓰거든. 왜 있잖아 <그래플러 바키>에 나오는 도쿄 돔 지하 격투장 같이...”

“도쿄돔에 그런게 있어요?”

“... 뭐 됬어... 하나다 상, 가끔 만화도 읽고 그래. 너무 성실하게만 살면 인생 재미 없어...”

“소녀 만화라면 읽는데...”

“그냥 콜로세움이라고 보면 돼. 그거 알아? 콜로세움에선 가끔 어린 여자애들 대려다가 수간 쇼도 보여주고 그랬다?”

“엑...”



마코토는 진저리를 치며 조금 뒤로 물러났다. 그런 반응을 쥰은 상큼하게 웃어 넘겼다.



“아하하. 아직 멀었구나. 수간 정도 안 해보고서야 어찌 쾌락을 논하리.”

“그건 너나 그렇지. 이 걸레년아!”

“아레? 히카루 쨩도 관심 있는 거 아니었어? 가끔 홀에 보이던데, 그거 할 때마다...”



히카루의 편손끝 찌르기가 쥰의 목에 정통으로 틀어박혔다. 단풍잎처럼 시뻘게진 얼굴로 한참을 심호흡 하던 히카루는 마코토를 돌아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하나다 상, 이건 오프레코드로...”

“아, 예...”



물론 마코토는 인생을 아낄 줄 아는 소녀였다.



“허헛, 젊음이란 좋구먼.”



로산진은 그렇게 너털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

수간도 언젠가 나옵니다만, ** 규정에 어긋나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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