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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썰 회상 (상)



야썰 회상 (상)
 

"선배 우리 이제 헤어져요"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건조한 목소리로 불쑥 내미는 경숙의 손바닥에 눈에 익은 시계가 보였다.

함께 있는 시간을 영원히 간직하자는 의미에서 선물로 주었던 바로 그 시계였다.

갑자기 불어온 싸늘한 가을 바람이 목덜미를 지나가는 느낌에 상빈은 문득 가슴속 한 구석이 아련하게 아려옴을 느꼈다.

이미 어느정도 헤어짐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경숙이가 먼저 이별을 선언하리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사실 경숙은 상빈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상빈은 91학번, 경숙은 93학번으로 2년 후배였지만 상빈이 삼수를 한 까닭에 나이는 4살이나 차이가 있었다.

캠퍼스커플로서는 나이차가 제법 난데다가 경숙의 성격과 상빈의 성격은 도통 맞질 않았다.

경숙은 조금 말광량이 스타일에 막무가내로 우기는 성격이 있는터라 종종 상빈을 황당하게 만들거나 당혹하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

경숙은 아무말없이 시계만 쳐다보는 상빈의 눈에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지만 별 느낌없이

시계만 건네주고는 묵묵히 돌아서서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강의실에는 가을 햇살이 조금은 따사로이 비치고 잇었다. 그 햇살을 맞으며 자기 자리에 앉던 경숙은 문득 예전 상빈 선배와

지금 앉아있는 강의실에서 있었던 뜨거운 밤이 생각나 아랫도리가 젖어옴을 느꼈다.

1학기 중간고사가 코앞에 다가온 터라 도서관은 자리가 거의 남아있질 않았다.

상빈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아놓은 터라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는 어슬렁거리며 도서관을 향하는 도중 복사뭉치를 한아름 안고서

도서관을 향하는 경숙을 발견하고는 순간 장난끼가 발동하였다.

학생식당에서 D동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이 여러개 있지만 그중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었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도서관 뒷계단과 연결된 길인데 D동 도서관은 인문계열 학생들만 주로 사용하는데

다른 과 시험은 거의 마친 상태라 도서관에는 경빈이 과 학생들만 북적이고 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은터에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도서관에 있어 D동 도서관으로 향하는 지름길에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날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라 가로등이 없는 곳은 사람이 있는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상빈은 소리를 최대한 죽여가며 경숙에게 다가갔다.

경숙은 워크맨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조심조심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그때 순간 누군가 허리를 확하고 낚아챔과 동시에 경숙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꺄악....."

상준은 순간 장난이 심했구나 후회하면서 경숙을 다급하게 불렀다.

" 경수아, 나야 상준 선배 , 괘..괜찮아 ? "

" 선배 ,, 간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욧.. "

" 미안. 미안.. 니가 이렇게 놀랄줄 몰랐어.. "

" 니가 걸어가는 뒷모습이 너무 예뻐서 말야 .. "

경숙은 많이 놀라서 아직도 심장이 콩닥거리지만 머리를 긁적이며 진지하게 사과하는 상준선배 모습이 안스러워

퉁명스럽게 됐어요 라고 대꾸하고는 흩어진 복사뭉치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상빈도 땅에 이리저리 흘어져 있는 복사뭉치를 주워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 어휴, 선배 땜에 이거 새로 정리해야겠어요.. 떨어지면서 이리저리 흩어지는 바람에 순서가 엉망이 됐네.. "

상빈은 생뚱해 있는 경숙 얼굴이 너무 귀엽게 보였으며 순간 응큼한 생각이 들었다.

둘은 학기 초에 상빈이 복학을 하고 나서 새로 학생회장을 맡게 되면서 경숙은 학년대표로 상빈은 과학생회장으로

자주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서로간에 호감이 싹트기 시작하였으며 축제기간에 상빈이 사귀자는 제안으로 둘은 CC 가 되었다.

CC 가 된 후로 자연스럽게 키스와 스킨쉽까지는 하게되는 사이까지 발전하였지만 더 이상 진도가 나기질 않고 잇었다.

경숙과 상빈은 복사뭉치를 들고는 비어있는 강의실로 들어갔다.

경숙은 엉망으로 섞인 복사뭉치를 정리하기 시작했으며 상빈도 같이 거들기 시작해다.

강의실 바닥에 일단 섞인 복사뭉치를 내려놓고는 하나씩 순서를 맞춰가는데 상빈은 바닥에 쭈그리고 않아있는 경숙을 보자

순간 침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경숙이 그날따라 잘입지 않은 치마를 입고 온 탓에 미끈하게 빠지 종아리가 하루종일 상빈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는데

쪼그리고 않으면서 본의아니게 경숙의 검은색 팬티가 뚜렷하게 보이는데가 둔덕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 선배 안거들고 뭘 보는게에욧.. !! "

" 헉.. 들켰당.. "

" 선배 지금 나 속옷 훔쳐보고 있었던 거죠.. "

" 아냐,, 내가 뭘 봤다고 그래.. 험.. "

" 선배 요즘 나를 보는 시선이 너무 응큼해요. 그거 알아요 ? "

" 야..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친구 쳐다보는게 죄냐..

그리고 말야 우리 사귄지 벌써 100일이 넘었는데 겨우 손잡고 키스나 하구말야.. 쩝 "

" 나 정말 너랑 하고싶단 말야 "

" 그렇게 나랑 하고 싶어.. "

" 응.. 미치겠어 "

" 그럼 약속 하나만 해줘 "

" 무슨 약속 "

" 나랑 하고나서 후회하지 않겠다는 약속 "

상빈은 후회라는 단어를 얘기하는 경숙이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그렇게 기대하던 경숙과의 섹스를

그것도 다른곳도 아닌 강의실에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별 생각없이 대답을 하였다.

 

" 알았어.. 약속할게.. 후회하는 일 절대 없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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