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新의대기숙사 공포체험_1
2010년 7월 1일
"드르르륵" 쥐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퍼뜩 놀라 잠에서 깨고 보니
밖은 아직 어스름 새벽이다..
짜증스럽게 액정을 들여다 본다.
"딸.. 어제 전화하다가 밧데리가 나가서 전화가 끊겼어.. 집에와서 다시 전화한다고 생각하고는까먹었지 뭐니 오늘도 힘내서 열심히 살아..사랑한다.
." 시간은 5시 20분..
대체 언제 잠이 든거지? 베게 옆에는 노트북과 책들이 널려있다.
그러고보니 더 일찍 일어났어야 하는건데.. 해야할일들이 떠오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2층침대에서 구르듯 내려와 화장실로 직행했다.
아랫층에서 자고 있어야할 룸메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화장? 오늘도 생략이다.
어제 입었던 정장치마에 블라우스만 바꿔 입고, 신발을 꿰어신으며 뛰어나왔다.
PK룸에는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가운을 입으며 컴퓨터를 켰다.
오늘따라 PK룸의 컴퓨터도 느리고 전자의무기록도 잘 뜨지 않는다 손톱을 깨물며 환자기록을 수첩에 옮겨 적었다.
"40세 환자 14년전 발생한 당뇨로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으며.. 최근 혈당조절이.. " 몇번 중얼거리며 환자기록을 외우는 도중 실습 파트너가 들어왔다.
"누나 환자파악 잘했어요?" "아니.. 오늘 아침에 와서 겨우 봤어.. 어떻게하지..?" "그러게 어제 하고 가라니까.." "아침에 일찍일어나려고 했는데..ㅠㅠ"
아침 회진대기.. 핸드폰에 저장한 텍스트로 당뇨에 쓰는 치료약을 찾아 외운다.
몇번을 외워도 잘 입에 붙지 않는다.
시간은 어느새 7시.. 교수님은 아직 오시지 않았다.
"환자파악 잘들 했어요?" 라는 말과 함께 등장한 치프 레지던트선생님에게 자신없다는 듯 고개만 주억거린다.
파트너를 찌르며 눈짓으로 말한다.
"니가 오늘 커버해.."
긴장을 해야하는 순간임에도 몸에 기운이 빠진다.
또시작이다.
. 며칠째 계속되는 나른한 느낌..
머리가 순간순간 멍해짐을 느낀다.
최근들어 잠을 자도 잔것 같지가 않다.
언제나 개운하지 않은 멍한 느낌..
그리고 꿈속에선 언제나 같은 장면을 본다.
분명히 기숙사 방안인데.. 내방은 아니다.
불빛이 있음에도 어두운듯 모든것이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말소리와 발소리 숨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만지려 해도 만져지지 않고 보고있음에도 보이지 않는듯한 모든 것이
내주위를 감싸고 있다.
"자네 지금 졸고있는건가?"
퍼뜩 놀라 교수님을 바라봤다.
막 한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고 나간참이다.
들고 있는 노트에는 조느라 빗겨간 알 수 없는 글씨들이
씌여 있고 실습 파트너는 옆에서 웃음을 참고 있다.
외래방 안의 밝은 빛에 갑자기
현기증을 느낀다.
또한번 그 장면을 보았다.
매일 나는 한걸음 혹은 두걸음정도
같은자리를 벗어나 있을 뿐이다.
.
.
.
"오늘 신환이 왔으니 만나보도록 하고 환자파악 잘해놓고 공부좀 하고.."
치프레지던트의 지시사항과 함께 오늘 일정은 끝났다.
어서 방에 돌아가 눕고싶은 생각뿐이다.
원없이 잠을 자고 싶다.
"아.. 오늘 케이스 발표가 끝났어!!!"
소화기내과를 돌고 있는 기숙사 옆방 현이가 웃으며 만세를 부른다.
"언니 엔도는 어때요?" "우리? 우리도 발표 다 끝나고 이제 케이스 레포트 쓰는것만 남았지. "
"어려운거 다 지났네.. ㅋㅋ" "그러게 그래도 선방했어. 다행이야.ㅎㅎ"
방에 들어와 책상 앞에 앉았다.
룸메는 한번도 방에 온적이 없는 듯 어제 모습 그대로이다.
"얘는 또 어딜간거야?" 무심히 중얼거리며 노트북을 켠다.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책상에 엎드린채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누구세요?" "언니 나 현이.." "왜그래? 무슨일이야?"
"언니 나 언니방에 잠깐 있어도 되요?"
"왜?"
"무서워서.."
"뭐가? 룸메들 없어?"
"응.. 없어.. "
"그래 룸메들 올때까지 여기 있어..."
"언니 룸메는 안와요?"
"응.. 어디갔는지 며칠째 안보여..잘그러잖아.. "
"걔는 방학한건가?" "그렇지.." "그치 다른과애들은 벌써 방학한지 오래지..?"
"우리도 곧 할텐데 뭐.."
"언니는 다른과 애랑 둘이 써서 안불편해요?"
"응 불편할게 뭐있어?"
"그냥 스케쥴도 다르고.. 보면 맨날 혼자 있는거 같아서.."
"그러니 좋지 뭘.."
"무섭지 않아요?"
"뭐가 무서워..?"
"혼자있으면 무섭잖아.."
"그러고보니 너 무섭다고 왔지? 뭐가 무서운데?"
"아니..언니 아까.. 이상한 일이 있었어.."
"뭔데?"
"내가 혼자 방에 있는데.. 누가 분명히 들어왔거든요?"
"응"
"그래서 나는 써니가 온줄 알고.. 보지도 않고 막 말을 걸었어"
"근데?"
"근데 대답이 없어서 돌아 보니까 아무도 없는거야.."
"뭐? 니가 착각했겠지.."
"아니야 분명히 문도 열렸다 닫힌거 같구 인기척이 들렸거든..그래서 내가 일어서서 둘러보다가
써니 침대 옆에 갔는데.."
"근데?"
"딱 그자리..거기서 누군가 내 옆에 서 있는거 같았어."
"말도 안돼"
"진짜야... 누가 정말 딱 내 옆에 서있는거 같았다니까..그래서 내가 언니한테 막 온거에요"
"니가 너무 무서워서 착각을 한거겠지.."
"그렇겠지만..진짜 무서웠다니까.."
"ㅋㅋㅋ 너 스키조 아니야? 스키조?"
"뭐?언니 $^%%&^%^&%"
"그래.. 알았어 룸메들 올때까지 여기 있어.."
"근데 언니.. 다음엔 어디 돌아요?"
.
.
한참을 수다를 떨던 현이가 돌아간뒤에도 룸메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혼자된 시간.. 무섭다.
.라..
기숙사에 처음 왔을때 한동안 무섭게 눌리던 가위도 더이상 눌리지 않은지 오랜데..
그러고보니..현이방은.. 그때 내가 쓰던 방도 아닌데..
해야할일을 마치고 시간을 보니 한시를 조금 넘기 시간..
어서 자야 내일을 무사히 보내겠구나..
2010년 7월 2일
또다시 나는 그 기숙사 방안에 서있다.
분명 내방은 아니다.
모든것이 흐리고 모든것이 명확하다.
알 수는 있지만 또렷하진 않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 여기저기서 인기척이 들린다.
아무것도 제대로 만져지지 않고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어렵사리 한걸음 한걸음을 디딘다.
여기가 책상 여기가 침대.. 나는 계속해서 책상과 침대사이 공간을 맴돈다.
그러다 문득..
또렷하게 보이는 한가지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헉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났다.
룸메가 막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혜미 왔니?"
"네 언니.. "
"집에 갔던 거야?"
"네.. 집에 내려갔었어요.."
"그래.. "
더워서였는지 힘들어서 였는지 베갯머리가 흥건히 젖어있다.
물을 따라 마시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언니 어디 아파요?"
"아니.. 그냥 무서운 꿈을 꿨어.."
"귀신이라도 나왔어요?"
"아니..그게 아니고..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냥 내내 힘들었어.."
"언니 요새 너무 피곤한가보다.
."
"그러게.."
선풍기를 켠채 자리에 다시 누웠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한가지
뚜렷하게 보였던 그건..
침대 밑에서 뚫어져라 나를 바라보던 그 시선..
그리고 그옆으로 나와 있는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하얀 손이었다.
2편에서 계속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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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까지 읽어주신분 계심 감사해요.. ㅎ
넘 지루한 전개가 아닐까..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네요..
이해를 위해 간단설명.. ㅎㅎ
PK는 실습학생입니다.
PK룸은 우리들의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구요..
우리도 가운을 입고 회진및 외래 참관을 합니다.
또한 환자들을 파악해서 아침에 교수님 앞에서 환자에 관해 발표를 하기도 하고
신환이 오면 다시한번 진찰을 하기도 합니다.
엔도는 내분비내과를 말합니다.
케이스 발표는 환자한명에 대해 공부해서 그 사례를 발표하는 것을 말하고
매 과를 돌때마다 한명 혹은 두명이상에 대한 케이스 발표를 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종합병원에 오셔서 가운에 과나 의사라는 말이 없이 이름만 적혀있는 사람들을 보신다면
"학생이군아.." 하시면 됩니다.
. ㅎㅎ
아 그리고 스키조는 "정신분열증"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