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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제 8 화

부인함락 제 8 화

 

12시.

오늘 부인과 한 점심 약속을 위해 나는 최대한 깔끔한 옷차림으로 부인의 댁, 현관 차임벨을 눌렀다. 그러자 딩동 하고 여느 평범한 가정집의 차임벨 소리가 복도 가득 울려 퍼졌다. 

그래,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평범한 차임벨 소리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내게 있어서, 이 차임벨 소리는 폭풍우 속에서 치는 천둥소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것도 아주 우렁찬 천둥소리 말이다.

 

“후우.”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숨을 들이켜고 내쉬고를 반복하는데, 문득 인터폰을 통해서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세현 씨.]

 

이 말과 동시에 안쪽에서 서두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뒤 현관문이 열렸다.

 

“오셨어요?”

 

그러자 내 눈에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부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청초한 얼굴에 하얀 살결의 풍만한 가슴이 내 시선을 흐려놓았다. 나는 옅은 푸른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 부인의 모습에, 시선을 어디다가 두어야할지 몰라 본능적으로 시선을 허공에 던졌다.

 

“……아, 역시 아줌마가 이렇게 입는 건 좀 별로죠?”

 

이처럼 내가 시선을 피하자, 부인은 왠지 모르게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 행동을 오해한 모양이었다. 이에 다급해진 내가 무어라 입을 열려하는데, 부인이 재차 입술을 벌려 말을 이었다.

 

“저도 참 주책없게……. 얼른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올게요.”

 

그러면서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았다.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정말로 잘 어울립니다.”

“저, 정말로요?”

“정말로요. 당장에라도 예나 씨에게 청혼을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네?”

“아…….”

 

급한 마음에 그만 말실수를 해버린 나는 시뻘겋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옆으로 획 하니 돌렸다. 그리고는 혹여나 부인이 날 밉게 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눈동자를 슬쩍 부인 쪽으로 돌려보니, 다행스럽게도 이런 내 우려와는 반대로 부인은 무척이나 기뻐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현 씨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뻐요.”

 

라면서 수줍게 웃어 보인 부인은 나를 은근하게 바라봐주었다. 그리고는 이내 내 옷차림을 위에서 아래로 한번 훑어본 부인은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세현 씨도 오늘 정말 멋져요.”

 

그 칭찬에 속으론 미칠 듯이 기뻤지만, 나는 애써 겉으론 담담한 척 하며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렇게 의례적으로 서로의 옷차림을 칭찬한 나는 부인과 함께 곧장 엘리베이터에 올라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옷은 왜 갑자기 사려고 하시는 겁니까?”

 

밀폐된 엘리베이터 안에 부인과 단둘이 있으려니 온갖 망상이 떠오른다. 

갑자기 정전이 일어나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바람에 구조될 때까지 부인과 질펀하게 섹스를 한다던가,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된 카메라를 피해 부인의 엉덩이를 주무른다던가 말이다.

쉴 새 없이 떠오르는 망상에 나는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이러한 화제를 꺼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동창회에 가게 되어서요. 조금 점잖은 옷을 입고 가고 싶은데, 대학시절에 입던 옷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남편은 일로 바쁘다보니 아무래도 부탁할 사람이 세현 씨 밖에 없네요.”

 

이리 말한 부인은 살짝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진한 분홍빛 입술을 벌렸다.

 

“……혹시 제가 세현 씨에게 실례를 한 걸까요?”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마침 회사에 휴가도 냈고, 할 일도 없었던 참이었으니까요. 심심해서 몸이 근질거리던 차였습니다.”

 

이 말에 부인은 그제야 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가요? 그럼 다행이네요.”

 

라고 말하던 부인이 돌연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다시 물었다.

 

“……아! 그런데 휴가를 내셨다는 건, 뭔가 따로 약속이 있으셨단 게 아닌가요?”

“있긴 있었습니다. 그런데…….”

“……?”

 

잠시 내가 말을 멈추자 부인은 이 다음이 무척이나 궁금하단 듯이 호기심이 짙게 서린 시선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귀여운 소동물을 연상시켜, 내 기분을 한껏 들뜨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이 고양된 기분을 한껏 맛보며 말을 마저 이었다.

 

“취소되었습니다. 같이 휴가를 내기로 한 친구 녀석이 갑자기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휴가를 못 냈거든요. 덕분에 이번 주는 시간이 널널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예나 씨.”

 

이렇게 말한 나는 부인의 곁으로 한 발자국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혹시 뭔가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주세요. 부담 가지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바로 옆집인데, 서로 돕고 살아야죠.”

“세현 씨…….”

 

이런 내 말에 감격한 모양인지, 부인은 물기가 서린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며 홍조를 그렸다. 

그 솔직한 모습이 굉장히 사랑스럽다.

 

“고마워요, 세현 씨.”

 

부인은 진심을 담아, 내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 태도에서 강한 신뢰가 느꼈다. 

그렇다, 부인은 지금 나를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단순히 옆집에 사는 좋은 이웃이 아닌 남들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공유한 이웃으로서 말이다. 나에게 있어서 이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관계가 아닐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일단 밥부터 먹어야겠군요. 옷을 고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까요. 게다가 동창회에 입고 나갈 옷이니까, 남들 눈에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면 비싼 옷을 골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들 눈에 얕잡히다니요! 괜찮아요. 다들 동창이고, 아줌마가 비싼 옷을 입어봤자 괜히 주변에서 흉만 볼 거예요.”

 

부인은 무척이나 곤란해 하는 표정을 띠우며 말했다. 이에 나는 무척이나 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예나 씨,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게다가 남편 분의 체면도 생각하셔야죠.”

“그 이의 체면이요?”

“그렇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어느덧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부인과 함께 내 차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나 씨의 옷차림이 후질구레하다면 분명 남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남편 분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이죠. 속된 말로 돈 못 버는 무능력한 남편이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단 겁니다.”

“아…….”

“하지만 예나 씨의 남편 분은 잘 나가는 대기업의 사원이 아닙니까? 그런 사람이 이런 식으로 얼토당토 않게 오해를 받게 된다면 얼마나 창피하겠습니까?”

“그, 그렇군요…….”

 

이런 내 말에 일순 부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왜 그러십니까?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어딘지 모르게 어둡다. 또한 그 눈동자에는 우울한 기색이 가득해, 뭔가 굉장히 무기력해 보였다. 

그런 부인의 모습에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며 재차 입을 열었다.

 

“……편하게 말해보세요, 예나 씨.”

 

이런 내 말에 부인은 잠시 고민어린 기색을 띠워 보이더니, 이내 용기 내어 사정을 설명해주었다.

 

“사실 통장을 그 이가 관리하고 있어요. 카드 같은 것도요.”

“그럼 생활비는 어떻게 합니까?”

“필요한 생활비만 남편이 따로 제 통장에 넣어줘요. 그런데 지금이 월말이라 통장에 남은 돈이 얼마 없어요.”

“신용카드는 안 쓰십니까?”

“네, 아무래도 체크카드가 있다 보니…….”

 

부인은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자존감이 아래로 떨어지다 못 해, 바닥에 내리 꽂힌 모습이었다. 

이 모습에 나는 혀를 끌끌 찼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어째서 남편 분이 통장을 관리하는 겁니까?’라던가 ‘남편 분에게 전화해서 돈을 더 달라고 하면 되지 않습니까?’라고 묻고 싶었지만 나는 그것을 꾹 참았다. 구태여 이런 민감한 문제를 건드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만약에 내가 이 문제를 건드려서 좋게 해결이라도 된다면, 이들 부부 관계만 더 좋아질 뿐이었다. 나에겐 하등 도움이 될 게 없었다. 그러니 이런 식의 질문을 하는 건, 하책 중에서도 하책이었다.

 

‘여기서 가장 좋은 건 역시…….’

 

나는 슬쩍 웃으며 부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런 내 갑작스런 행동에 부인은 앗! 하는 작은 탄성과 함께 고개를 들어올렸다. 동시에 동그랗게 떠진 눈동자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동자 안에는 놀람과 어렴풋한 기대감이 서려있었다. 그걸 본 나는 확신했다.

부인은 지금 내게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내가 풀어줄 것이라고 말이다. 예전처럼 말이다. 나는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부인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세요. 옷값이라면 제가 대신 내드리겠습니다.”

“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여러 변명들을 늘여놓으며 부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나저나 자기 아내한테 신용카드 하나 쥐어주지 않는 남편이라니…….’

 

완전히 가정부나 다름없는 취급이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가정부보다도 더 심한 처사였다. 월급도 주지 않으면서 부부라는 이유로 잠자리까지 강요하니 말이다. 

물론 실제로는 거의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자기 아내를 무급여로 부려먹는 가정부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돈 걱정 말고, 마음껏 골라보세요.”

“아뇨, 아무리 그래도……. 돈은 다음 달에 꼭 갚을게요.”

 

라며 고개를 숙여 보이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어보이며 차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이런 내 친절에 부인은 사양 않고 차에 올랐고, 나는 곧장 차문을 닫으며 운전석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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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식사는 언제나 유쾌한 법이다. 

더 나아가 그 상대가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인이라면 두말 할 것도 없었다. 유쾌하다 못 해 감동을 받을 지경이다. 실제로도 나는 지금 절찬리 감동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새삼 부인에게 과연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라고 고민하게 될 정도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긴 했지만, 내 눈에 비추어지는 부인은 그야말로 완벽한 이상 속의 여인이었다. 미인에다가 성격도 좋다. 거기다가 결혼 전까지 순결을 유지할 정도로 남자를 잘 모른다. 그 만큼 때가 묻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이 때문에 약간 순진한 면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문득 부인이 양 볼을 살짝 붉히며 내게 물음을 던졌다. 아무래도 내가 부인의 얼굴을 너무 뚫어져라 바라본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손에 들려있는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예나 씨처럼 아름다운 분과 식사를 해본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네요.”

“미, 미인이라니요……! 세현 씨도 참 농담을…….”

“농담이라니요? 저는 어디까지나 진심입니다.”

“에…….”

 

이런 내 단호한 말에 부인은 잠시 당황한 듯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저번에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예나 씨 같은 미인은 결코 흔하지 않습니다. 손에 꼽힐 정도지요.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지 말아주세요.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과소평가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지세요.”

“하, 하지만……. 이제까지 전 제가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주변에서 예나 씨 보고 예쁘다고 칭찬하지 않습니까? 그런 칭찬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아, 그게…….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어요. 다들 제 앞에선 예쁘다고 해주는데, 뒤에서는…….”

 

라며 말끝을 흐리는 부인의 모습에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상 굳이 들어보지 않더라도 부인의 사정이 이해되었기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부인은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다. 그러다보니 여자들 사이 속에서 시기와 질투를 받았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시기와 질투 속에서 부인은 점차 자기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갔을 테고, 그 결과 이렇게 된 게 틀림없었다.

물론 어쩌면 좀 더 다른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내가 추측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결론이 이렇게 내 앞에 나와 있기도 했고 말이다.

 

‘최소한 자기가 예쁜 줄 알았다면, 얼굴값을 했겠지.’

 

하지만 부인은 그런 기색조차 내비치지 못 했다. 

항상 의기소침해 있으며, 자기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 한다. 이 얼마나 불쌍한 여성이란 말인가?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 남자, 김 이혁으로부터 부인을 데려올 필요가 있었다. 나는 재차 마음을 다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술집이라던가, 클럽 같은 곳에 가면 다른 남자들이 예나 씨에게 치근덕대지 않습니까?”

“아뇨, 거긴 너무……. 애초에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에만 한번 가보고, 그 다음부터는 전혀 가지 않았어요. 게다가…….”

“게다가?”

“거기서 예쁘다는 말을 들어도 별로 안 기뻐요.”

“왜요?”

 

거듭되는 내 질문에 부인은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내비쳐 보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작업을 걸기 위한 칭찬이잖아요…….”

 

자신이 말하고도 민망했던 모양인지, 부인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음…….”

 

확실히 술집이나 클럽에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듣기 좋은 칭찬을 하는 건, 대부분 작업을 걸려고 하는 것이었다. 달콤한 거짓말로 환심을 산 뒤에 하룻밤의 즐거움을 사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곳에서 남자들이 부인을 칭찬한 것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닐 것이다.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부인은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몸매를 가진 미인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그동안 예나 씨가 듣지 못하셨던 칭찬을 제가 열심히 해드려야겠군요.”

“네? 무슨 칭찬이요?”

“그야 당연히 외모 칭찬이죠.”

 

라고 말하며 다정하게 웃어 보이자, 부인의 얼굴이 흡사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한참 동안 어버버 거리던 부인은 애꿎은 고기를 포크로 쿡쿡 찌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역시 부끄러움을 타는 미인만큼 사랑스러운 건 없었다. 

당장에 자리에서 일어나 부인을 테이블 위에 눕힌 뒤에 범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그 성욕을 애써 꾹 억눌렀다.

 

‘참자. 여긴 식당이라고.’

 

식당에서 부인을 범할 정도로 자제력이 없는 인간말종이 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성욕을 억누른 뒤에 짐짓 활짝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예나 씨는 남편 분과 함께 외식을 나오면 주로 뭘 먹습니까?”

“네? 아, 외식이요? 글쎄요……. 결혼 전에는 주로 이런데서 밥을 먹긴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아무래도 그 이가 바쁘다보니……. 게다가 주말에는 피곤한지 하루 종일 잠만 자니까요. 그래서 외식보다는 집에서 밥을 먹어요.”

“확실히 집밥이 좋긴 하죠. 그래도 매번 예나 씨가 해주신 밥을 먹는 걸 보면, 요리 솜씨가 아주 좋으신 모양이네요.”

“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예나 씨가 해주신 요리가 맛있으니까, 남편분도 꼬박꼬박 집 밥을 챙겨먹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내 말에 부인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을 흘렸다.

 

“글쎄요. 그 이가 정말로 맛있게 먹어주고 있는 건지…….”

“남편 분에게 맛있냐고 물어보신 적이 없으세요?”

“처음에 몇 번 물어봤었어요.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게 밥을 해준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이는 뭔가 반응이 시큰둥하다고 해야 할지……. 물어봐도 그냥 그렇다고만 하니까……. 제가 해준 게, 입맛에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흠…….”

 

간혹 수십 년씩 같이 산 부부의 경우, 부인이 해준 음식 맛에 길들여져 과연 이게 맛있는 건지, 맛없는 건지 분간하지 못 하는 남편의 경우가 더러 있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이 부부의 경우는 위의 경우처럼 수십 년 된 장년층 부부가 아니었다.

이런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건 역시……. 남편의 무관심을 첫째로 들 수 있었다. 

부인이 자신에게 무슨 요리를 해주든 그냥 먹을 수만 있으면 그냥 먹을 수 있는 경우였다. 설혹 그것이 맛없든, 맛있든 말이다. 아니면 정말로 부인이 차려주는 식사가 맛있어서 주말마다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희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같이 밤늦게 집에 들어오고, 다른 여자와 바람까지 난 남자다. 그런 남자가 부인이 해준 밥이 맛있다고 주말마다 꼬박꼬박 챙겨먹을 것 같진 않았다.

 

“……남편 분이 정말로 무뚝뚝하군요.”

“괜찮아요.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거든요.”

 

애써 기운차게 말해보는 부인이지만, 내 눈에는 그저 슬프게만 보일 뿐이었다.

 

“괜찮긴요. 이건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일입니다.”

“그, 그런가요?”

“그럼요! 예나 씨는 부부가 가장 많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거실 아닐까요?”

“아니요, 틀렸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엔 거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부부가 보는 건, 텔레비전이고 대화는 주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이야기들뿐입니다. 자기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죠.”

“아…….”

“부부가 마주 앉아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는 주로 식탁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서 남편 분이 단순히 무뚝뚝하단 이유로 예나 씨까지 익숙해져버리시면 안 됩니다. 계속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야지요.”

 

이런 내 말에 부인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주억였다. 이를 본 나는 재차 말을 이었다.

 

“……예나 씨가 생각하시기에 어떠세요? 밥을 먹을 때, 남편 분과 자주 이야기를 하십니까?”

“아뇨……. 거의,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아요. 그냥 밥만 먹어요.” 

 

서글픈 목소리가 부인의 입술을 통해 조용히 빠져나왔다.

 

“그냥 밥만 먹고 일어섭니까?”

“네…….”

“문제군요. 이건 분명히 고쳐야 될 문제입니다.”

“어떻게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인이 간절한 목소리로 내게 애원했다. 해답을 가르쳐달라고 말이다.

 

“밥을 먹을 때, 예나 씨가 적극적으로 나가는 겁니다.”

“적극적으로요?”

“네, 적극적으로요. 다른 말로 하면 애교를 부리라는 겁니다. 그럼 분명 남편 분도 마음을 열어주실 겁니다.”

 

이러한 내 설명에도 불구하고 부인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애교를 부리면……. 그 이가 좋아할 걸요?”

“당연하죠.”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하지만 어떻게요?”

“간단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서……. 밥을 직접 먹여준다던가, 식사 도중에 발로 남편 분의 다리를 살살 문지르며 유혹하는 겁니다.”

“네? 다, 다리를요?”

 

이 말에 부인은 심히 당황한 듯이 얼굴을 붉혔다.

 

“그렇게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라면 당연히 하는 행위니까요. 물론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예나 씨처럼 매력적인 미인이 해주는 애교라면 그 어떤 남자라도 좋아할 겁니다.”

“그, 그런가요?”

 

쉽게 믿겨지지가 않는 모양인지, 어슴푸레한 목소리로 물음을 던지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물론이고말고요. 자신감을 좀 더 가져보세요! 아니, 아예 이럴 게 아니라……. 직접 한번 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네? 해보다니요?”

“발로 제 다리를 툭툭 건드리는 겁니다. 애무하듯이 문질러도 좋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은 양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여긴……. 식당이잖아요.”

“식탁 아래가 식탁보로 가려져 있어서 아무도 눈치 채지 못 할 겁니다.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부인을 안심시키며 내가 재촉하자, 그녀는 잠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이내 용기를 낸 듯이 허리를 숙여 신발을 벗은 뒤에 살구색 스타킹에 감싸여있는 발로 내 다리를 슥슥 문질렀다. 때때로 바지 밑단이 걷어 올려져, 부인의 발이 내 피부를 직접적으로 닿기도 했다. 이 때, 미끈거리는 스타킹의 감촉이 내 기분을 한없이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이거 생각보다……. 참기 힘든데?’

 

잠시나마 억제했던 성욕이 부인의 애무에 왈칵 솟구쳐 오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어김없이 내보였다. 덕분에 내 물건은 당장에라도 폭발할 듯이 한껏 발기되어 식탁 아래에서 연신 껄떡대고 있었다.

 

“어, 어떤가요? 세현 씨?”

 

긴장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나를 힐끔 쳐다보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잘 하시네요. 그런 식으로 하시면 됩니다.”

“그런가요?”

“물론입니다. 이 정도면 남편 분도 홀라당 넘어가실 겁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정말이고말고요. 남편 분께서도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

“하지만……. 하아, 자신은 없지만 노력은 한번 해볼게요. 모처럼 세현 씨가 이렇게 도움을 주셨는걸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여 나도 모르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의자를 바짝 앞으로 당긴 뒤에 부인의 발이 내 다리 사이에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한껏 발기한 남근이 부인의 발바닥에 맞닿으며 아찔한 쾌감을 만들어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미인에게 발로 밟힌다는 게, 이토록 기분 좋은 일일 줄은 몰랐다.

 

“세, 세현 씨……?”

 

당황한 부인이 황급히 발을 빼내려하자, 나는 재빨리 손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작은 발을 꽉 하고 붙잡았다.

 

“느껴지십니까? 이게 다 예나 씨께서 하신 일입니다.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지세요. 예나 씨는 충분히 매력적인 여자입니다.”

 

그리고는 발기한 남근을 부인의 발바닥에 바짝 대고서 슬슬 문지르자, 부인의 얼굴이 눈에 확 들어올 만큼 새빨갛게 물들었다. 심지어도 귀까지도 붉었다. 

 

“걱정 마세요. 아무도 눈치 채지 못 할 겁니다.”

 

이 말에 부인은 재차 주위를 확인하고는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안심하란 듯이 부드럽게 미소 지어보인 나는 부인의 발목을 살살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느껴지십니까?”

“느, 느껴져요…….”

 

이러한 내 물음에 부인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이 대답에 만족한 나는 발기한 남근에 힘을 주어 거세게 네다섯 번쯤 껄떡이도록 만든 뒤에 재차 물음을 던졌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제게 한번 말해보세요.”

“네? 여, 여기서요? 하지만 여긴……. 식당 안인데…….”

“어차피 듣지 못 할 겁니다. 그러니까 용기를 내보세요. 아니면 혹시 제가 싫으신 겁니까?”

 

연이은 내 질문에 부인은 고개를 가로 저어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여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부인의 손을 붙잡고 말았다. 이에 당황한 부인이 흠칫 몸을 떨었지만, 이내 적응한 모양인지 어깨에 힘을 빼고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약간 물기가 어린 눈동자, 그 검고 짙은 눈동자를 한번 바라본 나는 빙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예나 씨, 말해보세요. 지금 느낌이 어떻습니까?”

 

이런 내 질문에 부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검은색 눈동자를 이리저리 배회시켰다. 그러다 곧 옅은 다홍색의 보드라운 입술을 오물거리며 수줍은 기색이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의 기분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자꾸, 자꾸만 세현 씨의 것이 발에 닿아서…….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나 큰 게, 어제……. 그, 그러니까 세현 씨하고 했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아서……. 두근두근 댄다고 해야 하나……. 아아, 제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바지 위를 연신 문지르는 부인의 발바닥에 내 남근이 당장에라도 뛰쳐나오고 싶다는 듯이 껄떡거려 왔다. 얼마나 용을 쓰는지 바지에 뒤덮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껏 발기되어 그 모양을 선명하게 드러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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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흥분되지 않습니까?”

 

이리 물으며 부인의 손을 꽉 하고 붙잡자, 부인은 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다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다급히 소리쳐 말해보지만, 그 말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부인은 확실하게 흥분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내 남근에 닿아있는 부인의 발이 다섯 개의 발가락을 연신 꼬무락거리며 어쩔 줄 몰라해하고 있었다. 

귀여운 발버둥이었다.

 

“정말로요?”

 

나는 내 손에 잡혀있는 부인의 부드러운 손등을 마치 애무하듯이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재차 물었다. 그리고 이런 내 손길에 부인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서 내게 애원했다.

 

“세, 세현 씨……. 이러시면 안 돼요. 여긴 식당이니까……. 그러니까…….”

“물론 이런 곳에서는 안 되지요.”

 

곤란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횡설수설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인의 말에 동조해주었다. 실제로 식당 안에서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건,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다. 

공연음란죄로 끌려가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한 나는 잠시 뒤로 물러나,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 남근이 바지 밖으로 뛰쳐나와 그 훌륭한 자태를 마음껏 뽐냈다. 물론 어디까지나 식탁 아래에서였지만 말이다. 이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다. 

부인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세, 세현 씨……!”

 

부인의 발바닥에 맞닿고 있는 선명한 감각이 지금 내 남근이 바지 밖으로 나와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뚝 선 남근이 마치 어리광을 피우듯이 위아래로 껄떡이며 부인의 발바닥을 툭툭 두드리자, 부인은 눈에 확 뜨일 만큼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술을 포갰다. 이에 나는 부인을 진정시키고자,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진정하세요. 예나 씨만 조용히 하고 있으면,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 그렇지만…….”

 

좀처럼 내 말에 수긍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좀 더 그녀의 손을 꽉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남편 분과 좀 더 사이가 좋아지고 싶지 않으십니까?”

“…….”

“자, 용기를 내보세요.”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은 잠시 고민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내 결심한 듯이 발바닥으로 내 남근을 지긋이 짓눌렀다.

 

“아!”

 

이 자극에 흥분한 내 남근이 크게 껄떡이며 몸집을 키우자, 부인의 입술 사이로 놀란 탄성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변에 있던 식당 손님 중에 몇몇이 부인을 흘겨보자, 부인은 그제야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급히 자기 입을 양 손으로 가리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부끄러움과 수치심, 그리고 남들 몰래 음란한 짓을 하고 있다는 배덕감이 부인의 전신을 엄습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자태를 감상하다가 이윽고 태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태연하게 행동하세요. 남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습니까?”

“하, 하지만……. 너무 놀라서……. 죄송해요.”

 

부인은 아랫입술을 곱씹으며 애써 냉정함을 되찾아보려 했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이 제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인지, 부인의 표정이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묘한 얼굴로 변해버렸다.

그 표정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데, 돌연 부인의 목 안쪽으로부터 뜨거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아.”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숨결이 부인의 심경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곤란하지만 즐겁다. 남들에게 언제 들킬지도 모르는 이 아슬아슬한 상황이 너무나도 즐겁다. 자신의 발에 닿아있는 내 남근을 가지고 노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 부인의 음란함이 조금씩 눈을 뜨려하고 있었다. 

나는 부인에게 이 놀이의 즐거움을 확실하게 알려주고자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제 걸 더 세게 밟아보세요.”

“더, 더 세게요?”

“네, 있는 힘껏요.”

 

나는 조곤조곤한 어조로 부인을 타이르며 부추겼다. 그리고 이런 타이름과 동시에 부인의 발 아래 짓밟혀 있는 남근이 연신 껄떡거리며 힘찬 맥동을 보여주었다. 어서 빨리 자기를 밟아달라면서 말이다. 보다 강한 자극을 갈구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되나요?”

 

그리고 이런 내 부추김에 부인은 조심스럽게 내 남근을 짓밟았다. 비록 있는 힘껏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특히나 굴곡진 부인의 발바닥이 내 남근과 마찰하면서 나를 기분 좋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신음성을 꾹 참으며 입을 열었다.

 

“좀 더 세게 밟으셔도 됩니다.”

“그, 그러면 세현 씨가……. 아플 것 같은데…….”

 

망설이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다시금 부인의 손을 꽉 하고 붙잡아주며 안도시켜주었다.

 

“너무 세면 제가 그만하라고 말할 테니, 걱정 마세요.”

 

이런 내 말이 부인을 안심시켜준 모양인지, 부인은 한동안 내 손에 잡혀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용기를 낸 듯한 얼굴을 하고서 발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꾸욱하고 내 남근을 밟기 시작했다.

서서히 압박해오는 발바닥의 감촉에 나는 무심코 신음성을 토해내었다.

 

“아, 아프면 바로 말해주세요.”

 

이 말과 함께 내 남근에 가해지는 압박이 한층 더 강해졌다. 스타킹을 신고 있는 발바닥의 매끈한 감촉이 내 남근에 착 달라붙고, 다섯 개의 발바닥은 잔뜩 오므라든 채로 귀두를 집요하게 문질러대고 있었다.

너무나도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만약에 여기가 식당이 아니라 집 안이었다면 당장에 부인을 덮쳐서 이런 발칙한 유혹을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엉망진창으로 범해선, 저 진한 분홍색의 입술로부터 ‘제발!’이란 소리가 나올 때까지 질 내에 정액을 가득 채워줄 것이다.

 

‘윽.’

 

머릿속으로 부인을 엉망진창으로 범하는 상상까지 하자, 사정감이 한계까지 치밀어 올랐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기분 좋았다. 결국 나는 사정감을 억누르지 못 하고, 폭발하듯 사정을 하며 부인의 발을 정액으로 더럽혔다.

 

“꺅!”

 

갑작스레 자신의 발에 뜨거운 정액이 끼얹어지자, 부인은 그만 소스라치는 비명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부인의 행동에 마침 주변을 지나고 있던 종업원이 다급히 다가와 부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손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이처럼 종업원이 질문을 던지자, 부인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 채 어버버하며 내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이에 나는 태연하게 종업원에게 물티슈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간단히 무마시켰다.

그 후, 종업원이 가져다 준 물티슈로 내 남근과 정액으로 더럽혀진 그녀의 발을 깨끗하게 닦아낸 나는 짐짓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부인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왔다.

 

“…….”

 

식당을 나온 뒤에도 쉽사리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 모양인지, 부인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채 부끄러워하기만 했다. 그 모습이 분명 사랑스럽긴 했지만, 언제까지고 계속 이런 식으로 부끄러워하기만 해서는 이쪽이 곤란했다.

나는 부인을 다독여주고자, 근처에 보이는 공원 쪽으로 손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잠깐 공원에 들렸다가 갈까요?”

“공원이요?”

“네, 소화도 시킬 겸……. 아무래도 서른이 다 되어가다 보니, 조금만 운동을 게을리 해도 금방 뱃살이 나오더라고요.”

 

라며 내가 오른손으로 배를 두드리자, 부인 또한 자그맣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저도 세현 씨처럼 금방 살이 찌더라고요. 역시 아줌마라서 그런 걸까요?”

 

라면서 내 말에 동조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기겁했다. 세상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여인을 두고 누가 감히 아줌마라고 부르겠는가? 당장에 대학생 새내기들도 예나 씨 앞에만 서면 주눅 들어서 도망치기 일수 일 것이다. 

그 만큼 부인은 아름다웠다.

 

“……아참! 그러고 보니 고맙다는 인사도 못 했네요. 오늘 점심 맛있게 잘 먹었어요, 세현 씨.”

 

고개를 꾸벅 숙이며 내게 인사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 또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그 후, 고개를 드는데 문득 부인이 멍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왜 그러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네? 아뇨, 그게…….”

 

이런 내 물음에 어쩔 줄 몰라해하며 우물쭈물 거리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한 걸음 더 부인 쪽으로 다가서며 재차 입을 열었다.

 

“아니면 식당 안에 뭐 놓고 온 거라고 있으십니까?”

“아니에요. 그건……. 그게 입가에…….”

“제 입가요?”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내 시선을 피하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부인은 이내 내 입술을 힐끔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딱히 눈에 뜨이는 건 아닌데, 입가에 뭐가 좀 묻어서……. 이런 거, 지적당하면 역시 기분 나쁘시죠?”

 

배려심이 지나치다 못 해, 철철 흘러넘칠 지경이었다. 

나는 새삼 부인의 고운 심성에 감탄하고 말았다. 

 

“기분 나쁘다니요? 전혀요.”

“그래도……. 다들 이런 지적을 받으면 불쾌해하더라고요. 제가 너무 민감하게 군다면서…….”

 

여기서 부인이 말하는 다들이란 분명 다른 여성들을 지칭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실제로 자기보다 예쁜 여성에게 이런 식의 지적을 받는다면, 자신의 무안함을 감추고자 다짜고짜 화부터 낼 것이다. 물론 정말로 친하다면 그런 무안함도 없겠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부인에게 정말로 친한 친구가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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