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술사 제 2 부
최면술사 제 2 부
“그럴 리가 있겠어? 이건 그냥 취미야, 취미!”
내가 읽고 있는 책을 스윽 보다가 눈이 아프다며 인상을 찌푸리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흐트러진 책을 바로하자 혜영누나가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흐엑! 독서가 취미라니 토할 것 같아...!”
“그게 누나랑 나랑 차이점이라는 거지!”
“에이...! 재미없어! 난 또 우리 진우가 뒤늦게 성에 눈을 뜨고 몰래 야한 책이라도 읽는 줄알았네...!”
-풀썩!
“거,거긴 또 왜 눕는 건데?!”
시시하다는 표정을 역력하게 지으며 걸터앉은 침대위로 풀썩! 몸을 누위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버럭 소리 질렀다.
“우웅~! 하지만 진우는 어차피 침대를 안 쓰는데다가 이젠 진우가 옆에 없으면 잠도 제대로 안오는걸...?”
“하아아...그러세요...?”
“으응!”
깊은 한숨을 쉬며 말하는 나에게 귀엽게 웃으며 대답하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다 좋은데...일단 옷이나 좀 입으라니까...가랑이사이가 다 보인다고...”
“에...?!”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내 베게를 품에 안고 있는 혜영누나의 모습을 지적하자 혜영누나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다리사이를 힐끔 쳐다보더니 서서히 얼굴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고작 샤워타월로는 혜영누나의 우월한 신체를 전부 가릴 수가 없어, 누워있는 혜영누나의 요염한 하체를 간신히 가리고 있던 샤워타월이 말려 올라가 사타구니사이의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채 아찔한 모습으로 굳게 다물어져 있는 꽃잎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내 지적에 뒤늦게 자신의 행색을 인지한 혜영누나가 얼굴을 터질 듯이 붉게 불들이며 소리쳤다.
“이,이익! 벼,변태! 그,그런건 진작 말해주라고...!”
-퍼억!
“윽...!”
-타다닥...!
-콰앙...!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는 빽! 소리치며 나에게 배게를 집어던진 혜영누나가 도망치듯 방을 나가자 내 방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진작 말해줬습니다만...”
이미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 누나의 등 뒤로 작게 중얼거리고는 배게를 침대 위로 던져놓고 나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내 방에서...
<-- 6 회: 채음지체...? -->
-탁...!
“후우우...! 다...본 건가?”
장시간의 독서로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책을 덮은 나는 상념에 잠겼다.
‘천사와 악마의 싸움이라...정말 이 세계에 그런 것 들이 존재하긴 하는 건가...?’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슬쩍 바라본 나는 슬며시 책에 적혀있던 내용을 떠올렸다. 너무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지만 상세한 설명과 묘사, 그리고 간혹 들어가 있는 삽화들로 인해 그것이 ‘저자의 망상(妄想)’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책에 담겨져 있었다.
“결국...천사와 악마는 인간들 틈에 섞여 싸우고 있다는 것인가...”
정확히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선(善)과 악(惡)의 혼재를 원동력으로 서로를 간섭할 수 없는 천계(天界)와 마계(魔界)에서 빠져나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著者)는 나와 같은 지독한 불면증을 지녔던 사람...!’
흥미로운 점은 그뿐만 아니라 이 낡은 책의 저자는 나와 같은 지독한 불면증을 지녔던 사람이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알고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느꼈지만 그것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경악과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바로...
‘채음지체(採陰之體)라니...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야..?’
저자가 자신이 불면증임을 밝히며 그것을 치료해보고자 연구하던 중 밝혀낸 사실.
그것은 바로 무협지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로, 여성의 음기(陰氣)를 취해야 ‘불면증’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의 말을 대충 요약해보자면 나와 ‘그’가 불면증에 걸린 이유는 선천적으로 양기(陽氣)와 성욕(性慾)이 일반인에 비해 수십, 수백 배는 높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그’가 말하는 양기(陽氣)는 보통 떠올리게 되는 ‘태양지체(太陽之體)’니 뭐니가 가진 육체적인 양기(陽氣)와 달리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양기(陽氣) 즉, 정신력에 해당하는 양기(陽氣)였다.
육체적인 양기(陽氣)야 흔히 무협지에 나오는 ‘태양신공(太陽神功)’이나 뭐 그런 류(流)의 심법으로 다스릴 수 있지만, 정신적인 양기(陽氣)는 그런 것으로 다스릴 수가 없었단다.
나와 그가 가진 정신적인 양기(陽氣)는 몸 밖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외적인 힘’이 아니라 정신(情神), 즉 ‘내적인 힘’에 해당하는 무형(無形)의 것이기에 말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그는 크게 낙담하여 ‘불치병’치료에 대한 연구를 포기하려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단다.
그것은 바로 정신력의 외적인 힘으로 표출 할 수 있는 이들!
즉 염력(念力)을 사용한다거나 텔레파시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이능(異能)을 가진 이들이었고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을 찾아가 이능(異能)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단다. 하지만...그런 소문난 이능력자들의 절반은 사기꾼으로 밝혀졌고, 나머지 절반의 반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이들이었기에 그를 가르쳐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남은 이들은 스스로 수련(修鍊)을 해 이능을 지니게 된 사람들이었는데 아쉽게도 그들 모두가 심산유곡에 틀어박혀 홀로 수련에 정진하는 이들이라 쉽게 만날 수도 찾을 수도 없었다.
결국 모든 희망이 사라진 그는 절망과 실의에 빠져 ‘단 일분이라도 잠들고 싶었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40여년간의 불면(不眠)에서 벗어나 영원한 잠에 빠져들려고 했다. 그때...
어디선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크나큰 절망과 좌절, 그리고 하늘에 대한 원망이 풍기는 달콤한 냄새를 맡고 이 세상에 현신(現身)한 악마가 자신을 세상에 나오게 해준 대가라며 그에게 그가 그토록 원하는 것을 던지듯이 주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단다.
악마가 그에게 던지듯이 주고 간 것은...
‘최면술(催眠術)과 채음진경(採陰眞經)...’
정신적인 양기(陽氣)를 외부로 표출해 양기(陽氣)를 다스릴 수 있는 최면술(催眠術)과 여성과의 성교(性交)로 양기(陽氣)식힐 수 있는 채음진경(採陰眞經)이었다.
비록 악마가 주고 간 것이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주고 간 것인데다가, 그가 그토록 바라 마지 않았던 것을 얻었으니 그가 어찌 그것들을 익히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아무런 대가 없이 그 두 서책을 주고 간 악마의 계략이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결국 익히지 말아야 할 것을 익힌 그는 공적(公敵)이 되어버렸고, 악마와 천사들의 싸움에도 휘말리게 되었지...!‘
그가 두 서책을 익히기 위해서는 최면술과 채음진경의 실험대상이 있어야 했고, 그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와 서로 사랑하고 있던 연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것을 펼쳤다. 하지만 그것이 악마의 함정임을 그는 몰랐다.
악마가 준 최면술과 채음진경은 정숙하고 현숙하던 그의 연인을 희대의 요녀(妖女)로 만들어버렸고, 그 또한 희대의 색마(色魔)로 만들어버렸다. 한 쌍의 요녀와 색마가 되어 부녀자를 겁탈하고, 남성을 현혹하여 남녀의 정기를 갈취하는...그런 요괴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타락한 그들은 점점 더 큰 쾌락과 정기를 원했고, 결국 천사와 악마들에게까지 손을 뻗기에 이르렀고, 그로인해 인간은 물론 천사와 악마마저 적으로 돌려버린 그들은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도망쳤다. 하지만 단 두 명이서 그들을 막기에는 역부족...
결국 천사와 악마들보다 피해가 큰 인간들에게 사로잡혀 그의 연인은 무참히 살해당하고, 그는 거세를 당하고는 인간들이 ‘무간지옥(無間地獄)’이라 부르는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렇게 거세를 당함으로서 모든 힘을 잃자, 예전의 냉철한 정신이 돌아온 그는 뒤늦게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두 책자를 건네준 악마의 계략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는...두 책을 익힘으로서 인간세상을 크게 어지럽혔고, 꽤나 많은 수의 천사와 악마를 죽였으며, 수많은 인간들에게 악마들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너스적인 감정을 잔뜩 심어주어 악마가 인간 세상에 더욱더 많이 현신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그는 분노하며 어떻게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악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절치부심했고, 그 결과...
[이 책을 발견한 이라면 필시 나와 같은 ‘채음지체’의 사람일 것이다. 부디...연자여...나의 복수를...이루어다오...]
‘...이 책을 남긴거지’
악마가 주었던 두 가지 책자를 개량하고 개량해 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막강한 위력을 내는 한편 악마들에게 치명적인 ‘제마(制魔)의 공능’과 ‘항마(降魔)의 공능’을 지닌 것으로 탈바꿈 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일대기와 천사와 악마들에 관한 이야기, 그들의 약점 등을 기록하고 말이다.
“뭐...복수는 둘째 치고라도 ‘불면증’을 벗어 날수 있다라...흐으음...!”
아무런 연관도 없는 그를 위해 고작 동병상련의 정으로 그의 복수까지 해줄 정도로 나는 그리 착한 놈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가 새롭게 개선한 ‘최면술’과 ‘채음진경’에 관심이 갈 뿐...그의 절박한 심정과 죽어가면서까지 이렇게 책을 남겨 자신의 복수를 이루고 싶은 마음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게다가...
“이 책이 도서관에 있을 정도면 이미 누군가가 이 책을 보았다는 소리지...그렇다는 것은 누군가 나 대신 그의 복수를 해준 놈이 있었겠지, 보아하니 나처럼 복수를 하지 않을 놈들을 위해 책이 있던 장소에 모종의 안배를 해둔 것 같은데 말이야...”
이 낡은 책이 도서관에 처박히기까지 과정을 생각한다면 굳이 내가 복수를 안 해도 상관없다. 억지로 복수를 시킨다거나 하는 안배 등은 이 책을 최초로 발견한 녀석이 전부 받았을 테니까...!
결국 내가 걱정할 것은...!
“과연 이 책에 적힌 것들을 내가 익혀도 되느냐인데...”
무턱대고 이것들을 익혔다가 책의 저자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기에 망설여졌다. 하지만...
“훗...! 뭐 어차피 남는 건 시간인데 혼자 연구해 보면 되겠지...!”
나에게 남는 것은 어차피 시간!
지독한 불면증으로 인해 매일을 홀로 밤새야 하는 나에게는 그따위 것은 일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 책이 작성된 시대와 다르게 지금은 도서관이라는 것이 있고, 전문서적이 있으며, 인터넷이라는 녀석이 있다. 즉 이것들을 파헤치고 또 파헤치면 결국 이것이 위험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자아...그럼 어디 시작해볼까...?”
새벽 4시 38분...모두가 잠들어 있는 이 시간...내 인생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이 수중에 들어왔다.
<-- 7 회: 채음지체...? -->
커다란 모니터 화면에 비치는 험악한 인상의 사내.
그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인간말종’, 혹은 ‘인간쓰레기’라는 소리를 듣는 사내다.
천성이 그런 건지 후천적인건지 알 길이 없지만 중학교도 폭행사건으로 중퇴, 그 이후 양아치로 살다가 건달패에 섞여 어둠의 자식, 즉 조직폭력배의 행동대장이 되어 살인, 살인교사, 인신매매, 강도, 강간등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조직의 보스가 무슨 짓을 시켜도 군말 없이 행동하는 그를 귀하게 여겨(쓸모있게여겨서) 어리버리 한 조직의 신참에게 죄를 돌리는 식으로 단 한 번도 법의 처벌을 받지 않은 자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를 나의 ‘마루타(인체실험대상)’으로 삼았다.
정의감이나 허술한 법에 대한 분노 때문이 아니라 그가 저지른 죄가 너무 많기에 내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나마 덜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헉?! 누,누구...!!]
화면에 들어온 사내는 어울리지 않게 득도한 고승처럼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희끄무레하고, 거무스름한 빛무리에 퍼뜩 눈을 뜨고 당황했다.
그런 그의 반응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지 희고 검은 빛무리가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것처럼 대치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으아아악!! 뭐,뭐야! 아,안돼! 사,살려줘어어어!!]
-우드득! 우득!
-츠즈즈즈즉...!
자신에게 달려든 빛 무리를 떨쳐내려고 이리저리 손을 휘두르는 사내.
하지만 그 무의미한 저항에 사내는 소스라치게 놀라다가 이내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사지는 물론 온몸의 뼈마디가 기형적인 각도로 꺾이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마치 쪼그라든 미이라처럼 삐쩍 마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르르르...!
사내가 한줌 먼지가 되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희고 검은 빛무리가 사라졌다.
그렇게 모니터 속의 영상은 끝이 났다.
나는 한 ‘사람’의 죽음 목격하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재차, 삼차 확인하고 나서야 동영상파일을 삭제했다.
“역시...무턱대고 익히면 안 되는 거였군...”
그렇다.
나는 지금 내가 얻은 ‘채음진경’을 인간을 이용해 테스트 해본 것이다. 그것도 내 목숨이 아닌 타인의 목숨으로!
그 결과 채음진경은 함부로 익혀선 안 되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고, 최면술은 이미 검토가 끝난 상태다.
“최면술이야 각개 각 분야에 많이 적용되니 어려울 게 없었지만 채음진경이 문제로군...게다가 채음진경을 이용한 최면술이 저술된 내용대로라면 어마어마한 파급효과가 날텐데...흐음...역시 어설프긴하지만 기존의 채음진경을 모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 인가...?”
무려 두 달간의 연구 끝에 도달한 결론이다.
두 달, 즉 61일이지만, 그것은 잠을 자는 일반인들에게 해당되는 일. 불면증에 걸린 나에게는 넉 달이라는 시간이다. 그것도 식사와 배변활동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투자하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쥐어짠...
“뭐,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별로 어려울 것도 없지만...문제는 안정성인데...”
채음진경을 연구해본 결과.
채음진경의 기본원리는 여성의 음기(陰氣)를 흡수해 내가 가진 양기(陽氣)를 중화시키며 제혼력(帝魂力)이라는 힘을 키운다.
제혼력(帝魂力), 그것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의 영력(靈力)을 높여 보다 쉽게 최면을 걸 수 있게 만들고, 나아가 쉽사리 최면이 풀리지 않도록 하는 힘이다. 문제는 이 제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여성의 음기를 흡수해야하고, 그것을 내 양기와 섞어 제혼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정작 문제는...
“힘의 공백으로 인해 중간계에 균형에 민감한 천사와 악마들이 채음진경이 부활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린다는 거지...그 때문에...”
모니터 속 사내가 한줌의 먼지가 되어 사라진 것이다. 여성의 음기를 ‘흡수’만을 해서 자신의 양기와 섞어, 제혼력을 늘리다가 말이다.
즉, 제혼력을 키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여성의 음기를 흡수해 세상에 존재하는 음과 양의 조화를 깨뜨리면 나도 모니터 속의 사내처럼 죽고 말 것이다. 한줌의 먼지가 되어서.
나는 그런 사실을 깨닫고 고민에 잠겼다.
“가져가는 만큼 되돌려주면 어떨까...? 채음진경을 모르는 일반인이라면 선천적인 자정능력으로 인해서 내가 준 양기가 음기로 변하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무런 위험 없이 제혼력을 높이고 내가 가진 양기를 해소할 수 있겠지만...하아! 정확한 것은 역시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나...?”
-풀썩...!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복잡해지는 머릿속.
생각 같아서는 모니터 속의 사내처럼 또 다른 ‘마루타’를 만들고 싶었지만 감성이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내 스스로의 욕심으로 희생되는 생명은 하나면 족하다. 아니 차고 넘친다.
결국 남은 것은 둘 중 하나...
“스스로 익혀서 실험하던가, 아니면 그냥 불완전한 최면술에 만족하며 불면증에 시달리던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나는 쓰게 웃었다.
“빌어먹을! 책에 수면의 기쁨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런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텐데...!”
망할 놈의 인간이 수십 년간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비록 10분이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수면에 들었을 때의 기쁨을 그렇게 상세하게 쓰지 않았더라면, 점차 일반인처럼 잠을 잘 수 있게 된다는 말을 안 썼다면 이런 고민 따위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책의 저자는 그걸 써버렸고, 나는 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수면을 갈망하고 있었다.
“일단은...새로운 채음진경, 아니지 채음보양(採陰補陽)? 으음, 이것도 아니고 그래, 보음보양경(補陰補陽經)을 외워두기나 하자. 최면술도 아직은 초보단계라 끽해야 감각을 속이는 수준이고, 나는 애인도 없으니까...”
결국 기회가 생기면(?) 직접 실험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그 생각을 끝으로 ‘최면술’과 새롭게 만들어낸 ‘보음보양경(補陰補陽經)’에 대한 연구를 마쳤다.
“아그그...! 그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나 갔다주러 갈까나?”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씻고서 최면술과 채음진경을 연구하느라 빌려온 전문서적들을 잘 챙겨 도서관으로 향했다. 때는 겨울방학이 끝나기 보름 전이었다.
<-- 8 회: 최면, 그리고... -->
-위이잉...!
“음...? 어머! 진우야 오늘은 조금 일찍왔네?”
“아...예, 뭐...여기 일단 반납이요.”
“응! 잠깐 자리에 앉아 있어, 따뜻한 차 한 잔 가져다줄게.”
“예...”
도서관에 들어오기 무섭게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반기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며 혜림누나가 나를 위해 빼놓은 신간을 들고 지정석이라고 팻말을 써 붙여놓은 자리에 가서 털썩 앉았다.
“하여튼...이것 좀 떼라니까...”
채음진경의 인연으로 혜림누나를 집까지 바래다준 게 인연이 되어 꽤나 친해진 나와 혜림누나.
내가 항상 도서관에 올 때면 차를 내오거나 사소한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게다가 도서관 유일한 단골이라며 이렇게 내 지정석까지 만들어버린 혜림누나의 오지랖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시험기간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도서관을 혼자 지키고 있자니 심심했던 건지, 아니면 원래 정이 많은 건지 친근하게 다가오는 혜림누나였다.
-탁...
“자, 따뜻할 때 마셔, 방금 내린 원두라서 향이 좋을 거야.”
“고마워요, 누나”
커피의 진한향이 물씬 느껴지는 원두커피를 건네는 혜림누나에게 싱긋 웃어준 후에 나는 누나가 끓인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흐음...향이 좋네요. 이거”
“그치? 친구가 외국에서 보내준 건데 먹을 만하더라고...”
“그래요?”
“응! 아참 그보다...!”
두 손으로 머그잔을 쥐고는 싱긋 웃는 혜림누나의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고는 한동안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면서 커피를 마셨다. 뭐 주로 얘기하는 것은 혜림누나였고 나는 그저 듣는 입장으로, 책을 보며 건성건성 대답을 하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꽤나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는 동안 쉼없이 재잘거리던 혜림누나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는지 조용해 졌다.
“.......?”
보통 한번 떠들기 시작하면 내가 듣건 말건 적어도 2시간이상을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혜림누나가 고작(?) 30분 만에 조용해졌다는 사실에 나는 책에서 눈을 떼고 누나를 바라봤다.
“저,저기 진우야 그래서 말인데...”
“예...?”
“무슨 방법이 없을까...? 머리가 좋은 너라면 왠지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거두절미하고 얼굴을 붉히며 은근한 기대가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나는 멍하니 누나를 쳐다보았다.
혜림누나가 내가 책을 읽는 사이에 서론과 본론을 이야기 했겠지만 책을 보며 건성으로 대답해버린지라 그 내용이 머릿속에 거의 없었다. 대충 떠오르는 것은 ‘크기’, ‘성형수술’ 뭐 이러한 단편적인 것들이라 누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하아아...! 너 또 책 보느라 내 얘기를 하나도 안 듣고 있었구나...?”
“아하하...예...”
누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내 모습에 깊은 한숨을 쉬며 새치름한 눈으로 나를 쏘아보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뜨끔해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혜림누나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삐졌다는 뜻이었다.
“정말이지 너는...!”
“아하하...죄송해요, 누나.”
“됐어, 어차피 한두 번 일도 아니니까...”
-홱...!
한두 번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팔짱을 끼고 상체를 홱 돌려버리는 혜림누나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터져나오려했지만 지은 죄가 있는 나로서는 그저 묵묵히 참아내며 누나를 달랠 뿐이었다.
“에이, 죄송하다고 했잖아요. 그보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라면 알고 있을 것 같다니요?”
“칫! 이,이번 한번만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땐 너하고 말도 안 할거야!”
“예이, 예이!”
뭐, 나야 혜림누나가 말을 안 걸어온다고 해도 손해를 볼게 없지만 그것 입 밖으로 꺼냈다간 무슨 불상사가 벌어질지 잘 알기에 그저 싱긋 웃었다.
그러자 혜림누나는 얄미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한차례 쏘아보다가 얼굴을 불그스름하게 붉히며 팔짱을 꼈던 손을 풀고 가슴어림을 가리켰다.
“그러니까 이,이거 말인데...”
“옷이요...?”
누나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새하얀 레이스가 단정한 모습으로 달려있는 하얀 블라우스가 있었고 나는 아무생각 없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하지만
“아,아니! 이,이거!”
“도대체 뭘...?”
누나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나보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얼굴을 붉히고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치는 혜림누나의 행동이 명확한 증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누나가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왜 자꾸 민망하게 스리 가슴어림을 가리키는 건지...어? 잠깐, 가슴어림? 가슴? 혹시...!’
“가슴...이요?”
“그,그래! 가슴!”
빙고!
혜림누나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자신의 절벽가슴에 대한 것이었나 보다.
하지만 그 절벽가슴이 어쨌다는 건지...!
“그게 왜요...?”
“그,그게 말이지...”
비록 완전 평면을 자랑하는(?) 혜림누나의 절벽가슴이라지만 아무래도 남자인 ‘내’게 여자인 ‘혜림’누나가 가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많이 부끄러웠는지 차마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혜림누나였다.
“호,혹시 조,조금이라도 괜찮으니까 가슴이 커질 방법이 없을까하고...”
“예...?”
가슴에 근육을 붙이는 방법이라면 모를까 남자인 내게 ‘가슴이 커지는 방법’을 물어오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건 혜림누나도 마찬가지...!
“아,알아! 나도 안다고! 너,너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이상하겠지만...! 왜,왠지 너라면 알고 있을 것 같거든...!”
“아, 그,그래요...?”
“으응...!”
자기 입으로 이야기를 꺼냈으면서도 많이 어색한지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하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색한건 서로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내게 이런 낯 뜨거운 이야기를 꺼낸 혜림누나의 용기가 가상해서 입을 열었다.
“그냥...수술하시면 되잖아요. 요즘에는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티도 안 난다는데...”
“나,나도 알아봤는데...그게 말이지...아,아무리 기술이 좋아지고, 실리콘을 많이 넣는다고 해도 B컵 이상은 무리라고 하더라구...”
“........”
정말 할 말이 없다.
실리콘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가슴 사이즈가 B컵 이상이 안 된다니...!
도대체 혜림누나의 가슴사이즈는 몇이 길래...!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그리고 나중에 나이 들어서 죽으면 관속에 실리콘 덩어리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게 더 싫기도 하고...”
“........”
하,하기야...수술을 해서 가슴을 키운다고 해도 실리콘은 썩지 않으니. 나중에 죽어서도 그대로 일게 아닌가. 아무튼 자신의 콤플렉스를 고치기 위해 이리저리 생각하고 알아봤는지 막힘없이 대답하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누나가 장난으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나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누나의 태도가 그러니 자연스럽게 나도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운동 같은 거는요?”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어...언젠간 커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크,크흠! 그럼, 호르몬 주사는...?”
“그것도 7년 전부터 3개월 주기로 맞고 있긴 한데 별로 효과가 없더라고...”
“시,식이요법은요...?”
“식단은 항상 고담백질로 하고, 유제품을 틈틈이 먹고 있지만...”
“...민간요법은요...?”
“딸기우유는 물대신 마셔...”
“..........”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드는 대답들이다.
결론적으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다해봤고, 지금도 꾸준히 행하고 있지만 별 소용이 없다는 것! 의학적으로나 민간요법으로나 말이다.
그렇게 하고도 누나의 가슴은 절벽! 결국 나는 누나에게 상당히 실례가 돼는 질문 밖에 할 수 없었다.
“누나...”
“으응...?”
“여자 맞긴하죠...?”
혹시 혜림누나가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남성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든 것이다.
내가 그런 질문까지 할 줄은 몰랐는지 황당해하던 혜림누나가 발끈해서 소리를 질렀다.
“다,당연하지! 가,가슴이 이래서 그렇지 나,나도 엄연히 여자라고! 오늘도 생리 때문에 얼마나 고생...헙!”
“여자가 맞긴 맞나보네요...”
어쩐지 어디선가 피 비린내가 나는 것 같더라니...
아무튼 여자라면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을 울컥해서 말해버린 혜림누나가 새빨게진 얼굴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얼굴로 나를 흘낏흘낏 바라보는 모습에 나는 혜림누나가 틀림없는 여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이미 해볼 건 다 해봤네 뭐... 약물치료에, 운동에, 식이요법에, 민간요법까지...가장확실한 방법이 수술이지만 그건 본인이 싫다고 하고...흐음...나라고 해서 뭐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저,저기 무슨 방법이 없을까...? 우,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나한텐 정말 중요한 문제거든, 응? 진우야...!”
내가 방법이 없다고 말하면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려버릴 것만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간절하게 말하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아무리 수십만 권의 책을 읽고 불면증으로 인해 비상식적인 지식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나라지만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아니, 뭐 저라고 해서 뭐 딱히 방법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혜림누나에게 방법이 없다고 말하려는 찰나!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 9 회: 최면, 그리고... -->
“왜,왜 그래? 서,설마 무슨 방법이 있는거야...?!”
“이,있기는 한데 이게 확실한 방법이 아닌지라...”
“뭔데? 뭔데?”
“그게...”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그러니까 일종의 최면요법과 같은건데요...”
“최,최면요법...? 그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확실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거고요.”
크게 낙담하는 혜림누나의 모습을 보다가 불현 듯 생각난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최면술’을 이용한 치료(?)였다. 현시대에서 종종 쓰이곤 하는 치료요법이지만 그것이 심리적 치료가 아닌 신체적인 치료인지라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장담도 못하겠고, 더군다나 나는 최면술을 ‘알고’있을 뿐이지 직접 ‘사용’할 줄은 모른다.
한마디로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혜림누나 스스로가 나의 학습도구가 되어야한다는 단점과, 설혹 최면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누나가 원하는대로 가슴의 크기를 키워줄 지는 의문이라는 소리다.
나는 그런 점을 혜림누나에게 말했다. 내 욕심으로 인해 희생되는 사람은 그때의 그 범죄자, 하나면 족하니까...
“...게다가 저는 최면술을 알고 있을 뿐이지, 할 줄은 모르거든요. 즉, 누나가 저의 실험대상이 되어야만해요.”
“시,실험대상...?”
‘실험대상’이라는 말에 움찔하며 생각에 잠기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예, 그리고 설혹 최면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고요. 알다시피 최면요법은 심리적 충격 같은 정식적인 측면을 치료하는 방법이라서...”
“...하겠어!”
“예, 역시 그런 위험부담을...에엑?! 자,잠깐만! 뭐라고 하셨어요? 방금?!”
“하겠다고! 기꺼이 네 실험대상이 되어줄게...! 내 콤플렉스만 고칠 수 있다면...!”
“.........”
도대체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건지 만 건지, 자세한 설명도 들어보지 않고 결연한 얼굴로 냉큼 ‘하겠다!’라고 말하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무래도 누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아니요, 혜림누나! 일이 그렇게 쉽지 많은 않아요. 일단 최면요법이라는 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내가 다시 한 번 누나에게 최면술에 대해 설명하려는 찰나, 누나의 입이 먼저 열렸다.
“왜?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그 최면요법이라는게?”
“예...?”
“내가 알기론 최면술이건 최면요법이건 일단 피술자가 시술자의 최면에 걸려야한다는 전제조건하에 모든 게 성립되잖아. 그렇다면 네 최면에 내가 걸려들지 않으면 아무런 치료도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고, 설사 최면에 걸린다고 해도시술자가 피술자에게 건 최면을 풀어주면 그 최면에서 깨어나는 거잖아. 안 그래?”
“아...!”
혜림누나의 조리 있는 설명에 나는 정신이 멍해졌다.
누나의 말로 인해 내가 잘못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 나였군...!’
확실히 누나의 말대로 ‘최면술’이라는 것은 시술자가 최면을 걸고자하는 대상에게 최면을 걸어, 대상자가 최면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전제로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즉 바꿔 말하면 최면에 걸리지 않으면 그저 시술자는 뻘 짓을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다는 말이다. 게다가 최면이라는 것은 시술자가 대상자에게 건 최면을 깨버리면 대상자는 최면을 걸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온다.
나는 그런 기본적인 사실을 ‘채음진경’과 그것이 불러일으킨 끔찍한 파급효과 때문에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최면술은 안전해! 오히려 이건 나한테 기회다...!’
이번 일은 불법적으로나 음성적으로 최면술을 수련할 필요 없이, 상호간의 동의하에 최면술을 연마(硏磨)할 좋은 기회였다. 그것도 사람을 대상으로!
“그,그렇군요. 제가 착각했네요...생각해보니 누나의 말이 맞아요!”
“그렇지?!”
“예!”
내 실수를 인정하기 무섭게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혜림누나에게 싱긋 웃었다.
설혹 누나가 최면에 안 걸리거나, 최면에 걸려서 치료를 받던, 효과가 없던 간에 나에게는 좋은 기회이자, 경험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내가 환하게 웃는 혜림누나의 모습을 보며 최면술을 사용해보기로 결정했을 때.
“그럼 어서 시작하자!”
“에엑?! 지,지금요?!”
“응!”
혜림누나가 내 손을 잡아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설마 누나가 지금당장 최면치료를 하겠다고 나올지 몰라 당황한 표정을 짓자 혜림누나가 나를 바라보며 ‘뭐 문제 있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예, 예. 마음대로 하세요...”
“헤헷! 그럼 일단 조금 편한 곳으로 가자!”
“예...”
혜림누나도 TV나 기타 매체에서 최면을 걸 때 대상자가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최면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나를 데리고 도서관 한쪽에 마련된 직원휴게실로 향했다.
게다가 어차피 이 시간에는 도서관에 올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누나나 나나 잘 알고 있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찰칵...!
“이정도면 괜찮겠지, 진유야?”
“아,예...”
뭔가 혜림누나에게 질질 끌려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혜림누나의 다급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혜림누나가 뭐 때문에 이렇게 절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