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R야설) 아내 스토리 47
〈 47화 〉
"많이 놀랠거야. 아니 오빠는 신중한 사람이니까 나하고는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
오빠가 알아서 판단해. 이제 앞으로, 우리 절대로 사혜연이를 대화의 내용으로 삼는 일은 없을 거야.
난 내 기억에서 사혜연이를 완전히 지울 거야. 무서워. 진짜"
전연두는 내 손에 유에스비를 쥐어준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보고 폐기하든 어떻게 하든 부탁이 하나 있어. 절대로 유출은 하지 말어
내가 오빠 성격 아니까 넘겨주는 거야. 그냥 보고 태워버려.
만에 하나 유출이 되어도, 나하고 우리 오촌 오빠는 절대로 연결이 안 되었으면 좋겠어. 소름 돋아. 섬찟해. 생각하기도 싫어 "
전연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문으로 나가면서 나를 보지 않고 손을 흔드는 전연두였다.
나는 손에 작은 유에스비 하나를 쥐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내는 결혼 이후에 결국 유부녀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한 것 같았다. 아마 조금 더 나아가서는 무엇인가?
흥신소 업자와 메이져 일간지의 베테랑 기자까지 고개를 젓게 만드는 충격적인 일이라면 얼마나 심한 포르노이길래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기분이 너무 찜찜하고 더러웠다.
* * *
퇴근을 해서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차려서 밥을 먹었다.
샤워까지 다하고 잘 준비를 다한 후에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솔직히 시간 끌기였다.
어차피 보기는 봐야 할 것인데,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나은 건데 나는 괜히 시간만 질질 끄는 것이었다.
유에스비 안에는 동영상 파일이 두 개가 있었다.
솔직히 보고 싶지 않았다. 짐작이 다 되는 파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보고 잊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마음에 상처를 조금 더 받는 쪽의 선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 * *
첫 번째 동영상이 끝나고 한 시간 정도를 멍하니 앉아있었다.
노트북이 자동으로 절전모드로 전환이 되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나는 멍하니 한 시간 정도를 멍을 때리면서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학중이가 떠올랐다.
그때 와인파티에서 필립 장을 만나고 나서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 기억이 소환되고 있는 학중이였다.
학중이는 뭘 하면서 살아갈까? 아직도 나를 미워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학중이가 밉지 않은데, 시간이 너무 지나서 그냥 옛기억 정도로만 남았는데, 학중이는 과연 그때 기억을 어떻게 간직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알 길이 없었다.
왜 학중이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는지는 모르겟지만, 그렇게 학중이 생각을 다시 하다가 나는 두 번째 동영상 파일을 열었다.
아마 첫 번째 동영상의 내용들을 잊기 위한 스스로의 자기방어기제가 작동을 했기에, 평소에 거의 기억을 하지 않고 살았었던 학중이가 긴급 소환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두 번째 영상이 끝나고 나는 그냥 .의자에 앉은 채로 꼬박 밤을 세웠다.
한숨도 자지 않았다. 아니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창문밖으로 눈부신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한 그 순간에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그런 생각말이다.
* * *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캐리어가방을 한 손에 끌면서 아내가 현관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문자 답장이 없어서 걱정했잖아요. 당신 많이 바뻤나봐요 "
아내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술 마셨어?"
나는 아내를 보면서 말을 했다.
아내가 온다고 했었던 그 날, 아내는 거의 밤 열한 시가 다 되어 귀가를 했다. 입에서는 술냄새도 약간 나는 것 같았다.
"조금요 뒤풀이 하고 헤어지느라고 일행들이 다같이 마셨어요 "
아내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살짝 염색이 된 긴 생머리를 질끈 묶은 후에 둘둘 말아서 위로 올린 올림 머리를 하고 있는 아내였다.
아내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내가 그냥 별로 길지 않은 머리를 저렇게 위로 묶고 다니는 것으로 착각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지금 그런 생각이 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내를 재웠다. 샤워를 한 아내를 그냥 재웠다.
술을 마신 사람하고 할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니, 아내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기는 하지만 맨 정신 상태의 아내에게 뭔가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딜레마라는 단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써야 하는 단어인 것 같았다.
다음 날 아내보다 훨씬 더 먼저 내가 일어났다.
아니 솔직히 말을 하면 나는 두 시간 이하밖에 못 잔 상황이었다.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독한 불면증.
눈을 감으면 그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영상을 본 이후부터 지독한 불면증에 빠져버린 느낌이었다.
아내가 일어나더니 출근을 하려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오늘 출근 안 하면 안 될까? 아니 오후에 출근을 하든가 "
욕실로 들어가려는 아내를 붙잡고 말을 했다.
"여보 갑자기 왜 그래요? 나 오늘 바쁜 스케줄들이 있는데 "
나는 아내를 보면서 굳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당신하고 같이 보아야 할 게 있어 "
나는 아내를 식탁에 앉혔다. 그리고 아내의 옆에 앉았다.
식탁 위에 미리 준비를 해둔 노트북을 열고 첫 번째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노트북 화면에 영상이 재생되었고 아내의 큰 두 눈이 더 크게 변해가고 있었다.
영상이 채 일 분도 재생이 안 된 상황에서 아내의 한 손이 노트북의 화면을 붙잡았다. 노트북을 닫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내의 팔을 잡았다. 아내의 팔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사람이 사색이 된다는 것이 아마 이런 표정일 것이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사슴처럼 커다란 눈망울에는 눈물이 한 가득 고여있었다.
나는 아내의 팔을 잡고 노트북 화면에서 아내의 팔을 떼내었다.
단 한 번도 아내에게 완력을 쓴 적이 없었다.
나이 스물하나에 아내를 처음 만나서 내 나이 서른여덟 무려 18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온 상황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10년은 중간에 붕 떴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그 긴 시간 동안 아내에게 욕설을 한 적도 없었고 아내에게 완력을 쓴 적은 더더욱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내는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추, 출근 해야 해요 "
아내는 말을 했다. 몹시도 떨리는 목소리로….
아내 역시 이성을 상실한 것 같았다.
내가 이 영상을 처음 보고 한 시간 넘게 멍을 때리고, 두 번째 영상까지 보고서는 여태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처럼 아내 역시 지금 아주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아니 논리적으로 파고든다면 아내는 지금 나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이 맞을 것 같았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저 두 개의 영상 뿐이지만 아내는 아닐 것이다.
어찌 저 두 번의 횟수뿐이겠는가. 수십 번의 비슷한 일들이 더 벌어졌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횟수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아내는 자신의 비밀이 어디까지 노출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심한 멘붕에 빠졌을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다.
"아무데도 못 가. 가만히 있어…. 회사 못 나가게 할 거야….
이 영상들 끝까지 다 본 후에 당신과 이야기를 해야겠어.
영상은 두 개야회사 못 나가게 할 거야….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말아 "
나는 분노를 참으면서 말을 했다.
원래 진짜 많이 화가 나면 사람은 아무리 신중하고 차분한 사람이라고 해도, 욱하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나는 이미 화를 많이 삭힌 상황이었다.
하지만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상황 역시 절대로 아니었다.
* * *
넓은 잔디밭 정원이 있었다.
잔디밭 한 가운데는 가로세로 오 미터 정도 되는 정방형의 작은 연못이 있었고 연못 안에는 비단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면서 떠다니고 있었다.
연못 가운데에는 분수까지 설치가 되어 있어서 물줄기가 시원하게 솟구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원에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고 간단한 음식과 음료들이 세팅이 되어 있었다.
대형 티브이도 보이고 노트북 컴퓨터도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상황이었다.
화면이 많이 흔들렸다. 망원을 상당히 많이 당긴 것 같았다.
하지만 망원으로 당겼음에도 이 정도 화질이면 보통 장비로 촬영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남자가 세 명 보이고 있었다. 한 명은 낯이 익은 남자였다.
아내와 같이 호텔방에 있었던 그 남자, 중년의 그 남자.
호텔방에서 같이 노트북을 펴 놓고 일을 하는 척 했었던 그 남자, 그 남자가 화면에 보이고 있었다.
나머지 두 명 중에 한 명은 외국인이었다.
스패니쉬 계열, 그러니까 라틴 계열의 남자로 보였다. 검은 곱슬 머리를 하고 있는 중년 나이 정도의 남자였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머리숱이 별로 없는, 역시나 중년의 동양인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