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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사 제 1 부

최면술사 제 1 부

 

<-- 1 회: 불면증 -->

 

불면증 

 

잠이 잘 오지 않는 병증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써 지금 내가 앓고 있는 병 이기도하다. 실질적인 외상이나 뚜렸한 상처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질환.

 하지만 그래서 더 무서운 불면증.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면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적게는 4시간 많게는 7시간정도의 수면시간.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수면, 그 자체가 없는 것이다. 언제부터 불면증이라는 녀석이 나에게 들러붙었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내가 잠을 안잔지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 아마 8살 무렵 고아원에 들린 스님이 알려준 호흡법이 아니었다면 나는 분명 미쳐버렸을 거다. 다행히도 나는 그 호흡법을 통해 12년이라는 세월을 버텼다. 잠을 자지 않고서.

 내 나이 올해로 21세. 남들이 매일 잠으로 허비하는 8시간의 시간동안 나는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하면서 보냈다. 그것은 현재 또한 마찬가지다...

 

-팔락! 팔락! 

 

“후우우우...! 다 읽었네...” 

 

긴 한숨과 함께 678페이지를 끝으로 끝나버린 ‘양자역학의 원론적이해’라는 제목의 책을 덮은 나는 탁상위에 놓인 탁상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째각! 째깍! 

 

‘3시 57분이라...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네...’ 

 

해가 떠오르고 사람들이 아침을 맞이할 때까지 남은 시간은 아직도 3시간이나 되었다. 

나는 불면증을 앓게 된 이후로 한 시간, 아니 단 10분을 자지 못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12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려 잠을 자지 못한다면 분명히 지금쯤 미쳤겠지만 나는 다행히도 어떤 이름 모를 고승(高僧)께서 전해주신 호흡법으로 간신히 제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12년이라는 시간을 자지 않고 살다보니 언젠가부터 잠이란 것에 무감각해지고,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느끼지 못 하는 게 아니라, 항시 피로감을 느끼기에 익숙해진 것이지만...

 

“우웅...! 진우야아...!” 

 

‘하아아...정말! 아무리 내가 잠을 안 잔다지만 이 여자는 왜 맨날 자기 방을 놔두고 내방에서 자는 거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등 뒤에서 들려오는 비몽사몽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의 동거인이었다. 

기억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없었던, 부모덕분에 고아원에서 살다가 나이가 들어 고아원을 나오게 된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여성. 

나에게 세상에 못된 어른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쳐줬으며,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가르쳐준 고맙고, 감사한 여인. 그것이 이혜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의 동거인이었다. 다만 나와의 나이차도 있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나를 너무도 아끼고, 사랑해서 남들이 보면 오해할 수준으로 챙기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나는 그런 혜영누나를 좋아했다. 게다가...

 

“아무리 봐도 도저히 39세의 노처녀라고 보기가 힘든 외모란 말이야...!” 

 

내가 앉아있는 책상 뒤에 놓인 내 침대에서 속옷만 입은 채 무방비 상태로 세상모르고 잠들어있는 혜영누나의 외모는 정말이지 39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검은색 비단처럼 새하얀 침대시트위에 펼쳐진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과 반듯한 이마, 마늘쪽을 엎어놓은 듯 수려한 곡선의 코, 지긋이 감겨있어 더욱 청순해 보이는 눈매. 그리고 주사처럼 붉고 윤기 나는 요염한 입술과 만지면 뽀얀 가루가 묻어나올 것만 같은 백옥 같은 피부...

 

“게다가...이런 몸매이라니...” 

 

혜영누나의 아름다움은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안 믿겨지는 동안과 숨이 멎을 듯한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조각 같은 턱 선을 타고 내려오는 사슴처럼 긴 목과 가녀린 어깨선과 가녀린 팔과 버드나무가지를 연상케 하는 길고 고운 손가락들. 그리고 누워있음에도 전혀 처지지도 늘어지지도 않은 풍만하고 탄력적인 가슴은 한손으로 잡아도 제대로 잡히지 않을 정도로 풍만했고, 가슴을 움켜진 손가락사이로 젖이 삐져나올 맘큼 부드러웠다. 게다가 나잇살이라는 존재가 혜영누나에게만은 해당되지 않는 듯 그 흔한 군살 하나도 없는 매끄럽고 여성스러운 허리라인을 따라 풍만하면서 색기어린 탱탱한 엉덩이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신이 조각한 것처럼 고혹적이고 농염한 각선미의 늘씬한 다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아아...정말...혜영누나는 ‘무방비’하다니까...이렇게 내가 있는데도 딸랑 속옷만 입고 자다니...” 

 

결혼을 안 해서 그런지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성인여성의 매력이 물씬 풍기며 검은색 레이스의 브래지어와 팬티만을 입은 채 잠들어있는 혜영누나를 바라보았다. 뭐 나를 믿기에,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함께 해서 그런거지만...혈기왕성한 21세 남아에게는 너무 자극적이란 말이다!

 

“게다가...혜영누나는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르면서...이렇게 무방비라니...” 

 

혜영누나는 항상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지면서, 이런 성인여성의 관능미가 물씬 피어오르는 속옷만 입은 채 자신의 요염하고 육감적인 몸을 보란 듯이 드러내며 잠이 들어버린다. 나는 그런 혜영누나가 누워있는 침대에 올라가, 잠이 들어있는 혜영누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이러는거 안돼는거 알지만...남자인 내 앞에서 이런 모습으로 자고 있는 게 애초에 반칙이라고...반칙...!” 

 

-물컹...! 

 

“으음...” 

 

‘저,정말 혜영누나의 가슴은 최고야...! 부드럽고 따뜻해서...기분 좋아...’ 

 

함께 사는 동거인인 혜영누나의 몸을 이렇게 마음대로 더듬는 것이 죄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잠들어있는 혜영누나의 농염한 몸을 만지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혜영누나, 사랑해...! 한명의 여자로써...나 이혜영이라는 여자를 사랑해...!” 

 

-물컹..! 

 

잘못인줄 알면서도 손을 멈출 수 없는 이유...그렇다. 나는 혜영누나와 함께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혜영누나를 동거인으로서가 아닌 한명의 ‘여자’로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혜영누나의 부드럽고 탄력적인 감촉에 페니스가 빳빳해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아주 천천히 혜영누나의 매끈한 배를 지나 사타구니에 손을 가져갔다.

 

-스으윽...! 

 

“아...누,누나의 까끌까끌한 털이 손바닥에 닿았어...게다가...그곳도 느껴져...” 

 

타이트한 팬티 아래로 손을 집어넣자, 무성한 수풀과 부드럽고 탄력적인 둔덕, 그리고 굳게 닫힌 소음순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나는 그런 감촉에 성욕이 들끓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혜영누나의 팬티를 벗겼다.

 

-스르륵...! 

 

“아...!” 

 

벗겨진 팬티 아래로 드러난 혜영누나의 꽃잎! 나는 그것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이성을 잃고 발기한 페니스를 당장 찔러 넣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지이이이이잉! 

 

“크으윽! 또...!” 

 

머리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두통! 

그것은 언제나 내가 혜영누나를 범하려고 하는 순간에 찾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욕정으로 인해 눈이 뒤집힐 것 같은 상황에 말이다. 어찌보면 고맙기도 한 두통이지만 그 극심한 통증은 정말이지 두 번 다시 격고 싶지 않은 고통이다. 뭐 그 덕분에 가까스로 잠든 혜영누나를 범하는 것을 참아냈지만 말이다.

 

“후우..후우...위험했어...정말로...하, 젠장...! 다시는 이러지 않기로 했으면서” 

 

-스르륵...! 

 

두통으로 인해 오늘도 간신히 혜영누나를 범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나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을 질끈 감고는 벗겨냈던 혜영누나의 팬티를 다시 입히고 씁쓸한 얼굴로 잠이 들어있는 혜영누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겁쟁이야. 누나...이 행복이 깨질까 두려워 누나에게 고백도 하지 못하는 겁쟁이..." 

 

혜영누나를 사랑하지만, 미치도록 사랑하지만 내가 자신을 여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혜영누나가 깨닫는 순간, 혜영누나와 함께하는 이 행복한 나날들이 깨어질까 두려워 나의 감정을 숨기기 급급한 나는 찢어질 듯 아파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방을 나갔다. 그렇게 두려움에 솔직하지 못한 나의 감정을 애써 가슴속에 묻으며 방을 나가는 내 귓가로 혜영누나의 희미한 잠꼬대가 들려왔다.

 

“진우야...” 

 

“...젠장...!” 

 

-탁...! 

 

자면서까지 나를 찾는 혜영누나의 잠꼬대를 들으며 나는 아픈 가슴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 2 회: 채음지체...? -->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혹적인 혜영누나의 모습을 떨쳐버리기 위해 거실에 나와 운동을 하는 사이 어느새 날이 밝았다. 가톨릭 대학의 하나인 산크리아트대학 병원에서 간호 팀장이라는 직책을 맞고 있는 혜영누나는 언제나 5시30분에 기상을 한다. 나야 뭐 잠을 아예 자지 않기에 그것이 빠른 것인지 느린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빠른 편이란다.

 

-삐삐삐삣! 삐삐삐삣! 삐삐삐삣! 삐삐삐...! 

 

방안에서 들려오는 알람시계의 알람이 꺼지는 것으로 봐선 혜영누나가 깨어난 듯 싶다. 나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침대에서 일어날 혜영누나를 생각하며 피식 웃고는 운동으로 인해 흘린 땀을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 잠시후 샤워를 마친 나는 평소와는 달리 조용한 집안을 깨닫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누나가 아직도 자나...?” 

 

나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혜영누나다 보니 언제나 일에 치여 살기에 가끔은 이렇게 늦잠을 자는 혜영누나를 깨워 줘야한다. 특히나 오늘처럼 늦잠을 자버리는 날에는 투정이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어린애 달래듯이 어르고 달래서 잠을 깨워줘야한다는 나쁜점도 있지만...혜영누나의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모두 나 때문이기에 그 정도 수고로움은 내 쪽에서 감수해야지 뭐...

 

“에휴, 역시나네...!” 

 

-새근...새근... 

 

역시 방에 들어와 보니 혜영누나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지금 시간이 대략 5시 50분이니 조금만 더 늦으면 100%지각이다. 그런고로... 

 

-쿡! 쿡! 

 

“누나! 누나! 일어나! 5시 50분이야! 이러다가 또 지각한다고!” 

 

“우우웅~! 조금만 더 잘래...!” 

 

“아, 글쎄 조금만 더자면 지각이라니까...!” 

 

“히이잉...! 싫어...더 잘거야아...!” 

 

간지럼을 심하게 타는 혜영누나의 최대 약점인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소리치자 혜영누나는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더 자겠다고 땡깡(?)을 부리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여러모로 손이 많이가는 여자라니까...! 이럴때는 화난 듯이 소리치면...! 

 

“아나, 이 아줌마가...우,우왓!” 

 

-풀썩! 

 

“에헤헤...! 그러지말고 진우도 좀만 더자...이 누님이랑 같이 자자. 응? 자...음냐음냐...!” 

 

‘이,이 여자가 남의 속도 모르고!’ 

 

정말이지 남의 속도 모르고 이렇게 자극적인 스킨쉽과 함께 응석을 부리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나는 왈칵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결국... 

 

“좀 적당히 해둬, 누나! 도대체가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당장 안일어나?!” 

 

“아,알았어...미,미안해 진우야...나,나는 그저...!” 

 

“아, 됐어! 빨리 나와서 씻고 밥이나 먹어!” 

 

-쾅!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혜영누나에게 큰소리를 치고만 나는 방문을 거칠게 닫고는 문에 기대서 쓰린 가슴을 움켜잡았다. 

 

‘미안해, 누나...하지만 이렇게 하지않으면...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 

 

이렇게라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려서라도 내 가슴 속에 자리한 누나, 아니 ‘이혜영이라는 여자를 지우고 거리를 벌려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힘드니까...

 그리고 잠시후 내가 기대있는 문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자 나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차리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렇게 혜영누나를 상대로 ‘정 떼기’를 하는 중이었다.

 

************************* 

 

-달그락 달그락... 

 

“흐으응...? 이상하다? 진우야~! 진우야, 혹시 내 스타킹 못 봤니?” 

 

“하아아...아까 식탁위에 올려두고 화장실로 갔잖아...!” 

 

“에에? 그랬었나?” 

 

언제나그랬듯 평화로운 아침 대신, 덜렁거리는 혜영누나 때문에 시끌벅적한 아침을 맞게 된 집안은 혜영누나가 정신없이 출근 준비를 하느라 거의 초토화되어있었다.

 그래도 아침밥은 꼭 챙겨 먹이는(?) 터라, 거의 아침밥을 들이킨 혜영누나는 집안을 헤집으며 스타킹을 찾아다녔고, 나는 여느때나 다름없이 깊은 한숨과 함께 혜영누나가 앉았던 식탁쪽 의자에 걸린 스타킹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머? 정말이네? 에헷!” 

 

“그 덜렁거리는 버릇 좀 고쳐!” 

 

“미안, 미안 그래도 나는 이게 천성이라서 말이지...” 

 

식탁의자에 턱하니 걸쳐있는 스타킹을 발견하고는 혀를 내밀고 귀엽게 웃는 혜영누나를 보며 골치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사락...! 사라락...! 

 

“잘하는 짓이다... 남자 앞에서 팬티를 훤히 보이면서 스탕킹이나 신고...!” 

 

“그치만...” 

 

“그치만은 무슨 그치만이야! 도대체가 창피함을 몰라요 창피함을!” 

 

밥 먹는 내 앞에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한쪽다리를 의자위에 올려놓고는 예의 그 고혹적이면서도 선정적인 자태를 뽐내며 검은 스타킹을 신으며 언뜻언뜻 보랏빛 레이스에 꽤나 야한 디자인의 팬티를 내비치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나는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을 애써 다독이며 소리쳤다.

 

“에이...! 뭐 어때? 한 식구...인데...!" 

 

“나는 남자도 아니라는거냐?!” 

 

“...응!” 

 

-스르륵! 딸깍! 딸깍! 딸깍! 딸깍! 스르륵...! 

 

기어이 아들이 버젓이 보고 있는 앞에서 스커트를 걷어올리고는 가터벨트에 스타킹까지 고정시켜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버리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나는 몰래 쓰린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래...나는 누나한테 식구니까...남자가 아니라...’ 

 

그렇게 아무 거리낌도 없이 내 앞에서 스타킹을 신고, 스커트를 걷어올려 속옷을 보이며 가터벨트를 스타킹에 고정시킨 혜영누나가 흐트러진 복장을 바로하고 핸드백을 들고 거실에 있는 전신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세심하고 확인한 후에 활짝 웃었다.

 

“헤헷, 준비 끝! 그럼, 갔다 올게!” 

 

“아,아 가던지 말던지...” 

 

“우리 진우...이 누님이 방학인데 같이 못 있어줘서 삐졌구나?” 

 

“내가 한 두살 먹은 어린앤가? 나도 나름 바쁜 몸입니다요.” 

 

“흐으응...그래? 뭐 아무튼 난 일 다녀올테니까 너무 책만보지 말고 바깥 바람 좀 쐬고 그래, 알았지?” 

 

“아,아...” 

 

-쪽! 

 

“그럼, 간다~” 

 

-끼이익...철컹! 

 

“......”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직장으로 향하는 혜영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혜영누나의 부드러운 입술이 닿은 뺨을 어루만졌다. 

 

“공허하구나...누나가 없는 집은...” 

 

비록 정 떼기를 하는 중이지만...아직은...그래, 아직은 내게 있어 혜영누나는 너무나 큰 존재였다. 

 

-짝! 

 

“또, 또 그런다. 이제는 포기하기로 했잖아 강진우! 정신차리자 정신차려!” 

 

나도 모르게 혜영누나를 여자로 생각하며 또다시 못 이룰 사랑을 시작하려는 가슴을 뺨을 쳐서 잠재운 나는 혜영누나가 초토화시킨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혜영누나가 워낙 덜렁대는 성격에다가 정리하는 습관이 없어서 이렇게 내가 치워주지 않으면 금새 집안이 쓰레기장으로 변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대청소 아닌 대청소를 매일같이 하자 이것도 어느새 이골이 나서 왠만한 대청소는 30분안에 끝마칠 수 있었다.

 화장실, 거실, 드레스 룸, 화장대, 안방, 주방 등등을 말이다. 

 

“이제 좀 쉬어볼까나?” 

 

덕분에 여느 집안의 아줌마들처럼 남편, 아니 혜영누나를 출근시키고 나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는게 아침일과가 되버렸지만 뭐, 이건 이것 나름대로 즐거운 거니까...

 

-팟! 

 

[오늘의 날씨는...] 

 

[서해안에서 올라온 싱싱한 생태가...] 

 

[아니, 누가 그런 말을 했어요?!....] 

 

게다가 이렇게 커피한잔을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며 아침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전부 학교를 가지않는 방학이나 공휴일 때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침 TV프로그램은 21세의 대학생이 볼만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게 문제다. 

 

“하아아...역시 아침에는 뭐 볼만한게 없구나...아침드라마는 너무 막장이고, ‘아침마당’같은걸 보면 완전 아줌마가 된거 같아서 싫고...뭐 재미난 거 없나...?”

 

시간은 철철 넘치는데 할게 없는 난감함! 

그 난처한 상황에 빠졌을 때 내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하아앙~! 조,좋아...! 조,조금더...조금더 격렬하게...! 히아아아앙~!!) 

 

-위이잉...위이잉... 

 

“...저 아줌마 또 시작이네” 

 

불면증에 걸려 남들보다 민감하게 되버린 청각 때문에 듣지 않아도 될 수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옆집에 사는 젊은 새댁이 내는 달뜬 신음소리였다. 

옆집 내외가 이사온지 벌써 1년 반이 지났지만 저 소리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도대체 남편이 뭐 하길래 매일 시간만 나면 저렇게 자위를 해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있고 말이다. 아무튼 옆집에 사는 젊은 부인은 저렇게 남편이 없을 때면 거의 하루 종일 자위를 하곤한다.

 덕분에 그런 옆집 아줌마가 내지르는 음탕하면서도 색기어린 신음소리를 들어야 하는 나는 언제나 난감하다. 

 

“하아아...옆집 아줌마가 그렇게 못생긴 것도 아닌데...그리고 나이 많지 않고...” 

 

1년 반이나 같은 아파트의 같은 층에서 살았으니 얼굴을 못봤을 리가 만무했다. 

옆집의 아줌마는 저렇게 매일 자위를 하는 여성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정숙하고 현숙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게다가 내 기억으로는 꽤나 아름다운 미모와 몸매, 그리고 젊어 보이기까지 했었다.

 

“에효...혼자 이런 생각해봐야 뭐 달라질 거라도 있나...” 

 

달라질 건 없었다. 

옆집의 젊은 부인은 계속 자위를 하면서 신음소리를 낼테고 나는 그것 때문에 신경쓰여서 집에 제대로 있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에... 

 

“도서관이나 나가자...” 

 

결국 본의 아니게 집에서 내쫓기게 된 나는 내가 다니는 ‘성 미카엘 시립대학교’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 3 회: 채음지체...? -->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위를 해대는 음란한 옆집 아줌마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집에서 나온 나는 무사히 도서관에 도착했다. 학기 중이라면 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하기위해서 도서관에 꽤나 많은 학생들이 있었겠지만 어제부로 방학을 한터라 사람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 있긴 하구나, 도서관 사서(私書)누나.’ 

 

-스르륵...! 

 

“어머, 어서와, 진우야. 오늘도 책 빌리러 온거니...?” 

 

자동문으로 되어 있는 출입문을 지나치기 무섭게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기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심심했었나보다. 평소에는 그저 지나가면서 인사나 나누던 사이인데 말이다.

 뭐 어찌됐든 예상 밖의 호의이긴 하지만 무시하기에 애매하기에 나는 간단한 목례로 인사를 전하며 입을 열었다. 

 

“예, 뭐 그렇죠...알아서 둘러 볼테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으응, 아,알았어...” 

 

시큰둥한 내 대답에 사서누나가 왠지 모르게 시무룩해진 것처럼 보이는 건 혼자만의 착각일까. 

하기야 사서누나처럼 아름다운 여성이 나에게 호감을 표한다는 게 이상한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 정도면 아무리 7살 연상이라도 OK인데 말이야...쩝!’ 

 

확실히 사서누나의 미모 정도면 7살 연상이라도 좋을 것같다. 

흑단 같은 긴 머리카락을 등 뒤로 늘어뜨리고, 단정하게 빗어 넘긴 앞머리와 잘 정돈된 옆머리는 청순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를 느끼게 했고, 반듯한 이마에 초승달처럼 고운 눈썹을 따라 도도하게 솟은 오똑한 콧날과 그 아래 자리 잡은 촉촉한 눈망울과 선홍빛 붉고 윤기나는 입술, 그리고 만지면 뽀얗게 가루가 묻어나올 것 같은 탱탱하고 맑은 피부가 어우러져 청순하면서도 이지적으로 보이는 얼굴이다.

 게다가 이곳이 직장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단정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새하얀 블라우스위로 보이는 가녀린 어깨선과 너무 보듬어주고 싶은 충동이 일게 만드는 가녀린 팔과 늘씬한 손가락 그리고 한 팔에 쏙 들어올 것 같은 얇고 잘록한 허리라인을 따라 옆이 살짝 트인 검정 스커트위로 드러난 육감적이고 탱탱한 엉덩이와 걸을 때마다 옆트임으로 살짝 살짝 드러나는 진한 블랙커피색과 같은 스타킹이 감싸고 있는 늘씬하고 고혹적인 각선미를 지닌 다리와 검은색 하이힐은 이지적이면서도 청순한 성인여성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다만...!

 

‘하아아...절벽이라서 문제지...쩝!’ 

 

가슴의 굴곡이 완전한 일직선을 그리는 게 문제였다. 

사서누나의 가슴은 말 그대로 절벽! 그것도 90도의 낭떠러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절벽 미인’이라는 여성으로서 굴욕적인 별명을 받은 사람이었다.

 

‘들리는 소문에는 여중생이 착용하는 브래지어도 흘러내린다는 소문이 있던데...’ 

 

뭐 어디까지나 믿거나 말거나지만 말이다. 

 

“음...? 왜,왜그러니?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니?” 

 

이런! 너무 사서누나 얼굴을 오래 봤나보네...! 이럴땐... 

 

“아,아니요...그냥 사서누나가 오늘따라 예뻐보여서요” 

 

“어,어머! 얘,얘는 노,농담도 참...” 

 

“하핫, 그럼 일보세요. 저도 읽을 책이나 찾아서 읽다가 갈게요” 

 

“으응...” 

 

위기(?)를 모면하기위한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손으로 양쪽 뺨을 수줍게 가리는 사서누나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싱긋 웃고는 책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어디보자...이쪽에 잇는 것들은 대부분 읽었고...이쪽도...마찬가지...그럼 이제 남은건 잡서(雜書)쪽인데...” 

 

불면증에 걸린 이후로 그 기나긴 밤을 책보며 지냈으니 이곳에 있는 어지간한 책들은 이미 읽어본 것들이다. 단순히 읽어본 것뿐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이해를 한 것도 있고, 완전히 이해한 것도 있었다. 덕분에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것 따위(?)는 한귀로 흘려버릴 정도고, 나 스스로가 논문을 만들거나 이론들을 만들어내서 용돈벌이를 하는 실정이다. 또 총 15개국어를 구사할 줄 알고, 1과 0으로 이루어진 언어, 즉 컴퓨터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는 한마디로 ‘괴물’이 되어버렸다.

 

“에에...이건 읽은거...이것도...이것도...이것도... 하아아...이제는 별로 읽을 것도 없구나...천상 다음달에 책이 입고 될 때까지 참아야하나...?”

 

실면적 총 150평에 3층 복합으로 되어있는 이 거대한 도서관에서 읽을 책이 없다는 사실에 실망을 하면서 돌아서려는 찰나! 

 

“음?! 못 보던 책이다!” 

 

그동안 도서관에서 보지 못했던 두꺼운 책 한권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손바닥 반만 한 두께의 꽤나(?) 두꺼운 책을 들고 그대로 근처 책상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어라? 제목이 없네? 그리고 보니 먼지도 꽤 쌓여있고...에엑?! 도서관 관인도 없잖아 이거? 누가 놓고 간 건가...?” 

 

하지만 도서관에 들어 올 때는 도난 방지를 위해 노트북이나 전자기기, 필기도구를 제외한 일체의 물건을 반입할 수가 없었고, 도서관의 관인이 찍혀있지 않은 책 또한 반입이 불가능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발견한 이 책은 운 좋게(?)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방치되었다는 소리였다. 

 

“뭐 아무려면 어때 시간 때울만한 게 생겼는데...후훗! 자아...어디보자...” 

 

-차르륵...! 

 

책 위에 쌓인 먼지들을 조심스럽게 털어내고 첫 장을 펼친 나는 9pt정도 돼는 글씨크기에 또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 

 

“아싸! 읽을게 많겠구나!!” 

 

글씨 크기가 작다는 것은 그만큼 읽을 것이 많다는 소리고, 내가 남는 시간, 즉 이 시간을 더불어 밤에도 시간 때우기로 읽을 수 있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작은 글씨로 인해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팔락...! 팔락...! 팔락...! 

 

“......” 

 

“저,저기...진우야...!” 

 

읽을 책은 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린 속독(速讀)으로 뭔가에 홀린 듯 책을 읽어 내려가던 나는 나를 조심스럽게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책속에서 헤어 나왔다.

 

“어...? 사서누나, 어쩐 일이에요...?” 

 

책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정신을 일깨우자 눈에 들어오는 사서누나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자 사서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그 고운 입술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그게...” 

 

“.......?” 

 

얼굴을 붉힌 채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는 우물쭈물해대는 사서누나의 모습에 나는 또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서누나의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잠깐 사이에 붉어진 얼굴을 식히고는 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사서누나가 입을 열었다. 

 

“폐관(閉關)할 시간이 지나버려서...” 

 

“에엑?! 벌써요?” 

 

“으응...”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한 얼굴로 미소 지으며 작게 중얼거리는 사서누나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손목시계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도서관이 문을 닫는 저녁 10시가 훌쩍 지나있었다.

 

“이,이런 미리 말씀해 주시지 않고요...!” 

 

“나,나도 몇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도 없이 책만 보고 있길래...” 

 

“아...!”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는 책 때문에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그랬나보다. 

나는 사서누나의 말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사서누나를 쳐다봤다. 

현재 시간이 오후 11시 37분이니까 대충 한 시간 40분 동안 연장근무를 한 것이었다. 사서누나는... 

 

“그,그래도 좋았는걸...짧은 시간이지만 진우랑 도서관에 단 둘이 있어서...” 

 

“예?” 

 

“아,아니야! 아무것도 그보다...그 책 아직 다 못 읽은 것 같은데 대여해 갈거니?” 

 

“아, 예, 뭐...” 

 

“그래, 내가 얼른 찍어줄게...! 

 

-타다다...! 

 

“뭐지?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분명 사서누나가 뭐라고 중얼거린 것 같은데 딴 생각을 하다가 못 들어버렸다. 그나저나 사서누나, 은근히 칼퇴근을 하고 싶었나보다 평소에는 저렇게 빨리 일처리를 하지 않는데 말이다.

 

“아, 맞다! 그 책 관인이 안 찍힌 건데...?” 

 

사서누나의 행동에 피식 피식 웃고 있을 때 방금 누나가 대여 처리를 해주겠다며 들고 간 책이 관인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서누나가 있을 출납창구로 향했다.

 

“어,어라...? 과,관인이 없네? 바코드도 없고... 히이잉! 이걸 어떻게야 하지?” 

 

‘하아아...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구만...’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들기에 꽤나 무거운 책을 부들거리는 손으로 들고 요리조리 살피던 사서누나가 울상을 짓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저...!” 

 

‘어레? 그러고 보니 여태까지 사서누나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 하아...나도 참!’ 

 

그동안 도서관을 다니면서 오늘처럼 특별히 대화할 기회도, 일도 없어서 그저 사서누나, 혹은 ‘절벽 미인’이라고 불러 버릇하다보니까 사서누나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어이없는 사실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사서누나가 서있는 출납창구를 바라보았다. 

늦게나마 사서누나의 이름을 알기위해서였다. 

 

‘박...순희? 이름 참 촌스럽네...!’ 

 

출납창구에 써져있는 명패를 읽은 나는 차라리 ‘사서누나’라고 부르는 게 났겠다 싶었지만 이름이 ‘박사서’도 아닌데 사서누나라고 부르기가 뭐해 그냥 ‘순희누나’라는 말을 내뱉었다.

 

“순희...누나!” 

 

“....으응?” 

 

“그 책, 도서관에서 찾긴 한 건데 이상하게 관인이나 바코드가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누가 잘못반납할걸 그대로 도서관에 비치했나 봐요.” 

 

“아,아...그래?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쿠웅...! 

 

내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리며 책을 책상에 그대로 떨어뜨리는 순희(?)누나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팔이 아프긴 했나보다. 

 

“아야야...팔 아파...” 

 

“죄송해요. 미리 말씀드렸어야하는데...” 

 

꽤나 팔이 아픈 듯 가녀린 팔을 주무르는 순희누나의 모습에 나는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누나는 괜찮다는 듯이 싱긋 웃으며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아냐, 아냐! 괜찮아! 아! 그럼 이 책 그냥 네가 가져가도 되겠다.” 

 

“예?” 

 

“뭐 우리 도서관께 아닌 이상 여기 둘 수가 없으니 버리거나, 팔거나 할 건데, 이왕이면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게 책도 좋아할 일이고 너도 좋아할 일이니까”

 

“하하, 그런가요?” 

 

“응! 자, 이거 그냥 가져가” 

 

“예.” 

 

- 스윽...!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나한테 책을 건네는 누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밝은 표정을 지으며 책을 받아들었다. 내심 책을 내가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뜻밖에 횡재(?)를 하게 된 나는 순희누나에게 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누나” 

 

“응?” 

 

“누나 덕에 공짜로 책도 생겼으니까, 제가 집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에? 아,아니야, 괘,괜찮아! 그리고 우리 집은 여기서 가까워서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은걸...!” 

 

내가 생각해도 예상 밖의 제안이긴 했지만 화들짝 놀라며 도리질까지 치며 거부하는 누나의 모습에 괜한 말을 꺼냈나 싶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밀고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에이! 그래도 누나 같은 미인이 밤거리를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요!” 

 

“어,어머...! 얘는 장난도...” 

 

“그러지 말고 거랑 같이 집에 가요. 저 때문에 이렇게 늦게 퇴근하는 것도 있고, 책도 공짜로 받았으니까요. 예?” 

 

“그,그럴까...?” 

 

‘미인’이라는 아부가 먹혀들었는지 사르르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레 긍정의 뜻을 표하는 순희누나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미소 지으며 출입구를 향해 걸어 나갔다.

 

“후훗, 그럼, 그런 걸로 알고 저는 밖에서 기다릴게요!” 

 

“으응! 금방 나갈게!” 

 

먼저 걸어 나가는 나를 보고는 허둥지둥하며 뒷정리를 하는 순희누나의 얼굴이 상기된 것 같은 느낌은 나 혼자만의 착각일까...? 

아무튼 그렇게 순희누나에게 말하고 나서 도서관 앞에서 누나를 기다리자 순희누나가 보기 좋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는 도서관을 나왔다.

 

 

<-- 4 회: 채음지체...? -->

 

“마,많이 기다렸지? 추,출입문만 닫고 얼른 가자...!” 

 

“아, 예...” 

 

-스으윽...! 

 

‘흐으음... 확실히 얼굴이랑 뒷모습은 예술인데 말이야...’ 

 

도서관의 출입문을 감구기 위해 까치발을 들고 손을 높이 뻗어 출입문 상단의 잠금장치를 열쇠로 닫는 순희누나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까치발을 들고 자신의 키보다 높이 있는 열쇠구멍에 열쇠를 집어넣기 위해 온몸을 쭈욱! 뻗어서 자신도 모르게 올라간 짧은 스커트 아래 드러난 늘씬한 각선미와 힘을 바짝! 준 탱탱하고 육감적인 엉덩이의 굴곡이 스커트 위로 고스란히 드러나 도저히 눈을 돌리기 힘들 정도로 자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완전 평면을 자랑하는 가슴...!

 그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순희누나에게 욕정을 느낀다거나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혜영누나’가 이상형이기 때문이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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