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나와 귀신이야기 14 - 그녀의 방
새롭게 이사한 곳에서 지내는 첫날 이였습니다.
반지하방이기는 했지만, 전에 살던 곳 보다 방도 크고 거실도 있고,
게다가 방세도 전보다 절반 정도 저렴했습니다.
역시 집을 얻을 때는 꾸준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아서 그런지 으스스한
한기가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집 주인 아저씨가 도배도 다시
해주고,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쿄쿄 ^_^ 그리고
제 여성스러운 가구들을 들여 놓으니 아담한 마이 하우스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가 있는 그런 건 믿으면 안 된다니깐’ 라는 생각을
하며 힘들게 걸어다니며 스스로 집을 얻은 내 자신을 칭찬하고 있었습니다.
집세가 싼 게 이상하게 마음이 걸렸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귀신이
나오던 뱀이 나오던 귀여운(^^) 곱등이가 나오던 간에 돈 보다는
무섭지 않았습니다. 월세로 나가는 돈은 진짜 아까웠으니깐 요.
어서 돈 모아서 시집도 가고 집도 전세로 옮기고 그래야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혼자 힘으로 자취는 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깐 요.
물가의 차이도 있고, 특히 방을 구할 때의 보증금과 월세는 지방의
금전감각으로 생각하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알았어요.
그리고 저녁에는...
방 이사를 도와주면서 고생하던 세 명의 친구들과 같이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지방에서 올라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던
어릴 적 친구들이였죠.
솔직히 이 친구들이 아니 였으면 고달픈 타지 생활이 더욱 힘들어 졌을 것입니다.
저 혼자서 밥 먹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한참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습니다.
-똑똑-
그 난데없는 소리에 왁자지껄한 소리를 갑자기 사라지고 적막만이
감돌았습니다,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아마 늦게 온다던 ‘걔’일 거야.”
제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설희라는 친구가 말했습니다.
저는 빨리 일어나 반대편을 확인도 않은 체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요.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단순한 바람소리는 아니였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문을 두들겼던 소리를 들었으니까요.
“야... 아무도 없어.”
그 광경이 이해가 되지 않아, 저는 뒤를 돌아보며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술기운이 오른 상태였지만, 영화에서만 봤던 문을 두들기고 밖을 보았을 때
아무도 없는 그런 광경을 보자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의 눈을 이상하게도 저를 쳐다보지 않고, 제 등 뒤의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저도 그 눈들을 통해서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검은 물체가 내 바로 등 뒤에서 있는 모습이 눈의 화면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팔, 몸, 다리, 그리고 그 얼굴.
“에비!”
“꺄악~”
쿵
저는 그 말에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엉덩이로 느껴지는 통증에 저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 번 그 얼굴을 보았습니다.
용호였습니다.
오늘 좀 늦게 오기로 한 친구.
처음에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그건 나중에 짜증과 열 받음으로 바뀌어졌고...
실실 웃고 있는 그 얼굴에 제 온 힘을 담아서 통한의 펀치를 먹여 줬습니다.
“여자애가 무슨 손이 이렇게 거치냐...”
“이렇게 한 걸 다행으로 알아.”
용호는 자신의 얼굴을 살살 문대면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는 듯. 다시 우리들은 자리에 모여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말하다가 어느 샌가 화제가 떨어졌는지... 모두들 쓸 때 없는 잡다한
이야기만 하던 중에 그 전까지 별 말이 없던 용호가 천천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미정아... 그런데... 왜 방을 이런데 구했냐?”
그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는 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모두의 눈이 그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에게는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 하고 있을 때도 갑자기 멍하는 표정으로 한 곳을 바라볼 때도 있고...
뜬금없이 ‘잠깐만..’ 이라는 말로 걸어가고 있는 우리를 멈추게 한 다음에 자기
가방에서 물을 꺼내서 바닥에 뿌리는 것은 예사입니다.
게다가 친구지만 약간은 무서 웠던 건...
사람의 과거나 미래를 무서울 정도로 꿰뚫어 본다는 것입니다.
자기 말로는 심리학이나 사람 행동 분석해서 말한다고는 하지만...
그러면 심리학 공부하면 점쟁이라도 해야 하나요?
처음에는 정말 이상한 애구나...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그의
말을 계속 듣다보니, 괜찮은 애고 우리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나 행동이구나
생각도 들고...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생활도 잘하는 친구고 그가 하는 말을
들고 따르면 잘 풀린다는 생각도 들고 하니까 어느 샌가 우리들은 그를
믿고 따르게 되었습니다.
“어??? 집값도 싸고... 뭐... 전철역도 가깝고... 반 지하라서 그래? 아님
히히히. 귀신이라도 보여?”
용호는 제 말에 대해서 대꾸는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거 에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죠.
“짜증나게... 사람 걱정만 시켜놓고 뭐하는 거야! 차라리 말을 하지를
말던지... 그런 말해서 오늘 밤에 잠 만 못 자게하고...”
술 만 마시던 용호는 화를 내는 내 얼굴을 한 번 보더니 눈을 컵 안으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쳐다만 보고 있다가 간신히 입을 떼었습니다.
“..........미안. 그냥 걱정돼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 하고자 설희가 나서서 이야기를 주도 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였고, 그 후로는
아무 탈도 없이 계속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 졌습니다.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그 친구의 말에 모두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았을 때,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곧 지하철 막차 시간이 다 되어 모두들 집에 돌아가려고
모두들 일어서며 자리를 정리하고 자 할 때, 제 눈에 용호가 뭔가를
제 침대 바닥에서 휙 밀어 넣는 것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야. 너 뭐하는 거야? 쓰레기 버리기 귀찮아서 내 침대 바닥에 쑤셔 넣는 거야?”
“아냐~ 그럼 갈게. 잘 자라.”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밖으로 뛰어 나가는 그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고, 혹시나 해서 침대 밑을 보았지만 어두워서 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청소하고 가겠다는 거를 늦었으니깐 들어가라고 제가
재촉하며 문 밖으로 쫒아 보냈습니다. 그리고 같이 나가 모두를
배웅 해 주고 방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까 제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님 화장실이라도 갔다 왔는지 한 친구가 남아서 뒷정리를 하는 게 보였습니다.
제 친구들이 이런다니깐 요. 고마워 죽겠어요.
원래 집 주인이 정리하는 건데... 미안한 마음에 그 친구마저 잡아서
억지로 문 밖에다가 내 보낸 후 집에 가라고 배웅 까지 해 주었습니다.
깨끗한 방... 돌아 왔을 때는 아까 떠들썩한 게 모두 꿈인 듯 너무나도
조용한 적막이 흘렀습니다.
아까부터 술기운이 올라와서 어서 자고 싶다는 생각을 꾹 참고 있었는데,
이제 편히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침대 위에 눕게 되고,
스르르 눈이 감겨져 버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방을 청소하던 친구의 얼굴이 기억이 안 납니다.
이름마저도... 혼자 골목길 걸어가면 무서울 텐데, 데려다 줄 껄 그랬네.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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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거짓말 하지 마...”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어제 저녁에 도와준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한 명의 친구 이름이 기억이
안 나 확실히 기억나는 용호라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 어제 누구누구 왔었어? -
- 나, 설희, 기장이 -
- 5명 아니었어? -
- 4명이였어. 그런데... 너도 봤어? -
너도 봤어?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 겨울에 있는 것처럼
온몸이 덜덜덜 떨리며, 팔뚝에 닭살이 돋는 그런 느낌이 몰려 왔습니다.
바로 친구에게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는 순간 제 마음속의 불안을 털어 버리려는 듯 큰 소리로
그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야! 뻥치지 마. 내가 분명히 봤단 말이야.”
큰 소리로 말해야만... 내 목소리에 무서움으로 인한 떨림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으니깐 요. 그리고 적막이 흘렀습니다. 수화기 저편에
그가 없는 듯 한 느낌.
“어제 청소까지 다하고 마지막으로 나간 애가 누구야? 여자애였는데...
분명히 기억도 나! 같이 술 마시면서 내가 따라주기도 했어. 나 혼자
산다고 무서운 이야기 할래? 진짜 죽을래?”
그 말 이후에도 핸드폰 저편에서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야... 왜 말이 없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 때서야 들리는 희미한 한숨소리.
그리고 핸드폰 저편에서 들려오는 그의 말은...
“잘못 봤을 거야. 4명 맞는데? 술 취해서 헷갈리는 거 아냐? 하하하.
나도 무서워 죽겠다. 하긴 너 술 취하면 전봇대에다가도 인사하잖아.
아니면 꿈꿨는지... 앞으로는 적당히 마셔라. 그럼 나 바빠서 끊는다. 문자로 해.”
툭.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봤으나, 답장은 오지 않았고...
설희라는 친구에게도 똑같이 물어 봤으나 그 때 술 마신 친구는 나
포함해서 4명이라고 했었습니다.
제가 술에 많이 취한 걸까요? 아니면 꿈이 너무 생생해서 착각 할 수 도 있겠지요.
어휴... 어제 쓸 때 없는 소리를 해가지고...
다시 만나면 진짜 신나게 패 줘야겠다고 굳게 다짐을 했습니다.
오늘 집에 가면 마지막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 많은 박스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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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귀신 맞아. 빨리 딴 집으로 옮겨.’
난 그녀와 이야기 하면서 목구멍까지 기어 올라오던 말을 간신히 참았다.
그녀가 걱정 할 까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나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문 열자마자 모르는 여자가
한명 앉아 있었는데... 사람은 아니었다.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내 눈에만 보이는 착각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모르는 체 앉았는데...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와 너 나 보이지? 라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귓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차가운 한기.
머릿속이 얼어 버린 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술을 마시는 행위만 반복했다.
그녀는 내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다고 생각했는지 어느샌 가
우리 틈에 끼어 술을 주거니 받거니 까지 했다.
도대체 이 방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원한 많은 귀신이 앉아
있는 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다만 그런 행동을 보니, 내가 이상한 자극을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꺼라고
생각되었다.
술자리가 끝난 후에 미정이가 우리를 내 볼 때 까지 자리에 앉아 있던 그녀.
게다가 술자리를 주섬주섬 정리하기까지 했다. 마치 손님을 보낸 후에 뒷정리하는
주인처럼...
나는 나가기 직전에 내 몸에 품고 다니던 절에서 받은 부적을 그녀의 침대
밑에다가 던져 넣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뭔가를 두고 왔다는 핑계로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미정이 집으로 되돌아가던 길에... 미정이의 집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을 때... 원망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던 그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나와 반대편으로 스르르 날아가면서...
골목 어두운 저편으로 사라졌다.
과연 그녀가 그 집을 떠났을까?
내 핸드폰에 찍힌 미정이의 이름을 보고... 다짐했다.
내 사랑하는 친구를... 어떻게 든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그녀가 그 방을 떠났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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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이상한 소리해서... 사람 짜증 나게 하고 있어.”
저희 집 문 앞에 서서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면 어제
봤던 모르는 뭔가가 있을 지도 굉장히 걱정이 되었었죠. 제가 본게 분명히
맞는데... 친구들은 아니랍니다.
어쨌던 모, 아니면 도이기도 하고 굉장히 피곤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문을
열어서 들어 가야만 했죠.
- 끼익 -
전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습니다. 몇 년동안 온 몸으로 느꼈던 그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귀신의 한기가 아닌... 아무도 없는 반지하방의 한기 말이에요.
살짝 열려진 틈으로 안을 보았습니다.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단순히 새까만 어둠 뿐이였죠.
신발을 신은 체 조용히 들어가 방안의 불을 켰습니다.
-팟-
불이 켜지자마자 좌우 상하를 빠르게 둘러 보았습니다. 무언가의 흔적이 있
으면 바로 도망가려고 신발을 일부러 벗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에휴...”
한숨을 푹 쉬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모든 긴장이 풀린 탓인 지
온몸에 힘이 없었습니다.
“헤헤...”
헛 웃음 만이 나왔습니다. 원래 귀신 따위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장난 스
러운 친구들 말에 속아서 뻘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제가 굉장히 우스웠습니다.
일단 친구에서 폭풍 욕설 문자를 써서 보낸 후에 샤워를 하고 TV를 보고
잠이 들었습니다. 원래 그렇게 일찍 자는 편은 아니지만, 망할 친구 때문에
너무 신경 쓰였나 봅니다. 그날따라 특히 더 피곤했습니다.
침대 위에서 눈을 감자마자 어둠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상하네요.
분명히 우리 집인데... 구조가 약간 틀렸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창 밖에 누군가가 서성이는 게 보였습니다.
그 쪽을 보려고 다가가려고 할 때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꺄악!”
저는 소스라치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어제 제 방을 청소해 주던...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여자가 있는 것입니다.
저를 보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은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그렇게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지만 그 여자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곰곰이 보니 아주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에...
얼굴에... 전혀 귀신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집에 있는 듯한 그런 편안함?
“야! 너 누구야? 누군데 우리 집에 있는 거야?”
전 큰 소리로 소리쳤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은 체 저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점점 다가오자 저는 슬슬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야... 뭐하는 거야……. 가까이 오지마.”
전 제 자신을 보호하려고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를 온 힘을 다해 밀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다가오는 그녀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 자신만
그 힘 때문에 앞으로 발을 내 딛을 정도 였으니깐요. 헛손질을 한 느낌 이였습니다.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그녀는 나를 통과하여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아... 이것은 꿈이구나.
느꼈습니다. 정말로 현실과 같았지만... 내가 느껴지는 이 공기와 감각은 현실
이였지만... 내 자신이 꿈인 건지... 그녀가 꿈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를 통과한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아까 제가 보았던 그 창문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창문에는 한 사람의 다리가 보였습니다.
“누구세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그 순간 그 다리는 재빠르게 다른 곳으로 달아났습니다.
너무 나도 생생한 굽이였습니다.
저는 아까 그 방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습니다. 이거 무슨... 팽이라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찝찝한 기분으로 일어나니 벌써
아침이 된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늦잠이라니 지각입니다.
다음 날도 저는 그 방에 와 있습니다.
이제는 꿈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방에는 불이 켜지지 않았습니다. 새카만 어둠속에 제가
누워있던 침대는 그녀가 누워 있었습니다. 자는 모습도 왜 이리 여성스러운지...
제가 부끄럽네요.
그 때 그 창문이 조용히 열리는 게 보였습니다.
그 창문은 쇠창살로 되어 있어서 당연히 들어 올 수 없지만... 문이 열리면
이 방이 보이는 그런 곳에 있었습니다.
그 창문에서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악마의 눈을 보았습니다.
빨갛게 되어 있는 체로 상하 좌우를 게걸스럽게 바라보는 수많은 움직임들.
엄청난 움직임 후에 그녀를 쳐다보고 증오와 환희의 눈빛을 본 후 그 창문은 닫혔습니다.
저는 안절부절 했습니다.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꿈속
에서도 생각했습니다. 뭔가 불안한 일이 생길 것 만 같았습니다.
그 느낌이 현실이 되었을 때 저는 울며불며 그녀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야이! 바보야! 일어나라고! 빨리 일어나라고!”
그녀를 흔들려고 노력해도 물건을 잡아서 던지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내 꿈에서 내 맘대로 안 된다는 말이야!!!!!!!!!
- 달칵 -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대문에서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전... 그 문으로 향했습니다.
악마가 한쪽에는 몽둥이, 다른 한 손에는 큰 가방을 가지고 방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옆을 보니 그녀도 알아챈 것 같았습니다. 공포에 질린 그 창백해 진
얼굴로 상체를 일으킨 게 보였습니다.
저는 그 악마의 앞에서 온 몸으로 막으려고 했으나... 그 악마는 막으려는
저를 통과하여 그녀의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불쌍하게도 그 악마의 모습에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르르르... 떨리는 그 입술의 모습과... 손...
그 악마가 들고 있던 방망이는 그녀의 머리를 향해서 휘둘러지는 것 까지
보고 차마 보지 못해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하지만... 내가 끄지 못하는 잔인한 광경을 억지로
보고 있는 듯 한 느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는 비참하고 무서운 마음에
문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무언가가 막힌 듯 한 느낌 때문에 문 밖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들려오는 비명인 듯 한 신음소리와 그 악마의 숨소리가 구석에 귀를
아무리 막고 눈을 아무리 감아도 보이고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주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졌습니다.
저는 무서웠지만... 호기심이라고 할까요? 궁금함을 참지 못해... 아니 모든
게 끝났을 것 같아 눈을 떴습니다.
그 악마는... 그 침대 위에서 그녀를 질질 끌고 화장실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 바닥에 피들이... 그녀가 흘리지 못하는 눈물 대신에 흘려지고 있었습니다.
꿈에서 깨라. 제발 깨라! ** 깨라.
절대 깨어지지 않는 꿈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를 한탄하며 바닥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악마는 화장실에서 큰 가방을 가지고 나와 그것을 문 앞에 세워 놓고는
침대 근처로 와 자신의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어 침대 시트에 던졌습니다.
연기가 나고... 그 연기 위에서 춤추는 악마의 얼굴과 그 여자의
불행한 영혼이 비참하게 침대위에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저 방 뺀 다구요!”
“어허... 계약까지 다 했는데... 이렇게 하면 곤란해.”
내 그 말에 주인아저씨의 난감한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 왔습니다.
“그런거 모르고 빨리 방 뺀 다구요! 아저씨! 저 방에 무슨일 있었죠?”
그 말에 수화기 저편에서는 잠시 동안 공허함이 맴도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수화기에서 힘이 빠진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몇 년 지났는데... 그걸 어떻게... 아무튼! 지금은 안 돼. 며칠 기다려야 해.
학생. 며칠만 기다려줘... 그런 나 바빠서 빨리 끊을 께.”
그 후에 몇 번을 통화하였으나 며칠 만 기다려 달라는 그런 말 뿐 이였습니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기 싫어 며칠 동안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며칠 동안
입을 것 을 챙겨온 옷들도 빨아야 하고... 또 챙겨와야 할 것 같아서 회사가
끝난 후에 집에 잠깐 들렸다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야근인지... 뭔지... 퇴근 시간은 11시 이었습니다.
저녁 늦게 골목길을 걸어가는 데... 왜 이리 무섭던지 에휴... 설희와 계속
통화하면서 집까지 걸어가고 있을 때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쳐다보고 있는 듯 한 느낌?
좌우를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려운 마음이 착각이나
환상까지 보이나 보다 애써 생각을 지우면서 집까지 뛰어 갔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그 한기는 여전합니다. 저는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느꼈습니다. 며칠 동안밖에 있으니 까먹었나 봅니다.
‘이곳에는 다시는 있기 싫다.’
저는 빨리 재빨리 여행 가방에 짐을 아무렇게나 구겨 넣고는 나가려고
문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 제가 귀가 밝은 걸까요? 아니면... 정말로 운이 좋게 들렸던 걸 까요.
-사르락-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용히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
그 발자국 소리가 제 문 밖에 있었습니다.
살짝 문 가운데 구멍으로 밖을 보니... 시커먼 옷을 입은 누군가가
알 수 없는 물건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 물건은... 그 어둠속에서도
자신의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칼!
머릿속이 멍해 져 버려, 문 앞에서 주저앉은 체 두 손으로 문고리만 붙잡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 문고리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열쇠로 그 남자가 열고
있었습니다. 언제 내 열쇠를 가져갔는지 모르겠지만... 확실 한 건 저는
지금 죽기 직전의 상황에 쳐 했다는 것입니다. 지난번에 꾼 꿈 마냥...
비참하게 죽는 다는 생각이 드니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야! 꺼져! 꺼지란 말이야!”
저는 비참하게 죽기보다 그 여자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죽는 것 보다
소리를 지르고라도 죽자는 생각을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듣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야! 누가 좀 살려줘요! 도와줘요!”
그 조심히 돌아가 던 문고리가 갑자기 빨리 돌아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열린 후에 제가 아무리 막아도 남자의 힘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문은 열렸고
검은 복면을 쓴 남자가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꺄악”
그 비명소리에 맞추어서 그 칼이 제 얼굴로 향했습니다.
전 눈을 감았습니다. 이제 소설에서나 보던 것처럼 차가운 느낌 후에
엄청난 고통에 빠지겠지요. 어릴 적의 모든 기억이 스쳐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 그렇지만... 그 칼은 저에게 오지 않았습니다. 그 광경 그대로 굳은 체
복면 쓴 남자의 두눈 만 저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손에서
칼이 떨어지는 게 보였고 그 칼은 제 옆으로 뎅그렁 떨어 졌습니다.
“으으....”
그 남자는 뭔가를 본 듯이 뒷걸음을 치다가 그 길로 부리나케 달아낫습니다.
저는 상황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가 바라보았던 곳을 뒤돌아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없고 차가운 한기만이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 우웅...-
핸드폰 진동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세요.....”
“야! 너 어디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전화를 열 번이 나 했는데 통화 중인데다가
또 전화도 안 받아? 지금 집 근처까지 다 왔어!”
“용호야... 나...”
전 수화기를 붙잡고 살았다는 안도감에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길로 경찰서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서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과거에 그 자리에서 화재사건이 났었고,
나중에 발견 된 핏 자국으로 살인으로 파악했지만, 범인의 윤곽과 거주자의
행방불명으로 미제로 남아 버렸다고 합니다.
에필로그
XX동을 공포에 떨게 하던 속칭 발바리로 불리던 범인이 검거 되었습니다.
XX동 일대에서 여자들만 살던 원룸을 노리던 범인은 수십 건의 강간과
수건의 살인을 저지를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경우
단독 범행이 아닌 주인과 공모하여 열쇠를 복제하고...
TV에서 해당 내용을 보았을 때 미정이가 겪었던 그 사건이라고 확신했다.
그 날은 무척이나 이상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잠이 들자 처음 보는 여자의 손을 잡고 왠 골목길을 뛰어 가고 있었다.
낯익은 골목길...
맞아. 미정이가 사는 집으로 가는 골목길이 였다.
그 여자는 울고 있었다. 울면서 뛰는 바람에 그 눈물이 내 얼굴에
떨어질 정도 였으니깐... 그녀와 같이 집 앞에 도착하자 미정이가 칼에
찔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광경이 눈에 보였다. 난 깜짝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흘러 내렸던 맑은 눈물은 어느 샌가 새 빨간 피로 바뀌어 져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이런 거 보고 싶어?”
그 순간 눈을 떴다. 핸드폰을 들고 미정이에게 계속 전화를 걸면서 내 지하 차고
쪽으로 뛰어 갔다.
그런 모습 따위는 보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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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위와 같이 행동하면 범인이 당황하여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해당 내용은 극적인 긴장감을 위해서
약간의 픽션이 들어 갔음을 유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