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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음탕한 유부녀



음탕한 유부녀
 




9월...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다가옴을 알리는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일상적인 내 삶에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그 가을바람과 함께...

가을바람 같은 여자가 있다.

최미경(崔美璥)...그 유부녀의 이름이다.

강남에 오픈 한 모텔은 성공적이었다. 지가가 비싸 그 인근 모텔들은 대실료가 비싸다. 숙박비는 더 비싸다. 너무 저가로 가격을 책정하면 동종업종 사장들과 트러블이 생긴다. 나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고기도 먹던 놈이 잘 잡고 잘 먹는다.

모텔을 이용하는 고객은 뻔하다. 잘 곳을 찾는 사람과 빠구리를 뛰는 사람이다. 정상적인 고객도 일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인 관계다. 부부가 오는 경우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커플이 더 많다. 혹은 혼자 와서 여자를 불러달라는 남자들도 있다.

원조교제도 비정상적 고객의 한 부류다.

우리 마트는 고정적으로 매상이 좋다. 우리일식은 계절에 좀 영향을 받지만 고정 고객을 회원제로 관리한다. 새로운 사업으로 시작한 모텔에도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여름 동안 교외로 빠졌던 사람들이 많았다. 적자는 아니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에는 관심이 없지만, 손해 보는 것은 싫다.

모텔을 이용하는 고객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경험에 비춰보면 항상 가던 모텔에 가게 된다. 어떤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깨끗하거나, 가격이 싸거나 어떤 이유가 있다. 나는 일식집의 회원제를 모텔사업에 도입했다. 회원권을 파는 것이다. 회원정보는 철저한 비밀로 붙였다. 인터넷 사이트을 통한 불법적인 만남의 회원들을 위한 특별회원도 따로 분리했다.

스와핑과 SM을 즐기는 사이트 운영자들을 만났다.

SM은 경애 때문에 알게 된 그 사이트와 제휴를 했다. 물론 비밀이다. 세상에 알려지면 큰일 난다. 대실료 5만원에서 숙박료 10만원이 평균이다. 특별회원들은 연회비를 받고, 일반 회원권은 한 달에서 석 달로 계산한다. 선불제다. 대신 20퍼센트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건전한 셀러리맨의 장기출장 때 이용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일반 회원도 조금씩 늘었지만, 특별회원들이 꾸준히 쌓이고 있다.

특별회원에게는 일식집의 이용에 대한 회원권도 함께 주었다. 일반회원은 우리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을 이용실적에 따라 주었다. 공개적인 홍보보다 음성적인 홍보가 더 크게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음성적으로 변태적인 성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 중 “왕변태”라고 유명하다. 지하에 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있어 그들은 안심하고 이용한다.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그들의 모든 변태 짓은 내 컴퓨터에 모두 저장되었다.

도청이나 몰카를 찾는 기계도 있다. 나도 바보가 아니고, 설치한 “망치 기수”도 아마추어는 아니다. 그놈의 전공이 도청, 몰래카메라 촬영이었다. 그에 대한 대비는 해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숨어서 은밀한 정사를 즐긴다.

가장 많은 것은 역시 불륜이다. 바람난 유부녀와 유부남들은 정말 흔하다. 그 다음으로 원조교제나 돈을 주고 이루어지는 관계들이다. 속칭 조건녀와의 만남들이다. 흔하지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이 근친이었다. 형수와 시동생, 처형과 제부, 형부와 처제, 엄마와 아들, 외숙모와 조카 등 정말 다양한 관계들이다.

9월...첫째 주 월요일...

오늘도 사무실에 출근한 후, 마트를 들려 모텔에 왔다. 보통은 점심은 일식집에 가서 먹는다. 어제 녹화된 영상들을 확인하고 특이한 것은 이동 하드디스크에 저장해서 가져가 집에서 본다. 가끔은 경화와 함께 즐긴다. 하드디스크에 날짜별, 호실별, 특이사항도 기록한다.

점심시간...

강남 모텔을 나와서 일식집으로 출발했다. 점심시간이 좀 지나서 도착했다. 법원과 변호사 사무실 등의 점심시간을 피해서 보통 1시가 넘어서 간다. 일식집에 도착하여 차를 주차하고 가게로 들어섰다. 지배인이 나를 다가와 인사한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별일 없고?”

“네...가게는 별일 없습니다. 그런데...”

“왜?”

지배인이 조심스럽게 속삭인다.

“사장님 손님이 와 계십니다. 여자 분인데...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자? 연락하지.”

“그게...손님께서 연락하지 마시라고...2시간 넘었습니다.”

“그런데 왜 속삭여? 징그럽게...”

“제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모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뭐...괜찮아. 누구지? 어떻게 생겼어? 어디 있어?”

“3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의 미인입니다. 3층 VIP 매화 룸에 모셨습니다.”

지배인의 설명을 들어도 누구인지 짐작이 안 된다.

요즘 건드리고 다닌 여자가 너무 많다. 그러나 사업장에 찾아올 여자는 거의 없다. 밑에서 지배인과 백날 얘기해도 답은 없다. 내가 겁날 것은 없다. 조금 불법적인 죄를 지은 것도 있지만, 걸리면 돈으로 때우면 된다. 모텔의 몰카가 떠올랐다. 일차는 항상 경고와 벌금으로 끝난다.

‘누굴까?’

유부녀들과의 불륜을 생각해도 문제될 사람은 없다.

“여자분 식사는?”

“사장님 오시면 드시겠다고...설록차 한 잔만...”

“연락을 하지. 두 시간이 다 되었다면서...내가 먹는 특별정식 두 개 보내줘.”

“네...알겠습니다.”

나는 지배인에게 점심을 부탁하고 4층으로 올라갔다.

일식집 1층은 은행이다. 일식집은 2층, 3층, 4층을 사용한다. 4층짜리 이 건물은 내가 주인이다. 2층은 일반손님을 위한 오픈 테이블들과 주방이 있다. 3층과 4층은 중산층과 고급 손님들을 위한 밀실로 이루어졌다. 3층은 8개 방으로 나뉘어 있다. 4층은 “매(梅)난(蘭)국(菊)죽(竹)” 네 개의 VIP룸으로 예약으로 운영한다.

난 룸 앞에 멈춰 노크를 한다.

똑똑...

“네. 누구세요?”

“기다리던 사람입니다. 실례하겠습니다. 헉...너는...”

나는 대답과 함께 문을 열었다.

매화 병풍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여자의 모습에 난 헛바람을 삼켰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앉아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순간 얼음인간이 된 듯 멈췄다. 내 “얼음”을 “땡”으로 녹여준 것은 그녀의 옥음(玉音)이었다.

“왜요? 놀랐어요?”

“어...응. 연락도 없이...갑자기...”

“고개 아파요. 좀 앉아요.”

“미안...너무 갑작스러워서...잘 지냈어?”

내가 그녀의 앞자리에 앉으며 안부를 물었다. 보라색 투피스가 잘 어울린다. 소화하기 힘든 색상인데, 그녀가 입어서 더욱 세련된 느낌이다. 귀걸이나 목걸이 등 아무런 액세서리도 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품위(品位)가 드러난다. 그녀의 두 손에 배에 가지런히 올려져있다. 손가락에 반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더 예뻐졌다.

“흥. 무심한 사람! 한 번쯤은 먼저 연락할 줄 알았는데...”

“미안해. 네가 먼저 연락할 때까지 기다렸어. 마지막에 그랬잖아. 네가 연락한다고...집으로 전화를 할까하다 참았지.”

“여자가 먼저 자존심 굽히고 전화하기를 기다려요? 바람둥이!”

그녀가 나를 비난하듯 말하며 화낸다. 내 변명은 궁색하다.

“난 네가 곤란할까봐. 남편이랑은?”

“이혼했어요. 한 달 전에...”

그랬다.

그래서 손가락에 반지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 만난 결혼식장에서는 반지가 있는지 자세히 보지 못했다. 아마 꼈을 것이다. 남편과 부부동반으로 온 행사였으니까. 두 번째 밤에 나를 만난 날은 반지가 없었다. 남편 몰래 나를 만나는데, 일부러 반지를 끼고 나가는 것도 웃기는 짓이다. 오늘도 남편 모르게 나를 만난다면 반지를 빼고 나온 것이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오늘의 다르다. 그녀는 이혼하고 반지를 버리고 나를 찾아왔다.

최미경(崔美璥)...이 여자의 이름이다.

그녀와 난 석 달쯤 전에 외갓집 결혼식에서 처음 만났다. 외사촌 누나 미숙을 다시 만난 그날 그녀를 처음 만났다. 색기를 풍기며 내게 먼저 다가왔던 여자다. 남편이 출장간 사이 나와 뜨거운 밤을 보냈던 유부녀다. 내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하며, 남편과 이혼하겠다고 말했던 여자다.

‘이제 이혼녀인가?’

그녀가 이혼녀가 되어 다시 나타났다.

“..........”

그녀에게 내가 먼저 연락을 할 수도 있었다.

뜨거운 밤 이후에 며칠 동안은 많이 생각났었다. 어떤 남자도 그녀의 뜨거운 육체를 쉽게 잊을 수는 없다. 남편과 이혼한 후 연락한다고 했다. 요즘은 이혼이 너무 흔해서 쉽게 생각했다. 합의 이혼을 해도 복잡하다.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여인들과의 관계들이 더 복잡해졌다. 어쩌면 일부러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은 것이다.

“왜 말이 없어요?”

“나 때문이야?”

“흥! 저 자만심은 어디에서...”

“말해.”

나는 약간 위엄스럽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를 책임지고 사랑해주고는 두 번째 문제다. 내가 그녀의 결혼을 깨는데 중심 이유를 제공한 것이라면...그렇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나 난 진실을 알고 싶다. 자만심이 아니다. 한 여자의 인생의 길을 바꾼 결정에 내가 영향을 미칠 정도로 내가 대단한 인간은 아니다.

“약간은...”

“그럼 나머지는...남편의 변태성욕 때문? 아님 아이?”

“기억하는군요. 저를 잊은 줄 알았는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살짝 비친다.

안아주고 싶다. 그녀의 눈에서 저 눈물이 떨어지기 전에 보듬어주고 싶다. 내 감성보다 내 다리가 더 빨랐다. 나는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동그란 눈이 조금 커진다. 눈물이 떨어지려한다. 안타깝다. 미안하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내가 그녀 뒤에 앉으며 앉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정확하게는 그녀의 흘러내릴 눈물을 볼 용기가 없다. 비겁하다. 그녀의 어깨 너머로 가슴을 안았다. 내 가슴으로 그녀의 떨리는 등이 느껴진다. 손 안에 가득 잡히는 유방의 감촉을 느낄 수가 없다. 가슴을 안은 내 손등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녀의 눈물이다.

여자를 울리면 안 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여자를 울려서는 안 된다. 행복한 눈물도 있다고 한다. 아직 보지 못했다. 누나가 나를 사랑할 수 없어서 흘린 눈물들도 행복한 눈물은 아니다. 경화의 딸이 보육원에서 내 집으로 왔을 때, 그녀가 흘린 눈물은 행복한 눈물일지도 모르겠다.

“...나....”

“응? 천천히 말해도 돼...”

그녀가 내 손을 잡는다.

어떤 말을 꺼내려 하다 멈춘다. 나는 어떤 말을 할 수도 없다. 내 손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내 손을 거부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내 손을 자신의 아랫배로 이끈다. 나는 그녀가 하는 대로 따라주었다.

“.........”

그녀가 다시 입술을 달싹거린다.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소리다. 지금 분위기가 크게 말하라고 말 할 수 없다.

“....당...신....아...기...”

“.......”

어렴풋이 들린 단어가 있다.

그녀의 입에서 “아기”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녀의 손이 이끈 내 손의 위치가 어디인지 왜 그랬는지 짐작되었다. 그녀는 아이를 가진 것 같다.

‘누구의 아이일까?’

‘설마 내 아이인가?’

‘그래서 나를 찾은 것인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내 짐작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누군가 속삭인다.

“나...당신...아기를 가졌어요.”

그녀의 말소리를 짐작하면 이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녀 입으로 확인하고 싶다.

“미경아...내...아이를 임...신...한거니?”

“.........”

그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아빠가 된다.

이상한 기분이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여서 내 손등에 또 물방울이 떨어졌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녀의 눈물이다.

‘무엇이 슬픈 것일까?’

‘아이를 가진 것이 슬픈가?’

아니다. 그녀는 아이를 간절히 원했었다.

‘이혼이 슬픈가?’

그것도 아니다. 나와 만났던 3개월 전에 그녀는 이혼할 생각이었다. 그녀의 눈물이 계속 내 손등을 때린다. 마치 내 마음을 때리는 듯하다.

‘무엇이...’

‘그녀를 슬프게 하는 것일까?’

아마...

내가 그녀를 찾지 않은 것이 그녀를 슬프게 했다.

그렇다.

그녀는 내게 눈물로 시위를 하는 것이다. 야속한 사람이라고...내 아이를 가진 엄마를 외면한 벌을 주고 있다. 그녀의 눈물이 내게 그렇게 말한다. 나는 그녀를 더 꼭 안아주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흔 살에 첫아이의 아빠가 된다. 내 인생에 아이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인생을 즐기다 때 되면 가면 그만이다.”라 생각했었다. 이 순간 생각이 바뀐다.

“미안해...고마워...사랑해.”

내 목소리가 떨렸다.

“흐흑...나쁜 사람...”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할 수 없다.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를 그대로 입으로 뱉었다. 마음의 소리도 효과가 없다. 내 손등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의 양이 많아진다. 그녀를 더 슬프게 만들어버렸다. 단지 세 가지 서술어일 뿐이다.

어떤 서술어가 잘못 된 것인지 모르겠다.

“미안해.”하면 안 되는 것일까?

“고마워.”하면 안 되는 것일까?

“사랑해.”하면 안 되는 것일까?

틀렸다.

내가 틀렸다. 그녀는 더 슬퍼져서 눈물을 더 흘리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한 그 세 단어는 많은 뜻으로 그녀에게 전해졌다. 내 마음의 소리들이 그녀에게 전해진 것이다. 나도 정확하게 모르는 내 마음을 그녀가 해석해서 들었다.

[내가 찾지 않아서 미안해...]

[내 아기를 임신해서 고마워...]

[여전히 너를 사랑해...]

그랬다.

처음 그녀의 눈물은 어쩌면 “슬픔의 눈물”이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은 후의 눈물은 아니다. 같은 액체처럼 보이지만 성분이 다르다. 그 눈물은 “행복의 눈물”이었다. 처음으로 여자의 눈물에 나도 감동을 받았다. 내 손이 그녀의 손과 함께 배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더 이상 눈물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본다.

“미안해요...고마워요...사랑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했던 세 가지 서술어와 동일하다. 그 말들이 귀가 아닌 내 가슴 깊은 곳 마음에 꽂힌다. 찌릿하다. 쾌감이나 흥분의 짜릿함이 아니다. 심장 부근을 전기충격 준 듯 찌릿함이 느껴졌다. 그녀가 그랬던 나도 그녀의 짧은 대답을 알아들었다.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다.

그녀 안에 있는 새 생명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당신에게 연락 안 해서 미안해요...]

[당신 아기 인정해서 고마워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내가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른 눈물 자국을 닦는다. 그녀의 눈과 내 눈이 서로의 마음을 읽듯 마주본다. “행복의 눈물”이 멈추었다.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나를 부른다. 난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에 입맞춤한다.

그녀가 눈을 감는다.

“할짝...할짝...쪼옥...쪽쪽...쪽쪽쪽...”

“아...”

내 입술이 그녀의 눈물을 핥는다.

눈에 뽀뽀를 한다. 눈물로 얼룩진 화장도 상관없다. 그녀의 얼굴이 너무 사랑스럽다는 듯 핥고 “쪽쪽”거리며 뽀뽀했다. 내 입술이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내 혀가 기습을 펼쳤다. 기습은 실패했다. 그녀도 내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혀와 내 혀가 전투를 벌인다.

우리는 서로의 혀를 물고 빨았다.

“쭈웁...쭙...쪼오옵...”

“아...쭈웁...쭙쭙...당신...”

전투는 무승부였다.

두 사람 모두 너무 뜨거운 무기를 소지했다. 서로의 무기가 부딪혀 녹아버렸다. 그녀는 얕은 신음소리를 내며 내 목을 감싼다. 배고픔을 서로의 타액으로 달래려는 듯 탐한다. 한 손은 그녀와 내 소중한 아기를 품은 배를 쓰다듬는다.

우리의 입맞춤은 방해꾼 때문에 멈췄다.

똑똑...

“사장님...식사 가져왔습니다.”

“어...들어와.”

나와 그녀는 노크소리는 듣지 못했다.

지배인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입술은 떨어졌다. 자리를 옮기지는 않았다.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지배인에게 대답한다. 그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던 지배인은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내가 그녀와 나란히 앉은 것을 보고 약간 당황하다가 표정을 수습한다.

지배인을 따라 여직원이 음식을 들고 들어온다.

“지배인...인사해. 내 아내 최미경...”

“네? 안녕하세요. 사모님! 우리 일식 지배인 최광민입니다.”

그녀도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내 소개가 그녀와 지배인 그리고 뒤에 따라온 여직원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다. 지배인은 역시 처세술이 능한 인물이다. 그녀의 신분을 알고 바로 허리를 굽힌다. 여직원은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님을 아는지 조용히 시립해서 대기한다. 그녀는 나를 향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지배인에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최미경이라고 해요.”

그녀는 앉은 자세에서 인사를 받았지만, 거만해보이지 않았다. 말투에서 느껴지는 귀품까지 느껴졌다. 그녀는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나도 왜 그녀를 “아내”라고 소개했는지 모르겠다. 내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함께 사는 경화에게 조금 미안해진다.

지배인은 경화를 알고 있다. 경화와 수경 모두 일식집을 다녀갔었다. 그녀들은 “애인”으로 소개했었다. “애인(愛人)”과 “아내”는 다르다. 경화와 수경이 내 아이를 임신하면 그녀들도 내 “아내”가 될지도 모르겠다.

“미스 최...그거 이쪽으로 주고 너도 인사해라.”

그녀는 테이블로 다가와 무릎 꿇고 앉는다.

점심 특별정식 두 접시를 담은 쟁반을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차린다. 세팅을 한 후 일어나 허리 숙여 미경에게 인사한다. 미경은 그녀를 찬찬히 본다. 내 주변에 머무는 여자를 약간 경계하는 눈빛이다. 이 순간에도 질투를 하는 그녀는 역시 여자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처음 뵙겠습니다. VIP룸 담당 최현미 인사드려요.”

“안녕하세요. 최현미씨...반가워요.”

“자...나가서 일들 봐...우리는 배가 고파서...”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맛있게 드세요.”

지배인과 미스 최가 나가고 문이 닫힌다.

“아얏...왜?”

“놀랬잖아요. 갑자기...”

그녀가 눈을 살짝 흘기며 나를 꼬집었다. 나는 웃음으로 응수했다.

“하하...그럼 뭐라고 소개해? 내 아이의 엄마라고 해?”

“흥! 못됐어...정말...사람 놀리고...”

“기분은 좋았잖아...아냐?”

“그야...좋았어요. 누군가의 아내로 소개된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어요.”

그녀가 내 팔짱을 끼며 어깨에 기댄다.

“밥 먹자. 얘기는 천천히 하고...많이 먹어야 튼튼한 아기를 낳지.”

“정말 나랑 결혼할 생각이에요?”

“음...지금 답해야 돼?”

“아니요. 아기 때문이라면...”

“천천히 생각하자. 먹어. 맛있어. 몇 주 됐어?”

결혼은 아직 내게 부담스럽다. “아내”라는 소개가 그녀에게 어떤 기대와 당황스런 감정을 불러온 듯하다. 내게 부담은 주기 싫은 것 같다. 아기 때문에 발목 잡아 결혼하기는 싫다는 간접표현이다. 나도 결정을 못 내리겠다. 그래서 화제를 돌렸다.

“피...바람둥이! 계산해 봐요.”

“응? 아! 맞다. 한 방에 성공시켰네. 하하하! 그럼 보자...12주?”

“맞아요. 맛있네요. 얌얌...당신 늦어서...우리 아기도 굶었잖아요.”

“미안...미안...부족하면 말해. 뭐 더 먹고 싶은 것은 없어?”

“후루룹...으음...생각나면 말할게요. 당신도 먹어요.”

난 그녀가 먹는 모습을 보며 식사를 멈췄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

이래서 인간들이 기를 쓰고 “결혼”해서 애를 낳으려고 하는 것일까? 처음 느껴보는 충만감이다. 경화와 미영이 함께 살면서 “가족”이 주는 행복은 느꼈다. 하지만 내 아이가 주는 행복감은 또 다르다.

나는 그녀의 배 위에 손을 올린다.

“많이 먹어. 아빠가 등골이 휘도록 돈 벌어서 많이 사줄게...”

“호호...당신 등골이 왜 휘는데? 딴 여자에게 힘쓴다고...”

“어허...아기 듣는데...좋은 말만해. 울다가 웃으면 어찌 된다고?”

“피...불리하면 딴 데로 말 돌리고...알았어.”

그녀는 나를 찾아오기까지 고민을 많이 한 모양이다.

‘여전하네...’

처음에는 내게 존대를 했는데, 내가 “아기”를 인정해주고 기뻐하는 모습에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예전 관계를 가질 때도 성교 후 어느 순간 말을 놓았었다. 반말이 싫은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편하고 좋다. 한 손은 초밥을 입에 넣으며 다른 손은 여전히 그녀의 배를 만진다.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묻는다.

“쩝쩝...지금 어디서 살아?”

“짭짭...왜? 함께 살자고?”

“싫어?”

“함께 사는 여자 있다며? 두 집 살림하게...그건 싫은데...”

그녀는 내가 말했던 경화를 기억하고 말한다.

나는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문제가 좀 있다. 경화를 이해시키는 것은 가장 쉽다. 그녀는 무엇이든 내가 결정하면 따른다. 경화 딸 미영에게 설명하기가 좀 복잡하다.

미경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담보로 억지로 나와 결혼하기는 싫다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이 다른 여자들과 나를 나눠 갖는 것까지 인정한다는 말은 아니다.

두 집 살림이 싫다는 것이 그런 의미처럼 들린다.

“그럼? 다 같이 사는 방법은?”

“싫어...다 가질 수는 없어. 한 쪽은 포기해. 나와 아이를 포기해도 원망하지 않아. 아이는 혼자서도 잘 키울 거니까.”

그녀의 말은 경화를 포기하라는 말로 들린다.

경화와 딸 미영에게 정(情)이 들었다. 경화는 “사랑하는 여자”다. 미경을 속이고 경화와 두 집 살림을 할 수도 있다. 그러고 싶지 않다. 모두 함께 살고 싶다. 내 욕심일 수도 있다. 미경을 설득하는 것이 먼저다.

“날 사랑하니?”

“당연.”

“예전에 말했던 거 기억나? 사랑에 크고 작음은 없어. 난 공평하게 모두 사랑할거야. 물론 앞으로 그 사랑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고 장담은 못해. 동거녀 외에도 애인은 더 있어. 지금도 좋아? 내가 어떤 놈인지는 너도 알잖아.”

“하지만...아이에게 좋지 않아.”

그녀는 아이를 무기로 삼았다.

내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아이를 핑계로 내세웠다. 나도 어른인 경화와 미경보다 아이들이 걱정이다. 미영과 앞으로 태어날 내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이란 어떤 것일까? 꼭 엄마와 아빠가 하나씩 존재하는 보통 평범한 가정이 좋은 것인가? 그녀들을 설득할 말보다 아이들을 이해시킬 말들이 더 고민스럽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여러 명인 것이 좋은 점도 많을 것 같다.

욕망이 모든 상황을 내 기준으로 합리화한다. 아이들과 그녀들의 엄마의 의사는 상관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내가 남을 그렇게 배려하는 놈은 아니다. “먹고 싶은 여자”를 따먹기 전에 작업성으로 친절하게 배려한다. 사업상 접대해야 할 상대에게 가식적으로 배려를 한다.

나도 아이들을 무기로 억지 공격을 했다.

“아이들에게 좋을 수 있어. 형제가 있어서 외롭지 않잖아.”

“잠깐! 아이들? 같이 사는 여자에게 아이가 있어?”

“응!”

“당신 딸은 아니지?”

“말 안했었나? 11살 미영이라고 귀여운 딸이지. 친딸과 마찬가지야.”

“더 안 돼. 지금은 어려서 몰라도 크면서 혼란스럽고 힘들어할 거야.”

그녀도 나도 고집을 꺾지 않는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좋은 방향으로 생각해.”

“그럼 아이들 호적은?”

그녀는 내게 찾아오기 전에 고민했던 것을 털어놓는다.

미영이를 몰랐을 때는 나와 결혼한다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였다. 이제 복잡해졌다. 미영이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누구 호적에 올리느냐만 문제가 아니다. 함께 산다면 미영의 문제도 걸린다.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다. 미영의 법적 아버지는 아직 “정용걸”이다.

실종신고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망에 간주할 수 있다.

경화도 나도 함께 살고 사랑하는 것에만 생각했다. 아이의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사악하고 나쁜 놈이다. 내 호적은 깨끗한 상태다. 법적으로 미혼이다. 어쩌면 나는 그것을 아직도 더 향유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미경이 그 문제를 끄집어내 나를 공격해왔다.

“호적법 바꿨잖아. 그냥 엄마 앞으로 올려. 그래도 내 아이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당신...너무 이기적이야.”

“그럼 일부다처(一夫多妻)제 나라에 가서 합동결혼식이라도 올릴까?”

내가 농담에 그녀의 기분이 좀 풀린 듯 농담으로 받아친다.

“흥! 바람둥이...애인 말고 또 더 숨겨둔 자식은 없어?”

“모르지. 일찍 쳤던 사고들 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면 20살이 넘었을까?”

“못 말려. 정말 같이 살고 싶어? 아이들도 문제지만, 불편할 거 같아. 차라리 그냥 두 집 살림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게 당신도 더 자유스럽고 좋겠지?”

“아니...싫어. 가족이라는 소속감과 안락함은 한 곳에서 느끼고 싶어. 밖에서 아무리 내가 많은 여자를 만나도...돌아가야 할 곳은 하나의 집이었으면 좋겠어.”

내 억지스러운 말에 그녀가 항복의 기를 들었다.

“천천히 생각해. 당장 함께 살 것도 아닌데...당신 다시 만나 좋은 기분 다 망칠 것 같아. 그만해요.”

“난 결론내고 싶어. 경화를 부를게...만나 봐.”

“다른 날 만나. 첫 만남에 싸우고 싶지 않아.”

“좋은 여자야. 난 당신들이 친했으면 좋겠어.”

“친해지기 힘들지 않을까? 일반적인 관계는 아니잖아. 이웃사촌도 아니고...”

그녀는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남은 음식을 끄적거린다.

“두려워?”

“조금...”

“왜?”

“왠지 그녀가 본부인이고 내가 첩이 된 느낌...”

“그런 말이 하지 마! 내가 그랬잖아. 똑같이 사랑한다고...”

“그래도...”

나는 핸드폰을 꺼내 집으로 전화했다. 미경이 내 핸드폰을 뺏으려 하며 내게 부탁한다. 경화를 만나기 좀 부담스러운 듯하다.

“나중에...제발...”

수화기 너머에서 경화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침에 헤어졌는데 점심시간에 전화한 내가 반가운 듯 밝은 음성이다.

[여보세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응. 당신이 만날 사람이 있어서 일식집으로 지금 올래.”

[지금이요? 네...빨리 가야 해요?]

“천천히 와도 돼. 대신 예쁘게 하고 나와.”

[1시간 내로 갈게요.]

“응. 끊어.”

[나중에 봐요. 먼저 끊어요.]

나와 경화의 통화를 대충 들으며 미경은 심통이 난 얼굴이다.

나는 일부러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통화했다. “예쁘게 하고 나와.”라는 말도 그녀를 삐지게 만들었다. 살짝 토라진 모습이 귀여워 그녀의 배를 만지며 말했다.

“아가야...엄마 삐졌다. 너는 엄마 닮으면 안 된다.”

“흥...아가야. 아빠는 바람둥이야. 너는 절대로 아빠 닮으면 안 된다.”

그녀가 그대로 내게 복수한다.

“하하하...”

“붸...나쁜 사람...”

귀여운 여인이다.

어쩌면 남자들이 원하는 “아내”는 미경 같은 여자다. 낮에는 현숙하며 애교도 있지만, 밤에는 색기가 넘치는 여인을 남자들은 꿈꾼다. “현모양처”와 “요부”를 넘나드는 여자가 바로 그녀다.

“더 안 먹어?”

“입맛이 없어요.”

“음료 뭐 시켜줄까? 과일 먹을래?”

“됐어요.”

거짓말이다.

나와 싸우는 중에도 점심 특별정식을 거의 다 먹었다. 내 접시에 담긴 몇 가지 초밥과 튀김을 더 먹은 것을 셈하면 일인분 이상 먹었다. 여성들은 보통 반 이상 먹는 사람이 드물다. 내숭인지 식사량이 적은지 몰라도 여자들은 그렇다. 그에 비하면 그녀는 많이 먹었다. 그러나 그녀는 뚱뚱하지 않다.

임신한 것도 듣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그녀는 아직 출산 경험도 없고 몸매관리를 잘해서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20대 수경이와 비슷한 육체미를 과시하는 여자다. 말해 놓고 무안한지 배를 만지며 화제를 돌린다.

“경화씨 몇 살?”

“서른다섯.”

“예뻐?”

“아마도...”

“나보다?”

“음...비슷해. 몸매는 당신이 조금 더 나이스 해.”

내가 그녀의 몸매를 칭찬하자 므흣한 표정으로 웃는다. 금방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본다.

“바람둥이...이제 배 불러오면...몸매도 경화에게 밀리잖아.”

“응? 하하...그렇게 되나? 괜찮아. 당신 배가 불러와도 예쁠 거야.”

예쁘다는 말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일단 분위기를 위해 최대한 비행기를 태워야한다. 1시간 동안 미경을 좋은 기분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경화는 함께 살자고 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미경의 생각만 바꾸면 된다. 아이들은 천천히 살면서 이해시킬 수밖에 없다. 미영에게 동생이 생기면 좋아할 것 같다.

그녀들과 함께 사는 것이 해결되면 경화에게도 원하고 싶다.

내 아이...

경화와 사이에서도 내 아이를 낳고 싶다. 수경은 물어보는 것이 겁난다. 아마 그녀도 내 아이를 원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여인들 중 가장 오래 내 곁에 있었던 그녀다. 언제든지 떠나보내기 위해 내가 그녀의 임신을 거부했다. 두 집이 합치는 것도 이렇게 난항(難航)인데...세 집이 합칠 것은 전쟁(戰爭)이 될 것이다.

세계 3차 대전보다 더 두렵다.

가장 내 아이를 낳아주었으면 바라는 여자는 어쩌면 미숙누나다. 그건 안 될 일이다. 누나의 나이는 괜찮다. 요즘 여자들로 비교해도 노산은 아니다. 자형과 내년쯤에 이혼할 예정이다. 희수는 이미 알고 있어서, 대수의 대학입시만 끝나면 헤어질 모양이다.

그러나 나와 함께 살수 없다.

‘누나...’

그녀가 아이를 낳아도 난 떳떳하게 아이 아빠로 나설 수도 없다. 내가 손가락질 받는 것은 참을 수 있다. 누나와 내 아이가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어쩌면 내 사랑은 공평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미숙누나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다른 여자들에게 말할 수는 없다. 누나와 사랑 그 자체가 비밀이다. 그녀들이 나를 사랑하고 이해해도 이 사랑은 차원이 다른 “사랑”이다.

금단(禁斷)의 사랑...근친상간(近親相姦)

이 사회에서 “사랑”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누나의 딸 희수도 있다. 그녀는 아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지난여름의 내 행동이 약간 후회된다. 모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다. 그래서 더 “슬픈 사랑”이다. 누나의 임신한 모습을 상상하던 내 상념을 미경이 깨웠다.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

“쌍둥이면 좋겠다.”

“어...욕심도 많아. 그리고 재주도 좋아. 호호!”

“무슨 말이야? 설마? 맞아? 그런 거야?”

“붸~당황하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김새네...그렇게 좋아?”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강남대로에 나가 소리치고 싶을 정도다. 6개월 좀 지나면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기뻐서 미치겠다. 그녀를 업어주고 싶다. 참는다. 그녀의 배속에는 소중한 아이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 있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배 위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는다.

“쌍둥이들! 아빠가 늦게 알아서 미안...당신 더 먹어야지. 뭐 먹고 싶어?”

“호호...너무 오버에요. 지금 먹은 것으로 충분해요. 갑자기 밤에 뭐가 먹고 싶을지는 모르지만...호호!”

“언제든지 말만 하세요. 마님! 쇤네가 대령하겠나이다.”

“하하하...당신...호호호...너무...웃겨.”

“너무 심하게 웃지 마. 애들 머리 울리겠다.”

“또 오버...바람둥이 아빠가 너희들에게는 꼼짝을 못하는구나. 호호호!”

“제발...애들 앞에서 그 바람둥이 소리 좀...”

“알았어요. 조심할게. 얼굴 펴...아이잉...”

내가 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녀가 꼬리를 내리고 애교를 떤다. 내가 말했잖은가....이 여자의 주 무기는 낮에는 애교(愛嬌), 밤에는 색(色)기(氣)라고...날 꼼짝 못하게 만드는 묘한 카리스마가 늘어난 듯하다. 처음 날 유혹하던 청순한 그녀는 사라졌다. 처음 관계를 가졌던 밤의 색정적인 그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여보...오...화내면 애들이 무서워해...응? 아이...”

아이를 임신한 후 더 나를 쉽게 잡아먹을 듯하다.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완전한 포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를 그녀의 애교공격에서 살려준 것은 이 방에 들어온 후 두 번째 들은 노크 소리다.

똑똑...

“사장님! 손님 모셔왔습니다.”

“들어와.”

문이 열린다.

붉은색 원피스를 타이트하게 입은 여성이 서 있다.

검은 색 망사스타킹이 그녀의 다리를 감싸고 있다. 전체적으로 섹시하다. 헤어는 말아서 머리 위로 틀어 올렸는데, 전체적으로 잘 어울린다. 얼굴은 배우 “이영애”를 담았다. “친절한 경화씨”가 등장했다.

내게 애교를 떨던 미경도 잠시 말을 잊었다. 여자가 봐도 예쁜 얼굴이다. 몸매도 자신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바디라인을 가졌다.

미경은 경화를 보고 위기의식을 느꼈다.

나이는 자신보다 2살 어리고, 내가 우위에 있다고 칭찬한 몸매도 차이가 거의 없다. 그녀는 쌍둥이를 때문에 배가 불러올 것이다. 아이를 낳고 나면 점점 그녀보다 육체적 매력이 떨어질까 자신이 없어졌다. 11살짜리 딸을 낳은 여자의 몸매가 아니다. 나이보다 어려보이고, 얼굴에서 청순한 아름다움이 넘친다.

경화도 미경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낯선 여인이 나와 함께 앉아있다. 내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수경은 한번 만난 적도 있다. 수경이 더 젊지만 그녀에게 없는 매력이 자신에게는 있다. 낯선 여인은 여자가 봐도 알 수 없는 기품과 카리스마, 또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앉아있는 자태에서 강한 포스를 발산한다.

두 여자는 서로에게 강한 질투심을 가졌다.

위험하다.

나는 두 여자 사이의 묘한 기류를 읽었다.

“앉아. 당신 밥은 먹었어?”

“네...아침을 조금 늦게 먹었어요.”

“지배인...내가 마시는 차(茶)하고, 오렌지 주스 두 잔, 조각 케이크 좀...빨리.”

잠시 대기 중이던 지배인은 내 눈치를 보고 사라진다.

방안에 냉기류가 흐른다.

일단 내 자리부터 옮겼다. 미경과 나란히 앉은 나 때문에 더 험악한 분위기가 된 것 같다. 삼각형 구도가 되는 자리로 옮겼다. 경화는 평소 밖에서 다른 여자들 후리고 다녀도 별 말 없었다. 처음은 “노예계약”처럼 시작된 관계여서...경화는 나를 구속(拘束)할 “권리도 의지”도 없었다. 지금은 “가족”같은 관계로 변했다.

경화의 질투심은 나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감정이다.

“서로 인사해. 나와 함께 사는 김경화...내 아이의 엄마 최미경...”

“안녕하세요. 최미경이에요.”

“안녕하...뭐라고요? 당신 아이?”

경화는 인사를 마치지 못했다.

미경이 듣지 못하게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맞아. 내 아이. 넌 무조건 내말을 따라야해. 왜 그런지는 설명 안 해도 알지? 오늘 너무 섹시해. 후...지금 널 따먹고 싶을 정도로...자신감을 가져. 미경도 내 여자 중 하나일 뿐이야. 이제 인사를 마쳐야지. 쪼옥...”

경화의 귀에 속삭임을 마치고 살짝 귓불을 빨아준다.

경화의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오른다. 일련의 내 행동이 못 마땅한지 미경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미경은 나와 경화가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고 질투 났다.

“죄송해요. 초면에 실례를 했어요. 안녕하세요. 김경화에요.”

“미경이 두 살 언니야. 경화야...안 믿겨지지? 임산부니까 대화는 조용히...고운 말 바른말만 쓰자.”

내가 자신의 나이를 밝혀서 미경은 또 화난 표정이다. 나이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은 지금 결코 이득이 없다. 곧 늙어서 여자로써 매력이 경화보다 더 빨리 사라진다고 들렸다. 나는 그녀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곁눈질로 본 경화의 표정이 살짝 굳는다.

“틀린 말이야? 네가 두 살 많잖아. 쪽...하지만 당신이 더 세련되고 젊어 보여. 섹시해. 후...지금 널 따먹고 싶을 정도로...쭙쭙...자신감을 가져. 경화도 내 여자 중 하나일 뿐이야. 쪼옥...무조건 내말에 찬성해. 후우...쭈웁...”

경화 때보다 천천히 속삭여서 더 오래 걸렸다. 마지막에 귀구멍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다. 귓불도 얘기 중간 중간에 “쪽쪽”거리며 빨아서 자극했다. 경화도 미경의 조금 전과 거의 비슷한 반응이다.

두 여자가 상대방이 나와 대화에서 들은 소리는 그 “쪽쪽”이 전부다. 일부러 두 사람 모두 듣는 곳에서 말하지 않고 속삭였다.

질투심이 더 커져서 약간의 악영향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경화야. 미경과 얘기 중이었는데...본론부터 말할게. 함께 살고 싶어. 내 생각은 어때?”

“네? 함께요? 그건...”

“미경이 배가 점점 불러올 거야. 두 집 살림하면...내가 집에 들어가는 날이 점점 더 줄어들 거야.”

“그건 싫어요. 좋아요. 당신 말에 따를게요.”

“미경은?”

“난.....좋아. 바람돌이...”

미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승낙하면서 나를 놀리는 말을 덧붙인다.

“또...그런다. 다음은 미영이 호적문제인데...함께 살게 되면 태어날 아이의 언니 혹은 누나가 되잖아. 경화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미경씨...하고 결혼할 생각이에요?”

“아니. 난 결혼하지 않아. 누구하고도...그래도 모두 내 아이들이야. 내 호적에 올릴 수도 있어. 네가 원하면...”

“전 당신이 원하는 대로 따를게요. 이대로도 좋아요...”

“넌?”

“난 내 호적에 올릴 거야. 괜찮지?”

미경은 내 말에 순순히 따르는 경화에게 이상함을 느꼈다. 청순미가 넘치는 미녀로 보이지만, 약간은 고집이나 자존심을 세울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런데 내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순종하는 것에 의아했다. 처음부터 모두 알고 있었다는 듯 생각하는 시간도 없이 승낙했다. 그녀도 분위기 휩쓸려 내말에 순순히 따른다.

10분도 걸리지 않아 교통정리가 끝났다.

“좋아. 호칭문제가 남는데...”

“제가 언니라고 부를게요. 언니는 편하게 불러요.”

“그래도...그럴까? 경화 동생! 잘 지내봐!”

“네...언니!”

미경은 순진한 경화를 만만하게 봤다.

경화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건설회사 사장의 와이프로 “사모님” 소리만 듣던 그 옛날의 경화가 아니다. 사회의 굳은 일부터 “노래방도우미”까지 경험한 그녀다. 내게 “노예”로 조교도 받았다. 겉보기와는 다르다. 딸이 내년이면 초등학교 6학년이다. 지금은 내 앞이라 고분고분한 것일지도...산전수전(山戰水戰) 모두 겪은 아줌마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위력은 세계최고다.

미경은 몰랐다.

어쩌면 미경은 과거 경화와 비슷하다. 중소기업 사장의 와이프로 “사모님”으로 떠받들어지며 살아왔다. 경화가 독하게 마음먹고 “시집살이”를 시킬지도...하지만 경화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는...미경이 우선권을 지녔다. 내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모든 시어머니들이 제일 두려운 상대가 “임신한 며느리”다.

경화는 모두 양보했지만 하나를 얻고 싶었다.

“당신에게 부탁 있어요.”

“말해. 들어줄 수 있으면 다 들어줄게.”

나는 그녀의 눈에 담긴 열망을 보았다.

짐작이 간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다. 자신이 미경에게 지금은 굽히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있다. 그녀는 미경이 내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생각했다. 그녀는 처음에 “배신감”을 느꼈다. 그녀도 “노예”가 아닌 “사랑하는 여자”가 된 후 내 아이를 가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내가 반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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