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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 - 9부



‘쟈갸~ 잘 잤어.’ 6시가 약간 지난 시간에 톡이 온다. ‘응. 아침부터 웬 일이야?’ ‘자기 깨워주려고 톡했지.’ ‘응. 그래 아무튼 고마워. 김 차장 벌써 출근한 거야?’ ‘아니 운동 갔어.’ ‘아무튼 부지런한 양반이네.’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는데 왜 제대로 못할까?’ ‘그 이야긴 하지 마. 그러지 않아도 새벽에 싸웠으니까.’ ‘싸우긴 왜 싸워. 그냥하면 되지.’ ‘그 사람은 자기만 싸면 그냥 내려와. 내가 잠도 깨지 않았는데 혼자 씩씩거리다 내려오는데 내가 무슨 재미로 해.’ ‘임마. 그냥 대준다고 생각하고 하면 돼.’ ‘암튼 난 싫어.’ ‘당신 그래서 아침부터 전화 했구나?’ ‘응. 그 인간 나가고나니 자기 생각이 나서. 아직도 자기께 들어있는 느낌이야.’ ‘참 오래도 간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냐?’ ‘몰라. 그러니 당신이 책임져.’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이 엉뚱한 일만 벌이지 않는다면 그건 내가 책임져줄 수 있다.’ ‘정말?’ ‘응. 다른 남자만 몸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건 책임져.’ ‘약속했지?’ ‘응. 약속했다.’ ‘그럼 오늘 또 해줄 거야?’ ‘지금도 넣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냥 월, 목 이렇게만 하면 돼.’ ‘치~. 오늘도 해주지.’ ‘임마. 나 가난하다. 매일하면 모텔비만 한 달에 100인데 누구 파산하는 거 보고 싶냐?’ ‘방값은 내가 내도되잖아.’ ‘난 여자에게 방값 맡길 바에야 아예 안가는 쪽이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라.’ ‘그럼 매일 해줄 힘은 있어?’ ‘그거야 해보면 알 일이고. 아무튼 나도 씻어야 하니 나중에 톡해.’ ‘치~~ 난 자기랑 이야기 더 하고 싶은데.’ 그녀와 톡을 끝내고 욕실로 들어갔다. 아마도 그녀의 남편인 김 차장이 새벽에 덤벼들다가 실랑이를 벌인 모양이다. 하긴 배가 웬만큼 고파도 맛없는 것은 먹지 않는 게 인지상정인데 어제 배부르게 먹고 새벽에 맛없는 음식을 먹이려는 남편에게 반항하지 않는 게 이상할 일이긴 하겠지만. 사실 여자에게 너무 맛을 알게 만들면 여자란 존재는 시도 때도 없이 안겨 붙는 엄청 귀찮은 존재인데……. ㅠㅠ 조금은 차가운 물줄기를 맞으며 샤워기 앞에 서 있으려니 시원함과 함께 그것에서 뻐근함이 치밀어 오른다. 그녀의 과격한 몸놀림 때문에 치골 주위도 아리한 아픔이 느껴지고, 아무튼 섹스에는 천부적인 끼를 타고난 그런 여자임을 느낀다. 하긴 그것 때문에 언젠가는 아니 조금은 빨리 스스로 나에게서 떠나갈 것이겠지만. 선거 때 나의 바쁜 일정을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고, 또 그 기간을 참지 못할 것이니까. 그냥 그녀 스스로 떠나갈 그때를 기다릴 뿐. “박 비서님.” “예. 위원장님. 아침부터 웬 일이십니까? 조금 있으면 사무실에 도착할건데요.” “저 정답 알았어요.” “정말요?” “예. 정답이 무엇이기에요?” “쌈지 도서관요.” “딩동댕~ 축하드립니다.” “정답 맞았죠?” “예. 제가 요구한 정답 맞습니다.” “사무실에 언제 오세요?” “20분 쯤 후면 도착할겁니다.” “알았어요. 쪽!” “엥? 이거 뭡니까?” “박 비서님께 드리는 선물. 킥!” “큰일 날 일을 하십니다. 도로 가지고 가세요.” “피~” 여성위원장님이 어지간히도 마음이 급했나 보았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여성위원장님은 벌써 사무실에 도착해서 청소까지 끝내놓고 있었다. “엄청 일찍 오셨네요. 뛰어 오셨어요?” “아까 박 비서님께 전화 드렸을 때 사무실이었는걸요.” “예? 그럼 몇 시에 출근하셨다는 말입니까?” “6시 반 쯤요.” “그 시간에 왜요?” “빨리 박 비서님께 확인 받으려고요.” “아이고. 도대체가 애기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왜 이러시나?” “피~ 그래도 하루 만에 정답 알아냈잖아요.” “예. 그건 정말 잘하신 것 맞습니다.” “그런데 아까 제가 뽀뽀 보낸 거 어떻게 돌려받아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보내신 분이 알아서 회수해 가셔야지. 일단 톡에서 그 내용은 삭제하세요. 혹시 누가 여사님 휴대폰이라도 보게 되면 정말 난리 납니다.” “남자분이 무슨 겁이 그리 많으세요. 온통 바람피우는 사람들 밖에 없는데.” “바람을 피우더라도 들키지 않고 피워야죠.” “피~ 진짜 재미없어요. 박 비서님은.” “위원장님도 정치하시면 저처럼 하셔야 합니다. 자칫 구설수에 오르게 면 정말 끝입니다. 평당원이야 망신만 당하면 끝일 수 있겠지만 선수는 절대 아닙니다.” “예. 사부님.” “아이고. 이렇게 말 잘 는 제자가 있으니 상은 드려야 하겠는데 뭘 드리나?” “상 주시려고요?” “예. 드리긴 드려야 할 것 같은데 마땅히 드릴 상이 없네요.” “피~ 그럼 나중에 밥 사세요.” “콜! 그럼 본격적으로 어떻게 그걸 추진하실 것인지 말씀해 보세요.” 난 흥분한 여성위원장님을 자리에 앉히고 커피를 타 와서 그녀에게 내 밀고, 나도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위원장님 언제 그 답 찾으셨어요?” “새벽 두시 그쯤요.” “그럼 그걸 어떻게 추진하실지 생각은 해보셨어요?” “예. 그런데 돈이 문제죠. 그리고 지역이 너무 넓기도 하고요.” “돈을 얼마나 예상하시는데요?” “건물을 하나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임대를 하자니 임대료도 만만치 않고요. 책도 사들여야 하고, 사람도.” “그래서 결론은요?” “답이 없어요. 그렇다고 그 돈을 제가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위원장님. 친구 많으시죠?” “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좀 있긴 하잖아요.” “친구들에게 10만원씩만 빼앗으세요. 후원금이란 명목으로.” “예?” “그렇게 하시면 몇 백은 빼앗으실 수 있죠?” “한 사람당 10만원씩이라면 4~500만원은 되겠죠.” “그 친구들 내일부터 몇 분씩이라도 사무실로 좀 오시라고 하세요.” “뭐 하시려고요?” “제가 대신 돈 좀 빼앗으려고요.” “그 친구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오라고 하면 10명쯤은 오는데요.” “그럼 오실 수 있는 분은 지금 좀 오시라고 전화 하세요.” 여성위원장님은 전화기를 들더니 전화 대신에 톡을 이용해서 대화를 나눈다. “지금 온다고 하네요.” “위원장님. 한꺼번에 다 해결하실 생각은 마시고 우선 한군데만 장소를 찾아보세요. 위원장님이 사시는 아파트 단지 안이나 아니면 우리 지역 중심에 작은 공간을요. 가정집 주차장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작은 곳을 어떻게요?” “그 공간도 잘만 꾸며 놓으면 한꺼번에 10명 이상도 수용이 가능합니다. 선생님 책상하나 놓고 벽면에 책장을 배치하고 중간에 낮은 앉은뱅이 긴 책상을 놓아두면 충분히 애들 10명쯤은 수용이 가능합니다.” “그럼 아이들이 갑갑해 하지 않을까요?” “하루 종일 그곳에서 생활하면 갑갑해 하겠죠. 우리 지역에 동네마다 작은 놀이터들 있잖습니까? 거기에 데리고 가서 놀다오면 되죠.” “그럼 누가 아이들을?” “그래서 친구들이 필요한 겁니다. 당장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힘드니까 우선 위원장님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자원봉사를 하고, 그 소문이 퍼지게 되면 자원봉사자는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되지 않으면 아이엄마들이 하는 독서모임 회원들을 섭외하면 되고 말입니다.” 그런 세세한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여성위원장님의 친구들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한꺼번에 20명 이상의 여성들이 사무실에 자리하자 마치 선거 때 분위기처럼 사무실이 북적댄다. “어서 오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예. 비서님께서 호출 하셨다면서요?” “호출은 아니고요. 위원장님이 친하게 지내시는 분들이시니 얼굴 한번 뵙고 싶어서요.” “아직 선거도 한참이나 남았는데.” “예. 제가 치르는 선거는 한참 남았는데 우리 위원장님이 치르실 선거는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명희가 출마를 해요?” “확실한 사실은 아니고 가능성을 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무슨 준비요?” “위원장님이 출마하신다면 도와주실 겁니까?” “당연히 도와줘야죠. 친구가 나온다는데.” “그럼 됐습니다. 일단 10만원씩만 내세요. 계약금입니다. ㅋㅋ” “무슨 계약금요?” “위원장님 출마 하신다면 도와주신다면서요? 그 계약금입니다.” “아무튼 내기야 내겠지만 별 희한한 계약금이 다 있네요.” “원래 세상이 그런 겁니다. 이 계약금 제가 마음대로 써도 되죠?” “뭐. 명희 출마만 할 수 있다면 그 정도야.” “그럼 됐습니다. 졸지에 돈 벌었네요. 제가 점심 대접할 테니 점심 드시러 가시죠.” “10만 원짜리 점심 먹어야겠다. ㅋㅋ” 난 여성위원장님의 친구들을 모시고 식당으로 가서 간단히 점심을 챙겨먹고 다시 사무실로 올라왔다. 사무실에서 커피를 한잔씩 앞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 “여사님들께서 제게 주신 10만원은 이른바 출자금입니다.” “무슨요?” “조만간 여성위원장님께서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하나 만드실 겁니다. 그 도서관에 출자하시는 것이지요.” “도서관이 몇 백만 원가지고 가능해요?” “예.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출자 하시는 것 말고 여사님들께서 해주셔야 할 일이 또 있습니다.” “무슨 일요?” “나중에 도서관 문을 열게 되면 자원봉사를 해주셔야 합니다.” “우린 책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모르셔도 됩니다. 초등학생들 안전하게 보호하는 보모 역할만 해주시면 됩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라고요?” “예.” “애 키워본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크게 걱정하실 일은 없으세요. 그냥 사고만 나지 않게 돌봐주시면 되거든요.” “그래도 남의 아이들 챙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쉬운 일이면 여사님들께 부탁을 드리겠습니까? 어려우니까 이렇게 부탁을 드리려 하는 것이지요.” “아무튼 명희 때문에 우리가 졸지에 보모노릇하게 생겼네요.” “뭐 친구 잘 두신 덕이라 치죠.” “아무튼 이왕지사 이렇게 되었으니 한번 해보기는 해보죠. 자기들도 괜찮지?” 여성위원장님 옆자리에 앉아 계속 질문을 하던 분이 나름 정리를 해버렸다. 다른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고. 이제 큰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이 분들에게 부탁을 해서 이왕이면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가까이에 있는 공간을 찾고, 그곳을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꾸미고, 그 도서관에 비치할 책들을 기증받고 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물론 이 자원봉사자들을 교육시키는 일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것이야 시일을 두고 천천히 해도 될 일이니까. 요즘 서민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가 육아문제이다. 그나마 어린이집과 유치원 같은 경우는 정부에서 지원이 제법 되다보니 예전보다는 훨씬 부담이 줄었지만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인 근래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한 이후 부모님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엄마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학교에 맡겨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다 보니, 결국 아이들을 학원에서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이들이 피곤함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부모님들 입장에서도 학원비 부담으로 인한 고충 또한 만만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학원들이 시간당 8만원에서 10만 원쯤이니 학교를 마친 후 엄마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보통 5개쯤의 학원(피아노, 미술, 체육관, 보습학원, 영어학원 등)의 학원비만 하더라도 50만 원정도가 지출되니 그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사실 그 해답은 정부에서, 정치권에서 찾아주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정권이나 정치권은 부모들의 그 고민을 기껏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에게 하루 5교시 수업을 시키거나 이른바 바우처 제도란 이름으로 아이들의 학원 수강비를 지원하는 그 돈질로 그치는 것이니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은 점차 시들어져 가고,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아이들의 학원비를 벌기위해 등골이 휘어질 지경인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도서관을 꾸밀 공간을 찾느라 이리저리 알아보니 의외로 지역 내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가(空家)가 많이 눈에 뜨였다. 대체로 골목 안에 위치한 집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곳에다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든다면 일단 아이들이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엄청 줄어들기에 그 공가들의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여성위원장님의 친구들에게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고 그분들 나름대로 도서관으로 쓸 공간을 찾아보시라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찾고 또 찾아보면서 땀을 흘리게 되면 후일 도서관이 완성되어 그곳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게 되더라도 훨씬 더 그 일에 애착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믿었기에. 일주일 후, 여성위원장님의 친구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여성위원장답게 친구들의 폭도 아주 넓었다.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무실에 모여들자 사무실이 완전히 꽉 찬 느낌이다. 준비해두었던 브리핑 자료들을 한분 한분에게 나누어 드리고 가칭 ‘OO 어린이 도서관’의 발기인 총회를 가졌다. 물론 이 자리에는 여성위원장님의 친구들뿐 아니라 ‘OO 어린이 도서관 그 공간을 수리보수하기 위해 도움을 주실 건축업을 하는 김 사장님과 김 사장님을 도와 그 일을 해줄 청년당원들도 함께 했다. 정해진 식순에 따라 행사가 진행되면서 정관을 통과 시켰고, 초대 도서관장에는 예정한대로 여성위원장님을 추천하고 이 추천은 재청 삼청을 거쳐 모든 분들의 박수이 박수로서 추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또한 여성위원장님의 친구들이 모은 500만원의 출자금(?)에 김 사장님이 다시 500만원을 희사하여 ‘OO 어린이 도서관은 일천만원의 출자금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다. 도서관의 자리로는 이미 확인한 공가(空家)를 건물주의 적극적인 협조로 별도의 사용료 없이 2년을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계약을 하고, 건물의 수리는 김 사장님이 무상으로 해주시기로 하였으니 이제 책만 구입하면 될 일이었다. 난 아이들이 읽을 책을 확보하기 위하여 어린이 도서를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에 지역위원회 명의의 협조문을 보내 서적의 기증을 부탁하고, 국회도서관에도 ‘OO 어린이 도서관’의 설립취지를 설명하면서 아이들이 읽을 책의 기증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책의 기증은 순조로웠다. OO사를 비롯한 몇 군데의 대형출판사에서 박스로 책을 보내주었고 국회도서관 역시 일정량 기증해 주었으며, 지역의 당원을 중심으로 한 주민들에게서 자신의 아이들이 읽었던 책들을 기증받으니 도서관을 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책이 확보되어 우선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읽을 책들을 선별하고 나머지 책들은 지역위원회 사무실에 보관하기로 했다. 여성위원장님을 비롯한 친구들은 오랜만에 할 일을 찾았다는 마음에서인지 적극적으로 도서관 일에 매달리기 시작하고, 또한 아이들의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다시 책을 읽고 함께 토의하는 그런 열정을 보여 사무실 안은 여느 때보다도 더 훨씬 활기찬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었다. “박 비서님. 아이들 부모님들에게 회비는 안 받아요?” “도서관에서까지 회비를 받으면 누가 도서관에 보내겠습니까.” “그럼 앞으로 운영비는 어떻게 하죠?” “여기서 지역의 부모님들을 후원자겸 자원봉사자로 끌어들여야지요.” “과연 그렇게 할 사람들이 있을까요?” “도서관에 아이를 보내시는 부모님들 대부분은 분명 몇 달만 지나면 매월 몇 천 원 정도는 회비로 내시는 후원자로 등록하시게 될 것입니다. 도서관을 보내겠다는 의지를 가지신 분들이시라면 대부분 어느 정도 의식이 있으신 분들일 것이거든요.” “그 몇 천원을 모아서 어디에 붙이려고요?” “그 몇 천원이 모여서 몇 만원이 되고, 십만 원이 되고 백만 원이 됩니다.” “과연 그렇게 될까요?” “백만 원은 힘들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 도서관 운영비는 충분히 나올 것이니 너무 걱정하시지 마세요.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운영하는 일은 자원봉사자 분들이 계시는 한 그렇게 어려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일단 박 비서님 말씀을 믿고 해보죠.” “예. 믿으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도서관공간의 수리보수는 빨리 진행되었다. 겨우 사흘 만에 폐가같이 을씨년스러웠던 집이 번듯한 도서관으로 탈바꿈하고 도서관외벽은 예쁜 동화 속에 나오는 그림으로 치장되어 있었기에 도서관이 어린이 도서관이 아닌 마치 개인이 정성을 들여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이 보였다. 청년당원들과 지원봉사를 해줄 여성분들이 모두 힘을 합해서 책과 집기들을 옮겨서 배치하고 나니 도서관은 완전한 제 모습을 가진 그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미 예전부터 있어왔던 도서관과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지금부터 OO 어린이도서관 개관식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사회자의 인사를 시작으로 조촐한 개관식이 진행되었다. 동장님의 인사말과 도서관장님이 된 여성위원장님의 인사로 개관식을 끝내고 테이프커팅을 한 후 모두는 새롭게 단장한 도서관으로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면서 덕담을 나눈 후 OO 어린이도서관의 개관식 모든 행사를 끝을 냈다. 행사에 내빈으로 참석한 지역구 국회의원인 OOO와 영감은 사전에 양해를 구했음에도 자신들에게 인사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을 탓인지 약간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인사말을 시키게 되면 자칫 행사의 진행시간이 길어질 게 뻔했고, 도서관의 개관식이 정치적 행사로 변질될 우려가 있었기에 그들의 눈길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분명 그들에게도 이 도서관에서 오늘 이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상의 자신을 홍보할 기회는 충분히 있다. 단지 그들이 실천하지 않을 뿐이지. 가장 간단한 일이 틈이 날 때마다 이 도서관에 들러 자원봉사자들과 어울려 아이들을 지켜봐 주기만 해도 얼마지 않아 주민들은 그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진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 생각하게 될 것이니까. 정치란 화려한 무엇에 있지 않고 이런 소소함 속에 숨어있는 것이다. 이제 이 어린이 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되고, 또 새끼를 쳐서 새로운 공간에 또 다른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 가는 것은 오롯이 도서관장인 여성위원장님의 몫이다. 이제 내가 할 역할은 이따금 그가 필요한 부분에 관한 조언을 구하면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해주는 그것 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조용해질 거고 사람들은 잊을 거잖아.” “그런다고 당신이 했던 그 행동들이 없어져?” “그건 아니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아이들 때문에라도 우린 여기서 깨끗하게 정리해야 해.” “아이들을 엄마 없는 아이로 만들어야 해?” “당신 같은 여자라면 차라리 아이들에게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훨씬 더 도움이 돼.” “내가 뭐 그렇게 잘못했는데?” “당신 스스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자치부터가 잘못이야. 남편인 나를 배신하면서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진 그것이 잘못이고, 또 한 사람이 그 때문에 목숨까지 끊었다는 그것이 잘못이고, 그리고 당신은 그 잘못에 대해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는다는 그것이 잘못이야.” “박 진호 그 개새끼 때문에.” “아니, 그 사람도 잘못하긴 했지만 단지 그 사람뿐이라면 나도 그 사람을 욕하고 싶어. 그런데 박 진호 그 양반 뿐 아니라 당신이라는 여자는 서 비서와도,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덕이 많고 신심이 높다는 당신이 다니던 그 절의 땡중과도 잠자리를 했잖아. 결국 박 진호 그 양반도 당신이라는 욕정에 사로잡힌 더러운 여자에 의한 희생물일 뿐이야.” “그 개새끼들이 날 유혹했을 뿐이란 말이야!” “유혹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누구나 유혹한다고 다 넘어가지는 않아. 그런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 진호 그 사람은 당신이 먼저 유혹했었고.” “누가 그래?” “박 진호 그 사람이 쓴 ‘나쁜 여자’란 책에 다 나와 있잖아.” “그 새끼 말을 믿어?” “죽어가면서 까지, 자신이 죽기 전에 쓴 유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당신이 아니라 박 진호 그 사람이 당신이라는 여자를 유혹했고, 그리고 서 비서나 그 중놈이 당신을 유혹했다 한다면 당신이 매일같이 어울리던 그 여자들만은 당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지 않아. 그런데 내가 만나본 몇 사람이 내리는 평가는 당신이 나쁘다는 것이었어. 솔직히 내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당신이 잘 해줬으면 내가 그랬겠어?” “내가 어떻게 더 잘해줘?” “당신이 나하고 섹스를 하면서 나를 만족이나 시켜줬어? 내가 잘 때 올라타고는 혼자 씩씩거리다 싸고는 내려갔지.” “그건 나도 잘못한 것 인정해. 그런데 당신이 흥분하게 되면 내가 견디기 힘드니까 어쩔 수 없었어. 그렇기 때문에 사실 서 비서와 당신이 잤을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을 하면서도 애써 무시하고 살았던 거야. 내가 만약 그것을 확인하게 되면 당신과 이혼해야 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세상에 어느 남자가 자신의 마누라가 다른 남자와 잤다는 것을 알고서도 그것을 이해하고 당연시 하는 그러 남자가 어디 있겠어.” “당신은 바람을 피우지 않았어?” “외도를 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해. 하지만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난 욕정을 해소하기 위해서 여자를 돈으로 샀고, 또 이따금은 사업상 어쩔 수 없이 거래처 사람들과 같이 어울렸을 뿐이야. 만약 그 사실을 당신이 알고 이혼을 요구했더라면 난 그 사실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이혼에 응했을 것이고.” “여보. 한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 “이건 용서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난 당신이란 여자가 무서워. 당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자를 이용한다는 그 사실이 난 끔찍해. 당신이 다른 남자와 자고 오는 것이야 이미 내가 알기에도 셋씩이나 되는데 앞으로 열 명이 된다 하더라도 당신과 잠자리만 가지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난 당신이란 여자가 필요에 따라서는 나를 죽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겁이나.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당신이라는 여자와 같이 살 수 있겠어?” “내가 당신을 어떻게 죽여? 아니 사람을 어떻게 죽여? 내가 살인자야?” “그런 것 같아. 당신은 박 진호란 아주 어리석은 남자를 죽인 살인자라 생각해. 당신이 박 진호 그 사람을 이용하기 위해서 유혹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 사람은 지금 이 순간 까지도 자신이 추구하던 그 정치적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동분서주 하고 다녔을 사람이니까 말이야.” “기껏 백수영감 따까리나 하는 놈이 무슨 정치적인 이상이 있어?” “그럼 그런 사람을 유혹한 당신이라는 여자는 뭔데? 난 그 사람을 높이 평가 해. 1~2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30년이란 시간을 변하지 않고, 한 사람을 위해 충성을 한다는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야. 그것도 돈도 되지 않는 그런 일에.” “그래봤자 그 새끼는 허접한 쓰레기 같은 새끼일 뿐이야. 돈도 없는.” “그렇게 이야기 하는 당신은 뭔데? 그런 허접한 쓰레기라 표현하는 그 사람을 유혹해서 잠자리를 가진 당신이라는 여자는 쓰레기 집하장인 거야? 그러니 내가, 난 쓰레기도 아니고, 쓰레기 집하장도 아니니까 당신이라는 여자와 더 이상 살지 못한다는 거야.” “개새끼야! 말을 그렇게 까지 밖에 못해?” “난 당신이 한 말에 대해 그대로 풀어 준 것 뿐이야. 내가 한 말은 모두 당신 입에서 나온 말인 것 정말 모르겠어?” “아무리 그렇더라도 평생을 제 새끼 낳아주고, 키워주고, 몸까지 대준 마누라에게 그렇게 말을 해야 해?” “당신은 그 모든 것을 나를 위해 했다는 거야?” “그럼 누구를 위해서 했는데?” “당신 스스로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게 왜 내 욕심 때문인데?” “만약 내가 박 진호 그 사람처럼 돈을 벌지 못해 가난했다면 나와 계속 살았겠어? 당신이 매일 가는 요가, 골프, 마사지 숍에도 가지 못하고, 당신 친구였던 여자들과 어울려 놀 돈도 없었더라면 당신이 나라는 남자와 계속 살았었겠냐고?” “살았겠지. 내 남편이니까!” “아니 당신이라는 여자는 절대 그러지 않았어?” “그러지 않았다니. 난 그렇게 했어. 내가 당신이라는 남자를 선택해서 결혼을 했는데 내가 그걸 왜 못 참아.” “기억이 나지 않는가 보네. 우리 지혜 낳았을 때, 토곡에서 살 때 매일같이 돈 때문에 싸웠던 기억이 나지 않아? 당신 그때 몇 달에 한 번씩은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으라고 난리 쳤었던 것 기억 안 나? 그리고 결국 애까지 팽개치고 두 달이 넘게 친정에도 가지 않고 집을 나갔다 왔던 것 기억에 없어?” “여행 다녔다고 했잖아.” “여행? 여행을 한 남자 자취방에서 다니냐? 당신 나와 결혼하기 전에 만났다던 용석이란 양반 그 양반 집에서 당신이 살았던 것 나 이미 알고 있었어. 그리고 결국 그 집에서 나와서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왔잖아.” “그건…….” “당신이 처녀인줄 알고 신혼여행에서 내가 고맙다고 눈물 흘리던 생각 기억이나 나? 그때 당신 기분은 어땠어? 멍청한 놈 잘 속아 넘어가는구나 하고 기분 좋았어?” “아니야! 그때는 아니었어.” “아니. 진형이가 조사 다했어. 진형이는 그때도 경찰이었으니까. 당신이라는 여자를 찾기 위해서 당신이 처녀 때부터 알았던 친구들을 찾아다니다 보니까 그 용석이란 남자가 나왔고, 그 용석이란 남자와 어떤 관계였었는지 다 듣게 되었던 거야. 그 덕분에 그 자취방을 찾을 수 있었고.”“당신 참 나쁜 사람이다.” “응 나쁜 놈일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난 지혜를 키워 줄 엄마가 필요했으니까.” “.....” “난 차마 겁이 나서 확인하지 못했지만 정혜는 내 친딸이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해. 당신도 알겠지만 정혜는 당신이 집으로 돌아오고 나와 자지도 않았는데 생겼던 아이야. 결국 11달 이상을 당신 뱃속에 있었든지 아니면 칠삭둥이란 이야기지.” “정혜. 당신 자식 맞아.” “아니, 그것은 아예 확인하지 않을 거야. 지금까지 내 딸로 생각하고 키워왔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내 딸로 살아갈 것이니까. 그러니 당신만 조용히 헤어져 주면 돼.” “나 다시는 바람피우지 않을 테니까 이번만 용서해 줘.” “아니. 난 당신이 정혜를 임신하고 들어온 그 이후부터 내 마누라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적이 없었어. 단 하루도. 당신이 불만을 가지는 섹스도 바로 그 이유였고. 그냥 내가 당신이 즐기고 살 정도의 돈을 주고, 난 그 돈 값어치만큼 섹스를 하는, 쉽게 이야기 하면 당신은 내 욕정을 풀어주는 창녀였을 뿐이야.” “나가! 개새끼야!” 김 차장의 말에 흥분한 그년은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고, 그년은 주위에 있던 물건들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김 차장은 그년의 그 행동을 불쌍한 눈으로 지켜보다가 집을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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