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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新의대 기숙사 공포체험_2



침대 밑에서 뚫어져라 나를 바라보던 그 시선..

그리고 그옆으로 나와 있는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하얀 손이었다.

 

도대체 내가 밤마다 찾아가는 그 방은 어딜까..

그리고 잠에서 깰때마다 땀에 흥건히 젖어있으리만큼

피곤하고 힘든 그 느낌은..

 

 

 

"누나 오늘은 졸지 마요.."

"몰라 지금 걷다가도 잘판이야..ㅠㅠ"

"누나 진짜 기면증아냐?"

"잠을 잘 못자서 그래.."

"그러게 공부좀 작작하라니까 옵세같이"

"공부라도 하면 다행이지.."

 

하루종일 어디가 아프냐는 질문.. 빈혈이 있냐는 질문에 시달려야했다..

거울을 보니 유난히 창백해 보이는 얼굴에 화장조차 안해 입술에 핏기도 없으니..

어서 잠을 제대로 자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텐데..

 

오늘따라 회진은 너무나 길고

서있는 몸은 천근같이 무겁다.

오랜 병앓이에 계속되는 생활관리..

당뇨환자들의 불평과 불만은

회진시간 내내 하소연으로 이어진다..

평소같으면 교수님 뒤에서 공감하면서 들었을 이야기인데

오늘만큼은 그저 빨리 끝났으면..하는 생각뿐..

그런 나자신을 자책 할래도 할 수 없을만큼 그저 너무 피곤할 뿐이었다.

 

"자 iatrogenic cushing과 cushing disease간에 환자 증상에 차이가 있나?"

교수님의 질문이 허공에 메아리 친다..

대답을 찾는 대신 파트너의 얼굴만 바라본다.

"도대체 너희가 내분비를 돌면서 배운게 뭐야?"

교수님의 질책역시 허공에 멤돌 뿐이다..

 

저녁에 있던 과외는 취소했다. 내일은 토요일.. 다음파트로 옮겨가기전 마지막날..

마무리 시험이 있는날이다.

공부도 공부지만 도저히 지금 기분으로는 과외를 갈 수가 없다.

기숙사로 들어오는 버스안에서 현이를 만났다.

 

"언니.. 언니 나 요즘 진짜 이상한가봐"

"왜?"

"어제 밤에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

"무슨 느낌?"

"누군가 우리방에 있는 느낌.."

"룸메들 있었을꺼 아냐? 당연히 느끼지.."

"아니 아니 다들 자고 있는데.. 나혼자 잠깐 화장실가려고 일어났거든"

"근데?"

"내침대로 돌아오려는데 또 내옆에 누군가 서있는 것 같은거야.."

"에이..말도 안돼.."

"진짜야.. 그리고 더 이상한건 갑자기 그 느낌이 사라졌어.."

"너도 요새 되게 피곤한가보다.. 잠좀 많이 자라.."

"언니도 알다시피 내일 post test있잖아.. 공부해야지.."

"그러게... 난 방학하면 내내 잠만 잘꺼다.."

"나도 나도..ㅋㅋㅋㅋ"

 

누구나 다 나처럼 피곤하겠지.. 저녀석도 그런 모양이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 서 있는 느낌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느낌일까.. 숨소리라도 들린걸까?

 

또다시 그 어두운 방안.. 나는 또다시 침대를 바라보며 서있다.

아니 침대밑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 시선과 눈을 마주친 채

언제부터 인지 모른채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던것만 같은 느낌..

그때..그 시선과 하얀손이 순간적으로 움직였다..

무언가 주의하라는 눈빛..그리고 가르치고 있는 곳엔..

 

 

"언니..언니.."

혜미였다..
"응? 어?"

"언니 무서운 꿈 꿨어요?"

"응.. 어.. 아.. 꿈이었나.."

"언니가 끙끙거리길래.. 바로 깨웠어요.."

"그래? 아.. 지금 몇시지?"

"세시요.."

"안자고 뭐했어? "

"드라마 밀린거 보느라구.. ㅎㅎ"

 

그러고보니 시험공부를 해야했는데..

대체 언제 잠이 든거지? 그리고 그 꿈은...

"근데 혜미야.."

"네 언니.."

"너 매일 같은 꿈을 꿔본적 있어?"

"매일 매일 같은 꿈이요?"

"응 똑같은 꿈.."

"비슷한 장소에 가는 꿈을 몇차례 꾼적은 있지만.... 매일매일은.."

"그치? 그런일 없지..?"

"왜요 언니.. 언니 매일 같은 꿈 꿔요?"

"응 그게.. 이상해.. 매일 같은 장소에 가있어.. "

"어디에요?"

"기숙사는 기숙사인데.."

 

쿵!!!!!!!!!!!!!!!!!!!!!!!

 

"엄마야!! 뭐지?"

"그러게요?"

"화장실에서 난 소리지?"

"네.."

 

화장실바닥엔 세면기가 떨어져 갈라져 있었다..

"어떻게 이게 떨어진거지?"

"그러게요.."

"고쳐달라고 신청해야겠다.."

"어제까지 아무문제 없었는데.."

 

세면기를 대충 치워놓고 혜미는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시험공부를 위해 책상에 앉아야했다..

족보라고는 했지만 족보양도 만만치 않다..

더이상 자긴 글렀구나..오늘도.. 쓴웃음이 나왔다..

 

"...아...."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인듯한 소리였다..

퍼뜩 놀라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꺼진 방안엔 스탠드불빛만이 있을 뿐이고..

주변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 들은 걸까..?

다시 족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우..아.."

다시한번 놀라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소리였는데..

이젠 헛소리까지 듣는걸까..?

세수를 하고 책을 챙겨 무조건 방을 나왔다..

다행히 병원까지 가는 버스가 막 다니기 시작한 참이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PK룸엔 외과를 돌고 있는 원재오빠가 앉아있었다.

 

"오빠 왜이렇게 일찍 왔어요?"

"잠이 안와서.."

"오빠두요?"

"너도 그러냐?"

"네..요새 자꾸 이상한 꿈을 꾼다고 해야하나...."

"그래? 나도 그런데.."

"오빤 무슨 꿈을 꾸는데요?"

"야.. 그게.. 이 오빠가 원래 귀신을 보잖냐.."

"네?"

"진짜야 군대있을때 귀신을 세번이나 봤어.."

"거짓말.."

"정말이라니까.. 한번은 내 동기랑 같이 걷는데.. 가로등위에서 빵먹고 있는 할머니 귀신을 둘이 같이 봤다니까.."

"진짜 거짓말.."

"정말이야 그할머니 사라지지도 않았고.. 그뿐아니라 우리가 가는 가로등마다 따라 나타났어.. 할머니가 가로등 위를 뛰어다녔을리가 없잖냐.."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웃기다.."

"웃기긴.. 빵을 계속 우걱우걱 먹으면서 그 어두운 골목에서 나를 뚫어져라

눈도 안깜빡이고 내려다보는 할머니가 너는 웃기냐..?"

"빵도 안떨어지나보네 그렇게 계속 먹게.. 오빤 왜 안도망갔어요?"

"도망가면 확 쫓아올까봐서.."

"왜 나타난거래요?"

"모르지.."

"ㅋㅋㅋ 빵사달라고 나타났나보다.."

"군인한테 무슨돈이 있다고 너 웃지마... 우리 기숙사에도 귀신 있어.."

"무슨말이야..?"

"진짜야.. 귀신 있대도..너도 재작년인가 계속 가위눌렸었다며.."

"그건 가위눌린거구.."

"아니 요즘 우리방에 맨날 귀신이 나와"

"뭐야 아침부터 병원지하에서 무섭게"

"아 니가 자꾸 우스개 소리로 들으니까 말이지..

어제밤에도 그여자가 내방에 있었어.."

"오빠방에?"

"응..그렇대도.. 매일밤 아래층으로 기어내려가...."

"아래층에서? 오빠 아래층이면..현이네 방?"

"그래.. 거기러"

"기어내려간다는게 무슨말이야..?"

"정확히 말하면 우리방 바닥에 거꾸로된 하반신이 박혀있어.."

"??? 거꾸로? 하반신?"

"그래 허리부터 발까지..."

"그게 뭐야?"

"그냥 계속 그게 있어.. "

"오빠 옆에?"

"아니..창문 구석에.. .."

"너무 여자 하반신에 집착한거 아니야..?"

"아직도 장난인줄아네 얘가...진짜래도..얼마나 기괴해 보이는지 아니? 처음엔 그게 여자 다리두개인줄 몰랐다구.."

"오빠는 그럼 어떻게 하는데?"

"가위에 눌려서 움직이질 못해.."

"가위에 눌린채로 그여자를 본다고?"

"응 계속 그여자를 쳐다보고 있게되..장난으로 듣지만..진짜 장난이 아니야..

처음엔 꿈이려니..했는데 맨날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같은게 보이니까.."

"오빠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같다.. 오빠가 잘생겨서 여자귀신이 꼬이나 부지..ㅋㅋㅋ

근데 얼굴에 자신이 없었나? 다리만 뵈주게.. ㅋㅋ내가 귀신얘기 좋아하는건 알아가지구.. 외과 많이 힘들죠?나도 돌아봐서 알지.."

"진짜래도 끝까지 장난인줄 알아.. 어제도 스크럽 서다 졸았다.."

"다들 그렇지 뭐..나도 많이 졸았어요.. ㅎㅎ"

"근데 너도 이상한 꿈을 꾼다며?"

"나? 나는 그런 무서운 꿈은 아니고..."

"뭔데..?"

"그냥..어떤 방에 있는 꿈..."

"방?"

"응...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회진전에 환자봐놔야하는데.. 나 올라가볼꼐요.."

"그래 가봐.."

"응 오빠.. 오늘도 화이팅~"

 

가운을 입고 PK룸을 나섰다..

병동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오빠의 표정과 이야기가 생각나

피식 피식 웃음이 나왔다..여자 하반신이라..

거꾸로된 하반신.. 창문 있는 방구석에.. 거꾸로된 하반신..

가만..방구석? 거꾸로된 하반신....? 

 

나는 흠칫 놀라 나도모르게 들고 있던 수첩을 떨어뜨렸다..

막 엘레베이터를 탄 인턴선생님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수첩을 주워준다..

"감사합니다.."

아직도.. 놀란 가슴이 가라앉지 않는다..

 

어제밤.. 나를 바라보던 두개의 눈빛.. 그리고 그 하얀 손이 가르치던 것은..

 

 

내 등뒤..그 방구석에 있던

거꾸로된 흐릿한 여자의 머리..

그리고 웃고 있던 그 여자의 입...

찢어질 듯 웃고 있던 여자의 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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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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