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3327
Call 3327
사람들은 이제 컴퓨터에서 한글이 표현되고, 출력되는 상황에 대해서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질 않는다. 윈도우도 영문버전 이라 할지라도 예전과 달리, 모듈만 다운 받으면 언제나 가능해진 한글…나는 그 한글을 보면서 이제는 ‘섹스라고 콜하면 언제나 가능함’ 이란 문구가 자연스럽게 떠올려 졌다. 내가 컴퓨터 상에서 한글을 접한 것은 대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청계천에서 구입한 8비트 애플컴퓨터의 복제품이 그것 이었다. 무슨 타이프라이터 처럼 생겨서 9인치 녹색 모노크롬 모니터를 그 위에 올리고, 옆에는 그것도 저장장치 랍시고, 360KB짜리 5.25인치 FDD를 두개씩 갖다 놓고 흡족해 했으니까. 한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한 관점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장장치로 하드디스크가 귀하던 시절, 일부에서는 집에서 쓰는 테잎 카세트를 저장장치로 썼다는 사실을 지금의 학생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통신도 모뎀이 없던 시절, 무척이나 무식한 커플러 라는 것을 썼었다. 프로그램이라고 해봐야 Frogterm이 고작 이었고, 그나마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그 P77 딸딸이 군용무전기 같은 통에 대고서 보조띠로 묶어야 작동 되었던 공룡시대의 수준. 그 속도가 300BPS(Bit Per Second)의 우람한(?) 능력을 생각해 보면, 정말 코메디 같은 장비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던 환경이었다. 나는 그런 여자를 사귀고 있었고…우연히 세운 상가에서 컴퓨터를 사면서 만나게 된 그녀, 영희 였다. 내용물은 좇도 아닌데 대대한 겉포장으로 말미암아 집으로 어떻게 갖고 가나하며, 길가에 서서 난감해 하던 나를 보고서,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그녀도 나처럼 한 보따리 컴퓨터를 샀는지, 나와 그 짐짝의 크기가 비등했다. 날씨는 점점 꾸물꾸물 해져 가는데 택시는 잘 잡히질 않았다. 짐짝으로 채우고 나면 가뜩이나 합승하기 좋은 시간에 허탕으로 나를 데려다 줄 것은 물론 이고, 빈차로 다시 시내로 기어 나올 것을 예상한 기사들의 발 빠른 뻰찌 였다.
‘집이 어디 세요?’
‘네?’
‘이거 집에 갖고 가실 거죠? 저도 그런데, 같은 방향이면….’
‘아!, 네!!! 전 후암동에 삽니다.’
‘그러세요? 전 남영동의 수도여고 근천데, 잘 됐네요. 삼촌이 트럭을 몰고 오시기로 했거든요. 이따가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잔 사세요. 그럼 삼촌이 좋아하실 거에요.’
‘햐, 이거 초면에 실례가 안 될는지…..참 컴퓨터 설치는 할 줄 아세요? 괜찮으시면 제가 해드릴 수도 있는데…’
‘정말이세요? 저야 고맙죠.’
그렇게 만나게 된 그녀. 그녀와 나는 서로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그녀의 집에 컴퓨터를 설치해 준다는 명목으로 만나게 된, 첫 날부터 드나들게 되었고, 시도 때도 없이 응급신호를 쳐대는 그녀의 전화질에, 우리집 에서도 그 관계를 은연중에 인정하는 추세로 흘러갔다. 맨 처음 컴퓨터를 설치하고서, 삑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 달린 똑딱이 스위치를 켜자, 화면에 지금 생각하면 촌시럽기 그지없는 네모난 커서가 반짝이면서 떠올랐다. 나는 많이 보아오기는 했지만 프로그램이라든가 사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키를 누르자, 화면이 껌벅 하면서 흔들리더니 커서의 모양이 바뀌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데 없이 화면에는 지금의 샘물체와 유사한 한글이 마구 찍히는 것이 아닌가?
‘어라? 한글이네?’
‘모르셨어요? 이게 Call3327 한글이란 거에요. 학교 전산실에서 많이 해봤죠. 00컴퓨터에서 퍼스널 컴퓨터 용으로 애플의 Peek & Poke 수준으로 개발한 건데,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죠. 아무튼 대단해요. 한국 사람들…’
그 당시, 퍼스널 컴퓨터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그걸로 꼭 무엇을 한다든가, 만들어 본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도 있구나 라는 심정으로 사는 것 같았다.
‘이건 무슨 카드죠? 난 이런 거 않 샀는데….’
‘아, 그거요? 랭귀지 공부하려면 필수품 이에요. 바이덱스 카드라고 그걸 끼우면 저기 저 9인치 녹색 모노크롬 모니터의 해상도가 2배는 높아져요. 잘 모르시나봐. 난 기계는 맹탕이라도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해요.’
그녀의 말은 사실 이었다. 그 타이프라이터 같이 생긴 컴퓨터의 윗 판을 열고서 카드를 끼운 뒤에 다시 컴퓨터를 켜니, 국민학생 손장난 같던 화면의 폰트들이 좁쌀만하게 변해져, 흡사 순식간에 지능이 발달한 것처럼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녀는 그 조악한 컴퓨터를 쓸모 있게 사용할 줄 알던 여자 였다. 그녀의 쓸모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카드를 제공해 주는 그녀의 신선함은, 그녀의 방을 찾는 나의 발걸음을 더욱 바쁘게 했으니까. 우리 두 사람은 컴퓨터를 사이에 두고 할 말이 너무 많아 보였다. 그녀의 집안에서도, 정신없이 컴퓨터에 열중하는 두 사람의 건강한 학구열에 탄복하셨는지, 나의 방문을 예사로 받아 들이셨고, 두 사람만을 남겨두고 가족들이 외출을 해도, 별로 껄끄럽게 생각하질 않으셨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컴퓨터 만큼 지혜롭고 교묘 했었다. 가족들이 있었다 해도 열심히 컴퓨터에 관한 얘기를 큰소리로 나누면서 나와 그녀는 문을 잠그고, 섹스를 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밖에서 듣고 있었다 손 치더라도 두 사람은 섹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해서 머리에 불똥이 튀도록 토론하고, 학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그러니까, 맨 처음에 스위치를 켤 때는 빠지직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된다니까.’
-그녀가 나의 바지를 벗기고 나의 좇을 처음부터 격하지 않게 빨아대기 시작한다.-
‘태수씨는 FDD로 프로그램 읽을 때, 자꾸 빼는데 그러면 안돼. 에러 난다니깐!’
-빨리다 빨리다 쌀 것 같아 나는 그녀의 입에서 좇을 빼내고 있었다.-
‘영희야! FDD 양쪽이 용량이 똑 같디?’
-나는 그 당시에도 그녀의 보지와 똥꾸멍 양쪽을 번갈아 쑤셔 대면서 그 차이를 묻고 있었다.-
‘태수씨, 모니터가 너무 열 받아서 맛이 가나 봐, 좀 두드려 보지?’
-나는 모니터를 두드리는 대신에 그녀의 보지를 턱턱 소리를 내가며 박아댔다.-
나와 그녀의 섹스는 그렇게 묘한 분위기에서 이루어 졌다. 애플이 리사 라는 모델 내임의 맥을 발표하고, IBM에서 공룡의 몸체를 벗어 던지며, XT라는 오픈 아키텍쳐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내가 그리도 애지중지 갖고 있던 애플II의 복제품이 시들해 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256캐릭터를 한 줄에 빈틈도 없이 채워넣어 프로그램으로 돌려대는, 기가 막힌 애플 고수들이 출현 했었고-8비트 애플시절, 그 유명한 원라인 컨테스트의 주역들은 지금, 한글과 컴퓨터의 대표로 계시는 이찬진씨, 안철수 연구소의 안철수씨, 마소의 파워포인트 개발주역 중의 한 사람 이셨던 한수찬씨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었다.- 마지막 끝물을 빨아 먹느라 시장에서는 사용자 들을 보다 편한 한글의 세계를 미끼삼아, 외국의 컴퓨터 공세를 막아 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홍익한글이네, 세종한글등등 포니그룹에서 만든 이름도 이제는 기억하기 힘든 벼라별 한글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와 그 기준이 모호해 지고 있었다. 맨 처음을 장식했던 3327한글은 그 자리를 이미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있었고, 그녀에 대한 나의 관심사도 이미 시들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폐기처분해도 누구 하나 아쉬워 할 것 같질 않게 변해가는 내 컴퓨터를 나는 팔아치우기로 결심하고 만다.
‘저 영희야, 할 말이 있는데….’
‘그것보다 내가 먼저 할 말이 있어.’
선제공격을 빼앗긴 나는 기선을 제압당하고 있었다.
‘태수씨, 나 다음 달에 유학 가.’
‘유학? 무신 유학?’
‘나 컴싸(컴퓨터 싸이언스) 전공해 보려구. 태수씨야 군대 갔다 왔으니 졸업하자마자, 결혼 해야 될 텐데, 나 아직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어. 미안해. 이해해 줄꺼지?’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이런 즐거울 데가 있나? 나는 그녀와 헤어지고 오면서 미련 없이 이제는 고물이 되어버린 내 애플 복제품을 갖다 팔아버렸다. 그리고 받아 든 돈으로 나는 그 당시 TV에 연결해서 게임팩을 꽂아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사가지고 와 버렸고, 혼자서 겔러그를 하며, 속으로 외쳤다.
‘그래, 갈 년들은 가라. 퇴물 붙들고 씨름할 겨를 없네. 겔러그 한판이라도 더 깨기 바쁜 세상, 좇 물리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 주니 고맙지 뭐유!’
그녀가 떠나고, 컴퓨터 시장은 불길처럼 일어났다. XT, 286, 386의 화려한 개발 내공을 선보이면서 시장에는 IBM의 복제 조립제품 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내 책상에도 거금을 들여 3327한글을 개발 했다는 회사로부터 XT를 떡 하니 장만했다. CPU가 자일로그 사의 6502시리즈도 아니고, 못 들어 본 인텔 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8088이라는 CPU를 믿을 수도 없었으며, DOS라는 것도 편하기는 했지만, 어쩐지 낮이 설었다. 그러나, 어쩌랴? 어차피 인생 뭐 있겠는가?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이 인간인데… 나는 그 때부터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하면서 이별에 익숙해져 갔고, 업그레이드라는 단어에 친근해져 갔다. 한 년을 만나고 헤어지면, 8087 코프로세서 하나 달고, 또 한 년을 만났다 헤어지면, 비디오보드를 모노 허큘리스에서 EGA카드로 바꾸고, 딴 년을 겹으로 만나면, 그 신선한 감각에 10MB HDD를 40MB로 바꾸고…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컴퓨터는 2년도 채 못되어 486DX로 바뀌어 있었고, 나란 놈은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는 연구원이 되어 있었다. 지 버릇 개 못 준다고, 회사에 들어 와서도 그 놈의 씹구녕 낚시는 여전히 계속 되었고….
‘유대리, 전화 좀 받아 봐. 이거 영 꼴통 이야.’
그 당시, 모든 한국의 컴퓨터 회사는 동사무소를 비롯한 정부 각처에 컴퓨터를 납품하는 행정 전산망 시스템의 경쟁입찰에 정신이 없던 시절 이었다. 그 관건은 가격도 가격 이려니와, 시장 내에 춘추 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한글규격의 통일이 그 주요한 쟁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지역은 D사가, 어느 지역은 S사가, 또 다른 기관은 H사, 이런 식으로 개별 경쟁 입찰이 이루어 졌고, 그 와중에 문서규격과 타기종 과의 한글파일 교환 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억지 춘향 격으로 탄생한 것이 완성형 한글 이었다. 내가 그 당시 만나던 여자들도 대부분 완성형 한글 같던 년들이었다. 정해진 글짜 이외에는 토해낼 수 없던 것들…영희처럼 변화무쌍한 섹스와 탐닉의 코드가 다양했던 것과 달리, 그 당시에는 섹스를 불륜으로 여기는 년들이라, 혹시라도 있을 피해의식 때문에, 극도로 조심하면서 보지를 내둘르던 그런 년들….그래도 흠씬 좇을 돌려대며, 그 년들을 뒤로 나자빠지게 하는 와중에, 나는 때때로 가슴속에 치미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무슨 전환데요?’
‘아무튼 받아 봐, 나보다야 자네가 한 수 위 잖아?’
‘여보세요?’
그 당시는 완성형 한글을 구현하기 위해서 비디오 보드의 상한 이라고 하는, 비어있는 특수기호를 위한 그래픽코드 공간을 가로채서, 한글을 구현해야 했기에, 각 회사마다 정부가 좇나게 띨빵한 이유로 선정된 한글과 3600여자의 한자를 폰트 Chip으로 구워, 비디오 보드에, 또한 도트 메트릭스 프린터의 기판에 출력폰트 칩으로 박아서 출시하던 시절 이었다.
‘저 여기 00동 동사무손 데여? 거기 연구소 맞죠?’
‘네 그런 데요?’
‘전화가 돌다 돌다 거기까지 갔는 갑네요. 수고 하십니다. 이거 전화로 해야 되나, 아니면 문제점 보고서로 올려야 하나, 잘 몰라서 일단 전화 드렸거덩요?’
‘말씀하세요!’
‘제가 컴퓨터가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 어제 야근 하다가 뭘 좀 장난 삼아 입력 했는데, 글쎄 그게 글짜가 않 나오고 깨지더란 말입니다.’
‘어떤 글짜를 입력 하셨는데요?’
‘글쎄, 이거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서, 제가 작은 소리로 얘기해야 되니 잘 들으세요.’
‘네, 무슨 글짠데요?’
나는 습관상 받아 쓸 준비를 했다.
‘똥이요.’
‘네?’
‘똥이요, 거기다 또 있어요, 씹도 있구요, 좇도 안 찍혀요.’
똥짜도, 씹짜도, 좇짜도 안 찍히는 걸, 그 당시 우리는 컴퓨터 라고, 한글이 통일 되었다고 팔아먹고 있었다. 얼빵한 정부의 표준고시…..그로부터 코메디 같기는 했지만, 그 당시 인기 있던 드라마, 똠방각하의 똠짜, 펲시콜라의 펲짜 같은, 표현 안되던 완성형 한글의 불평들이 우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라. 그 후에도 한글의 잣수가 보충되고, 한자가 보강 될 때마다, 사용자들은 컴퓨터와 프린터를 들고 가서 그 놈의 폰트 칩을 줄기차게 바꿔 끼워야 했으니 그 불편이 얼마나 대단 했겠는가를…그래서 나는 그 당시의 한글을 똥씹좇 한글이라고 불렀었다. 한글은 한글이되, 그 기능이 좇 같았던 한글….나는 여자들을 만나, 포르노에서 본 야시런 자세들을 가능한 한 시도하려 해도 나를 무슨 정신병자 취급하면서 도리질을 쳐대던 것들을 보면서, 저 년도 똥씹좇 한글버전 이구만 이라고 비아냥 댔었다. 보지는 보지이되, 제대로 된 섹스를 즐길 줄 모르는 짝퉁 보지들….
‘유대리, 이 게임 해 봤어? 어제 야근 하면서 6시간 동안 받았다니깐.’
나도 그 동료와 마찬가지로 통신과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생전 처음, 데이콤을 통해서 BBS에 가입해서, 서울에 본인의 모뎀을 가지고 BBS에 등록해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고작 3백명을 조금 넘는 그 당시는 불모지와 같았다. C랭귀지의 귀재라고 일컫던 묵현상씨가 만들어 낸 엠팔의 반란 이라는 BBS 프로그램으로 나는 그 당시, BBS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던 시점 이었다. 서로가 아뒤 보다는 실명이 더 편했던 우스꽝 스럽던 시절, 동네 축구도 그런 축구가 없었다. 그로부터 모뎀이 점차 보급되고, 하늘소, 남북통일 같은 BBS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인터넷이라는 문화가 밀려 들어오기 전에 우리들은 BBS의 매력에 이끌려, 국제 전화를 걸면서 까지 외국의 음란 사설 BBS에 접속해서, 꿈에도 그리던 보지 사진과 빠구리 사진을 자랑스럽게 다운 받아서는, 하드디스크 채, 떼어서(?!) 집으로 들고 들어오기 일 쑤 였다. 왠만한 이동식 저장장치가 없던 시절, 하드디스크를 이용한 자료의 이동은 보편적이었고, 그나마 RS232C 더미 케이블로 연결해서 COM PORT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터보 링크 같은 게 고작 이었다.
‘무슨 게임인데?’
‘햐 이거 정말 웃겨, 래리의 모험이라고 하는데, 그래픽은 정말 짱나는데, 말을 알아 먹는 다니깐?’
그 당시, 롤플레잉 게임이라고 하면 애플 시절부터 유명한 울티마가 있었지만 그것도 그래픽이 조악하던 시절의 얘기였고, 이런 어드밴쳐 게임은 도통 볼 수가 없던 스타일 이었다. 게임의 곳곳 마다 컴퓨터가 게이머에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을 타이핑해서 맞아 떨어지면, 통로를 보여 주거나, 비밀을 열어주는 정말 신기한 게임 이었다. 게다가 내 구미를 당기던 것은 성인용 이었다는 점이었고…. 끝없이 보지를 찾아 헤매는 주인공 래리의 모습은 어쩐지 나를 닮아 있었기에…그 게임의 주된 기술은 파싱 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의 내부에는 이미 답들이 정해져서 있었지만, 게이머는 그것을 알 턱이 없고, 무작정 입력하더라도 자신만이 갖고 있는 캐릭터 코드의 데이터 베이스에 맞는 답이 아닐 경우에는 엉뚱한 대답을 하게끔 구조가 되어 있어 흡사 게임 스스로가 자연언어를 알아먹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 이었다. 나는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내가 만나고 다니는 여자들이 이런 스타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수도 없이 되뇌였다. 언제나 대답의 종결이 섹스로 이어지는 그런 여자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유대리 그거, 어디서 받은 게임인 줄 알아?’
‘아니, 어디서 받았는데?’
‘우리 BBS에 새로 들어온 여자 분인데, 외국에서 공부 했었는가 봐. 우리 부서 에서 유대리를 비롯해서 BBS에 가입된 사람들을 잘 알더라구, 그리고, 흔쾌히 한국에는 아직 배포되지 않았지만 자기가 특별히 주는 거라면서, 자기가 그 게임의 개발에 참여 했었대나 뭐래나?’
‘그래? 그럼 이 참에 그 분한테, 잘 안 풀리는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물어봐야 겠다.’
나는 그 게임으로 인해, 번번히 퇴근 후에 씹질을 하자는 유뷰녀들의 약속도 마다한 채, 빠져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때부터 그 여자 분의 도움으로 래리의 엔딩을 동료들과 지켜 볼 수 있었다.
‘역시나 유대리야, 여자 경험이 그렇게도 많으니 저런 게임 쯤이야. 누워서 떡먹기지. 내 참, 나는 언제나 저런 기술 한번 가져 볼까나?’
쉽사리 될 일은 아니었다. 나는 그 여자 분에게 감사의 의미로 저녁을 사겠다고 전갈을 넣었다. 전화 통화도 못해 보고, 그렇게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가만히 있어서는 도리가 아닐 것 같았다. 그리고, 외국에서 유학 왔다는 표시를 엄청 내면서, 보내오는 설명 곳곳에 영어를 무작시리 써 재끼는 그녀의 쌍판도 한번 보고 싶기는 했다. 기회만 된다면 따먹고 싶기도 했고…..되도 않게 영어로 된 이름만을 사용하는 그녀는, 1시간이 넘도록 호텔의 커피숍에 얼굴을 드러내질 않고 있어서 내 심사를 삐지게 하고 있었다.
‘딸랑딸랑---‘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손님들 사이에 종이 달린 칠판을 들고, 전화 온 손님을 찾는 아가씨가 돌아다녔다. 그 칠판에는 내 이름이 씌여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불컥불컥하는 심사를 애써 가라 앉히면서 카운터로 갔다.
‘제가 유태수 인데, 전화 온 게 있습니까?’
‘전화가 왔었는데, 메모를 전해드리라고 해서요. 자 여기…’
나는 메모를 받아 들었다.
-Call 3327 한글을 기억하세요?-
그 뿐이었다. 나는 머릿 속이 멍해왔다. 그럼 그 여자가 바로 영희? 그 밑에는 그 호텔의 방 번호가 같이 적혀 있었다. 나는 정신 없이 엘리베이터를 올라타고 그 방으로 내달렸고… 나는 방에 들어서기 전에, 다시 한번 메모 안의 방호수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예상이 맞은 걸까? 아니면, 우연?
‘똑똑’
‘열려 있어요.’
방안은 넓직 했고, 침대 옆의 탁자에는 주홍빛 액정의 도시바 노트북과 함께, 서류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하얀 목욕 가운을 입고서 나를 맞이 한 여자는 다름 아닌 영희 였다.
‘영희…..’
‘태수씨, 반가와요. 왜 그렇게 놀란 얼굴로? 호호 서프라이즈가 너무 과했나?’
‘너 계속 호텔에 있었던 거니?’
‘응, 서울에 나 혼자 밖에 없거든.’
‘가족들은?’
‘그때, 차마 얘기 하지는 못했는데, 그 때 가족이 모두 이민을 가야 했기에, 태수씨 에게는 그냥 유학 간다고 둘러댄 거야. 뭐라고 할건지 궁금해서….’
나는 그 당시 아무런 말도, 기약도, 하질 않은 채, 오로지 머릿속에는 고물 애플 컴퓨터 팔아 치우려는데, 한푼이라도 어떻게 하면 더 받아낼 수 있을까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당연히 아무런 말이 있을 수 없었고…
‘난 그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 보면서 아무 말 못하는 태수씨를 보면서 나 너무 가슴 아팠어. 얼마나 충격이었으면 저렇게 사람이 넋을 놓고 생각에 잠기나 해서 말이야. 나 미국에 가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 그 덕에 게임 전문 회사에 들어가 노하우도 쌓을 수 있었고, 대우도 엄청 좋았어. 그래서 내친 김에 이젠 한국에 게임 회사하나 차려 볼까 해서 말이야, 태수씨는 지금 컴퓨터 회사에서 무슨 연구 하는데?’
나는 속으로 똥씹좇 한글 주무르고 있다고 차마 얘기할 수는 없었다.
‘뭐, 도스랑 프로그램에 한글 포팅 하는 작업하고 있어. 연구는 무슨 연구씩이나…’
‘와, 내가 그렇게 찾던 사람이네… 외국 게임을 일단 들여 올려면, 프로그램 내에서 돌아다니는 캐릭터의 대사며, 지문, 지시어 등을 한글로 포팅해 줄 인력이 절실 하거든. 태수씨가 우리 게임 회사의 한글화 실장으로 와 주면 참 좋겠는데…..’
‘그거 말고,…. 다른……. 할 일은 없니?’
‘응, 글쎄…. 예전처럼…… 나를 사랑으로 포팅해 주는 건…….. 어떨까? 지금부터 영원토록… 나 지금…….. 프로포우즈 하는 거 맞아? 오 마이 갓!’
두 사람은 말이 없이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다 보고만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다가와 의자에 앉아 있는 나의 바지를 끄른다.
‘그러니까, 맨 처음에 스위치를 켤 때는 빠지직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된다니까. 기억나?’
그녀가 나의 바지를 벗기고 나의 좇을 처음부터 격하지 않게 예전처럼 빨아대기 시작한다.
‘기억 나구 말구, 태수씨는 FDD로 프로그램 읽을 때, 자꾸 빼는데 그러면 안돼. 에러 난다니깐!’
빨리다 빨리다 쌀 것 같아 나는 그전처럼 그녀의 입에서 좇을 빼내고 있었다.
‘영희야! 미국에서 FDD 많이 썼니?’
나는 그 당시, 제일 묻고 싶은 질문 이었다.
‘아니, 걔네들은 대용량 하드만 쓴다니깐. 이런 FDD야 애초에 임자가 정해져 있는데, 누가 이런 고물딱지를 쓸까 봐? 태수씨는?’
나는 대답 대신에 그녀의 목욕가운을 제치고 팬티를 벗기면서 와락 보지를 입에 물었다.
‘헉헉, 태수씨는?’
‘Call 3327 한글 그대로야. 너만을 기다리며, 업그레이드도 않 한 채….’
나는 거짓말을 했지만 지금도 후회는 없었다. 다시 만난 영희의 입에서 나만을 바라다 보면서, 먼 타국에서 외로움을 이겨 왔다고 하는데, 나는 네 생각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낼름낼름 보지 까먹느라 정신 없었다고 한다면, 그 정성과 인내에 찬물을 들이붓는 격이 아니고 무엇이었겠나 말이다. 이제는 윈도우에서 못쓰는 글짜도 없이 자유자재로 써 댈 수 있는 한글. 그렇지만 나는 그 투박하고 조잡한 기술 이었던,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들 조차 있을까 싶은 Call 3327 한글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결혼해서 내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영희를 보면서, 세상의 인연을 한글이 맺어주기도 한다는 것에 경외감 마저 들었다. 가끔 나는 일을 하다 말고, 그 당시를 기억하게 해주는 그 한글 체형과 너무도 흡사한 샘물체로 영희 에게 사내 메일을 날린다. 그녀는 사장이고, 나는 실장이지만 언제나 나의 메일에는 코멘트가 없다. 그대신 내 핸폰으로 그녀의 입맞추는 모습이나 책상 밑으로 벌린 다리 속으로 비쳐진 그녀의 보지 사진을 대답으로 날려 주기에….
‘사랑합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영원토록,
믿음은 굳건하게,
맹세는 변함없이,
서로가 서로의 잃어버린 한짝 임을 믿고 있기에….
P.S.:어느 책 속에서 읽은 구절 이라우-….
- 농땡이 피우는 중간에, 영희의 사랑에 미쳐 있는 태수로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