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시절에 본 한 여고생의 훈훈한 SSUL
얼마 전에 여친이랑 다시 헤어졌으므로 여친이 음슴.
하지만 음슴체 쓰기 싫어서 그냥 쓰겠습니다.
저는 지방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재수를 했습니다.
제가 다닌 재수학원은 서울역 쪽에 있는 학원인데요.
아침, 밤으로 늘 서울역을 왔다갔다하면서 학원을 통학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나오는 출구인 2번(?)출구엔 노숙자들이 정말 많아요
처음엔 안쓰럽기도하고 조금 무섭기도하고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무덤덤해지더군요
게다가 술에취해 비틀거리거나 냄새가나고 언제 한번은 길 가운데 X을 싸놓아서 인상이 찌푸려진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아무튼 그 날도 어김없이 밤 10시가 되어 야자를 끝내고 집으로 가기위해 서울역으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2번 출구에 다다르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군요
저는 우산이 있었지만 어차피 다 온 상태라 다행이네 이러면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출구에 들어가는 계단에 어떤 지저분한 노숙자가 앉아서 자고있다가(?) 비가 오자 당황하며
계단으로 내려가려더군요 그런데 몸이 불편한지 일어서서 안가고 앉은채로 낑낑대며 한계단 한계단씩 내려가는 겁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지나가면서 뭐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제 뒤쪽에 있던 여고생 3명 중 한명이 갑자기 "앗!" 이러면서 그 분에게 뛰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자신의 가방을 번쩍들어 그 노숙자에게 씌어주면서 "부축해드릴까요?"
이러는 것입니다. 자신의 교복과 가방이 젖던 말던 그 노숙자를 도와주는 그녀, 그리고 친구 2명도 같이 가서 돕더라구요.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가방안에 우산도 있고 여고생들보다 힘도 훨씬 센 남자인데
그냥 지나쳤다는 사실에 제 자신이 너무 창피하더라구요...
그와 동시에 요즘 개념없는 청소년들의 행동이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와중에
이런 학생을 보니 세상이 아직 참 따듯하구나, 저런 사람이 곧 대한민국을 밝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집으로 오다가 번뜩 그 생각이 나서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그 여고생은 몇 살이었을까요. 작년이든 올해든 수능 잘 쳐서 좋은 결과가 나왔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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