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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이야기] 음란한 동거 - 7부

▒▒ 음란한 동거 ▒▒내가 누나 집을 방문한 것은 그로부터 2주 후였다. 그 안에 서너 차례 일상적인 전화통화로 혹시나 모를 어색함을 걷어내려고 했다. 사실 첫 전화 받은 날 당장에라도 갈 수 있었지만, 단순한 인사치레로 한 말이지 확인도 필요했고 어느 정도 뜸을 들여야 더 반가운 만남을 이끌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맛있는 걸 사준다는 제의를 뿌리치고 예전처럼 누나 집에서 조촐하게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했다. 하숙집 음식을 적응 못했던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누나 혼자 사는 곳에 내가 얼마나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지는 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건 어떤 남녀관계의 기준에서가 아니라 예전과 현재가 같은지, 다른지를 통해 앞으로 더 친해질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해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누나, 선물.”“어머, 장미꽃이네.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걸 다 사와.”“빈 손으로 오기 뭐해서 사온 게 아니에요. 나름대로 누나 기쁘게 해 드릴라고.”“그래? 그럼 더 고맙게 받을게. 너 오니까 집 안 분위기가 활기차 지는 것 같아. 진작에 연락도 하고 들르지.”다행히 누나의 반응은 작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비로소 마음 한 켠에서 떨칠 수 없었던 일말의 불안감이 사라지는 듯 했다. 마음이 편해지니 누나를 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표정 하나에도 어색함이 없었다.“먹을 만 해?”“네, 역시 맛있어요. 하숙집 음식은 진짜 입에 안 맞았는데.”“어쩐지 살이 좀 빠져 보이더라.”“2달 만에 4kg 빠졌어요.”“어휴~ 그 말이 왜 부럽게 들리지?”“하하하. 근데 누나도 살 빠지지 않았어요?”“진짜? 진짜 그렇게 보여?”“네, 확실히!”“나 실은 5kg 빠졌어.”“다이어트 하셨어요?”“매일 아침마다 조깅하거든. 1월 1일부터 시작했으니까 이제 5개월째 되는 거지.”확실히 달라 보였다. 전엔 뭐랄까, 뚱뚱하지는 않았지만 몸이 무거워 보이기도 하고 둔해 보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제법 날렵해 보였다. 특히나 얼굴이 갸름해지고 푸석해 보였던 피부에 탄력이 붙은 것 같았다.“어쩐지, 그냥 살만 빠져 보이는 게 아니라 건강해 보인다 했어요. 이제 완전 건강미인 된 거네요.”“미인인 무슨.”“어? 누나 미인인 거 몰랐어요? 살 빠지니까 어려 보이기도 하구만”“진짜, 진짜? 빈 말이라도 기분 좋은데.”“빈말 아니에요. 믿으시거나 말거나.”“우와, 나 지금 기분 엄청 좋아졌어!”평소엔 참으로 복잡하게 여겨지는 여자들이 이럴 땐 너무도 단순했다. 빈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예쁘다, 어려 보인다는 그 평범한 말들에 이렇듯 좋아라 하니!식사가 끝나자 누나는 과일을 꺼내 주곤 설거지를 하려 했다. 난 그런 누나를 엉덩이로 밀어내며 싱크대 앞 자리를 차지했다.“누나 남자 설거지 하는 모습 싫어하지만 전 과일 깎는데 재주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설거지 하는 동안 누나가 과일 깎아요.”“그래, 알았어. 대신 깨끗하게 씻어야 돼.”“누나가 아직 군대 갔다 온 남자랑 안 갔다 온 남자의 차이를 모르나 보네.”“무슨 차이?”“군대에선 2년 넘게 자기 식판 자기가 닦거든요. 그리고 그걸 매번 검사해요. 그 검사가 얼마나 빡센데요.”“알았어. 씻기나 하세요.”누나는 과일을 깎으며 추억에 빠져드는 듯 내 등뒤에서 한 옥타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지은이랑 태호랑 너랑 같이 있었던 작년 끝자락이 참 재미있었는데.”“저도 그랬어요.”“태호도 지은이도 잘 지내고 있겠지?”“지은이한테 편지 안 와요?”“2, 3월 달엔 몇 통 보내더니 이젠 연락이 없네.”“무소식이 희소식 이라잖아요.”난 지은이에게 한 통의 편지도 받지 못했다. 그것은 지은이도 나도 헤어진 연인이라고, 이젠 모두 지나간 과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섭섭한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지! 누나에게 보냈다는 지은이의 편지조차도 보고 싶었다. 지은이가 한자한자 써내려 갔을 글씨를 눈으로 보고, 느껴 보고도 싶었다. “근데, 잘 지낸대요?”“처음이니까 이것저것 정신 없다고 하지. 넌 지은이한테 편지 못 받았어? 너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던데.”“뭐, 편지 주고 받을 사이는 아니니까요.”지은이의 편지를 보여달라는 대신 그렇게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다.“넌 태호한테 편지 온 거 없어?”“훈련소에서 한 장 보낸 이후론 연락 두절이에요.”지나간 시간을 되새기며 시작되었던 대화는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즐겁기도 하지만 가슴 아프기도 한……누나의 집에서 나온 건 거의 10시가 다 될 무렵이었다. 마음이 허전했다. 나의 발길은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지은이와 추억이 있던 장소를 계속해서 맴돌기만 했다. 무슨 미련이 그리 남았기에 그랬던 것일까?내가 다시 누나 집을 방문한 것은 3일이 지난 후였다. 사실 언제 다시 찾게 될지 기약도 하지 못했는데 누나의 전화 한 통으로 아무 부담 없이 그곳을 찾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누나 집에 가는 것이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내가 가지 않으면 오히려 누나가 섭섭해 할 지경이었다. 심지어 두 주가 지난 뒤의 주말엔 서울에 가지 않고 누나와 소풍을 가기도 했다. 누나의 취미가 사진이었는데 모델이 되어달라는 부탁 때문이었다.“누나가 부탁하니까 모델 하긴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모델 감이 아니에요.”“뭐, 모델이 따로 있나?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이들도 다 모델이 되는 건데. 그리고 넌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사진 잘 받을 거야. 누나가 예쁘게 찍어 줄 테니까 믿어봐!”내키지 않는 모델 역할이었지만 나 역시도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뷰 파인더로 보이는 네모난 세상에 끌렸던 것이다. 그날부터 나는 누나에게 사진에 대해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다. 누나도 자신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동지를 만난 것을 무척이나 반겼다. 여담이지만 그것은 아직도 유효한 나의 취미생활이다.그로부터 이틀 후, 누나에게서 필름을 현상했다며 저녁에 들르라는 전화가 왔다.“와, 사진 진짜 잘나왔다.”“봐봐. 누나 믿으랬지. 넌 좋은 모델이라니까!”“하하, 인물보다는 분위기가 멋지게 나왔어요. 이거 그 동안 찍었던 사진하고 차원이 틀린대요. 도대체 얼마나 찍으면 이렇게 찍을 수 있어요?”“카메라 조작하는 건 별로 어려운 게 아니야. 사진은 감각이야. 예술적인 감각. 네가 보기엔 이 사진들 잘 찍은 거 같겠지만 전문가들이 보면 비웃을 거야.”“아니에요. 모르긴 해도 비웃을 사진이 아니라는 정도는 알아요.”“푸웃. 누나 인정해 주는 사람은 너 밖엔 없네. 그리고 자, 이거 받아!”“이게 뭐에요?”“풀어봐.”리본으로 둘러져 있는 종이상자, 리본을 풀고 상자 뚜껑을 열자 어릴 때 손가락으로 터트리면서 놀았던 쿠션용 뽁뽁이가 보였다. 무엇을 이렇게도 정성스럽게 싸놓은 것일까 궁금해하며 통째로 꺼내 보았다.“앗, 카메라!”카메라 정면에 음각으로 새겨진 라는 문구, 렌즈 동선을 따라 역시 음각으로 새겨진 M-ROKKOR 40mm 1:2 라는 문구가 보였다.“미국에 있을 때 중고 샵에서 산 거야.”“이거 정말 저한테 주는 거에요?”“응, 앞으로 사진 열심히 찍어.”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수동카메라, 물론 당시엔 알지 못했지만 정말 특별한 관계가 아니고선 선뜻 선물할 수 없는 고가의 카메라였다. 선물을 금전적 가치로 평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고가의 카메라를 선물했다는 것은 누나가 생각하는 우리 사이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밀접하거나 혹은 밀접하기를 바래서가 아닐까? 아무튼 그것은 내 인생에 첫 카메라였으며 가장 소중한 선물이기도 했다.내가 예상치 못했던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카메라에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누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며 날 놀래 켰다.“재진아, 너 졸업할 때까지 여기서 사는 건 어때?”“네?”도대체 누나가 뭐라고 했는지? 나는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어차피 지은이 방 비어있는데 저 방 쓰면 하숙비는 절약되잖아. 학비도 비싼데 하숙비라도 아끼면 부모님 부담이 덜하시지 않을까?"“저야 좋지만 누나가 불편하지 않을까요?”“내가 불편할 게 뭐 있어. 오히려 네가 있으면 누나도 꼬박꼬박 밥도 챙겨먹고 무서운 것도 덜하고 이래저래 든든한데. 재진인 누나랑 있음 불편할 거 같아?”“아뇨, 저도 딱히 불편한 건 없는데.”“지금 결정하라는 건 아니니까 생각해보고 말해줘.”“누나, 그럼 한가지 부탁드릴께요.”“뭔데?”“밥값이랑 생활비 정도는 내게 해주세요.”금전적인 면을 떠나서 누나 집에 들어와서 산다는 것은 특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무작정 좋아할 수 없었던 이유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였다. 생활비를 내겠다는 것 역시 그 연장선에서 나온 말이었다. 또한, 그게 누나의 호의에 대한 예의라고도 생각했다.“그건 안돼.”“네?”“아까도 말했지만 누난 네가 불필요하게 나가는 돈을 아끼라고 들어오라는 건데 그걸 내겠다면 의미가 없어지는 거잖아. 누난 진짜 그거 싫어. 그리고 네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저 많이 먹어요.”“걱정 마.”“진짜죠. 저 배 골게 하면 소송 걸 거에요.”“하하, 피둥피둥 살 찌워 놓으면 되는 거야?”다음날, 오전 수업을 마치자마자 하숙집으로 돌아와 짐을 챙겨 나왔다.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혼자 나를 수 있는 짐이 아니라 택시를 잡아탔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두었으나 내 정신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제 곧 누나 집 앞에 도착하는데도 이게 사실인가 싶어 어젯밤 누나가 준 열쇠꾸러미를 주머니 속에서 만지고 또 만질 뿐이었다.어제 저녁, 그러니까 아직 24시간도 안 지나고 다시 방문했으니 어색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곧장 지은이 방, 아니 이제부터 내가 사용하게 될 방으로 짐을 들고 들어섰다. 깨끗하게 정리되어있는 책상과 책장이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맞은편 벽으로 맞닿아있는 침대, 매트리스 위엔 바삭 하게 마른 침대커버가 씌어져 있었고 그 한 켠으로 이불이 곱게 개어져 있었다. 아마 어제저녁 내가 가고 난 뒤 부랴부랴 정리했던 모양이었다.침대에 몸을 던지듯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지은이의 체취가 느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을 감자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전에 단 한번 여기 누웠었던 기억, 어두컴컴한 배경에 실루엣으로만 어렴풋이 보이던 지은이의 모습. 포르노 테이프를 보듯이 지은이와의 자극적인 장면들이 펼쳐졌다. 게다가 귓전에 맴도는 뜨거운 호흡소리.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가나? 갑자기 아랫도리가 묵직해져 왔다. 생각해 보니 한창 나이임에도 꽤 오랫동안 자위도 잊고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발기한 페니스는 달래달라는 듯이 더욱 뻣뻣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그러고 싶지 않았다.마음을 추스를 겸 땀에 젖은 몸도 씻을 겸, 금새 속옷까지 전부 벗어버리고 욕실로 향했다. 한참이나 샤워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맞고 섰는데도 흥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 속이 점점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고집일까? 나는 본능과 전투를 벌이기라도 하듯이 식식거리며 샤워타올에 비누칠을 했다. 그리고 온 몸 구석구석을 문질렀다. 그런데 그 샤워타올이 발기한 페니스로 옮겨갔을 때, 이것이 오늘 아침 수진이 누나의 그곳에도 닿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치며 등줄기가 짜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도대체 나란 놈은 본능밖에 없는 건가?’일부러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아니지만 누나가 베푼 호의를 이용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떤 딱딱한 관념에 사로잡힌 듯 그런 생각자체만도 상당히 비양심적인 행동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본능은 본능일 뿐이지 않는가! 그리고 이런 종류의 본능이 이성으로 컨트롤될 정도라면 그건 본능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 때 나를 덮었던 본능 또한 억제하려고 해서 억제되는 그런 본능이 아니었다.결국 비누거품이 잔뜩 묻은 채 위로 솟구쳐 있는 페니스를 잡았다. 그리고 일부러 지은이와의 자극적인 장면들을 떠올렸다. 혹시나 그 대상이 수진이 누나로 옮겨질까봐 염려해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은이와 내가 아니라 지은이와 수진이 누나가 엉켜있는 장면들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잊고 있었던 기억이 때마침 떠올랐던 것이다. 이럴 수가? 오히려 그 때부터 내 몸이, 성욕이 제대로 불이 붙었다.손놀림이 빨라지자 비누거품 때문에 페니스에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 젖꼭지를 긁었다. 뜨거운 콧김이 인중위로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오며 몸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허벅지 근육이 세세하게 갈라지기 시작하며 머리가 어질어질해져 갔다.“아~~앗!!”이미 감고 있던 눈이 다시 한번 질끈 감기며 정액이 허공으로 쭈욱 뿜어졌다.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사정도 길었고 정액도 그만큼 많이 쏟아져 나왔다.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 누워있는 맨 몸뚱어리를 만지고 지나갔다. 마치 관계 뒤에 내 몸을 만져주던 형수님의 손길 같았다. 나는 살며시 눈을 감고 형수님을 떠올렸다. 황홀했던 그 기억들의 시작은 작년 이 맘 때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일년이 지난 지금 그와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때도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질 지 상상도 하지 못했고, 일이 진행되어서도 지금과 같이 누가 만들어 놓은 지 모를 도덕적 관념에 스스로를 질책했었다.‘그래, 내가 무슨 성직자, 수도승도 아닌데 그냥 물 흐르는 대로 살자. 억지로 취하지도 말고, 억지로 밀어내지도 말고.’누나와 살기 시작한 이후로 무기력의 연속이었던 하루하루가 즐겁고 활기 넘치기 시작했다. 누나가 신경 써주는 만큼 편한 것 또한 많았다. 그런 것들이 미안해서 청소니, 빨래니 나름대로 일을 찾아 했지만 누나의 수고로움에 비하면 역시나 형편없이 모자란 것이었다. 내가 누나를 정작 기쁘게 만들었던 것은 아침조깅을 따라가주던가, 함께 출사를 나간다던가 하는 것들이었다. 몸만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산다는 것이 누나에겐 좋았던 듯했다.어느덧 한 달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그 사이 장마가 끝이나 날씨가 무척이나 무더워졌다.“장마 끝났다고 바로 열대야인가? 바람도 안부네.”“맥주라도 마실까?”“맥주 좋죠.”식탁에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맥주를 들이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이야기와 상관없이 누나가 웃기 시작했다. 첨엔 그저 내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그러나 했지만 웃을 타이밍이 아닌데도 웃고 애써 참으려는 모습이 나를 궁금하게 만들었다.“근데, 아까부터 혼자 왜 그렇게 웃어요?”“아니야, 아무것도.”분명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누나는 분명 나와 얼굴이 마주치기만 하면 피식피식 웃어댔다.“저 봐, 또 웃어!”“너……”“뭐에요? 그냥 속 시원히 말해봐요.”“너, 원래 아무것도 안 입고 자니?”그랬다. 어릴 때부터 걸리적 거리는 느낌이 싫어서 추우나 더우나 속옷도 입지 않은 채로 자는 것이 버릇이었다. 그런데, 누나가 그걸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혹시, 아침에 제 방 문 여셨어요?“아니!”“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베란다 창문! 하하.”그걸 생각지 못했다니…… 지은이와 관계를 나누기도 했던 바로 그 베란다였다. 그 곳에 서면 벽의 반을 넘게 차지하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데 최근 들어 그것을 활짝 열어놓고 잤던 것이다.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그만 웃어요. 뭐가 그리 좋다고.”“돌고래 한 마리가 침대 위에 엎어져 있는 것 같았거든.”“왠 돌고래?”“네 몸이 탄탄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피부도 매끈매끈하고.”“나 참! 자세히도 봤네요. 도대체 어디까지 본 거에요?”“그게 다야.”애로틱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저 쪽팔리단 생각에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누나는 또다시 찬물을 끼었었다.“참, 말 같기도 했어.”“갑자기 왠 말? 돌고래 같았다면서요.”“엎드려 잘 땐 그랬는데, 네가 금새 몸을 돌리더라고.”“아~ 나! 뒷모습밖에 못 봤다면서요!”“하하, 그 말 하면 더 민망해 할까봐.”“그럼 말을 마시던가요.”누나는 또다시 자지러지며 웃었다. 남자의 벌거벗은 몸이 그렇게 웃겼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뭔 추잡스런 짓을 했던 것인가?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저 누나의 웃음이 머지기 만을 기다리며 맥주만 삼켰다. 그렇게 대화가 잠시 끊어지고 누나도 이내 진정을 되찾았다.“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다시 말을 꺼낸 누나의 얼굴엔 웃음도 장난기도 없었다.“뭔데요?”“너 그때 완전히 잠들어 있었지?”“네.”“근데, 왜 커져있었어?”“뭐가요?”되묻고 나서야 누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누나는 자연발기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남자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걸 몰랐을까?“남자들은 아침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요.”“누구나?”“네, 그걸 자연발기라고 하던데 그게 안되면 몸에 이상이 있다던가, 컨디션이 안 좋다던가, 뭐 그런 거죠. 또 나이 들면 자연발기 잘 안 된다고도 하던데. 근데 남자친구 있으면서 그것도 몰랐어요?”“얜, 남자친구 있는 거랑 그거 모르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갑자기 왜 순진한 척을.”“핏, 순진한 척 하는 게 아니라 난 정말 몰랐었어.”처음엔 목만 축 일려 했던 것이 이야기가 길어지며 한 캔씩, 한 캔씩 계속 비워졌다. 그렇게 조금씩 축적된 알코올 기운은 나의 그리고 누나의 정신을 알딸딸한 상태로 만들어갔다.“재진아.”“네?”“지은이랑은 무슨 사이야?”술기운이 다 달아날 정도로 너무나 놀랐다. 지은이가 무슨 말을 했던 것일까? 누나의 눈빛은 넘겨 집는 게 아니라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보였다.“지은이가 무슨 말 했었어요?”“아니, 그런 건 아니야.”그렇다면 어떻게 그리 확신을 하게 된 것일까? 지은이와 나의 행동이 태호의 눈은 피해갔지만 누나는 속이지 못했던 것일까? 아무튼 이렇게까지 말이 나온 마당에 더 숨길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숨기려 든다면 후배의 여자친구를 뺏은 파렴치한으로 인식되기까지 밖에 더 하겠는가!나는 모텔 엘리베이터에서 지은이와 마주했던 것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 일 때문에 일부러 지은이를 피했던 것도, 그래서 누나 집에 오지 않았던 것도, 지은이에게 태호가 아닌 다른 남자가 있었던 것까지…… 그 대목에서 누나는 지은이가 왜 태호에게 친구이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고 했다.“그렇게 됐던 거에요.”“참 신기하다. 어떻게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렇게 마주쳤을까?”“뭐 설명이 안 되는 일이죠.”“음…… 근데, 너랑 지은이랑은 어떻게 엮인 거야? 난 아무리 생각해도 재진이 네가 그걸 빌미로 지은이 몸을 요구했을 것 같진 않은데.”“물론 그걸 약점 잡아서 지은이한테 접근한 적도, 그런 생각조차도 한 적 없었어요.”“그래 내가 아는 재진이가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거 알아.”더 이상 숨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누나에게 불신을 남겨두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누나는 호기심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미 그 정도 이야기 만으로 지은이와 나의 관계를 다 알 수 있을 것인데. 난 왠지 모를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머리 속에서 이야기의 수위를 어디까지 조절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 덧붙이지도 말고 빼지도 말고 다 이야기하자! 원색적인 표현이면 어떤가! 어차피 나도 누나도 술에 취해있는데.’“지은이한테 만나서 이야기 좀 하고 싶다고 전화가 왔었어요. 제 딴엔 지은이 불편 할까봐 피했던 거지만 지은이 입장에선 그래도 맘은 무거웠던 모양이에요.”“지은이 마음 알 것 같아.”“근데 막상 만나고 보니까 서로 딱히 할 말도 없는 거에요. 제가 지은이 남자친구도 아닌데 자세한 뒷이야기를 알 필요도 없는 거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도 우습고. 그래서 제가 태호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할 테니 군대 갈 때까지만이라도 잘해주라고 했어요. 그게 결국 지은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난 다음부턴 그냥 술이 약이다 싶어서 술잔만 주고 받았죠.”“그럼 그 술 때문에 둘이 실수로 자게 된 거야?”“아뇨, 그렇게 술을 마시다 보니까 지은이가 맘이 편해졌는지 그 동안 마음 속에 쌓아두었던 말 못할 고민들을 이야기 하더라고요.”“무슨 고민?”“자기가 색녀 같다고. 태호를 사귀면서도 첫사랑이란 그 남자를 잊을 수가 없었대요.”수진이 누나는 말이 없었지만 그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서 자꾸 자신을 자책하는데 뭐라 해줄 말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겪은 비슷한 경험들을 이야기해주면서 달랬죠. 그 이야기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아무튼 분위기가 좀 나아졌어요. 근데 그 때부터 이야기가 조금씩 자극적으로 흘러가는 거에요.”“어떤?”“뭐, 서로의 섹스 스타일이랑 섹스타입 같은 걸 노골적으로 이야기 하게 되더라고요.”“분위기가 닳아 올랐겠네?”“아무래도 그렇죠. 그러다가 지은이가 화장실 갔다 오면서 제 옆에 앉게 되고,”“그리고?”“지은이가 바지 위로 제 걸 만지더라고요.”그 순간 누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알코올에 흐트러졌던 눈에 빛이 발했다.“정말?”“네.”“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어?”“지은이가 제 벨트를 풀고 오랄을 해 주더라고요.”“술집이었다면서? 보는 사람 없었어?”“제일 구석자리였어요.”“와~ 지은이 대단한데.”“저도 놀랬어요. 아마 술기운 때문에.”“그럼 거기서 어디까지 한 거야?”“키스도하고 지은이 가슴애무도 하고, 음…… 그리고 지은이가 그날 짧은 치마를 입고 왔거든요. 그래서 키스하면서 전 지은이 클리 만지고 지은인 제 페니스 만지고.”“우와~”솔직히 여자라면 이런 노골적인 이야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숨기지 말고 이야기하자고 마음먹었으나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고. 그 때문에 이야기를 하면서도 누나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는데 누나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물어왔다. 난 계속해서 주차장에서 벌렸던 지은이와의 첫 섹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누나의 표정은 상기되었고 얼굴색은 벌겋게 닳아 올랐다. 누나는 술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얼굴색이 붉어지는 경우는 없었는데, 역시나 이야기가 자극적이었던 것일까?“근데, 제가 지은이랑 그런 사이인 건 어떻게 아셨어요?”“12월말에 지은이랑 같이 놀러 왔었잖아. 그날 밤에.”“지은이가 누나 잠들었다면서 찾아왔는데, 안 주무셨어요?”“화장실 가다가 들었어. 아니 들렸어!”“조용히 한다고 했던 건데.”“그 시간이면 조용히 해도 들려.”<다음 편으로~~>.......................................................................................................................................................업로드를 이틀에 한번씩은 하고 싶었는데 그게 참 안 되네요.7부는 (6부의 발단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의 전개입니다.스토리의 자연스러운 배치가 목적이니만큼 흐름에 관심을 두시고앞으로를 예측해 보시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여러분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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