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R야설) 아내 스토리 55
〈 55화 〉
아내는 젓가락을 놓고 손을 뻗어서 내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가볍게 감쌌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아내였다.
아내의 표정이 많이 복잡해 보였다.
나는 더 이상 그런 말은 꺼내지 않았다. 화제를 다른 이야기로 돌렸다.
맛있는 거 먹는데 괜히 아내한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가 그동안 했었던 말들을 종합해보자면 아내는 일단 출근을 하면 휴식을 취할 수가 없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함께 있는 시간, 집에 있는 시간만이 어쩌면 아내에게는 유일한 휴식시간일 수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내에게 가급적 그 어떤 스트레스도 주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혼을 한 후에 아내는 비싼 외식을 하려고 하면 항상 나를 만류했다.
인당 돈 만 원도 안 하는 이런 떡볶이 부페에도 한껏 기뻐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내였다.
떡볶이를 한껏 먹은 후에, 아내와 같이 아메리카노를 마시러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아내는 마주앉았지만 내가 아내의 옆으로 가서 나란히 앉았다.
아내가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 아니 오빠는 참 ."
아내가 또 뭔 말인가를 하려다가 당신이라는 말과 오빠라는 호칭 사이에서 헷갈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냥 예전처럼 편한 대로 불러. 너무 웃기잖아. 입이 가는 대로 말을 하는 거지, 그렇게 작위적으로 부른다고 남편이 오빠가 될 수 있냐?"
" "
내 말에 아내는 잠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머뭇거리던 아내가 나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예전부터 유니크한 스타일인 건 알았지만 어떻게 그런 영상을 보고도 날 계속 좋아할 수가 있어요?
그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보통 남자들 보면 같은 여자랑 3년 정도 잠자리 하면, 아니 3년도 길죠.
보통 남자들 같으면 한 여자와 1년 이상 잠자리를 하면, 더 이상 호기심도 없고 흥분감도 반에 반이 된다고 하던데 당신은 정말 특이한 것 같아요 "
아내는 마치 나레이션을 하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고 있는 중이었다.
"당신은 절대로 미국에 갈 수 없어. 당신이 없으면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
같이 살지 않기 위해서 이혼을 한 게 아니라 당신하고 이렇게 다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이혼을 한 것 뿐이야.
난 달라진 거 아무 것도 없어. 다만 당신은 이혼을 하면 뭔가 조금 더 깊숙한 이야기를 해 줄 것 같은 분위기로 나를 이혼까지 결정하게 만들고서는,
계속 핵심은 이야기하지 않고 주위만 빙빙 돌고 있다는 거, 아마 당신도 알고는 있겠지. 답답할 거야, 나처럼 말이야.
하지만 나는 괜찮아. 진짜로 6개월밖에 시간이 없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 입을 빨리 열어야 하겠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면 굳이 빨리 이야기를 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 "
나는 아내의 옆에 앉아서 진짜 아내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마치 오래된 고전 소설을 낭독하는, 책 읽어주는 남자처럼 그렇게 아내의 귀에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빙산의 일각일 뿐이에요. 당신이 본 내 모습들은 말이에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었어요. 지우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모든 기억들 다 지워버리고 스무 살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 생각….
당신 옆에서 누워서 잠을 잘 때는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당신하고 처음 만났던 그 서양사학 강의 시간, 그 강의 시간으로 돌아가면, 어쩌면 당신만 바라보면서 살 수도 있을 텐데…. 나머지 기억들은 전부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하나씩 그런 지우개로 지우는 상상을 했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너무 많아서….
당신하고 만나고 살았던 그 짧은 기억들 말고는 전부 더럽고 말하기 어려운 기억들 뿐이라서 그냥 이제 더 이상 그런 생각 하지 않아요….
그리고 사람은 그냥 자기 밥그릇대로 살아야 하는 거에요….
춤 추는 거 좋아하니까 난 늙어서도 춤을 출 거에요.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서 내가 오십 대 후반 정도 되면 아마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나이가 든 무희 자리를 내가 차지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당신, 갬블같은 거 좋아하지 않지만 그냥 이십 년 정도 후에, 우연히 미국에서 조우하게 되면 그때는 그냥 아는 척 하지 말고 서로 가볍게 눈인사만 하기로 해요.
그때쯤 되면 당신 옆에는 전연두가 있든,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있든 당신과 남은 생을 평생 같이 걸어갈, 괜찮은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아내의 말을 들은 후에 슬픈 표정으로 식어버린 아메리카노를 입에 머금을 뿐이었다.
* * *
오럴 섹스를 알게 된 후에, 아니 아내가 나에게 오럴 서비스를 해 준 이후에 우리 부부의 부부관계 패턴은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아내가 나에게 오럴을 해주기 전에도 나는 아내의 몸에 오럴 애무를 해주고는 했었다.
하지만 긴 시간을 하지는 못 했었다.
아내가 그 다음 단계로 빨리 넘겨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내까지 오럴 애무에 동참을 하게 된 이후에는 우리 부부는 서로의 성기를 정성스럽게 오럴 애무를 해주고, 그 부분이 부부관계의 팔 할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진짜 괜히 있는 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아내와 부부관계를 가지게 되면 아내의 몸 안에 사정을 하는 것보다 아내의 입에 사정을 하는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다.
아내는 마치 진짜 무슨 후궁이 임금 모시는 것 이상으로 땀까지 뻘뻘 흘리면서 나에게 오럴 서비스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치 당신께 드릴 것은 이것밖에 없어요…라고 하는 것 같은 몸짓을 보여주고 있는 아내였다.
다른 건 몰라도 그런 건 다 받고 싶고, 더 받고 싶었다.
이혼 후에 딱 하나 좋아진 건 바로 그거였다. 아내에게 오럴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
그것도 대충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진짜 애무를 받다가 사정을 할 정도로 자극적으로 오래오래 애무를 해주고 있는 아내였다.
* * *
외국책이었다. 영국에서 발간을 한 책이었다.
종이책 시장이 확 죽은 상황에서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었지만 최소자본을 투자해서 출간하는 기획이었다.
파충류 새끼들의 삶을 다룬 사진과 글이 있는 세미 과학 사진집 같은 것이었다.
올컬러 양장판이고 권당 가격이 몇 만원은 하기에 솔직히 몇천 부 이상 판매는 죽어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과 길게 보고 간다는 생각에 번역 판권을 사들여서 출판 기획을 했다.
꽤나 오래 걸린 일이었다.
아내와의 이혼 훨씬 이전부터 기획을 했었던 일이고 그게 책이 지금 나온 상황이었다.
내가 직접 번역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다 했다.
동물과 자연에 대한 전문 용어들이 많아서 애를 먹었지만 초등학생들도 볼 수 있을 정도의 쉬운 단어로 의역을 해서 초판을 뽑아내었다.
그런데 왠걸, 초판이 동이 나버렸다.
물론...초판 자체를 많이 만들지를 않았다.
파충류는 징그럽게 생겼지만 파충류 새끼들 중 일부는 귀엽게 징그럽고 또 그 중의 일부는 진짜 귀여웠다.
번역을 하면서 거의 반 년 가까이 그 책을 끼고 살았기에 그 책에 나온 모든 사진들과 글들을 외운 상황이었다.
대형서점에서 추가 주문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권당 삼 만원이 넘는 고가의 사진책이었지만 자녀의 과학 교육을 위해서 부모들이 많이 사간다는 것이었다.
사진들의 퀄리티가 워낙 높은데다가 내용이 너무 쉽고 간단해서 입소문이 났다는 것이었다.
졸지에 출판사의 수익이 확 늘게 생긴 상황이었다.
1인 출판사였다.
직원도 없고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곳이었다.
어차피 인쇄야 전문 인쇄집에 맡기는 거니까….
책을 더 찍어내는 건 문제도 아니었지만 나는 갑작스러운 인기가 반갑지는 않았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서서히 몇 년에 걸쳐서, 야금야금 팔려서 가늘고 길게 먹는 것이었다.
그런 책을 만들고자 한 건데 내 예상하고는 반대로 책이 너무 많이 팔려버린 상황이었다.
아무리 전자책의 시대이고 종이책의 종말이라고 해도 인터넷이나 전자책이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전임 출판사 사장님, 그러니까 선배 형님의 말씀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 당황스러워 하는 시기에 전연두가 사전 연락도 없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책 대박났던데, 그거 구하려고 다들 난리인 것 같던데 어떻게 그런 걸 찾아낸 거야? 영국에서도 히트를 못 한 책이던데 그걸 한국에서 히트를 시키네 "
연두가 지 혼자, 마치 자기 사무실인 것처럼 커피를 머그컵에 내리더니 테이블 앞에 앉아서 나를 보고 말을 하고 있었다.
마치 옆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료가 잡담하러 놀러 온 것 같은 그런 표정으로 말이다.
"대박은 무슨, 초판 1쇄를 너무 적게 찍어서 그냥 그게 다 팔린 거지 뭐 "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