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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썰 동생의 여자2



야썰 동생의 여자2
 


새로운 환락의 장이 계속 되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베개에 처박고 있었다. 태호는 그녀의 엉덩이를 높이 들어서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를 두 손으로 잡고 양손으로 밀었다 붙였다 하며 박고 있는 중이었다.    읍....윽..... 으흡...... 흑....웁......윽......   엉덩이와 그의 뱃살이 철썩철썩 소리를 내고 태호는 한손을 내려 자신의 물건이 박아대고 있는 꽃잎 위 항문주름에 엄지를 밀어 넣었다.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그곳이 서서히 열리며 엄지손가락이 그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좀 더 날카로워지며 그녀의 한손이 뒤로 뻗어 와서는 그녀의 뒷구멍을 찔러 넣고 있는 태호의 손목을 잡았다. 그는 그녀의 손길은 무시한 채 힘을 주어 손가락을 더 깊숙이 집어넣었다.   쑤욱 들어간 손가락 마디 아래가 꽃잎 구멍과는 다른 뜨거움을 품고 있는 안에 깊숙이 들어갔다. 손가락 끝에 한 겹 얇은 막, 살점 아래로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자신의 물건이 느껴졌다. 항문 아래 밑에 들어있는 그의 물건의 굴곡....... 힘줄...... 버섯처럼 도드라져있는 귀두의 형태...... 위에서 눌리는 태호의 손가락의 느낌이 자극이 되어 그의 물건은 더욱 딱딱해져서 그녀의 뱃속 깊이 파고들었다.    아흑......! 흑...... 흡.....흑....... 우웁........윽!    그의 물건이 그녀의 뱃속 깊이 박힐 때마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숨이 멎을 듯 울어댔다. 그녀는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박고 있는 하얀 베갯잇을 입에 문 채 흐느끼고 있었다.   태호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뒷구멍을 마구 헤집으며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애액이 넘치고 넘쳐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렸다.   찌걱 찌걱 찌걱   그녀의 꽃잎과 태호의 물건이 서로 끈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는 사이 슬슬 정상이 가까워져 갔다. 이미 그녀의 다리는 풀려서 엉덩이를 들고 버틸 힘도 잃었지만 우악스럽게 태호는 그녀의 엉덩이를 들어 하늘로 높이 세운 채 열심히 박아대고 있었다.    으윽!    태호는 신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치켜들며 인상을 썼다. 뒷머리로 올라오는 찡한 느낌과 함께 그의 물건 끝에서 시원스레 뜨거운 것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아래가 뻥 뚫리는 느낌과 함께 치밀어 올라왔던 긴장감이 사르르 녹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서서히 그녀의 엉덩이로 자신의 아랫배를 기대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붙잡고 놔주지 않던 태호의 팔에 힘이 빠지자 스르륵 무너지며 엉덩이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 위로 태호가 엎어지며 그녀의 볼록한 엉덩이로 그의 사타구니가 파묻혔다.   세 번째 방사를 마친 그의 물건은 그녀의 안에서 서서히 쪼그라들고 있었다.         **************         잠시 태호의 몸 안에 깔려있던 그녀는 숨을 고르자마자 그의 몸을 밀치고 일어났다. 그녀는 수건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태호의 흔적을 대충 닦아내고 벗겨진 자신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녀에게 잠시 주어진 시간에 태호를 보러온 것이었기 때문에 그 시간이 끝나기 전에 돌아가야 했다.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고 그 위에 슬립을 입었다. 대충 얼굴화장을 하고 마스카라로 눈썹을 살렸다. 마지막으로 립글로스(lip gloss)를 바르고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포개며 뽁뽁 소리를 냈다.   어느 정도 얼굴이 정리되자 겉옷을 입기 시작했다. 꽃수가 놓인 넥장식의 민트빛깔 스모크 밴딩 맥시 원피스(smoke banding maxi one-piece)를 입고 그 위에 레이스 장식의 흰색 미니멈 패브릭 재킷(minimum fabric jacket)을 걸쳤다.   다시 잠시 외출 나온 모습으로 돌아간 청초롬한 그녀를 침대 위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지켜보던 태호가 썩은 미소를 날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봐. 이번 주는 이제 만날 수 없을 테니 다음 주 언제쯤에 만나면 되겠어?    그녀는 그의 말에 대꾸도 없이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태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다음 주는 화요일 날에 보자고. 그렇게 알고 있을 테니 우리 만나던 곳으로 나와. 시간은 한 2시쯤으로 하고.    그녀는 거울을 통해 태호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날은 준수 발표회가 있어요.......    준수...... 그녀의 아들. 그리고  그녀석의 아들........   태호는 가슴이 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감춘 채 씨익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아하...... 그랬나? 그날은 안 되겠군. 어쩐다....... 그럼 그날은 내가 당신이랑 준수를 보러 가볼까?    악의가 가득 담긴 농담을 그녀에게 던지며 태호는 미소를 지었다.   정부(情婦) 아닌 정부(情夫)가 자식의 발표회에 같이 가자고 한다라.....   왠지 순진하고 고고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서 풍기는 그 여유로움을 깨고 싶었던 태호가 던진 악의(惡意)였다. 남들의 시선이 있는 자리에 그녀와 함께 있는 태호를 보는 시선 속에서 과연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아니....... 그런 자리에 그가 오는 거 자체를 바랄 리 없었다. 아무리 그녀를 겁박하고 있는 사이일지라도.......   여자가 고개를 돌려 태호를 직접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분노라든지 증오 같은 감정이 실려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시선으로 태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가만히 그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싶으면 그러세요. 같이 가도록 해요.    전혀 뜻밖의 그녀의 반응에 놀란 쪽은 오히려 태호였다.   아무리 같은 가족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그녀와 몸을 섞고 있는 사내를 아이의 발표회에 초대한다.......?   그가 던진 악의에 대한 응징이라면 평소 그녀의 성격상 과도한 대응이었다. 아니......  전혀 그녀답지 않는 대답이었다.   나에게 당했던 것이 억울해서 한번 세게 나와 본다 이건가? 젠장......  맨날 아가씨 노릇이나 하는 줄 알았더니....... 그런 게 아니었나?   태호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보여준 그녀의 모습에 놀라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뭐 곤란한 일도 아니었다.    하하하. 알았어. 같이 가자고. 뭐 하긴 내가 못갈 자리도 아니니까. 흐흐흐    여자는 다시 거울을 보고 머리모양을 마지막으로 손보고 있었다. 태호는 그녀의 등 뒤로 얘기했다.    그럼 그날은 그렇게 보낸다 치고 목요일 날로 우리는 따로 만나도록 해. 시간은 아까 말했던 것 그대로 하고. 그날 오늘처럼 또 오붓하게 지내자고.    여자는 옷매무시를 한 번 더 손보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그녀가 나가며 닫은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방 안에는 정적이 흐르고 남자만이 홀로 남았다.   태호는 담배를 꺼내 물고는 모텔의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맑은 하늘이 드높은 것이 날씨 좋은 오후였다. 창문을 열자 멀리 보이는 호수에서 불러오는 바람이 방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는 길게 숨을 내쉬며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연기가 바람에 맞아 흩어지며 사라졌다.     남의 여자는 맛있다. 그것이 동생의 여자라면 좀 더 특별한 맛이다. 특히 복수라는 달콤한 감미료가 버무려지면 아주 죽여주는 맛이 된다.   태호는 그 금단의 요리는 계속 몇 년째 즐겨오고 있었다.           **************         본사가 있는 건물에는 오랜만에 들어서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오지 않았던 그곳이었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소환장이 아니었으면 아마 영원히 오지 않았을 것이다.   태호는 입구에서 아는 얼굴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기다리며 서있는 정장차림의 여자.   아버지의 수발을 들고 있는 강비서였다.   강.수.진   들리는 소문에는 몸시중도 들고 있다는데 진의여부는 알 수 없었다. 그만큼 아버지의 가장 측근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됐다.   강비서도 태호를 보자 또각또각 힐소리를 내며 일직선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다시 서서 그에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께서 기다리신지 오래 됐습니다. 올라가시지요.    그리곤 뒤를 돌아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태호는 그런 그녀를 쫓아 걸으며 시선은 그녀의 히프로 떨어졌다.   장미무늬가 그려진 모던 스커트(modern skirt)였는데 항아리모양으로 히프라인에 맞춰 아래로 직선으로 떨어지는 스타일이었다. 그녀의 몸에 딱 맞아 떨어지는 라인이 탐스러웠다. 힐을 신고 걸을 때마다 엉덩이가 실룩샐룩 거리며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섹시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물론 그녀의 쭉 뻗은 각선미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었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히자마자 태호는 그녀를 뒤에서 안으며 속삭였다.    수진, 오랜만이야?    그녀의 잘록한 허리에 손을 감싸며 등 뒤에서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강비서는 그리 놀라지도 않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담담히 말했다.    이태호 전임 상무이사님. 이곳은 회사입니다. 그리고 이런 건 성희롱으로 신고 될 수 있는 행위입니다.    갸름한 턱선의 그녀가 엘리베이터 벽면을 통해 자신을 보고 있음을 깨달은 태호는 그녀의 귀를 깨물며 말했다. 낮에 탐했던 여자의 모습이 겹쳐지며 마음이 뜨거워졌다.    전임 상사한테 그렇게 말하면 쓰나. 그렇게 말하면 전임상사와 함께 몸을 섞은 여사원은 뭐라고 말하지? 성상납으로 출세를 하는 야심가? 아님 로비스트?    살짝 강수진의 눈썹이 찌푸려졌다가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갔다. 예전에 태호의 곁에 있었던 여자. 그 시절은 야심과 정열로 그에게 다가왔던 그녀였다.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있으니 옛날 밤마다 뜨거웠던 그녀의 몸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강비서는 그런 태호의 모습에도 전혀 변함없이 꼿꼿이 서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띵 하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강비서가 먼저 걸어 나왔고 그 뒤를 태호가 쫓아서 느릿느릿 걸었다.   비서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단의 사원들이 인사를 하는데 그중 몇 명은 태호를 바라보는 시선이 묘했다.   어리둥절한 표정. 누군가 하는 듯 한 시선.   벌떡 일어나 깜짝 놀라 인사하는 몇 명 직원을 보며 태호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온지 얼마 안 된 사원들인가 보군. 사진으로 교육도 할 텐데 어리둥절하기는..... 후후후    비서실 중간 대기실에서 잠시 강비서와 그가 서있는데 정면에서 문이 열리며 수명의 중년 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각자 서류철을 들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나서다가 태호와 눈이 마주치며 깜짝 놀라다가 이내 눈빛이 안정되며 고개를 숙이고는 인사를 했다.    이태호 이사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오랜만에 뵈겠습니다. 이사님.    과거 자신의 밑에서 일하던 이사들이었다. 태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목례하며 답했다.    아~! 이사님들 오랜만입니다. 전 이제 이사도 아닌데 무슨 이사님이라는 호칭을 다하십니까? 잘들 지내셨죠?    이사들도 웃음 지으며 답했다. 그중 반백의 늙은 이사가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곧 현장에 복귀하실 거란 얘기도 많은데요. 이제 본사에 다시 나오셔야죠.    옆에서 강비서가 태호 옆에 서서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회장님이 기다리십니다. 우선 먼저 회장님께 들어가 보시지요.    또박또박 정확한 어조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태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사들에게 다시 목례하며 걸음을 옮겼다.    제가 이렇습니다. 나중에 뵙도록 하죠.    그는 고개를 돌려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뒤를 강비서가 쫓아 들어가 회장실 문을 닫았다.   태호가 사라질 때까지 고개 숙이던 이사들은 문이 닫힌 뒤 허리를 펴며 나지막이 한숨들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를 보며 쑥덕거렸다.    참....... 사람 앞날이라는 게 알 수 없는 일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불가 몇 년 전까지 그룹 후계자설까지 나오시던 분이었는데.......    서로 혀를 차며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기실을 나가고 있었다.     **************     회장실 저 안쪽에 초로(初老)를 넘긴 한 남자가 널따란 책상에 앉아서 서류철을 검토하고 있었다. 다부진 어깨에 꽉 다문 입술이 나름 고집스럽게 보이는 인물이었다. 2대8 가르마로 넘긴 머리는 잘 정돈되어 있었고 눈매가 부리부리한 것이 꽤 까탈스럽게 그를 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 이 회사의 오너인 이철규 회장이었다.   태호는 그가 앉아있는 책상 옆까지 걸어가 단정히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아버지 부르셨습니까? 그새 건강하셨지요?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은 이 회장은 아들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인상을 쓰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가 놓인 테이블을 눈짓하며 가서 앉았다.   강비서가 앉은 이 회장 곁에 다가가자 고개만 끄덕이고 손을 들어 밖으로 나가라는 듯 흔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방을 걸어 나갔다.   태호는 옆에 놓인 긴 소파 가운데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웬일이세요. 아버지. 강비서 통해 절 다 잡아오시고.    이 회장은 그런 그는 노려보며 말했다.    아들을 부르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야 되겠냐? 대체 넌 요새 뭘 하고 다니는 게야? 살펴보라는 안산지사는 보지도 않고 또 자리 비우고 돌아다니고 있다며?    태호는 양손을 맞잡아 깍지를 쥐고는 탁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미 보고서는 다 올리고 마무리 지은 건인데요. 뭐. 임시로 감사차 내려간 건이니 감사 끝나면 거기 있을 필요가 없지요. 회장님.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태호를 보며 이 회장은 쯧쯧 혀를 차는 소리를 냈다. 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라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태호는 고개를 들어 이 회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태수가 있는데 자꾸 제가 그룹 안을 쑤시고 다니면 그게 더 곤란할 수 있어요. 이제 태수가 자신의 체계를 갖추고 일하고 있는데 제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 회사가 어지러워지잖아요.    이회장의 인상이 더욱 씁쓸해지며 쩝쩝 입맛을 다졌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태호에게 말했다.    됐다. 그럼 저번에 말했던 유럽 지사 건은 어떻게 할 테냐? 어차피 유럽지사는 지금 막 설립되어 뿌리를 내려야 되니 사람이 필요한 곳이야.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새로운 곳이니 자유롭게 회사를 꾸며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그곳으로 가는 건 어떻겠냐.     태호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런 곳이야 말로 능력 있는 사람을 보내야죠. 아버지. 저는 그런 곳에 갈만한 사람이 못되잖아요. 하하하..... 전 지금이 좋아요. 딱. 마음도 편하고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게 딱이에요.    이 회장은 눈썹을 찌푸리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 녀석아...... 이제 그만 용서하려고 하는 거야. 그러지 말고...... 가서 다시 시작해. 기회를 줄 테니 거기선 한번 니 맘대로 해봐. 한 10년 정도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해줄 테니까.    태호는 잠시 표정이 굳었다가 다시 환하게 웃었다.    아니에요. 아버지. 전 정말 지금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말씀이 옳았어요. 제가...... 제가 틀렸습니다. 그냥 지금이 좋아요. 전 회사를 경영할 만한 자질이 못돼요.    이내 태호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본사로 제가 안오는 게 좋겠습니다. 잠시 오면서 봤는데 사람들이 당황해하더군요. 나중에...... 혹 안산지사 건 같이 내부인사 안에서 처리해야 되는 일 같은 게 생기면 그땐 제가 다시 도울게요. 그럼.    태호는 그대로 문으로 걸어가서 열고 나갔다.   탁.   문이 닫히고 방 안에 앉아있던 이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늦둥이로 얻은 아들이었다. 기대를 한몫 걸었던 아들이었는데 이렇게 되어버린 모습에 입 안이 씁쓸했다. 하지만 태호를 그렇게 만든 건 정작 본인 이었다.   노회장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         차를 준비하던 강비서는 태호가 방에서 나오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놀라는 표정의 강수진.   태호는 훗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비서실 직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태호는 조용히 그녀에게 속삭였다.    회장님과는 면담은 끝났으니까 이젠 그만 연락하도록 해, 강비서. 그럼 나는 갈 테니까 수고하고.    태호는 천천히 문을 열고 비서실을 나섰다. 슬쩍 뒤를 보니 강비서가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는 문을 닫았다.   예전 이곳에서 자신이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무슨 꿈처럼 느껴졌다. 긴박한 상황도 있었고 나름 뿌듯한 순간도 있었다. 미래를 설계하면서 커다란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야심을 불태우기도 했다. 한국 최고의 그룹. 그리고 미래에는 세계 어느 곳에도 뒤쳐지지 않는 기업.   하지만 지금은 그냥 허공으로 사라진 연기와 같은 기억들이었다.   하하....... 인생무상(人生無常)...... 제행무상(諸行無常)......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태호는 천천히 긴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발바닥 아래 느껴지는 대리석 바닥의 감촉을 되새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까지 이어진 긴 통로 좌우엔 간단한 회사의 연혁(沿革)과 그간 주요한 회사의 상품이나 기념물들이 전시되어있었다. 그룹의 역사가 벽면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지금 그는 그룹의 역사를 거꾸로 역행하며 걷고 있는 중이었다.   거의 끝까지 왔을 때 정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일단의 사람들이 쏟아져 내렸다. 내린 사람들의 시선이 태호에게 향했고 그를 본 사람들은 놀라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내린 한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태호 자신이었다.   말끔한 슈트 차림에...... 머리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있는...... 날카로운 눈매의 또 한명의 태호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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