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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제 1 화

부인함락 제 1 화

 

불화(不和)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친구 간의 불화, 이성 간의 불화, 가족 간의 불화.

수많은 불화가 우리 주변을 떠돌아다닌다.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변만 한번 훑어보면 수많은 불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내 앞에 존재하는 벽 너머로 부부 간의 불화가 들려온다. 

 

“당신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냐?”

“하지만……!”

“나도 미치겠다고!”

 

바로 며칠 전에 옆집으로 이사 온 이들 부부는 이런 식으로 매일 같이 말다툼을 한다.

솔직히 말해서 별거 아닌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는 말다툼이다. 

 

일에 치여 밤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잔소리하는 아내, 그리고 그런 아내의 잔소리에 진절머리 치며 화를 내는 남편.

서로 간에 이해심이 부족한 탓에 일어난 불화.

그런 사소한 불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들 부부의 불화에 신경 쓰는 이유는 역시……. 부인이 상당한 미인이라는 데에서 기인할 수 있었다.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인상이 아니다. 

아주 보기 드문, 상당한 미모를 지닌 부인이다.

 

“이제 그만해!”

 

큰 소리로 화를 낸 남편이 쿵쿵 하고 발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부인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부인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벽 너머로 생생하게 들려온다.

 

‘부인의 외로움을 몰라주는 남편과 남편의 고충을 알아주지 않는 부인인가?’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이건 아주 보기 드문 훌륭한 기회였다. 무관심한 남편을 대신해서 미인 부인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말이다.

 

‘어떻게 해야 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일단 내게는 부인의 이웃이라는 훌륭한 이점이 존재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웃이란 존재는 솔직히 말해서 그 의미가 아주 희미하다. 

솔직히 말해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된지 오래다. 그러니 단지 이웃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인에게 접근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다. 

때문에 다른 무언가 더 좋은 수단이 필요했다.

가만히 곰곰이 생각해 보던 나는 요 며칠 간, 이들 부부를 관찰하며 얻은 정보를 적어둔 수첩을 들추어보았다. 

부인 쪽의 이름은 이 예나, 올해로 26세가 되었으며 현재 별다른 일 없이 전업 주부로 살고 있다. 그에 비해 남자 쪽은 30세의 김 이혁. 모 대기업의 엘리트 사원이었다. 이 기업의 이름을 대면 누구나 다 아! 하고 절로 감탄을 내뱉을 정도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역시 좋은 회사에 들어가야 이런 미인 부인을 얻는다는 건가. 

바야흐로 인생의 승리자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미인을 부인으로 두고 있으면서 밤마다 별다른 짓을 하지 않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부인이 처음 이사 온 날, 우리 집에 떡을 돌리기 위해 방문했을 때……. 나는 그 순간, 심장이 멎는 줄로만 알았다. 

난생처음 보는 미인이었다. 

아이돌이나 모델과 비교하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는 미인이었다. 그 정도로 부인은 상당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미인을 두고서 남편은 무슨 짓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밤마다 늦게 들어오며 허구한 날 부인과 말다툼을 했다. 심지어 주말이면 방에서 퍼질러 잠만 잤다. 드르렁거리는 코 고는 소리가 벽 너머로 뚜렷하게 들릴 정도로 말이다. 

참으로 한심한 남편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내가 부인의 남편이었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6시에 칼같이 퇴근을 해서 부인을 범하고 또 범했을 것이다. 저녁을 먹기 전에 한번 하고, 저녁을 먹고 나서 하고, 같이 목욕하면서 하고, 자기 전에 할 것이다. 그리고 아침마다 기상 펠라를 받으면서……. 아아, 나란 인간은 정말로 글러먹었다.

 

“후…….”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역시 망상뿐이다. 

그렇다, 나는 여느 평범한, 일탈을 꿈꾸는 현실의 남자일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일탈을 실행하기 위해서 저들 부부의 불화를 더 크게 들추어보려 하는 음흉한 사내이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내 계획이 제대로 될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시도조차 제대로 못 하고 막힐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구태여 이 계획을 세워놓은 건, 역시 부인을 내 것으로 만들어보자는 욕망이 컸기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역시 부인에게 접근을 하려면 남편과 먼저 친해져야겠지?”

 

더불어 남편의 이런저런 의심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이웃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낯선 남성이다. 

이틀 전에 우연을 가장해 마주친 다음에 여러 가지 이야기와 이름, 나이를 공유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타인은 타인이었다.

부인에게 접근해도 될 정도로 친근한 사이는 아니라는 뜻이다. 

자칫 잘 못 했다가 불륜으로 오해를 사서 몰매를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불필요한 의심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일단 남편 쪽과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이 생각에 나는 다음날 출근길에서 부인의 남편과 친분을 쌓은 만한 이야깃거리를 착실히 준비해두었다.

 

“응?”

 

그렇게 남편 쪽과 친분을 쌓을만한 이야깃거리를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벽 너머로 부인의 울음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가까이 벽에 귀를 가져다 대보니, 부인이 훌쩍훌쩍 코 울음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금세 그쳤군.’

 

평소보다 이르게 울음을 그쳤다. 

아무래도 부인도 이 일상에 슬슬 적응이 되어 가는 중인 모양이었다. 

매일 아침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서 서러움에 울음을 터트린다. 그러나 남편은 그런 부인을 나 몰라라 하며 홀로 출근길을 서두른다. 

참으로 야속한 아침 일상이다.

 

‘부인이 이 이상으로 일상에 무감각해지기 전에 서둘러야겠군.’

 

이런 일상에 부인이 수긍해 버리는 순간, 더 이상 불화는 일어나지 않을테니 말이다. 

애초에 불화의 원인은 남편 쪽이 제공한 것이었지만, 그 불화의 불씨를 당긴 것은 역시 부인의 잔소리다. 그런데 여기서 부인이 남편의 늦은 귀가에 수긍해 버린다면, 더 이상 이들 부부 간의 불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이건 이것대로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되어버린 순간 이들 부부의 갈등은 더 이상 내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서둘러 이들 부부 간의 불화에 간섭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들의 불화가 진정되지 않도록, 그러나 겉으로는 진정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야한다. 그러면 남편은 분명 나를 부부 간의 불화를 잠재워준 친절한 이웃이라 생각할 것이고, 부인은 어느새 내 여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남편 모르게지만 말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말이지.’

 

음흉하게 웃어 보인 나는 여전히 벽에 귀를 바짝 댄 채로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며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하려는 건가.’

 

달그락 달그락 하며 요란한 식기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아침 식사에 쓴 식기를 닦고 있는 모양이었다. 더불어 그 옆에는 커피에 쓸 물을 올린 주전자가 끓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부인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의 아침상을 차려주고는 출근 전에 잠시 다툰다, 

그 후 울음을 터트린 부인은 힘겨운 몸을 일으키고서 설거지를 하고 가볍게 커피를 마신다. 이게 바로 부인의 일상이었고, 몇몇 부분만 뺀다면 대다수의 부부들이 행하는 일상이었다.

 

“꺄악!”

 

그 순간, 날카로운 부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응?”

 

깜짝 놀란 나는 잠시 몸을 굳혔다가 이내 서둘러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부인 집의 도어락을 눌렀다. 비밀번호는 저번에 술 취한 남편이 누르는 것을 눈여겨 보아두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손쉽게 풀고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 후, 부엌 쪽으로 달려가 보니 주저앉은 채로 벌벌 떨고 있는 부인의 모습과 그 옆에 엎어져 있는 주전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괜찮습니까, 부인?”

 

놀란 내가 다급히 부인의 몸을 부축해주자, 그녀는 어떨떨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주전자가 엎어진 순간 쏟아진 뜨거운 물에 손등이 데인 모양인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 한 나는 재빨리 찬물을 튼 뒤에 부인의 손등을 식혀주었다. 

만약에 이런 고운 손등에 혹여나 화상자국이라도 생긴다면 그야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화상에 쓸만한 약이 있습니까? 아니면 구급상자 라도요.”

“아, 네……. 저기 서랍장 쪽에 구급상자가 들어있을 거예요.”

 

그 말과 동시에 부인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서랍장을 손으로 가리켜 보이자, 나는 서둘러 그 쪽으로 몸을 돌리며 부인에게 그대로 꼼짝도 하지 말라고 당부해두었다. 그러자 부인은 어떨떨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도 가만히 찬물에 손등을 식힌 채, 네 라고 고분이 대답해주었다.

 

“자, 손을 주세요.”

 

구급상자에서 화상에 쓸 연고와 붕대를 가져온 내가 이리 말하자, 부인은 얌전히 찬물에서 손을 떼어내며 내 쪽으로 자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찬물에서 손을 뗀 순간, 손등이 화끈거려 오는 모양인지 부인은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연신 손을 벌벌 떨었다.

하지만 그 찌푸린 표정마저도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인다. 아니, 어쩐지 더 괴롭혀주고 싶다는 사디스트 같은 기질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지금 당장 울며불며 어서 빨리 연고를 발라달라며 애원하는 부인의 자태를 감상하고 싶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그럴만한 상황이 되지 못 했다.

 

“일단 급한 대로.”

 

라고 말한 나는 수건을 대신 해서 윗옷으로 부인의 젖은 손을 닦아내어주었다. 그리고는 마음 속 깊이 이리 생각했다. 이 윗옷은 절대 빨지 않겠다고 말이다. 무려 미인의 손을 닦아낸 옷이다. 여성의 속옷과 비견해도 될 정도다. 

물론 급수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말이다.

 

“좀 따가울지도 모릅니다.”

“아, 네.”

 

다소 사무적인 목소리로 간결하게 말한 나는 부인의 고운 손을 단단히 잡은 뒤에 빨갛게 부어오른 손등에 화상 연고를 골고루 발라주었다.

 

“저기 그런데…….”

“네. 말씀하세요, 부인.”

 

그러면서 내가 고개를 들어 올려 부인을 바라보자, 그녀는 뭐가 그리도 부끄러운지 양 볼을 살짝 붉히며 내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인은 슬쩍 내 쪽으로 곁눈질 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떻게 저희 집에 들어오셨어요?”

“아, 제가 미처 그걸 말씀드리지 못 했군요. 죄송합니다, 워낙 경황이 없어서요.”

 

라고 말한 내가 황급히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부인은 크게 당황해하며 서둘러 내 고개를 일으켜주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는……! 덕분에 큰 도움도 받았고……. 다만 어떻게 저희 집에 들어오셨는지 그게 저는…….”

 

어쩔 줄 몰라해하며 횡설수설하는 부인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려 보인 나는 차분히 입을 열어 설명해주었다.

 

“잠깐 밖에 나갈 일이 생겨서 집을 나오던 중에 우연히 부인의 댁에서 비명 소리가 나는 걸 듣게 됐습니다. 물론 평상시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댁의 문이 열려있는 걸 보니 별의별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아, 그래서…….”

“네, 혹여나 도둑이나 강도가 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앞뒤 가리지 않고 댁에 들어오게 된 겁니다.”

 

이러한 내 설명에 부인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완전히 경계심을 푼 표정을 하고서 편안히 내게 손을 맡겼다. 덕분에 나는 내 손에 잡힌 부인의 고운 손결을 마음껏 맛보며 연고를 발라준다는 이유 하에 손등을 애무하듯 살살 어루만져주었다.

 

“그나저나 큰일을 겪게 되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아, 네……. 저도, 아, 그러니까…….”

 

내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모양인지, 잠시 당황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는 부인의 모습에 나는 짐짓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다시금 내 이름을 부인에게 알려주었다.

 

“유 세현입니다.”

“죄송해요, 세현 씨. 저번에도 가르쳐주셨는데……. 이번에는 꼭 기억할게요.”

 

무척이나 미안해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허허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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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괜찮습니다. 어차피 그 땐 그냥 지나치듯이 서로를 소개했을 뿐인데요. 그걸 다 기억하고 있는 편이 오히려 더 이상할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재차 부인을 다독여준 나는 연고를 조금 더 짜내어 부인의 손등에 발라주었다.

 

“아, 네……. 아무튼 세현 씨 덕분에 살았어요. 실수로 주전자를 엎어버리는 바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막막해지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세현 씨가 나타나서……. 정말로 뭐라 말해야 할지, 안도가 되더라고요.”

 

부드럽게 미소 짓는 부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절로 떨려왔다. 

이런 청초한 미인을 매일 아침 울게 만들다니, 남편에 대한 분노가 조금씩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렇게 부인을 방치해 둔 남편에 대해 약간의 감사함이 느껴졌다. 덕분에 내가 이렇게 스스럼없이 부인과 대화하며 연고를 발라주고 있지 않는가?

 

“그나저나 커피를 타려 하셨던 겁니까?”

 

내가 슬쩍 인스턴트커피 봉지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지자,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는 잠시 나를 올려다보던 부인은 곧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세현 씨도 드실래요?”

 

그 물음에 나는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일이었기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대답했다.

 

“주시면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이리 말한 직후, 나는 연고와 함께 가져온 붕대로 부인의 손등을 감싸주었다. 세심하게 꼼꼼히 붕대로 감싸준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어보이며 부인에게 물음을 던졌다.

 

“제가 너무 세게 묶지는 않았습니까?”

“아니요. 딱 이 정도가 좋아요.”

 

배시시 웃음을 터트린 부인은 마치 나를 새삼 새 사람 보듯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솜씨가 좋으시네요, 세현 씨는.”

“어렸을 때에 보이 스카웃을 좀 했거든요.”

“보이 스카웃……. 굉장히 오랜만에 듣네요.”

“그러게요. 옛날엔 학교에서 이런저런 활동들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에는 통 하지를 않죠.”

“맞아요. 그 땐 정말로 재밌었는데요.”

 

나 또한 부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기에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잠시 추억을 회상했다. 그리고 이런 내 반응에 부인은 무언가 나에게서 동질감을 얻은 모양인지, 한결 편해진 말투로 나를 대하며 거실에 가있으라 해주었다. 

그 후, 커피를 끓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부인의 행동에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이렇게 앉아있으니까 마치 내가 부인의 남편이 된 것만 같군.’

 

거실에 위치해 있는 소파에 앉아서 부인이 내올 커피를 기다리고 있으니, 마치 내가 이 집의 손님으로 온 것이 아닌 부인의 남편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착각이었다. 

혹여나 착각을 현실로 오인해 부인을 덮칠 수도 있었기에 나는 애써 현실을 일깨웠다.

 

“인스턴트 커피라 입에 맞을지는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부인이 가져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집이 참 아늑하군요. 같은 아파트인데도, 저희 집하고는 비교되네요.”

“그런가요? 후후.”

 

이런 내 칭찬에 그녀는 무척이나 기뻐해하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꾸며놓은 집을 다른 누군가에게 칭찬받는다는 것만큼 기쁜 일도 또 없겠지. 게다가 그녀의 직업은 전업 주부였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범위가 지극히 한정되어 있는 여성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시간이 남는 대로 집 안을 꾸밀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집을 누군가가 칭찬해준다면, 이유 불문하고 기뻐해야하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전업 주부라는 건, 의외로 타인과의 대화에 굶주리고 있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상대를 구하고 싶더라도, 대학 동창이나, 이웃집 사람으로 밖에 한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같은 경우에는 맞벌이를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부인과 같은 연령대의 여성은 모두 직장 일을 하느라 바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타인과의 대화에 점차 굶주리고 있었고, 그 굶주림을 해결하고자 나를 반긴 것일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나는 부인의 위기를 도와준 고마운 은인이기까지 않던가? 

부인에게 있어서 나는 그야말로 최적의 대화 상대임이 분명했다.

 

“빈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렇게 부인의 집을 보고 나니까, 저도 어서 빨리 장가를 가야되겠다는 생각이 물씬 들 정도인 걸요.”

 

이 말에 부인은 다소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세현 씨는 아직 미혼이신가 봐요?”

“네, 아직 좋은 사람을 찾지 못 해서 혼자서 생활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은 상당한 관심을 내비쳐 보였다. 

물론 그래봤자 어디까지나 이성으로서의 호감은 아니고, 자신이 아는 여성 중에 아직 미혼인 여성을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그런 류의 관심이었다. 전형적인 아줌마들의 지나친 관심이었다. 하지만 이런 미인이 이렇게나 관심을 가져주니 귀엽게만 느껴진다.

 

“세현 씨가 올해로 몇 살이라 하셨죠?”

“올해로 스물여섯입니다.”

“어머, 저랑 동갑이셨네요.”

 

자신과 내가 동년배라는 사실에 부인은 한층 더 큰 자신감이라도 얻은 모양인지, 몸을 살짝 내 쪽으로 기울이며 방긋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제 손에 들려있는 커피 잔을 한 차례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은근한 목소리로 내게 여러 여성 취향을 묻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인의 질문에 나는 당황해 하는 기색 하나 없이, 이미 지레 짐작하고 있었던 질문이었기에 나는 내 이상형의 모습을 부인에게 최대한 가깝게 해서 설명해주었다.

긴 생머리에 제법 풍만한 가슴, 그리고 이상적인 몸매. 거기다가 정숙함과 청초함이 느껴지는 미인이다. 

그야말로 부인의 모습이다.

 

“저기 그럼 세현 씨의 이상형은…….”

 

내 노골적인 설명에 부인은 양 볼을 살짝 붉히며 기뻐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묘한 기대감이 솟구친다. 여기서 말만 좀 더 유창해서 부인을 잘만 구슬려낸다면, 당장에 이 자리에서 부인과 뜨거운 잠자리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제 여동생인 것 같네요.”

“네?”

 

전혀 예상지도 못 한 부인의 답변에 내가 놀란 목소리로 되묻자, 그녀는 여전히 맑게 웃어 보이며 내 손을 꽉 하고 잡았다.

 

“한번 만나보지 않으시겠어요? 제가 언제 자리를 만들어드릴게요.”

 

확실히 부인의 여동생이라 한다면 안 봐도 꽤나 준수한 미인일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 여동생이 부인보다 더 미인일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섣불리 여기서 그러겠노라고 했다간 부인이 더 이상 나를 이성으로 봐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글쎄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러니 대답은 잠시 보류해두는 편이 좋았다.

 

“아, 그런가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혼자서 들떴죠.”

 

라며 미안해하는 기색을 내비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짐짓 너무 마음 쓰지 말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다 저를 위해서 부인께서 이리 해주신 걸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세현 씨는 참 마음이 넓으시네요.”

 

그렇게 말한 부인은 약간 묘한 여운을 남기며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그 모습에 나는 무언가 좋은 이야깃거리를 얻었다는 생각에 재빨리 입을 열어 부인에게 말을 걸었다.

 

“마치 부인의 남편 분은 그렇지 않다는 걸로 들리는군요.”

“네? 아, 그럴 리가요! 그런 일은…….”

 

내 말에 당황해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다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부인. 다 알고 있습니다.”

“다 알고 있다니요?”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침마다 부인과 남편 분이 서로 다투는 소리를 듣고 있거든요. 솔직히 이 아파트,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방음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조금만 시끄럽게 떠들어도 옆집에서 바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댁에서 다투는 소리를 조금 듣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내 설명에 부인은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죄송해요, 세현 씨. 아침마다 소란스러웠지요?”

“아닙니다. 아침마다 소란스러울 수도 있지요. 그보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에게 남편 분과 다투는 이유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다투는 이유를요?”

“네, 어디 한 번 속 시원하게 저에게 털어놓아 보세요. 그럼 한결 마음이 풀리실 겁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세현 씨에게……. 엄연히 남인데.”

 

그러면서 주저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짐짓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서로가 힘들 때, 돕는 게 바로 이웃의 정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편히 마음을 가지시고 저에게 이야기해보세요. 그렇게 마음속으로 혼자 끙끙 앓고 계시면 언젠가 속병이 나게 될 겁니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부인은 남편과 가정의 일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경청하며 맞장구치는 일에 전념했다.

 

“그 이와는…….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이도 언제나 제게 상냥하게 대해주고, 저도 그것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무리 일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명색에 신혼부부인데……. 너무 일에만 열중하니까, 제가 마치 가정부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자꾸만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조금만 시간을 내달라고 하니까, 그 사람이 자꾸만 화를 내서……. 저도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상냥하다고? 매일 아침마다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주말엔 잠만 퍼질러 자는 게 남편이 상냥하다니! 남편을 두둔하는 것에도 정도가 있었다. 내가 부인의 입장이었다면 벌써부터 남편에 대한 악담을 한 사발 쏟아내었을 것이다.

나는 부인의 고운 마음씨에 감탄하면서도 쓰게 혀를 찼다.

 

‘내가 부인의 남편이었다면 회사를 쉬면서까지 오붓한 시간을 보낼텐데.’

 

물론 어디까지나 침대 위에서 말이다. 

범하고, 범해서, 더 이상 시간을 내달라는 이야기를 못 할 때까지 말이다.

문득 침대 위에서 앙앙 울음을 터트리며 절정에 달하는 부인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확실히 남편의 태도가 심하긴 심하군요.”

“그렇지요?”

 

내 동조에 부인은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아무리 회사 일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아내를 방치하는 건 역시…….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해선 안 될 행동인 것 같습니다. 이건 분명하게 따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방치해 두면, 분명 나중에 부인께서 크게 후회할 날이 오게 될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요?”

“확실히 그 점이 문제가 되긴 하지요.”

 

솔직히 말해서 부인이 할 수 있는 대책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유일한 방법은 역시 대화인데, 그것마저도 남편이 일방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부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고작 해봐야 오늘 아침서처럼 말다툼을 하는 정도……. 하지만 보다시피 그 방법은 이미 효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 

오히려 불화를 더 심화시키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방법이 없는 건 또 아닙니다.”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굳이 문제점을 남편 쪽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 말은 지금 제게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요?”

 

라고 말한 부인은 제 무릎 위로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세현 씨가 생각하기에 제 문제점이 뭔가요?”

“괜찮겠습니까?”

“네, 괜찮아요. 제가 부족하다면 고쳐야지요.”

 

그야말로 헌신적인 아내의 자세를 보이며 절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그대로 감동을 먹고 말았다. 이런 여자가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까지도 남아있다니……. 재차 부인의 남편에 대한 질투심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좋습니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말과 동시에 내가 부인 쪽으로 몸을 돌리자, 꽤나 마음을 굳힌 모양인지 그녀는 작게 고개를 수긍하며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부인께선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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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부인께선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네?”

 

이런 말에 부인은 적잖게 당황한 모양인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쳐다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부인의 미모가 떨어진다거나 몸매가 뒤쳐진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부인의 속궁합이 남편 분과 잘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 말은 제게 밤일을 제대로 못 해서…….”

 

부인은 양 볼을 새빨갛게 붉히며 어쩔 줄 몰라해했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무언가 집히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제 추측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역시 남편 분이 밤늦게야 귀가하는 걸 보고 이리 생각을 한 겁니다.”

“그 이가 늦게 귀가하는 것과 밤일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요?”

“관계가 있지요. 보통 아내가 매력적이라고 한다면, 남자는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찍 귀가하려 합니다. 더구나 그것이 한창 때의 신혼부부라면 더더욱요.”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요?”

 

내게 도움을 구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담담하게 웃어 보이며 해결책을 내어주었다.

 

“간단합니다. 부인께서 밤일에 능숙해지면 됩니다. 옛날부터 그런 게 있지 않습니까? 왕의 첩실들이 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서 매일 같이 방중술을 다듬는 그런……. 물론 부인을 그런 첩실들에 비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부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이지요. 그러니 너무 불쾌해 하지 말아주세요.”

 

점차 표정이 어두워지는 부인의 모습에 당황한 내가 이리 말을 덧붙이자, 부인은 내가 오해했음을 깨닫고는 재빨리 고개를 좌우로 저어보였다. 

그 후, 부인은 착잡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걱정하는 건, 어떻게 해야 그런 쪽으로 익숙해질 수 있을지……. 그게 걱정 되서 그런 거였어요.”

 

이러한 부인의 말을 들은 나는 짐짓 안심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너무 그렇게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래 이런 건,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늘어나는 법이니까요. 물론 부인의 경우에는 이미 혼인한 상태이기 때문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 오로지 남편을 통해서만으로 한정되지만요. 그렇지 않나요?”

“네, 맞아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고요.”

“그러니 지금 부인께서 하실 수 있는 방법은 이전의 경험들을 되살려 스스로 다듬는 것뿐입니다.”

“이전의 경험……. 하지만 저…….”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난색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부인의 태도에 내가 의문을 갖고 물음을 던지자, 부인이 슬쩍 나를 올려다보며 부끄러운 듯이 수줍은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그 이와 혼인하기 전까지 처녀여서……. 제가 그렇게 경험이 많지 않아요.”

“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고 말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혼전순결이라니……! 그것도 이 정도의 미인이 말이다. 모든 남성들이 성욕을 잃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부인의 미모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도 유효하게 적용되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런 미인을 놔두고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쉬이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유감스럽게도 부인이 내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즉, 이 말은 사실이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혼전순결이라니……. 우습죠?”

 

스스로가 생각해도 우스꽝스러웠던 모양인지, 부인은 우울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말을 걸었다. 이에 나는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 대단하고 생각합니다.”

“그, 그런가요?”

“물론입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이리 말한 나는 부인을 한차례 다독여 준 뒤에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무튼 부인께서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니…….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걸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어떤 걸요?”

“그게……. 아, 아닙니다. 역시 그만두는 편이 좋겠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이르다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부인은 그녀 나름대로 상황이 급박했기에 필사적으로 내게 매달리며 어서 말해달라며 부추겼다.

 

“괜찮아요. 뭐든 물어봐주세요, 세현 씨.”

“하지만…….”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그 부추김에 나는 결국 양 손을 들어 올리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수음 행위를 얼마나 하십니까?”

“네? 수, 수음이라니요?”

 

내가 말한 단어의 뜻을 알아듣지 못 한 모양인지, 부인은 당혹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되물었다.

 

“자위 말입니다.”

 

울컥하고 치솟는 흥분을 가까스로 꾹 억누르며 최대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자위만으로도 어느 정도 능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실례를 무릎 쓰고 물은 겁니다.”

“그, 그렇군요.”

“아무튼 부인께선 주에 몇 번 정도 하십니까?”

 

이런 내 물음에 부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검은색 눈동자를 이리저리 배회시켰다. 

더불어 옅은 다홍색의 보드라운 입술이 연신 오물거리며, 요염한 광택을 내기 시작했다.

 

“자, 자위는……. 에, 그러니까, 그, 그……. 저는…….”

 

부인은 어떻게든 내 질문에 대답을 해보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하지 못 했다.

정확히는 한숨을 내뱉으며 수치심에 대답하지 못 한 것이다.

 

“힘들면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저 괜찮으니까…….”

 

숨을 들이켠 부인은 슬쩍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하나씩 쥐어보며 기억을 곰곰이 되짚어보더니, 이윽고 부끄러움이 가득 실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딱히 세어보지 않아서 정확하진 않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어쩔 땐 아주 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혼전순결을 이루어 낸 당사자답게 자위 횟수도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성에 대해선 아주 숙맥이라 해도 무방하겠네.’

 

만일에 부인의 남편이 처녀를 싫어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의 입장에선 부인을 데리고 밤일을 치른다는 게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을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부인은 성행위라는 것 자체를 이제 막 알기 시작한 여자였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이제 막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한 유아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신생아를 데리고서 밤일을 해야 한다니, 확실히 막막하기 그지없을 게 틀림없었다.

 

‘신혼 첫날밤에 꽤나 고생 좀 했겠군.’

 

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아내로 맡이 해서 첫날밤부터 고역을 치렀을 남편을 생각하니 쓴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부인의 겉모습만 보면 여러 남자 꽤나 울렸을 것 같은데 말이야.’ 

 

확실히 외양만 가지고 보았을 때, 부인은 여타 남성들로부터 꽤나 인기가 많았을 것 같은 외모다. 아니, 실제로도 많았을 것이다. 그 만큼 부인은 절로 눈이 돌아가는 미인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 정도의 미인이라면 분명 경험도 많을 거다……. 라는 게 보통 남성들의 인식이었다.

 

“확실히 횟수가 떨어지시네요.”

“그 정도인가요?”

“제가 여성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일주일에 적게는 두세 번, 많게는 네다섯 번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 그렇군요. 그럼 횟수를 늘려야 할까요?”

 

고개를 살짝 기울인 부인이 조심스레 물음을 던졌다.

 

“그러면 좋겠지만 무리해서 늘릴 필요는 또 없겠지요. 성욕도 없는데 무턱대고 한다고 해서 몸이 즐거워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 전 어떻게 해야 될까요?”

 

내게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오는 부인의 태도에 가슴이 벌컥벌컥 떨려온다.

 

‘저질러 볼까?’

 

다소 이르긴 했지만 이 정도 분위기라면 충분히 가능 할 것도 같았다.

 

“남편 분의 것을 애무해 보신 적은 있으십니까?”

“에, 네?”

 

이러한 내 질문에 부인은 당황해하며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대답해야만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머릿속에 새겨진 모양인지, 부인은 필사적으로 입술을 벌려 대답해주었다.

 

“……네. 애무해보았어요.”

“정말입니까?”

 

재차 확인하는 내 질문에 부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여 수긍해보였다.

다소 의외가 아닐 수 없었지만, 확실히 부부라면 응당 할 수 있는 행위였기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이런 미인 부인이 해주는 애무라니, 새삼 그녀의 남편이 부러워진다.

 

“그 이가 해달라고 해서……. 손과 입으로 몇 번…….”

“남편 분이 만족해하셨습니까?”

“…….”

 

별로 만족해하지 못 한 모양인지, 부인은 서글픈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곤란하군요.”

 

이 상황을 이리 평한 나는 부인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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