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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사 제 4 부

최면술사 제 4 부

 

-드르륵...! 

 

“Um...이제...뭘 하면되, 진우?” 

 

“아...!” 

 

내가 마리아교수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끽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새 내 앞에 앉은 교수님의 목소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음? 아! No, No, 괜...찮아” 

 

“하하, 다행이네요. 아, 뭘하면 되냐고 물으셨죠?” 

 

“응!” 

 

“별로 하실 건 없어요. 그냥 저한테 교수님의 고민을 말씀해 주시면 돼요.” 

 

“고...민...?” 

 

“아...!” 

 

확실히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뭔가를 상담 받는다는 것이 어색했는지 어색해하다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반문하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거...아무래도 안돼겠는걸...? 내가 아무리 최면으로 교수님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고 하지만 언어적 문제 때문에 효과가 별로 없겠어...!’

 

자고로 상담이라는 것은 받는 사람이나 들어주는 사람이나 마음이 편해야하고, 두 사람간의 유대감을 형성해 원활한 상담을 해야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언어적인 문제가 있어 교수님도 불편하고 나도 불편했다. 특히나 언어적인 차이는 자칫하면 상대의 말을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제가 더 심했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마리아 교수님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마리아교수님,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제 생각해서 잘 모르시는 한국어 쓰실 필요는 없어요.” 

 

“Really?” 

 

“예, 제가 회화능력이 뛰어나거든요.” 

 

“흐으음...!” 

 

그냥 편하게 영어로 말하라는 내 말에 나를 바라보며 ‘과연 네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이거 아무래도 못 믿는 눈치인데...? 하긴, 나라도 안 믿지 영어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고 강의시간에 맨날 딴전만 피우니...’ 

 

확실히 마리아교수님이 믿지 못할 만했다. 강의시간에 매일 딴 짓하기 일 수고, 성적도 안 좋으니까...하지만 그건 겉만 보고 판단한 것. 불면증에 걸린 나로서는 그 기나긴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이미 옛날 옛적에 영어를 마스터했다. 더불어 몇몇 언어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지 않을 뿐.

 결국 미심적은 표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동안 속여서 죄송해요. 교수님, 저 영어할 줄 알아요.” 

 

“.........?!”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능숙한 영어에 예쁜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 죄송해요...” 

 

“아,아냐 그,그럴 수도 있지. 근데 그동안 왜 숨긴거야? 진우, 너 그 정도 실력이면 내 강의를 안 들어도 되잖아 근데...왜...?” 

 

“아, 그거요? 그냥...평범하고 싶었달까...? 뭐, 그런 이유 때문에요. 외국 한번 가보지도 않고, 혼자서 독학한 학생이 능숙하게 영어를 쓰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거든요.”

 

“독학? 설마 너...!” 

 

‘이런...! 말이 헛 나왔군.’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놀란 기색이 역력하게 말하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오랜만에 마음 놓고 말을 했더니 말이 헛 나왔다. 

‘독학했다.’는 말에 ‘설마...!’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나는 난감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고, 교수님은 뭔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독학했다는 말...사실이야?” 

 

나를 향해 뭔가 기대어린 눈빛을 보내며 말하는 마리아교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영어가 아니라 불어(佛語)였다. 

 

‘이럴 줄 알았다...젠장!’ 

 

느닷없이 튀어나온 불어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야 했지만 그 뜻을 알 수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움찔! 해버렸고, 마리아교수님은 ‘이것봐라...?’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즉, 딱 걸렸다는 말이다.

 나는 그런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마리아교수님을 향해 대답했다. 불어로... 

 

“하아아...예, 독학했어요.” 

 

“세상에...!” 

 

“아,아 너무 그러지 마세요...그게 싫어서 숨기려고 한거니까요.” 

 

“아, 미안...!” 

 

내가 불어마저 능숙하게 사용하자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마리아교수님을 바라보며 힘없이 중얼거리자 교수님이 사과를 했다. 확실히 한국인보다 표정이 다양한 미국인이라서 인지 얼굴에 그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교수님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이고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하아아...뭐, 괜찮아요. 다만...” 

 

“비밀은 지킬게.” 

 

“감사합니다.” 

 

“후훗, 뭘 이런 걸 가지고...!”

 

 

<-- 16 회: 천사와 악마 그리고 인간... -->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말하며 나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약간의 손해가 있긴 했지만 어색했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어색한 한국말 대신 편하게 영어를 사용하며 그동안 마리아교수님에서 볼 수 없었던 활달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교수님을 향해 마주 웃어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후훗, 그나저나 어떻게 아신 거에요? 제가 영어 말고 다른 언어도 쓸 줄 안다는 걸?” 

 

“아, 그거? 뭐, 진우, 네가 네 입으로 언어능력이 뛰어나다고 말 한데다가, 평소와는 달리 미국인인 내가 들어도 같은 미국인인 줄 알 정도로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거랑, 독학했다는 말에 설마 했었지. 그 다음엔 뭐, 슬쩍 떠보니까 바로 넘어오던걸?”

 

“이런...당했네요...” 

 

“호홋,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아참! 그나저나 진우 너...몇개 국어나 할 줄 알아? 불어랑 영어 밖에 모르는 건 아니지? 그렇지?!” 

 

짧은 문답이 오가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다 알고 있으니까 어서말해!’라는 눈빛을 보내며 잔뜩 흥분한 교수님의 모습에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에효, 숨겨서 뭐하겠어요. 불어랑 영어 말고 다른 언어도 몇 개 알아요.” 

 

“몇개나 되...?!” 

 

“아,아...뭐, 방금 보신데로 불어, 영어...는 넘어가고 라틴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등등 총 15개 국어 정도?”

 

“마,맙소사...! 진우 너 천재구나?!” 

 

“하,하 천재는 무슨...! 그냥 언어능력이 조금 뛰어난 편이죠.” 

 

“그,그게 조금 뛰어난 편이면 엄청 뛰어난 정도는 어느 정돈데?!” 

 

“하하, 그게...그렇게 되나요?” 

 

총 15개 국어를 사용할 줄 안다는 말에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고는 입을 열었다. 

 

“저기...근데 저희가 이런 것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있는 게 아니잖아요, 교수님?” 

 

“아! 그렇지! 미,미안 너무 흥분해서 그만...”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나직하게 이야기하자 그제야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떠올린 마리아 교수님이 혀를 살짝 내밀며 귀엽게 웃어보였다. 나는 그런 교수님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하하,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나저나 교수님의 고민은 뭔가요?” 

 

“으음...” 

 

사소한(?) 에피소드가 끝나고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에서 본론을 꺼내자 마리아교수님이 살짝 고민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엄지손톱을 입에 물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많이 망설여지나 보다. 나는 그런 교수님의 모습에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약한 암시로 마리아교수님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신뢰감을 높이면서 말이다. 

 

“괜찮아요. 교수님 지금 여기서 저한테 한 말은 절대로 이야기 하지 않을 테니까,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리고 교수님도 제 비밀을 꼭 지켜주시고요...!”

 

“후훗, 그래, 그럼 진우를 믿고 마음 편히 이야기할게” 

 

“예, 교수님” 

 

암시의 효과인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자는 내 말 때문인지 한결 편안한 얼굴로 말문을 여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을 보며 나는 교수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은...진우, 너도 알다시피 내가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됐잖아? 그래서 한국말도 서툴고 같은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잘 적응도 못하겠고...” 

 

“..........” 

 

“학생들을 가르치긴 하는데 가끔씩 질문을 해올 때 대답해주면 내가 뭘 잘못 대답했는지 웃는 학생들도 있고, 꼭 내가 지나갈 때마다 누가 뒤에서 내 욕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교수생활하기가 많이 힘들어...고향 생각도 나고...”

 

“아...그러세요?” 

 

“으응, 게다가 한국에 특별히 아는 사람도 없어서 하숙집 같은데서 혼자 생활하는데 사람들이랑 말이 안 통하니까, 어쩔 때는 꼭 세상에 나 혼자만 버려진 듯한 기분이 들어서...”

 

“저런...미국에 계신가족이나 친구들이랑 통화라도 하시지요...” 

 

“으응? 아, 하긴 하는데...아무래도 다들 직장이 있고, 바쁘다보니까...특히나 교수라는 직업이 의외로 쉴 시간이 별로 없거든...게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거기는 한밤중이라 전화하기 미안하기도 하고...”

 

“으음...!” 

 

“그리고...” 

 

이야기하는 내내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어딘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이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나는 교수님의 이야기가 끊기지 않도록 맞장구를 쳐주거나 호응을 해주며 교수님의 상태를 진단했다. 솔직하게 전문지식이 없는 내가 진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내 소견으로는 교수님은 지금 가벼운 향수병과 업무부적응을 함께 겪고 있는 것 같다.

 홀로 타지에 들어와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생활하며, 외국인이라면 일단 피하고 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관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친구하나 만들 수 없었고, 그렇다고 고향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에게 연락하자니 엄청난 시차 때문에 연락하기 꺼려진다. 더군다나 언어적인 문제 덕분에 사소한 오해가 일어나거나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한다. 게다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온통 한국인이 다보니 교수님을 지나가며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교수님의 귀에는 알아듣기 어려운 외국어로 들릴 뿐이다. 그 덕분에 약간의 피해망상증도 겪는 듯했다.

 나는 그렇게 교수님의 고민과 이런저런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 정도 교수님의 상태를 파악했고, 교수님의 마음에 꽁꽁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한바탕 털어내고 후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자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떠세요...? 한결 마음이 편하시죠?” 

 

“으응? 응...!” 

 

“후훗,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미,미안해 진우야, 너무 내 얘기만 한 것 같아서...” 

 

“아...! 아니에요, 저 다른 사람이야기 들어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그러니...?” 

 

“예. 그보다...” 

 

너무 자기 이야기만 한 것 같다며 미안해하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을 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으음... 주제넘지만 교수님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말씀드릴게요.” 

 

“주,주제넘다니...오히려 이쪽에서 고맙지...! 이렇게 마음 편히 이야기한 것 얼마만인지 모르겠는 걸?” 

 

“하하하...그래요? 아무튼...현재 교수님의 고민을 해결해 줄 방법은 아무래도 친구...를 사귀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친구...?” 

 

친구를 사귀라는 내 말이 뜻밖이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에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예, 친구요. 그것도 교수님의 속마음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는 ‘베스트 프렌드’요. 지금 교수님은 홀로 타지 땅인 한국에서 생활 하시다보니 이런저런 고충이 많을 거에요.”

 

“으응...!” 

 

“때문에 교수님의 고충을 헤아려줄 수 있는 사람과 교수님을 위로해 줄 사람이 필요한 거죠. 아까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마음 놓고 이야기한 게 오랜만이라고 하셨죠?”

 

“응.” 

 

“후훗, 바로 그런 이유에요 인간은...아니 사람은 꽤나 감수성이 풍부한 동물이라 누군가에게 항상 위로받고 싶어 하고, 기대고 싶어 해요. 특히나 교수님처럼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을 더더욱이요. 하지만 교수님은 지금 타국에 와있기 때문에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혹은 지인이 없어서 그런 위로 같은 걸 받지 못했죠. 그래서 가슴속에 안 좋은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서 우울해지거나 괜히 다른 사람이 나 몰래 뒤에서 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에요.”

 

“그,그래...?” 

 

“예, 뭐, 사실 딱히 위로 받거나, 기대거나 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교수님이 저한테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한테 교수님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 중요한 거니까요. 지금 저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후련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처럼요.”

 

“아...!”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마리아교수님이 작은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 거리는 모습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건 좀 민감한 이야기지만...” 

 

“..........?” 

 

“이왕이면 남자친구를 만들어보세요. 그냥 친한 친구보다는 훨씬 더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는 쪽이 났거든요. 사람들은 말이나 행동으로 자신이 위로받고 있다, 관심 받고 있다, 보호받고 있다라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대화와 함께 그...육체적인 접촉이 가능한 쪽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보실 수 있거든요. 뭐, 그것도 우선적으로 교수님의 마음에 들어야겠지만요.”

 

“으음...! 자,잘 알았어. 진우야. 그리고...고마워...!” 

 

육체적인 접촉이라는 대목에서 얼굴을 발그레하게 물들인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나는 그런 교수님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이고는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핫, 뭘요...! 뭐 정 그러시면 나중에 밥이나 한번 사주세요. 맛있는 걸로.” 

 

“알았어, 나중에 밥 한번 사줄게...!” 

 

“감사합니다. 교수님! 자, 그럼...오늘 상담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상담사 ‘강진우’였습니다.” 

 

“푸훗! 고마웠어요. 상담사님, 전 마리아, 마리아 가든이에요.” 

 

나중에 밥 한번 사달라는 말에 피식 웃으며 흔쾌히 대답하는 마리아교수님에게 익살스럽게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하자 교수님이 웃음을 터뜨리며 악수를 받아들였다.

 나는 그렇게 뜻밖의 인연을 받아들였다. 마리아 가든이라는 인연을...

 

 

<-- 17 회: 천사와 악마 그리고 인간... -->

 

“고민이 생기면 언제든지 진우한테 찾아갈게...!” 

 

“하하하, 그러세요. 마리아교수님, 교수님 같은 미인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랍니다.” 

 

“어,어머...! 얘는 참...!”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교수님” 

 

“응...! 진우 너도 조심히 들어가.” 

 

“예에~” 

 

-부릉~! 

 

마리아교수님의 고민 상담으로 어느새 해가 저물어 어둑해진 밤거리에서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저 멀리 사라지는 마리아교수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피식 미소 지었다.

 

“확실히 커리어 우먼은 다르구만...스포츠카라...” 

 

뭐 원한다면 스포츠카 정도는 충분히 사고도 남을 돈이 있지만 평범한(?) 대학생인 내가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것은 주변의 시선도 시선이거니와 괜히 돈 많은 부잣집아들이 돈지랄을 한다고 생각할 까봐 엄두도 못 낸다. 더군다나 대학생이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것과 사회인이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것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 그 포스가 다르다는 것이다.

 

“에효효...뭐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지...운전면허도 없는걸 뭐...그나저나 서둘러야겠는 걸...?” 

 

능력 있고 아름다운 여성인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떨쳐내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녁 8시 25분, 혜영누나가 오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일하고 들어오는 혜영누나를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에...장은 엊그제 봐놨으니까 뭐 사갈 것들은 없을거고...저녁메뉴는 뭘로 하지...?”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며 한산한 하굣길을 걸어가는 나는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식재료를 떠올리며 아직 정하지 못한 저녁메뉴를 떠올리며 집을 향해 바쁘게 걸었다.

 이런 저런 생각과 못 다한 집안일, 혹시 혜영누나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 집안을 어지럽힐까 걱정하며 집을 향해 걸어가는 사이 어느새 등, 하굣길의 분기점인 ‘하늘 공원’에 도착했다.

 나라에서 시민들의 건강과 휴식을 위해 만들어둔 이 커다란 인공공원은 공원의 정중앙에 위치한 ‘만남의 광장’에서 우리 동네어디든 갈수 있게 길이 나있고, 각종 편의 시설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뭐, 그래봐야 공원 안에는 그저 나무와 풀, 가로등 산책로 같은 것들 밖에 없지만...

 

“으음...아무래도 빠듯한데...?” 

 

공원을 가로지르며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8시 53분. 

이대로라면 내가 집에 도착했을 쯤에는 난장판으로 변해버린 집안과 밥 달라고 징징거리는 혜영누나가 나를 반길게 빤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뛰기로 마음먹은 나는 가방끈을 바짝 조이고 뛰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후우...후우...! 마리아교수님 때문에 오늘 여러 가지로 고생하네...! 어?!” 

 

평소라면 벌써 집에 들어가고도 남을 시간에 이렇게 미친 듯이 뛰어야만 하는 상황을 제공한 마리아교수님을 떠올린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생각을 해보니...

 

“마,마리아교수님한테 걸어둔 암시를 안 풀었네...?!” 

 

마리아교수님이 나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신뢰감을 느끼게 만드는 암시를 풀지 않은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마리아교수님한테 다시 연락할 방법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나는 이내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중얼거렸다.

 

“에이...! 나중에 풀어드리지 뭐, 억?! 진짜 늦겠다!” 

 

-타다닥...! 

 

평균적으로 저녁 9시 10분에 집에 들어오는 혜영누나를 떠올리며 시계를 확인하자 어느새 시간은 9시정각! 나는 난장판으로 변해버릴 집안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꺄아아아아악!!!” 

 

-멈칫! 

 

“...뭐,뭐지?!” 

 

공원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성의 절박한 비명소리! 

그 몰골이 송연하게 만드는 비명에 나도 모르게 멈춰선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사,살려주세요오오옷!!!” 

 

“저,저기다!” 

 

다시금 들려오는 여성의 비명어린 구조신호에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성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따라서 뛰기 시작한지 몇분 후.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꺄아아아악!! 오,오지마아아앗!!” 

 

[크르르르...!] 

 

‘저,저게 대체 뭐지...?!’ 

 

그것은 잔뜩 겁에 질려 있는 여성과 그런 그녀를 붉게 빛나는 섬뜩한 눈으로 바라보며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야수처럼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가는 괴인(怪人), 아니 괴물이었다.

 전체적인 모습은 흡사 판타지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리자드맨의 모습이었고, 그 흉측한 모습 뒤로 보기 만해도 소름이 끼치는 검붉은 2쌍의 촉수가 꿈틀대고 있었다. 또한 원래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사람의 옷을 빼앗아 입었는지 누더기로 변한 옷을 입은 그 모습이 정말이지 그로테스크 해보였다.

 내가 그렇게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넋이 나가고 있는 사이, 그 정체모를 괴물은 여성에게 점점 다가들고 있었다. 

 

“아,아...!” 

 

[크르륵...!] 

 

다리를 다쳤는지, 아니면 다리가 풀린 건지 주저앉은 채로 엉금엉금 뒷걸음치며 창백한 얼굴로 괴물을 바라보며 넋이 나가버린 얼굴을 하는 여성과 그런 그녀를 보며 왠지 모르게 웃고 있는 듯한 괴물의 모습이 내 두 눈에 잡혔다.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멍하니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이 괴물은 바닥에 주저앉은 여성을 향해 손을 뻗어가고 있었고, 그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로 인해 동공이 풀려버린 여성이 기어코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 여성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한주희?! 헙?!” 

 

여성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소리 내어 외쳐버렸다. 나는 그 엄청난 실수에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지만... 

 

[크르르...!!] 

 

괴물은 나의 목소리를 듣고 내가 숨어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내 위치가 괴물에게 발각되고 괴물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고 느끼는 순간!

 

-쐐에에엑! 

 

“헉...!?” 

 

괴물의 등 뒤에서 꿈틀 거리던 4개의 촉수 중 하나가 채찍처럼 길어지더니 섬뜩한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날아왔다. 마치 화살이 날아오는 듯한 파공음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촉수의 모습에 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지난 21년의 일생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영원 같았던 찰나가 지나가자 수박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퍼억! 

 

‘아...!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 

 

본능적으로 그 섬뜩한 소리의 정체가 나를 향해 날아오던 괴물의 촉수가 내 머리를 뚫고 지나가는 소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몸이 가벼워져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죽어서 영혼으로 변하기 때문에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거구나...! 마치 허공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난생처음 경험해보는 유체이탈(?)에 신기해하는 사이! 

 

-물컹...! 

 

‘으응...? 이 푹신하고 부드러운 감촉은 뭐지...? 저승에 떨어지기라도 한 건가?’ 

 

갑자기 얼굴에서 느껴지는 푹신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의아해 하며 무의식적으로 얼굴이 파묻힌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 18 회: 천사와 악마 그리고 인간... -->

 

-물컹! 물컹! 

 

‘호오? 저승의 지면 상태는 다 이런 건가? 엄청 부드럽고 푹신푹신한데? 게다가...흐으음~! 이 향기...! 정말 마음에 들어...!’ 

 

얼굴이 파묻힌 지면(?)을 손으로 주물럭거리자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감촉에 한동안 그 독특한(?) 촉감을 만끽하던 나는 콧속으로 들어오는 아찔할 정도로 자극적이고, 어딘지 모르게 음란한 냄새에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더욱더 얼굴을 지면(?)에 파묻었다. 그리고 그 순간.

 

“흐으응~! 역시 젊은 인간 수컷은 꽤나 대담한걸...? 이런 상황에서도 본능에 충실한 걸보니...” 

 

“.......?” 

 

듣는 것만으로도 몸이 달아오르는 색기 넘치는 목소리가 지면(?) 상태를 확인하는 내 귓가에 들려왔고, 나는 그 요염하고 색기 넘치는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뜨며 고개를 들었다.

 

“...헉!?” 

 

눈을 떠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 두 눈에 비친 목소리의 주인공. 그는 아니 그녀는 숫양의 뿔과 박쥐의 날개를 가진, 흔히 말하는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사와 악마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도,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도 경험한 바가 있었지만 이렇게 코앞에서, 아니 악마로 추정되는 여성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그 존재를 확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나는 그대로 몸을 딱딱하게 굳히며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자 나에게 자신의 가슴을 희롱당한 악마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고는 자신의 몸을 내게 바짝 밀착시키며 입을 열었다. 

 

“흐으응~♡ 이제 그만두는 거야...? 한창 달아오르는 중이었는데...” 

 

“아,악마...?!” 

 

“헤에...?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인간인가?” 

 

나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악마의 품에서 떨어져 나오며 그렇게 소리치자 악마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흥미롭다는 눈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그때. 

 

“역시 네 녀석들의 소행인가...?” 

 

“어머나? 불청객이 오셨네?” 

 

“저,저건...!” 

 

등 뒤에서 한기가 느껴지는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순백색의 한 쌍의 날개와 머리위에 새하얀 링을 지니고 있는 천사였기 때문이었다. 

천사와 악마. 이 둘의 존재를 확인한 나는 아까 나를 죽이려 했던 괴물이 어떤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그럼 저건...마수(魔獸)!” 

 

“호오? 그것마저도 알고 있다니...재밌는 인간이네?” 

 

“.......” 

 

악마가 천사들을 공격하기 위해 지상계에 소환한다는 마수였다. 

그 사실을 입 밖으로 중얼거리자 상반되는 두 존재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들의 시선에 위축이 되어 뒤로 물러섰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던 천사와 악마 중 악마가 예의 그 아찔한 미소를 지으며 천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아 어쨌든 이번일은 우리 잘못이아니라고. 저 망할 하등생물이 폭주해버리는 바람에 제멋대로 숙주를 변화시킨 거니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하여간 매정하다니까...아무튼 이번일은 우리 쪽 실수를 인정하고 그냥 넘어가자고.” 

 

“닥쳐랏!” 

 

-파밧!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하고서, 왠지 모르게 겁먹은 표정으로 악마를 바라보는 마수를 향해 손짓을 해서 마치 이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괴물을 사라지게 하는 악마를 향해 천사가 어디선가 검을 빼들고 휘둘렀다.

 적어도 10여미터 떨어진 거리를 단숨에 좁히며 악마에게 검을 휘두르는 천사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는 사이, 마찬가지로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으로 솟아오른 악마가 자신의 검은 날개를 활짝 펴며 허공으로 피하며 입을 열었다.

 

-펄럭! 

 

“이크! 정말이지 성질 급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뭐 어쨌든 볼일은 마쳤으니 나는 이만...그럼!” 

 

-핏! 

 

자신에게 검을 휘두른 천사를 바라보며 혀를 찬 악마가 멍하니 그녀를 올려다보는 나에게 교태어린 눈웃음을 짓고는 안개처럼 사라졌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자 넋이 나간 얼굴로 악마가 사자진 허공과 분한 표정으로 검을 회수하는 천사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다가 천사와 눈이 마주쳤다.

 

“어린 네피림이여. 괜찮은가?” 

 

“예? 예...구,구해줘서 감사합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내 상태를 확인하는 천사의 모습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천사가 작게 고개를 저으며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 임무를 다했을 뿐, 그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 

 

“아...!” 

 

“...아직 각성조차 하지 못한 어린 네피림이여, 그대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팟! 

 

“아앗...!” 

 

악마가 사라질 때처럼 눈앞에서 사라지는 천사의 모습에 황급히 그녀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이미 그녀는 사라진 이후였다. 그 덕분에 빈 허공에 손을 휘두른 나는 이 꿈만 같은 현실에 멍하니 천사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슬쩍 볼을 꼬집어 보았다.

 

-꽈악! 

 

“으윽! 아픈걸 보니 꿈은 아니네...!” 

 

손을 들어 볼을 꼬집자 느껴지는 짜릿한 통증에 방금 일어난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고개를 돌려 괴물의 촉수가 내리 꽂혔던, 내가 숨어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촉수가 땅에 깊숙이 박히며 만들어낸 작은 고랑이 파여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그제야 내가 정말로 죽을 뻔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멍하니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맞다! 한주희!” 

 

-타다닥! 

 

괴물의 습격을 받았던 여성. 

내 소꿉친구이자,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대학에 다니는 한주희를 떠올리며 황급히 그녀가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아...! 다행이다. 무사하구나...!” 

 

“........” 

 

다행히 괴물의 습격은 천사와 악마가 등장하면서 그쳤는지 의식을 잃은 그 모습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있는 한주희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그녀를 들쳐 업고 그곳을 벗어났다. 혹시나 그 흉측한 괴물이 또 다시 등장할까봐서였다.

 

 

<-- 19 회: 천사와 악마 그리고 인간... -->

 

“으으음...!” 

 

의식을 잃고 쓰러진 주희를 데리고 불빛이 환한 만남의 광장으로 돌아온 나는 주희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벤치위에 눕혀주고는 자켓을 벗어 그녀의 다리를 덮어주고, 무릎 베게를 해줬다. 그 때문인지 다행히 한시간만에 정신을 차리는 주희의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입을 열었다.

 

“...이제 정신이드냐?” 

 

“여,여긴...?” 

 

“아,아 하늘공원.” 

 

“내가 왜 여기에...?” 

 

아직 온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흐릿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질문을 해오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야 모르지...내가 널 발견했을 땐 아파트로 가는 지름길에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넘어졌는지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었다고...” 

 

“아...!” 

 

원래대로라면 그녀가 한시간전에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기억해야 마땅하지만 별로 기억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굳이 기억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녀의 기억을 조작해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은 것으로 기억을 수정해놓았다.

 덕분에 엄청나게 왜곡된 기억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작은 탄성을 내지르는 주희의 모습에 그녀 몰래 실소를 지었지만 말이다. 

수정된 기억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주희의 모습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보다...이제 좀 일어나지? 나 다리저리거든?” 

 

“그게 무슨...!” 

 

“아,아...너 지금 내 무릎베고 벌써 한시간이나 누워있었다고...!” 

 

“아...!” 

 

-벌떡! 

 

“이크!” 

 

내 무릎을 베고 있다는 말에 얼굴을 붉히며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주희 때문에 하마터면 그녀의 머리와 내 머리가 부딪힐 뻔 한 것을 간신히 피하며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놈의 계집애가 칠칠치 못하게...! 하마터면 부딪힐 뻔 했잖아!” 

 

“으윽! 시,시끄러워!! 그,그보다 내가 의식을 잃고 있는 사이에 무,무슨 짓을 한건 아니지?!” 

 

자기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지 얼굴을 더 붉게 붉히며 양팔을 교차해 자신의 몸을 가리는 주희의 모습에 기분이 상했다. 

 

“뭐...? 보자보자 하니까 이놈의 계집애가 고마운 줄도 모르고...!” 

 

“했어, 안 했어?!” 

 

“하, 이거 참...! 물에 빠진 놈 건져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꼴이네?” 

 

“야! 강진우!” 

 

어이없는 마음에 주희를 바라보자 그녀가 두 눈에 쌍심지를 키며 소리를 빽! 질렀다. 

나는 갑작스러운 그 성난 외침에 윙윙대는 귀를 막으며 갖잖다는 얼굴로 그녀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야,야 걱정마, 걱정마! 너처럼 발육부진 꼬맹이한테는 관심도 없거든?! 그리고 뭐 만질게 있어야지 만지지!” 

 

“이,이게 정말...! 만질게 없진 뭐가 없어?! 이래뵈도 D컵이라...흡?!”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자신을 훑어보는 내 눈빛에 버럭 화를 내며 자신의 가슴을 당당하게 내밀던 주희가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두 손으로 황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에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헤에? 보기보다는 큰 편이네. 아무튼 그건 나랑 상관없고. 내 옷이나 내놔. 얼른 집에 가게!” 

 

“옷...? 아...!” 

 

“그래, 그거 네 다리에 덮고 있는 거! 빨리 줘. 늦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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