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의 눈물 1
피노키오의 눈물 1
“오빠 수란이... 어디 아픈거 아닐까?”
“왜? 내가 보기엔 그냥 이쁘기만 한데...”
“안색도 창백해 보이고... 늘 힘없이 잠만 자는 것 같아서...“
“애들은 원래 잠이 많잔아...”
기적은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사실 아이들이 잠이 많은 건 사실이다.
수란의 나이 5살...
그 나이 대의 아이들은 쌩쌩하게 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들어 버리기 일 수
기적은 자신도 그랬듯이 수란도 그럴 것이라 여겼다.
“오빠는 걱정도 안돼? 오빠 딸인데... 뭐 하나라도 잘못 되면...“
“별일 아닐거야... 그렇게 정 걱정이 되면... 내일 병원에 가봐...“
“...오빠도 같이 가주면 안 돼?”
“흐음...”
기적은 곤란하다는 듯이 헛기침을 했다.
사실 내일은 중요한 사업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중견 간부에 해당되는 자신이 빠지기는 힘들었다.
특히나 회사의 사운을 걸고 행하는 중요한 미팅이기에
더욱 자리를 비우기 힘들었다.
“뭐야... 같이 못가?”
“내일은 좀 힘들어...”
단영은 토라진 듯 고개를 돌렸다.
사실 아이가 걱정 되는 것은 기적이나 단영이나 매한가지.
어느 아비가 자신의 딸이 아파 보인다는데 걱정이 안들 수가 있는가.
단영이 불길한 소리를 하지만 애써 자신이라도
긍정적인 말들을 해주어서 불안을 덜어 내주려 한 것이다.
“알았어...”
“미안해... 하지만 단영이 네 말도 일리가 있으니까... 내일 꼭 병원에 가봐. 알았지?“
그 말을 끝으로 단영이 기적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기적의 가슴을 살살 매만지면서 다리를 휘감아왔다.
부부의 은밀한 신호를 보내는 단영
“끄응... 오늘은 그냥 자자... 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칫...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고...”
단영이 잔뜩 심통난 투로 말했다.
단영과 기적 둘이 관계를 가진 것도 이제 3달이 넘어간다.
기적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부터 시간이 나질 않았다.
야근은 기본이고 겨우 집에 들어오면 피곤에 절어 단영을 상대해 주기 힘들었다.
“한번만 봐주라... 이번에 프로젝트 끝나면... 다 나아 질 거야...“
기적이 단영을 끌어안았다.
왜 기적이라고 단영을 진하게 품고 싶지 않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단영을 거칠게 가지고 싶은 것이 기적의 마음이다.
하지만 지금 처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니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말로만 그러지...”
단영이 기적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아아 우리 마누라 손이 많이 맵네...”
“...흥...”
“정말 미안해... 이번 프로젝트만 끝내면... 나도 임원급으로 진급할거고... 많이 여유로워질 거야... 조금만... 조금만 참아줘... 조금만 지나면... 단영이 니가 바랐던 곳들도 많이 여행갈 수 있을 거고...“
“알아... 알았다구...”
단영이 잔뜩 풀이 죽은 채 말했다.
사실 단영도 기적이 일부러 자신을 피하지 않는 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단영 스스로 뜨거운 몸을 기적에게 비벼대면
그의 분신이 잔뜩 성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숟가락 들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여자를 찾는다고 하지 않던가
남편이 단영과 수란 둘을 부양하기 위해
그 힘든 업을 어깨에 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전에 단영도 가장의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기적의 고충을 잘 이해했다.
지금의 단영은 그저 단순한 투정의 불과했다.
자신의 힘들고 지쳐가는 상태임을 남편에게 알리고...
위로받고 싶은 상태임을...
빈말이라도 달콤한 말을 속삭여 달라는 그녀의 바램.
기적도 단영의 내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았다.
“내가 잘할게... 미안해...”
“아냐... 오빠... 미안해... 오빠야 말로 힘들 텐데... 내가 너무 어리광 부렸지...“
“괜찮아... 우리 단영이... 많이 힘들지... 조금만 참자...“
서로 몸을 돌렸던 것도 잠시 둘은 부둥켜 않고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쪼옥
그리고 둘은 사랑스럽게 입을 맞춰갔다.
그리고 진도는 거기까지였다.
더하면 둘 다 괴로울 것은 그간 3개월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
‘수란아-- 수란아--’
캄캄한 공간... 단영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막연히 수란을 찾아야 할 것 같은 느낌.
찾지 않으면 영영 수란을 못 볼 것 같은 그 불길함에
단영은 애타게 수란을 목 놓아 불렀다.
‘수란아 어디 있니? 수란아---’
단영은 컴컴한 어둠속을 헤멨다.
한참을 헤메다 단영은 멀리 환히 빛나는 곳을 발견했다.
모닥불일까? 모든 곳이 어두운 이곳에 딱 그 곳만 밝게 빛이 났다.
‘수란아--’
단영은 저 빛이 있는 곳에 수란이 있음을 직감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밝게 빛이 나는 곳에 다가 갈수록
그곳에 두 인영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 곳에 수란이가 다른 아이와 같이 앉아서 놀고 있는 모습에
단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란아 말도 안하고 이런 곳에서 놀고 있어... 엄마 놀랬잖아...‘
‘어? 엄마다!’
수란이 제 엄마가 찾아온 것을 느끼고 품안에 폭 안겼다.
하지만 안긴 것은 수란이 뿐만이 아니었다.
‘엄마!’
낮선 아이 역시 단영의 허리에 찰싹 달라 붙었다.
그리고는 볼을 부비대는 폼이 썩 귀여워 보였다.
‘넌 누구니?’
‘나야 나 엄마’
단영은 어리둥절했다. 자신의 딸이라곤 수란이 하나뿐인데...
딸이라니... 하지만 익숙한 기분은 떨치지 못했다.
‘엄마 내 언니야. 나 여기서 혼자서 막 울고 있는데 언니가 와서 나랑 놀아줬어.‘
‘수란아... 넌...’
언니가 없다고... 외동딸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딸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초를 치기 싫었다.
하지만 단영은 다신의 허리춤에서 떨어지지 않는 여자애를 정말 몰라보았다.
‘엄마... 나 기억 안나?’
이름 모를 여자애가 침울한 표정으로 단영을 올려다 보았다.
눈물이 글썽거리는 그 표정에 단영은 너무나도 안쓰러워 보였다.
평소 엄마의 정을 모르고 자란 아이일까...
제 엄마도 아닌데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그 모습에 연민을 느꼈다.
‘진짜... 기억 안나?’
‘엄마... 왜 그래... 언니잖아... 기억 안나?’
이젠 수란이 까지 합세해서 단영을 몰아부친다.
하지만 단영은 단언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신의 딸은 수란... 단 한명 뿐이었다.
‘엄마... 나 기억 안나? 난... 엄마 아직도 기억하는데... 엄마는... 하루를 기억못하는 거야?‘
울먹이며 이름 모를 여자애가 말하는 순간.
단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루...
그 이름을 어찌 잊어 버릴 수 있으랴...
8년 전 가슴에 묻게 된 그 이름을...
“하루!!!”
단영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섹스돌 - <부제 : 피노키오의 눈물 Part 0> 2
“하아...하아...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단영...
단영은 식은땀을 훔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 그 어둠속은 꿈이었던 모양이다.
옆엔 기적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일어나서 방을 나서 수란의 방으로 갔다.
수란도 역시 곤히 잠들고 있었다.
수란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단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확인하고 나자 불안함이 조금 가셨다.
“대체...”
이상했다.
8년간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하루... 꿈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던 하루...
그런데..
왜 수란이 병원에 가기 전날에 꿈에
죽은 하루가 나타난 것일까?
단영은 애써 불길한 생각을 접었다.
수란이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
애써 그런 생각을 접으며 혹여나 잘못되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이 지켜줄 것이라 다짐했다.
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침실로 들어선 단영.
곤히 잠든 남편의 팔을 들어 그 품에 들어갔다.
기적의 상의는 단영의 식은땀으로 축축히 젖어있었다.
단영은 이제는 식어 차가운 그 느낌과
머릿속을 맴도는 불길한 생각 때문에 쉽게 잠이 들 수가 없었다.
***
“단영아.... 단영아....”
“악!”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단영은 황급히 깨고 말았다.
새벽녘에 죽은 딸이 나오던 불길한 꿈을 꿔서 밤새 설친 단영.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동이 틀 부렵에 겨우 잠이 들었다.
깜짝 놀라 깨어난 단영은 그제서야 자신을 깨운 사람이 누군지 확인했다.
“오빠...”
“왜 그래? 어디 몸 안좋아?”
기적이 걱정스레 물어왔다.
기적은 이미 출근준비를 마친 상태다.
단영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기적이 씻는 사이에 옷까지 챙겨주는 단영...
남편의 아침식사를 챙겨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단영은 서둘러 일어났다.
“괜찮아... 좀 더 누워 있어...”
“미안해요 오빠... 내가 늦잠잤죠? 아침 금방 차려줄께요.“
“아냐 괜찮아... 더 쉬어... 단영이 너 안색이 너무 안좋다... 내가 아침은 대충 챙겨 먹었으니까 걱정 말고...“
“미안해요 오빠..”
“괜찮대두... 수란이만 신경쓸게 아니라 단영이 너도 몸조리 잘해야겠다. 너 진짜 아파보여. 이왕 병원가는 김에 단영이 너도 진료받아봐..“
“아니야... 오빠... 어제 잠을 못자서...”
“악몽이라도 꿨어?”
“...응...아니... 그냥....”
말을 얼버무리는 단영...
기적은 더 캐묻지 않았다.
출근시간이 임박했기 때문.
더 지체했다간 늦을지도 몰랐다.
“그럼 갈게... 차는 두고 갈테니까... 오늘 병원에 꼭 가봐... 알았지?“
“괜찮아 오빠... 오빠 오늘 중요한 일이 있다면서. 난 택시 타고 가면 돼...“
“어허... 몸도 않좋은데... 서방님 말 잘 들어야지. 나도 오늘은 김대리한테 출근 부탁했어. 지금 밑에 와 있고. 그러니까 안심하고 써...“
“...고마워요 오빠...”
기적은 단영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집을 나섰다.
단영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왠지 평소의 자신의 몸이 아닌 것 같았다.
더 무겁고 축 늘어진 느낌.
정말 켠디션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수란의 진료가 예약되었다.
평소 아파보여 걱정이 많았던 수란.
그리고 진료를 앞두고 꿈에 나타난 죽은 딸 하루...
모든 징조가 예사롭지 않았다.
겨우 일어나 부엌으로 향해 어제 먹다 남은 된장국을 끓였다.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밑반찬도 꺼냈다.
식사를 시작했지만 밥이 목에서 넘어가질 않았다.
젓가락만 깨작개작 거리다가 겨우 물을 머금어 삼켰다.
굶는다면 더 힘들어 질 거라는 생각에 억지로 다 다 먹었다.
그리고 수란이 먹을 이유식을 준비했다.
다른 아이같으면 슬슬 이유식을 뗄 나이지만...
수란은 이유식을 떼지 못했다.
평소 시름시름 거리기도 했고
아침엔 더욱 힘이 없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나마 죽처럼 이유식을 만들면
어릴 적 맛있게 먹었던 기억 덕분인지 그나마 잘 먹을 수 있었다.
“수란아 밥먹자.”
“엄마 졸려...”
수란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비척비척 거리는 아이를 품에 안고는 식탁에 앉혔다.
수란은 단영의 품에 꼬옥 안겨 있다가 내려주자 익숙한 듯 밥상앞에 자리 잡았다.
“엄마... 먹기 싫어...”
아이라고 이 멀건 죽같은 것을 계속 먹고 싶겠는가...
수란의 투정엔 그런 것도 있지만 단영에게 먹여달라고 떼쓰는
투정의 성격이 더 짖었다.
“잠깐만”
단영은 설거지를 마치고 수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익숙한 듯 숟가락을 조금씩 퍼서 수란의 입에 가져다 주었다.
“우리 수란이 어쩜 이렇게 잘도 먹을까...”
“헤헤...”
수란은 기분 좋은 듯 단영의 품에 안겨 아까와는 다르게
이유식을 맛있게 받아 먹었다.
제품의 아이라고 단영 역시 귀찮은 내색을 표하지 않고 계속 떠서 수란의 입에 날랐다.
“자 토닥토닥”
“끄윽..”
이유식을 다 먹고 등을 두드리자 수란이 트림을 했다.
“오늘 엄마랑 같이 밖에 나가야 하니까 준비해야지?”
“네~”
수란은 네 하고 쪼르르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어린이용 보조계단을 이용해 세면대 앞에 섰다.
짧은 다리로 아장아장 걸어가는 것이 퍽 귀여웠다.
“자”
자신의 칫솔을 꺼내들자 단영은 치약을 쭉 짜주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칫솔에도 치약을 올리고는 양치를 했다.
목적지는 병원이지만 오랜만의 나들이에 수란은 설랬다.
양치와 세수를 하고 단영은 수란의 옷을 챙겨주었다.
노란색 원피스.
그 모습이 병아리 마냥 귀여웠다.
머리도 정성스레 빗어주고 나서야 단영은 화장품을 골라 들었다.
35세 애엄마 이건만 단영은 아직 자신의 미모에 자신이 있었다.
수란을 낳고 나서도 기적의 지원 아래 꾸준히 몸매관리를 해온 터라
20대의 탄력적이고 매끈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눈가에 잔주름이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이정도는 화장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눈주름을 한번더 매만지며 단영은 화장을 마쳤다.
“수란아 이제 가자.”
“응...”
단영이 준비하고 있는 사이 수란은 졸고 있었는지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다.
수란이 너무 어린나이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면 될일이라고 생각하며 병원에서 큰 병이 아니길 기도했다.
섹스돌 - <부제 : 피노키오의 눈물 Part 0> 3
“헤헤 좋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단영의 손을 잡고 꼼지락 거리던 수란은 헤실헤실 웃었다.
몸이 약해 평소에도 잘 나가지 않아서 그런지 오랜만에 제 엄마와 나들이에 더욱 신경이 쓰였나보다.
자히주차장에 내려와서 단영은 꼼꼼하게 수란의 안전벨트를 매어주었다.
“엄마 있잖아...”
“우리 수란이 왜 그럴까?”
“병원에만 가는거야?”
“수란이 어디 가고싶은 곳 있어?”
“응! 나 나 동물원 가고 싶어요.”
“그래? 그럼 병원 갔다가 동물원에도 들릴까?”
“응!”
수란의 얼굴이 밝게 펴졌다.
어린 아이가 병원에 가기 싫어하건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제 어미가 걱정할까봐 의젓하게 굴었다.
5살된 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 배려심에 단영은 마음이 짠했다.
평소에 몸이 약해 많은 것을 제한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고 싶은 것을 해주지 못한 부모의 한...
비록 오늘 병원에 가는 것이지만 끝나고
기분전환 삼아 동물원으로 나들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신에 수란이 오늘 말 잘들어야해?”
“응 응 나 말 잘 들을께요.”
수란이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원래 말을 잘 듣기도 하고 얌전한 터라
단영의 요구는 그냥 해보는 말에 불과했다.
단영은 익숙한 듯 기적의 차를 끌고 주차장을 나섰다.
보통의 김여사와는 달리 단영은 운전에 매우 익숙했다.
기적과 결혼 전에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차를 많이 몰았기 때문.
그때의 기억인지 오랜만에 잡은 운전대가 조금은 어색했지만 금새 감을 찾았다.
“도착했다.”
도영이 도착한 곳은 오늘 진료를 예약한 S병원 소아과.
규모가 큰 병원인지라 사전의 예약이 필요했다.
그리고 주변 작은 병원의 소견서까지
하나라도 없다면 진료가 불가능 했다.
“수란아 일어나... 도착했어...”
“응...”
수란은 금새 잠들었는지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그리고 고사리 같은 제 손으로 안전벨트를 풀려 낑낑댔다.
“엄마...”
“잠깐만...”
수영은 핸드폰과 백을 챙기고 내려 반대편 문으로 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수란이 팔을 뻣자 도영은 수란을 안아 들고는
차에서 내려주었다.
또각 또각
수란은 병원이 낮선지 엄마의 손을 꼭 부여 잡았다.
원무과에서 도영은 예약을 확인하고 소아과의 위치를 받았다.
수란은 처음보는 광경 사람들을 구경하기 바빴다.
하지만 제 어미의 손을 놓치지 않았다.
항상 처음가는 곳을 갈대는 부모의 곁을 벗어나지 말라는 언질이 생각나서였다.
“네 어떻게 오셨습니까?”
“네 오늘 11시 진료 예약을 했던 이수란이에요.”
“잠시만요...”
간호사는 진료차트를 살펴보더니 수란의 예약 여부를 확인했다.
“아 예약 확인했습니다. 지금 선생님 진료중이세요. 진료 끝나면 바로 알려드릴께요.“
“네.”
단영은 알림표를 받고는 수란과 함께 의자에 앉았다.
“엄마.. 수란이 주사 맞아야해요?“
수란은 주사맞는 것이 두려운지 끙끙 알았다.
날카로운 주사바늘이 제 살을 찌를가 두려운 것이다.
“글세~ 수란이 많이 안아프면 안맞아도 되지 않을까?“
“흐에... 맞기 싫은데...“
단영도 으레 아이를 다독이는 엄마처럼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왔기 때문에 주사는 아마 필연적일 것이다.
다만 모든 어머니가 그렇듯 많이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수란 환자분 들어오세요.”
“자 가자 수란아.”
“으응...”
약간은 겁이 나는지 수란은 아까보다는 위축된 표정으로 단여의 손을 잡았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코를 살짝 찌르는 알콜냄새가 났다.
“하하... 우리 수란 어린이... 어디가 아파서 왔을까..?”
진료실에선 젊은 의사 선생님이 있었다.
나이대는 30대 중반즘 보이는 젊어보이는 의사였다.
단영은 짧게 능력있네 라는 생각을 하고는 금새 관심을 접었다.
지금 여기 온 이유는 수란이 아프기 때문이다.
“수란이가요...”
낮선 의사선생님이 무서운지 수란은 입을 꾹 다물고 제 어미의 품을 찾았다.
그런 수란이 대신 단영이 수란의 증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미 작은 병원의 의사 소견서가 눈 앞에 있는 젊은 의사 손에 들렸지만
의사는 신경쓰지도 않은 듯 차트에 무언가를 체크하면서 단영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흐음...”
“어떤가요 선생님?”
단영이 초조한 듯 물었다.
“일단 간단한 검사부터 하죠...”
그리고는 단영의 도움을 받아 수란의 상의를 풀어 청진기를 대었다.
의사는 조심스레 문진을 마쳤다.
“일단은 문제 없어 보이지만... 어머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약간 빈혈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것은 피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흐엥... 그럼 수란이 주사 맞아야 해요?”
수란은 주사 맞는 것이 걱정 되는지 벌써부터 울상이다.
내심 용감한척 했지만 막상 닥치자 겁부터 난 모양이다.
“하하 간호사 선생님이 주사 안아프게 놔줄꺼에요.”
“진짜요? 안아프죠?”
단영은 절대 그런 주사는 없단다 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안심하는 수란의 초를 치기는 싫어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럼.”
“헤헤...”
안아프다는 의사의 말에 헤실 웃는 수란.
그런 수란의 모습을 보던 의사도 약간은 찔렸는지 어색한 미소를 흘렀다.
“채혈실로 가시면 되구요... 결과는 일주일 뒤에 오시면 됩니다. 가시는 길에 수간호사에게 다음 진료를 예약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진료가 끝났다는 말에 수란은 의자에서 일어나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둘은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채혈실로 이동했다.
“으앙! 거짓말 엉....”
채혈실에 들어가자마자 수란의 눈에서 눈물이 쏙빠졌다.
안아프다는 의사의 거짓말 그리고 주사를 안맞을 수도 있다는 제 어미의 거짓말
모든 것이 수란을 서럽게 했다.
얇디 얇은 팔로 채혈을 하기 위해 주사가 들어갈 때
단영도 살짝 마음이 아팠다.
어린 것이 무슨 죄라고 이 나이에 아파서 끙끙 댈까...
몸 건강히 낳아주지 못해 더 미안했다.
“수란이 많이 아파?”
“응... 아파...”
훌쩍거리며 단영을 올려다 보는 수란...
단영은 채혈을 마친 팔뚝을 알콜솜으로 살살 문질러주다가 뗐다.
수란의 팔은 주사바늘 때문에 멍이 시퍼렇게 들었다.
한참을 문질렀건만
아직도 시뻘건 피가 송글송글 올라왔다.
“이제 다 끝났어...”
단영은 수란을 품에 폭 안은 채 계속해서 알콜솜으로 문질러줬다.
“자 됐다.”
한참을 더 문지르고 나서야 지혈이 되자 피로 얼룩진 알콜솜을 휴지통에 버렸다.
그리고는 수란의 손을 꼭 부여잡고는 병원을 나갔다.
“엄마! 그럼 이제 동물원 가는 거지?”
“그래... 동물원이 그렇게 가고 싶었어?”
“응 응! 나 사자랑 코끼리 보고 싶어!”
“알았어.”
단영은 오늘 병원에서 별 탈 없이 잘 이겨내 주서 고마웠다.
그래서 수란이 오늘 어디를 가자고 해도 흔쾌히 승낙했을 것이다.
“신난다!”
병원에서 울상지었던 것도 까먹은지
수란은 사자와 코끼리를 볼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섹스돌 - <부제 : 피노키오의 눈물 Part 0> 4
단영과 기적의 집 9시.
“왔어?”
“응...”
단영이 집에 도착하니 기적이 집에 와 있었다.
수란은 잠이 들었는지 제 어미의 등에 업혀 색색 거리며 잠들어 있다.
“어땠어?”
“오늘은 그냥... 피검사만 하고 왔어요. 일주일 뒤에 오래...“
“그래? 그런데 이렇게 오래 걸려?”
“아니. 수란이가 동물원 가고 싶다고 그래서 나간 김에 저녁도 먹고 왔죠. 자기는 저녁 먹었어요?“
“응...”
기적이 수란을 옮겨 받았다.
단영이 허리를 통통치며 쇼파에 쓰러졌다.
“아... 힘들다...”
동물원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오랜만에 나들이에 이리저리 쏘다니는 수란을 따라다니느라
한숨도 쉬질 못했다.
특히 끝에 가서는 졸립다고 어부바를 해준 터라
팔다리가 떨려왔다.
“많이 힘들어 보이네...”
“응... 괜히 동물원 갔나봐...“
후회한다는 말투와 다르게 단영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힘들었긴 해도 딸과의 좋은 추억을 남겼기에 고생할 가치가 있었다.
수란을 제 방 침대에 눕힌 기적이 다시 단영의 옆에 앉았다.
“별일 아니겠지?”
“그렇겠죠. 오늘도 잘 뛰어 놀던데... 내가 괜히 걱정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병원에선 검사만 하고 왔어? 별다른 말은 없었고?“
“음... 아 맞다. 약간 빈혈기가 있다고 하는 것 같았어요...“
“빈혈이면... 철분약이 필요한가...”
“응... 약도 따로 받아왔고... 유아용 철분 보충제도 사왔어요...“
단영은 핸드백에서 약봉투를 꺼내 기적의 눈앞에 흔들었다.
“힘들었겠네. 자기도 빨리 씻고 쉬어.“
“으응.... 그러고 싶은데...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네.“
“너무 무리 한거 아니야?”
“조금은?”
그러면서 기적은 단영의 팔다리를 주물러주었다.
“아흐....”
“좋아?”
“응... 시원해... 아아... 거기 좀 세게...“
기적이 단영의 발가락을 모아 꾹 하고 쥐자 약간 인상을 찡그렸지만 말은 시원하다고 더 해달라고 졸랐다.
“발이 많이 부었다... 힐 신었어?“
“힐은 아닌데 약간 굽있는 구두?“
“그거 신고 걸어다녔구나? 많이 아프겠네...“
그러면서 더욱 발가락 하나하나 꼼꼼히 지압해주었다.
그러면서 종아리도 위아래로 문질렀다.
“아아....”
어느새 단영은 눈을 감고서 기적의 손길을 느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