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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바람이 불다 1장



여름,바람이 불다 1장
 




창밖을 내다 보았다.

열심히 돌고 있는 선풍기 바람도 창밖에서 부는 한줄기 바람에 비하면

후덥지근하기만 하다.

어느새 여름이 되어 도시의 밤은 여러가지 열기들이 가득차 있었다.

어둠속에 빛나는 색색의 불빛들을 보다보니 괜시레 마음이 시끈해진다.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한마디 말이 흘러나왔다.

겁쟁이.....

혼자있다보면 자신을 책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자신을 비하하고 자신을 비난하고 그리고 열심히 자기자신을 상처내어 토막내버린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기혐오의 근원은 바뀌지도 고쳐지지도 않는다.

어쩌면 이 모든 학대를 즐기는 건지도 모른다.

갑자기 외로움이 스물스물 몸주위를 감싸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런 밤이면 예전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오빠 사랑해...... 사랑해......."

첫만남에서 불쑥 내뱉는 그녀의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될까?

하지만 나도 그녀에게 거짓말을 말한다.

"나도 사랑해~"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는 충분히 사랑스럽다.

적당히 어깨라인까지 자연스럽게 내려와 있는 윤기흐르는 검은 머리칼.

U자 라인 나시티에 묻어나는 풍만함과 연약함.

청바지 아래로 길게 뻗어있는 늘씬한 다리라인.

그리고 무엇보다

큰눈 깜빡이며 수줍어 하는 그녀의 시선.

나를 잡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하나하나에서 그녀의 두근거리는 감정을 읽을수 있었다.

지금 이것이 모두 거짓이라고 해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그녀는 사랑스럽다.

"오빠 사랑해......"

우웅~ 드드드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책상위에서 핸드폰이 떨어졌다.

떨어져서도 열심히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핸드폰을 집어 폴더를 열었다.

알람시간입니다....

확인을 눌러 간질환자처럼 떨고 있는 핸드폰을 멈추었다.

가끔 실없이 알람지정하고 있는 내자신에게 조소를 보내곤 하지만

왠지 시간의 흐름중에 이런식으로 매듭을 매어주지 않으면

어느새 흐름속에 파묻혀서 익사되어버릴꺼 같은 강박관념을 버릴수가 없었다.

난 다시 내일 오후 10시로 알람을 맞추었다.

어둠속에 둘이 누워있었다.

화면에선 기네스 팰트로우와 조셉 파인즈가 서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많은것을 주고 받고 있었다.

어제 일때문에 지쳤다는 그녀는

내 어깨와 팔을 베개 삼아 누워있었다.

그녀의 머리칼에서 좋은 향기가 나고 있었다.

여자의 머리칼에서 나는 샴프향기는 이상하리만큼

평안한 마음과 뜨거운 욕망을 적절하게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내얼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오똑한 콧날과 그밑에 촉촉히 젖어있는듯한 입술이 눈앞 가득히 보였다.

순간 그녀가 눈을 뜨며 나직히 속삭였다.

" 오빠.... 키스해줘....."

화면에 비춰지는 영화때문인지 그녀의 커다란 눈속에 반짝거리는 빛이 더 밝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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