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에는 피앙세 1화
방과 후에는 피앙세 1화
菅野美輝). 배다른 자매이고, 모두 내 피앙세였다. 그래
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요시코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 모두 전라다. 폭
유와 빈유(貧乳)가 좋은 대조를 이루는 자매는, 허벅지 안쪽에 음란한 이슬
을 몇 줄이나 흘리고 있었다.
유순한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내 앞에서 시중을 든다. 그 표정에는 혐오도
공포도 없다. 황홀해 하며 발그스름하게 물든 아름다운 피부를 부끄러워하지
도 않고 드러내며, 오직 촉촉한 눈을 빛낼 뿐이다.
나는 사타구니를 잔뜩 벌리고, 요시코의 음액에 젖어 빛나는 성난 물건을
두 사람 눈앞에 들이밀었다.
「아아……、타다시(匡)씨……」
미사는 내 이름을 부르고, 귀두 끝에 입을 맞춘다. 조금 두터운 빨간 입술
사이로, 끈끈한 타액을 쓴 혀가 기어 나와, 애액이 묻은 살덩이의 균열을 핥
았다.
「으으으음……, 타다시짱……」
미키도 질 수 없다는 듯 음낭을 빨고, 주머니 안의 구슬을 사랑스러운 입
술로 문다.
「크으윽! 못 참겠다」
끊임없이 사타구니에 주어지는 쾌감에, 나는 상반신을 비틀며 몸부림쳤다.
옆에서 보면 흡사 M 남자처럼 보일 것이다. 조금 한심한 느낌도 들지만, 기
분 좋으니 어쩔 수 없다. 나는 두 사람의 연대에 맡기고 흥분이 폭발할 때까
지 빨게 한다.
「하으으음……, 흐으으응……」
「하아아앙……, 쭈웁, 쭈우웁……, 으으으응……」
정신없이 봉사하는 미사와 미키. 내 물건이 그렇게 맛있는 것인지는 모르
겠지만, 두 사람 다 열심히 빤다.
미소녀 자매는 손을 쓰려고는 하지 않았다. 왜냐 하면 두 사람 손은 자기
들 가슴이나 하복부를 더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입으로 나에게 서비
스하면서, 오나니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내 내부 압력은 한계에 달했다. 등골이 오싹오싹하고, 정수리
가 짜릿하다. 원래부터 참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나간다!」하고 외치는
것과 동시에, 딱딱한 끄트머리로 치달아 오른 하얀 마그마가 힘차게 터져나
갔다.
「우우웁! 웁웁웁」
마침 물건 끝을 입에 물고 있던 미사가, 어마어마하게 분출된 정액을 삼키
지 못하고 토하고 만다.
「뭐야. 제대로 마셔줘」
나오는 대로 내버려두던 내가 말하자, 미키도 맞장구쳤다.
「그래, 언니. 다 마시지 못하겠거든 미키가 마시게 해줘」
그렇게 말하고 미사 손에서 내 페니스를 빼앗은 미키는, 작은 경련과 함께
힘없이 흐르는 나머지 즙을 쭙쭙 핥아먹는다. 멍한 표정이 견딜 수 없게 귀
엽다.
나를「오빠」라 부르며 좋아하는, 여동생을 연상시키는 연하의 여자애. 게
다가 피앙세로 온 것이다. 그런 애가 작고 사랑스러운 입으로 내 페니스를
물고, 열심히 정액을 핥아먹는다. 배덕의 황홀함에, 내 물건은 다시 힘을 얻
어갔다.
「오빠, 미키에게도 더 줘. 괜찮지?」
「아아, 좋고말고. 그래도 조금 더 있다가」
나로서는 이대로 미키 몸을 탐하며 끓어오르는 욕망을 다 토하고 싶기도
했지만, 다른 두 사람도 상대해야 한다. 또 한 사람의 피앙세, 미키, 미사와
는 배다른 자매인 미리(美理). 그리고 그녀들의 계모, 미망인인 미즈키(美
月)까지도…….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때까지 미사가 흘린 걸로 참아」
「으……, 응. 타다시 오빠가 그렇게 말한다면, 미키, 참을게」
고개를 끄덕인 미키는 아직 조금 기침하는 미사에게 달라붙어, 그 얼굴과
손가락, 그리고 가슴 아래 흐른 희고 탁한 점액을 핥기 시작한다.
「아……, 아아……! 미, 미키짱……. 그렇게 하면……」
「하지만, 미사 언니, 타다시 오빠 냄새가 마구 나는 걸. 미키한테도 나눠
줘」
「으응!? 으응, 윽!」
갑자기 미키가 미사 입술을 빨았다. 빈약한 자기 가슴을, 불룩 솟은 유방
에 꾹꾹 밀어대며, 구강 속을 뒤진다. 밀착된 팔다리가 농후하게 엉키고, 쫓
는 자와 쫓기는 자의 움직임이 뭐라 말할 수 없는 요염함을 강조하고 있었
다.
「하앗! 아아아……, 아아아앙……, 미……, 미키짜아아앙!」
여동생의 집요한 괴롭힘에 결국 미키도 그렇게 할 생각이 든 모양이다. 도
망을 멈추고, 미키 행위에 응해, 더 농밀하게 엉킨다.
「끄으으……, 앗! 언니이잉! 아앗! 좋아아~」
「흐으으응……, 미키짜아아아앙!!」
서로 쾌감 급소를 더듬고 핥아대는 두 살 차이 여동생과 언니는, 곧장 레
즈 플레이로 돌입하고 만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배꼽까지 닿을 정도로 회복된 물건의 희생물
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아, 다음은 누구로 할까나?
「으응, 다음은 나한테 해……」
「나, 나도……」
나체에서 어른 매력을 충분히 뿜어대는 그 두 사람이, 내 양쪽 옆구리에
달라붙었다.
「그래, 다음은 미리와 미즈키 두 사람에게 해줄까」
나는 싱글싱글 웃음 짓고, 혈연관계가 아닌 모녀를 비교하며 바라보았다.
딸은 미리는 활동적이고 개방적인 성격 그대로, 균형 잡힌 나이스보디를
아낌없이 얄미울 정도로 노출한다. 모친인 미즈키는 푹 익은 근사한 육체를,
조금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실로 멋진 광경이었다. 누가 더 낫다 하기 어려운, 성숙한 매력의
소유자들이다.
「으음, 우선은 몸으로 나에게 봉사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몸 양쪽을 고정시키듯, 미즈키와 미리가 달라붙는다.
탄력 있는 미리 가슴과, 풍만한 미즈키 유방이, 내 몸에 밀리며, 부드럽게
찌그러진다. 따뜻한 이불에 싸인 듯 기분 좋은 가운데, 단단해진 유두가 살
위를 구르는 감촉이 강조되어 나를 뜨겁게 만든다. 그에 덧붙여, 두 사람은
넓적다리에도 감겨들어 뜨겁게 달아오른, 축축하게 젖은 보○가, 내 허벅지
를 마찰한다.
「아아앙……, 타, 타다시이……」
「하아앙……, 타다시씨……」
황홀한 기쁨을 얼굴 가득 띠우고, 두 사람은 큰 뱀처럼 내 몸에 달라붙는
다. 그와 동시에 나긋나긋하게 꿈틀거리는 팔이, 불끈불끈하는 사타구니 물
건을 살살 문질러댔다.
「크으으……」
마비되는 듯한 쾌감이 등골을 스쳐, 그대로 가버릴 것 같다.
그렇게 되어도 상관없지만, 좀 아까운 느낌도 든다. 어차피 사정한다면, 쾌
감을 더 맛보고 싶다. 게다가 이 정도에 방출해버리면, 이쪽 몸이 견딜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으응, 타다시이……, 이제 슬슬 해줘……」
미리가 귓가에 몰래 속삭였다.
아마 그것은 미즈키 귀에도 들렸겠지만, 그녀는 가장 연장자인 관록과 타
고난 얌전함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말하려 하지는 않았다. 단지 나에게 감은
팔다리에 힘이 조금 들어간다.
고상하고 깊이 있게 재촉하는 몸짓에 나는 감동했다. 물론 미리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열 살이나 차이 나는 어른 여성이, 마음과 몸으로 나
를 원하고 있는 것이 기쁜 것이다.
「누굴 빼는 건 좋지 않겠지? 둘을 한꺼번에 해줄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을 엎드려 기는 자세로 만들어 살집 좋은 엉
덩이를 높이 들게 했다.
엉덩이 사이로 선명한 색깔의 속살이 꿈틀거린다. 뚝뚝 떨어질 정도로 애
액이 빛나는 음순 사이로, 빨리 나를 삼키려 꼬물거리는 속살의 반짝임을 포
착했다.
「으응, 빨리이……」
「타……, 타다시씨, 부탁합니다……」
솔직히 웃음이 멎지 않았다. 뺨이 움직이는 것을 손에 쥔 듯 알 수 있다.
「큭큭큭……. 좋고말고. 당장 박아주지」
스스로 물건을 움켜잡고 목표를 정한 나는, 두 사람의 축축한 꿀단지 속
에, 딱딱한 것을 번갈아 찔러 넣었다. 그대로 쑥쑥 거듭해서 넣었다 뺐다 한
다.
「아윽! 아아앙! 뜨거워……, 뜨거워!」
「끄으응! 하아아아, 하아앙! 조, 좋아요!」
성난 물건에 박힐 때마다, 미리도 미즈키도 열락에 좋아 죽으며, 허리를
음란하게 돌렸다. 잘 익은 과일 두 개를 맛보는 나는, 흥분에 떨며, 서둘러
황홀의 정점을 조준한다.
나에게 호의를 품어준 여자애를 모두 내 것으로 삼는 일에 성공했다. 가족
이 없는 나에게, 얼굴조차 모르는 친절한 키다리 아저씨가 준 이 집……. 그
사람이 남겨준 이 상황……. 이제 여기는 내 사랑의 보금자리요 성욕의 성채
였다.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오직 한 사람만 순애하는 것도, 모두 한꺼번에 악랄하게 괴롭히는 것도,
모조리 내 마음이다. 그 날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어도 되는 걸까……?
됐어, 이런 일이 있어도 좋은 거지?
도대체가 그건 모두 바란 일이니까…….
그리고 오늘도 음욕의 밤이 지나간다…….
제1장 키다리 아저씨의 선물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아무렇지 않은 일에서 생긴다.
그래,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느닷없이 방안에 FM방송이 흘렀다.
흐리멍덩한 머리에,『사키(早紀)짱의 상쾌한 아침』 테마곡이 가볍게 울린
다.
평소 같은 하루의 시작.
내 개인적인 아이돌인 아이카와 사키(愛川早紀)짱이 듣기 좋은 곡들을 소
개한다. 오늘 첫 곡은 DAX라는 여성 그룹의 신곡 『피앙세는 갑자기』였다.
하아……, 아직 졸리네. 기말시험도 끝나서, 어제는 늦게 잤으니까.
계절은 바야흐로 봄. 『봄의 새벽잠은 아지 못하는 사이에(春眠暁を覚え
ず)』인 것이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크게 기지개를 켜고, 자명종 대신 쓰는 FM방송에 귀
를 기울이며 잠시 졸고 있었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방송은 세 번째 곡 소개를 끝내고 CM으로 들어갔다.
「어이쿠. 이런저런 생각 하지 말고, 빨리 준비하지 않았다가는, 지각이다,
지각!」
나는 마침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타다시. 와키타 타다시(脇田 匡). 천애고아인 17세. 사정이 있어서
이 6LDK 단독건물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양친이 사고로 타계한 다음, 이른바『키다리 아저씨』에게 자립할 수 있게
원조를 받고 있다.
매달 드는 생활비는 물론이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키다리 아저씨』
가 마련해 주었다. 그 뿐이랴,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중학교부터 대학까
지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올라가는 사립학교인데, 거기에 들어간 것도『키다
리 아저씨』덕이었다.
그야말로 주도면밀. 어째서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
만, 소학생 때 부모를 잃고, 의지할 친척도 없던 나에게는, 솔직히 곤경에 빠
진 상황에 일이 잘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혼자 사는 것은 힘들다. 특히 아침에는 시간에
쫓기고…….
뭐, 투덜댈 처지도 아닌가. 글쎄, 이렇게까지 대접받아 놓고, 그런 투정을
부리다가는, 천벌을 받고 말지.
「이크, 슬슬 나가지 않으면 진짜로 지각이다!」
재빨리 준비를 끝낸 나는 후다닥 집에서 나왔다.
내가 다니는 사립시노노메학원(私立東雲学園)까지는 집에서 걸어 10분 정
도 걸리는 주택가 바깥 지역에 있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같은 부지 내에 있어, 흡사 학원도시 같은 풍
경이다. 물론 각 시설은 큼직큼직 쪼개진 구획으로 나뉘어 있다. 그래서 전
체적인 규모는 커도, 개별 교사나 시설은 비교적 평범한 크기였다.
학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신속화물 콘체른(迅速荷車コンツェルン)』이
라는 복합기업이 창설했는데, 미국식으로 입학이 9월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이제 곧 봄방학이지만 앞으로 다섯 달은 고등학교 2학년인
것이다. 뭐, 3학년이 되어도, 자동적으로 대학에 들어가 버리니까, 수험 공부
에 쫓기는 일은 없다. 그 탓인지 아무래도 느긋해져 버린다.
「후아아……아아아아아……」
크게 한번 하품을 하고, 어떻게든 졸음을 쫓아내려고 해본다. 학교에 다니
는 시간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길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때부터 헤아려 5년
가까이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으니, 역시 그조차 길게 느껴진다. 이것을
사치라고 말해버리면 그뿐이겠지만, 나는 뭐가 사치고 뭐가 아닌지 잘 모르
겠다. 스스로 할 말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상식이나 가치관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것은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대가일까?
「안녕!」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움찔하며 돌아보니, 시노노메학원 고등부 제복을 입은, 귀여워 보이
는 여자애 하나가, 봄바람이 부는 가운데, 주름치마를 팔랑거리며 경쾌하게
달려온다.
발랄한 소녀는 얼핏 중학생으로 보일 정도로 천진한 용모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게 또 사랑스러운 매력을 두드러지게 한다.
나는 얼핏 홀렸다가, 그 후 생각이 난 것처럼 인사를 했다.
「에? 아……, 안녕……」
여자애는 생긋 웃고, 내 옆을 달려서 지나갔다.
참 건강한 애네.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달릴 것도 없는데…….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나는 퍼뜩 생각이 났다.
지금 그 애……, 누구지?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본 얼굴이다. 그런 귀여운 여자애가 아는 사람이었
다면, 인생도 조금은 달라지겠지.
원래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자애와 사귄 적이 없다.
물론 친구들은 조금 사귄 적이야 있지만, 여자 친구라든지 걸프렌드는, 전
혀, 결코…….
「이크크! 이런 데서 멍하니 있어 봐야 아무 소용없어. 정신 좀 차려라, 타
다시!」
나는 음울해지려던 자신을 질타하고, 달려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
아가면서, 아무래도 지루한 일상이 기다리는 학교로 향한다.
그렇기는 해도, 뭔가 이렇게 불타는 듯한 전개가 있었으면 한다. 뭐,『눈에
띄지 않는다, 장점이 없다, 할 마음도 없다』는 세 가지 없는 인간인 나에게
는, 그런 이야기, 아무 상관도 없겠지. 지금 상황에 만족하지 않지만, 그것을
때려 부수고 어찌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 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절박한 불안도 느끼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왜『키다리 아저씨』는
도움을 주는 걸까?
다시 음울한 기분이 대가리를 쳐든다.
내 일상은 이런 일의 반복이었다.
아마 나는 전형적인 우유부단일 것이다. 원래부터 자립심을 가지기 전에
천애고아 상황에 빠져 버려서, 성격이 틀어져버렸는지도 모른다.
양친과 사별한 이후, 나는 언제나 외톨이여서, 얼마 동안은 울기만 했다.
너무 울기만 해서, 그 사이 친구들도 나에게 정나미가 떨어져버렸을 정도다.
나로서 다행스러웠던 것은 그 후 곧 소학교를 졸업한 일이다. 덕분에 음울한
이미지로 만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의 원조로, 본 적도 없는 모르는 동네로 이사 와
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중학교에 들어온 다음에는, 고독한 성격이 더욱 깊
어진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는 주체성도 협조성도 인연이 없었다.
「역시, 어두컴컴한 건가……」
마침 그런 말을 중얼거릴 때, 학교 정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창 통학하는 시간이라, 문 주변은 혼잡했다.
아무래도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같은 부지에 혼재하고 있어, 소란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단 제각각 나누어진 교문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밀접해 있어서 매일매일
아주 혼잡하다.
고등부 문으로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오늘은 평소보다 혼잡한 것을 알아
차렸다.
뭐지?
학생들 흐름에 끼어들자,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교문 근처에 미소녀가 한 사람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안경을 쓴 세미롱 헤어 소녀는, 멋지게 발육된 가슴을 두 팔로 감싸듯 하
며 가방을 들고, 조금 겁을 내면서 학생들 흐름을 눈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누군가를 찾는 듯한 분위기다.
그건 그렇고, 이런 미소녀, 우리 학교에 있었나……?
아니, 우리 학교의, 그것도 고등부 제복을 입고 있으니까, 시노노메학원 학
생임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학생들도 이 정도로 웅성거리고 있으니,
어제까지는 없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힐끗힐끗 보고 있다가, 그 애와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그녀 볼이 웃음을 짓는 것 같았고, 다음 순간, 그 애는 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뭐지
주위에 있던 다른 남학생들도 웅성거린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해서 무슨
일이냐 하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 물론 여기 있는 누구 하나,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겠지. 자기 혼자 멋대로 상상하며 일희일비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그 애, 나에게 인사를 보내줬던 애와는 정반대네. 차분하달까, 뭐라
할까……. 귀여움의 질이 다르지만, 순위를 매기기 어려운 느낌이군. 게다가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거기부터 단번에 망상이 비약한다.
혹시 아까 그 애와 방금 그 애는 전학생이라서……. 그래서 우리 반에 편
입해서, 나하고 뭔가 야릇한 전개를 하게 된다거나…….
지루한 일상에 짓눌리던 나는, 그런 망상으로 기분을 풀고 있었다.
일어날 때 들은『피앙세는 갑자기』라는 신나는 러브송이 생각난다.
「이거 뭔가 운명적인 느낌이다」
나는 혼자 빙그레 웃으며, 들뜬 걸음으로 승강구로 걸어갔다.
「어쩐지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구나」
보통은 노곤할 뿐인, 신발장에서 실내화를 꺼내는 작업조차도, 평소와는
다르게 여겨진다. 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일상에 대한 예감으로 기대가 부
푼다. 저절로 콧노래도 나올 것 같다. 교실로 향하는 계단도 복도도, 무슨 학
원연애 드라마 무대 그 자체로 보였다.
그런 내 눈 앞에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또 나타났다.
이번에는 어른 여성. 게다가 눈에 확 띄는 미인이다.
이런 예쁜 언니가 왜 우리 학교에 있을까?
의문 품은 눈길로 내가 바라보고 있자, 그 여성은 패션모델 같은 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옆을 지나는 순간, 살짝 웃음 같은 것을 보였
다. 그것도 상당히 호의적인 눈길로……, 말이다.
나는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살핀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보고 웃었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두근두근하며 시선을 되돌렸을 때, 그 여성은 등 뒤로 지나가 버렸다.
지금 뒤돌아봐도 괜찮을까?
하지만 내 착각이었다면…….
결국 나는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서있었다. 두근거리는 가
슴은 아직 진정되려 하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지겨운 일상이 정말 끝을 고하
려는 것 같았다.
……뭐, 사실은 어떠하든, 상상하는 건 자유다. 이런 경우에는 좋을 대로
해석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그야 뭐, 그런 생각이 사실과 달랐을
때의 충격은 크겠지만, 그런 일은 일상다반사이기도 하고, 그런대로 익숙하
다.
아무튼 오늘은 시작이 좋다. 이제 전학생 여자애들이 우리 반에 편입되면
만만세. 그대로 러브러브 모드 발동이다.
「헤헤헤. 어쩐지 두근두근 예감이 든다……이건 게임을 너무 해서 그런
가?」
아무튼! 세상사, 형편 좋게 생각하는 게 최고. 낙천적으로 진행시켜 볼까.
완전히 들뜬 나는 무의식적으로 계단을 밟고 교실로 뛰어갔다.
몇 시간 후…….
예상했던 대로 나는 우울한 기분에 빠져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수업은 전부 끝났지만, 전학생 소개는 없다. 쉬는 시간에 소개를 해도 놓
치지 않도록 아침부터 내내 화장실에도 가지 않고 책상에 붙어 있던 나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 이렇게까지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라는 건, 다른 반에
편입되어 버렸다는 거겠지.
아~아, 오늘로 내 운명도 달라지나 했는데…….
잡지 못한 너구리같은 건가……. 결과적으로 기대를 배반당한 기분인 나는
집으로 돌아갈 기운조차 없었다.
「와키타군, 왜 그래? 침울한 얼굴로」
「아니, 전학생이 오지 않아서……, 어, 뭐야, 우메하타구나……」
갑자기 말을 건 사람은 급우인 우메하타 요시코였다. 우메하타는 내가 태
연하게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여자애라 해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무슨 걸프렌드라는 것은 아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기가 편하다. 그
리고 내가 이런 못난이여도 우메하타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어주기도 하
고…….
사실 말을 걸어주는 건 좋지만, 프라이버시까지 간섭할 때도 많아, 가끔
귀찮기도 하다. 요컨대 너무 오지랖이 넓다.
「뭐야라니, 그게 말이 그래. 기껏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내(ボク(역주:남
성1인칭))가 걱정을 해주는데」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다지만, 특별히 친구라 할 정도도 아니다. 무엇보다
학교 밖에서는 거의 만난 적도 없고, 전화를 걸어온 적도 없다.
여자애인 주제에 스스로를 나(ボク)라 말하는 우메하타는, 중학교 시절,
엄청난 말괄량이여서, 여자애라고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건 좋지만, 최근에
는 조금 얌전해진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오지랖 넓은 점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쓸데없는 참견이라는
말에, 여전히 말다툼을 걸어온다.
정말이지 그만 좀 해다오…….
단지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우메하타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언
제나 같은 반이었다. 이런 걸 악연이라고 하던가……?
「그건 그렇고, 이상하네. 전학생은 반드시 우리 반에 올 줄 알았는데……」
「하아? 그런 얘기,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어. 다른 반에 갔다는 얘기도 듣
지 못했고. 학년이 다른 거 아냐?」
우메하타 말에, 나는 퍼뜩 생각이 미쳤다.
「그러고 보니, 리본 색깔이 달랐는지도……」
우리 학교 여자 제복은 학년별로 가슴 리본 색깔이 다르다. 예를 들어 1학
년이면 노란색, 2학년이 파랑, 3학년이 빨강.
확실히 처음 여자애는 노란색이었고, 다음 여자애는 빨강이었다. 요컨대
용케도 우리 학년을 비킨 것이다.
「내 참, 무슨 지레짐작을 한 거지. 걱정해 준 게 내 손해였어. 그럼 또 봐」
「누가 걱정해 달랬냐! 이 참견쟁이야」
우메하타는 들리지 않는 척 하며 교실에서 나갔다.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흔들고 보니, 교실에 남아 있는 사람은 이미 나 혼
자뿐인 것 같다.
중학교 이후, 동아리활동에 전혀 참가하지 않은 나는, 수업이 끝나면 곧장
하교하는 타입이었다. 이른바『귀가부』인 것이다.
기말시험이 끝나 해방감이 넘치는 이 시기, 내가 학교에 남은 것 자체, 불
가사의한 느낌이다. 우메하타가 걱정(?)하는 것도 그런대로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이게 다 그 전학생 탓이었다.
글쎄, 모처럼 온 귀여운 전학생이 다른 학년이라는 건, 조금 충격이지만,
이런 착각도 나에게는 일상다반사였다.
정말이지 여자친구 없음 경력 17년인 체리보이라니까.
큰 소리로 인사해 오거나,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만으로, 혼자서 멋
대로 들떴다가 결국 단번에 실망해버리다니, 내가 과대망상가인 걸까……?
「하아~……. 바보 같다. 허무하구나」
나는 무거운 몸을 들고 집에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교실에서 나오자, 갑자기 목이 마른 것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수분을 한 방울도 보급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새삼 생각해보니 쉬는 시간도 쓸데없이 보내버린 것이 후회스럽다.
「쳇, 바보 같은 생각에 빠져버린 시간을 다시 찾아야 하는데」
투덜거리면서 주머니를 뒤지니, 동전 몇 개가 있다. 학생식당 자동판매기
에서 뭔가 살 정도는 될 것 같다. 나는 사소한 사치를 누리려고 학생식당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 학교의 학생식당은, 명색이 식당이라면서, 점심시간마다 업자가 도시락
과 빵을 팔러 올 뿐, 나머지는 음료 자동판매기가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자판기에서는 삼각팩 우유밖에 팔지 않는다. 커피 우유나 과일우유
가 있으면 좀 나을 텐데, 하얀 우유뿐이다.
그래서 그럴까, 방과 후……, 게다가 기말시험이 끝난 뒤의 학생식당은 쓸
쓸하기만 하다. 한적하다는 말이 어폐가 있을 정도로, 들어오는 애가 한 사
람 없는 것에 가깝다.
나는 물끄러미 자판기를 바라보았다.
「최소한 딸기 우유가 있으면……. 뭐, 하얀 우유가 건강에는 좋겠지만」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잔돈을 투입한다. 주르르 늘어선 스위치는 모두
똑같지만, 어느 것을 누를까 그만 망설이게 되는 것은 내 성격 탓이겠지. 오
늘은 오른쪽 끝에서 세 번째를 누르자.
덜컹, 소리가 나고, 물건 출구에 팩이 떨어졌다.
몸을 숙여 물건 출구로 손을 뻗는다. 그 바람에 체조복 차림으로 바닥에
찰싹 엎드린 소녀 한 사람이 눈에 힐끗 비쳤다. 그런데…….
「타, 타다시짱!?」
「헤?」
「와아, 타다시 오빠다」
「누……, 누구지?」
「다행이다~, 타다시 오빠다」
여자애는 오늘 아침 인사를 보내준 애였다.
그건 그렇고 타다시짱이라니……?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가까운 곳에는 그런 말을 들을 만한 녀석이 보
이지 않는다.
역시 내 얘긴가……?
「타다시 오빠, 미키, 헤매다가 결국 갱의실을 찾지 못했어!」
미키라고 이름을 댄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흑흑 훌쩍였다.
그러나 아무리 전학생이라지만 학교에서 미아가 되다니, 보통은……?
아니, 그보다, 왜 내가『오빠』지?
우선 일단 소녀 앞으로 다가간다.
원포인트 노란 리본이 매력적인 천진난만한 얼굴의 미소녀는, 모든 학년
공통인 체조용 T쎠츠와 짙은 감색 부루마, 둘로 접힌 하얀 양말과 학년을
표시하는 색깔로 둘레를 친 실내화 차림이었다.
혹시 우리 학교 신문부에서 앙케이트 조사라도 한다면,『여동생으로 삼고
싶은 여자애 넘버1』이 될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저어, 너(キミ)……. 혹시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거 아냐?」
「우엥……. 이 모습으로는 집에 못 가……」
으아악, 울어버린다. 이걸 어쩌지.
그렇지만 이 전학생, 이렇게나 소심한가.
그래도 이거,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맛있는(美味《おい》しい) 전개야. 이
런 귀여운 여자애와 가까워질 수 있을 테니까.
좋아, 지금은 일단 갱의실로 데려갈까.
「예예, 그럼 갱의실로 데려가 줄 테니까」
「와아! 다행이다~. 역시 타다시 오빠는 상냥해!」
「내참,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착각이야. 난 외톨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아. 타다시 오빠한테는 미키가 있으니까」
「하, 하아……?」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여자애……?
미키짱은 천진난만하게 몸을 기대왔다.
내 뇌리에 뜻밖의 의혹이 뭉게뭉게 솟아오른다.
설마……, 내 이복동생!?
그런 생각을 하다가, 즉시 부정한다. 물론 그럴 리 없다.
아버지도 엄마도 바람을 피우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숨겨놓은 아이일
리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지, 이 애……?
의문은 끝이 없었다. 나는 찰싹 달라붙는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둥글둥글한 눈과 사랑스러운 입술이 몹시 귀엽다. 그 밑의 T셔츠 옷감을
들어올리는 가슴은 아직 발육도상에 있어 그다지 부풀지는 않았다. 내 시선
은 더욱 밑으로 내려가, 짙은 감색 부루마와 거기서 뻗어 나온 튼튼한 넓적
다리에 이른다.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린다.
얼핏 보면 속옷이나 수영복과 다를 것 없는 부루마인 만큼, 그것을 입은
소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면, 누구나 못된 망상을 품고 말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상대는 어리다고는 하지만 빼어난 미소녀. 덤으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호의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예감이 적중한 건가?
뺨과 사타구니가 뜨거워짐을 느껴, 퍼뜩 정신을 차린다.
안돼, 안돼! 이러면 색골 아저씨와 다를 거 없어!
나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벽에서 뻗어 나온 표찰 중『여자갱의실』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실
수로 목적 장소를 지나쳤던 모양이다.
「도착했어. 여기가 여자갱의실」
미키짱도 표찰을 본 듯, 걸음을 멈춘 내 앞으로 와서 생긋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오빠. 그럼, 또 봐!」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녀는 부루마에 싸인 작은 엉덩이를 흔들며 힘차게
갱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응, 그럼……」
멍하니 중얼거린 나는 갈피를 못 잡고 단단히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
다.
제법 냉정하네. 아아~, 어쩐지 겨냥이 어긋난 느낌…….
역시 나는 여복이 없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만다. 글쎄, 갱의실로
안내해준 정도로 사귈 수 있을 만큼 세상이 만만한 건 아니다.
그 애가 어떻게 나를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형편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신만이 알고 있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 혼자 서있자니, 괜히 허탈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우두커니 서 있어봐야 아무 소용없어. 자칫하면 여자갱의실을 엿본
다고 오해받겠다」
나는 어두운 기분을 떨치듯 머리를 크게 흔들었다.
「오늘은 그만 돌아갈까……」
아직 삼각팩을 쥐고 있던 나는 그것을 마셔 비우고, 귀갓길에 올랐다.
교문을 나오니 교사 맞은편에 기운 태양이 방사하는 저녁 햇살이 학생복
을 비친다.
보도에 비치는 자기 그림자를 쫓아가듯, 나는 터벅터벅, 기다리는 사람 없
는 내 집으로 걸어갔다. 그것은 평소와 전혀 다름없는 일상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허탈한 느낌이다.
「자아, 오늘 저녁은 뭘로 할까나」
나는 일부러 혼잣말을 중얼거려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고독에 눌릴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벌써 몇 년 전에 졸업했을 텐데…….
「편의점 도시락도 질렸고, 그렇다고, 이번 달에는 이제 외식할 정도의 여유
도 없고」
나는 고개를 젓고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그런데 얼핏 한 소녀가 보인다.
안경을 쓴, 얌전해 보이는 소녀는 분명 오늘 아침 교문에서 본 전학생 여
자애다.
리본 색깔로 보건대 3학년. 나보다 한 살 연상이지만, 어쩐지 공연히 짓궂
게 굴고 싶은, 귀여운 애였다. 조금 우수가 비치고, 그것이 또 그녀 매력의
하나였다.
그 여자애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나와 같은 속도로 걷고 있다.
어쩐지 신경이 쓰인다…….
뭐, 나하고는 관계없나. 아까 그 미키짱은 아니지만, 잡지 못한 너구리의
가죽값을 계산하는 짓은 그만두자. 그보다 문제는 오늘 저녁밥이다.
학교에서 집까지 절반 이상 걸었지만, 저녁 메뉴는 정해지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그 안경 쓴 여자애는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은지, 내 뒤를 계
속 따라온다. 한 걸음만 딛어도 출렁 흔들리는 가슴이, 나를 유혹했다.
뒤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나는 저녁 메뉴 결정에 몰두한다.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컵라면인가? 돼지고기 김치라면 사다 놓은
것이 아직 남아있을 터다. 그러고 보니 된장맛 우동도 있었지…….
대세가 컵라면으로 정해지기 시작한 것은, 길 끝으로 내 집이 보이기 시작
할 무렵이었다.
당면한 문제가 정리되자, 흥미 대상은 안경 쓴 미소녀에게 집중되기 시작
한다. 그 애는 아직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 집 근처로 이사온 건가?
그렇지만 이웃집에 누가 이사온 기억은 없다. 이런 귀엽고 가슴 큰 애가
이사를 왔다면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사실 요즘은 학교로 왕복하는 것 말
고는 제대로 밖에 외출한 적이 없으니까, 비록 이사를 왔다 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집 앞에 도착했다.
마당이 붙은 2층 건물, 게다가 말쑥한 문까지 붙은 이 집은, 나 혼자 살기
에는 너무 지나치게 크다. 한 달에 한번, 정원사 아저씨가 손질하러 오는 것
을 빼면, 방문하는 사람조차 없는 것이나 매한가지였다. 어차피 나에게는 집
으로 놀러와 줄 친구도 없다. 그렇다면 문단속이 허술할 것 같아도, 이 집에
는『SWCOM』이라는 경비회사의 엄중한 보안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도
둑이나 빈집털이, 방문판매인까지 모두 쫓아내주고 있다. 물론 가스누설이나
화재도 마찬가지다.
「정말 어떻게 내가 이런 집에 살 수 있는 거지……?」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나는 인터폰에 암호를 넣고, 문의 자동자물쇠를
풀었다. 그 때…….
「아, 어서 와요」
갑자기 문 안에서 달콤한 음성이 들리며, 에이프런이 잘 어울리는 여성이
나를 맞이했다.
누, 누구야, 이 사람?
나이는 대략 20대 후반일까? 아무튼 예쁜 여성이었다.
다만 나에게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 그뿐인가…….
「어머, 미사씨도 같이 왔네」
여성은 어느새 내 뒤에 선 안경 쓴 미소녀에게도 말을 걸었다.
미사라고 불린 소녀는 살짝 끄덕이고, 가느다란 음성으로「지금 왔어요」
하고 말한다.
지금 왔어요……라고? 어째서? 여기는 내 집이고, 동거인 따위 없어! 곤
혹스러워 하는 얼굴로 있자, 여성은 나를 향해 생긋 미소 지었다.
「어머, 왜 그래요, 타다시씨」
「어, 어, 어, 저, 저어……」
나는 완전히 몸이 굳어 버렸다. 미키짱도 그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