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과 - 1
선악과 - 1
“뭐.. 별론거 같아, 사실 굳이해야하나 싶기도하고.”
도도한 태도로 시큰둥하게 말하는 이 여자는
10년 이상 함께 살을 섞고 살아온,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내이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700일 가량이라 하였나, 과도한 종족번식을
막기 위해 유전자에 새겨진 족쇄는 우리 부부사이의 관계를 점점 형식적이고, 건조하게
메말렸고, -직접확인 해본것은 아니지만- 어느샌가 부터는 각자 방에 숨어들어
각자의 손을 이용해 자신의 성욕을 풀어가던 나날이 이어지며 더 큰 자극만을 찾아 인터넷
야동사이트를 전전하던 어느날이었다.
몇일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아 하루쯤 쉬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날, 마침 아내도 외출을 할 터라
회사에 하루쉬겠다는 통보를 넣고 소파에 나무늘보처럼 늘어져 티비나 보며 놀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나홀로 식탁에 앉아 맥주한캔 홀짝거리던 그 때.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니 괜시리
아랫도리가 뻐근해졌고, 안방을 슬쩍쳐다보니 아내는 고롱거리며 잠들어있었다.
왠지 모르게 다행이라 안도(?)하며 평소에 틈만나면 들어가보던 성인사이트에 접속해보았다.
화려하게 반짝이며 흔들리는 도박광고배너, 남들은 다들 싫다고 말하지만 20대시절, 친구들과 호기심반, 두려움반 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홍등가를 찾아가던 그때의 시절이 떠올라 은근한
기대심을 부추기는 배너들을 뒤로하고 국산야동페이지를 넘겨보던 중 평소와는 조금 다른 제목의 동영상을 발견했다.
대물짐승남과 와이프
그동안 대부분 야동을 볼때 제목보다는 썸네일만 보며 휙휙넘기다 삘꽂히면(?) 들어가서 감상하던 나로선 중국산에 대충 이름마 자극적이게 만든 동영상들 사이에서 눈에 들어온 그 한문장에
성인물에 대한 흥분보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아니, 대물남과 와이프라니. 보통 한남자의 아내이고 한 가정을 지키는 안주인이라면 응당 정조를 지키고 집안에 충실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낡은 생각이라곤 하지만 평소 스와핑이라거나 불륜이라는 단어를 미디어에서 접할때, 인간으로서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은 짐승들이라 생각하고 그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하던 나로썬,
내가 보고있는 저 한문장이 굉장히 이질적이게 다가오며, 동시에 내 마음속 무언가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들었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삼키며 다시한번 주변을 둘러본 후 이어폰을 귀에 꽂고 동영상을 재생했다.
모텔로 보이는 어두운 방, 국산야동에서 볼수있는 남자 엉덩이만볼수있는 그런 구도가 아닌
여자쪽에게 허락받은 내용인지 촬영을 위한 카메라를 설치한 뒤 돌아서는 남자의 모습으로 동영상이 시작되었다.
딱 봐도 근육질로 우람한 체형에 같은 한국인이 맞나 싶을 정도의 대물, 한두번 촬영하고 관계맺은 것은 아니었는지 꺼떡거리는 자지를 여자의 얼굴 근처에 가져다대자 기다렸다는듯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만들며 게걸스럽게 빨아댄다.
얼마나 지났을까, 목구멍까지 넣었는지 컥컥거리며 오럴을 하다가 입에서 빼내어
여자의 얼굴을 툭툭치며 남자가 물었다.
걸레같은년, 니 남편은 니가 이러고 다니는거 아냐?
하아,하아 아니요.. 지금도 제가 마트에 장보러 간줄 아는걸요..
원하는 대답이었는지 피식 웃더니 남자는 여자를 슬쩍밀쳐 엎드리게한후 욕설과 함께 거칠게 박아대기시작했다. 중간중간 엉덩이를 때리기도하고, 머리카락이나 가슴을 잡아당기기도 하는 등 상당히 거친 섹스였지만 여자는 그걸 원했다는 듯 점점 더 짐승같이 울부짖으며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대었다.
그 중 머리에 번개처럼 꽂히는 한마디.
씨발년아 내 좆이 그렇게 좋냐? 남편은 좆도 아니야?
허억..하악.. 네.. 더 박아주세요 남편따위랑은 비교도 할수없어요...
서서히 사정감이 몰려왔는지 잠시 부들거린후 엉덩이를 한번 때린뒤 질척하게 더럽혀진 자지를 문질러 닦는 것으로 동영상은 끝이났다.
혼란스러웠다. 저것이 실제인지 실제가 아닌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만약 진실이라면.. 내가 그렇게 추악하다고 하던 불륜 스와핑들의 현실이라면?
사실 나는 일본 av나 서양 포르노에서의 여성의 모습은 과장이라고 생각해왔었다.
아내와의 섹스도 그러했고 연애시절 다른 여자와의 섹스도 그러했다. 우는것과 분간할수없는 짐승같은 울부짖음과 복종하는듯한 태도. 어느것하나 현실이 아닌 가짜라고 생각했지만 자동재생되며
보여지는 짐승같은 섹스는 그것은 니가 우물속에서 바라본 하늘의 구름이라고 외치는 듯 했다.
다시 핸드폰 속 동영상을 보았다. 꺽꺽거리며 빨아대는 우스꽝스러운 얼굴,엎드려 내뱉는 짐승같은 신음,
모든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 아내의 모습이 씌워지고 어느새 10대 시절과 같이 단단하게 솟아오른 자지를 나도모르게 훑어가기 시작했다.
다음날-
예정대로 회사에 월차를 내고 점심때쯤에야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집과 직장을 오가는 쳇바퀴같은 생활, 인류에게 허락된 가장 전통적이고 원초적인 오락마저
권태에 머리끝까지 푹 젖어버린 이후로
내게 있어 밤은 그저 필요하기에 잠을 자는
시간일 뿐, 하지만 전혀 새로운 세상에 눈뜬 어젠
중학교 시절 동네 비디오가게 뒷방에서 난생 처음 성인물을 접한 그 날 밤처럼
나는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빨리 에너지를 보충하라는 몸의 신호에 따라
대충 냄비에 라면을 털어넣으며 집안을 한번 훑어본 뒤, 다시 한번 어젯밤을 회상했다.
격렬한 성행위속에서 일그러지는 여성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아내를 대입시켰고, 나는 전에 느껴 본 적없는 격렬한 흥분속에 몸을 맡겼지만,
잠에서 깨어나고 식욕도 채우고, 소파에 몸을 맡긴 지금의 이성적인 상태에서 다시한번 생각했을 때
내가 권태로움 때문에 미친건아닐까하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행위에 흥분하다니, 성욕이라는 불꽃에 모든것을 털어넣은 사람들의 말로가 어떠했는가.
그것이 무엇을 재로 만들고 있는지도 알아채지 못한채 단지 화려하게 타오르는 그 불빛에 눈이 서서히 멀어버리는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경멸하던 내가 아니었던가.
발코니에 나가 문을 열고 담배를 한모금 깊게 빨아들인다. 바람을 타고 날려가는 연기를 잠시 바라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래, 나는 일시적으로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어 단순히 그 자극적인 모습에 혹한 것이다. 내 머릿속을 채우는 이것들은
전부 호기심에 기인한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핸드폰의 인터넷을 켜 연관있을 법 한 단어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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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토라레. 자신의 여자와 다른남자의 성행위에서 쾌락을 느끼는 성벽을 말하는 단어란다.
빼앗다는 뜻의 일본어 네토루에서 파생된 신조어라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생각보다 그러한 성벽을 가진 남자가 많은 듯 하다.
당시에는 그저 더러운년놈들이라 욕하며
보지않았던 한 시사 다큐프로그램의 재방송분까지
찾아본결과, 인터넷에는 생각보다 엄청난 수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있고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의 참관하에 자신의 여자와 성행위를 하는것을 지켜보거나 한술 더 떠 따로 유혹해내어 기록물을 받고 자신은 볼수 없었던 모습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있었으며 전자는 초대남, 후자는 작업남이라는 어엿한 전문용어(?)까지 존재하는 등 나름의 시스템과 규칙까지 존재하는 세계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나 나는 호기심을 충족하고
역시 미친놈들이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고 어지럽게 떠다니던 실체가 가지런해진 후 소파에 기대 야구경기를 보던 중 익숙한 기계음과 함께 아내가 돌아왔다.
150정도의 아담한 키, 특별히 굴곡이 두드러지는 몸매는 아니지만 도화빛이라고 해야하나, 묘하게 얼굴에 감도는 색기는 아직까지 충분히 먹힐만한(?) 여자이지만 벌써 결혼생활이 10년이 넘어가며 시큰둥했는데 하루종일 그러한 것을 찾아본 탓인가 새삼스래 달리보인다.
니 낼 뭐 있나?
별거 없는데? 와 오빠 낼도 출근 안하나
안하긴, 낼 오랜만에 백화범 갔다가 밖에서 먹고 올라카지 싫나?
와 싫노, 낼 저녁안한다 그럼?
그래 알았다 전화할게 기다리라.
괜시리 오늘따라 아내가 예뻐보여 백화점에 가자는 얘기를 해봤다. 배시시 웃으면서 저녁을 하지않겠다는 모습이 새삼 귀엽게 보여 오늘 밤에는 오랜만에 섹스를 해볼까했지만 괜시리 혼자 머쓱해져 이내 고개를 젓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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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후-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언제나 느끼는것이지만 하루라도 쉰 이후엔 같은 양의 전화를 받고 처리를 하는 것이 배는 더 힘든 느낌이 들어 오늘 저녁약속을 취소할까도 고민했지만 어제 저녁하지말고 기다리라고 호언장담을 해놓고 이제와서 취소하자니 눈치가보여 혼자 끙끙대며 딴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가 눈에들어왔다. 가죽자켓에 하얀블라우스, 하체라인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짧은 빨간 미니스커트에 검은스타킹 그리고 하얀색 힐까지.
오래간만의 백화점 나들이어서그런지 아줌마가
많이도 힘줬다(?).
아줌마 옷이 그게 뭐고 남사시럽구로
와 부끄럽나 아가씨같아서 ㅎㅎ 오랜만에 꾸며봤다 싫나?
아이다 ㅎ 이쁘장하니 보기좋노
오랜만에 이런대화를 하자니 약간 간질간질하긴 했지만 연애시절이 떠올 살짝 두근거리는게 나쁘진 않았다. 그 뒤로도 차를 타고가며 오늘하루 어땠는지, 뭐 먹고싶은 것은 있는지 평소에는 하지 않을 법한 대화를 하며 가끔씩은 이런것도 나쁘지 않구나 생각하며 그동안 너무 소홀했던건 아니었나 반성하며 아직 배가 고프지 않다는 아내의 말에 따라 백화점구경부터 가기로 하고 차를 돌려 운전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죽겄다. 와 여자들은 여만 오면 힘이 펄펄나서 날아다니노.
ㅎㅎ 너무 이쁘다이가 오빠야 나 구두하나만 사도. 신을게없다.
그럼 나 나가서 담배한대 피고올게 하나 골라놔라.
백화점 지하에는 여자들에게 무선충전을 해주는 무언가가 있는게 확실하다. 2층에 올라와서부터
왠지모르게 텐션이 올라가던 아내는 이윽고 구두매장에 와서야 뭔가 결심했다는 듯 이리저리 날 끌고다니더니 결국 방전이 된 나를 내버려두고 다시 한 매장으로 들어가버렸다. 20분전쯤부터 현기증이 나는 듯 하던 나는 결국 항복을 외치고 니코틴을 충전한다는 명분하에 짧은 휴식시간을 얻게 되었고, 잠시동안의 달콤한 휴식뒤에 아내가 있는 층으로 다시올라가 아내를 찾기 시작했다.
10분가량 찾아다녔을까, 처음 헤어진곳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아내를 부르려는 찰나.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였다, 분명히 아까는 아무도 없었던 아내 주위에 3명정도 남자들이 따르고있었다. 허리숙여 구두를 구경하는 뒷편, 괜시리 신발끈을 묶는척하며 아내를 올려다보는 놈들.
이런 씨ㅂ...
욕지기가 튀어나오며 달려가려는 순간, 내 안의 무언가 팽팽해지며 발걸음이 우뚝하고 멈춰졌다.
나의 아내가 노려지고있다.. 하루종일 여기저기 들여다보며 찾았던 네토라레 관련된 썰, 이미지..
최종적으로 그날밤 보았던 동영상.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머릿속에서 아내는 저 남자들에게 봉사하며
터져나오는 신음을 억누르지 못한채 유린당하고 있었고 어느새 내 심장은 누가 듣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쿵쾅대고 바지 앞섬은 터질듯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옆 벤치에 앉아 진땀흘리며 아내를 훔쳐보고 있는데
내가 오랫동안 오지 않아서인가, 잠시 두리번거린뒤 똑바로 서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모습이 보였다. 곧이어 내 전화기에서 익숙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이
마치 부정을 저지른 아내가 모든 뒷정리를 마친 후 아무렇지 않게 남편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처럼 보여 선뜻 전화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끊어지기 직전에야 간신히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오빠 어딘데? 늦네?
이제 다 올라왔다 소리를 못들었다 금방가께.
아 봤다 여기있었네.
구두 이쁜거 있드나?
아이다 맘에 안든다 밥이나 무러가자 .
전화를 받고 이내 두리번거리던 아내와 마주쳤다. 괜히 남자향수냄새가 나는것 같은 기분도 들고
아까의 상상이 겹쳐져 왠지 아내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 딴청을 부리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그날의 데이트는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