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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제 12 화

부인함락 제 12 화

 

“흘러넘쳐버렸군요.”

 

이리 말하며 질 밖으로 새어나온 정액을 손가락으로 훑어 부인에게 보여주자, 그녀는 더더욱 황홀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몸을 경련시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인은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예나 씨.”

“하지만 저……. 혹시라도 저 정액이 우리 아이를 만들어 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너무 아까워요.”

 

부인은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 깔며, 낯빛을 어둡게 만들었다. 그 모습에서 부인이 얼마나 아이를 가지고 싶어해하는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기분 좋은 일만 생각하세요.”

 

이 말과 함께 부인을 다독여준 나는 그녀의 뺨을 살살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이런 내 물음에 부인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검은색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기분 좋아요. 뱃속에 꽉 차서……. 하으, 이렇게 세현 씨의 품에 안겨있으니까 너무 행복해요. 솔직히 말해서 이런 기분……. 처음 느껴 봐요. 다른 사람한테 안겨있다는 게, 이렇게나 행복한 건지……. 처음 알았어요.” 

 

부인의 입가에 수줍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부인의 미소에는 꾸밈이 없었다. 이 여자라면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만큼 말이다. 그저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이 기분은 곧 부인을 어서 빨리 임신시키고 싶단 내 욕심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부인의 질 내에 삽입되어 있는 남근이 어서 빨리 또 사정을 하고 싶단 듯이 힘차게 껄떡이며 한풀 꺾였던 기세를 되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내 남근이 힘차게 껄떡일 때마다 부인의 신체 또한 크게 들썩이며 쾌감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남편이죠.”

“후아! 아아……. 맞아요. 세현 씨는……. 제 남편이에요. 후후……. 얼른 아이 가지고 싶어요. 세현 씨를 쏙 빼닮은 남자아이였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몽롱한 표정을 짓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방긋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좀 더 노력해야겠군요.”

“네?”

“확실하게 임신하려면 이렇게…….”

 

나는 말끝을 늘리며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찌걱거리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내 남근이 질의 주름들을 문지르며 확실하게 안쪽을 향해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읏! 뭐, 뭘 하려는 건가요?”

 

이런 부인의 질문에 나는 허리의 움직임을 보다 빠르게 하며 말문을 열었다.

 

“제가 싼 정액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밀어주고 있는 겁니다.”

“미, 밀어 넣어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해주면 좀 더 아이를 가질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사실인양 말하는 건, 조금이라도 더 부인의 몸을 즐기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혹시 아는가? 이렇게 함으로서 부인이 정말로 임신하게 될지 말이다. 

나는 애액과 정액으로 질척거리는 부인의 질 내를 몇 번이고 남근으로 찔러대며 절정의 여운을 즐겼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남근으로 찔러댈 때마다 부인은 움찔움찔 몸을 떨며 질 내를 경련시켰다. 특히 부인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결이 터져 나올 때면 피부가 쩌릿쩌릿 거려왔다.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나는 부드러운 질 내의 감각을 마음껏 맛보고는 차츰 그 움직임을 완만하게 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기회를 보아 사정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남근을 스륵 뽑아내었다.

 

“흐응! 아……. 후우, 아……. 잠깐, 하윽!”

 

이렇듯 내가 남근을 뽑아내자, 부인의 질 내로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백색의 탁한 정액들이 꾸물거리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 안 돼요. 전부 나와 버려서…….”

 

그걸 본 부인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서둘러 하복부에 꽉 힘을 주었다. 그러나 이미 대량의 정액이 질 밖으로 흘러넘쳐 나와 버린 뒤였기에 부인의 음부 바로 밑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형성 되어, 시트에 스며든 정액이 희뿌연 자국을 만들어버렸다.

 

“죄, 죄송해요. 세현 씨가 기껏 밀어주셨는데……. 하으, 아까워라.”

“너무 아까워하지 마세요. 어차피 기회가 이번 한번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리 말한 나는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저는 그 남자처럼 체력이 약한 것도 아니니까요.”

“아, 그러면…….”

“그러니까 걱정마세요. 오늘은 제가 확실하게 책임지고 예나 씨를 임신시켜드릴 테니까요.”

“아!”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올려다보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한껏 발기해 있는 남근을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아앗 하고 작게 탄성을 내뱉으며 양 볼을 발그레 붉혔다.

 

“……그보다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이렇게 제가 안에 싸드리니까요.”

 

이 물음에 부인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절정 이후, 조금 냉정하게 된 머리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부렸던 치태를 떠올리게 만들어버린 탓일 것이다. 이에 부인은 잠시 어쩔 줄 몰라해하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입술을 벌려 말을 뽑아내었다.

 

“세현 씨의 자지에서 정액이 나온 순간……. 그 순간, 온 세상이 갑자기 새하얗게 물들어버린 것만 같았어요.”

 

그리곤 재차 숨을 들이켠 부인은 황홀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뱃속이 뜨거워지더니……. 부글부글하고, 뭔가가 꽉 차면서 퍼지는 느낌이……. 정말, 정말로 뭐라고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해서……. 이제까지 이런 것도 모르고 살았던 제가 정말로……. 한심해요. 이렇게나 기분 좋은 걸 놔두고서……. 저, 그래서 생각했어요. 계속…….”

“계속, 어떤?”

 

내가 부인의 말을 재촉하자, 그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다음 말을 이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세현 씨와 섹스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요. 다른 건 하나도 필요 없어요. 세현 씨만 제 곁에 있어준다면 틀림없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부인은 다급히 내 손을 꽉 하고 붙잡았다.

 

“……저 앞으로도 계속, 계속 할 수 있는 거 맞죠? 세현 씨와 계속…….”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며 물음을 던지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다정하기 짝이 없는 미소 지어보이며 화답해주었다.

 

“물론이죠. 앞으로 쭉 저는 예나 씨 곁에만 있을 겁니다.”

 

이러한 내 대답에 부인은 급기야 눈물을 터트렸다.

 

“아아, 믿겨지지가 않아요. 정말이지, 저……. 이제까지 도대체 뭘 하고 살았던 건지……. 제 자신이 너무나도 바보처럼 느껴져요.”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며 흐느끼는 부인의 모습에 나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 했다.

솔직히 말해서 부인처럼 아름다운 여성이 남편에게 매일 같이 구박만 받으면서 살 이유가 하등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인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었다. 남편과 아이에게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게 살아도 될 만큼 부인은 더없이 매력적인 여자였다.

 

“너무 그렇게 자기 자신을 자책하지 마세요.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한 번 실패한 제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요?”

 

눈물로 얼룩진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며 호소해 오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당연하지요! 예나 씨, 지금 행복하지 않습니까?”

“행복해요. 너무 행복해서……. 실감이 가지 않아요. 이게 혹시 꿈은 아닐까, 무서워요.”

“절대로 꿈이 아닙니다.”

 

나는 단호히 말했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부인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내게 재차 질문을 던졌다.

 

“세현 씨는 행복하나요? 저 같은 여자랑…….”

“행복합니다! 예나 씨하고 결혼할 수 있게 되어서요. 그러니까 저 같은 여자라는 소리는 하지 마세요. 예나 씨는 제게 있어서, 이 세상 그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답습니다.”

 

나는 부인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단호히 소리쳤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부인은 감동과 기쁨에 한데 뒤섞인 표정을 지어보이며 양 볼을 빨갛게 물들였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앗! 하는 소리와 함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세현 씨 부모님이……. 저를 받아주실까요? 저는 이미 한번 결혼했었는데…….”

“걱정 마세요. 요즘 이혼은 흠도 아닙니다. 게다가 예나 씨는 아직 나이도 젊고, 아이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나는 진심을 담아서, 단호히 말했다. 실제로 부인은 내 분에 넘칠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였다. 이혼녀라는 사실이 조금도 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아니, 오히려 이혼녀라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남편에게 실망해서 내게 넘어온 유부녀! 이 얼마나 매력적인 상황이란 말인가?

한 명의 남성으로서 우월감마저도 느끼고 있었다.

 

“정말로요?”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음을 던지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보다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아주며 대답했다.

 

“네, 정말로요! 게다가 이렇게 예나 씨처럼 참하고 예쁜 여자가 며느리로 들어온다는데, 세상에 그 어떤 부모님이 싫어하겠습니까?”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은 사뭇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보…….”

“예나 씨는 아무런 걱정 말고, 저만 믿으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가르치듯이 상냥하게 설명해준 나는 부인의 음부 쪽으로 돌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애액과 정액으로 끈적끈적하게 젖어있는 음부가 만져졌다. 나는 그 세로의 균열을 슬슬 어루만지다가, 불현듯 질 내로 손가락의 끝을 밀어 넣었다.

 

“아, 하으! 여, 여보……?”

 

그 자극에 신음성을 터트리며 나를 부르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짓궂은 미소를 띠우며 음부를 좌우로 벌렸다.

 

“그나저나 어떻게 할래요, 예나 씨? 저는 지금이라도 바로 할 수 있는데요.”

 

그러면서 내가 재차 발기한 남근을 내보이자, 부인의 얼굴에 환희와 기쁨이 서렸다.

 

“아! 저도……. 저도 좀 더 하고 싶어요. 섹스……. 더 하고 싶어요.”

 

부끄러움에 뺨을 붉히면서도 가냘픈 목소리로 간절히 애원해오는 부인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섹스에 대해선 거의 잘 모르던 순진한 여자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섹스에 중독된 여인과도 같았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점이 또 부인의 매력이었다.

그리고 이 아이러니한 매력은 내 성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효력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재차 발기한 남근을 부인에게 과시하듯 흔들어보였고, 이에 부인은 쾌감에 녹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환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후아, 아……. 이렇게 또 커져서……. 굉장해요.”

“이게 다 예나 씨 덕분이죠. 만약에 예나 씨가 아니라 다른 여자였다면 절대로 이렇게 바로 하지 못 했을 겁니다.”

 

그 말과 함께 내가 부인 쪽으로 바짝 다가서자, 그녀는 얼른 다리를 좌우로 벌려 내가 편히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었다.

 

“세현 씨가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행복해요. 하윽!”

 

기뻐해하는 부인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나는 이 날, 몇 번이고 부인을 품에 안았다. 

완전히 내 물건에 길들여 놓아서, 내가 아닌 다른 남성으로는 절대로 만족할 수 없는 그런 몸으로 만들어놓을 생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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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세현 씨의 집에서요?”

 

부인과 함께 저녁 늦게까지 모텔에서 오붓하게 시간을 보낸 직후, 우리는 때늦은 식사를 하기 위해서 근사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물론 평소라면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있을 수 없었겠지만, 오늘부터는 달랐다. 

김 이혁, 그 남자와 갈라서기로 한 이상 구태여 서둘러서 집에 들어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어차피 오늘 집에 들어가 봤자 예나 씨 말고는 올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그럴 바엔 저희 집에서 지내세요.”

“하지만…….”

“제가 싫어서 그런 겁니다.”

 

나는 부인의 손을 꼬옥 붙잡아주며 말을 이었다.

 

“……예나 씨를 그런 집에 놔두는 게요.”

 

이런 내 말에 부인은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동시에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죄송해요…….”

“죄송하다고 하지 마세요. 남편인 제가 자기 마누라를 챙겨준다는 건데, 그게 무슨 미안한 일입니까?”

“그래도요.”

“그렇게 미안하면…….”

“미안하면……?”

 

부인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고자 일부러 말꼬리를 늘여놓자,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며 내 다음 말을 재촉했다. 이에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어보이며 다음 말을 내뱉어주었다.

 

“차라리 키스를 해주세요. 뺨에도 좋고, 입술에도 좋습니다. 좀 더 아래쪽에 해주면 더 좋고요.”

“세, 세현 씨……!”

 

이런 내 말에 부인은 얼굴을 확 붉히며 주변을 정신없이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늦은 시간이었기에 레스토랑 안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에 안심한 부인은 작게 숨을 내뱉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남들이 들었으면 어쩌려고요.”

“제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습니까? 그냥 제 목에 키스 좀 해달라는 거였는데요?”

 

그러면서 능청스럽게 어깨를 한 차례 으쓱여보이자, 부인은 양 손으로 자기 얼굴을 살짝 감싸며 민망하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 못됐어요.”

 

부인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오긴 했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엔 애정만이 가득 담겨있었다. 

완전히 사랑에 빠진 여성의 모습이었다.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부인의 손을 마치 애무하듯이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그러자 부인은 마치 은밀한 곳을 애무 받는 것처럼 입술을 파르르 떨며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분위기도 잠시, 레스토랑 종업원이 나타나면서 흐트러지고 말았다. 이에 나는 종업원이 식탁 위에 음식이 담겨져 있는 접시를 내려놓을 수 있도록 손을 치워주었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손을 거두자, 부인은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었다. 

아까 전에 모텔에서 그렇게나 해놓고도 말이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슬쩍 부인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앗!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마치 못된 장난을 치다 걸린 아이처럼 어쩔 줄 몰래하는 부인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당장에 이쪽으로 잡아당겨 남들이 보든 말든 상관 않고 부인과 섹스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이 욕망을 꾹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배고플 텐데, 어서 먹죠.”

“아, 네.”

 

얼른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 부인은 접시에 담겨져 있는 고기를 나이프로 썰어 한 입에 쏙 넣었다.

 

“……음, 맛있어요.”

 

다행히도 입맛에 맞았던 모양인지, 부인은 작은 탄성과 함께 무척이나 행복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더불어 허기도 졌었던 모양인지,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고기를 썰어먹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고기를 오물거리며 씹다가 마지막에 꿀꺽 삼킬 때면, 그 모습이 마치 내 정액을 삼키던 부인의 모습과 겹치면서 재차 발기할 것만 같았다.

 

‘나도 참 중증이군.’

 

혀를 내두른 나는 부인을 따라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슬 배가 찼을 무렵, 나는 부인에게 이런저런 화제를 던졌다. 물론 이 이야기의 주된 화제는 결혼에 관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지금 부인의 머릿속에는 나와 하게 될 결혼에 대한 것들로 가득 차 있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이런 내 추측대로 부인은 식사를 하는 내내 환한 미소를 띠우며 결혼에 대한 이야기만 쏟아내었다. 

 

‘즐거워 보이네.’

 

나는 만족한 미소를 띠워 보이며 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슬슬 식사가 끝나갈 때쯤, 부인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이리 말한 부인은 종종 걸음으로 화장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살랑살랑 예쁘게 흔들리는 흑발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점점 멀어지는 부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결국 욕정을 참지 못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잠깐이라면 괜찮겠지.’

 

음흉하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부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 후, 나는 부인이 볼일을 다 보고 나올 때까지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볼일을 마친 모양인지 한결 개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화장실 문을 여는 부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보?”

 

부인이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부인을 도로 화장실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앗? 저, 저기…….”

“싫으면 밀쳐내도 좋습니다.”

 

이리 말한 직후, 나는 부인과 함께 비어있는 변기 칸 안으로 들어갔다.

 

“안 돼요, 여보. 하으, 이런데서 이러면…….”

 

싫다며 나를 밀쳐낼 줄 알았던 부인은 의외로 저항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인 또한 흥분되는 모양인지, 목소리가 살짝 갈라져 있었다. 물론 부인은 그녀 나름대로 안 된다며 나를 엄하게 꾸짖고 있었지만 말이다.

 

“……앗!”

 

하지만 내 손이 부인의 커다란 가슴을 강하게 움켜쥔 순간 그 목소리는 금세 수그러들고 말았다.

 

“흐읏! 아아……. 그, 그럼 빨리 끝내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흐읍!”

 

부인은 최대한 신음성을 억누르며 움찔움찔 몸을 떨어대었다. 그 순종적인 태도가 나를 흥분시켰다. 이 얼마나 순종적인 부인이라는 말인가?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조금이라도 화를 낼 줄 알았다. 아니면 나를 어떻게든 달래며 장소를 옮기자고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부인은 이런 내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며 어떻게든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사랑스런 여자란 말인가? 결코 미워할 수가 없다. 이번 생에 이어서 다음 생에서도 내 아내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하앙!”

 

아래에서 받쳐주듯이 가슴을 움켜쥐자, 부인의 입술 사이로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만약에 화장실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면 단번에 들켰을 것이다.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지는 부인의 가슴을 몇 번이고 문지르며 괴롭혔다.

 

“……후읏, 하아. 아앗!”

 

거듭된 자극에 부인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숨을 헐떡였다. 이에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부인의 윗옷을 위로 걷어내었다. 그러자 곧 브래지어에 가려져 있는 부인의 커다란 가슴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멋진 광경에 잠시 탄성을 내뱉던 나는 브래지어마저 위로 걷어내었다.

 

“여, 여보…….”

 

부인의 입술 사이로 두려움에 젖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혹시라도 들키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다른 사람 몰래 한다는 흥분감이 분명하게 서려있었다. 그리고 이 행동이 마치 내 남근을 조르는 것만 같았다.

어서 빨리 자기를 범해달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화장실에서 하는 섹스가 싫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환영하는 쪽이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는 않을까, 최대한 숨을 죽여가면서 몰래 하는 섹스! 그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매력적인 상황을 놔두고서 구태여 거절하는 이유는 바로 부인의 몸이 좀 더 안달이 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짓궂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부인의 유두를 입술로 살짝 깨물었다.

 

“힉!”

 

유두를 깨문 순간 부인의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교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인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양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불안감에 떠는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누가 듣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화장실 안에는 오직 우리 두 사람뿐이었다.

 

“……하아, 하아……. 아앗! 흐으, 안 돼요. 소리가 나와 버려서…….”

“여기서 더 크게 소리를 냈다가는 밖에까지 들릴 겁니다.”

 

이리 말한 나는 부인의 유두를 혀끝으로 쿡쿡 찔렀다. 그러자 날카롭게 선 유두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움찔움찔 떨었다. 

나는 말랑거리는 유두를 입술로 물고 빨며 몇 번이고 맛을 보았다. 그리고 이 자극에 부인은 간드러지는 신음성을 내뱉으며 경련했다.

 

“아, 아아앗……. 후아아, 아! 아, 안돼요. 흐으읏, 그렇게 하면…….”

“조금만 더 참으세요.”

“하지만 더는……. 아, 후아아앗……!”

 

내 말대로 어떻게든 신음성을 참아보려고 노력해보지만, 결국 부인은 날카로운 신음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신음성이 거의 끝나갈 때쯤, 덜컹 소리와 함께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히잇!”

 

그 소리를 들은 부인은 새된 비명소리를 내뱉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동시에 어떻게든 신음성을 억눌러보려는 듯이 두 손으로 자기 입을 꽉 하고 감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좀 더 노골적으로 부인의 가슴을 빨았다.

 

“……읍! 으읏, 응……. 아아, 읏.”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신음성을 참고 있는 부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흥분감이 날로 치솟았다. 게다가 옆 칸에서는 소변을 보기 시작한 모양인지, 쪼르르르 하고 변기물 위로 소변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흐읏, 응……. 아읏.”

 

시간이 갈수록 부인의 몸이 한층 더 격렬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부인의 다리가 부들부들 떠는 게 느껴졌다. 슬슬 절정에 달하려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왼손으로 부인의 유두를 비비며 괴롭혔다.

 

“……세, 세현 씨……. 흐읏, 안돼요……. 정말로 목소리가 나와 버려서……. 흐읏, 그만…….”

 

부인의 목소리가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옆 칸에선 볼일을 마친 모양인지, 물을 내린 뒤에 변기칸 밖으로 나갔다.

 

“아아아…….”

 

절정의 전조를 알리는 신음성이 들려왔다. 그걸 느낀 나는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이 밖으로 나갈 때까지 기다린 뒤에 덜컹 소리와 함께 완전히 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부인의 유두를 강하게 문지르며 절정을 유도했다.

 

“……하으읏!! 아앗! 햐으응! 아앙!”

 

이윽고 절정에 달한 부인은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인지, 부인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려고 했다. 이에 나는 재빨리 부인의 몸을 붙잡아, 바닥에 주저앉지 않도록 해주었다.

 

“하아, 하아.”

“어때요? 기분 좋죠?”

“조, 좋긴 좋았지만……. 하으, 부끄러워요.”

 

부인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귀여운 소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부인의 가슴을 깨끗하게 닦아내어준 뒤에 함께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이 때, 화장실 문 앞에서 어느 남성과 마주치는 바람에 부인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부인을 차분히 다독여준 뒤에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

 

∴ ∵ ∴ ∵ ∴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제일 먼저 옆자리를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부인이 밤중에 깨서 몰래 방을 빠져나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당황해하며 벌떡 일어나는 추태는 부리지 않았지만, 그 일련의 행동에 다급함이 서리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

 

그렇게 내 옆자리를 살펴본 순간, 새근거리며 여전히 잠에 취해있는 부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나는 부인이 혹시라도 깨지 않도록 조심히 몸을 빼어 침대를 빠져나왔다.

 

‘하긴 어젯밤에 그렇게나 괴롭혀댔는데, 일어날 수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겠지.’

 

이리 생각한 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어젯밤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 집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눕기가 무섭게 부인을 몇 번이고 연달아 탐했다. 탐하고, 탐해서 자궁은 물론이고 새하얀 피부에까지 내 정액이 스며들 정도로 흠씬 뿌려주었었다. 

내 생에 가장 행복하고 보람찼던 밤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사정을 했으니, 십중팔구 내 아이를 가졌을 게 분명했다. 설혹 임신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오늘부터 계속 며칠이고 몇 번이고 안아주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내 입장에선 그러는 편이 더 나을 수도…….

 

‘부인과 나 사이의 아이라…….’

 

이러한 생각에 한 차례 콧노래를 흥얼거린 나는 곧장 옷을 차려입고는 부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메모 하나를 적어 잘 보이는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괜히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가, 부인에게 불안감을 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부인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마음은 한시 바삐 부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유가 없었다. 일분일초가 아깝다. 서둘러 부모님에게 결혼을 허락받아, 부인과 식을 올려 어엿한 내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아무튼 그런 관계로 나는 서둘러 외출 준비를 마친 뒤에 집을 나왔다.

 

0042 / 0052 ----------------------------------------------

[부인함락]

 

“날씨가 좋네.”

 

복도에 나있는 창문을 통해 바깥 날씨를 확인한 나는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리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 후,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 나는 거기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타고 곧장 부모님이 사시는 집으로 향했다.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기도 하니, 다들 집에 있을 게 분명했다. 

물론 점심 이후에 일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이른 아침이라면 분명 다들 집에 있을 게 틀림없었다. 이러한 생각에 나는 한층 더 속도를 내어 주택가로 들어섰다. 그리고 거기서 낯익은 저택을 발견한 나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 그 앞에 주차했다.

 

“일 년만인가…….”

 

이제와 생각해보니 집을 나온 지도 어느덧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형은 그 사이에 결혼도 하고 회사를 이어받을 준비도 착실히 한 것에 비해, 나는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며 고작 작은 회사 하나를 꾸렸을 뿐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지금 소유하고 있는 회사도 순수하게 내 힘만으로 세운 것이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아버지가 도와주셨기에 이 정도로 성장한 거지……. 그마저도 없었다면 진작 파산했거나 입에 간신히 풀칠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젠 뭐 상관없지만.’

 

이러한 생각에 차에서 내린 나는 곧장 차임벨을 눌렀다. 그러자 인터폰 너머로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누군지를 묻는 여성의 목소리에 내 이름을 대자, 그녀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깜짝 놀란 목소리로 이리 말했다.

 

“도련님?”

 

이리 말하는 것을 보니, 지금 인터폰을 잡고 있는 여성이 내 형의 아내……. 즉, 형수 되는 사람인가보다. 이러한 생각에 점잖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서 문을 열어 달라하려는데, 별안간 툭 하고 인터폰이 끊어졌다.

 

“……?”

 

이 당혹스런 상황에 할 말을 잃는데, 돌연 집 문이 열리더니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여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죄송해요. 반년 만에 보게 되는 도련님이라……. 이왕이면 직접 마중 나오고 싶었거든요.”

 

형의 결혼식 이후로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던 형수를 이렇게 반 년 만에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된 나는 짐짓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형수님. 이렇게 직접 나와서 맞이해주시는데 죄송은요. 오히려 제가 감사할 일이죠.”

“감사라니요! 그렇지 않아요. 아무튼 어서 들어오세요. 다들 도련님을 보시면 기뻐해하실 거예요.”

 

그러면서 문을 열어준 형수는 무척이나 해맑게 웃어보였다. 동시에 크게 위아래로 출렁이는 가슴이 내 눈에 들어왔는데, 결혼식 당일에는 그것이 단순히 가슴 패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가슴 성형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형수는 부인과 같은 자연산이었다.

 

“도련님?”

 

가만 서있는 나를 이상하게 여긴 형수가 나를 부르자, 나는 서둘러 고개를 들어 올리며 답했다.

 

“아, 네. 가죠.”

 

이리 말한 나는 슬쩍 형수의 얼굴을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보기 드물 정도로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어디 모 기업의 사장 딸이라고 얼핏 들었었는데, 확실히 그 말이 확연하게 와 닿을 정도로 부잣집 아가씨의 모양새가 났다.

 

‘안 그런 줄 알았는데, 형도 여자 얼굴을 보는 건가.’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보다. 이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형수를 따라 집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다정히 차를 마시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습을 보아하니 아침 식사는 일찍이 마친 모양이었다.

 

“세현아!”

 

내가 집 안으로 발을 들이기가 무섭게 어머니가 나를 부르더니, 한걸음을 달려와 내 몸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마치 몇 년 만에 해후한 것 마냥 어머니는 감격에 겨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얼굴을 더듬더듬 거리며 피부가 이게 다 뭐니? 부터 시작해서 밥은 잘 먹고 다닌 거야? 라는 말까지 줄줄 내뱉으셨다.

 

“녀석아, 전화 한 통도 없이 아침부터 뭘 대뜸 찾아온 거냐?”

 

이런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는 다짜고짜 내게 호통부터 치셨다.

 

“여보! 오랜만에 온 아들한테 무슨 소리에요? 세현아, 소식 없이 와도 좋으니까 집에 좀 자주 들어와.”

 

이에 버럭 소리치신 어머니는 나를 끌고 소파에 앉혀주셨다. 이렇게 소파에 앉게 된 나는 오랜만에 마주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을 한 차례 번갈아 보곤 오랜만에 가족과 만난 해후를 느낄 새도 없이 서둘러 이야기를 꺼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워낙에 급한 일이다보니 미리 연락을 드리지 못 했습니다.”

“급한 일?”

“네, 사실……. 저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아버지는 물론이고 어머니까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셨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만에 불숙 찾아온 아들이 한다는 말이 결혼 이야기다. 놀랄 만도 한 이야기였다. 이에 나는 어느새 형수가 가져다 준 차를 한 모금을 마시곤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전에 아버지가 말씀하신대로 형을 도와 회사를 이끌어 가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운영하는 회사는 정리하고요.”

“그게 정말이냐?”

 

아버지는 내가 앞서 말한 결혼 이야기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물음을 던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집을 나온 것도 다 아버지가 나보고 형을 도와 회사를 이끌라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네. 저도 이제 한 여자의 남편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렇게만 살 수는 없겠더라고요.”

 

이 말에 아버지는 무척이나 흡족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하지만 이에 반해 어머니는 그다지 탐탁지 않아 해하는 표정을 짓고 계셨다. 그러고 보니 형의 신붓감도 어머니가 찾으셨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내 신붓감도 어머니가 진작 물색하고 계셨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무산되어버렸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실 거다.

 

“잘 생각했다. 그래, 며느리는 어느 집안사람이냐?”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별 다른 집안사람은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여자입니다.”

“그래?”

 

이러한 내 말에 아버지는 살짝 난색해하셨지만 차후 별다른 말은 하시지 않았다.

 

“아들! 그럼 이름하고 나이는 어떻게 되니? 학력은 어디고?”

“어머니, 지금 취조하시는 건 아니죠?”

 

내 물음에 어머니는 표정을 와락 찌푸리시더니 내 허벅지를 꼬집었다.

 

“바른대로 말해.”

 

그러면서 나를 보채는 어머니의 태도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부인에 대한 정보를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아들, 그렇게 안 봤는데 눈이 참 낮네.”

 

어머니는 여전히 이 결혼이 탐탁지 않은 모양인지 연신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내게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이 결혼에 반대하려는 듯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딱히 걸고 넘어갈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어느 정도 숨긴 것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이혼 여부라던가.

 

“어머니도 예나 씨를 보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실 겁니다.”

“말로만? 마음에 들려면 일단 얼굴부터 봐야하지 않겠어? 그래야지 마음에 들던가, 말던가 하지.”

 

이러한 어머니의 말에 허허 웃어 보인 나는 그대로 짐짓 일어날 채비를 했다.

 

“그럼 다음번에 데려오겠습니다.”

“벌써 가게?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려고?”

“아직 회사에 업무가 남아서요. 얼른 가봐야죠.”

“잠깐만! 엄마가 반찬거리 좀 싸줄게. 들고 가.”

 

이리 말한 어머니는 다급히 형수와 함께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로서 거실에는 아버지와 나, 단 둘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이 사실에 만족한 나는 몸을 아버지 쪽으로 돌려 다소 진지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버지, 따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또 있는 거냐?”

 

그러면서 은근히 호기심을 내비쳐 보이시는 아버지의 반응에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곤 다음 말을 이었다.

 

“이번에 저와 결혼할 예나 씨,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사실……. 이혼녀입니다.”

“허참.”

 

이 말에 아버지는 의외로 놀란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그저 담담하게 헛웃음을 터트리며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인석아! 네가 일부러 내게 따로 말하는 이유로 그런 것 말고 또 뭐가 있겠냐?”

 

이러한 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어머니 몰래 이야기 할 만한 거라면……. 역시 상대가 이혼녀라는 것 정도 밖에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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