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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바나 외전 - 상 -

도쿄 사바나 외전 - 상 - 

 

, 전화가 걸려왔다. 대학 서클 친구인 타케였다.

카즈, 오늘, 올거지?

어. 이번엔 미끼 역이라고 선배한테 명령받았지만

너, 이번에도 그거냐? 저번에도 했잖아. 하긴, 차라리 훨 낫지 않냐? 미끼 쪽이 오히려, 느긋하게 할 수 있잖아

제일 죽이는 건, 스가와라 선배 차지지 뭐~, 자동적으로다가

자조섞인 웃음이 새어나오고 만다.

스가와라 츠요시. 도토대학 3학년. 두 번이나 꿇고 입학한 올해 23세의 남자로, 이 서클의 리더격인 존재였다. 카즈키들도, 마음 속으로야 어찌 됐든, 겉으로는 선배, 선배하며 치켜세워주고 있었다. ......물론 콩고물이 떨어질 걸 기대하고 말이다.

오늘은 완전 귀여운 아키타 미인 신입생이 온다더만... 좀 아쉽긴 하겠다

기집애들이 말하는 귀엽다는 신용도 제로야

여자와 남자는, 여자애를 품평할 때 그 기준이 다르다. 여자는 성격이나 패션 센스로 동성을 귀엽다고 평가하지만, 남자는 오로지 예쁜 얼굴, 늘씬한 몸매의 이성만 귀엽다고 판단한다. 그 갭이 불러 일으키는 비극은 그래서 늘 끊이지 않는 것이다.

아 참, 내 고등학교 동창도 하나 나올 걸?

신입생?

응, 한 해 재수한 계집애야. 그래봤자, 일찌감치 선배들한테 따먹혔지만

하하하, 그거 속 좀 쓰리겠는데

정말이지 가슴이 아프다.

야마도리 후유나...여자애들 사이에선 토오나라고 불리우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숏컷이 잘 어울리는 활기찬 여자애였고, 카즈키도 살짝 마음이 있었다. 아니 사실, 옆에 앉으면 달콤한 향기에 흠뻑 취하고 말 정도로 꽤 좋아했었다. 지망학교가 같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같이 제1지망에 합격하면 고백해 볼까,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카즈키는 하위지망학교였던 도토대에 입학하게 되었고, 후유나는 다 떨어지고 재수생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올해, 다시 만났을 때...후유나의 머리카락은 긴 금발 염색에 퍼머까지 하고 있었다. 1년전의 청순한 여고생 이미지는 눈꼽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게다가 입학한지 채 얼마 지나지도 않아, 선배 하나가 꼬셔서 바로 따먹었다고 한다. 스가와라 츠요시하고도 벌써 여러 번 잔 것 같았다.

1년전, 카즈키가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었던 그 후유나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 대학, 짐승같은 놈들 뿐이라구

남 말하고 앉았네, 바보녀석. 너도 어차피 여자라면 무조건 다 따먹고 다니면서

하긴, 그거야 그렇지만. 어차피 계집이란 건 99퍼센트는 죄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그저 기분좋은 구멍일 뿐인데 뭐

그랴 그랴. 모처럼 섹스의 도가니라고까지 불리는 대학에 들어왔는데, 실컷 즐기지 않으면 우리만 손해지

두 녀석의 천박한 웃음소리가 핸드폰 전파를 타고 흐른다.

 

 

오후 6시.

선술집...이라곤 하지만 여느 허름한 선술집이 아닌, 시끌벅쩍한 분위기의 젊은이 취향의 가게.

그 가게 입구 바로 앞, 현란한 네온사인 간판 아래, 남자 네 명이 모여 떠들어대고 있었다. 곧 시작될 축제에 대한 기대로 잔뜩 들떠있는 모습들이었다.

다른 세 명에게 존댓말을 받고 있는 스가와라 츠요시도,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고 입에 문 담배를 질겅거리며 실실 쪼개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후배 카즈키가 얼른 라이터를 꺼내 부리나케 불을 붙여 준 담배를 물고서.

이런 데 서 있으면 통행 방해라구...

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카즈키였지만, 다른 세 사람은 전혀 신경쓰는 기색이 없었다. 괜히 이런 말 꺼내봤자 분위기만 어색해질 게 뻔하고, 그저 입 다물고 가만 있는 게 낫다. 카즈키가 아무도 몰래 혼자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타케가,

아, 왔네요...

라며, 츠요시의 어깨를 쳤다. 스가와라가 재빨리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렸다.

역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여자 앞에선 보이지 않는다는 건가... 이런 부분은, 과연...

카즈키는 메모라고 하고 싶은 기분으로 츠요시를 바라 보았다.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공중도덕 결여 문제는 일단 제껴두기로 했다. 하긴 도덕따위 암만 잘 지켜봤자 여자한테 쟤 뭐니?라는 말을 들으면, 자기한테 이득될 건 하나도 없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케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땅거미가 지고 있는 번화가 인파 사이를 뚫고, 익숙한 얼굴의 여자 하나가 다섯 명의 신입생을 거느리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참 이상한 것이, 신입생은 그저 걸음걸이만 봐도 대번에 표가 난다. 교복 차림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된 여자애들은 아직 사복이 몸에 익지 않다. 화장이 아직 서투른 탓에, 대부분 생얼이지만 오히려 거꾸로 아예 떡칠을 하는 녀석도 있다.

그런 다섯 명의 신입생 중에 알고 있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야마도리 후유나였다.

1년 전의 청순함과 비교하면, 색깔이 바뀐 머리카락, 쇄골이며 가슴 계곡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요란한 컬러의 옷, 번쩍거리는 목걸이, 뭐라 빠르게 조잘대면서 이를 드러내고 크게 웃어재끼는 천박함 등, 완전히 다른 여자였다. 그저 얼굴 생김새하고 몸매만이 그 무렵을 떠올리게 해, 간신히 위로가 될 뿐이었다. 아마도 그 달콤한 체취만큼은 그대로일 테지만.

그리고, 카즈키의 시선이 바로 그 옆의,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에게로 옮겨져 갔다. 약간 긴장한 표정에, 이런 분위기가 영 어색한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왠지 지방에서 막 올라온 것 같은 아우라를 풍기는 새하얀 피부의 여자애.

그러나...

휘이잇---!

타케가 휘파람을 분다.

그녀는 그야말로 시골에서 열심히 공부해 도쿄의 대학에 진학했습니다라고 써붙인 듯한, 그리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소박한 매력이 흘러넘치는 미소녀였다.

카즈키가 그만 바보처럼 입을 헤 벌리고 만다.

...이야, 이게 진짜 귀여운 거지. 정말이지, 노래 가사 같은 데서 종종 나오곤 하는 천사, 그 자체다!

카즈키의 머릿속에서, 저 미인은 이미 천사라고 단단히 새겨져 버렸다.

여태껏 보아온 계집들은, 이 애에 비하면 모조리 메주, 이 애가 주연이라면 죄다 엑스트라에 불과해!

이미 후유나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물론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였고.

1년 전의 후유나보다도 훨씬 더 예쁜, 그 어떤 댓가를 치르고서라도 자기 껄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가...지금껏 머릿속으로 망상만 해온 그 모든 여자들보다도 한층 더 이상형에 가까운, 아니 이상형 그 자체인 최고의 여자가, 지금 현실 속에 서 있었다!

유독 그녀만 눈부시게 빛나 보이고 다른 네 명이 퇴색되어 보이는 건, 단지 원피스 색깔이나 흰 피부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이 아이가 아까 얘기하던 바로 그 아키타 미인이구나.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사람이 뭔가를 상상하려면, 지금까지 보아온 것이나 들어온 것으로부터 조합할 수 밖에 없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아키타 미인의 매력은, 이미 카즈키에게 있어서 상상의 범위를 아득하게 뛰어넘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른 남자들의 시선도 온통 그녀에게 쏠려 있었다. 츠요시도, 최고로 기분 좋았을 때 짓는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히야아~ 오늘 술자리는 정말이지 너무 즐겁겠는걸

츠요시가 입맛을 다시는 소리를 듣는 순간, 카즈키는 냉수라도 끼얹어진 것 같은 기분이 되고 말았다.

심장이 격렬하게 쿵쾅거리는 감각과 동시에, 온 힘을 다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녀석들을 전부 다 때려 죽이고 싶은 흉폭한 충동. 그 충동이 항문으로부터 정수리 끝까지 쭈욱 짜릿하게 관통한다. 그 격렬한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필사적으로 참아야만 했다. 그 덕분에 얼굴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고 말았다.

 

 

카즈키는 오늘 밤, 이 미인에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처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스가와라 츠요시 선배는, 확실히, 이 천사의 날개를 잡아 뜯어내서는 밖이며 안이며 모조리 먹어치울 것이다. 앞으로 2시간 내에.

 

 

어이, 여기야 여기

가게 입구로 들어가 카운터를 지나면 그 안으로 개인실이 줄지어 있었다. 중앙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튼튼하게 생긴 육중한 문이 여러 개 보인다.

이미 분위기가 무르익었는지, 두꺼운 벽 너머로 벌써부터 즐겁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록 내용까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모습이 그려진다. 희미하긴 하지만 음식이나 음료수 냄새도 새어나오고 있었다.

신입생 도착~!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 방 안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다다미가 깔려있는 커다란 방. 테이블 주위에 카즈키와 츠요시 말고도 열 명이 넘는 남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오오오오~ 귀여운데!

감탄사가 바로 터져 나온다. 모두들 소문의 아키타 미인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

후유나가 왠지 모르게 빈정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이 어이, 설마 자기가 주역일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

카즈키는 속으로 그렇게 비웃으면서도, 어차피 너나 나나 우리 둘 다 이 자리에선 조역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동정심이 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다섯 명의 신입생 여자애들이 남자들 사이사이에 자리를 배정받아 앉기 시작했다.

카즈키는 물론 아키타 미인의 옆에 앉고 싶었지만, 누구나 다 노리고 있는 그 자리에 겨우 2학년 짜리 쫄따구가 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왼편에 타케, 오른편에 후유나, 이렇게 자리를 잡고 앉게 되었다.

자, 마셔볼까

마실 것이 주욱 돌아가고 드디어 다과회가 시작된다.

무도 계열 써클의 회식 자리에선, 이 때 게스트 인사라던지 구호를 외친다던지 하는 절차가 한참이나 이어진 후에야 술이 돌아간다. 게다가 술을 따르는 방법이라던지, 술을 따르기 전 건네야 하는 인사말이라던지, 누구 먼저 술을 따라줘야하는건지 등등 해서, 여러가지 규칙이 존재하는 까닭에, 술자리에서 뭔가 실수가 있으면 회식 다음날 기합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써클에 그런 거추장스러운 게 존재할 리 없었다.

선 채로 한 손으로 병을 잡고 술을 따라도, 선배한테 자, 한 잔 쭈욱 들이키라구요!라고 해도, 아무도 뭐라는 놈 없다. 멤버들은 다들 자기 멋대로 떠들썩하게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또 코토카와 옆자리인거야?

컵을 손에 들고 후유나가 툴툴거렸다.

하하하, 참 질긴 인연인가봐, 우리

억지웃음을 지으며 카즈키가 맥주를 따랐다.

그렇게 연회는 시작됐지만...카즈키의 마음은 조금도 즐겁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저 아키타 미인이 신경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그 모습은 마치, 개미떼가 잔뜩 꼬여든, 바닥에 떨어진 알사탕 같았다.

이름이 뭐야?

에노모토입니다

이름말야 이름

미카

어떻게 쓰는데?

아름다울 美자에, 향기 香자로 씁니다

우와아---, 아름다운 향기! 이름하고 실물하고 아주 딱 들어맞는걸! 흐으응~ 아, 냄새 좋다!

시끄럽게 떠드는 와중에 얼핏 그런 대화가 오고가는 게 들렸다.

야, 타케. 미끼 역, 좀 바꿔줄래---?

빙신, 내가 대가리에 총 맞았냐?

눈치를 보아하니 타케 역시도, 저 아키타 미인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하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나만...

카즈키가 몸을 배배 꼬며 고민에 잠겨 있을 때,

후유나가 옆에서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옛 친구가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 무시하는 거임?

아, 아냐, 이거 실례...가 아니고, 너 임마, 나 일단 네 선배거든

익살맞게 능청을 떨면서 벌써 꽤 많이 취한 후유나의 컵에 맥주를 또 따른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츠요시가 슬쩍 3학년 몇 명에게 신호를 보내 방을 나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간부급 멤버들도 한 명씩 차례로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슬슬 시작하는 건가...

시계를 보니 거의 7시 가까운 시간이었다. 벌써 1시간이나 지났던 것이다.

주위에 앉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는 그저 건성. 카즈키의 귀는 내내 아키타 미인 쪽으로만 쏠려 있었다.

출신지가 어딘지, 고향에 남자친구가 있다던지, 그렇게 듣고 있는 동안에 몇 가지 개인정보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 이상 적극적인 행동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카즈키는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켰다.

몇 분 정도 지나고, 조금 전 나갔던 사람들이 자리로 돌아왔다.

카즈키 앞에 앉은 3학년이 옆에 앉은 여자애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슬쩍,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툭툭 두드렸다. 그러더니 이번엔 컵받침을 하나 집어들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신호다...

미끼 담당은 옆자리의 여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라. 바로 그런 의미의 신호였다.

카즈키가 괴로운 표정으로 아키타 미인을 바라봤다.

미카쨩, 어때? 술빨 좀 받어?

원래 그녀 옆에 앉아있던 남자와 자리를 바꿔앉은 츠요시가 자연스럽게 술잔을 내민다.

그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지 얼마 안된 여자애들은, 처음엔 대체로 저런 반응이다. 그래봤자, 여름 즈음이면 대부분 변하지만...아니, 변하게 되지만.

이미 저 아키타 미인의 운명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 술잔에는 츠요시 선배가 자랑하는 그 약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고작 10분 후면 그녀는 의식을 잃고, 홀딱 벗겨져, 여기 모인 남자들 전원에게 돌려질 것이다...

카즈키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명령대로 따르기로 마음먹고 오른편을 바라보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야, 야마도리. 우리 나갈래?

응?

후유나는 글래스를 입에 댄 채로, 비둘기가 새총에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놀란 얼굴을 하고 카즈키를 돌아다 보았다.

...너하고 둘이서만 같이 있고 싶어

대학 입학한지 벌써 1년. 카즈키도 이제 제법 작업 내공이 쌓여, 이 정도 대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술술 내뱉을 수 있었다.

오오~...그런 말도 할 줄 아는 거야? 코토카와군~

그럼, 나갈까?

좀 혹하긴 한걸. 근데, 역시 사양할래

어째서?

으---음...코토카와니까 솔직히 말해주는 건데, 나 오늘 여기 온 거, 실은 스가와라 선배 노리고 온 거야

후유나의 미소가, 카즈키의 마음에 시커먼 먹물을 끼얹어 버린다.

그래도 억지로 평정을 가장하며 계속 추근거린다.

오늘은 힘들걸, 봐봐. 선배, 오늘은 저쪽을 노리고 있다구

벌써 휘청거리기 시작하고 있는 아키타 미인 옆에, 츠요시가 찰싹 달라붙어 계속해서 술을 먹이고 있었다. 그 표정이 마치, 그림 동화책에 나오는 못된 늑대를 연상시킨다.

후유나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고 만다. 그 표정이 흡사, 반야(*주, 般若, 일본의 노오 가면극에서 쓰이는 탈의 하나. 뿔 두 개가 달린 여자귀신의 얼굴. 여자의 질투, 분노, 내면의 슬픔을 상징한다)의 그것을 떠올리게 했다. 결코 남자가 좋아하는 종류의 표정은 아니다.

살벌하네... 나, 이런 년을 지금 따먹어야 되는 거야?

카즈키는 순간 딸국질이 터져나올 뻔 했다. 그러나 선배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순순히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다음 번부턴 국물도 없으니까.

 

 

7시 20분이 막 지났을 무렵.

술 냄새를 펄펄 풍기면서, 카즈키와 후유나는 러브호텔 방 하나를 잡아 기어들어와 있었다.

후유나는 어느 틈에 벌써 윗옷을 벗어던지고, 스커트에 브래지어 차림이었다. 카즈키도 얼른 바지를 끌어내리고 털이 숭숭 나 있는 다리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침대에 걸터앉아, 서로 어깨에 손을 두르고, 천천히 입맞춤을 시작했다.

수험생 무렵, 혼자 침대에 누워있을 때면 수도 없이 머릿속에 떠올리며 딸딸이를 치곤 했던 후유나의 입술...이었지만, 드디어 처음으로 맛보게 된 그녀의 진짜 입술에 대한 감상은, 의외로 밍숭맹숭할 뿐이었다. 츠요시 선배한테 넘겨받아 다같이 돌리곤 했던 계집애들하고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

달콤하고 촉촉해서 하반신이 흥분되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딱 그 뿐이었다.

후유나의 키스 테크닉은 꽤 능숙한 편이었다. 입술 안쪽이며 이 뒷쪽을 살살 핥는가 싶더니 격렬하게 혀를 뒤엉키고, 이 때다 싶은 타이밍에 침을 쭈욱 빨아 들이는가 하면 반대로 이쪽으로 흘려 넣기도 한다. 대체 누구한테 어디서 배운 거야...

이윽고, 카즈키의 다리 사이로 후유나의 손이 기어 들어왔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트렁크 안으로 파고 들어 이미 반쯤 발기해 있는 자지를 감싸 쥔다.

카즈키가 입술을 떼며 자기도 모르게 우욱하고 신음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후유나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손바닥으로 자지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 능숙한 움직임에 정서적으로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어쨌든 물리적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순식간에 남자의 성기를 딱딱하게 만들어 간다.

이외로 제법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있네?

그 후유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성욕이 불끈 솟구쳐 올라온 카즈키가 페니스 애무를 받으며 천천히 후유나의 몸을 뒤로 눕혔다.

브래지어를 풀어 유방을 밖으로 꺼낸다. 보들보들하고 예쁜 가슴... 하긴, 애저녁에 선배들이 주무르고 빨아대며 실껏 가지고 논 빨통이라고 생각하면 좆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애써 머릿속에서 털어낸다.

쳇, 여지껏 따먹었던 년들하고 마찬가지로 처녀도 아니네. 하긴 나 역시도 마찬가진가

스스로를 타이르며, 카즈키는 후유나의 젖꼭지에 달라붙었다.

아---음

쾌감에 겨워 신음소리를 내지르는 후유나.

이 걸레같은 년. 걸레! 걸레!

속으로 온갖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혀로 유두를 굴린다. 마음 속의 불쾌감과, 보드라운 피부와 맞닿은 몸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쾌감 사이의 갭이, 오히려 흥분을 북돋아 버린다.

아으응, 능숙하네... 더 일찍 코토카와하고 할걸 그랬나봐

나두, 더 일찍 야마도리하고 했으면 좋았을걸

이건 본심이었다. 최소한, 츠요시 선배보다는 먼저 따먹을 찬스가 있었으니까... 그 누구보다도 더 먼저, 이 몸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었는데,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빼앗기고 만 것이다. 후회해봐야 이미 늦었다. 짐승의 세계에선 먼저 먹는 놈이 임자다.

고등학교 땐 처녀였을테지, 아마도... 나도 동정이었고

그런 맑고 깨끗한 연애 따위, 이제 더이상은 바랄 수도 없었다. 이미 둘 다 더러워져 버렸으니까, 이젠 이런 식의 추잡한 짓만 즐길 수 밖에, 그 외의 것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젖꼭지를 계속해서 빨아대면서, 손가락으로는 보지를 푹푹 쑤시고 있었다. 벌써부터 애액이 넘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아... 흐읍... 코토카와, 슬슬...

할까?

카즈키는 후유나의 다리를 벌리고, 그녀의 보지 입구에 자신의 분기탱천한 자지를 갖다 댔다.

잠ㄲ... 생으로 하려고!?

아, 안돼?

당연히 안되지. 콘돔은 남자의 에티켓 아냐?

...미안

심야 라디오의 공익광고 멘트로 몇번 들어본 적 있는 대사에 뜨악해 하면서도, 일단 뒤로 물러났다.

할 마음이 싹 가시는 재수없는 말투였지만...보조 탁자 위에 놓여있던 콘돔을 손에 들고 포장을 뜯어 스스로 씌운다. 꼿꼿이 발기한 자지를 꽉 조이는 콘돔의 감촉, 왠지 모르게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츠요시 선배하고 할 때도 콘돔 쓰라고 했냐? 그 선배가 여자한테 이런 배려를 해줄 리가 없을텐데...

그 동안에 후유나도 재빨리 스커트하고 속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있었다.

자, 콘돔 했어

그럼, 해도 돼

넣는다~, 야마도리

정말이지 민망한 대화였다. 이런 추잡한 대화, 후유나하고는 하고 싶지 않았다구...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몸은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콘돔에 싸인 우뚝 솟은 남자의 자지는, 옛 고교동창의 보지를 탐내는 것처럼,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모습을 감춘다.

으으음...

우오옷...

촉촉히 젖은, 뜨거운 점막. 그것이 남자의 민감한 신체 기관을 감싸고 있었다. 저항은 조금도 없었다. 쑤욱, 하는 느낌으로 단숨에 파고 들어가 버렸다.

이게, 야마도리의... 토오나의, 보지!

수도 없이, 상상했었다. 몇번이나 꿈에 나왔는지 모른다. 그 점막 안을, 지금 이 순간, 카즈키는 현실로 느끼고 있었다!

그 느낌은 그 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훨씬 더 뜨겁고, 훨씬 더 많이 젖어 있었다... 다만, 그 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헐렁한 것만 빼고. 지금 자지를 조이고 있는 것은 보지가 아니라 콘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즈키는 촉촉하게 젖은 질 내부의 감촉을 콘돔을 통해서나마 만끽하면서, 보지 안을 자지로 쑤셔대기 시작했다.

으음... 아으음, 아앙!

후유나가 피스톤 운동에 반응해, 눈썹을 찡그리며 시트를 부여 잡는다.

...연기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여자들하고 비교하면, 반응이 너무 지나치게 빠른 것 같다.

하긴 상관없나. 섹스는 서로, 즐거움을 주고 받는 것이다. 만일 이게 연기일지라도 그걸 진심으로 받아 들이고 즐기는 것이 매너일 것이다. 생각을 그렇게 고쳐먹기로 했다.

좋아? 야마도리?

응... 앗, 거기...

여기?

질 내부의 점막을, 페니스로 쿡쿡 찌르듯이 자극한다.

응, 거기... 좀더 아래... 아앗... 능숙해!

선배보다 능숙할 리가 없는데, 잘도 지껄이는구나

마음 속으로는 조소하면서도, 몸은 자꾸만 뜨거워지고 숨이 거칠어진다. 피부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하고. 두 사람의 피부가 땀하고 체액으로 흥건해져, 서로 스치면서 쑤걱 쑤걱, 음란한 소리를 낸다.

부들부들하고, 질척질척한 여자의 몸. 꼭 껴안으면 뿌듯하게 탄력이 느껴지고, 손으로 움켜쥐면 몽글몽글한 감촉이 그만이다. 그리고, 리듬에 맞춰 한번씩 몸을 뒤로 빼면 거기에 따라 팔다리를 휘감아오며 뜨거운 신음소리를 터트리거나 한다.

만지면 만질수록, 자꾸만 더 만지고 싶어지는 쾌락의 덩어리.

그래, 예전의 야마도리를 자꾸 떠올리니까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 뿐이야. 이건 계집이다! 그저 단순한 계집이라고 여기면 그만이야!

그리고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어차피 머리 색깔도 다르잖아

카즈키는 눈을 꾹 감고, 허리를 퍽퍽 찔러 넣었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나니, 이제 남은 것은 그저 쾌락만을 가져다주는 부드러운 피부와 질벽의 감촉뿐. 옛 동창의 뜨겁게 젖은 보지 속을, 남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로 이렇게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저렇게 하면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면서 계속 비비고 쑤셔댈 뿐이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카즈키의 하반신에 고스란히 쾌감으로 쌓여갔다.

제기랄... 야마도리, 나, 싼다!

어? 벌써!?

미안, 더는 안되겠어... 너, 기분 죽인다! 야마도리, 야마도리... 웃, 틀렸어, 싼다! 토오나, 토오나---!

꿀럭, 꿀럭, 꿀럭... 카즈키는 야마도리의 보지 속에, 마음껏 정액을 쏟아부어 버렸다. 물론, 콘돔 안에다가 말이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김이 팍 새는 것 같은 기분... 자기도 모르게 터져나오려고 하는 속마음을 그렇게 필사적으로 참는 카즈키였다.

 

 

후유나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카즈키가 아무 생각없이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타케가 보낸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아키타 미인 최고---!!!!!! 벌써, 몇번이나 따먹었는데도 또 꼴린다Ne. 츠요시 선배가 질싸로 시작해주는 바람에 땡큐베리마치였슴다. 다다음이면 또 내 차례, 당근빠따 또 안에다 싸야G. 레알 존나 맛있는 보지야. 너도 무사히 잘 따먹었겠지? 어떠냐, 옛 동창의 맛은?ㅋㅋ

 

 

카즈키가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휙 내던져버린다.

그 새하얀 피부의 아키타 미인이... 지금까지 본 여자들 중에서 최고로 예쁘다고 느꼈던 그 에노모토 미카가... 나의 천사---마이 앤젤이, 지금, 몇 사람이나 되는 남자들에게 돌아가며 따먹히고, 심지어 그 녀석들의 좆물까지 죄다 몸 안에 받아들이고 있었다!

 

 

바로 조금 전, 후유나와의 섹스에서 얻은 조그마한 만족감은, 그 광경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순식간에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대신 시커먼 질투와 분노가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선술집 앞에서 불쑥 치밀어 올라왔던 그 격렬한 파괴 욕구가 다시 또아리를 틀기 시작해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고 있었다. 아까는 어째저째 간신히 억누를 수 있었지만, 이번엔 그때보다 몇십배는 더 격렬했다.

그 순간 화장실에서 후유나가,

샤워 어떻게 할꺼야? 먼저 해도 돼?

라며 고개만 삐쭉 내밀고 물어보자, 카즈키가 이글이글 불타는 눈초리로 돌아보며 대꾸한다.

한번 더 해

응?

한번 더 하자구!

꺄악!?

카즈키가 후유나의 손을 잡아당겨 침대 위로 내던져 버린다. 그리고 양팔을 위로 들어올려 꽉 붙들고 그녀 위에 올라타, 목이며 가슴이며 얼굴이며 가리지 않고 마구 혀로 핥아대기 시작했다.

잠ㄲ...너무 거칠게 하지 마!

시끄러!

후유나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올려다 본다.

후유나, 너는 지금, 내 여자야. 허튼 짓 말고 얌전히 있어!

그렇게 말하고 가슴을 꽉 움켜쥐며, 부드러운 살갗을 이빨 자국이 날 정도로 꽉 깨물어 버린다.

아파, 아프다구! 그만해, 이거 강간이야!!

바---보, 강간 플레이라고 하는거야

플레이하는 건 괜찮은데, 제발 조금만 살살!

후유나의 허벅지에 대고 비비고 있는 페니스는, 벌써 불끈 서 있었다.

여자의 구멍에 손을 뻗어보자, 거기도 이미 준비 OK였다.

뭐야 후유나, 벌써 질척거리잖아. 거친 플레이를 좋아하는거야?

바 바보---!

바보? 남 말 해? 자, 그럼 둘이 같이 바보가 돼 볼까?

조금 전 들어갔던 점막 속으로, 이번엔 아무 방해물도 없이 돌진해 들어간다.

잠ㄲ, ...아아앗!!

과연 생으로 하는 섹스, 콘돔같은 거 쓸 때보다 훨씬 기분 좋다.

카즈키는 눈을 꼭 감고 허리를 격렬하게 앞뒤로 움직였다. 닫힌 눈꺼풀 위로 비치는 것은 후유나의 얼굴이 아니었다. 바로, 에노모토 미카라고 하는 이름의 아키타 미인이었다.

그 여자의 몸 안에, 생으로 박아넣고 있었다.

앗, 아아앙! 굉장ㅎ... 아아아앙!

목소리도 뇌속에서 변환되어 버린다. ...그렇게, 점점 더 흥분이 고조되어 갔다.

에노모토 미카의 보지 안을 휘젓고, 에노모토 미카의 가슴을 주무르고, 에노모토 미카의 입술을 빨아먹고 있다... 그 새하얀 피부의 여자가 푹 젖은 보지로 내 자지를 조여주고 있다! 그런 상상이 옛 동창의 육체가 주는 감촉 위에 덮어 씌워지며, 자지를 더 크고 더 단단하게 발기시켜 나간다. 말하자면, 후유나의 몸을 이용한 자위행위였다.

우오오오옷!

아흐으으윽!

두 사람의 신음소리가 방 안에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후유나의 몸을 뒤집어 뒷치기로. 옆으로 몸을 돌려 스푼 자세로. 자기 몸 위에 올려 승마위로. 온갖 체위로 다 바꿔가며 보지 깊숙히, 자지가 닿을 수 있는 곳은 모조리 푹푹 쑤셔대며 보지 안의 점막이라는 점막은 죄다 비벼댈 기세로 격렬하게 피스톤을 먹인다.

굉장해!! 코토카와, 아까보다 훨씬 더 격렬해... 아아아아앙!

피니시는 정상위로 끝내볼까. 온몸으로 꽉 후유나의 몸을 단단히 부둥켜 안고 마음껏 여기저기 빨아대면서, 드디어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

미카...미카...미카!!

...카!

...순간, 입 밖으로 마지막 한 글자가 새어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그 소리와 동시에 아랫쪽으로부터도 뜨거운 액체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고스란히 보지 안으로 받아들인 후유나도

...시---!

라고 부르짖으며, 카즈키에게 꼭 매달리는 것이었다.

 

 

다음 날. 카즈키는 학생식당에 푹 퍼질러 앉아 있었다. 뺨에 희미하게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다.

어제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예전에는 꿈 속에서나 상상했었던 후유나와의 첫 섹스... 그게 이렇게 아무래도 상관없는 그런 보잘것 없는 일이 되어버릴 줄이야.

그래도, 두번째 섹스는 정말이지 굉장했다.

솔직히 말해 두번째 것은 섹스라기 보다는 자위행위에 가까웠지만. 하지만 그토록 감미로운 쾌감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섹스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그 아키타 미인---에노모토 미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저 그런 느낌이었던 보지가 갑자기 극상의 보지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러다 지나치게 분위기를 타 질내사정을 해버리는 바람에 후유나에게 따귀 한 방을 얻어맞긴 했지만, 결국엔 어째저째 대충 넘어가긴 했으니까.

확신까지는 할 수 없지만, 후유나 그 년, 츠요시 선배한테는 진작에 질내사정을 허락했을 것 같다고, 카즈키는 짐작했다. 그렇다면 혹시라도 임신이 되더라도 책임은 그쪽으로 가게 될 것이다. 뭐, 그 선배가 호락호락 책임을 질 턱이 없긴 하지만.

그보다도 후유나가 절정에 오르는 순간 내뱉은 말...그건 아마도, 츠요시 선배의 이름일 것이다. 이 무슨 황당한 경우람. 서로 각자 다른 상대를 떠올리면서 기분을 내고 있었다니. 옛 동창들끼리 서로, 섹스를 자위 도구로 삼고 있었다는 거 아냐...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온다.

더이상 질투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후유나는 그토록 오랫동안 카즈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여자였는데, 이걸로 완전히 바이바이해버린 느낌이다.

이젠 후유나를 떠올려봐도 허무함 밖에 들지 않는다. 이미 그녀의 존재는, 학생식당 안에 하나 둘씩 모습을 보이는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그 동안 따먹어 왔던, 한참 기억을 떠올려봐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그렇고 그런 아무래도 상관없는, 그저 기분좋은 구멍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 것 보다도, 어제 처음 만난 그 신입생...아키타 미인---에노모토 미카. 그녀만 생각하면, 몸이 절로 달아오른다. 심지어 호흡마저 거칠어지는 것 같다.

설마, 나, 첫눈에 반한거야?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금새 풀이 죽고 만다. 미카한테는 고향에 그이도 있는데다가, 무엇보다도 그 여자는 이미 어젯밤 열 명도 넘는 남자들한테 윤간당해버린 여자다.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행복한 연애같은 거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여자한테 진심으로 반해서 뭘 어쩌자구?

그 천사처럼 빛나던 얼굴이 수치와 쾌락으로 일그러지고, 더러움이라고는 전혀 모르던 그 새하얀 피부와 남자의 욕망이라고는 전혀 모르던 순결한 여자의 생식기가, 몇 사람이나 되는 남자의 침과 정액으로 더럽혀져...

떠올리는 것만으로, 갖가지 생각이 심장을 직격해, 숨이 턱 막힌다.

카즈, 왜 그래?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얼른 뒤를 돌아보자, 타케가 서 있었다. 노트하고 책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걸 보니 이제 막 강의가 끝난 것 같았다.

아니...잠깐 뭣 좀 생각하느라

그럼 됐고. 숨도 좀 거칠고 식은 땀도 흘리는 것 같길래

그렇게까지 흥분하고 있었나, 나... 그제서야 자신의 추태를 깨닫고, 심호흡을 하며 애써 침착함을 되찾으려고 애쓴다.

것보다 카즈... 담번엔, 선배들 빼고 다과회 할래?

응? 우리끼리만?

선배들이 있으면 분명 콩고물이 잘 떨어지긴 하지. 그래도 맨날 설겆이만 하고, 늘 남이 먼저 싸질러 놓은 구멍만 뒤지고, 맛있는 년들은 죄다 스가와라 선배 차지잖냐? 어차피 이제 우리들도 하는 방식 다 꿰고 있고, 그 사람들 빼고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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