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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제 10 화

부인함락 제 10 화

 

‘어서 빨리 주말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간절한 바람과 함께 나는 이틀 동안 회사를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민영과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전달받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내가 원하던 대로 김 이혁, 그 남자는 동창회의 존재를 새까맣게 잊은 듯이 민영과 함께 주말을 보내기로 덜컥 약속까지 해버렸다.

덕분에 동창회 바로 전날인 금요일 밤에 이들 부부는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게 되었다. 

물론 언성을 높여 싸운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편 쪽의 대응이었고, 부인은 거의 울먹이며 호소하는 편이었다. 

 

‘일이 바쁜 걸 어쩌라는 거야? 그럼 나보고 일을 나가지 말란 거야?’

‘하지만 여보……. 이건 며칠 전부터 약속했던 건데, 갑자기 이렇게 바꾸면…….’

‘시끄러워! 그 놈의 동창회, 동창회! 그렇게나 좋으면 당신 혼자서나 나가!’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여보.’

‘그 놈의 여보 소리! 에잇, 이놈의 지긋지긋한 집구석!’

 

이리 소리친 부인의 남편은 쿵 소리와 문을 박차고 대뜸 집을 나가버렸다. 

방귀 뀐 놈이 성을 낸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결국 집 안에 홀로 남겨져 버린 부인은 서러움에 울음을 크게 터트렸다. 참으로 안타깝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부인을 찾아가 위로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나는 부인의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고픈 마음을 애써 꾹 억누르며 벽에서 귀를 떼어내었다. 그리고는 내 계획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고자 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시간에 자기가 웬일이야? 전화도 다 하고.]

“김 이혁, 그 남자가 방금 집을 나갔어.”

[그래서?]

“지금 바로 전화해서, 그 남자 좀 붙잡고 있어봐.”

[지금 바로?]

“그래, 지금 바로. 값은 제대로 치러 줄 테니까.”

[알았어.]

 

민영은 이런 내 부탁을 군말 없이 받아주었다.

 

‘됐군.’

 

이로서 부인의 남편이 다시 집으로 되돌아갈 일은 전혀 없었다.

그 말은 즉, 이 시간부로 부인은 쭉 혼자라는 소리였다. 물론 내일 있을 동창회에 나가기 위해서 집을 나설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부인이 동창회에 나가던, 나가지 않던 간에 내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될 테니 말이다.

 

∴ ∵ ∴ ∵ ∴

 

이튿날 아침, 나는 계획대로 외출 준비를 마친 뒤에 벽에 귀를 바짝 대고서 부인의 댁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연신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부인 혼자서라도 동창회에 나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 생각에 나는 다시 한 번 더 옷차림을 살펴보곤 부인이 현관문을 열고 나갈 시점에 맞춰서 나 또한 문을 열고 나갔다.

 

“아, 세현 씨?”

 

그렇게 내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던 부인이 다소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불렀다. 

삼일 만에 다시 보게 된 부인의 안색은 무척이나 어두워보였다. 어젯밤 내내 흐느껴 울었던 모양인지 눈가는 빨갛게 부어있었고, 뒤로 한데 묶어서 내린 검은색 머리카락에선 윤기가 흐르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피부도 창백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인의 미색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런 부인의 피폐한 모습이 퇴폐적인 매력으로 변모해있었다. 놀랄만큼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삼일 전에 내가 사준 옷이었다. 그 날 보았을 때도 잘 어울렸지만, 이렇게 정성껏 치장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설렜다.

만약에 이대로 부인이 혼자서 동창회에 나간다면 분명 수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 틀림없었다.

 

“안녕하세요. 그나저나 남편 분은 아직 나오지 않으신 겁니까?”

 

이런 내 물음에 부인은 침울하게 가라앉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뇨, 동창회는……. 저 혼자서 가게 됐어요.”

“아니, 왜요?”

“그 이가 다니는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겼거든요.”

 

라면서 애써 미소를 지어보려는 부인이었지만 여간 실망한 게 아닌 모양인지, 그 모습이 너무나도 가련해보였다.

 

“그럼 집에서 좀 쉬시지, 뭐 하러 동창회에 가시겠다는 겁니까?”

“저도 그러곤 싶지만……. 나가겠다고 약속까지 했는 걸요.”

“그런가요? 뭐, 그렇다면 제가 차로 동창회 모임 장소까지 태워다드리겠습니다.”

“네? 그러면 세현 씨한테 너무 실례가 되지 않나요?”

“실례라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내 다정한 속삭임에 부인은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말없이 다가가 부인의 몸을 끌어안아주었다.

그 후, 천천히 등을 쓸어내려준 나는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잡아주었다.

 

“……울지 마세요, 예나 씨.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우는 예나 씨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죄, 죄송해요..”

 

그러면서 눈물을 훌쩍이는 부인의 태도에 소리 없이 웃어 보인 나는 그대로 그녀를 데리고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 후, 내 차에 부인을 태운 나는 부인에게 동창회 장소를 물은 뒤에 차를 출발시켰다.

 

“그나저나 예나 씨.”

“네?”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예나 씨만 괜찮다면요.”

“어떤 거요……?”

 

살짝 말끝을 흐린 부인은 다소 궁금증을 표했다.

 

“지금, 남편 분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어떻게 생각하냐니요?”

“좋은가, 아니면 싫은가……. 그걸 묻는 겁니다.”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예전 같았다면 곧바로 좋다고 대답했겠지만, 어제의 일과 나하고 있었던 일 때문에 갈등하고만 것이다. 이 기색을 눈치 챈 나는 곁눈질로 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채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명백하게 갈등하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에선 남편이 좋지도, 싫지도 않다. 그것이 바로 부인의 입장이었다. 더불어 내게 있어선 두 번 다신 없을 호재였다.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저울대를 완전히 내 쪽으로 기울여버리기에 말이다.

 

“이런 말을 제가 해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어젯밤에 제가 예나 씨의 남편 분이 다른 여자와 만나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네?”

 

당연하게도 부인은 무척이나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내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어 번 눈을 깜빡여 보인 부인은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고개를 가로저어보였다.

 

“……그럴 리가 없어요. 세현 씨가 분명히 잘 못 보신 걸 거예요.”

“저도 처음에는 제가 잘 못 본 건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남편 분이었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네, 정말입니다. 게다가……. 이래선 안 되는 걸 알지만, 도저히 그냥 두고 넘어갈 수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남편 분의 뒤를 쫓아가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거기서 남편 분이 다른 여자와 함께 모텔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봤습니다. 사실 오늘 아침 일찍 집을 나온 것도, 예나 씨의 남편 분이 정말로 다른 여자를 만났던 건지 확인해보려고 그 모텔로 다시 가보려고 했던 겁니다.”

 

이리 말한 나는 차를 잠시 멈춰 세운 뒤에 부인에게 물었다.

 

“……예나 씨, 저하고 같이 확인해보러 가지 않겠습니까?”

“…….”

 

부인은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인은 눈가에 그렁그렁 맺혀있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입을 열었다.

 

“네……. 제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요.”

 

비록 목소리가 떨리고 있긴 했지만, 부인의 의사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전해져오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금 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부인이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한 눈에 보아도, 무척이나 힘겨워보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말이다. 이에 나는 부인을 다독여주고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걱정 마세요, 예나 씨. 분명 별 것 아닐 겁니다.”

“세현 씨, 저…….”

“제가 잘 못 본 것이길 바래야겠지요.”

 

라고 말한 나는 부인을 데리고서 무인 모텔 주차장 안으로 들어섰다. 

예전에도 몇 번 와보았기에 그다지 거리낌은 없었지만, 부인은 이런 나와는 다르게 모텔이 처음인 모양인지 무척이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낯선 건물의 지하 주차장이다. 심지어 자신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모텔의 지하 주차장……. 부인의 입장에선 다소 꺼려질 수밖에 없는 장소였다.

 

“다 왔습니다.”

 

이리 말하며 차 시동을 끄는데, 돌연 부인이 내 손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세, 세현 씨……. 정말로 여기가, 여기가 맞는 건가요?”

“네, 여기가 맞습니다.”

 

이리 대답한 직후, 나는 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 그게…….”

 

울먹이는 표정으로 잠시 말끝을 흐리던 부인은 이윽고 울음을 꾹 삼키며 덜덜 떠는 손으로 맞은편 차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손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자, 낯익은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부인의 남편 차량이다. 

심지어 차번호까지도 같으니 부정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진정하세요, 예나 씨. 아직 확인된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부인의 모습에 나는 다급히 그녀의 어깨를 잡아주며 다독였다.

 

“뭔가 우리가 알지 못 하는 속사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럴지도 몰라요. 우리가 오해한 것일지도…….”

 

그러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쌍의 남녀가 맞은편 차량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다정하게 팔짱까지 낀 두 남녀는 마치 우리에게 자신들의 애정을 과시하기라도 하듯이 스스럼없이 입맞춤까지 하고 있었다.

 

“……여보.”

 

남편의 외도를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 부인은 허탈해 하는 목소리로 자신의 남편을 불렀다. 그러나 차 안에서 부른 것이기에 그 목소리가 그에게 닿을 리가 없었다. 설혹 닿는다고 하더라도 그는 콧방귀만 뀔 것이다.

실제로 김 이혁, 저 남자는 서 민영에게 푹 빠져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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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

 

한순간 부인의 몸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이에 나는 다급히 그녀를 부축해주었다.

 

“예나 씨.”

“흐윽……. 흑…….”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그 사실이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인지, 부인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아니, 질리기만 했을까? 부인은 옥구슬과도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흐느껴 울기만 했다.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었다.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서, 부인을 다그쳤다.

 

“예나 씨,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당장 밖으로 나가서 따져야지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면서요.”

“뭐, 뭐를요? 뭘 더 따져보란 거예요? 저렇게……. 저렇게 다른 여자랑 모텔에서…….”

 

그러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재빨리 그녀의 몸을 일으켜 말했다.

 

“그럼 이대로 그냥 보낼 생각입니까?”

“그, 그럼 제가……. 제가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건데요?”

“뭘 해야 하긴요! 지금 당장 남편 분에게 가서 따지셔야죠. 그게 안 된다면 저 여자의 머리끄덩이라도 잡아당기던가요.”

 

이처럼 내가 크게 소리쳐 말하자, 그제야 부인도 자신이 뭘 해야 될지 깨달았다는 듯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차 밖으로 나갔다. 

그 후, 남편의 앞에 선 부인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보.”

“너, 너가 여길 어떻게……!”

“그 여자는 대체 누구예요? 당신……. 분명히 저한테는 회사에 일이 생겨서 출장이라고……. 꺅!”

 

그러나 부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편의 손이 날아와, 그녀의 뺨을 때렸다. 

이건 전혀 예상지도 못 한 일이었기에 나는 그만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갑자기 다짜고짜 손찌검이라니? 그것도 외도를 한 당사자가 말이다. 

설마 부인과 나 사이를 눈치 챈 건가? 이런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고 있는데, 돌연 김 이혁이 잔뜩 성난 말투로 언성을 높였다.

 

“너가 여길 어디라고 온 거야? 마누라가 말이야, 집에서 살림이나 할 것이지 남편의 뒤를 밟아? 아니지, 너 설마 딴 놈이랑 눈이 맞아서 여기 온 거 아냐? 그래놓고 괜히 나한테……. 하, 참 그 놈 얼굴이나 한번 보자!”

 

라며 내가 타고 있는 차 쪽으로 걸어오는 남편의 태도에 나는 그만 어처구니가 없어지고 말았다. 

뭐 저런 인간말종이 있다는 말인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차 밖으로 나가서 따지려는데, 돌연 부인이 남편의 앞을 가로막으며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상관없어요!”

“뭐? 그 사람? 지금 이게 뭐 하잔 짓이야!”

 

이처럼 부인이 앞을 가로막자, 그는 마치 부인의 약점이라도 잡은 사람처럼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재차 손을 올렸다. 또다시 부인에게 손찌검을 할 생각인 듯이 싶었다. 이에 나는 다급히 차 밖으로 나가, 그의 손이 부인의 뺨을 때리기 전에 붙잡아 막았다.

 

“그쯤에서 그만 두시죠, 김 이혁 씨.”

“오호라, 네 놈이 내 마누라랑 바람 난……. 어라, 이거 유 세현 씨 아닙니까?”

 

나를 알아본 그는 적잖게 당황한 모양인지, 말을 더듬더듬 거렸다.

 

“제가 예나 씨를 데리고 왔습니다. 어젯밤에 우연치 않게 저 여자가 김 이혁 씨의 차에 타는 걸 보게 되어서 말이죠.”

“어, 어떻게 당신이…….”

“정도가 지나치셨습니다. 저는 이런 걸 원해서 김 이혁 씨를 두둔한 게 아니었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그의 손목을 거의 내팽개치듯이 던지며 말을 이었다.

 

“……이럴 거면 아예 이혼 하십시오. 그게 두 분을 위해서라도 좋을 것 같네요.”

 

이러한 내 말에 일순 김 이혁 씨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리고는 곧 무언가 음험한 생각을 한 모양인지 환하게 웃어 보이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툭툭 건드리는 게 마치 더러운 쓰레기가 쓸고 지나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혼? 이혼 좋지! 그럼 유 세현 씨가 알아서 하십시오. 안 그래도 저도 이 지긋지긋한 결혼 생활을 끝내고 싶었으니까요!”

 

보란 듯이 크게 소리쳐 말한 그는 서 민영을 데리고서 자신의 차에 오르더니, 그대로 쌩 하니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버렸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쓰레기잖아.’

 

김 이혁의 말을 가만 들어보니, 그는 애초부터 부인과 이혼할 생각뿐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식으로 뻔뻔하게 나갈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내가 이혼이란 단어를 꺼내기가 무섭게 화색을 띄우기까지 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이, 이혼이라니요……. 저는 못 해요. 세현 씨, 저는 못 한다고요…….”

 

그 때, 옆에서 부인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충격을 많이 받은 모습이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부인은 근래에 보기 드문 여성이었다. 가정에 충실했으며, 남편을 위해 헌신할 줄도 알았다. 심지어 결혼 전까지 순결을 간직하고 있었을 만큼 정숙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이혼이라니? 어떤 의미에선 남편의 외도보다도 더 심각하게 다가왔을 게 틀림없었다.

 

“진정하세요, 예나 씨. 일단 진정하시고…….”

“어, 어떻게 진정해요? 그 이가 저보고 이혼을 하자고……. 아아, 그런…….”

 

그러면서 바닥에 주저앉으려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다급히 그녀를 두 팔로 받쳐주었다.

그 후, 어찌 해야 되나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왕지사 이렇게 된 김에……. 라는 생각으로 부인의 허리와 다리에 각각 팔을 끼워 넣어 몸을 들어올렸다.

 

“세, 세현 씨?”

 

그리고 이처럼 갑작스레 내 품에 안긴 채 들어올려진 부인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한 채, 그대로 부인과 함께 모텔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 간단히 방 값을 계산한 나는 여전히 부인을 품에 안은 채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대, 대체 여기에는 왜 들어온 거예요!”

“계속 지하 주차장에 있을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일단 여기에 앉으세요.”

 

이리 답한 나는 부인을 침대 위에 앉혔다.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낸 나는 그녀의 손에 쥐어주며 말을 이었다.

 

“……일단……. 제 멋대로 이혼 이야기를 꺼내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내가 고개 숙여 사과하자, 부인이 다급히 내 고개를 들어 올려주며 입을 열었다.

 

“아, 아니에요! 세현 씨 잘 못이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바보 같이 행동하는 바람에…….”

 

부인은 잠시 말끝을 늘리며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물병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곧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제 탓이에요. 그 이가 저보고 이혼하자고 한 건…….”

“아무리 그래도 먼저 이혼 이야기를 꺼낸 건, 제가 아닙니까? 그러니 제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세현 씨가 아니었으면, 전……. 계속 그 이한테 당하고만 있었을 거예요. 제가 왜 당하는 지도 모른 채……. 게다가 그 이가 바람을 피운 건, 제가 그 이의 마음을 잡지 못 해서니까……. 다 제 잘 못이에요.”

 

그러면서 모든 탓을 자신에게로 돌린다. 

외도를 한 남편에게 잘 못을 떠넘길 수도, 이혼 이야기를 꺼낸 내게 잘 못을 떠넘길 수도 있었건만 부인은 바보같이 자기 자신의 무능함만을 탓했다. 

지독할 정도로 자기희생적인 여성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예나 씨 탓이라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동안 남편 분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그 이가 바람을 피운 걸 보면, 전부 다 제가 모자라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

 

라고 말한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나는 서둘러 그녀의 몸을 끌어안아주며 다독여주었다.

 

“울지 마세요, 예나 씨.”

 

내 품 안에 안긴 부인은 여전히 흐느껴 우는 듯이 몸을 간헐적으로 떨었다. 그러다 고개를 살짝 든 그녀는 눈물로 범벅이 된 검은색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벌렸다.

 

“그 이가 이혼하자고 하면……. 저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요? 세현 씨, 제가 그 이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요?”

 

이러한 부인의 질문을 받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내밀어 부인의 입술을 덮쳤다. 그리곤 몇 번이고 그녀의 숨을 들이켠 나는 뺨에 얼룩져 있는 눈물 자국을 손으로 조심스레 닦아내주며 입을 열었다.

 

“돌리지 마세요.”

“세, 세현 씨…….”

“붙잡지도 마시고요.”

“하지만…….”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책임이라니요? 세현 씨가 왜…….”

“예나 씨의 남편과는 다르게 저는 예나 씨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이리 말한 나는 부인을 침대 위로 쓰러트리며 말을 이었다.

 

“……만약에 제가 싫다면 싫다고 말해주세요.”

“…….”

 

부인은 이런 내 행동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김 이혁, 그 남자가 이렇게까지 상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대답하지 못 하고 있었다.

이런 부인이 너무나도 바보 같으면서도 가엾었다. 또한 사랑스러웠다. 지금 당장에 내 품 안에 가둔 뒤에 내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었다. 그 남자 따위보다 내가 훨씬 더 좋다는 걸, 몸과 마음에 새겨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혼하세요, 예나 씨.”

“…….”

“그리고 저와 결혼합시다.”

 

이 말과 동시에 부인의 입술에 한 차례 입을 맞춰주자, 부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부인에게 나는 조용히 말을 건네주었다.

 

“……대답은요?”

“하, 하지만 전…….”

“쉿, 다른 말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대답만 해주세요.”

 

라고 말하며 또다시 입맞춤을 해주자, 드디어 내가 원하는 대답이 부인의 자그마한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네…….”

 

부인은 이 상황이 당혹스러우면서도 부끄러운 모양인지, 양 볼을 붉게 물들이며 조신하게 답했다.

불안과 기대가 한데 뒤섞여 있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면서 말이다.

 

“그럼 오늘부터 예나 씨는 제 아내가 되는 겁니다. 아시겠죠?”

 

내 물음에 부인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부인의 뺨과 어깨 그리고 좀 더 손을 아래로 내려 가슴과 허리, 엉덩이를 차례대로 어루만졌다.

 

“하아…….”

 

이런 내 손길에 부인은 뜨겁게 데워진 숨결을 토해내며 어깨를 살짝 떨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검은색 눈동자가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굳이 내가 말해주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지금부터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건지 어렴풋이 눈치 챈 모양이었다.

 

“……세현 씨.”

 

부인의 입술 사이로 애달픈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안에는 자신의 불안함을 달래고픈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렇다. 부인은 지금 내게 애원하고 있었다.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버린 남편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게, 자신의 불안함을 달래달라면서 말이다.

나는 이런 부인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고자 입을 열었다.

 

“오늘은 콘돔을 쓰지 않을 겁니다.”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네?”

 

부인은 무척이나 놀란 모양인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말의 의미를 깨달은 모양인지 눈동자를 파르르 떨며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콘돔 없이 섹스를 해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 남자는 애초부터 부인과 이혼하려고 했었다. 아이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겠지.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부인을 부드럽게 다독여주었다.

 

“제 아이를 가지더라도 괜찮죠?”

“제, 제가 세현 씨의 아이를…….”

 

부인은 말끝을 흐리며 몽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제가 정말로……. 낳아도 되는 걸까요?”

“낳기만 하겠습니까? 예나 씨를 최고로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은 기대와 흥분감을 버티지 못 하고 숨을 핫 하고 터트렸다.

 

“고마워요, 세현 씨.”

 

수줍은 목소리로 말한 부인은 그대로 내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주저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나도 행복하단 듯이 웃어 보이는 부인의 모습에선 더 이상 김 이혁, 그 남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완전히 넘어온 건가.’

 

나는 부인의 몸을 마주 안으며 만족감에 취했다.

 

“하아……. 세현 씨…….”

 

가쁜 숨소리와 함께 내 이름을 부르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옅게 웃으며 그대로 키스해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꽉 눌린 그녀의 가슴이 내 가슴에 맞닿는 동시에 내 등을 감사는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단연컨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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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부인의 몸을 좀 더 세게 끌어안자, 사람을 유혹하는 것만 같은 달콤한 향기가 풍겨져 왔다. 더불어 내 가슴팍에 닿아있는 부인의 커다란 가슴이 꽉 눌린 채로 내 마음을 세차게 두드렸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부인의 가슴은 정말로 훌륭하다. 

이 세상에 두 번 다신 나오지 않을 그런 매력적인 가슴이란 생각이 절로 들만큼 말이다.

나는 거듭 감탄하며 부인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세현 씨…….”

 

이런 내 행동에 부인은 흐물흐물 녹아내린 것만 같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좀 더 바짝 안겨왔다.

껴안은 그 육체는 부인의 마음속에 모여 있던 욕구를 드러내듯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렇게 세현 씨, 품에 안겨있으니까 너무 행복해요. 그냥 이렇게 끌어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이게 꿈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서워요. 정말……. 정말로 너무 무서울 정도로…… 행복해요.”

 

부인은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하고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내밀어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었다.

 

“흐으, 읍.”

 

작고 부드러운 입술이 천천히 숨을 들이켜며 내 입술을 덮었다. 그리고는 그렇게 몇 번이고 들뜬 숨을 토해내며, 내 입술을 혀로 핥은 부인은 만족스러운 듯이 수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요?”

 

라고 말한 부인은 내 입술을 재차 훔치며 말을 이었다.

 

“……세현 씨가 알려주세요.”

 

그러면서 나와 시선을 마주치는 부인의 행동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눈을 하고서 내 대답만을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한순간 넋을 잃어버릴 만큼 말이다.

 

“어서 말해줘요.”

 

재차 나를 보챈 부인은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한 다홍색을 띠고 있는 입술을 내밀어 내 입술을 덮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입술 표면에 부드러움이 한껏 퍼지더니, 곧 그것은 점막 간의 달콤한 접촉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부인의 혀가 내 혀를 부드럽게 내리 누르며 희롱하기 시작했다.

 

“흐으, 음.”

 

미끄러져 들어온 부인의 혀가 내 잇몸과 구강을 핥으며 마음껏 맛본다.

 

“후아. 아……. 하아. 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죠? 그렇죠, 세현 씨?”

 

혀끝으로 내 입술을 쿡 찌른 부인은 연신 내 대답을 재촉했다.

 

“행복해져도 됩니다. 예나 씨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니까요. 예나 씨는……. 제가 책임지고,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세현 씨…….”

 

이런 내 말에 부인은 감격한 표정을 띠우면서 환하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울먹이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는 세현 씨하곤 다르게 결혼도 했었는데……. 세현 씨, 부모님이 저를 좋게 봐주실까요?”

 

그러면서 불안해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재빨리 그녀를 다독여주며 입을 열었다.

 

“요즘 세상에 이혼이 무슨 대수입니까? 그런 건, 흠도 아닙니다.”

 

이리 말한 나는 부인의 기운을 한층 더 돋우어주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예나 씨, 나이가 많이 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게다가 제가 이렇게 예나 씨를 사랑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증거로…….”

 

잠시 말끝을 늘어트린 나는 살짝 몸을 일으켜, 한껏 발기 된 채로 고개를 우뚝 내밀고 있는 남근을 부인에게 보여주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바지에 가려져있는 상태이긴 했지만, 그 겉모습만 보고도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

 

부인은 짤막한 외마디 탄성을 터트리며 수줍게 웃음을 터트렸다. 

 

“예나 씨는 지금 어떠세요?”

“저, 저요?”

“네.”

 

이런 내 말에 부인은 한동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이윽고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저도 세현 씨를……. 사랑해요.”

 

부인의 수줍은 목소리가 내 귓가를 울렸다. 기분 좋은 울림. 이런 부인의 사랑스런 모습에 나는 희미하게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요?”

“세, 세현 씨하고…….”

“저하고?”

 

나는 부인의 다음 말을 보챘다. 그리고 이런 내 보챔에 부인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대답했다.

 

“섹스하고 싶어요.”

 

비록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진심 하나만큼은 내게 확실하게 와닿았다.

나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며, 부인의 블라우스 쪽으로 손을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이런 내 손길에 부인은 뜨겁게 달아오른 숨을 토해내며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인은 자기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단 듯이 내 셔츠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렇게 나는 부인의 옷을, 그리고 부인은 내 옷을……. 서로가 서로의 옷을 벗겨주기 시작했다.

 

“하아…….”

 

3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자, 우리는 완전히 나체가 된 채로 서로를 마주보게 되었다.

 

“그, 그렇게 빤히 쳐다보진 말아주세요.”

 

눈앞에 훤히 드러난 부인의 전라에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이전에도 몇 번 보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부인의 몸을 보니 감히 시선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특히나 방금 막 쪄낸 떡처럼 퍼져있는 부인의 커다란 가슴은 그 박력부터가 완전히 달랐다. 내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입 안 가득 군침이 절로 고였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군침을 꿀꺽 삼키며 부인을 내려다보았다.

가녀린 어깨와는 다르게 크게 풍만한 가슴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잘록한 허리와 농염미가 흘러넘치는 골반. 그 볼록 튀어나온 모습이 내 마음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 게다가 탄력 넘치는 허벅지와 그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우거진 음모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예나 씨만큼 몸이 예쁜 사람도 없을 겁니다.”

“아, 아니에요. 헬스장에만 가도 저보다 몸매 좋은 아가씨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아줌마 몸이 뭐가 좋다고…….”

“아줌마 몸이라니요? 예나 씨가 어딜 봐서 아줌마입니까? 그럼 저는 아저씨 몸입니까?”

 

라고 묻는 것과 동시에 내 시선이 부인의 몸을 위아래로 왕복했다. 머리꼭대기서부터 발가락까지. 그리고 이런 내 시선에 부인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래하며 몸을 베베 꼬았다. 양 손을 가슴 위에 가지런히 올려둔 채로 말이다.

역시 침대 위에서 부끄러워하는 미인의 모습은 언제 봐도 즐겁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리고 예나 씨가 예쁘다는 건, 진짜입니다.”

“고마워요, 세현 씨.”

 

이러한 내 칭찬에 기쁜 듯 웃어 보인 부인은 내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맙긴요.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인데요.”

“그래도…….”

“오히려 제가 고맙죠.”

 

이 말과 함께 부인의 목덜미에 입술을 맞추자, 일순 그녀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려오는 게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 작고 귀여운, 가녀린 아기 새와도 같다. 그래서 더더욱 내 것을 만들고 싶단 열망이 치솟았다.

 

“그럼 우린 서로……. 서로에게 고마운 거네요.”

 

그 때, 부인의 입술 사이로 이 말이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부인은 뭐가 그리도 부끄러운지 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그 행동이 순수한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나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며 커다란 가슴을 움켜쥐었다. 

 

“흐응.”

 

이런 내 갑작스런 손길에도 불구하고 부인은 별다른 저항 없이, 오히려 내 손길을 반기듯이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신체를 가볍게 전율시켰다.

그 후, 부인은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내 손을 꽉 부여잡으며 입을 열었다.

 

“후아, 앗……. 아아, 세현 씨가 이렇게 제 가슴을 움켜쥐고 있으니까…….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서, 펑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아요. 하아, 그 이가 만졌을 때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세현 씨가, 세현 씨만 이렇게 만지면 두근두근 거려서……. 세현 씨도 느껴지세요? 제 가슴이 두근두근 대는 게…….”

“네,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부인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내 손을 통해서 심장이 세차게 뛰고 있는 것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둘째 치더라도, 내 손에 잡혀있는 가슴이 너무나도 부드러워서 오히려 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나는 이 격한 흥분감을 해소하고자, 내 손에 쥐어져 있는 부인의 큰 가슴을 격하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후읏!”

 

이런 내 손길에 부인은 작게 신음성을 내뱉으며 몸을 벌벌 떨었다. 동시에 조금 아픈 모양인지, 이맛살을 찌푸리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이에 아차 싶어진 나는 손아귀에 힘을 풀어, 부인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맛살이 풀어지며, 부인의 입술 사이로 기분 좋은 교성이 새어나왔다.

 

“후아, 아……. 하으응! 아흥.”

 

부인의 아담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가슴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내가 주무르면 주무르는 대로 달라붙어왔다. 나는 다섯 손가락에 착 달라붙는 가슴의 감촉을 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부인의 가슴을 주물러대고 있는데, 불현듯 부인이 가쁘게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하읏, 아아……. 세, 세현 씨도 저처럼 두근거리나요?”

“물론이죠. 예나 씨도 한번 만져보실래요?”

 

이런 내 되물음에 부인은 대답 대신에 오른손을 들어 올려 내 가슴팍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아…….”

 

그렇게 부인의 손이 내 가슴에 맞닿은 순간, 부인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감탄성을 내뱉었다.

 

“어, 엄청 떨려요……. 세현 씨도 저처럼…….”

“예나 씨보다 제가 더 떨고 있을 겁니다.”

 

자신 있게 말한 나는 내 가슴을 만지고 있는 부인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가슴이 아닌 훨씬 더 아래쪽으로 끌어내려, 잔뜩 발기한 남근이 있는 쪽으로 부인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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