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 하편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혼인을 포기하고서 일만 아주 열심히 하여 재물 모으기에만 신경을 쓸 뿐이었다. 또 하나 삼호에게 기분이 좋은 일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던
언년이는 혼인을 하고 삼 년 만에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만으로 시집에서 쫓겨나서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으며 언년이 아버지는 은근히 가운데에 사람을 놓고서 삼호가 언년이를
데리고 가 주기를 바랬으나 삼호는 신청도 안 하고 콧방귀만 뀌었다. 세월은 흘러 삼호 나이 40이 되었으나 여전히 총각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삼호야... 우리에게 오기 전에 우리 제사를 지내 줄 아이는 만들고 와야지... 안 그러냐?.................................................”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꾼 삼호는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우마차에 장에 내다 팔 곡식이며 장작을 가득 실으면서도 간밤의 그 이상한 꿈을 생각하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명절이며 부모님
기일 때에 제사상 앞에서나 차례 상 앞에서 절을 올리면서도 자신이 죽으면 제사 밥 못 얻어 자실 것이니 자기 살아 생전에 나마 풍족하게 드시고 가시라고 항상 거하게 절을 올렸지만
여태껏 단 한 번도 꿈에도 안 나타나던 부모님이 같이 역병으로 죽었던 여동생의 손을 나란히 잡고 삼호 꿈에 현몽을 하였으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으나 일찍 장에 가야
좋은 금을 받고 팔수가 있다는 욕심 땜에 부리나케 실었다. 가지고 나간 곡식이며 장작은 아주 좋은 금에 넘길 수가 있었다.
“아주머니 여기 국밥 하나요..................................................................................”
만족한 금을 받자 배가 출출한 것을 느끼고 아침을 안 먹고 나왔다는 것을 알고 국밥집으로 가서 국밥을 하나 시켰다.
“그려... 삼호 총각은 올해도 해를 넘길 거여?..........................................................”
국밥집 아주머니가 사발에 가득 국밥을 삼호 앞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흐흐흐... 누가 이런 늙은 총각에게 시집을 오기나 한데요... 흐흐흐............................”
삼호는 실없이 웃으며 수저를 들었다.
“누가 알아... 예쁜 처자가 삼호 총각에게 시집을 올지................................................”
국밥집 아주머니와 수다를 떨면서 국밥을 먹었다.
“참... 별의 별 미친 여자도 다 있네... 뭐... 호랑이 세 마리 가진 남자를 찾는 다나... 쯔... 쯔... 쯔...........................................”
한 노파가 국밥집으로 들어서며 혀를 차며 말하였다.
“어머나... 뭐요... 호랑이 세 마리 가진 남자를 찾아요?... 호호호 ...그 비싸고 비싼 호랑이 가죽을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씩이나... 호호호..........................................”
국밥집 아주머니가 삼호 앞에서 일어나며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런 부자 찾으려면 한양이나 갈 일이지... 쯔... 쯔... 쯔...........................................................”
“처녀였어요?.........................................................................................”
국밥집 아주머니가 물었다.
“그려... 얼굴은 곱디 고운데 한 쪽 눈이 멀었고 다리도 절던데...............................................”
“그럼... 병신 아니야?....................................................................................................”
“그러게... 병신에 미친 것이... 누가 호랑이 세 마리 가지고 있다 한들 눈이나 까딱 하겠어.........”
“호호호... 그러게요......................................................................................................”
국밥집 아주머니는 국밥을 퍼서 노파 앞에 가져다 놓았다.
“아주머니... 혹시... 여기에 호랑이 세 마리 가진 사람 못 봤나요?..............................................”
다리를 절면서 한 초라한 여자가 나타나 국밥집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저... 저차야... 저... 처자.....................................................................................................”
노파가 아주 큰소리로 소리쳤다.
“처자... 무슨 연유인진 모르지만... 호랑이 세 마리 가진 남자는 왜 찾누?......................................”
국밥집 아주머니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저희... 엄니가 호랑이 세 마리 가진 남자를 만나면... 혼례를 올리라 하였어요................................”
그 말에 삼호는 국밥을 먹다말고 그 처자의 얼굴을 봤다. "어디서 봤지?....." 언젠가 한 번 쯤 본 얼굴 같았다.
“호호호... 처자 어머니가 부자에게 시집을 가라 한 말이군... 그렇지 처자?......................................”
국밥집 아주머니가 처자에게 물었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호랑이 세 마리만 있으면 된 답니다... 어디서 찾지?......................................”
처자는 발을 절룩거리며 나가려 했다.
“처자... 저 사람 나이는 많아도 논밭도 많은데... 귀찮게 호랑이 찾지 말고... 저 총각하고 신방 차리면 어때?.............................................”
국밥집 아주머니가 삼호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을 했다.
“아주머니... 무슨 말씀을.........................................................................................................”
그 때서야 삼호가 국밥집 아주머니 눈 꼬리를 치켜들고 보다가 다시 그 처자의 뒤 돌아보는 얼굴을 보고는 말했다.
“처자... 시장해 보이는데... 국밥이라도 한 그릇 들지?...................................................................”
“어이구... 자린고비 노총각이 원 선심은 선심이래?.......................................................................”
국밥집 아주머니가 놀라면서 그 처자와 삼호를 번갈아보면서 놀랐다. 사실 그랬다. 지금껏 재산 부풀리기에 아주 급급하였지 그 누구에게도 국밥 한 그릇 술 한 사발 사 준 일이 없었던
삼호였기에 그의 말에 국밥집 아주머니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말을 삼호 입에서 나오고 말았다.
“.........................................................................................................................................”
처자가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삼호 얼굴을 뻔히 보고 주춤주춤 했다.
“처자... 어서 들어와... 앉아......................................................................................................”
국밥집 아주머니가 그 처자에게 말을 했다.
“고맙습니다..... 그럼................................................................................................................”
평상에 걸터앉자 국밥집 아주머니가 국밥을 아주 넘치게 한 그릇 퍼서 처자에게 주자 처자는 마치 몇 날 몇 칠을 굶주린 것처럼 좌우도 안 돌아보고 아주 허겁지겁 머리를 처박고 국밥을
정신없이 퍼 먹기 시작을 하였다.
“아이고... 가엾기도 해라... 몇 칠이나 굶었수?................................................................................”
국밥집 아주머니가 처자의 국밥 먹는 모습을 보더니 다른 그릇에 또 반 그릇 정도의 국밥을 퍼 와서 처자 앞에 내려놓고 처자 앞으로 들이밀며 조용히 물었다.
“언제... 먹었는지 몰라요... 고맙습니다...........................................................................................”
그 처자는 국밥집 아주머니와 삼호에게 번갈아가며 인사를 하더니 국밥집 아누머니가 덤으로 준 국밥 마저도 개 눈 감추듯이 먹어치우고 일어났다.
“호랑이 세 마리 가진 사람 이런 시골구석에서 찾지 말고... 한양이나 큰 고을로 가서 찾아야지....................”
국밥집 아주머니가 말을 했다.
“아니어요... 이 부근에 분명히 있다고 하였어요...................................................................................”
처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 일어났다.
“삼호... 자네 여기 있었군... 자네 장작 두 짐만 해다 주면 안 되겠나?.......................................................”
평소에 같은 금을 받고도 다른 나무꾼에 훨씬 많은 양의 나무를 해다 주었기에 단골이었던 장터에서 대장간을 하던 사람이 헐레벌떡 국밥집 안으로 들어오며 말을 했다.
“내일이면 되겠어요?.......................................................................................................”
삼호가 국밥 값을 계산하며 물었다.
“그래... 그래 주게나... 꼭 부탁하네....................................................................................”
“예... 염려 마세요...........................................................................................................”
삼호가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혹시... 함자가 석 삼에 호랑이 호 자가 아니신지?..................................................................”
처자가 삼호 앞을 가로 막으며 물었다.
“그렇소 만은... 그게 댁과 무슨 상관이 있소?..........................................................................”
삼호는 처자 앞을 밀치며 옆으로 나가려 했다.
“서방님이 호랑이 세 마리를 함자에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처자는 땅바닥에 엎드리며 절을 했다.
“아이고... 그러네... 삼호 총각이 호랑이 세 마리를 이름에 가지고 있었네... 삼호 총각 연분인 모양이야............................................”
국밥집 아주머니가 말을 했다.
“허... 어... 듣고 보니... 그도 그렇군...........................................................................................”
국밥을 먹던 노파가 맞장구를 쳤다.
“...........................................................................................................................................”
삼호는 어안이 벙벙하여 그 처자 얼굴을 보며 언제 봤던 얼굴인지 기억을 다듬었으나 전혀 기억이 안 났다.
“자네가... 집으로 데리고 가게나... 어서.......................................................................................”
말을 국밥집 아주머니가 말을 하였고 삼호는 대답도 안 하고 소달구지를 몰고서 집으로 향했다. 그러자 처자가 삼호 뒤를 종종걸음으로 묵묵히 따라 갔으나 삼호는 그 처자가 자기 뒤를
따라 오는지 몰랐다.
“헉헉헉..................................................................................................................................”
한참을 가다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 본 삼호는 놀라며 말했다.
“워... 워.................................................................................................................................”
삼호가 소를 세우더니 말을 했다.
“아니... 왜... 날 따라 오는 거요?.................................................................................................”
삼호가 뒤돌아보면서 물었다.
“호랑이 세 마리를 가진 분이 계시면... 무조건 따라 가라고 하였습니다... 서방님..................................”
처자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허... 어... 이거 원... 모르겠소... 올라타시오..................................................................................”
“고맙습니다..... 서방님...............................................................................................................”
처자는 절룩절룩 걸어서 오더니 소 달구지에 올라탔고 삼호는 마치 헛개비에 홀린 사람처럼 처자를 소 달구지에 태우고는 집으로 왔다. 그리고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 처자 이야기를
하였고 마을 사람들은 삼호의 연분은 따로 있었다고 하며 서둘러 혼례 준비를 해 주었고 그 다음 다음 날 바로 찬물 한 사발을 앞에 두고서 아주 간략하게 혼례식을 올렸고 생각도 안 한
잔치판이 벌어졌다. 생각도 안 하였던 혼례를 올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아주 푸짐하게 음식을 대접 한 삼호는 밤이 이슥하여서 신방으로 들어왔고 비몽사몽간에 삼호는 난생 처음으로
여자를 품에 안았고 꿈만 같은 잠자리를 하였다.
“임자 내가 마치 임자를 전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언제 봤지?.............................................................”
새벽에 눈을 뜨고 다시 한 번의 운우의 정을 나누고 삼호가 물었다.
“소녀도 낭군님을 언젠가 본 적이 있어 보이지만... 도저히 생각이 안 나옵니다..........................................”
처자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허... 어... 이상한 일이군... 한데... 그 눈은 어찌하여... 한 쪽을 실명을 하였고... 다리는 저오?...................”
“네... 소녀 어미에게 들었던 이야기인데............................................................................................”
처자는 말을 흐렸다.
“해... 보시구려..... 어서.................................................................................................................”
삼호는 재촉을 했다.
“네... 서방님... 소녀가 아직 돌도 안 지났을 무렵... 제 어미가 밭에 일을 나가면서 저를 바구니에 넣고 데리고 나가 밭둑에 내려놓고 일을 하는데... 마침 지나가던 한 남자가 저를 한참
보더니 발로 걷어 차 버렸고... 그 때문에 소녀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면 나무 가지에 눈을 찔려 실명을 하게 되었고... 또... 바위에 걸려... 다리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이렇게 다리를 절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흑흑흑.......................................................................................................”
처자는 마구 흐느꼈다.
“아니 뭐요?.............................................................................................................”
삼호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
“뭐... 아시는 일이라도 계신가요?................................................................................”
눈물을 훔치며 물었다.
“그런데... 왜 호랑이 세 마리를 가진 사람을 찾은 거요?...................................................”
삼호가 떨리는 가슴을 추스르며 물었다.
“그런 일을 당하고... 난 이틀 후 한 스님이 우리 집을 지나가시다가 시주를 받으시며 "허어... 다른 짓은 하지 말고 얼굴만 보라 하였는데... 쯔쯔쯔... 하시며 혀를 차시기에........”
삼호는 말을 흐리며 다시 눈시울을 닦았다.
“그래서?..................................................................................................................”
삼호는 놀란 가슴을 계속 추스르며 물었다.
“저희 어미가 "스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고 묻자................................................”
처자는 다시 말 문을 닫았다.
“그래... 그 스님이 뭐라고 하셨다죠?............................................................................”
삼호가 다시 물었다.
“소녀 나이... 열여섯이 되면... 동쪽으로 사십 오리정도 가면... 장터가 나올 것이고... 그 장터에서 호랑이 세 마리 가진 자를 찾아서... 혼례를 올리라 하셨답니다... 그래... 제 나이 올해
열여섯이라............................................................................................................”
처자는 말을 흐렸다.
“허어... 그거 참... 쩝................................................................................................”
삼호가 입맛을 다시었다.
“소녀 이제 서방님을 잘 모시고 살겠습니다...................................................................”
처자가 일어나서 큰절을 올렸다.
“그래... 장모님은?...................................................................................................”
삼호가 물었다.
“소녀 나이 열 살 때 그만...........................................................................................”
처자가 말을 흐렸다.
“임자... 내 말 잘 들으시오... 사실은 내가.....................................................................”
삼호가 젊은 시절에 스님을 만났던 이야기며 그 스님의 말대로 오십 리를 달려가서 밭둑에 있던 아기가 들어있던 광주리를 찬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아... 그게 다 서방님과 소녀의 연이었나 봅니다... 서방님................................................”
원망은 커녕 오히려 삼호 품에 안기며 흐느꼈다. 그렇게 살림을 시작한 삼호는 해가 바뀌어 쌍둥이 아이를 낳았고 또 밭이며 논이 점점 불어났으며 또 해가 바뀌어 또 쌍둥이를 낳았고
전답은 계속 불어나 소작을 주어야 할 정도로 부를 이루었고 금실은 얼마나 좋은지 인근 마을에서도 천생연분은 따로 있다고 하며 마치 자기 일처럼 좋아하였고 그 후로 대나무 숲에서는
발정이 난 산비둘기 울음도 나지 않았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